지난 토요일, 아침도 못 먹고 공부하러 갔는데 성실한 조원들 때문에 원래 하던 것과 달리 열심히 하게 됐다. 그날 따라 책을 여러 권 들고 가야 했는데 저녁엔 결혼식에 가야 해서 입을 옷이며 동선이 복잡했다. 남편이 차에 갈아입을 옷을 싣고 왔는데 (나 무슨 연예인) 전날 챙겨둔 그 옷을 입기엔 낮의 날씨는 너무나 쨍쨍. 어쨌든 남편을 만났을 때 나는 이미 나달나달했다. 3시가 다 되어 갈비탕 한 그릇을 흡입하고 어찌어찌 결혼식을 갔다가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맛없는 부페 음식을 계열 없이 몇 점 먹고 집에 오니 한밤중. 나는 피곤해서 어깨가 무릎까지 떨어졌고, 더웠다 추웠다 해선지 어째 춥기까지 해 그만 좀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내가 안됐는지 남편이 냉장고를 뒤져 뜨거운 토마토수프를 끓여주었다. 뜨거운 토마토수프를 먹고 나는 그만 문어가 되었다.

 

 

 

 

네꼬남(편)의 토마토수프

 

1. 양파를 얇게 썰어 버터에 달달 볶아요. 많은 레시피에서 "양파가 갈색이 될 때까지" 볶으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팔이 아파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요. 그 마음 잘 압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러면 안 돼요. 네꼬남 말씀이 "양파 볶기가 수프의 절반"이라고 합니다.

 

이랬던 양파가

 이렇게 될 때까지 볶으세요.

 

2. 닭육수 또는 치킨스톡을 넣고, 토마토, 토마토소스, 월계수잎, 기타 허브 등 넣고 싶은 것을 몽땅 넣고 끓입니다.

 

3. 계속 끓입니다. 중불이 좋겠지요.

 

4. 때를 보아 전분물을 풀어서 걸쭉하게 만듭니다. 이정도 되게요.

 

 

 

5. 먹기 전에 소금으로 간하고, 타임이나 바질 등을 넣으면 좋겠지요.

 

 

*

 

어제는 노동절. 나는 노동자가 아니지만 노동자 남편을 앞세워 나들이를 나갔다. 완전 오래간만에 찾은 환기미술관은 조용했고, 홍대 앞 길바닥에서 마시는 낮술도 썩 좋았다. 5월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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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5-02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에 모짜렐라 치즈 두껍게 얹어서 오븐(전자렌지)에 돌리고 나서 크래커를 부셔 휘휘 저어 후루룩 마시면...(TGI..어니언 스프..)

네꼬 2013-05-03 11:28   좋아요 0 | URL
크크크. 맞아요, 치즈가 있으면 좋죠! 어제도 그렇게 먹었어요. 근데 크래커 생각은 못했네요. 네꼬남이 만들어준 빵은 넣어서 먹었습니다만. (에헴.)

2013-05-03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03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3-05-0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왕!! 당장 만들어보고 싶당...!

네꼬 2013-05-03 11:24   좋아요 0 | URL
레와님은 빵도 잘 만드니까 수프랑 같이 해서 먹어요. 으왕 맛있겠다! (추릅)

hnine 2013-05-03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군이 혹시 프로 요리사?? 치킨스톡 넣어 요리할 줄 아는 남자분 많지 않으실텐데요, 흠...훌륭하십니다. 이거 일단 만들어놓으면 식구들 잘 먹을 것 같아서 저도 몇번을 시도하려다가 허브, 닭육수에서 딱 막혀버리곤 한답니다.
제일 감동적인 부분은, 남편분께서 네꼬님의 지친 모습을 보고 뭔가 기운날 음식을 만들어줄 생각을 하셨다는 것이랍니다.

네꼬 2013-05-06 18:02   좋아요 0 | URL
으헤헤 hnine님 댓글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쑥스러워하면서 좋아했어요. (집에선 프로 요리사~) 수프 끓일 때 제가 만든 닭육수(에헴)가 있을 땐 그걸 쓰고, 급할 땐 그냥 치킨스톡을 쓰지요. 전 사실 둘 다 좋아요. 저희는 곰국 끓이듯 수프를 잔뜩 끓여놓고 먹어요. 으왕, 맛있죠 맛있어요. 살짝 자랑하자면, 허브는 남편이 베란다에서 키운답니다~ (어머 닭살)

... 저 막 이런 댓글 달면서 좋아서 웃고 있어요. 저 너무 못났어요?

마노아 2013-05-0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악, 여기서 핵심은 네꼬'남'입니다. 완전 부러워요. 오월을 네꼬님이 이미 다 선점한 것 같아요. 아흐 동동다리...ㅜ.ㅜ

네꼬 2013-05-06 18:0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은 악, 역시 핵심을 아셔. 저 그거 지어내고 혼자 막 좋아했는데 으히히.
 

네꼬씨의 남편은 하리보를 좋아합니다.

쫀득쫀득 다양한 색깔의 곰돌이 젤리, 하리보.

 

하리보를 한 봉지 뜯으면 먼저 색깔별로 나란히 늘어놓습니다.

색색의 젤리가 무작위로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땐 같은 색 아기곰이 여럿 들어 있습니다.

 

한번은 보니까 혼자서 곰곰

"하리보 한 봉지를 뜯었을 때 모든 색깔 곰이 들어 있을 확률"을 계산하고 있더군요.

 

 

 

 

이런 식.

짐작하시겠지만 위의 경우라면 먼저 연두색 곰을 먹습니다.

그 다음 빨강, 주황, 오렌지, 흰색, 연두색

다시 빨강, 주황, 노랑, 오렌지, 흰색, 연두색..

 

 

제가 하리보 한 봉지를 이렇게 막 쏟아 놓으면

 

 

그것을 색깔별로 정리합니다.

 

 

그리고 결국,

이런 걸 만듭니다.

.

.

.

.

.

 

 

 

 

 

아, 친구 여러분, 네꼬씨는 특근 중.

파주 북소리 한다고 밖에서는 어린이들이 노는 소리.

교정지 위로 소로록 잠이 쏟아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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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9-15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근 잘하고 계신가요, 네꼬님^^ 교정지 위로 쏟아지는 잠 물렀거라 하고 커피 한잔 드리고 싶어요. 파주 북소리, 좋은 행사 같아요. ~~~~

네꼬 2012-09-16 14:2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ㅠㅠ (커피 주신단 말씀에 그냥 우선 눈물부터..)
파주 북소리에는 어제 찾아오신 분들이 많았어요. 첫날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요. 저도 매일 그리로 출근하는 거 아니라면, 나들이 삼아 재미난 행사일 것 같아요. ㅎㅎ 막 책도 막 싸게 팔고요! 선물 주는 데도 있고.. 그나저나 커피는 그럼 카푸치노로...

moonnight 2012-09-16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너무 귀여우시잖아요. 네꼬님 남편분. ㅠ_ㅠ
곰돌이 젤리도 깜찍하지만, 저 색색깔로 가지런히 깎아놓은 색연필 좀 봐요. 어떡해요. 네꼬님!!! >.< (뭘 어쩌란 건지-_-;;;;)
곰돌이 젤리가 하리보였군요. 덕분에 첨 알았어요. 젤리를 쏟아놓고 곰곰. 하고 계실 네꼬님과 네꼬님 남편분을 상상해보며 혼자 웃어요. ^^

네꼬 2012-09-16 14:29   좋아요 0 | URL
헤헤 네 저도 남편이 그러고 있을 때마다 너무 웃겨서 막 좋아요. (어머, 나 뭐래. ㅎㅎ) 그러나 색연필은 제 거라고요. 제가 하도 상상력이 부족해서 뭔가 기분이라도 내자고 저렇게 색연필을 꺼내 놓고 뭘 한답니다. 그림은 못 그리지만 이따금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색칠을... (어딘가 안간힘..?) 맛있는 하리보, 언제 한 봉지 드리지요! 아니 세 봉지.

moonnight 2012-09-18 13:32   좋아요 0 | URL
색연필은 네꼬님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답니다. 알록달록 가지런한 색연필이랑 네꼬님. 무척 잘 어울려요. ^^ 하리보 세봉지! 약속하신 거에요. ^^

네꼬 2012-09-18 13:39   좋아요 0 | URL
헤헤 그럼요. 제가 또 약속이라면 골라서 지키는 네꼬 아닙니까?

레와 2012-09-17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악! >_> 사랑스러워!! ㅎㅎㅎㅎㅎ

네꼬 2012-09-18 13:27   좋아요 0 | URL
꺄악! 저요저요? ㅎㅎㅎ 하리보를 늘어놓는 삼십대 남자란, 드문 것입니다, 네. 드물지요. ㅎㅎㅎ

2012-09-17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8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7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8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군가는 열심히 일하면서 글도 잘 쓴다는 사실을 알고 약간 초라해진 오후. 여전히 덥고 난 곧 외근이고, 한약은 썼고, 맥주는 먹고 싶고, 그래서 잠시 딴짓을 한다. 그것도 유치한 딴짓.

 

*

 

며칠 전 남편이 과자를 구웠다.

반죽하는 옆에서 알짱거리다가 나도 조금 얻어서 동참.

 

 

 

 

 

 

토끼, 불가사리, 세모, 지렁이, 외계인이 내 작품. 이렇게 비뚤어진 나 보란 듯, 남편은 스마일 과자를 만들었다. 물론 앉은자리에서 내가 홀랑 다 먹어 버렸지만.

 

 

크헛, 나 동화는 못 쓰지만 남편이랑 과자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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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8-0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런거 완전 잘 느끼는데. 누군가는 일도 열심히 하면서 글도 잘 쓴다는걸 깨닫고 초라해지는 오후, 같은, 그런거. 그래서 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풀죽어 있는 그런 기분, 완전 잘 아는데..

그런데 푸하하하 과자굽는 남편이라니, 옆에서 거드는 아내라니. 좋으네요. 저 안그래도 밑에 과자 보고 저건 설마 지렁이...입니까? 라고 물을라고 했는데 지렁이래. 아...네꼬님아 이러지마, 지렁이 과자를 만들지마, 나 슬퍼요. 흑흑. 과자가 징그러워, 과자가 징그럽다고. 흑흑 ㅜㅜ

다락방 2012-08-0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 또 지렁이 같은거 만들면 추천 안할거에욧!!

네꼬 2012-08-06 16:08   좋아요 0 | URL
다락님아, 지렁이가 어때서? (추천 취소는 못하니까...) 과자인 지렁이는 물렁거리지도 않고 오도독... (아아 미안해요, 안 그럴게.)

지렁이는 안 만들게요. 대신 다음엔 공룡. ♡

레와 2012-08-06 16:17   좋아요 0 | URL
지렁이 과자라니..! 네꼬님은 정말 사랑스럽고 특별(?)한 고양이군요! ㅎㅎ

네꼬 2012-08-06 16:29   좋아요 0 | URL
응? 레와님, 지렁이보다 외계인이 더 자랑인데...=_= 헤헤, 나도 참... 주책이야.. ㅠ

웽스북스 2012-08-0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계인 과자가 더 맘에 들어요. 저 표정 좋아요. 짝눈하며. ㅋㅋ

네꼬 2012-08-06 22:42   좋아요 0 | URL
오 역시 웬디양님 ㅎㅎ 처음부터 저렇게 못된 외계인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닌데.. -_- 그만 눈 때문에... 근데 나도 만들고 넘 좋아했어요. ㅎㅎ

웽스북스 2012-08-0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일 쟤는 착한척하지만 썩소짓는애임. ㅋㅋㅋㅋ

네꼬 2012-08-06 22:4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난 또 그걸 몰랐네! 예리한 웬디님.

구차달님, 저는 먹는 걸 좋아하고, 남편은 만드는 걸 좋아해서 참 다행이어요. ㅎㅎ 그리고 전 어수선한 거 엄청 좋아해요. 아까 구차달님 서재 갔더니 저처럼 어수선한 사람이 댓글 달면 안 될 것 같아서 뒷걸음질로 살살 나왔는걸요. ㅎㅎ

moonnight 2012-08-0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귀여워. 네꼬님. >.< 외계인이랑 지렁이 불가사리 다 너무 좋아요. ㅋㅋ. 남편분의 스마일도 깜찍하고요. ^^ 과자굽는 커플이라니. 너무 사랑스럽잖아욧. (왠지 버럭;;;)
다음의 공룡과자도 기대할께요!

그나저나, 일도 열심히 하고 글도 잘 쓰는 사람은 바로 네꼬님 아니신가요? ^^

네꼬 2012-08-09 11:22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 사람은 네꼬 씨 아니고요, 물론.

제 자랑 같아서 그렇지만, 사실 공룡과자는 제가 좀 자신이 있습니다. 네, 언제 기회가 되면 꼭 보여 드리지요. 공룡만두는 어떠신가요? (뭐래)

L.SHIN 2012-08-0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로 지나칠 수가 없는 제목...에 와봤더니, 사랑스런 과자들이.

그래요,
누군가는 열심히 일하면서 글도 잘 쓴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거의 매일 초라해지는 나날". "맥주는 왜 그런지 요즘 써서 먹고 싶지만 먹을 수가 없고",
"백만년 만에 이 시간에 서재질을 하고 있는 내 가슴은 벌렁벌렁거리며 '니가 지금 이럴 때야'라고 스스로 질책하면서도 댓글을 달고 있는 손은 멈춰지지도 않는 -
더운 오후".

네꼬 2012-08-09 11:23   좋아요 0 | URL
아이코, 외계인님 오래간만이에요! 으아, 그러게 엘신님이 드셔야 하는 과자로군요 ㅎㅎ 다음엔 몸통까지(응?) 만들어볼게요. 지금은 더운 오전. (그나저나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