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여러분 안녕하세요?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가 책을 썼어요. 『어린이책 읽는 법』(유유출판사)입니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독자로, 어린이 독서 선생으로 일하면서 읽고 보고 생각한 것을 적었습니다. 설명하려니 쑥스럽네요. 혹시 어린이의 책 읽기, 또는 (어른의) 어린이책 읽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링크를 참고하셨으면 하고 말씀 드립니다.  


게을러서 꾸준히 하지는 못했지만, 알라딘 서재 덕분에 어린이책을 계속 좋아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어준 친구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쩌다 보니 트위터에는 일찍 썼지만, 다른 데 알리기 전에 여기에 먼저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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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5-17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책 출간 하셨군요.
축하드려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책이 되면 좋겠어요. 남녀노소누구나 니까, 시간지나도 계속 읽는 스테디셀러가 되기 바래요.
좋은밤되세요.^^

네꼬 2017-05-18 08:5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안녕하셨어요? 감사합니다.
모쪼록 조금이나마 도움 되는 책이면 좋겠다는 욕심;;은 있는데 한편으로는 큰일 났다 하고 조마조마 합니다. 지금은 아침이니까,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건 왠지 서니데이님 전용 인사 같은데요..?)

hnine 2017-05-17 2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네꼬님. 축하드립니다.
제 집의 어린이가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게 된 후부터 어린이책 읽기가 뜸해졌지만 한때 푹 빠져 있던 분야라서 아직도 관심이 가네요.

네꼬 2017-05-18 08:58   좋아요 1 | URL
hnine님 감사합니다 :)
어린이 다 큰 다음에 혼자 읽는(?) 어린이책도 매력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댁의 어린이가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라니 그것만은 축하 드립니다 하하하.

알콩달콩맘 2017-05-18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네꼬 2017-05-18 08:59   좋아요 1 | URL
알콩달콩맘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여기서든 밖에서든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

단발머리 2017-05-18 0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네꼬님 책이라 반갑고, 유유출판사라서 반갑네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되시길요~~~~

네꼬 2017-05-18 09:01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감사합니다.
저도 유유출판사랑 일하게 돼서 좋아요.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라니 더블 축복의 말씀 감사합니다. ♡가 절로...

dys1211 2017-05-18 0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출간 축하 드립니다.^*

네꼬 2017-06-23 11:06   좋아요 1 | URL
dys1211 님 감사합니다.
내 놓고 보니 조마조마 한데, 응원들 주셔서 힘 나네요!

레와 2017-05-18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네꼬 2017-05-18 23:50   좋아요 0 | URL
레와님 감사합니다. 축하는 또 받아도 또 좋네요. 헤헤. ♡

그리운 남쪽 2017-05-19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꼬님 글이 잘 안 올라오니 서재에도 발길이 뜸해지던데요.
5월 들어서는 괜히 기분좋은 일이 많았는데 거기다 네꼬님 책이라니!
두근두근 기대하는 시간도 좋고, 책을 손에 넣어 읽는 시간도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축하와 더불어 미리 감사의 말씀도 전하는 바입니당

네꼬 2017-05-21 19:33   좋아요 0 | URL
그리운 남쪽님 안녕하세요. 이런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
5월의 ‘괜히 기분 좋은 일‘ 무엇일까요? 저의 기분 좋은 일들과 비슷한 것면 좋겠네요. 저도 좋은 계절에, 좋은 때 책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그맣고 가벼운 책이에요. 모쪼록 기회 될 때 보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

희망찬샘 2021-01-03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안녕하세요. 좋은 책 써 주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책 읽다가 왠지 네꼬님이 쓰셨을 거 같은 생각이 들어 검색해 보았죠.
우왓!!! 2017년 글에 댓글을 달게 되어 쑥스럽지만 그래도 제가 네꼬님 책 열심히 읽고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 들어와 보았습니다.
 

책에 대해 얘기하는 팟캐스트를 함께 하게 됐습니다.

함께하는 분들은 다 좋으신데,

제 목소리는 아름답지 않고 종종 말을 이상하게 해요.

그래도 혹시 관심 있는 분들 같이 들어주셨으면 하고 용기 내어 알립니다.

라디오처럼 틀어두고 할 일 하셔도..

이번 주에 같이 얘기한 책은 엠마뉘엘 & 프랑수아 르파주의 그래픽노블 <<남극의 여름>>입니다.

똑똑한 김다은 PD, <<비숲>> <<야생학교>>의 작가 김산하 박사님과, 멋쩍은 제가 나옵니다.



* 혼밥생활자의 책장 http://facebook.com/todayeatalone



팟빵

http://www.podbbang.com/ch/11108?e=22102654



아이튠즈  


https://itunes.apple.com/kr/podcast/honbabsaenghwaljaui-chaegjang/id1084649528?m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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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6-10-07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져요. 응원합니다.

네꼬 2016-10-08 15: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응원 말씀 들으니 든든하네요!

꿈꾸는섬 2016-10-07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지세요. 네꼬님~^^

네꼬 2016-10-08 15:04   좋아요 0 | URL
아하;; 감사합니다. 막상 광고하고 나니 쑥스러워요.

hnine 2016-10-07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웅~ 목소리 너무 귀여우세요, 그러면서도 야무진 느낌 ^^

네꼬 2016-10-08 15:05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하하 부끄러워서 큰 소리로 웃어 보았습니다하하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moonnight 2016-10-0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우와♡♡ 네꼬님 목소리구나♡♡♡ 너무 고운걸요. 광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들을께요^^(네꼬님 멋있다. 감탄감탄@_@;;;;)

네꼬 2016-10-10 23:49   좋아요 0 | URL
이렇게 늘 편 들어 주시는 문나잇님. 저도 또 감사합니다. 저도 하트하트!
 

D의 어머니가 우셨다. 툭하면 동생 탓을 하고 엄마 탓을 하는 D에게 걱정이 많았는데 아이에게 얘기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일이 커졌단다. 엄마는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너를 고를 거야. 그러니까 말해 봐. 동생을 어떻게 할까, 어디 보내 버릴까? 그러다가 펑펑 울었단 얘길 하시다가 다시 눈물이 쏟아지신 것이다. 나도 같이 울었다. 그런 말씀을 하시면서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하고 나서도 얼마나 마음이 무거우셨을까. 그랬던 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데는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어머니는 정말 대단하다.


D가 무척 좋아하는 아버지는 너무 바쁘셔서 아이와 자주 놀지 못한다. D는 '열 가지 기쁨 찾기' 숙제에 아빠와 밥 먹는 것을 썼다. D의 어머니는 두 아이 양육을 전담하다시피 한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오빠는 멀리 살고, 남편을 따라 정착한 이 시골 동네에는 별다른 연고도 없다. D 어머니는 씩씩하고 깍듯하고 솔직한 분이다. 그래도 개구쟁이 두 딸을 키우는 일이 종종 외롭지 않을까, 나는 이따금 생각하곤 했다.


오늘은 D 얘기보다 어머니 얘기를 많이 했다. 나는 무엇보다 어머니가 지치지 않고 자신을 돌보셨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 억지로라도 여유를 내서 운동도 하시고 무엇이든 배워보시라고 했더니 생각해보겠다고 하셨다. 두 딸이 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게 생각나 혹시 어머님이 좋아하시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그래서 <<길드로잉>>을 소개해드렸다. 책장을 넘겨 보시더니 얼굴이 환해져서 너무 좋아하며 표지 사진을 찍으셨다. 또 일전에 D가 빌려온 책이 무엇이었는지 제목은 잊었는데, 하시면서 부분 부분 설명하시기에 <<어슬렁어슬렁 동네 관찰기>>를 보여 드렸더니 이거예요, 찾아서 너무 좋아요, 잘됐다, 하고 좋아하신다. 이따금 이 책의 장면들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내가 얼토당토않게 그린 그림을 보여 드렸더니 웃으셨다. 그림 한번 다시 그려보세요, 딸들이랑 같이 그려도 좋겠고요. 부럽다, 이럴 때 아이 키우시는 거 너무 부러워요. 이렇게 말하고 내가 가진 12색 색연필 세트를 선물로 드렸다. 스케치북 사시라고 드리는 거니까, 그림 안 그리실 거면 반납하셔야 돼요! 내가 엄포를 놓자 예의 씩씩한 얼굴로 알았어요, 알았어, 하셨다.


성공이 드러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었다. 회사를 특별히 미워한 건 아니지만, 큰 성공을 거두어서 왠지 누군가들을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그래서, 이따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D 어머니가 타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 나는 알았다. 이 일을 하기를 잘했다는 걸. 그리고 혼자 조금 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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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2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저도 네꼬님이 그 일을 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네꼬 2016-06-23 14:2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다락님 ㅜㅜ

레와 2016-06-23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도 므찐 사람!! ♡


제 주변에 자꾸 므찐 사람들이 늘어나요!! ㅎㅎㅎㅎ
나도 므찐 사람이 되겠어요..ㅎㅎㅎ

네꼬 2016-06-27 11:18   좋아요 0 | URL
저는 못난 사람이지만 레와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어요.
일단 큰소리를 쳐놔야..

moonnight 2016-06-2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ㅠㅠ;;; 꼬옥 안아드리고 싶어요.
네꼬님이 회사를 그만두신 덕분에 많은 아이들과 엄마아빠들이 행복하네요. 감사합니다. ㅠㅠ

네꼬 2016-06-27 11:18   좋아요 0 | URL
ㅠㅠ ㅠㅠ ㅠㅠ
많은 어린이 어머니 아버지 들 만나는 게 되어서 저에게 큰 공부가 되어요.
날마다 배우는 게 이렇게나 많습니다. ㅠㅠ

paviana 2016-06-2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3짜리 울 아들도 네꼬님께 보내고 싶네요.ㅎㅎ
일 너무 잘하고 계세요. 부러워요.

네꼬 2016-06-27 11:19   좋아요 0 | URL
아니 아들 말고 파비님을 원합니다. 감사해요. 그러니까 파비님이 오세요. (응?)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은 아무래도 피곤하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수속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여기서 집까지 또 어떻게 가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좀 사치스럽더라도 차를 공항에 두자고 할 걸 그랬나 하는데 앞서 걷는 아저씨의 통화 내용이 들린다. 익숙한 듯 차 번호와 차종(비싼 차였다)을 대는 것을 보니 맡겨 놓은 차를 찾으시는 모양이었다. 하얀 바지에 분홍 셔츠, 재색 카디건 어디에도 주름이 없었다. 부인으로 짐작되는 분도 비슷한 차림이다. 일등석을 타셨나 보다. 나 좀 부러운가? 아니, 그렇지는 않았다.


내가 부러웠던 것은 노보리베츠의 온천 호텔에서 마주친 노부부였다. 할아버지는 우리한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걸 만큼 장난스럽고 재미있는 분이셨고, 할머니는 무척 조심스러우면서도 내내 웃는 얼굴이셨다. 할아버지는 호텔의 큰 개 사진을 찍는 사람들한테 빙글빙글 웃으며 이 개가 몇 년 전에는 요렇게 조그마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컸다고 아는 척도 하시고, 당신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짖는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하셨다. 할머니는 사진을 찍으시면서도 사진을 찍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개에게도 피해를 줄 까 봐 (그럴 리가 없는데도) 조심하셨다. 다음날 나는 새벽같이 일어나 목욕탕에 갔는데, 들어가는 길에 이미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노부부와 마주쳤다. 내가 인사를 해도 될까 망설이는 사이에 두 분이 먼저 인사를 하셨다. 그 짧은 사이에도 할아버지는 열쇠를 떨어뜨리시면서 아이코 하시고, 할머니는 멋쩍게 웃으시면서 할아버지를 챙기셨다. 나는 그분들이 부러웠다. 나중에 남편이랑 저런 노부부가 되고 싶다. 아마 내가 할아버지 같고, 남편이 할머니 같겠지만.


그리고 또 나는 공항 가는 기차에서 본 중년 부부가 부러웠다. 청바지에 재킷, 운동화를 신은 아저씨는 작은 여행 가방을 끌고 타셨다. 아주머니는 간편한 티셔츠에 머플러를 두르고 계셨다. 자유석 칸이었으므로 우리도 그분들도 서서 가야 했는데, 두 분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디를 가시는지 몰라도 그분들 역시 그런 여행이 익숙한 모습이었다. 아주머니를 훔쳐보고 나도 좀더 나이가 들면 꼭 숏컷을 해서 자연스러운 은발이 되어야지 결심했다.


*


여행 내내 비바람과 함께 다녔지만 홋카이도는 재미있었다. 지루할 만큼 실컷 기차를 타고, 버스로 캄캄한 산길을 올라 평생 잊을 수 없을 안개를 보았다. 시골 술집에서 주인 아주머니, 손님들과 함께 나는 겨우 10%, 남편은 80% 알아듣는 술 수다를 떨었다. (10%는 네, 전혀 소용 없지요.) 연어알이 얼마나 맛있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조그만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면서 바다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읽었다. 빗방울을 얼굴에 맞으며 온천욕을 했다. 빗속을 뚫고 운전하는 남편 옆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람 부는 언덕을 사진 찍었다. 맛있는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빵을 먹었다. 맥주를 마시고, 양고기를 먹었다. 유리로 만든 아주 작은 강아지 인형을 샀다. 친구에게 주려고 나무로 만든 장난감도 샀다. 재미있었다.


날씨 운은 좋았다고 할 수 없지만, 다행히 집으로 오는 버스는 금방 탈 수 있었다. 여행 전에 아주 깨끗이 정리하고 간 덕에 집은 쾌적했다. 남편은 여행가방을 열고, 그 옆에 빨래 바구니를 가져다 놓았다. 빨랫감을 챙기다 보니 순식간에 짐 정리가 됐다. 우리는 금방 일상으로 돌아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래서 또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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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6-06-21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좀 부러운가? (네꼬님이?) 예스 예스 예스!

네꼬 2016-06-21 13:22   좋아요 0 | URL
엣 치니님이 뭐가요! 저는 거기도 가고 싶은데요!!! (다음에 가면 꼭 만나야지-)

moonnight 2016-06-23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네꼬님(과 남편분)부러워욧!>.< 아 너무 좋다. 네꼬님의 여행기. 아까전에도 졸랐지만, 네꼬님이 책내주세요. 글썽ㅜㅜ;

네꼬 2016-06-27 11:22   좋아요 0 | URL
호호호호호. 문나잇님도 언젠가는 홋카이도 여행 가보시길! 문나잇님의 여행기야말로 궁금한데요!
 

J가 선생님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요, 사실은 어제 선생님한테 가기 전에 J가 울었거든요. 가기 싫다고요. 모르는 사람이랑 단둘이 얘기하는 거 싫다고요. (아이고 그럼 보내지 말지 그러셨어요!) 그래서 제가 한 번만 선생님 만나 보고 싫으면 안 가도 된다고 했어요. 엄마가 선생님 만나 보니까 너무 좋았어서 그렇다고, 엄마 믿고 한 번만 가보라고요. 그래서 정말 한 번만 가는 거라면서 갔어요. 들여보내 놓고 괜찮을까, 마칠 때까지 좀 걱정을 하긴 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집에 들어오는데, 표정이 아주 환해가지고요. 신발 벗으면서부터 엄마, 있지 선생님은 일본 여행을 좋아하신대, 그리고 고양이 그림책도 봤어, 선생님은 일본 여행 갈 때마다 고양이 인형 사온대, 맛있는 거 먹는 것도 좋아하신대, 책도 되게 많아, 아로마 오일로 좋은 냄새 나게 하는 거 봤어, 마실 것도 많아, 엄마 엄마... 하면서 어찌나 쫑알댔는지 몰라요. 얘기 듣다가 제가 모르는 척하고요, 그래 선생님한테는 뭐라고 말씀 드릴까? 너 갈 거야, 안 갈 거야? 그러니까 얼른 갈 거야! 하잖아요. 그래서 둘이 같이 웃었어요. 조금 있다가 보니까 글쎄 혼자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고요. J가 진짜 기분 좋을 때만 그러는데, 그걸 보니까 얼마나 예쁜지.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요, 어제 선생님이 저한테 하신 말씀이 생각나는 거예요. 언니하고 하던 얘기 말고 J만 아는 얘기를 해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J를 깨우면서 아유, 어제 엄마는 선생님네 커피 맛있어서 너무 많이 마셨는지 밤에 잠이 안 와서 혼났어, 그랬어요. 근데 J가 그런 얘기를 정말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거 보고 언니가 샐쭉해서 나도 가보고 싶다 그러니까 또 으쓱해가지고요. 이런 작은 걸 그동안 내가 못했구나 싶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또 너무 좋고요.



*



열두 살,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인 J를 어제 처음 만났다. 공부뿐 아니라 다방면에 재능이 많고 애교도 떼도 많은 언니와 달리 조용하고 순한 J. 사춘기를 시작하면서 부쩍 소극적인 아이가 되었다는 것이 어머니의 걱정이었다. 취미라고는 뒹굴뒹굴 하면서 책을 읽는 것뿐이라고. 그런데 만나본 J는 처음에만 낯을 가릴 뿐, 속이 단단하고 자기 생각이 분명한 소녀였다. 서로 편안해지자 J는 좀 얄미운 친구와 속 터지는 친구(J까지 삼총사)에 대한 애정과 불만을 털어놓았다. 짜증나게 할 때도 많지만 역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인 쌍둥이 언니 얘기도 했다. 친구 중에는 벌써 직업을 고민하는 애도 있다면서 진로는 언제까지 정해야 되는 거냐고 내게 묻기도 했다. 그럴 수 있다면 뮤지컬이랑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노래를 잘 부르진 못하지만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스마트폰이 없어서 속상하다 하면서도 딱히 불편한 건 없고 그냥 조금 부러운 정도라고 또 의젓하게 말했다. <<샬롯의 거미줄>> (내가 편집했다)을 좋아한다고 해서, 100쇄 기념 컬러판을 보여주었다. <<엄지 소년>>을 좋아한다고 해서 에리히 캐스트너의 자전 소설인 <<내가 어렸을 때에>>(내가 처음 편집한 책이다)를 보여 주었다. 같은 작가의 <<로테와 루이제>>는 안 읽었다고 했는데, 내용을 대충 알려주고 영화화 된 얘기를 했더니, 영화는 보았다면서 반가워했다. '스크루지 영감'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캐럴>>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안경 너머로 J의 눈이 반짝였다. 그걸 보니 나의 어느 한 부분도 비슷하게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오늘 아침 J어머니께서 전화로 들려주신 이야기 중에서 '흥얼흥얼' 했다는 대목에 그만 감동을 받고 말았다. 내 몫은 작고, 책의 몫이 크다는 걸 안다. 하지만 오늘의 기쁨을 오래 기억하려고, 잘난 척인 줄 알면서도 여기에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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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6-05-1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네꼬님 너무나도 멋져요.

네꼬 2016-05-13 17:54   좋아요 0 | URL
아이쿠, 너무 나갔나 하고 조금 손보는 사이 댓글이!
>.,< 감사합니다. ㅜㅜ (J가 멋졌어요!)

다락방 2016-05-1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 잘난척은 진짜 엄청 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아니, 더 좋아요!
우리 네꼬님, 원래 잘하는 거 알았지만, 정말 잘하고 있네요. 잘하고 있는 내친구, 뿌듯해요. 힛.
아 이 글은 네꼬님의 오늘의 기쁨이지만, 저의 기쁨이기도 해요. 만세!

네꼬 2016-05-13 17:55   좋아요 0 | URL
아니 내가 원래 좀 겸손한 사람이잖아요 원래해해해해해해해해;;;;;
아무튼 저도 이참에 만셉니다. (부끄러움을 모름...)

heima 2016-05-1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정말정말 멋있어요!

네꼬 2016-05-14 11:17   좋아요 0 | URL
이거 너무 대놓고 칭찬 요구였는데 이렇게 성공합니다. (감사합니다.) (의연하게) (나는 안 부끄럽다) (안 부끄럽다)

꿈꾸는섬 2016-05-13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넘 멋져요!
저도 가고 싶어요 그곳에ㅎ

네꼬 2016-05-14 11:19   좋아요 1 | URL
어른을 위한 독서교실 있으면 제가 가고 싶어요! 거긴 필시 꿈꾸는섬님도 오실 듯? 모두 모여서 책 얘기.. (전 주로 제 자랑을 하겠죠.. 상상만 했는데도 못났다....) 감사합니다. 칭찬 받으려고 썼기 때문에 저는 안 부끄럽습니다. 안 부끄러워요. 안 부끄럽.....

꿈꾸는섬 2016-05-15 11:48   좋아요 0 | URL
네꼬님 말씀대로 어른을 위한 독서교실도 가고 싶네요.^^
그리고 마구 자랑하셔도 돼요. 함께 기뻐해드릴게요.^^

네꼬 2016-05-16 13:42   좋아요 0 | URL
네 그럼 앞으로도 부끄러움 없이... (아니 이번에도 안 부끄러웠고요.. 아니 근데 왜 땀이..)

그리운남쪽 2016-05-15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모르는 사람이랑 단둘이 얘기하는 게 두려워 울었구나, J는. 난 에리히 캐스트너가 나와서, <내가 어렸을 때에>가 네꼬 선생님이 처음 편집한 책이라 해서, 너무나 뭉클해져 엎드려 울었어. 어린시절을 홀라당 까먹어 버리곤 하는 어른들은, 때로 아이들도 슬프고 불행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에리히 캐스트너가 한탄했지. 불행하지 않았으나 나는 어린시절을 잘 까먹지 않는 어른, 그래서 울었어.
그 책 <하늘을 나는 교실>에 나오는 이야기 대부분을 아직도 기억해.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를 금연선생이라 불렀던 건 아니었다. 피우지 않기는커녕 헤비스모커였지만, 그가 기차의 2등 금연 객차를 개조하여 만든 곳에 살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입시를 앞둔 어느 날 영어 모의고사에도 불쑥 나와주던 그 책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네꼬 선생님이 J와 보낸 순간순간을 기억하고 자랑 보따리(?)를 펼치지 않았더라면, 내 마음에만 있던 에리히 캐스트너를 내가 또 어떻게 끄집어 낼 수 있었겠니. 고맙구나, J.

네꼬 2016-05-16 13:42   좋아요 0 | URL
어어어 그리운남쪽님. 댓글 읽는데 저 왜 눈물 나와요? 너무 뭉클한 얘기예요. 정말 고맙습니다. 저 좀 울어버렸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moonnight 2016-05-1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 나의 아이돌♡♡♡♡
몇번이나 얘기했지만ㅠㅠ 제 조카아이들 네꼬님께 보내고 싶어요. 아이들이 너무나 너무나 행복해지는 책읽기교실^^ 저도 네꼬선생님네 커피 마시고 싶고. 수줍^//^

네꼬 2016-05-16 13:43   좋아요 0 | URL
하트하트 감사합니다 하트하트 하하하하
나도 아이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