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이 있다. 『콩 하나면 되겠니? 』(배유안 글 / 남주현 그림) 책소개에 줄거리가 뭐라고 쓰여 있나?  

주인공 은이는 콩을 손수 맷돌에 갈아 손두부를 만들어 파는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 할머니는 두부를 만들 때면 부뚜막을 기어 다니는 개미들에게도 “콩 하나면 되겠니?” 하고 콩을 나누어준다. 어느 날 할머니는 지네에게 물린 뒤 몸져눕고, 은이는 할머니 걱정, 두부 만들 걱정에 눈물 짓다가 개미들을 따라 부뚜막 틈새 개미 나라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의 일개미들은 “할머니가 주신 콩 / 콩 하나에 콩 백 개” 노래를 부르면서 은이 할머니가 준 콩으로 두부를(두부를! 콩도 아니고 두부를! 굳이, 콩을! 씻어서! 불려서! 갈아서! 끓여서! 굳혀서!)  만들어 먹고 있다. 개미들은 은이에게 할머니가 아픈 것은 지네가 할머니 기운을 물방울에 가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은이는 개미들과 힘을 합쳐 지네를 따돌리고 할머니 기운을 구한다. 그리고 지네 또한 할머니한테 콩을 얻고 싶어서 (아아, 두부란 지네조차 먹고 싶어하는 것!) 심술을 부린 것임을 알게 되고, 앞으로는 지네에게도 콩을 나눠주겠다고 약속한다. 개미들과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돌아온 은이는 개미들에게 얻은 콩 두 알을 땅에 심으며 콩이 열리기를 바라고, 그 사이 할머니는 기운을 차려 다시 두부를 만든다. 비어 있던 콩 자루에는 개미들이 가져다준 콩이 소복이 쌓여 있다. (주황색은 인용자 덧붙임)

-> 이렇게 몽땅 긁어와도 괜찮다. 왜냐하면 알라딘 상품 소개에 등록된 보도자료가 내가 쓴 것이니까. 그렇다, 나는 이 책의 편집자인 것이다. 보도자료에 내가 뭐라고 썼나.  

인간의 따뜻한 심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 온 작가가 이번에는 낮은 연령의 아이들과 눈을 맞추어 ‘작은 것도 나누는 것이 풍요로운 삶’이라는 진지하고 소박한 주제를 솜씨 좋게 전달한다. 은이와 개미들이 주고받는 ‘콩 한 알’은 하나의 열매인 동시에, 심으면 콩 백 개가 나는 씨앗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개미들에게 나누어준 콩 한두 알이 수많은 개미들을 먹여 살리는 콩 백 개가 되고, 개미들이 은이에게 나누어준 콩 한두 알이 다시 수백 개 콩의 씨앗이 된다는 설정이 따뜻하다. 이것은 할머니가 만드는 손두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어우러져 풍성하고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 아시다피 보도자료란 보통 (거짓말까진 아니라고 해도) 허풍과 빈말로 점철되기 마련이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가슴에 손을 얹고 절대, 그렇지가 않다. 읽고 있으면 두부 생각이 절로 나는 이 맛있는 동화책.  

아아 『콩 하나면 되겠니?』는 너무나 귀여운 동화인 것이다. 도무지 한 문장도 덜어낼 것이 없는 배유안 작가의 간결한 문장들(한글을 깨치기 시작한 어린이라면 누구나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다).전직 장난감 개발자 남주현의 비율 따위 무시한 내키는 대로 그림(개미와 은이와 은이 옷핀 싸이즈가 똑같다거나, 장면마다 지네 얼굴이 다르게 생겼다거나 하는 식). 도대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이 책을 정녕, 내가 편집했단 말이냐. 그렇다, 나는 팔불출인 것이다.   

그래서 마련한 이벤트--

[이벤트] 팔불출인 것이다

1. 내용:  여러분의 자랑을 듣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좋아요. 고양이 얼굴, 내가 그린 그림, 똑똑한 우리 아이... 다 상관 없습니다. 네, 대놓고 팔불출인 거니까요. '마노아님네 공장장님 가창력'  '다락님의 미모' 같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도 괜찮습니다. 우린 팔불출인 거니까요.  

2. 댓글이든 먼댓글이든 자랑해주세요. 달려가 읽겠습니다.  

3-1. 세 분께 『콩 하나면 되겠니?』 작가 싸인본과, 완두콩 무한 뽁뽁이를 보내 드릴게요.

완두콩 무한 뽁뽁이란:  http://www.interpark.com/product/MallDisplay.do?_method=detail&sc.shopNo=0000100000&sc.prdNo=156818092&sc.dispNo=016001

3-2 다른 분들께 아래의 책들 중 한 권을 드릴게요. 제가 한번 읽었거나 두 권 갖고 있는 책들이에요. (슬쩍 책 방출...)

  

 

 

 

 

 

 

 

 

 

 

 

 

 

 

 

물론, 더 많은 팔불출들의 커밍아웃을 위해, 더 많은 무한 뽁뽁이와 더 많은 책 방출도 가능합니다. 여러분, 중요한 건 여러분이 팔불출이라는 사실 앞에 떳떳해지는 거예요!  

  

 

* [수정 보완] 여러분의 도전을 자극할 필살의 사진 공개  

>> 접힌 부분 펼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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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팔불출 이벤트!!!ㅋ
    from 제발 제발 2010-06-17 10:32 
    기분좋아졌쓰!!!! 이런 이런 이쁘고 아른다운 책 많이 많이 내주세요. 표지만 봐도 읽고 싶어요.   팔풀출 이벤트 참여-> 저 요즘 트위터해요! 이 나이에(70년개띠) 트위터한다고 책까지 두 권 샀어요. 밥먹는 것두 잊구 푹 빠졌어요. 오늘 현장 레미콘(콘크리트) 타설하는 날이예요. (저, 건축현장 감리로 일하는 여자예요. 멋있죠!ㅋ) 레미콘 회사에서 나온 시험 기사가 젊어요.(저보다 10년쯤) 그런데
  2. 바나나 다이어트 5일 차
    from 그대가, 그대를 2010-06-18 23:38 
    여름만 되면 '죽음의 다이어트'를 말로만 외치고 정작 다이어트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녀자!  그렇지만 금년엔 심각하게 옷이 안 맞아서 정말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  6월 3일 처음 운동을 시작했는데 스텝퍼 밟고 훌라후프 돌려주고, 윗몸 일으키기 하고 스트레칭 하는 걸로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한 편 보면서 훌라후프를 한 시간씩 돌리고 3일째, 무릎이 아파왔다. 아뿔싸, 갑자기 무리해서 운동했나? 운동의
  3. 컨셉의 제왕
    from 내가되는꿈 2010-06-19 02:09 
      * 네꼬님 팔불출 이벤트 참여글입니다. 재수없어도 참아주세요. 요리는 못한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붙여준 별명이 있으니, 그것은 컨셉의 제왕. 요리를 못하니 그냥 쉬운 아이템을 죽도록 고민해서 끝내는 거다. ㅎㅎ 지,지난 주 토요일에는 E씨가 놀러왔다. 음식을 할 줄 아는 게 없는 내가 산 것은 마트에서 파는 베니건스 립과 샐러드 3종 세트, 그리고 구운 닭가슴살을 사려다가 E씨가 날개달린 것들과 그 알들을 못먹는 관계로
  4. 예~나는 팔불출입니다!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6-19 12:30 
    네꼬님이 편집한 '콩 하나면 되겠니?' 출판 기념 팔불출 이벤트에 참여하는 페이퍼다. 표지의 개미가 물고 가는 저 콩 한 알과 같은 씨앗을 나는 셋이나 가졌다는 자랑질이니, 사설이 좀 장황해도 두 눈 질끈 감고 들어주기 바란다.^^    독서회 엄마들이나 이웃들은 '인생을 되돌아보며 내가 이뤄 놓은 게 없구나!'라는 허무감에 빠진다고 종종 말한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걸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기 때문에 느끼는 상
  5. 저는 울엄마를 자랑합니다.
    from stella09님의 서재 2010-06-20 21:37 
    저의 어머니는 지금 70이 넘으셨는데, 아직도 김치와 된장, 고추장을 당신 손으로 직접 담그십니다. 물론 이런 어르신이 아직도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어머니 손맛은 좀 각별해서 김치와 장맛을 아는 분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실 정도입니다.  이제 나이도 있으시니 이런 것에도 해방되실만도 하실 텐데 그게 또 말처럼 쉽지는 않는가 봅니다. 엄마는 늘  늬들이 시집 장가가면 내가 이런 거 안 해도 좋
  6. 일년동안 직접만든 케익들~~
    from 같은하늘 아래 2010-06-21 14:53 
    어제 잠시 알라딘에 들려 오기언니 서재에 놀러갔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글을 보았다. 네꼬님이 편집하여 출판되었다는 <콩 하나면 되겠니?>의 팔불출 이벤트에 참여하는 글이었다. <콩 하나면 되겠니?>는 <초정리 편지>의 배유안 작가님께서 첫번째로 내놓은 저학년을 위한 동화란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작은 콩 하나를 나누면서 느끼는 풍요로운 삶에 대해 재미나게 풀어주셨다. 주인공 은이가 할머니를 병들게 한 지네를 물
  7. 나는 예쁘다.
    from 마지막 키스 2010-06-22 16:18 
    (네꼬님의 '팔불출 이벤트' 참여글입니다.)  나는 예쁘다.  (아 첫줄만 쓰고도 너무 웃겨 ㅠㅠ) 1. 스물 네살때의 일이다. 당시 온라인 까페가 막 퍼지기 시작했을 무렵, 나도 한 까페에 가입이 되어 있었다. 그 중에 한 녀석과는 특히 친했는데, 이 녀석은 나와의 온라인 대화를 무척 즐겼다. 나중에 이녀석은 가끔 전화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러다가 우리는 만나는 경지에도 이르렀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만
  8. Life’s Made Up of Little Things
    from 跡者生存 2010-06-22 22:39 
    이 페이퍼의 제목은 Mary R. Hartman의 시 <Life’s Made Up of Little Things>에서 따왔다. Life’s made up of little things, no great sacrifice or duty, but smiles and many a cheerful word fill up our lives with beauty. The heartaches, as they come and
  9. 이벤트 당첨 운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from 즐겁게~재밌게~ 2010-06-23 10:02 
    다녀와서 크게 자랑할려고 꾸욱~ 참고 있었는데... 자뻑의 파도를 타고야 말았슴다^^; 이벤트 당첨되었어요,,,제가 원래 쫌 잘나서ㅋㅋ; 이런거 자주되지는 않지만 될때는 크게 됩니다~ 작가님과 눈맞춤을 제대로 하면서 직접 공방을 둘러볼예정~ 친필싸인을 받아서 인증샷 꼭 올릴꺼예요~ 실수로 당첨됐다는 멜은 지웠는데 설마 추가안내가 있겠지요? 근데 이거 당첨자 혼자만 가야되나요? 같이 여러명 동반하면 혼나나요ㅋㅋ?    
  10. 콩으로 충분해요!
    from 그대가, 그대를 2010-06-25 23:33 
    집에 오니 떡 하니 나를 반기는 예쁜 선물이 있네요.   아하핫, 네꼬님 이벤트 선물인 콩 하나면 되겠니? 와 완두콩 무한 뽁뽁이!  네꼬님의 애정과 재치가 가득 담긴 카드도 있었는데 사진에 같이 안 나왔네요.(사진도 윗부분 막 잘려 있고..;;;;;)  진정 네꼬님은 천사의 날개를 가진 고양이가 분명해요.   장마를 앞두고 잔뜩 무거워진 공기를 한껏 가볍게 만들어 주었어요. 
  11. 네꼬님과 nabee님의 이벤트 선물 인증~~
    from 같은하늘 아래 2010-06-30 22:39 
    지난 한주 서재지기님들께서 열어주신 이벤트에 참여하느라 바빴네요.^^ 제가 운이 좋았는지 네꼬님의 팔불출 이벤트와 nabee님의 67890 캡쳐이벤트에 당첨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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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0-06-22 05:48   좋아요 0 | URL
제가 근무하는 학교 근처의 중학교에서 강연회를 작년에 했는데... 그 학교 학부모인 울 언니는 다녀 왔다는! 저는 소식만 들었어요. 배유안님은 창비에서만 책을 내시나 봐요.

네꼬 2010-06-23 09:37   좋아요 0 | URL
하핫 네 잎싹님. 이 만두 같은 얼굴을 좋아라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벙글벙글) 좋은 자랑 기다릴게요. (응?)

희망찬샘님, 배유안 선생님 다른 데서도 책 많이 내셨어요 ^^;; 헤헷 근데 창비 책 많이 읽으셨구나, 샘! (좋아서) 호홋

네꼬 2010-06-2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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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페이퍼에 사진을 추가했습니다. 접힌 부분 꼭, 열어보시고 우리 모두 후회없는 자랑질을....

************************************************

순오기 2010-06-21 10:17   좋아요 0 | URL
와아~~~~대놓고 팔불출님께 주는 사인본이군요.
남주현님의 개미도 너무 귀여워요. 흐흐흐~~~~
아직 참여하지 못한 분들 빨리빨리 참여하세요~~~~~
팔불출님께 주는 사인본이라니, 이번 기회 놓치면 또 만나기 어려울거 같아요.ㅋㅋ

2010-06-21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6-2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은 네꼬님이 편집하신 책이 출판된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하실까요?^^
안그래도 어제 순오기님 페이퍼를 타고 여기와서 보고 <콩 하나면 되겠니?> 우리 아이가 너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에 탐났어요. 그런데 자극적인 사인을 올려주시니~~~ㅎㅎㅎ 뭔가 자랑거리를 찾아 오후에 올려볼께요.^^ 마감이 언제까지인지 없는데 오후까지는 받아주시겠지요? ^^

네꼬 2010-06-23 09:40   좋아요 0 | URL
숨어있던 자랑쟁이 같은하늘님. ㅎㅎ 덕분에 케익 구경 실컷 했습니다. 호호호, 같은하늘님 같은 분을 섭외(?)하게 되어 기뻐요.

잘잘라 2010-06-21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윗 자랑질^^~ http://twitter.com/JisLoving

[글을 아는 고양이 '네꼬(http://blog.aladdin.co.kr/chat)'를 알면 읽어볼 수 밖에 없는 책 주문(1) <콩 하나면 되겠니?> - 배유안 http://goo.gl/XdjA #aladinbook]

[글을 아는 고양이 '네꼬(http://blog.aladdin.co.kr/chat)'를 알면 읽어볼 수 밖에 없는 책 주문(2) <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http://goo.gl/rGos #aladinbook]

[글을 아는 고양이 '네꼬(http://blog.aladdin.co.kr/chat)'를 알면 읽어볼 수 밖에 없는 책 주문(3)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http://goo.gl/iSbC #aladinbook]

잘잘라 2010-06-2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중력과 은총인가요? 그 책은.. 보관함에 잠깐 넣어뒀다가 주문하려구요.
요즘 날이 더워서 뭐든 빨리 상해버리는데,한꺼번에 주문했다가 썩히면... 아깝쟎아요.
보관함은 냉장고! 하긴.. 냉장고도 너무 믿으면 안되지만요. ^^;;

네꼬 2010-06-23 09:47   좋아요 0 | URL
아이쿠, 바닷가식당님 이런 어지러운 자랑이라뇨. 트위터 안 하는 네꼬로서는 그저 눈이...@_@ 애인한테 봐달라고 해야 되나? ㅎㅎ (이러면서 나도 팔불출 또 한 건.)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이벤트 정말 재미나네요 ^^

네꼬 2010-06-23 09:48   좋아요 0 | URL
자자 웃지만 말고 얼른 뭐 하나 해요, 휘모리님도. 음, 아나운서 필의 외모에 카리스마 목소리? 자자 부끄러워 말고 어서.

nada 2010-06-2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댓글이 벌써 이렇게 많다니..
묻혀버릴 댓글이지만, 네꼬님 글이 넘 귀여워서 한 마디 보태고 가요.
배유안님 글씨는 정말 작가다운 느낌이 팍팍 나네요.
네꼬님이 편집한 책, 사랑 듬뿍듬뿍 받으면 좋겠어요.
팔불출은 글씨도 어쩜 저렇게 팔불출처럼 생겼을까요? ㄹㄹㄹ~~ 칠칠치 못한 애정이 줄줄 흐르는 느낌.^-^

네꼬 2010-06-23 09:51   좋아요 0 | URL
묻히긴 왜 묻혀요, 오매불망 기다리는 꼬장배추님 댓글인데!
배유안 선생님, 남주현 선생님 두 분 다 너무 좋으세요. 출간 모임에서 다들 너무 웃어서 입이 빡빡해질 지경이었어요. 제가 이 이벤트한댔더니 (분명 기가 막히셨겠지만) 흔쾌히 사인을 슥슥~ 어, 나도 '팔불출' 단어가 참 팔불출답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우리는 통하는 거야? 그런 거예요?

마녀고양이 2010-06-2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이게 이벤트였군요.
엄청난 댓글과 참여율~ 우아하..... 거기다 책 편집이라니, 너무 멋지십니다.
<네꼬>란 너의 것이란 뜻일까요? (맘대로 해석하는 마녀고양이... ^^)
그 너가 누굴지, 네꼬님을 가진 분이 누군지.. 그분이야 말로 진정 대단하신 분일듯 합니다. 밖으로 마구 자랑하고 다니셔도 팔불출 소리 안 들으실 듯~ 히힛.

네꼬 2010-06-23 09:5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녀고양이님.
네꼬는 일본어로 고양이예요. '니꺼'라는 간지러운 뜻으로 쓴 건 아니지만(생각만 해도 얼굴이 홧홧하네) 뭐, 네꼬씨를 가진 그 분도 참 대단한 듯.(응? 아니 이건 무슨 이중삼중 팔불출이냐.) 저도 히힛, 반갑습니다.

pjy 2010-06-2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짱입니다요~~심하게 자뻑공주인데 자랑할게 넘 많은데 @@;

네꼬 2010-06-23 09:55   좋아요 0 | URL
'자랑할 게 넘 많은데'로 팔불출 자격 조건 충분한데요. 하하하.

2010-07-07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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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개> 폴더를 열어본다. 인터넷에 떠도는 흔한 사진들 말고, 여기저기서 내가 찍은 것, 친구한테 받은 것, 친구의 친구한테 받은 것 등. 명색이 네꼬인데 나는 왜 이렇게 개를 좋아하는가! 어젯밤에 늦게까지 일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새 양말도 새 음반도 새 커피도 예쁜 옷도 없어서 시무룩해있다가 지각까지 해버렸다. 그참에 <개> 폴더를 열어본다.

 



▲ 하이디 씨가 찍어 보내준 독일의 동네 개. 독일 월드컵 때 주인 따라 응원 나왔다고.

 



▲ 이건 판화가 이철수 선생님네 개. (이름은 잊어버렸네.) 냄새가 되게 많이 났다.   

 



▲ 이건 언젠가 내 서재에도 등장한 적 있는 전주 개. 입 열면 사투리 나올 것 같은..     

 



▲ 제주 올레를 하는 중에 갈치조림집에서 만난 개. 보기엔 귀여운데 짖는 소리가 얼마나 사나운지 식당 손님 쫓아낼 기세였다.   

 



▲ 친구가 친구네 집에서 찍은 개. 이름은 봄동(이라 쓰고 봄똥이라 읽는다). 저 귀와 입을 어쩌란 말이냐.  

 



▲ 햇볕 좋은 창가에서 개 껌을 뜯고 계신 똘이공. (우리 엄마집 개. 아래층 리트리버 꼬리만한 주제에 보기만 하면 싸우려고 덤벼들어서 민망해요.)   

 *

▼ 그리고 며칠 전 회사 야유회(네, 회사를 통틀어 한 사람도 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야 되는, 그런데 막상 가고 보면 웃기는 추억이 대량생산되는 그런 야유회요)에서 만난 개.요즘 내 메신저 사진이다.  


 

모 식당의 인상적으로 맛없는 음식을 용서하게 한 개, 사랑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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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2010-05-2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태그와 첫 댓글의 영광을 ≥ㅁ≤
아아 정말 '사랑'스러운 포스트예요!

네꼬 2010-05-26 14:40   좋아요 0 | URL
저도 새록님의 댓글 영광이어요. >.<
자주 오세요, 새록님. ㅎㅎ

다락방 2010-05-2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똥이 귀여워요 ㅎㅎ
봄똥이 보고 웃었어요. :)


아차차, 나는 고양이는 안좋아하지만 개라면 좋아요!

네꼬 2010-05-26 14:41   좋아요 0 | URL
고양이는 안 좋아해도 나는 좋아하잖아요,응? 맞죠?
어제 퇴근길에 우리가 '토끼굴'이라 부르는 터널로 들어가려고 우회전하는 순간
다락님 생각했어요. 뭐 하시나, 이 여자는.. 하고.

L.SHIN 2010-05-2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네꼬 2010-05-26 14:41   좋아요 0 | URL
하하. 엘신님이 좋아할 줄 알았지. (으쓱.)

마늘빵 2010-05-2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개 한마리 키우고픈데 개는 집에 혼자 냅두면 안돼서. ㅠ

네꼬 2010-05-26 14:4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우리 엄마네는 집에 개를 두 마리 키우시는데, 둘이 있어도 엄마 아빠 외출했다 돌아오면 우울의 비를 맞고 서 있더라고요.

무해한모리군 2010-05-2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봄동 엄청 좋아하는데 ㅎㅎㅎ

네꼬 2010-05-26 14:42   좋아요 0 | URL
맛있죠! ㅎㅎ (봄동아, 너 말고.0

쟈니 2010-05-26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강아지들과 비슷한 모습이네요~~ 귀여운 애들 보니 괜시리 기분 좋아집니다.

네꼬 2010-05-26 14:43   좋아요 0 | URL
아아 저도 아침에 기분 전환이 절실해서 바쁜 중에 짬짬이 사진을 찾았어요. 보는 동안도 포스팅하는 동안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쟈니님과 나눠 가질까봐요, 이 기분. ㅎㅎ

치니 2010-05-2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흑, 여기 왜 우리 두리 사진은 없어용 ~ 히. 팔불출 엄마.

네꼬 2010-05-26 14:43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고 보니 저 두리 사진이 없나봐요. 이상해, 엇따 저장해놨을 텐데... 하고 생각해보니 아하, 그게 아니고 서재에서 별찜을 해둔 거더라고요.

쉽싸리 2010-05-2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들 귀엽습니다. 밑에서 두 번째 있는 애, 저런 애들이 성깔이 대단하죠,,,,
벌써 이빨 내놓고 있는거보세요.
저도 개 두 마리 키우는데(1년 지나서 아마 다 컸을 거예요), 사고뭉치들이죠,,

네꼬 2010-05-26 14:44   좋아요 0 | URL
밑에서 두 번째 있는 애, 저희 똘이 말씀하시는 거죠? 그러게 자기가 얼마 만한 지 모르고 큰 개를 보면 저도 큰 줄 알고 겁 없이 달려들어 걱정이에요. 쉽싸리님, 반갑습니다.

... 2010-05-2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강아지에 비하면 다 미모가 떨어지네요, 하핫.

네꼬 2010-05-26 14:44   좋아요 0 | URL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들 이러신다니까. 하여간 다들 고슴도치셔. 하하.

마노아 2010-05-2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솜사탕같은 웃음이 막 번지는 페이퍼예요. 개 폴더를 갖고 있는 사랑스런 네꼬씨라니, 아유 내가 다 영광이에요.^^

다락방 2010-05-26 14:1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개 폴더를 갖고 있는 네꼬님이라니.
나는 [사내] 폴더 하나 만들까요? ( '')

네꼬 2010-05-26 14:4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사랑이 사진은 올리면서도 마노아님이 본다면 무지 좋아하겠는데, 했어요. (더불어 이매지님 어디 계시나..? ㅎㅎ)

다락님. 개 폴더 열어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사내 폴더도 그렇겠지.... ( '') 하나 만들길 절대권장.

노이에자이트 2010-05-26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5일장에 나오던 토속적인 강아지들이 정말 귀엽지요.

네꼬 2010-06-03 10:13   좋아요 0 | URL
아우, 똥강아지들이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0-05-26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강아지...
표정이 넘 좋으네요.
다락님 때문에 미치겠어~~~
'사내'폴더라니~~~~ㅋㅋ

네꼬 2010-06-03 10:15   좋아요 0 | URL
ㅎㅎ 우리를 미치게하는 다락님이십니다. (응?)

무스탕 2010-05-26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투리로 짖을것 같은 개 생각나요 ^^
난 핸펀사진을 다시 봐요. 거긴 정성이도 있고 토깽이도 있고 구름도 있고 지나가는 차도 있거든요 :)

네꼬 2010-06-03 10:15   좋아요 0 | URL
오오 역시 무스탕님은 기억해주시는군요.
네, 사진은 참 그래서 좋아요.

프레이야 2010-05-2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귀엽고 가련한 것들..
네번째 강아지가 특히 정이 가네요.
오래전 키우던 개를 팔고 개밥그릇을 박박 씻으며 눈물을 훔치고 계시던
엄마가 생각나요. 훌륭한 가문의 개는 아니었지만 얼마나 정이 들었던지..
밥주고 목욕시키고 돌보면서 그렇게 정이 드는 것이겠죠.^^

네꼬 2010-06-03 10:16   좋아요 0 | URL
'귀엽고 가련'하다니.. 어째 찡하네요, 프레이야님.
저는 성정이 차분하지 못해서 개를 돌보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이를테면 사진 속 사랑이 같은 개는 한번 보고 와서도 자꾸 생각이 나요.
개란 대체 얼마나 좋은지요.

스파피필름 2010-05-2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왈왈~ 짖고 싶어지기도 하구요. ^^

네꼬 2010-06-03 10:17   좋아요 0 | URL
하하하. 스파피필름님, 개 사진을 보면서 왈왈 짖는 모습을 상상해버렸어요. 왈왈왈왈.
 

탁탁탁탁 소리를 내며 소년이 뛰듯이 걷기 시작한다. 소년의 등 뒤로 챙, 하고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난다. 탁탁탁탁 아홉살 소년의 걸음이 삼십이 되기 전에 골목이 끝나면 왼편으로 꺾어 큰길에 나선다. 책가방 안에서 필통 속 연필이 달그락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이따금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다시 왼편 큰길로 접어들어 곧장 걸으면 학교 가는 길이다. 소년의 걸음으로 아주 가까운 길은 아니지만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면 어느덧 학교다. 얼마 전 운동장에 새로 깐 모래는 강에서 가져온 것이라는데 참 곱다. 본관 앞에는 조그마한 닭장이 있다. 하도 작아서 아이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닭장 안에는 소년이 돌보는 닭이 있다. 소년은 닭이 달걀을 낳을 때마다 조심스럽게 그것을 꺼내 담임선생에게 가져다준다. 마르고 눈이 순한 소년에게 담임선생이 맡긴 일이다. 학교가 파하면 타박타박 같은 길을 걸어 얌전히 집으로 돌아온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한자리에 십분만 앉아 있어도 오가는 이의 사연이 다 파악되는 작은 읍이지만 소년에게는 친구집을 찾아가는 길이 이 골목인지 저 골목인지 헷갈릴 만큼 복잡한 세계다. 놀러오라고 한 친구네 집을 찾다 포기하고 와서도 친구에게는 짐짓, 그냥 안 간 것처럼 둘러대며 시치미를 뗀다. 소년은 그런 골목을 누비고 놀다가 아버지가 일하는 대서소 앞을 지나며 친구들 앞에서 우쭐해진다. 아빠, 나 백원만. 아버지는 동네 뒷산을 곧잘 따라 오르는 작은 아들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흔쾌히 동전을 건넨다. 소년은 기분이 좋아져 뛰어논다. 동네 뒷산 가는 길에는 어느날 갑자기 세워진 국가유공자의 비석이 있다. 80년대 중반의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모던한 비석 장식에 소년은 마음을 빼앗긴다. 비석 둘레 낮은 울타리 위를 아슬아슬 외나무다리 걷기를 하다가 그만 균형을 잃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소년의 형이 놀라 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 소년들로서는 도무지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향교 앞 계단을 뛰듯이 내려간다. 놀란 소년의 어머니는 제일 가까운 도시로 나가 아이를 치료하려다가 흉터 없이 꿰매주겠다는 동네 의원의 말을 믿기로 한다. 그러나 서른 중반이 되도록 그날의 기억은 소년의 정수리에 조그맣게 남아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소년은 그 작은 읍을 떠나 제일 가까운 도시로 나왔다. 전에도 한번 나오려면 언제나 차 안에서 멀미를 해야 했던 곳으로. 그 도시에서 소년은 정없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무던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대학은 적당히 흥미롭고 적당히 지루했다. 여전히 지방 도시에 있는 집으로 내려갈 때면 언제나 알 수 없는 외로움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군복무 중에 '무언가 손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술을 드신 날이면 집에 가전제품을 하나씩 들여놓으시던 아버지는 오랜 병고 끝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는 복잡하고 힘든 관계 때문에 마음을 다쳤지만, 어린시절 학교 다니던 길을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은 어른으로 잘 자랐다. 인적 없는 골목길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고양이가 마음 쓰여 걸음을 떼지 못하는 사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다람쥐 사진을 검색하기도 하는 사람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학교를 찾아가 이제는 사라진 닭장 자리를 짚으며 아쉬워하고, 동네 꼬마를 따라 바로 그 운동장까지 산책 나온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즐거워하는 사람으로. 소년은 자랐다. 자라서, 네꼬씨의 애인이 되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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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0-05-16 18:02   좋아요 0 | URL
프랑스 시골에 계시지만 공주님인 공주님. 그 공부 얘기를 들어야 되는데 제가 이러고 있어요. 게으름 피워서 미안해요. 언제 오세요? -_- (일찍도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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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년 전, 회사를 옮긴 첫 해 건강검진 때 난생 처음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괴로운 검사라며 촬영으로 하는 검사를 권하는 선배들도 있었지만, 내시경 검사라는 것도 궁금하고 내 위도 궁금해서 자진한 터였다. 그래도 목으로 해서 넣는 건데 뭐 굵어봤자.... 라고 생각했다가 막상 눈앞에 등장한 관을 보고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내 기억 속의 그 때 내시경관은 최소한 츄파춥스 알만 했다. '이건 목에 넣을 수 있는 게 아니잖'까지 생각했을 때부터 참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어떤 짐승이 되어.... (이하 생략)   

그뒤 매년 건강검진 때마다 '나중에 수면내시경으로 하겠다'고 말만 하고 미루어온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맨정신에. 검사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이 나 말고도 네 명이나 있어 위로가 되었다. 저 많은 사람들이 받는 일반적인 검사니까 뭐. 그런데 알고 보니 나를 제외하고 네 사람이 모두 수면내시경을 받는 거였다. 이미 주사도 맞았고 목에 마취 스프레이도 뿌렸고 내 이름은 불렸고 손쓸 사이 없이 나는 침대에 눕혀졌다. 아아, 지금부터 10분은 이 세상에 없는 시간이야. 그럭저럭 5분 안에 검사가 끝났고 이상하게도 4년 전보다는 훨씬 견딜 만했다. (그렇다고 짐승이 안 된 건 아니에요.)

그가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울고, 웃다가 울라면 웃다가 울었다. 매일 저녁 지붕뚫고 하이킥이 끝나고 나면 동거녀와 나는 '우리는 김병욱 감독의 노예인가!' 하는 탄식을 합창했다. 그랬던 드라마가 끝나는 것만도 서러운데 이런 엔딩이라니.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예술이 깊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해도 내가 받은 상처는 어찌할 것인가. 개연성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내가 울고 웃으며 따뜻해하던 시간들이 결국은 다 비극의 준비 기간이었다니. 이제 다시는 하이킥 재방송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미학적 성취도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지난 사랑과 추억을 부정당하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희망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는데, 그건 감독님이 아니어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우릴 웃기지나 말지. 그렇게 잘 만들어서 나를 그 세계에 살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사실은 전체적으로 굉장한 비극이었어라고 말씀하시면 어쩌라고. 처음부터 감독님이 창조한 세계였으니 그것을 허물거나 그 성격을 규정하는 것도 감독님의 몫인  건 맞다. 다만 나는 슬픔을 머금고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지워버리려고 한다. 울고 웃고 소리지르고 화내고 안쓰러워했던 시간들, 이제 내겐 이 세상에 없는 시간.  

나는 차라리 순발력이 있으면 있었지 지구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순발력을 요하는 일을 오래 하다보니 지구력이 딸려서 더는 못하겠다. (응?) 마침 동료와 업무 내용을 맞바꿀 때가 되었다. 쑥스럽게도 전해줄 건 별로 없고 ("그냥 뭐 되는 대로 그때그때 판단해서 잘 하면 돼"로 요약), 일하면서 새로 배워갈 건 너무 많아 걱정이 앞선다. 거의 새로 입사한 기분이랄까. 그래서 기왕 그런 거, 정말 새로 출근하는 마음을 가져보려고 휴가를 냈다. (...-_- 쫌 이상?) 그래 봐야 월화수 3일이지만 나는 시간을 흥청망청 쓰기로 마음먹었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을 갖추는 데 그만한 여유는 나에게 주어야 하지 않나. 그 3일은 내겐 이 세상에 없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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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3-2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야모야, 3일간 흥청망청이라니, 이런 염장질하는 고양이라니욧!
(지붕킥, 대체로 공감, 하지만 전 그래도 김병욱 감독이 좋아요. 아 이넘의 편애)

네꼬 2010-03-29 00:56   좋아요 0 | URL
흥청망청 전에 우선 좀 놀고 왔어요.(쓰고 보니 어딘가 어색하고 좋으네요.) 하하, 염장질은 최근 페이퍼가 최고.. -_- 저도 김병욱 감독님을 미워하진 않아요....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제일 속상해요. 으앙.

다락방 2010-03-2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왜 페이퍼를 자주 안쓰는겁니까!

네꼬 2010-03-29 00:56   좋아요 0 | URL
이제 자주 쓰겠다는 거 아닙니까!!

다락방 2010-03-2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일간 흥청망청은 아 완전 부럽 ㅠㅠ

네꼬 2010-03-29 00:57   좋아요 0 | URL
다락님, 근데 나 진짜 아무 계획 없어요. 굳이 계획이라면 파마를 하겠다, 미니스커트를 사겠다 정도? 예쁜 옷 사 입고 있을 테니 꽃 피면 만납시다!

무스탕 2010-03-25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병욱 감독님. 감독님은 빵꾸똥꾸야!!! 라고 소리질러주세요. ㅎㅎ
저도 아직 위내시경을 한 번도 안해봤어요. 작년에 장내시경은 해 봤지만요. 저도 겁나서 수면내시경으로 했더니 까무라친동안 뭔 일이 있었고 내 대장속이 이렇다고 보여주고 증거사진도 주더군요 -_-;;
흥청망청 3일을 뭐 하며 어떻게 흐트러 지실건지 심히 궁금하외다.

네꼬 2010-03-29 00:58   좋아요 0 | URL
어우, "빵꾸똥꾸야" 소리 질리서 속이 풀린다면 백 번은 질렀겠어요. ㅠㅠ

이번에 위내시경을 하면서 생각했는데요, 음, 만에 하나 장내시경을 할 일이 생긴다면 그거야말로 수면내시경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흥청망청 3일은 보고서 따로 올리겠습니다요.

2010-03-25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9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3-2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시적인 페이퍼라니! 이 세상에 없는 시간을 우리에게 나눠주세요!!

네꼬 2010-03-29 01:00   좋아요 0 | URL
아아, 이런 것을 시적이라고 하신다니... 긴 겨울밤 한 부분을 크게 베어내 님 오신 날 펼치겠다는 황진이가 떠올라요. (뭔소리) 자자, 제가 쓴 시간은 차후에 보고서 올리겠습니다요2.

nada 2010-03-2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붕킥 빠였다면 아마 지금쯤 머리 풀고 꽃 한 송이 물고 멍때리고 있을 듯해요.
성격상, 7개월 간 정을 준 대상이 신기루처럼 허물어졌을 때 멀쩡할 수 있는 인간은 아닐 거 같거든요.
그걸 생각하면 이 대규모 공황 사태에 나는 방관자일 뿐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이게 몹시 서러운 거예요.
그동안 같이 울고 같이 웃고 같이 흥분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상실감이든 공황이든 같이 할 수 없다는 게 사람 쓸쓸하게 만들잖아요!
망자와 아무 추억도 없는 의례적인 조문객이 된 기분이랄까.
제가 위로한들 네꼬씨 휑한 마음이 채워지겠냐고요. 에휴.


3일 휴가라니! 3일 휴가라니!
오오 너무 황홀하고 달콤하게 들려요.
부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네꼬 2010-03-29 01:02   좋아요 0 | URL
그렇다니까요. 이게 무슨 실연당한 여자도 아니고.. 이해가 갔다가 서운했다가 미웠다가 안쓰러웠다가.. 그러고 있어요. 이제부터 간 작은 사람들은 시트콤조차 마음 놓고 볼 수 없는 건가요? 응? 꼬장배추님, 무슨 세상이 이렇다요? ㅠㅠ 이럴 땐 꼬장배추님이라도 방관하고 계셔주는 게 마음이 놓여요. 내가 그 긴 세월들을 잊고 모른척 일상에 복귀할 수 있게. ㅠㅠ (나 정말 지붕킥 사랑했다고요. ㅠㅠ)

부러워도 할 수 없어요. 부러우면 직장생활 하시든가, 그래야 휴가가 있지. 흥. (전혀 성립 안 되는 콧방귀구나.)

2010-03-28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9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9 0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0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4-1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차라리 순발력이 있으면 있었지 지구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순발력을 요하는 일을 오래 하다보니 지구력이 딸려서 더는 못하겠다.
이말에 심하게 감정이입하고 있습니다ㅋㅋ
새 직원에게 염장지르는 추가멘트~
"그냥 뭐 되는 대로 그때그때 판단해서 잘~~ 하면 되, 다만 잘 안되었을 때는 니가 욕먹을 각오로..."

네꼬 2010-04-14 12:00   좋아요 0 | URL
아시는군요, 이 마음을!!!!! 반갑습니다. (악수 흔들흔들~) 네네, 그러고 있습니다. (그런데 욕은 제가... ㅠㅠ)
 

방금  

"그리고 알라딘에 글 좀 많이 써요. 진짜." 로 끝나는 편지를 받았다. 손으로 쓴 편지만으로도 황송할 판인데 잘 있어요, 또 연락해요, 한번 만나요,도 아니고, "그리고 알라딘에 글 좀 많이 써요. 진짜."로 마무리라니. 고마워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진짜.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다니. 그냥 안부를 묻는 말이라고 해도 나는 너무 고맙다.  

걱정되고 바보 같고 아팠는데, 고마웠다. 혹시 그분이 오늘 오후에라도 보실까 싶어 감사를 전하려고 한 달도 넘게 만에 내 서재에 발자국을 남겨둔다. 모쪼록 그분의 나에 대한 오해가 영원히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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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3-0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내가 다 고맙네요!!

네꼬 2010-03-05 18:05   좋아요 0 | URL
나는 다락방님이 고마운데. (이 많은 분들의 마음을 다락님은 대체 어떻게 아는 거예요? ^^)

또치 2010-03-05 18:47   좋아요 0 | URL
그 편지 보낸 분, 난 다락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네꼬 2010-03-08 21:38   좋아요 0 | URL
하하. (이번엔) 아니에요. ^^

웽스북스 2010-03-05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내가 다 고맙네요!! 2222222
보고파요 네꼬님.
내 마음은 다락방님이 알아요. ㅎㅎㅎㅎ

네꼬 2010-03-05 18:06   좋아요 0 | URL
응? 나도 웬디양님 마음 안다구요, 뭐. 이사 준비 잘 돼가요? 집들이 할 거예요? 나도 부를 거예요? (집들이 안 하고 나 안 불러도 갈 작정.)

웽스북스 2010-03-05 19:05   좋아요 0 | URL
네꼬님. 당연한거 아니에요? ㅎㅎㅎㅎ
(뭐가 당연한걸까요?)

네꼬 2010-03-08 21:39   좋아요 0 | URL
당연한 거= 음, 내가 무작정 찾아가는 거? (이게 제일 그럴 듯)

Mephistopheles 2010-03-0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바쁘세요??

네꼬 2010-03-05 18:06   좋아요 0 | URL
네네, 메피님 아니죠. ㅎㅎ 몸도 마음도 좀 바빴어요. (근데 뭐 그래봐야 다 핑계. 아시다시피 게을러서죠 뭐.)

무스탕 2010-03-0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내가 다 고맙네요!! 333
어째 요로코롬 하고픈말 잘도 적어주셨는지!!
내 마음도 다락방님이 알아요. ㅎㅎㅎㅎ

네꼬 2010-03-05 18:0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혹시 그분이 이분...? (^^) 음, 그 마음 일단 저도 알아요. (아는데 이러냐? 퍽!)

레와 2010-03-0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내가 다 고맙네요!!4444

어디갔다온거예요,네꼬님!! ^^


네꼬 2010-03-05 18:0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가출했다 돌아온 기분, 그런 머쓱함이군요;; 참내.

무해한모리군 2010-03-0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좀 많이 써요 진짜.
네꼬님의 발자국을 보며 눈물 글썽!

네꼬 2010-03-05 18:08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이러시니까 내가 글썽! (반가워요, 휘모리님. ㅠㅠ )

2010-03-05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0-03-05 18:08   좋아요 0 | URL
사겠소! 많이 사겠소!!

치니 2010-03-0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내가 다 고맙네요!! 55555
(이거 몇번까지 갈 지 흥미진진)

네꼬 2010-03-05 18:08   좋아요 0 | URL
흥미진진... 부끄러움 만땅. (말뽄새하곤.) 치니님, 잘 지내셨죠?

웽스북스 2010-03-05 19:04   좋아요 0 | URL
베팅할까요?
이사를 앞둔 전 24에 겁니다. 통도크지.
아니야 아니야 네꼬님인데, 이정도는 갈거야.

그럼 나도 고맙네요 24242424 해야되는건가 ㅋㅋㅋㅋㅋ

네꼬 2010-03-08 21:40   좋아요 0 | URL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이제부터 제가 제 입으로 "다 고맙네요" 24까지.. ㅠㅠ

2010-03-05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5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3-05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내가 다 고맙네요!! 666666
다락방님이 내 마음 알아요.^^ 진짜!

네꼬 2010-03-05 18:0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마음에 여기 한 분 추가요~ (^^) 순오기님,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흙.

다락방 2010-03-05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이분들이.
웬디양님, 무스탕님, 순오기님. 제가 대체 여러분 마음을 어찌안다고 저한테 살짝 얹어가시려는겁니까, 네?! ㅎㅎㅎㅎㅎ

네꼬 2010-03-05 18:10   좋아요 0 | URL
거대 싸이즈 마음의 소유자 다락님. ㅎㅎ 힘도 쎄고 마음도 넓은 다락님, 제 마음도 그럼 슬쩍... ♡

웽스북스 2010-03-05 19:04   좋아요 0 | URL
난 진짜 다락방님이 아는데....
제가 네꼬님 보고싶다는 말도 했었잖아요!!!

순오기 2010-03-06 22:33   좋아요 0 | URL
나도 며칠 전에 알라딘 3인방 얘기했잖아요.^^
그 말이 내 사랑이라는 걸 충분히 아시겠죠.ㅋㅋ

네꼬 2010-03-08 21:41   좋아요 0 | URL
으쓱. (아닌가?)

paviana 2010-03-05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내가 다 고맙네요!! 777777
다락방님 제맘도 알아주세요.ㅎㅎ

네꼬 2010-03-08 21:41   좋아요 0 | URL
파비아나님, 근데 파비님 서재에 무슨 큰 이미지 있어요? 들어가려고 해도 자꾸 안 되던데! (파비님은 제 맘을 알아주세요. ㅎㅎ)

다락방 2010-03-08 23:35   좋아요 0 | URL
paviana님도 저한테 얹어가시려고 하셨네 ㅎㅎ

프레이야 2010-03-0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그분이 누군지 감이 잡힌다면? ㅎㅎ 어투가요..
네꼬님의 사랑스런 글을 기다리는 사람 여기 또 있어요.
와락~

네꼬 2010-03-08 21:42   좋아요 0 | URL
으...응? 혹시 프레이야님도 그 분을 다락님으로...? (그러고 보니 다락님의 다정과 윽박이 맞물린 저 말투.)

마노아 2010-03-05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일주일의 피곤함이 눈꺼풀에 다 몰려와 있는데, 그 곤함을 싹 가시게 하는 출현이에요! 고마운 그 사람과 고마운 네꼬님을 같이 안아주고 싶어요!!

네꼬 2010-03-08 21:42   좋아요 0 | URL
아이쿠, 마노아님 왜 그렇게 피곤하셨어요? 잠시나마 제가 놀래켰다면 다행이어요. 일단 저부터 안아주... (퍽!)

L.SHIN 2010-03-0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ood morning~ 네팡.
Good afternoon~ 네팡.
Good evening~ 네팡.
Good night~ 네팡.

...


네꼬 2010-03-08 21:43   좋아요 0 | URL
하하, 엘신님다운 인사. 네네, 저는 모닝 애프터눈 이브닝 나잇 내내 굿입니다. 잘 지내셨죠?

마늘빵 2010-03-0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와요. 냐옹씨. 와락!

네꼬 2010-03-08 21:43   좋아요 0 | URL
어멋! ㅎㅎ 아프님, 안녕?

라로 2010-03-06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이 누군지 알것같으나 내가 다 고맙네요!! 88888888888
다락방님 제 맘도 알아주세요.ㅎㅎ22222222

다락방 2010-03-07 17:52   좋아요 0 | URL
아니, nabee님까지!! ㅎㅎ

네꼬 2010-03-08 21:44   좋아요 0 | URL
다락님은 좋겠다. 아니 근데 그러고 보니 이 많은 분들이 왜 내 서재에 와서 다락님께 애정을 고백하시나!

2010-03-13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9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