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네임 X』에서 파랑은 우연히 발견한 엄마의 비밀 노트를 펼쳤다가 그 속으로, 1991년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곳에서 파랑 나이의 엄마는 첩보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빠의 얼굴도 모르는 -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소년,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 것처럼 취미가 있는 소년, 처음 하는 첩보 활동이 체질에 맞는 소년. 파랑은 어쩌면 익숙한 주인공이다. 그런 면에서 파랑이라는 인물보다, 그와 엄마, 즉 바이올렛의 관계가 두드러진다. 어린이책에서 흔히 등장하는 ‘지금은 소시민이지만 한때는 영웅이었던 아빠’가 아니라 엄마를 내세운 점이 흥미롭다.
파랑이가 모를 뿐 현실에서도 엄마는 큰 상자를 번쩍 들고, 맨손으로 트럭을 세우는 등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모험 중에 만나는 바이올렛은 그보다도 훨씬 발랄하고 힘이 넘치며 신입 요원 파랑을 이근다. 『코드네임 K』에서도 바이올렛과 미지의 인물 '코드네임 K'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모험 속에서 바이올렛과 파랑의 관계는 파랑만 알고 있다. 그래서 '코드네임' 시리즈는 파랑이가 엄마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파랑이 잠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을 때, 2017년의 엄마는 1991년의 일을 알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엄마는-바이올렛은, 걱정하면서도 파랑이 다시 모험 속으로 들어가게 돕는다. 엄마라기보다는 동료, 또는 선배, 스승의 모습이다. '코드네임'이라는 근사한 별칭은 바이올렛에게도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