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을 꼭 믿어주었으면 좋겠다. 내 말은, 희망이란 결코 달콤하지 않다는 것이다. 희망을 가진다고 삶이 풍선처럼 가벼워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희망은 때로 나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희망은 결코 향기롭지 않다. 희망은 또 나 자신보다 질기다. 어떨 땐 지긋지긋하다. 희망은 때로 내 목을 잠기게 하고 내 눈을 뜨겁게 하지만 어떤 슬픔보다도 깊다. 희망은 내 발을 무겁게 하고 그래서 신중하게 하며 수없이 나를 채찍질하고 고달프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걷게 한다. 반드시 그렇다. 기어이 나를 걷게 한다. 그것이 희망이 일하는 방식이다. 이건 내가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 알아낸 경험의 소산이니 내 말을 믿어도 좋다.   

 


 

오펄 드림 (OPAL DREAM) / 피터 카타네오 감독 2005 

황량한 광산 마을에서 살기에는 너무 여린 켈리엔. 이 깡마른 소녀에게는 한시도 떨어져 지낼 수 없는 두 친구 포비와 딩언이 있다. 안타깝게도 다른 사람들은 이 두 친구를 보지 못한다. 그러니 포비와 딩언이 깜깜한 광산 굴 속 어딘가에서 실종되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못한다. 사실은 모두가 켈리엔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이 예민한 어린 딸을 도우려는 엄마 아빠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한밤 중에 남의 굴 속까지 들어가 '딸의 보이지 않는 친구'를 찾고 있었다는 설명은 도둑가족의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이들은 오펄을 찾아 황무지를 캐고 또 캐는 광산마을 사람들에게는 결코 정이 가지 않는 '굴러 들어온 돌'이었으니까. 끝이 코앞이다.

그러나 애슈몰은 동생이 일러준 대로 위험을 무릅쓰고 굴 속 깊이까지 내려가 기적과 같이 포비와 딩언의 흔적을 찾는다. 그리고 애슈몰이 두 친구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동안 아빠에 대한 재판도 진행된다. 진짜 기적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 

저 막막한 땅 어딘가에 우주를 담은 빛깔을 띤 오펄이 기다리고 있다. 온종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폭발음에 고막이 터질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광부들은 오늘도 또 내일도 기꺼이 땅 속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지만 포비와 딩언도 그렇게 땅 속에 묻혀 있었다. 당장 보이지 않는다 해도 '있다'는 것을 알고 믿어야 된다. 만날 수 있다고 믿고 끝까지 내려가야만 만나주는 것. 그것이 희망이 일하는 방식이다. 사실 믿지 않겠다고 발버둥쳐 봐야 소용이 없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희망은 당신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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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08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인들은 평일날 땡떙이를 쳐야 볼 수 있다는 그 영화...

마늘빵 2009-01-08 21:44   좋아요 0 | URL
땡땡이를 치시면 된다지요 :p =333

네꼬 2009-01-08 22:12   좋아요 0 | URL
메피님. 토요일에 보는 방법도 있다는 그 영화죠;;;

아프님. 이제 땡땡이 좀 칠 수 있어요? (아닐 텐데~)

도넛공주 2009-01-08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은 없습니다 이제.

네꼬 2009-01-08 22:12   좋아요 0 | URL
그래 봐야 소용 없다니까요. 순순히 항복하시는 게 좋을 텐데.

가시장미 2009-01-0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중 태아 태명이 희망이라서.. 달려왔는데, 참 좋네요. 희망은 당신보다 강하다.
음.. 그래도 전 늘 겨루기를 하나봐요. 그러다보면 이길 수는 없어도 조금 더 강해질 수는 있지 않을까해서요. :)

네꼬 2009-01-11 00:45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님, 안녕하세요? 아기 태명이 희망이라니, 아주아주 튼튼한 아기가 나오겠군요! 가시장미님도 아기와 함께 씩씩한 한 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제 생각엔 지금도 강하시고 앞으로는 천하무적이 되시겠는데요!

마노아 2009-01-08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은 당신보다 강하다! 뭉클하게 만드는 문장이에요.

네꼬 2009-01-11 00:44   좋아요 0 | URL
희망은 마노아님보다 강한데, 그런 희망도 마노아님 앞에서는 별로 힘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마노아님은 희망을 의심 안 하시잖아요. :)

웽스북스 2009-01-09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꺼이 희망에게 항복하는 한해가 되어야겠어요.
네꼬님 우리 꼭 그래요. 고기먹고 힘내요. ^_^

네꼬 2009-01-11 00:46   좋아요 0 | URL
고기가 언제나 옳듯이 희망도 언제나 옳아요. 그러니 나랑 웬디님이 같이 고기를 먹으면 희망은 두 배? (응? 이상한가?) 아무튼 우리 다음에는 꼭 "지글지글" 소리가 나게 고기를 구워 먹기로 해요.

프레이야 2009-01-09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뻣대봐야 소용없는거에요? ^^
희망이에게 항복해야 할까요. 더 힘 빼지 말고.

네꼬 2009-01-11 00:47   좋아요 0 | URL
혜경님! (와아아아락)
자 우리 순순히 항복하고 시키는 대로 해요. 걸어야지 별 수 없어요. ㅎㅎ

다락방 2009-01-09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보이지 않는다 해도 '있다'는 것을 알고 믿어야 된다. 만날 수 있다고 믿고 끝까지 내려가야만 만나주는 것.

저도 믿는자에겐 그것이 실현된다고 생각해요. 기적을 믿는 자에게는 기적이 보이듯이. (뱀파이어를 믿는 자에겐 뱀파이어가 나타난다는....쿨럭.)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 보다 네꼬님의 글이 훨씬 좋은데요. 그리고 저는 포비와 딩언을 만나는 켈리엔 보다는 포비와 딩언을 만나는 켈리엔을 '믿어주고', '찾아주던' 애슈몰이 훨씬 훨씬 좋았어요. 애슈몰이 그마음 그대로, 쭉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리고 네꼬님도 쭉 이렇게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래요.

네꼬 2009-01-11 00:49   좋아요 0 | URL
다락님. 우리 다락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저만 좋아했을지 몰라도, 저는 이 영화를 보게 해주신 다락님한테 그냥 신세를 지겠어요.)

뱀파이어가 나타날 거예요. 다락님을 칵 깨물고 놔주지 않을 창백하지만 힘 세고 잘 생겼고, '비릿'한 그런 뱀파이어가. 애슈몰이 댈 거겠어요?!

전주집 가자요. 응?

치니 2009-01-0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그럴듯한 해피엔딩으로, 그것도 아이들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혹 하게 하는 영화려니...라고 생각해버린 제가 지금 이 순간 어찌나 창피해지는 지, 네꼬님은 모르실 거에요.

네꼬 2009-01-11 00:52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이 사실은 그런 영화일지도 몰라요. 저는 원래 그냥 감동을 쉽게 받으니까 막 저랬을지 몰라요. 그런데 치니님, 전 한편 그 생각도 들어요. 그럴듯한 해피엔딩, (아이들을 이용하는 건 좀 그렇지만 '아이들이 나서서') 사람을 혹하게 하는 영화, 라도 때로 필요하지 않을까. 세상이 하도 팍팍하니까요. 이런 비굴한(ㅠㅠ) 생각을 하는 저도 어째 창피합니다. 근데 이 마음을 치니님은 아실 것 같아요.

E 2009-01-10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웬디언니 홈피에서 이 글의 발췌문을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제가 그동안 읽었던 희망에 관한 어떤 글보다도 좋았습니다) 웬디언니에게 부탁해서 찾아왔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꼬 2009-01-11 00:57   좋아요 0 | URL
앗 E님 안녕하세요? (깜짝이야.) 저는 E님을 잘 모르지만, 웬디양님의 친구라면 틀림없이 예쁘고 날씬하고 똑똑하고 다정하시겠군요. 제 주소를 아셨으니 이제 웬디님 빼고 저랑 더 친하게 지내세요. (하하. 농담... 아닙니다.) 저는 칭찬에 야들야들해지는 쉬운 고양이에요. 가끔 놀러와주세요. 반갑습니다.
:)

2009-04-02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6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6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7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