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리포터가 달라이라마에게 물었다.

당신은 비폭력을 주장했던 마틴 루터 킹이나 간디처럼 결국 암살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빠져 본적은 없는가?

달라이라마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난 안보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껄껄 웃더니

적은 나에게 인내와 관용을 가르친다. 그런 가르침을 주기 때문에 적은 스승이다.

라고 말을 잇는다. 적이라고 해서 두려워할 이유도 꼭 물리쳐야 할 대상인 것도 아닌 것이다. 달라이라마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그의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갈등과 스트레스 속에 휩싸인다. 갈등의 주체, 스트레스를 주는 상대는 욕을 하고 주먹을 날리고픈 적일 것이다. 괴롭고 힘들고 때론 마주치기가 두렵기도 한 그 존재. 이런 상대에게조차 배움을 베푸는 스승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우린 가질 수 있을까.

달라이라마의 수행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경쟁 속에서 상대를 물리쳐야만 하는 생각에 갇혀 있지않고, 서로 배움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잠깐이나마 엿본 것 같아 흐믓했다. 그 길이 이내 사라지고, 막다른 골목이 나타날지라도, 잠깐 동안의 희미한 흔적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듯하다. 마음의 평온은 그 기억과 함께 나타날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지막 남은 나무마저도 베어졌다.

마지막 남은 강물마저도 독으로 오염되었다.

마지막 남은 물고기마저도 잡혔다.

오직 그 때에만 인간은 돈은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리라

-인디언의 말 중

미국과 중국의 밀애가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만들고 있다. 미국인들의 삶은 빚으로 꾸려져 나가고 있고, 그 빚의 많은 부분은 중국으로부터 온다. 중국의 그 많은 돈은 미국인들이 매입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의 수입이다.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할 수도 있는 집값과 주가의 장난에 허파에 바람 들어가듯 씀씀이가 커진 미국인들의 과소비가 경제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사 들이고, 보다 빠르거나 보다 예쁘거나 보다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이유로 물건을 바꾼다. 통장엔 마이너스만 그어져 있다. 물론 미국의 이런 마이너스를 권장하는 경제 덕분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푼 없이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들은 마이너스 사회 덕분에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그림자가 너무 깊다.

돈을 갚아야만 하는 시기가 닥쳐올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미래의 전망사업인 금융업이 숭상하는 숫자가 과연 우리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 숫자는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 잘 따져볼 일이다.

정말 우리는 화폐나 숫자만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끝없는 욕심 때문에 땅도 강도 바다도 하늘도 다 잃어버리고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의 영화가 고독한 개인에서 가족관계로,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로 시선을 옮겨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거친 남성의 이야기가 대부분인 그의 영화가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나 밀리언달러 베이비에서처럼 감성적인 남성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도 인상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말은 바로 이것이다.

성공을 앞에 두고 그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들은 어젯밤 잠을 잘 못이루어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그만 포기하고 맙니다. 자신의 재능을 갉아먹는 것이죠.

정확하게 이런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 이런 뜻이었다고 생각된다. 그의 영화중에 캐릭터들이 이런 경향을 많이 띠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주로 다루고자 했던 인물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로 잘 들어맞는 것은 재즈 연주자 찰리 파커의 삶을 다룬 '버드'나 '밀리언달러 베이비'라고 할 수 있겠다. 그가 이런 캐릭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듯하다. 성공을 눈앞에 두고서 물러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추락하는지를 애정을 갖고 바라본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회상해보건데 왜 이들이 성공을 두려워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파헤치지는 않은 것같다. 그래서 애정을 갖지만 그들과 동화되지는 못한다.

정말 그들은 왜 성공 앞에서 성공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윗자리로 올라서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 누구나 다가서려하는 그 성공이라는 태양앞에서 왜 동굴로 사라지려하는지,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아니라 온통 앞이 보이지 않는 혼탁한 블루에 휩싸인 사람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말처럼 변명따윈 늘어놓지 말고 부닥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마 이들은 결코 변명을 집어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변명은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 10일 TV에선 세계적 항공사진작가 얀 베르트랑이 한국을 찾아 항공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UN의 허가를 받아 남방한계선을 죽 따라가며 사진을 찍기도 했고, 동해안을 따라서, 남해안, 내륙지방 등 전국방방곡곡을 다 누볐다. 그것도 하늘에서. 일종의 특혜인 셈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세계라는 풍경사진이 준 막강한 영향력 덕분이었을 게다.

아무튼 이 프로그램이 한창 방영되고 있을 즈음, 숭례문(남대문)은 불에 타고 있었다. 그리고 얀의 카메라에는 서울 4대문 안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풍경 속에는 온전한 남대문의 모습도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2~3시간 뒤 모든게 사라져 버렸다. 

...

얀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지금 사진으로 남긴 풍경들은 매우 아름답죠. 하지만 10년이나 20년 후엔 이 풍경들이 전혀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죠. 아름다움도 변하는 법이니까요.

이제 그 변화의 모습마저도 감지할 수 없게된 남대문만이 그을린 뼈대만을 흉하게 드러내고 있다. 국보 1호라는 타이틀이 갖고 있는 무게감이 더욱 이 사건을 안타깝게 만든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디 그뿐이겠는가. 얀의 이야기를 통해 머지않아 아름다운 국토마저도 어떻게 변하게 될지 걱정이 됐다. 얀의 사진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진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증명해주는 사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걸고 생생한 사진을 찍어오면 500달러, 스타들이 커피를 먹고 있는 사진을 찍으면 1만 달러를 받는데, 당신이라면 어떤 사진을 찍겠습니까?"

한 파파라치의 변명이다. 아니 변명이라고 말해서는 안되겠다. 이 시대가 원하는 일, 돈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이라고 해 둬야겠다. 사정이 이렇다면 당신이라도 사진을 찍는다면 스타 사진을 찍지 않겠는가.

물론 우리는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들에 대해 존경의 뜻을 표한다. 다만 카파가 활동했던 그 시절의 존경의 무게와 현재의 무게감은 현저히 달라졌지만.

문제는 이거다. 사람들이 원하는 사진이 무엇이냐는 것.

인터넷 검색순위를 한번 보라. 온통 연예인 천지다. 마치 신처럼 군림한다. 인기도 많고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온통이라는 말로 표현해도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로 연예 일색이라는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들. 그 정보들의 최종 목표는 실제로 돈이다. 벌이가 없다면 시간을 써가며 정보를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보 생산자에게도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는 절실하다. 그런데 이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사람들이 온통 연예세상을 원한다면 생산자는 그쪽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시시콜콜한 연예 이야기만을 원하는 사람들과 이 사람들에 맞춰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들. 이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취향은 변하기 마련이고 그 취향에 맞춰 세상의 관심사도 바뀌는 것이니.

하지만 가끔은 가벼운 이야기 속에 묵직하면서도 시간과 통찰을 필요로 하는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 작은 시장 속에서도 경쟁이 성립돼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말이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참담한 모습을 전하는 사진 한 장이 없다면 그 억울함은 영원히 파묻힐테니 말이다.

그냥 잠깐 심각해봤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루살이 2007-12-09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반가워요.
너무 너무 반가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