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TV에선 세계적 항공사진작가 얀 베르트랑이 한국을 찾아 항공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UN의 허가를 받아 남방한계선을 죽 따라가며 사진을 찍기도 했고, 동해안을 따라서, 남해안, 내륙지방 등 전국방방곡곡을 다 누볐다. 그것도 하늘에서. 일종의 특혜인 셈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세계라는 풍경사진이 준 막강한 영향력 덕분이었을 게다.

아무튼 이 프로그램이 한창 방영되고 있을 즈음, 숭례문(남대문)은 불에 타고 있었다. 그리고 얀의 카메라에는 서울 4대문 안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풍경 속에는 온전한 남대문의 모습도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2~3시간 뒤 모든게 사라져 버렸다. 

...

얀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지금 사진으로 남긴 풍경들은 매우 아름답죠. 하지만 10년이나 20년 후엔 이 풍경들이 전혀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죠. 아름다움도 변하는 법이니까요.

이제 그 변화의 모습마저도 감지할 수 없게된 남대문만이 그을린 뼈대만을 흉하게 드러내고 있다. 국보 1호라는 타이틀이 갖고 있는 무게감이 더욱 이 사건을 안타깝게 만든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디 그뿐이겠는가. 얀의 이야기를 통해 머지않아 아름다운 국토마저도 어떻게 변하게 될지 걱정이 됐다. 얀의 사진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진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증명해주는 사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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