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의 영화가 고독한 개인에서 가족관계로,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로 시선을 옮겨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거친 남성의 이야기가 대부분인 그의 영화가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나 밀리언달러 베이비에서처럼 감성적인 남성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도 인상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말은 바로 이것이다.

성공을 앞에 두고 그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들은 어젯밤 잠을 잘 못이루어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그만 포기하고 맙니다. 자신의 재능을 갉아먹는 것이죠.

정확하게 이런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 이런 뜻이었다고 생각된다. 그의 영화중에 캐릭터들이 이런 경향을 많이 띠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주로 다루고자 했던 인물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로 잘 들어맞는 것은 재즈 연주자 찰리 파커의 삶을 다룬 '버드'나 '밀리언달러 베이비'라고 할 수 있겠다. 그가 이런 캐릭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듯하다. 성공을 눈앞에 두고서 물러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추락하는지를 애정을 갖고 바라본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회상해보건데 왜 이들이 성공을 두려워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파헤치지는 않은 것같다. 그래서 애정을 갖지만 그들과 동화되지는 못한다.

정말 그들은 왜 성공 앞에서 성공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윗자리로 올라서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 누구나 다가서려하는 그 성공이라는 태양앞에서 왜 동굴로 사라지려하는지,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아니라 온통 앞이 보이지 않는 혼탁한 블루에 휩싸인 사람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말처럼 변명따윈 늘어놓지 말고 부닥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마 이들은 결코 변명을 집어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변명은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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