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걸고 생생한 사진을 찍어오면 500달러, 스타들이 커피를 먹고 있는 사진을 찍으면 1만 달러를 받는데, 당신이라면 어떤 사진을 찍겠습니까?"

한 파파라치의 변명이다. 아니 변명이라고 말해서는 안되겠다. 이 시대가 원하는 일, 돈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이라고 해 둬야겠다. 사정이 이렇다면 당신이라도 사진을 찍는다면 스타 사진을 찍지 않겠는가.

물론 우리는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들에 대해 존경의 뜻을 표한다. 다만 카파가 활동했던 그 시절의 존경의 무게와 현재의 무게감은 현저히 달라졌지만.

문제는 이거다. 사람들이 원하는 사진이 무엇이냐는 것.

인터넷 검색순위를 한번 보라. 온통 연예인 천지다. 마치 신처럼 군림한다. 인기도 많고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온통이라는 말로 표현해도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로 연예 일색이라는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들. 그 정보들의 최종 목표는 실제로 돈이다. 벌이가 없다면 시간을 써가며 정보를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보 생산자에게도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는 절실하다. 그런데 이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사람들이 온통 연예세상을 원한다면 생산자는 그쪽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시시콜콜한 연예 이야기만을 원하는 사람들과 이 사람들에 맞춰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들. 이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취향은 변하기 마련이고 그 취향에 맞춰 세상의 관심사도 바뀌는 것이니.

하지만 가끔은 가벼운 이야기 속에 묵직하면서도 시간과 통찰을 필요로 하는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 작은 시장 속에서도 경쟁이 성립돼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말이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참담한 모습을 전하는 사진 한 장이 없다면 그 억울함은 영원히 파묻힐테니 말이다.

그냥 잠깐 심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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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07-12-09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반가워요.
너무 너무 반가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