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치바나라는 이 사람은 솔직히 말해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주간지 기자라는 경력이 그를 이런 완벽주의자로 만들어 놓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든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리포터를 쓰기 전, 그것에 대한 사전정보를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공부한다. (이것은 인터뷰의 대상으로보터 보다 상세한 설명을, 또는 감추어진 것들을 끌어내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책꽃이 한 단을 다 차지하고도 넘을 정도의 책(대략 몇 백권 이상의 책)을 읽고나서야 인터뷰를 행하는 자세는 사람을 대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는 사람이 배워야 할 자세라고 여겨진다. 심지어 자신의 원고료가 60만원일 때, 준비하는 책 값만으로도 60만원을 훌쩍 넘겨버릴 정도이니 말이다.

다치바나의 이런 책읽기 습관으로 인해 그가 소장하고 있는 책만으로도 한 건물을 다 차지한다. 친구의 도움으로 책을 보관하기 위한 고양이 건물이라는 것을 짓고, 지하에서 지상 3층까지 온통 책으로 가득찬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간 사람. 그 사람의 책 읽기에 대한 자세는 다음과 같다.

먼저 알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개론서를 3권이상 구입한다. 이것은 한 대상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없애기 위한 방편으로서 시각이 서로 다른 책을 구입해야 한다. 어떤 개론서가 좋은 책인지는 책의 증판, 증쇄를 보면 대강 알 수 있다는 세세한 정보까지 주고 있다. 그리고 개론서를 읽어가면서 흥미로운 부분이나 궁금증이 확대된 부분에 대한 전문서적을 구입해 읽는다. 만약 이런 책을 읽는 도중 도저히 읽어나갈 수 없을 때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당장 그만둔다. 그리고 책을 구입할 때는 서점을 한군데만 둘러보지 말고 여러 군데를 둘러본 후 무슨 책을 살 것인지 결정하라.  등등등.

그런데 다치바나의 책은 픽션을 제외한다. 픽션보다 더 흥미로운 일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데 굳이 픽션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변이다. 물론 다치바나는 인간이라는 것이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며, 자신은 특히 그 호기심이라는 측면에서 유달리 욕구가 크기 때문에 그것을 채우기 위한 책읽기가 무척이나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첨가한다. 텔레비젼이나 영화 보는 것보다 책 읽는다는 것 그 자체가 재미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그렇다고 그가 문학에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알고보면 그는 이미 어린 시절에 대부분 고전이라고 부르는 문학서적들을 다 읽어버렸다. 남들이 평생 읽어도 다 못읽을 정도의 문학서적을 이미 다 읽고 난 이후이기에 부릴 수 있는 배짱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논픽션의 재미에 푹 빠져 있기 때문에 최근 나오는 현대소설들을 읽을 여유를 갖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설명일듯싶다.

아무튼 그의 전방위적 호기심 추구와 철저한 준비라는 태도는 존경하고 싶다. 식지않는 열정을 가지고 대상을 맞이하는 그의 모습에서 사물을 또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해본다. 부끄럼없이 당당하기 위해선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을듯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caru 2005-01-2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논픽션의 재미에 푹 빠져 있기 때문에 최근 나오는 현대소설들을 읽을 여유를 갖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설명일듯싶다. 정말 그게 옳을 설명일 듯 싶네요~ 픽션을 그렇게 일축할 거 까지야 없지 않나 싶더라고요...

저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그거였어요... 어떤 책이든...핵심적인 내용은 5분안에...정리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진부진늘여붙여 리뷰를 급조해내던 저에게 딱 일침이었죠..

하루살이 2005-01-27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짧은 대화로 책의 중심내용을 집어낼 수 있는 능력, 이영표의 헛다리 짚기처럼 변두리 이야기로 책을 읽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현혹하지 말고, 바로 과녁을 꿰뚫을 수 있어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