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 불만족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몇 년 전 TV에서 화제가 됐던, 사지가 없는 청년의 인생기다. 이미 그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지금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순전히 다치바나 다카시 때문이다. 그가 픽션보다 재미있는 논픽션을 말하면서 언급되어졌던 책들 중 한국에 소개되어진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책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성격의 것인지가 궁금해서 읽게됐다. 그리고 읽고 난 느낌은 그래도 소설이 더 재미있지 않나?라는 생각??!! (난 지적 호기심보다는 쾌감에 대한 욕구가 더 큰가 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구김살없이 자라난 모습, 그리고 그를 보통사람처럼 키워낸 부모님들, 정말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사지가 없는 오토다케를 평범한 아이처럼 대하는 어머니는 능청맞다기 보다는 그로 인해 오히려 눈물을 자극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 눈물뿐이던가? 느닷없는 폭소를 터뜨리게도 만드는 그 가족들의 낙천성에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장애는 불편하다. 그러나 불행하지는 않다라는 헬렌 켈러의 말대로 오토다케의 삶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불편하면서도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은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모든 나라가 다 똑같은 상황 속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토다케가 미국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것처럼 불편함마저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별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그의 말처럼 장애인을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는 무의식의 습관을 버려야 가능하다.

먼저 건물이나 운송수단이 장애인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애시당초 만들어졌다면 우리가 그들을 위해 휠체어를 옮겨주어야 한다거나 하는 등의 어떤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 대상으로 그들을 바라볼 필요가 없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데 무슨 도움이 필요하겠는가? (사회 내 직업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일터이다.) 어떤 동정이 끼어들겠는가? 또 하나,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조금 다른 것에 당황해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난처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저 구성원의 일부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 뿐이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의 철저한 교육을 바탕으로 했을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오토다케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다들 마음씨가 따뜻했던 모양이다. 그가 장애에 대해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성인이 다 될 무렵에서야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현실 속이라기 보다는 동화 속 상상의 세계에서 살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그렇다고 그가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선생님의 순수한 배려가 그를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어주었다.

사회라는 울타리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그림자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힘없는 소수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우리의 곁에 세워두기 위해선 오토다케를 둘러싼 사람들이 보여주듯이 살아가면 될 것이다.  즉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코 동정심이 아닌 것이다. 나와 조금 다른 것에 대한 포용의 능력은 장애와 편견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