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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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책이다. 




책에 소개된 강의들은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5)





책은 7개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론이라고 소개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시작으로 양자역학, 우주의 구조, 입자, 공간 입자와 블랙홀, 그리고 우리 존재에 대한 강의가 마지막 장이다.  


저자는 인류의 모든 지식 중에서 상대성이론이 단연 특별한 이유가, 일단 이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원리만 알게 되면 말도 못하게 간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15). 상대성이론이 말도 못하게 간단하며, 특별하고, 아름답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동의한다고 해서 전부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며, 이해하지 해도 주장에 동의할 수는 있으니까. 






아인슈타인은 어릴 때부터 전자기장의 매력에 흠뻑 빠져 아버지가 지은 전기 발전소의 회전자(전동기나 발전기에서 회전하는 부분의 총칭) 돌려보면서 중력에도 전력처럼 일정한 범위, (field)’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눈치챘습니다. 다시 말해전기장 동일한중력장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깨달은 아인슈타인은 중력장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방정식을 이용해야 이것을 설명할 있을지 알아내려 했습니다. 


과정에서 그는 아주 특별한, 진정 천재적인 발상을 하게 됩니다. 중력장이 공간 속에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중력장 자체가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일반상대성이론의 개념입니다. 그에 따르면 사물이 이동하는 뉴턴의공간 중력을 갖고 있는중력장 똑같은 것입니다. (17) 





공간이 세상을 구성하는물질 하나로서, 파도처럼 물결을 이루며 휘기도 하고 굴절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는 실체라는 명제를 이해한 아니다. 공간이 그런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을믿는다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저자는 얼마나 친절한지. 이해가 되는 사람들을 위해 깔때기 속에서 굴러가는 작은 구슬 그림을 보여 준다. 행성들이 태양의 주위를 돌고 물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공간이 곡선을 이루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해진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기본적인 직관, 공간(space) (field) 같다는 개념에서 만들어진 결과라고 한다. 이를 보여주는 방정식은 다음과 같은데,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해할 없을지 모르지만 얼마나 간단한지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얼마나 간단하지 감상을 나누고 싶어서 이미지를 첨부해본다. 








강의를 묶은 책이라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느낌상으로는 저번주에 읽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보다 쉽게 느껴진다. 물론! 전자와 쿼크, 광자, 글루온이 우리 주변 공간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의 구성 요소라거나(59),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 루프양자중력이론의 핵심내용,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무한하게 나누어지지도 않지만 알갱이, ‘공간 원자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어떤 의미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책은 얇고 부지런히 책장을 넘긴다. 과학자의 책을 읽으며 신기한 경험도 있었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열이 있을 때만 발생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현상은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합니다. (93) 





내게는 이 문장들이 이렇게 읽혔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 있을 때만 발생합니다. (열정에 불탔던) 과거와 (열정이 사라져버린) 미래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현상은 () 뜨거운 (상태)에서 차가운 (상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합니다.   



열정이 그렇지 않던가. 사랑이 그렇지 않던가. 사랑에 빠진 이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갈망과 열정으로 가득찬다. 열정에 들떴던 연인들은 어느 틈엔가 사이가 냉랭해진 것을 느낀다. 오랫동안 뜨거운 사랑의 온기를 간직한 연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랑의 에너지가 새롭게 생겨난 아니다. 그들의 사랑 역시 차갑게 식고 있다. 다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식어가고 있을 뿐이다. 어디에서 온건지 없었던 뜨거운 사랑의 열정은, 역시 어디로 것인지 확인할 없는 어느 곳으로 사라져 버린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고, 뜨거운 열정은 이내 차갑게 식어버린다. 




기다리던 7강에 드디어 도착했다. <마지막 강의 :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 나는 과학이든 문학이든, 철학이든 수학이든, 진리를 탐구하는 모든 사람의 마지막 물음은 다음과 같으리라 생각한다. 일곱 아이, 열다섯 청소년, 스물 여덟의 청년, 서른 여섯의 젊은이, 예순의 중년, 일흔의 노인, 여든의 어르신. 결국 인간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번쯤은 밖에 없는 질문이고, 정답을 찾을 없다 해도 피할 없는 의문이다. 과학자가 묻는다. 





세상이 하루살이처럼 금방 사라지는 공간 양자와 물질 양자의 무리이자 공간과 기본 입자를 끼워 맞추는 거대한 퍼즐 게임이라면 우리는 무엇일까요? 우리 역시 그저 양자와 입자로만 만들어졌을까요? 그렇다면 각자 개별적으로 존재하고 스스로를 자신이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의 가치, 우리의 , 우리의 감정, 우리의 지식은 무엇이란 말인가요? 거대하고 찬란한 세상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일까요? (112) 




우리는 누구일까 보다 근원적인 질문. 우리는 무엇일까. 거대하고 찬란한 세상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일까. ‘루프양자중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블랙홀의 본질을 새롭게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가 답한다. 우리는 내면에 새겨진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존재이며(123), 모든 세포의 총체로 만들어진 하나의 프로세스이다(125). 우리는 자연에서 통합된 부분이자, 헤아릴 없이 다양한 자연의 표현 방식 가지로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127)이다. 과학자의 대답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우리의지극한 평범함 대한 고찰이다. 




, 우주에 정말 드넓은 공간이 존재하는데, 변두리 구석에 위치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런 은하에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지구에서의 삶은 그저 우주에서 일어날 있는 수많은 중에서 가지를 맛보는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128)  



타고난 우리의 호기심이 보여주는 모든 것이 우리의 , 우리의 자연입니다. 우리 존재도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물들과 똑같이 가루로 만들어졌고, 고통 속에 있을 때나 웃을 때나 환희에 있을 때나 존재할 밖에 없는 존재로서 존재할 뿐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일부이기 때문이지요. (132) 






치워도 치워도 치워지지 않는 작은방 치우기를 결국 포기했다. 미안하다, 아들. 방에는 각종 가방이 쌓이는구나. 아빠 노트북 가방, 엄마 핸드백, 아들 학교 가방, 각종 쇼핑백에 사용하지 않는 비치용 가방까지. 정리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노동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방은 저절로 어지럽혀진다. 엔트로피 법칙. 이토록 정교하고 아름다운 우주가 오랜 세월에 걸쳐 저절로 생성되었으며, 많은 항성과 행성이 각각의 질서에 따라 스스로 운행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믿어지지도 않지만, 어쩌면 우리 세계는 이렇게 없는 투성이일지도 모른다. 80, 아니 근래의 추세로라면 100년을 사는 인간이, 100년밖에 사는 인간이 137억년 시작된 우주의 역사를 어떻게 이해할 있겠는가. 하긴 스티븐 호킹 박사는 빅뱅으로부터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단지 인간의 관점일 뿐이라고 말했다. 과학의 언어로는 우주의 시작, 태고의 탄생을 끝까지 설명할 없을 것이다.




가루. 과학자는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 속에서 일어난 일을 통해 존재하게 우리를 가루라 칭했다. 우주의 일부, 별의 먼지라는 표현만큼 가루도 마음에 든다. 우리는 모두 가루다. 나도, 옆의 사람도. 에어컨 있는 방에서 쿨쿨 자고 있는 예쁜 아가들도. 나도, 당신도. 



우리는 모두 가루다.  우주 속, 작은 지구별의 더 작은 별 가루. 













이 책에 소개된 강의들은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 P5

‘여기’는 말하는 사람이 위치한 장소입니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이 각자 ‘여기’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서로 다른 두 장소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여기’는 언급된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말입니다. [이런 종류의 단어를 전문용어로 ‘지시적’ 단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지금’도 말을 한 순간에 한정된 단어입니다. [‘지금’도 지시적 용어 입니다.] 어떤 사물이 ‘여기’에 없어서 존재하지 않는데 ‘여기’에 존재한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지금’ 있는 것들은 존재하고 다른 것들은 아니라고 말하는 걸까요? ‘현재’는 ‘흐르고’ 있고, 사물들이 하나씩 차례로 ‘존재하게 만드는’, 이 세상에서 객관적인 그 무엇일까요, 아니면 ‘여기’처럼 주관적이기만 한 것일까요?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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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7-3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가루라는 표현 정말 마음에 드는데요.
감당하기 버거운 괴로운 일이 닥쳤을 때는 오히려 이런 과학책에서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9-07-30 09:41   좋아요 1 | URL
설해목님 댓글에 적잖이 놀랐어요~~~ 과학책에서 받는 위로요.
이 책을 고를 때 딱히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요. 저 역시 어렵고 힘들게 하는 일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할 때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이 거대한 우주, 아름다운 지구에서 내 고민은 얼마나 작고 사소한가.....
우주는 너무 머니까 하늘을 보면서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 방법이 좋은 방법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또 조금 뒤에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구요.

다락방 2019-07-3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소개된 강의들은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네? 저를 위한 책이란 말씀이십니까? 베티 프리단과 콜론타이 책 살 때, 이 책도 사겠어요. 어휴 저는 또 이렇게 세상 똑똑해지겠네요.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

단발머리 2019-07-31 08:1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바로 저를 위한 책이지만, 다락방님과도 나누고 싶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저는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은 살짝씩 스킵했습니다. 다락방님은 꼼꼼히 읽어주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 더 똑똑해지시기 바랍니다, 다락방님!! >.<

psyche 2019-07-31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가루 아 좋네요. 이 상황에서 BTS 소우주를 떠올리는 저는....ㅜㅜ

단발머리 2019-07-31 08:19   좋아요 0 | URL
저 BTS 소우주 듣고 왔어요. 너무 좋은대요.
이 글과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키햐~~ 배경음악이 BTS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말한다면, 스스로를 이런 식으로 평가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자괴감(국민 모두가 그 뜻을 새롭게 발견한 단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했을 때의 바로 그 감정)이 든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나는 『The Midnight Line』을 구매하기 전에 이미웨스트포인트 2005』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번역서의 제목을 알고 있다면 원서를 찾기 쉬울 테지만, 원서의 제목만 가지고서는 번역서의 제목을 알기 어려울터(알라딘 책소개를 통해서도 알 수 없는 정보), 리차일드 작품 목록을 이리저리 두어번 검색하다가 제목 간의 연관성이 적은 번역서의 존재를 알게 됐다. 번역본이 있구나. 가벼운 마음, 가벼운 옷차림, 가벼운 자세로 마음 편히 잭 리처와의 여행을 시작했으나. 그러나 78페이지, 나는 도서관에 이 책이 있는지 확인했고, 그래서 176페이지, 나는 도서관에 상호대차를 신청했다. 시작은 『The Midnight Line』, 마무리는웨스트포인트 2005』.  



다년간의 헌병 생활로 다져진 리처의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 능력은 단문으로 뚝뚝 끊어지는 문장의 리듬과 잘 어울린다. 두 개의 단어, 두 번의 액션. 처음에는 좋지 않았지만 몇 권째 읽어가며 익숙해져버린 그의 액션 장면 중 바이커 무리와의 한 판이 기억에 남는다. 리처를 잡으러 온 일곱 명의 바이커들은 부채꼴로 퍼지며 반원형의 대열로 그를 압박해 들어오다가 잠깐 멈춘 상태다. 아직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그들은 도망치지 않는 리처의 심정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리처를 마주 보고 서 있을 뿐이다.





리처는 기다렸다.

장은 식료품 꾸러미를 안고 집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걸 주방 카운터에 내려놓았을 것이다. 양념통을 늘어놓고 칼도 꺼내 들었을 것이다. 스토브의 전원을 켰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위한 저녁식사. 적막한 저녁. 오히려 편안한 느낌일지도 모른다.

바이커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30)




처지나 환경에 상관 없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참 놀랍다. 더욱 놀라운 건 그 생각을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다는 것. 가끔 표정을 통해 어떤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추측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생각의 내용은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다. 리처는 어리숙한 동네 깡패 일곱명과의 결전을 앞두고 자신을 떠나간 여인을 생각한다. 그녀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혼자만의 저녁을 준비하고 있겠지. 어쩌면 그녀는 지금의 상태를 더 편안하게 느끼고 있을지도 몰라. 나와 함께 했던 시간, 나와 함께 했던 저녁 시간에 그녀는 혼자 무엇을 하고 있을까. 팔꿈치와 발끝으로 한 명, 또 한 명을 제압해 가면서도 리처의 생각은 멈춰지지 않는다.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바로 지금.



자신조차 설명하기 어려운 리처의 사람을 찾습니다프로젝트에 동행이 늘기 시작하고 사건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와이오밍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인구가 적은 지역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라파호 족, 배노크 족, 블랙피트 족등의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들소떼와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았던 그 지역이다. 이제 그들은 사라졌고, 나무와 숲, 바람과 대지만 남아있다. 대자연이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곳.


스케일의 차이를 실감한다. 집에서 인천공항까지가 54킬로미터다. 전후좌우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아파트에 산다. 이름은 마트지만 실제는 동네슈퍼에 걸어서 3, 편의점 22분내 주파가능한 지역에 사는 시민으로서는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대자연의 절경이 속속들이 펼쳐진다.




그가 골짜기 가장자리로 다가가서 풍경을 감상했다. 시야가 80킬로미터 이상 툭 트여 있었다. 콜로라도의 한 자락도 그 풍경 속에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와이오밍이었다. 엷고 맑은 대기, 광대한 황갈색 평원, 짙푸른 침엽수림, 장대하게 우뚝 선 바위들, 실안개에 가린 봉우리들. 움직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행성 위에 홀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누구를 볼 수도 없고, 누구도 날 찾아낼 수 없는 곳. 혼자 숨어 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 (350)





사건을 해결하고, 악당을 혼내주고, 미스테리 투성이었던 죽음의 이유를 듣고, 과제 해결을 통해 자존감을 되찾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가는 이 모든 과정의 끝에 꼭 섹스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섹스야말로 인간 동물의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언어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에 대한 설명하기 어려운 뿌듯한 감정의 언어가 꼭 섹스로 번역될 필요는 없지 않나.



『The Midnight Line』으로 시작해서 『웨스트포인트 2005』로 마무리. 이 책과는 이렇게 안녕이다. 나는 잭 리처를 좋아하네. 허나 아쉽지는 않으니 신에게는 아직 『Past Tense』가 남아있사옵니다. 움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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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7-2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단발머리님 너무 멋져............. 멋지다 멋져 ♡.♡

단발머리 2019-07-29 11:20   좋아요 0 | URL
히히히힝~~~다락방님 최고!! 🤗
 

















정말 간단한 것인 알았다.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해서 나는 그냥 말을 믿었다. 문장이 이렇다.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시간은 산에서 빨리, 평지에서는 느리게 흐른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인터넷으로 천유로 정도에 있는 정밀 시계로 측정이 가능하다. 조금만 훈련하면 누구든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을 확인할 있다. 전문 실험실용 시계가 있으면, 센티미터만 낮아져도 시간이 지연되는 현상을 관찰할 있다. 예를 들어 시계는 탁자 위에 놓았을 때보다 바닥에 두었을 솜털만큼 느리다. (17) 




무식한 것이 죄는 아니어도 자랑은 아닐진대, 나는 놀랐다. 조금만 훈련하면, 인터넷에서 구입한 정밀 시계로 측정하면 시간이 공간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확인할 있다는 거다. 공간에 따라 시간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거. 어디에선가 들었을 테고, 어디에선가 읽었을 테지만, 시간이 장소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는 사실은 너무나 놀랍다. 나는 새롭게 발견한 사실을 동네에 공포한다. 



딸롱아, 시간은 산에서 빨리 흐르고 평지에서 느리게 흐른대. 알았어? 엄마, 몰랐어? 머리 말린 수건을 빨래통에 던져 넣으며 딸애가 말한다. 길게 뭐라뭐라 말했던 같은데, 처음 듣는 이야기다. 너무 빨리 말해 버려 그대로 옮겨 적을 조차 없다. 만만한 둘째에게 간다. 아롱아, 시간은 산에서 빨리 흐르고 평지에서 느리게 흐른대. (확신에 ) 몰랐지? 아니, 엄마 몰랐어? 방학 내내 소파에 누워만 있으면서 인간소파 일체기술을 선보이던 아롱이가 드디어 일어선다. 엄마, 이거 . 『아인슈타인이 들려주는 상대성원리 이야기』 41. 















세상에, 나만 몰랐어? 나만,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야? 발견이 확인이 되고, 확인이 절망이 되어버리는 순간. 나는 몰랐다. 시간은 산에서 빨리 흐르고 평지에서 느리게 흐른다는 . 손쉽게 구입할 있는 시계만 가지고서도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눈으로도 확인할 있다는 . 아파트 저층에 사는 사람들은 비밀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진정. 





시간은 유일하지 않다. 궤적마다 다른 시간의 기간이 있고, 장소와 속도에 따라 각각 다른 리듬으로 흐른다. 방향도 정해져 있지 않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세상의 기본 방정식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우리가 세부적인 것들은 간과하고 사물을 바라볼 나타나는 우발적인 양상일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주의 과거는 신기하게도특별한상태에 있었다. ‘현재라는 개념은 효력이 없다. 광활한 우주에 우리가 합리적으로현재라고 부를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98) 




지구의 최종 승자이며 유일한 지배자인 우리 인간 종은 인간을 중심으로,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를 사고해 왔다. 비교적 최근에서야 우리 지구는 머나먼 우주 , 귀퉁이의 구석, 반짝반짝 작은 태양에 부속된 작은 행성이라는 알아냈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은 우주를 인간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의 속에서 우주의 시간을 해독하려 한다. 카를로 로벨리는 말한다. 우주의 과거는 신기하게도특별한상태에 있었다. 현재라는 개념은 효력이 없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뒤로 하고 책을 시작할 있었던 도서관에서 책을 사주었기 때문이고, 책이 작고 얇기 때문이고, 마지막으로 blanca님의 근사한 리뷰를 읽었기 때문이다. 우주와 시간에 대한 이야기조차 이렇게 매력적인 글쓰기로 풀어낼 있다니. blanca님이이런(과학)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한번 그의 책만큼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신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있다. 



눈길을 끄는 문단은 여기. 




우리는 과정이자, 사건들이며, 구성물이고 공간과 시간 안에서 제한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개별적인 실체가 아니라면, 우리의 정체성과 유일성의 기반은 무엇일까? … 우리 자아를 형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중에서 책의 논증에 특히 중요한 아래의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우리는 세상을 성찰하고 받은 엄격하게 통합된 방식으로 정교하게 설명하는 복잡한 프로세스다


2. 사회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들이 우리 자신에 대해 가졌던 생각의 반영이다  


3. 우리는 기억이다  (180)





나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감각과 뇌의 판단,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근육과 혈관, 살과 , 인간이 인간에게서 느끼는 감정, 사랑, 미움, 고마움. 애틋한 눈빛, 따뜻한 포옹, 이별 그리고 죽음. 거대한 우주, 쉬지 않고 팽창하는 우주 속에서 인간이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인간의 삶이란 전혀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안다. 신과 악마, 천국과 지옥을 믿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던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과학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라고 말했고, 카를로 로베리는 우리는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 반영된 복잡한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인간  어디에도, 인간이 동물 이상일  있는 증거는 없으며, 그렇게 살고 죽는 거라고, 죽음 이후에는  줌의 가루로 흩어져 던져질 뿐이라고 말한다.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말한다.   





잠시 곡이 잦아들면서 멈출 것이다. “은줄이 끊어지고 황금 전등이 깨지고, 암포라 항아리의 밑바닥이 부서지고 도르래가 연못에 빠지고 먼지가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할 있다. 나는 모든 것이 달콤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이것이 시간이다. (216) 




의미에 대한 나의 고민은 집착일 있다. 가까운 이 죽음을 겪고죽음이란 무엇인가』 읽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논증, 논증과 논증. 결론은, 그래서 결론은 무엇인가. 묻고 물었다. 저자는 말한다.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기계에 불과하다. 물론 일반적인 기계가 아니라놀라운기계다. 우리는 사랑하고, 꿈꾸고,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기계다.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런 기계다. 우리는인간이라는 기계다. 그리고 기계가 작동을 멈추는 순간 모든 끝난다. 죽음은 우리의 머리로 이해할 없는 거대한 신비가 아니다. 죽음은 결국 컴퓨터가 고장 나는 것과 다를 없는 현상이다. 모든 기계는 언젠가는 망가지게 되어 있다. (506) 




인간이 기계일 뿐이라는 이런 주장이 마음에 든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죽되 반드시 죽게 것이니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해보자는 충고가 삐뚤어지게 들리지 않는다면, 지금 순간을 즐기고 소박한 기쁨을 누리고 행복하게 살면 된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면 그만이다. 이제 끝이야, 그럼 안녕.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면. 



다음으로 읽을 책은 카를로의 역시나 얇은 책이고, C. S. 루이스 칼라니티의 책을 다시 읽는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 순전한 기독교, 숨결이 바람  


























루트비히 볼츠만은 이것을 알아냈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기본적인 운동 법칙이나 심오한 자연의 문법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무질서해져서 특수하거나 특별한 상황이 점점 사라지는 것에 있다. (39쪽)

에너지(기계, 화학, 전기 혹은 잠재 에너지)는 열에너지로, 즉 열로 전환되어 차가운 사물로 이동하는데, 여기서부터는 특별한 조치 없이는 에너지를 이전 단계로 되돌릴 수 없고, 식물을 자라게 하거나 모터를 돌리기 위해 재사용할 수도 없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는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엔트로피는 상승하는데, ‘이것’ 역시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이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167쪽)

우리는 시간으로 만들어진 존재다. 그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고, 우리 자신에게 우리라는 소중한 존재를 선물하고, 모든 고통의 근원인 영원에 대한 허무한 환상을 만들게 한다. (196쪽)

우리는 이 공간, 우리 신경들의 연결 속 기억의 흔적들에 의해 펼쳐진 초원이다. 우리는 기억이다. 우리는 추억이다. 우리는 아직 오직 않은 미래에 대한 갈망이다. 기억과 예측을 통해 이런 식으로 펼쳐진 공간이 시간이다. 때로는 고뇌의 근원이지만, 결국은 엄청난 선물이다.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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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7-2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이 페이퍼로 저는 이제야, ‘시간은 산에서 더 빨리, 평지에서는 더 느리게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야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건 지구랑 우주에서의 차이라고 생각했지 산과 평지에서 다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이 페이퍼를 읽으면서도 믿기질 않습니다. 세상에나...

아무튼
단발머리님 진짜 짱 멋져요! (이게 결론입니다.)

단발머리 2019-07-26 12:0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몰랐다고 이야기해줘서 매우.... 매우 고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더 낮은 곳으로 임해 시간을 천천히, 더 천천히 흐르게 해요.

다락방님의 결론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저의 결론은 이거에요.

다락방님은 사랑입니다💜

syo 2019-07-26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똑똑이들..... 요즘 애들 무섭다더니.....😲

단발머리 2019-07-26 12:28   좋아요 0 | URL
똑똑이들~~ 우리들 말이지요?
다락방님이랑 나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똑똑이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7-26 12:31   좋아요 0 | URL
와..... 요즘 누나들 무섭다더니....😲

단발머리 2019-07-26 12: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요즘 누나들 무섭습니다.
근데 도대체 어느 누나 말씀하시는건지.....😎

syo 2019-07-26 12:38   좋아요 0 | URL
음..... 딸롱이누나?

단발머리 2019-07-26 12:4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딸롱이가 누나필이 좀 충만하기는 하죠😜

다락방 2019-07-26 12:45   좋아요 0 | URL
응? 단발머리님 왜 확인하지? 당연히 단발머리님과 저에게 똑똑이들이라고 한거잖아요. 되물을 필요가 없는 댓글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7-26 12: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는 천성이 조심스러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정확한 대답은 이렇겠죠.


똑똑이들~~ 우리들 말이지요~~~~
다락방님이랑 나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똑똑이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7-26 12:52   좋아요 0 | URL
그러면 바로 두 분이 요즘 ‘애들‘ 되는 건데, 괜찮으시겠니 너희들? 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7-26 13:04   좋아요 0 | URL
괜괜괜...... 괜찮나요, 우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26 13:36   좋아요 0 | URL
괜찮죠! 노 프라블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7-26 13:40   좋아요 0 | URL
짜자쟌~~~~~ 똑똑이들 😜

유부만두 2019-07-2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가만 있을랍니다.

단발머리 2019-07-26 12:48   좋아요 0 | URL
저랑 같이 가시지요~~~~~😘

블랙겟타 2019-07-2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정말인가요?

단발머리 2019-07-26 15:17   좋아요 0 | URL
저저저...정말입니다.
블랙겟타님께도 그게 새로운 발견이란 말입니까?
기뻐하는 저는 누구입니까?^^

목나무 2019-07-26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도 몰랐어요. 시간이 그렇게 장소따라 다르게 흐르는지는.......
등산할때 산에서는 시간이 오히려 더 느리게 가는 것 같던데........ 쿨럭;;;;;;;;

단발머리 2019-07-26 15:23   좋아요 1 | URL
알라딘 이웃님들은 모두 다정하셔서.... 모두 다 오늘 처음 아셨다고~~~
이렇게 깊은 이해를 보여주시니 전 정말 기쁠 따름입니다. 하하하.

설해목님, 시간은 그렇게 장소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고 합니다.
전 등산은 자주 안 가서 모르겠지만서도,
이제 느리게 가는 시간을 위해 다음 이사갈 때 층수를 잘 선택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잠자냥 2019-07-2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저저는 저 17쪽 예문을 읽어도 도저히 뭔 소리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하하하하하 -_- 인문바보

단발머리 2019-07-27 06:55   좋아요 1 | URL
저저저저저저저...............정말입니다. 전 정말 첫 문단, 첫 문장, 두번째 문장에 케이오를 당했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 인문바보들이자 과학문외한도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물론 스킵한 부분이 많다는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잠자냥님은 소설천재시니 인문바보여도 상관없지만요^^

psyche 2019-07-28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천상이과인데... 몰랐다는....ㅜㅜ

단발머리 2019-07-28 09:09   좋아요 1 | URL
다정한 알라디너의 댓글은 모두 제게 큰 기쁨이 됩니다. 저만 외롭게 두지 않으시려~~~~~^^
저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고층에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요즘 시간이 이렇게 잘 가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답니다.

독서괭 2019-07-2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알았는데요?? ㅇ-ㅇ;; 그게 상식의 일종인 건가요..?

단발머리 2019-07-29 11:3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 이렇게 처음 알게되신 분 한 분 추가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자,에서 충격을 받았던거 같아요. 이게 간단한 거에요? 이게?!? @@ 이렇게 놀라면서 말이지요~~~
 
질의 응답 - 우리가 궁금했던 여성 성기의 모든 것
니나 브로크만.엘렌 스퇴켄 달 지음, 김명남 옮김, 윤정원 감수 / 열린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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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의 몸을 가진 사람으로 지금껏 살아왔지만 실제로는  몸에 대해  몰랐남성과 차이점이 도드라지는 사춘기 시절부터 시작해 월경임신출산수유의 과정  남성과 공유가 불가능한 경험과 섹스피임  남성과 공유한 경험이 성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안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매순간 나는 내 몸의 주인이 아닌 관찰자였다. 알지 못 했고 묻지 못했다. 성과 섹스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상(혹은 성격상가끔 몸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기는 했어도 섹스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이야기하지  했친한 친구가 결혼 직후, “언니한테도  물어보겠어 이런 거를 물어볼 사람이 너희들 밖에 없어~” 시작으로 성생활에 대해 질문하곤 했는데내게는 어쩌면  질문들이  야해서(?)  친구보다 한참 전에 결혼한 나는 오로지 O, X로만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여성 몸에 대한 대탐험이 가열차게 펼쳐지는  책은 젊고 야심만만한 의학도  여성의 공동작품이다책의 내용도구성도 모두  마음에 든다무엇보다 재미있다나만 이런 유머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생리 주기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가지  있다  뇌하수체라는 기관에서 분비된다뇌하수체는  아래쪽에 있는 콩알만  분비샘으로우리가 성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 보는 것보다  성기처럼 보이는지는 몰라도  음낭처럼 생겼다. (98) 






요컨대 섹스가 인간 생존에  필요한 활동이라는 뜻이  것이다그리고 섹스를 그렇게 정의하면우리가 성욕 부족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이 일리 있는 일이다하지만 여러분이  헷갈릴까  말씀드리는 세상에 섹스를  해서 죽은 사람은  명도 없다섹스는 추동이 아니다보상이다. (144) 





특히 눈길이 갔던 부분은 생리통에 대한 부분이다. 


나는 생리통(혹은 생리 곤란증) 심했다중학교 내내고등학교  정점을 찍었고 대학에 들어간 후로는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보통 여성들보다 심했다많이 잡아서 여성 6  1명은 매달 직장이나 학교를 이틀즘 쉬어야  만큼 생리통이 심하다고 하는데내가  6 중의 1명이었다일단 아랫배가 아프다배가 아프고 식은땀이 난다배가 아프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배가 아프고 구역질을 한다배가 아프고 배가 아프고  아프다내가 생리하는 것을우리  아이들이 모두 알았다  밖에 없었다지금이라면 너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이지만, ‘중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언의 압박 때문에 진통제 하나 없이 매월 며칠을 그렇게 견뎌냈다.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와 여자들의 출산 이야기는 접점 포인트가 있는데아무리 반복해도 재미있고 특히나 본인이 그렇게나 재미있어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나는 출산이야기를 할 참이다. 출산예정일이 3일이나 지난 수요일 새벽자는 도중에 양수가 터졌다책에서 읽은 대로 나는 차분히 머리를 감고(양수가 터졌을  샤워는  되지만 머리 감는 것은 가능합니다), 챙겨  가방을 들고(남편에게 들게 하고진료받던 병원으로 향했다새벽 4시였고진통은 그날 하루 종일 계속 됐다약한 생리통처럼 시작된 진통은 중간 정도의 생리통을 거쳐 심한 생리통의 단계로 들어섰는데하루가  끝날 무렵그러니까 오후 6 반이 넘어설 때쯤 나를 맡고 있던 간호사가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분만실 들어가야겠다고 말하는  들었다나는 반사적으로 형광등을 쳐다봤다전해 들은 이야기와 맘까페에서 읽었던 글에서는 극한의 고통이 계속되고형광등이 노란색으로 보일 쯤에야 분만실에 들어간다고들 했다. 다시 형광등을 쳐다봤다하얀색이었다노란색이 아니라 하얀색생각했다. ‘아직 하얀색인데 지금 들어가는 건가이렇게 애를 낳는 거야  거야?’  문단을 읽고서야 나의 ‘출산 극복기’ 혹은 ‘용이한 출산기 이해됐다. 




 당신이 남들보다 통증에 예민해서 생리통으로 엄살을 떠는가 싶다면또는 생리통이 얼마나 심한지 설명해도 남들이 좀처럼 믿어주지 않는다면우리가 생리통과 분만의 통증을 비교해 봐줄 테니  말을 전하면 남들도 아마 입을 닫을 것이다생리 곤란증이 있는 여성은 자궁이 수축할 때의 압력이 150~180밀리미터 에이치지나 된다고 한다이것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울 테니분만과 비교해 보자분만  여성이 힘을  때의 압력은 120밀리미터 에이치지다 분만  여성은 자궁 수축을 10분에 서너 번씩 겪는데생리 곤란  여성은 생리  그런 수축을 10분에 네다섯 번씩 겪는다달리 말해극심한 생리통은 분만 통증과 엇비슷한 데다가 발생 간격은  짧다그러니 아플 만도 하다. (283) 




나는 매월 출산에 버금가는 고통을 그냥  몸으로 견디며 살아왔던 셈이다바보같이한약도 먹어보고 약국에서 특별조제한 약도 먹어보았지만모두   뿐이었다진통제 하나 없이  모든 시간들을 견뎌냈고그런 인고의 시간들이 오히려 출산 과정에서 빛을 발해, 나는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 속에서도 ‘진짜 아프다생리통이랑 비슷하네근데 언제부터 진짜 아픈거지?’라고 물을  있었던 것이다. 




생식기생리 밖의 분비물 챕터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 중에서 잘못 알려진 것들을 바로 잡는다이를 테면건강한 성기는 냄새가 난다, 사실 같은  말이다섹스에 대한 챕터는 (물론흥미진진하고피임에 대한 챕터에서는 여러 피임법들을 비교 설명해 준다여성 성기에 대해 자신의 몸에 대해 궁금한 모든 여성들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  거라 확신한다너무 흔한 표현이라 지양하고 싶지만느끼는  그대로 말하자면일독을 권한다. 







우리가 처음 만나서 한 일은 하얀 스티로폼 음경에 콘돔을 씌우는 것이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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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제목에 걸맞게 책은 여성주의 고전을 차분히읽어준다’. 저자를 소개하고 배경을 설명한다. 주요한 개념을 소개하고 해당 여성주의 고전이 갖는 의미에 대해 말하며, 여성주의 발달과 역사에 있어서 관련 도서가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놓는다. 여성주의 연구자들이 명의 작가와 작품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 여성주의 같이 읽기 모임의 참고서쯤으로 생각해도 좋겠다. 



차례 번역본에서 <여성의 신비>라는 제목을 가졌던 베티 프리단의 『Feminine Mystique』 2018 다시 번역될 때는 <여성성의 신화>라는 제목을 가졌다. 절판된 데다가 동네도서관 6곳에서는 찾을 없어, 집에서 떨어진 도서관에 버스를 타고 가서서고 보관된 책을 서고의 먼지와 함께 대출해 차근히 읽어나갔던 , 혹시나 필요할지도 모를 가능성을 대비해 구입한 『Feminine Mystique』 함께 찬찬히 다시 읽었던 . 읽었는데도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주저없이 구매했던 책도 바로 책이다. 


















여성주의 책을 읽다 보면 베티 프리단의 책에 대한 소개를 자주 보게 된다. 『빨래하는 페미니즘』 스테퍼니 스탈에게 책이 그의 삶에 다시 울린 종소리 같았다면,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카트리네 마르살에게 책은 그의 논의를 전개하는데 주요한 지점을 건드려준다. (실제로 그는 베티 프리단의 책을 페이지 이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훅스는 입장이 달라서백인 중산층 교외에 살고 있는 전업주부만을 대상으로 책의 한계와 단점을 아주 냉혹하게 비판하곤 했다. 




베티 프리단이라고 하면이름 없는 문제 발견이 제일 주요하게 거론된다. 무엇 하나 부족한 없이 물질적으로 풍요한 삶을 살고 있는 교외의 중산층 전업주부들에게서 나타나는 이유를 없는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들을 그녀는이름 없는 문제라고 명명해 존재를 드러냈다. 여성을 어머니, 아내의 역할로만 한정 지어 인간으로서 추구하고자 하는 자유와 자아 실현의 가능성이 가정이라는 이름의 감옥 속에서 억압된다는 주장이었다. 



내게 인상깊었던 것은 당시 사회적으로 만연했던여성성강요의 근거인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그녀의 반박이었다. 




프로이트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중산층 여성들의 정신적 고통을 설명하기 위해남근 선망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정통 프로이트 학파는 모든 노이로제는 성적 기원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프리단이 보기에 이론은 프로이트가 활동한 시대와 사회, 여성들이 성적 억압으로 인해 히스테리 증세를 보였던 사회의 문화적 산물이었다. 프로이트가 보편적인 인간성의 특질로 묘사한 것들은 19세기 유럽중산층 남녀의 특성일 뿐이다. (340)




신념이요, 법이며, 과학이며 종교인 프로이트에게 그녀가 대항했다. 대학 졸업자, 기자 출신의 전업주부. 프리랜서 자유기고가인 베티 프리단이 주장했다. 프로이트 이론 역시 프로이트가 살았던 현실과 문화의 영향과 압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없음을 말이다. 





토요일 저녁 늦게 영화를 봤다. 친구와 보고 와서 가족 같이 봐야 한다는 큰아이와 큰아이와 함께라면 어디든 행복한 작은 아이와 피곤한 남편과 아무 생각 없는 내가 나란히 앉아 <알라딘> 보았다. 영화 제목을 잘못 지은 하다. 영화를 때도, 보고 후에도 오로지 쟈스민 생각 뿐이다. 영화 제목은 <쟈스민>이어야 했다












쟈스민 공주 역의 나오미 스콧이 귀에 들어가는 작은 이어폰을 끼고 (옆에 사람들은 음악 반주 소리를 듣지 못한 ) 아카펠라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어차피 영화에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노래가 삽입될 텐데도, 열창한 탓에 실핏줄이 터졌다고 한다. 영상을 보면 말이 무슨 뜻인지 있다. 여자가 침묵하지 않겠다고 했을 , 용기의 근원이 분노라는 사실처럼, 아주 확연히 눈에 보인다. 










여자가 침묵하지 않겠다고 했을 , 소리 지르는 여자가 되었을 , 그녀/들의 외침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 알베르 카뮈마저도 시몬 보부아르의2 성』 출간되었을 , 이건프랑스 남성의 수치라고 했을 정도로, 시몬 보부아르는 출간 심한 비판과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스물 다섯의 나이에성의 변증법』 완성한 정신병원을 오고 갔고 스스로를 대중으로부터 유폐시켜 버렸다. 그에 비하면, 아니 페미니즘 전체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베티 프리단은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그녀는 자신이 발견한 진실을 소리 내어 말했고, 그것이 사회적 의제로 받아 들여졌고, 그녀의 책은 그러한 변화와 개혁의 발판이 되었다. 그녀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존경을 받았으며, 오랫동안 그녀의 발언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쟈스민의 노래를 다시 들으며 생각한다. 

많은 여성들의 침묵이 깨어지기를, 많은 여성들이 노래하기를. 

쟈스민처럼, 베티 프리단처럼. 보부아르처럼, 파이어스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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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9-08-03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쟈스민 ㅜ 그가 술탄인 나라에서 원숭이 아부로 살고 싶당🥰
저는 이 책에서 다루는 저자들도 기억에 남지만 그걸 정리해준 한국 여성학 연구자들 이름에도 새삼 눈길이 가더라구요. 여성의 신비가 여성성의 신화로 재판되서 나온 데는 한정숙 님의 목소리가 영향을 미쳤을 것 같고, “현명하지 않겠다”라 말씀하신 베벨을 다룬 이순예님의 글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단발머리 2019-08-05 17:33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쟝쟝님이 이 책 추천해주셔서 한국 여성학 연구자들도 많이 알게 됐어요.
전, 읽었던 책들일수록 이해가 더 잘되서...(당연한 말씀^^) 다른 여성학 고전들 읽고 나서 이 책 다시 봐도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선배들이 읽고 연구하고 번역해 두셔서 이제야 읽는 우리들은 너무 좋은 거 있죠.
감사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