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다시 읽으면 또 새롭게 인생의 시선을 넓혀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고전문학, 시간의 세례를 받아도 감동은 여전히 새로운 고전문학을 좋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 책을 집필했다.

저녁 먹고 나서 읽기 시작했는데 밤이 지나 창가에 동이 하얗게 터왔다. 밤새 읽고 나서 마지막 책장을 덮는데 뭔가 내가 훌쩍 자라버린 느낌이었다.

거울 속 나의 눈이 조금 깊어진 느낌이었던 것도 기억난다.

인생의 고난은 누구에게나 오는데 누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헤쳐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나에 대한 판단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내면을 돌아보며 내가 나를 판단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은, 직접 대면해서 좋다. 만질 수 있어서 좋다.

일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시나리오도 그의 작품이다

철학서가 직접적인 안내서라면, 명작 소설은 친구 같은 조언자다.

책 중에도 시간의 세례를 받은 소설을 특히 좋아한다. 시간을 이기는 것들은 강하다.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책은 다 그 이유가 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삶의 고비에서 나침반을 쥐여주고 싶다.
당당하게 걸어갈 동행자를 만들어주고 싶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복잡한 이야기 구조도 없지만, 읽는 내내 눈시울을 적시게 되는 소설이다. 1857년에 쓰인 150쪽 남짓한 얇은 책에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에 관한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것일까?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크게 감명받은 그는 법학 공부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작가 수업을 시작했다.

그에게는 사랑이 조건이 아니라 운명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내가 사랑해주지 않아도 잘 살아가는데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 그것이 외사랑의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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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세트 1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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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책들에 꼽히고,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훌륭한 문학 작품 중 제1위에 올랐고, 시카고에서 '한 권의 책, 하나의 시카고' 운동에서 첫 번째 책으로 선정되었고, 1961년 소설 부문 퓰리처상 및 많은 상을 받고 영화도 상을 받고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이 소설이라는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나는 이 소설에 별 셋을 힘들게 줄 뿐이다.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가 눈을 가리고 칼과 저울을 들고 있어야 하듯이 법 앞에서는 모두 평등해야 하고, 다른 새들을 따라 노래 부르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앵무새'인 흑인과 사회적 약자를 죽이지 말아야 하고, 그들의 시선에 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하는 이 책에 나는 별점을 많이 줄 수 없다.

화자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억울한 톰 로빈슨을 변호했지만, 백인 밥 유얼이 승소했다. 하지만, 조롱거리가 된 밥 유얼은 핀치 변호사를 협박하고 급기야 스카웃 (8살) 과 스카웃 (12살) 의 오빠 젬을 밤길에 죽이려 한다. 그러다 몸싸움 끝에 자기가 가져갔던 칼에 찔려 죽는다.

보안관 테이트 아저씨는 정당방위로 밥 유얼을 젝이 죽인 것이 아니고 몸싸움 중에 넘어지면서 실수로 자신의 칼에 찔려 죽었다고 애써 주장하지만, 아버지 핀치 변호사는 정황상 자신의 아들이 어쨌든 칼로 찌른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는 보안관의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세뇌하듯이 인정한다.


아빠는 오랫동안 마룻바닥을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고개를 드셨습니다. 「스카웃, 유얼 씨는 자기 칼 위로 넘어졌어. 이해할 수 있겠니?」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p561


그리고 그 인정에 스카웃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을 이해할 수 있냐는 아빠의 말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글쎄, 말하자면 앵무새를 쏴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죠?」 p561


두 부녀의 '이해'는 젝이 정당방위로 죽인 것은 부정하고, 밥 유얼이 실수로 죽었다는 보안관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보안관의 논쟁 초반에, 아버지는 스스로 말한다, 실수로 죽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진실을 덮는 것이고 사람들이 그것을 알 것이며, 자신은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아들이 정당방위로 죽인 것을 은닉시킬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 뒤집은 것이다.

모든 고귀하고 아름다운 주제를 전하는 이 책의 마지막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비열한 밥 유얼이 자신을 죽이려고 할 때,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12세 오빠는 단죄하듯이 그를 죽였고, 대신 다음의 죗값을 받았다는 듯이 소설은 시작한다.


오빠의 왼쪽 팔은 오른쪽 팔보다 조금 짧아졌습니다. 서 있거나 걸을 때면 손등이 몸과 직각을 이뤘고, 엄지손가락은 허벅지와 평행이 됐지요. p15


굉장히 혼란스럽다. '총'을 허용하는 미국다운 소설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정당방위와 상황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것이 개인이 사형을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신들 스스로를 찬양하고 합리화하는 '위대한 개츠비'와 '가재가 노래하는 곳' - 여기도 주인공이 평생 들키지 않는 살인자였다 - 에 '앵무새 죽이기'를 추가할 수밖에 없다.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기 때문에 종이책을 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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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5-06 09: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 셋 이상을 줄 용의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책을 읽는 도중에도 역겨워서 이걸 끝까지 읽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돈 좀 있는 백인들을 위한 책.

초딩 2021-05-06 10:55   좋아요 2 | URL
언제나 시원시원하게 솔직하고 담백하게 말씀해주셔서
항상 냉수마찰한 것이 맑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넵 백인을 위한 책! ㅎㅎㅎ

초딩 2021-05-06 10:56   좋아요 2 | URL
방금 알라딘 서점 가니 9.7 ㄷ ㄷ ㄷ
좋은 평과 상도 휩쓸어 이 글을 쓰기가 망설여졌는데 ^^
감사합니다!

물감 2021-05-06 09: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파수꾼을 먼저 읽었는데요, 그 책도 여러모로 읽기 힘들었습니다. 앵무새죽이기는 그래도 평점이 좋아서 쟁여두긴 했는데, 초딩님 글을 보니 매우 망설여집니다. 저의 시간 죽이기가 될까봐서...

초딩 2021-05-06 10:57   좋아요 3 | URL
오디오북을 듣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그래도 가만히 눈으로 읽는 시간에 보지 못한 책을 들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ㅜㅜ 사실 오디오북 들으며 전자책도 사서 같이 보고 있었는데, 초반이 지나고 나니 색이 점점 백인을 위한 책으로 됨을 느꼈었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1-05-06 10: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아주 예전에 읽다 말아서 다시 읽어보려 생각했는데, 저도 이글 보고 패쓰해야 겠네요. 책 읽는 시간은 중요하니깐요^^

초딩 2021-05-06 10:58   좋아요 2 | URL
법 앞에서 평등, 약자를 생각하고 약자의 입장에서 보기라는 주제는 좋은데,
그것이 그들과 ‘다른‘ 사람의 입장이라는 것이 좀 부각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은 같지 않아 보이는요.
좋은 하루되세요~
 

상이다. 유스티티아가 이렇게 두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심판을 내리기 위해서다.

분명하다. 메이엘라 유얼과 톰 로빈슨을 둘러싼 사건은 스코츠보로 사건과 아주 비슷하다.

하퍼 리가 나고 자란 앨라배마 주는 이웃 미시시피 주나 루이지애나 주와 함께 미국 남부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하퍼 리가 『앵무새 죽이기』에서 다루는 주제 중 하나는 정의 그리고 심판과 관련된 문제다.

실제로 작가의 아버지는 작품 속의 애티커스 핀치처럼 살인죄로 기소된 흑인을 변호하기도 했다.

스카웃은 말하자면 〈타자〉,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자신의 입장에서 남을 생각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이와 반대로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애티커스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엽총을 사주면서 어치새 같은 다른 새를 죽이는 것은 몰라도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고 말한다. 다른 새들과 달리 앵무새는 아름다운 소리로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뿐 곡식을 쪼거나 창고에 둥지를 트는 등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새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된다는 것이다.

1926년출생 앨라배마 주 먼로빌에서 1남 3녀 중 막내딸로 태어남. 앨라배마 주 버틀러 군에서 태어난 그녀의 아버지는 1915년부터 먼로빌에서 변호사, 잡지 편집자, 주 의회 의원 등을 역임.

1931년5세 3월 스코츠보로 사건 발생. 이후 20년 동안 관련 소송이 계속됨.

1958년32세 6월, 『파수꾼』 원고를 테이 호호프에게 보냄.

2015년90세 7월, 두 번째 장편소설 『파수꾼』 출간.

「글쎄, 말하자면 앵무새를 쏴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죠?」

아빠는 오랫동안 마룻바닥을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고개를 드셨습니다. 「스카웃, 유얼 씨는 자기 칼 위로 넘어졌어. 이해할 수 있겠니?」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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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 어린 시절부터 아마존을 거쳐 블루 오리진까지
제프 베조스 지음, 월터 아이작슨 서문, 이영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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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파괴를 인상 깊게 읽어서, 베조스의 자서전을 읽었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으로 유명한 월터 아이작슨이 썼다.

그런데 시작이 남달랐다. 전기문이니 어느 정도 시간의 흐름대로 전개되어야 할 것 같은데, 베조스의 삶은 어떤 연설문의 일부로 간간히 소개되었다. 게다가 40페이지가량의 월터 아이작슨 서문은 대부분이 그 이후에 나오는 내용을 복붙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몰라서, 서문에서 이렇게 자세히 다루니 본문은 어떨까라고 기대했는데, 본문에 서문이 모두 반복되었다.

제프 베조스의 삶을 엿보기는 힘들다. 1부에서 출생과 학교 시절이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나오고 어느덧 회사와 회사 서비스 자랑이 나온다. 서비스에 대해서가 아니고 서비스 홍보에 가깝다.

그리고 절망적으로 160페이지부터 주주서한이 나온다. 380페이지까지. 이 책의 반이상이 주주서한이다. 눈뜨고 못 읽을 지경이다. 1997년부터 감흥 없는 내용과 온갖 수치들로 범벅인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가 끝까지 이어진다.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정말 너무하다. 아마존과 베조스에게 굉장히 실망하게 만든다. 뭔가 악담을 더 퍼붓고 싶은데, 그냥 한 마디만 쓰고 마치겠다.


이 책은 읽지 마세요.


아마존과 베조스에 대해 알고 싶으면 '순서 파괴'를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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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05 0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랑 🌟 1개에서 초딩님의 분노가 확 느껴지네요 ㅜㅜ

초딩 2021-05-05 09:17   좋아요 2 | URL
ㅜㅜ 네 정말 읽다 화났어요 ㅜㅜ
어린이날 잘 보내세요~
 

"자네는 구제받을 수 없네, 불쌍한 인간아! 우리가 구원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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