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세트 1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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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책들에 꼽히고,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훌륭한 문학 작품 중 제1위에 올랐고, 시카고에서 '한 권의 책, 하나의 시카고' 운동에서 첫 번째 책으로 선정되었고, 1961년 소설 부문 퓰리처상 및 많은 상을 받고 영화도 상을 받고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이 소설이라는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나는 이 소설에 별 셋을 힘들게 줄 뿐이다.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가 눈을 가리고 칼과 저울을 들고 있어야 하듯이 법 앞에서는 모두 평등해야 하고, 다른 새들을 따라 노래 부르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앵무새'인 흑인과 사회적 약자를 죽이지 말아야 하고, 그들의 시선에 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하는 이 책에 나는 별점을 많이 줄 수 없다.

화자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억울한 톰 로빈슨을 변호했지만, 백인 밥 유얼이 승소했다. 하지만, 조롱거리가 된 밥 유얼은 핀치 변호사를 협박하고 급기야 스카웃 (8살) 과 스카웃 (12살) 의 오빠 젬을 밤길에 죽이려 한다. 그러다 몸싸움 끝에 자기가 가져갔던 칼에 찔려 죽는다.

보안관 테이트 아저씨는 정당방위로 밥 유얼을 젝이 죽인 것이 아니고 몸싸움 중에 넘어지면서 실수로 자신의 칼에 찔려 죽었다고 애써 주장하지만, 아버지 핀치 변호사는 정황상 자신의 아들이 어쨌든 칼로 찌른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는 보안관의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세뇌하듯이 인정한다.


아빠는 오랫동안 마룻바닥을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고개를 드셨습니다. 「스카웃, 유얼 씨는 자기 칼 위로 넘어졌어. 이해할 수 있겠니?」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p561


그리고 그 인정에 스카웃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을 이해할 수 있냐는 아빠의 말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글쎄, 말하자면 앵무새를 쏴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죠?」 p561


두 부녀의 '이해'는 젝이 정당방위로 죽인 것은 부정하고, 밥 유얼이 실수로 죽었다는 보안관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보안관의 논쟁 초반에, 아버지는 스스로 말한다, 실수로 죽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진실을 덮는 것이고 사람들이 그것을 알 것이며, 자신은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아들이 정당방위로 죽인 것을 은닉시킬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 뒤집은 것이다.

모든 고귀하고 아름다운 주제를 전하는 이 책의 마지막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비열한 밥 유얼이 자신을 죽이려고 할 때,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12세 오빠는 단죄하듯이 그를 죽였고, 대신 다음의 죗값을 받았다는 듯이 소설은 시작한다.


오빠의 왼쪽 팔은 오른쪽 팔보다 조금 짧아졌습니다. 서 있거나 걸을 때면 손등이 몸과 직각을 이뤘고, 엄지손가락은 허벅지와 평행이 됐지요. p15


굉장히 혼란스럽다. '총'을 허용하는 미국다운 소설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정당방위와 상황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것이 개인이 사형을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신들 스스로를 찬양하고 합리화하는 '위대한 개츠비'와 '가재가 노래하는 곳' - 여기도 주인공이 평생 들키지 않는 살인자였다 - 에 '앵무새 죽이기'를 추가할 수밖에 없다.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기 때문에 종이책을 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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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5-06 09: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 셋 이상을 줄 용의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책을 읽는 도중에도 역겨워서 이걸 끝까지 읽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돈 좀 있는 백인들을 위한 책.

초딩 2021-05-06 10:55   좋아요 2 | URL
언제나 시원시원하게 솔직하고 담백하게 말씀해주셔서
항상 냉수마찰한 것이 맑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넵 백인을 위한 책! ㅎㅎㅎ

초딩 2021-05-06 10:56   좋아요 2 | URL
방금 알라딘 서점 가니 9.7 ㄷ ㄷ ㄷ
좋은 평과 상도 휩쓸어 이 글을 쓰기가 망설여졌는데 ^^
감사합니다!

물감 2021-05-06 09: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파수꾼을 먼저 읽었는데요, 그 책도 여러모로 읽기 힘들었습니다. 앵무새죽이기는 그래도 평점이 좋아서 쟁여두긴 했는데, 초딩님 글을 보니 매우 망설여집니다. 저의 시간 죽이기가 될까봐서...

초딩 2021-05-06 10:57   좋아요 3 | URL
오디오북을 듣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그래도 가만히 눈으로 읽는 시간에 보지 못한 책을 들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ㅜㅜ 사실 오디오북 들으며 전자책도 사서 같이 보고 있었는데, 초반이 지나고 나니 색이 점점 백인을 위한 책으로 됨을 느꼈었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1-05-06 10: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아주 예전에 읽다 말아서 다시 읽어보려 생각했는데, 저도 이글 보고 패쓰해야 겠네요. 책 읽는 시간은 중요하니깐요^^

초딩 2021-05-06 10:58   좋아요 2 | URL
법 앞에서 평등, 약자를 생각하고 약자의 입장에서 보기라는 주제는 좋은데,
그것이 그들과 ‘다른‘ 사람의 입장이라는 것이 좀 부각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은 같지 않아 보이는요.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