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4달동안 정신없이 바쁘던 신랑이 모처럼만에 여유를 갖게 되면서 그동안 가지 못했던 병원에 다녀오게 되었다.
삼성서울병원에 가게되면서 오후에 잠깐 북촌에 들러 거리 이곳저곳을 정처없이 다니며 구경하는데 예상외로 사람도 많아 깜짝놀랐다.
인상적인것은 정갈하고 멋스런 한옥집 대문에 모두 번호키를 달고 있는 생소함.
뭔가 고전적인것과 현대적인것의 엉성스러워 보이는 조화가 왠지 눈에 띄어 신랑이랑 웃어보기도 했다.
사람도 많고 시간도 촉박해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북촌에서 유명했던 버거집을 지나치며 먹어보고 싶었고, 호떡집에 긴 줄을 보면 나도 서서 한입 먹어보고 싶었는데 길거리에서 음식을 들고 다니는걸 싫어하는 신랑 덕분에 겨우 추러스 하나 사서 먹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다가 아티제 삼청점에 들러 스트로베리 미니 치즈케잌과 애플 망고 그리고 아메리카노를 먹으며 잠시 쉬어보기도 했다. 꽃할배 때문에 망고가 너무 먹어보고 싶었는데 참 달달하고 맛있게 먹었는데 가격이 좀 비싸다는게 함정. ㅜㅅㅜ

< 사진도 찍어본 사람이 잘 찍는다고 신랑이랑 먹느라고 사진은없고
덩그런 영수증만이 기억을 떠올려줄 뿐이다 ㅋㅡㅋ,,>
저녁 7시차를 타야했기 때문에 일찍 발길을 돌려 잠시 반디 센트럴점에 들러 적립금으로 책을 몇 권사서 쇼핑백에 넣고 저녁을 먹기위해 쫄면과 칼국수 만두를 판매하는 식당에 들어가서 기다리는데 신랑이 음식을 먹기 위해 발밑에 쇼핑백을 둔게 화근이 되고야 말았다.
신랑이 쫄면이 나왔다고 신나게 버무리다가 글쎄 양념이 쇼핑백 안으로 떨어져 버렸고 내가 가장 보고 싶어했던 책 위로 떨어져 선명한 자국을 남기고야 말았다는것. 우이 c , 이런 쌈장, 된장, 고추장 같으니라고!! ㅡ.,ㅡ^

너무 화가난 내가 오만상을 써가며 신랑을 쳐다보자니, 신랑왈, 나랑 함께한 시간 중에서 이렇게 짜증내는건 처음본다나 뭐라나. 고 양념이야 닦아내면 되는것 아니냐는 맹랑한 이야기. 이미 흡수해 버린 양념 국물은 닦아낼 수 없다고 이야기해주며 갑자스레 북 파우치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꼭 필요하다. 북파우치는.
특히나 쫄면을 좋아하고 양념과 젓가락을 신명나게 춤을 추게 할수있는 남자라면 말이다.
그래서 돌아오는 차안에서 알라딘 앱으로 책을 구입하며 북 파우치를 골랐다. 그것도 아주 새빨간 색상으로다가! 다음주에 오면 제대로 사용해줄 테다 벼르면서 말이다.
★ 구입한 책들.
요즘 여행 책들이 제법 눈에 들어오는데 특히 『떠나면 알 수 있는 것들』은 서점에서 보자마자 반해서 사려고 벼리던 책이다. '사진일기'라는 특성으로 다른 여행서적보다 사진이 많다는 점이 특징인데 책에 실린 인물 사진들이 모두 미소를 짓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때 어색함 혹은 낯선 타인에 대한 불안감 따윈 날려버린듯. 일상에서 매일 만나온 사람인것 처럼 보여지는 표정들에 가슴이 설레였다. 나도 이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비록 여행에 있을 위험함, 불편함이 감춰졌더라도. 혹은 이 책이 의도적으로 행복한 표정만을 담았더라도. (그리고.... 선명한 빨간자국은 이 책에 남겨졌다 OTL ~~따이c~~!!)

나는 연애인이 쓴 책을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왠지모를 편견과 책을 읽을때 쳐다볼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효진의 공책을 읽으며 그런 편견과 오해 따위는 날려버려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천데렐라. 허당. 맹탕등 이천희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모두 한결같이 뭔가 부족해보인다는 뜻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책을 씌게 되었고 그것도 『가구만드는 남자』라는 목재를 다루는 일이라는 사실이 참 흥미로웠다. 남자가 가장 아름답고 멋질때는 자신의 일에 몰두할때라고 하지 않았던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그가 멋져보였고 그의 삶이 궁금해졌다. 어떻게 그런 일을 꿈꾸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는지 들여다보고 싶어 구입하게 되었다. 책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던 신랑에게 은근슬쩍 이야기하며 책을 보여주니 관심을 보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얼른 읽고 은근슬쩍 미뤄줘야 겠다.

제주도. 이젠 한이 생길 지경이다. 신랑과 다녀오기로 약속한 지도 몇해가 훌쩍 지났는데 계획할때마다 번번히 일이 생겨서 다녀오지 못하게 되었고 이번에도 그렇게 되어 무척 속상하다. 그래서 여행은 계획하지 않고 떠나는 거라고 했던가. 그렇지만 그래도 늘 제주도에 대해 끊임없이 생기는 관심은 어쩔 수 없어 책으로 달래본다. 서른의 해를 서울에서 보내다가 제주도로 옮겨간지 3년. 나처럼 환상에 젖어 행복할거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씌여진 책이라는 점이 인상적인 『푸른섬 나의삶』
지금 읽고 있는 『올드독의 제주일기』 역시도 제주도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중인데 남성의 시각과 여성의 시각을 비교하여 읽어보면 재밌을거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두가지의 책을 읽게 된다면 정말 제주도에 대한 나의 환상은 깨지게 되는 것일까.

출간된지 한참 된 책인데 서점에서 우연히 펼쳐보고 좋아 구입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카테고리를 담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는데 특히 '감기에 걸렸을때'와 같은 글귀가 참 흥미로워서 몇번 펼쳐볼 세도 없이 구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구입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도대체 나는 왜 소설을 읽지 않는 것일까 하고. 내 독서력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소설을 제외한 책들이고 간혹 읽은 소설들은 우리나라 소설도 아니다. 나는 의도적으로 우리나라 소설을 기피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것도 그럴것이 우리나라 소설은 여자와 남자의 구분이 명확하다는 점이 싫다고나 할까. 예를들어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가족』에서 막내 여동생의 모습이나, 김훈 소설가의 『칼의노래』에서 여진의 모습처럼. 여성의 상은 늘상 그렇게만 다가오는것에 대한 거부감이랄까. 남성우월주의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구시대적인 인식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무튼 그런점들이 읽힐때마다 썩 유쾌하지 못한 기분들이 소설을 기피하게 만드는것 같다. 무튼, 이 책을 통해서 유쾌하지 못한 인식들이 사라지고 소설에 대한 애뜻함이 생겨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