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 - 보경 스님의 친절한 해설
보경 스님 지음 / 민족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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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타니파타를 처음 알게된 것은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를 통해서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읽어주는 숫타니파타의 글귀는 나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탕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 처럼

 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9쪽


  숫타니파타를 읽기 전서부터 나의 가슴을 울렸고, 지금도 숫타니파타의 이 구절처럼 나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ebs 강의를 듣고 언젠가는 숫타니파타를 읽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나, 불교 경전에 대한 울렁증이 있어 쉽게 시작을 하지 못했다. 불교라는 거대한 철학의 바다를 건너기에는 나의 역량이 너무도 작았기 때문이다. 요즘, 코로나19로 가족이 힘들어하고 있다. 나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숫타니파타가 필요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숫타니파타의 내용은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나눈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 대중을 위한 강설이라기 보다는 구도자의 길을 가려면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가를 친절하게 강설하는 내용이다. 그러하기에 속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문장은 찾기 힘들었다. 아니, 일반 대중들에게도 좋은 글귀이지만, 이미 불교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탐욕과 집착을 벌리고 선한 삶을 살아가라는 내용은 새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때 마라(파피만)는 이렇게 말했다. 

   자녀가 있는 사람은 자녀로 인하여 기뻐하고

   소를 가진 사람은 소로 인하여 기뻐한다. 

   사람이 집착하는 바탕은 기쁨이다. 

   집착하는 바탕이 없는 사람은 참으로 기쁜 일도 없으리라.


  스승이 대답하셨다. 

   자녀를 가진 사람은 자녀로 말미암아 걱정하고,

  소를 가진 사람은 소로 말미암아 걱정한다. 

  참으로 사람이 집착하는 바탕은 근심 걱정이다. 

  집착하는 바탕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일이 없다. "-25쪽


  보경 스님은 부처님의 말이 옳다고 강설하셨다. 출가자 혹은 구도자의 입장에서는 부처님의 말씀이 백번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속세를 살아가야하는 중생들에게는 마라의 말도 옳고 부처님의 말씀도 옳다. 자녀를 기르며 자녀가 건강히 자라기를 바라며 걱정한다. 또한 자녀의 해맑은 웃음을 보며 기뻐한다. 자녀에 대한 집착은 고통인 동시에 행복을 가져다준다. 자녀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면 고통이 심해지고, 자녀에 대한 무관심은 자녀를 불행하게 한다. 자녀에 대한 건강한 거리를 두고 건전한 사랑을 준다면 자녀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하다. 집착을 버릴 수없는 속세인들에게 건전한 관계를 형성하는 지혜를 갖는다면 집착도 행복으로 만들 수 있다. 

  숫타니파타의 글은 출가자를 위해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들이기에 일반 사람의 입장에서는 거리감이 있는 내용도 있고, 불교에 대한 상식적인 말들로 채워져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숫타니파타에 보경스님이 붙여놓은 해설은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중에서 중세 아랍시인 루미에게 수피 한사람이 경전을 읽는 것이 유익한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 대답이 걸작이다. 


  "그대 자신이 그 책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더 나을 것이오."-106쪽


  자신이 경전의 말씀을 담을 그릇이 되지 못한다면 경전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전의 말씀을 담을 그릇이라면 그 경전은 너무도 큰 기쁨을 줄 것이다. 어디 경전뿐이랴, 세상의 어느 책이든 매한가지가 아닐까? 가벼이 초기 불교의 맛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숫타니파타를 추천한다. 이왕이면 보경 스님처럼 좋은 해설을 덧붙여주는 분의 책을 읽기를 권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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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21-11-10 18: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올 선생의 불교 강의는 약 20년 전의 그 불교강의를 말씀하시는건가요?^^
저도 그 강의를 재미있게 보고 법정스님께서 옮기신 <숫타니파타>과 <법구경> 읽었던 기억이...
소개해주신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강나루 2021-11-10 18:41   좋아요 3 | URL
네 맞아요.
그때 생각보다 시청율이 안나와서 강의를 오래하지는 못한 걸로 알고 있어요.

붕붕툐툐 2021-11-10 2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읽고 싶어용!!

강나루 2021-11-11 06:05   좋아요 1 | URL
명상하듯 읽으실 수 있어요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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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은 도끼다.'라는 제목이 강렬한데, 여기에 '다시'가 붙었다. 사실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고 싶어서 책을 골랐는데, '다시,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잘못 골랐다. 어쪄랴! 책을 읽어 내려갈 수밖에.... 그런데, 박웅현의 사진을 보면서, 나는 스님을 떠올렸다. 물론, 도올 김용옥 선생도 떠올랐다. 책을 읽는 동안 실제 스님들과도 교류를 하며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의 사유에 불교적인 사유의 흐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를 사로잡은 박웅현의 불교식 독서법을 살펴보자.

 

저자 박웅현은 책의 액기쓰를 짜내며 읽는 독서법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의미를 발견한 문장을 밑줄을 긋고 적어 놓았다가 이를 타이핑해 놓는 독서법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장들을 사무실에 걸어 놓기도하고, 따로 모아서 인문학 강독회를 열고 책으로 출판도한다. 팟캐스트 '인생내공'의 조우성 변호사도 이러한 방식으로 독서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들은 팟캐스트 제작과 공개강의를 할 때 요긴하게 사용한다.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체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강연 및 출판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OSMU)의 알뜰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박웅현은 '독서에 관하여'라는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며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강변한다.

 

"왜 꼭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있는 것만 예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이야깁니다."-35

 

그렇다. 우리는 예술가라는 사람이 평범한 일상을 묘사한 것을 보고 예술이라 감탄한다. 우리의 일상이 예술인데 우리는 너무 멀리서 예술을 찾았다. 박웅현의 글귀를 읽으며 나는 임제스님의 법문이 떠올랐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면, 네가 서 있는 바로 그곳이 진리의 세계이다!! 나의 인생에서 주인으로 살면서 나의 주변을 바라보면 그곳이 바로 진리의 세계, 곧 예술의 세계인 것이다. 머무르는 곳마다 진리의 세계가 될 수 있듯이 머루르는 그곳이 예술의 세계일 수 있는 것이다. 박웅현 자신은 모르겠지만, 그는 임제스님의 법문을 예술의 세계에 적용시켰다. 그의 사유에 불교적 사유가 흐르고 있기에 책을 읽으며 불교적 사유를 건져올리고 있다.

그렇다. 박웅현은 책속에서 진리를 건져 올렸다. 책속에는 그리고 세상에는 진리가 널려 있다. 그 진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89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고, 기록하는 자의 것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진리는 어디에나 있지만, 진리를 보고자하는 마음이 없다면 진리를 볼 수도 찾을 수도 없다. 평범한 돌도 가치를 알아보는 자에게는 보석이 되지만,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다이야몬드도 돌덩이일 뿐이다. 세상은 객관적으로 보이기보다는 주관적으로 보여진다. 각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을 볼 뿐이다.

그런데,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라는 문장 자체는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문장으로 보인다. 달은 하나이지만, 천개의 강에 떠오른다는 문장 자체가 모티브가 되어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라는 문장에 영향을 주었다고 추리한다면 나의 억측일까? '월인천강지곡'은 세종대왕이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한글로 편찬한 찬불가이다. 부처를 달에 비유하고, 그 달이 하나이지만, 천개의 강에 떠오른다는 표현 자체는 무척이나 문학적이다. 박웅현이 불교적 사유가 내면에 흐르고 있었기에 이 문장이 그의 가슴을 울리지 않았을까?

박웅현이 불교적 사유에 깊이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문장이 있다.

 

"그 오랜 세월의 몸부림과 분투 끝에 셰익스피어는 마침내 모든 희망으로 부터 해방되었다. (중략) 그렇게 그는 자유로워졌다."-211

 

이 글에서 "모든 희망"을 불교식으로 표현하자면 "욕망" 혹은 "집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집착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는 해탈하고 열반에 들 수 있지 않을까? 불교의 중요한 화두인 집착을 버리라는 말을 카잔차키스는 '희망'이라 표현했다. 박웅현의 내면에 흐르는 불교적 사유는 이를 놓치지 않고 건져올렸다.

스님들은 너의 욕망을 버리고 너의 마음을 곧바로 보라고 말씀하신다. 이것이 바로 '직지인심(直旨人心) '이다. 박웅현도 이와 비슷한 글귀를 놓치지 않았다.

 

"짧은 순간 동안 이 문장은 삶의 산문성을 가리는 커튼을 살짝 걷어 올린다."-220

 

밀란쿤데라의 이 글귀는 돈키호테의 죽음을 설명하면서 우리 인간의 본성을 곧바로 들여다보게한다. 돈키호테 주변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만하지 않는다.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질녀는 특히 그러하다. 보통의 문학작품들이 필요한 부분만 아름답게 조각하여 보여주지만, 돈키호테라는 작품은 우리의 본성을 가리고 있는 커튼을 찢어버린다. 그리고 그 속성을 곧바로 보여준다. 이는 우리의 현실을 곧바로 보라는 불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그렇게 박웅현은 불교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한알의 밀알에서 우주를 발견하고, 우리의 삶이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불교의 가르침이다. 박웅현의 인문학 강독회와 이를 묶어서 편찬한 '책은 도끼다.''다시, 책은 도끼다.'라는 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불교 철학의 깊이 있는 사유를 박웅현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쉽고 재미있게 풀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참선을 통해서 깨달음의 세계에 진입하는 스님의 모습을 박웅현의 모습에서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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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9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박웅현님 책
도끼! 리커버도 출간 되었네요^^

강나루 2021-12-10 06: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도 감사해요^^

쎄인트saint 2021-12-09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12-10 06: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thkang1001 2021-12-09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리뷰에 선정 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12-10 06: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축하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하라 2021-12-09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강나루 2021-12-10 06: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12월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2-09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강나루 2021-12-10 06:02   좋아요 1 | URL
부지런한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러블리땡 2021-12-10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강나루 2021-12-10 06:03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님 감사합니다.

러블리땡님도 행복하게 주말 보내세요.

물감 2021-12-10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당선 축하해요😀
좋은하루 되시길요😉

강나루 2021-12-11 07:12   좋아요 1 | URL
물감님 감사합니다^^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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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역사 스리즈가 올해 유행했다. ~~흑역사라는 제목을 보며 읽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그러나 유혹의 달콤함 만큼이나, 이 책에 대한 실망이 밀려왔다. 매력적인 책 제목에 낚여 읽었지만, 책 내용에는 실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 책에서는 50여가지의 만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만약은 만약일 뿐이다. "~했었더라면 ~ 수도있다."라는 가정은 희망찬 가정일 뿐이다. 하나의 사건이 역사에서 발생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그 시대와 그 국가의 능력과 한계 여부의 결과이다. 우리의 삶과 우리의 역사는 수많은 우연과 필연의 연속으로 이뤄져있다. 하나의 우연이 발생했을 지라도, 또다른 우연이 그 우연을 상쇄할 수도 있다. 저자가 말한 ~했었더라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다. 반복되는 ~햇었더라면 ~ 수도 있다는 가정의 남발은 이책의 흥미를 떨어뜨리게한다. 

  둘재, ~했었더라면 ~수도 있다.는 가정에 비약이 많다. 토이토부르크 숲 패배를 설명하면서 바루스가 아르미니우스를 신임하지 않았다면 서로마는 몰락하지 않고 중세 암흑기도 도래하지 않았으며, 15세기에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과학적 삶을 누리고 살앗을 것이라는 상상은 비약의 극치를 이룬다. E.H Carr는 '역사는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우연은 우연으로 상쇄된다.'라고 말했다. 저자가 가정한 우연도 또다른 우연으로 상쇄될 수도 있음에 유념하길 바란다. 

  셋째, 서구중심의 역사관에 매몰되어 있다. 아테네가 페르시아가 말한 '흙과 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기에 페르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저자의 서술은 아테네를 위한 변명 치고는 너무도 수준이 낮다. 아테네가 페르시아에게 '흙과 물'을 바치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어겼다면 이는 명백한 기만행위이다. 이를 '흙과 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고 에둘러 변명하는 것은 서구중심적인 역사서술에 매몰되어 어처구니 없는 변명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넷째, 친미국적 서술이 문제이다. "500년 넘는 속박과 억압의 족쇄에서 해방되는날, 그들은 우리 미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112쪽, 라는 페리제독의 가상 편지는 너무도 친미적인 역사서술이다. 미국이 일본을 강제 개국한 것을 이런식으로 가상편지로 미화시키는 것은 달갑게 보이지 않는다. 

  다섯째, 한국사에 대한 무지가 문제이다. 1592년 일본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했다는 서술은 명백한 오류이다. 당시 선조는 의주에 있었으며, 일본군은 평양성까지 진격하였으나 더이상 북상하지 못했다. 이유는 이순신이 남해의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식상을 해상으로 수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순신 장군에게는 조정의 명령을 거역하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라는 서술도 한국사에 대한 무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역사를 서술하려면 많은 자료조사와 철저한 사실확인이 필수이다. 이를 저자는 하지 못했다. 


  101가지 흑력사로 읽는 세계사라는 제목은 너무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서구의 시각에서 저술된 세계사의 한계를 이 책도 극복하지 못했다. 역량있는 한국인들이 깊이있는 세계사를 서술하여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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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김태형 지음 / 원더박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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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참모습을 보고 싶다면 네 이웃의 눈동자에 비친 모습을 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한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통해서 대통령 후보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싶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들의 심리를 살펴보면서 그들의 모습에 비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의 모습에 비친 어린 나는 울고 있었다. 어린 자아를 보듬으며 책장을 넘겼다. 그러면서 이제는 부모가 되어버린 현실의 나를 돌아보았다. 나 자신과 대면한다는 것은 고통스럽고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불편을 견디지 못하고 외면한다면 나의 내면아이는 계속 울며 고통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래, 대통령 후보들의 내면 심리를 통해서 어린 나의 자아와 대면해보자. 


1. 심리적 고아

  지금은 대통령이 된 문재인 후보의 심리분석을 읽으며 인간 문재인의 아픔을 보았다. 어린 문재인은 "병원에 가서 여러바늘 꿰매야할 상처였는데도 야단안 맞으려고 어른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서 상처를 싸매고 버텼"단다. 대학생이 되어 학생운동을 하다가 구속되어서도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 저자 김태형은 이를 통해서 어린 문재인이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음을 알아낸다.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때문에 자신이 위기에 처했다하더라도 부모가 자신을 지지해주리라 믿지 않는 것이다. 어린 문재인은 심리적 고아였다. 얼마나 아팠을까? 아픈 손을 감싸고 쓸쓸히 고통을 삼켜키며 얼마나 외로웠을까? 

  어린 문재인을 만나면서 나는 내면의 어린 나를 만났다. 어린 문재인이 아픈 손을 잡고 외로워했듯이, 어린 나의 내면아이도 쓸쓸하게 울고 있었다. 어릴적 나도 다치거나 몸이 아파도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혼자서 감내하려했다. 나는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김태형이 지적하였듯이, "부모는 다소 엄격한 분"이거나, "최소한 지지적인 부모가 아니었던 것"이 아파도 부모에게 말을 못하는 아이를 만들었다. 

  어린 문재인은 부모에게 중, 고등학교 6년 내내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거나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문이과를 선택해야할 때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그때 아버지는 "내가 뭘 아니, 네가 알아서 선택해"라는 말을 하였다. 고등학교 시절 하숙을 했다. 하숙집은 절대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하숙집을 바꿔달라고 아버지에게 말을 했다. 그때도 아버지는 "그럼, 네가 알아봐"라는 말을 했다. 집안에서는 엄한 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밖에서는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용감한 아버지는 아니었다. 나도 '심리적 고아'였다. 아들이라며 금지옥엽 아끼는 말을 하기도 했으나, 부모의 행동은 그러하지 않았다. 바쁜 농촌일을 하시느라 해가 지고 나서야 부모는 집에 왔다. 쓸쓸히 집을 지키고 있어야했던 나에게는 부모는 너무도 먼 곳에 있었던 존재였다. 

  부모의 사랑은 부담없이 그냥 받아도 된다는 사실을 어린 문재인은 알지 못했다. 부모의 사랑도 보답하지 않으면 사랑을 잃을 수 있다고 불안해했고,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는 것이 습성화되었다. 일명 '착한 아이 콤플랙스'가 어린 문재인의 가슴에 내면화되었다. 

  어린 문재인과 대면하면서 나의 어린 내면아이와 너무도 흡사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문재인이 '착한 아이 콤플랙스'에 휩싸여 살았듯이, 나 또한 착한아이 콤플랙스에 휩싸여 살았다. 문재인이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법대에 진학했듯이, 역사 학자가 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나이든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를 포기했다. 어머니가 나를 키웠으니, 당연히 부모에게 그 은혜를 갚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기가 힘들기에 이제는 실업계 고등학교로 전근 갈 방법을 모색하는 나를 보며 슬픈 모습의 어린 내면아이를 다시한번 발견한다. 

  부모에게 참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문재인은 "항상 선을 그어 놓고 운동에 참여"했다. 정치에 참여한 것도 본인의 뜻이라기 보다는 국민의 사랑에 의해서 강제로 내몰린 것이다. 인권변호사라는 자신의 길을 가고 싶었고 책을 읽으며 조용히 삶을 살고 싶어하는 지금의 문재인을 보며, 현재의 나와 대면한다. 교사가 된 나는 타교사들이 되려고 노력하는 관리자의 길을 외면한다. 교장 교감이 되려고 노력하는 주변 교사의 눈에는 내가 이해되지 않는 눈치이다. 그러나 교장 교감은 커녕 부장 교사가 되는 것도 나는 부담스러워한다. 조용히 책을 읽으며 수업시간에 열정을 불사르며 살고 싶다. 열정적 수업을 할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오면 조용히 명예퇴직을 하여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에 집을 마련하여 독서 삼매경에 빠지고 싶다. 

  문재인과 내가 같은 내면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명박이 고 노무현 대통령 연결식에서 헌화하려하자, 백원우 의원이 "보복정치 사죄하라!"라고 외쳤다. 문재인은 상주를 맡은 국민장의 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이명박에게 사과했다. 나로서는 문재인의 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 문재인이 아직도 착한아이 콤플랙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나는 착한 아이이기보다는 때로는 나쁜 아이가 되려 노력한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강한 교장 교감들을 보면서, 절대 저들에게 빌붙어 아부하는 존재가 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공자께서도 "마을 사람중에 선한 사람이 그를 좋은 사람이라 하고, 마을 사람중에 나쁜 사람이 나쁘다고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不如鄕人之善者好之其不善者惡之.)" 라고 하셨지 않는가! 이제는 더 이상 '착한 아이'이고 싶지 않다. 


2, 참된 부모되기

  심리학자 김태형은 문재인 이외에도 이재명과 안철수, 유승민의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김태형의 입장에서 가장 안정되고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갖춘 심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재명이다. 어떻게 해서 이재명이 안철수와 유승민 보다도 안정된 심리를 가지고 있을까? 이재명은 안철수와 유승민에 비교한다면 무수저 출신에다가 학벌도 그들보다 좋지 않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공장에 취직해야했다. 맞기 싫어서 공부를 했다.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고, 장학금을 받으며 법대에 진학했다. 장학금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재명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수저 이재명이 안철수와 유승민 보다 안정된 심리를 갖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혹시 아버지의 사랑 때문일까?

  이재명과 안철수, 유승민의 아버지는 이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았다. 이중에서 이재명의 아버지가 특히 심했다. 이재명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했을 뿐만 아니라, 도박에 중독되어 그나마 있었던 가산을 탕진했다. 이재명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와 유사했다. 나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하지는 않았지만, 술을 너무도 좋아했다.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오면, 온 가족은 조용히해야했다. 아버지가 깨어나면 그때부터는 잠을 못잔다. 했던 말을 반복하며 가족을 고문했고, 빚을 갚겠다며 집을 나가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울면서 나에게 아버지를 붙잡으라고 했다. 지금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잔치날이었다. 이웃주민과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는 술을 드시고 소리를 지르며 잔치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자랑스럽게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린 나의 눈에 아버지가 한심해보였다. 쓸개가 없는데도 어머니 몰래 술을 숨기고 다니며 술을 마시다가 간경화로 아버지는 저세상으로 가야했다. 나는 지금도 술을 끊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때의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면 나의 어린 내면아이는 울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였을까? 둘째딸이 "아빠 술마시는 거 싫어"라고 말을하자, 그때부터 나는 술을 끊었다. 나는 나의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명감 혹은 책임감 때문에 정치에 입문한 안철수도 김태형의 분석에 따르면 아버지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도 착한 아이 콤플랙스가 있다. 성인이 되고나서 그가 의사의 길 보다는 백신을 만드는 일에 뛰어든 것도 아버지에 대한 반항에서 시작되었다. '권력 실세 밑의 저격수' 유승민 또한 아버지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 가출과 반항은 아버지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심리에 의해서 표출된 행동이었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아버지의 인정과 상관 없이 반항아로서의 자기 인생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런 인생을 살면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안철수와 유승민이 아버지에 대한 인정욕구에서 탈피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대면한다면 그들은 탁월한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아니, 정치를 떠나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찾아 떠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와 유승민 보다도 더 바람직하지 않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던 이재명이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정치인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결은 바로 어머니의 깊은 사랑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공장에 취직해야했던 이재명을 그의 어머니는 혼자 보내지 않았다. 이재명의 손을 잡고 공장에 갔다. 가난했지만, 이재명의 어머니는 어린 이재명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었다. 팔을 다쳐 장애를 얻은 아들을 눈물로 맞이하며 남다른 애정을 주었다. 그것이 지금의 이재명을 만들었다. 그리고 공장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그는 말한다. 

  "나는 권력이 필요한게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한 사람이다."

  "자리나 지위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사람이다."-116쪽

 

  자리와 권력을 탐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나방처럼 권력을 향해서 뛰어드는 사람과 비교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그에게 자리와 권력은 자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세상으로가는 도구일 뿐이다. 타 후보가 질 가능성이 높은 일, 정의로운 일이라도 수구세력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일은 하지 않는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그의 모습이다. 이재명은 욕을 먹어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싸움닭이라는 별명도 그는 자랑스러워한다. 싸워도 지치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내가 닮고 싶어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보수 세력과 보수 언론으로부터 가장 비난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은 보수세력이 얼마나 이재명을 두려워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이재명이 만들고자 하는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해본다. 

 

 

  심리학 책을 읽거나, 심리학 연수를 수강하는 목적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책을 덮고 연수를 마치고 나서는 나 자신을 알고 치유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심리학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을 읽기 전에는 대통령 후보의 마음을 알고 싶었지만, 읽고 나서는 나의 내면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김태형의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은 나에게 천금같은 값어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깨달은 진리는 부모의 중요성이다. 경제적인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참된 사랑이다. '나는 나의 자녀에게 이재명의 어머니가 해주었던 사랑을 해주고 있는가?' 나는 여러차례 이 질문을 나 자신에게 했다. 낳기는 쉬워도 키우기는 힘든 법이다. 더욱이 나 자신 또한 참된 사랑을 받고 자란 것은 아니기에, 나 자신을 치유하며 참된 부모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다. 멀고 힘들지만 가야할 길이기에 오늘도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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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8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8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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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8의 주제는 중국인이 바라본 6.25 전쟁이다. 책의 절반 이상이 6.25 전쟁과 과련된 내용이다. 우리가 바라본 6.25는 비극과 애환이 서린 전쟁이다. 김일성에 의해서 시작된 전쟁은 민족을 파멸로 몰아 넣었다. 이 전쟁은 한반도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여파는 동아시아로 퍼져 나간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자, 마오쩌둥은 한반도 전쟁에 중국군을 파병한다. 국가의 기틀을 잡기에도 버거울텐데도 그들은 북한을 돕기 위해서 파병했다. 그렇다면 중국에게 6.25는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책 속으로 들어가 그 의문을 풀어보자.

 

  6.25는 한국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소련과 중국, 그리고 미국이 전쟁에 관여되어 있다. 사실 우리는는 여기까지만 생각한다. 그런데 6.25 전쟁은 보다 많은 국가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일본의 기뢰 제거반이 투입된 사실도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데, 베트남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천컹은 6.25전쟁에서 갱도 건설 전략을 제안했다. 지하 만리장성을 건설해서 항일 전쟁에서 유용하게 사용한 저력을 한반도에서 다시 사용했다. 또한 천컹은 베트남에 땅굴을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지하갱도는 동아시아의 전쟁에서 널리 사용된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을 괴롭힌 것이 바로 베트공이 건설한 땅굴이지 않은가! 어쩌면 북한이 남침용으로 건설한 땅굴도 6.25 전쟁에서 중국군이 건설한 갱도건설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신혼부부가 항미원조라는 구호에 현혹되어 전쟁에 자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해서 한반도에 파병된 중국인들의 삶은 행복했을까? 전쟁 자체가 비극의 결정체이지만, 항미원조라는 명분을 믿고 전쟁터에 갔다가 포로가된 중국군 포로들의 운명은 너무도 비극적이다. 중국 포로들은 중국에 가서 자아비판을 강요당했다. 귀래자 6000여명 가운데 중공당원 2900명중, 91.8%가 당에서 제명되었다. '특수 혐의자' 모자를 쓰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서도 냉대와 자아비판을 강요당했다. 항미원조라며 젊은 이들을 사지로 몰아 넣었던 공산당은 "무슨 재주를 부렸기에 살아돌아 왔는지 궁금하다."며 의심의 눈초리로 귀래자들을 바라보았다. 이어 닥친 문화 대혁명은 그들에게 더 큰 폭력과 냉대를 감수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타이완을 선택한 중국인민지원군 포로 1만 4천명의 삶은 좋았을까? 타이완에서 반공의사 대접을 받았지만, 저학력이라서 토역 후에 변변한 일자리를 갖지 못했다. 결혼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타이완의 거리를 떠돌며 생을 마감해야했다.

  중국이든 타이완이든 항미원조의 명분을 믿고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었던 그들은 죄인 추급을 받거나 사회의 하류 계층을 이루며 살아야했다. 그들은 분명,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사회에서 주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느라 제대로된 치유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이 끝난 이후, 타이완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한반도에서 국가 보안법이 활개를 치며 자유로운 창작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했듯이, 1957년 5월 24일 벌어진 반미운동 이후 타이완에서의 사상탄압은 광풍처럼 타이완을 휩쓸었다. 반정부=반미주의자=공산당이라는 인식이 널리 펒ㄴ 가운데, '톰소여의 모험'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연행되기도 했다. 마크트웨인과 마르크스가 친척관계라는 것이 이유였다. 같은 마씨라는 발상 자체가 참으로 기발했다. 이는 박정희 정부 시절에 양희은의 아침이슬이라는 노래의 '태양은 대지위에 붉게 타오르고'라는 가사가 '태양'은 김일성을 뜻하고, '붉게 타오르고'는 남한을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해석한 정부당국자의 발상과 너무도 비슷했다. 프랑스 작가 애밀존라 혹은 량치차오를 좋아한다하여 수배되거나 체포되는 촌극이 벌어진걸 보면, 한국에만 메카시 광풍이 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념 대립은 중국의 범죄자를 반공투사로 만들었다. 1983년 벌어진 민항기 납치사건은 사실 방탕한 삶을 살아가던 중국 부유층의 자녀가 치밀한 계획을 세워 민항기를 납치한 사건이다. 그러나 민항기를 납치한 납치범을 이념 대립은 반공투사로 만들었다. 대만으로 추방된 줘창런은 도박과 투기로 보상금을 탕진한다. 그는 병원 부원장의 아들을 유괴 살해하는 만행을 전지른다. 결국 1997년 사형선고를 받고, 이후 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한다.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1993년까지 항공기 납치범이 타이완에 10여 차례 왔다. 결국, 타이완 정부도 방침을 바꿔서 납치범들을 반공투사로 대우하던 관행을 깨고 엄하게 처벌하고, 중국으로 추방했다. 이념이 범죄자를 영웅으로 만든 댓가를 타이완은 톡톡히 치뤘다.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1권부터 8권까지 읽는 대장정을 마쳤다. 애초에 10권을 기획했다고 하던데, 아직까지 9권은 출판되지 않고 있다. 9권에는 시진핑을 비롯해서 현재 중국의 실권자들의 삶을 조명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10권에서는 중국의 미래에 대한 김명호 나름의 소견도 담아주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내공이 탄탄함에 놀랐다. 40여년을 중국 근현대사 연구에 매진한 대가의 기품이 풍겨나온다. 건강이 허락되는 내에서 김명호 교수가 대중을 위한 중국사 책들을 저술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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