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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ㅣ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흑역사 스리즈가 올해 유행했다. ~~흑역사라는 제목을 보며 읽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그러나 유혹의 달콤함 만큼이나, 이 책에 대한 실망이 밀려왔다. 매력적인 책 제목에 낚여 읽었지만, 책 내용에는 실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 책에서는 50여가지의 만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만약은 만약일 뿐이다. "~했었더라면 ~ 수도있다."라는 가정은 희망찬 가정일 뿐이다. 하나의 사건이 역사에서 발생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그 시대와 그 국가의 능력과 한계 여부의 결과이다. 우리의 삶과 우리의 역사는 수많은 우연과 필연의 연속으로 이뤄져있다. 하나의 우연이 발생했을 지라도, 또다른 우연이 그 우연을 상쇄할 수도 있다. 저자가 말한 ~했었더라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다. 반복되는 ~햇었더라면 ~ 수도 있다는 가정의 남발은 이책의 흥미를 떨어뜨리게한다.
둘재, ~했었더라면 ~수도 있다.는 가정에 비약이 많다. 토이토부르크 숲 패배를 설명하면서 바루스가 아르미니우스를 신임하지 않았다면 서로마는 몰락하지 않고 중세 암흑기도 도래하지 않았으며, 15세기에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과학적 삶을 누리고 살앗을 것이라는 상상은 비약의 극치를 이룬다. E.H Carr는 '역사는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우연은 우연으로 상쇄된다.'라고 말했다. 저자가 가정한 우연도 또다른 우연으로 상쇄될 수도 있음에 유념하길 바란다.
셋째, 서구중심의 역사관에 매몰되어 있다. 아테네가 페르시아가 말한 '흙과 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기에 페르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저자의 서술은 아테네를 위한 변명 치고는 너무도 수준이 낮다. 아테네가 페르시아에게 '흙과 물'을 바치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어겼다면 이는 명백한 기만행위이다. 이를 '흙과 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고 에둘러 변명하는 것은 서구중심적인 역사서술에 매몰되어 어처구니 없는 변명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넷째, 친미국적 서술이 문제이다. "500년 넘는 속박과 억압의 족쇄에서 해방되는날, 그들은 우리 미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112쪽, 라는 페리제독의 가상 편지는 너무도 친미적인 역사서술이다. 미국이 일본을 강제 개국한 것을 이런식으로 가상편지로 미화시키는 것은 달갑게 보이지 않는다.
다섯째, 한국사에 대한 무지가 문제이다. 1592년 일본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했다는 서술은 명백한 오류이다. 당시 선조는 의주에 있었으며, 일본군은 평양성까지 진격하였으나 더이상 북상하지 못했다. 이유는 이순신이 남해의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식상을 해상으로 수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순신 장군에게는 조정의 명령을 거역하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라는 서술도 한국사에 대한 무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역사를 서술하려면 많은 자료조사와 철저한 사실확인이 필수이다. 이를 저자는 하지 못했다.
101가지 흑력사로 읽는 세계사라는 제목은 너무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서구의 시각에서 저술된 세계사의 한계를 이 책도 극복하지 못했다. 역량있는 한국인들이 깊이있는 세계사를 서술하여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