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 -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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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서스(Nexus)'는 연결, 연계, 중심, 집합체라는 뜻이다. 무언가의 핵심적인 연결이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을 우리는 넥서스(Nexus)라 부른다. 유발 하라리가 '넥서스'라는 책으로 다시 돌아왔다. '사피엔스'라는 책이 출판되었을 때보다 '넥서스'가 출판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반응은 낮았다. '사피엔스'가 사피엔스의 빅히스트로리를 하라리의 통찰력으로 서술했다면, '넥서스'는 '호모 데우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인공지능 혁명이 불러올 미래 사회, 아니 현실 우리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를 통찰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그의 통찰력에 감탄을 하며 인공지능 혁명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보자.


  유발 하라리는 '정보'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공격한다. 우리는 정보에는 진실이 담겨있으며, 정보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면 사회는 더 진보할 것이고, 민주주의는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하라리는 그것이 우리의 선입견일 뿐이라고 일침을 날린다. 


  "정보의 결정적인 특징은 재현이 아니라 연결이며, 따라서 정보란 다른 지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무언가다."-50쪽


 책의 제목이 왜? "Nexus"인지를 이 한줄을 통해서 깨달았다. 정보의 핵심은 '연결(Nexus)"에 있었다. 그리고 그 연결에는 진실이 담길 수도 있지만, 허위와 과정이 담길 수도 있다.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이 종교개혁을 촉발했고, 지식과 정보를 널리 보급하여 지식혁명을 이끌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 활판인쇄술은 면벌부를 찍어내는데 사용되었을뿐만 아니라, 마녀사냥의 교본이라할 수 있는 '마녀의 망치'를 보급시켰다. 유럽을 마녀사냥의 광풍에 몰아 넣은데 활판인쇄술이 일조를 했다. 

  그렇다. 정보는 '양날의 검'과 같다. 같은 칼이라 할지라도 어머니가 맛있는 요리를 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으며, 도둑이 사람을 해칠때 사용할 수도 있다. 칼과 검은 어느 누구가 어떤 의도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고, 인류에게 축복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경고한다. 


  "가끔은 현실에 대한 잘못된 재현도 사회를 연결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53쪽


  한국이 인터넷 혁명의 시대에 접어들고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 많은 네티즌들이 글을 자유롭게 쓰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가진자가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그의 이러한 행동을 정권에서는 좋게 볼리가 없었다. 미네르바는 고통을 받았지만, 정보를 통제하지 않고 공론의 장을 인터넷이 제공한다면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진보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십알단을 비롯해서, 인터넷 공론의 장을 오염시키는 자들이 나타났다. 친일을 옹호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이 인터넷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일베, 펨코, 디씨를 비롯해서, 다양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었으나, 그 공론의 장은 남녀갈등을 부추기고, 혐오를 조장하는 글들로 넘쳐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의 20~30대 남성이 급속도로 보수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를 느끼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1찍이죠?", "보수가 정권을 잡았을때, 경제성장율이 높았잔아요. 왜 1찍해요.", "저는 독재도 괜찮다고 봐요"라는 고딩들이 많았다. 그들이 일베나 펨코, 디씨를 통해서 얻은 정보는 진실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오염된 정보도 많았다. 그때, 유발 하라리의 글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현대 기술은 대규모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전체주의도 가능하게 했다."-242쪽


  기술과 정보 통신이 발달하면 완벽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접했을 때가 어제같은데, 유발 하라리는 그것이 칼과 같은 도구에 불과하며, 그 도구를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고, 철통같은 전체주의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동유럽 국가들이 무너지고 지고, 독재정권이 민중혁명으로 무너지는 현대를 살았던 나는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는 진리를 잠시 잊어버렸던 것이다.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해서 현상수배범을 잡기도하지만, 인권운동가를 잡아들이고 있는 중국의 사례를 떠올려 보았다. 

  그렇다. 최신 정보 통신과 첨단 기술이 누구에 의해서 어떤 의도로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도 있고, 전체주의의 강력한 통제가 실현될 수도 있다. 그런데, 유발 하라리는 여기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는 문제를 던진다. 이제 인공지능이 그 주도권을 가져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할까? 유발 하라리의 대안을 들어보자. 


  "한가지 안정장치는 컴퓨터가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인식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429쪽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것을 확인하여 대응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430쪽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으며, 공자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고, 아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이 참된 앎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무지를 알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참된 앎의 시작이다. 2천년전, 성인이 했던 말을 인공지능 혁며의 시대에 인공지능에게도 적용해야한다는 사실이 자못 놀랍다. 

  중세시대 교황무오류설이 중세 교회의 부패와 모순을 누적시켰고, 볼세비키의 당무오류성 교의가 소련 공산당을 시대에 적응시키지 못하고 볼세비키 전체주의를 낳았다. 인간은 그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비판과 견제를 용인할 때만이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정할 수 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의 불완전성을 인정할때만이 인공지능의 불완정성을 보정할 수 있다. 


  '넥서스(Nexus)'를 읽다보면, 인공지능이 무섭기도하고, 우리의 미래가 어두워보이기도하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는 염세주의자도, 낙관주의자도 아니다. 그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책을 마무리한다. 


"역사의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우리가 자연스럽고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인간이 만들었으며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547쪽


  역사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책에서 몇번이고 "역사학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인간의 결정에 따라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아직 희망이 있다. 물론, 당신이 인간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란 없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일말의 믿음이라도 있다면 아직 인류에게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 

 유발 하라리는 "역사의 유일한 상수는 변화다."(548쪽)라고 말했다. 역사는 변화한다. 역사를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하는자들은 역사의 상수는 변화라는 진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일도 시대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일어난다. 역사의 변화를 이해하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많은 석학들이 경고하고 있지만, 경제적 이익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거대 글로벌 기업들도 언젠가는 그 위험성을 깨닫고 유발 하라리를 비롯한 석학들의 말에 귀기울일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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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예술, 광기, 운명 - 슈테판 츠바이크 아포리즘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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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글을 좋아하지만, 문맥을 알 수없는 문장들은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사랑, 예술, 광기, 운명에 관한 츠바이크의 글을 모아 놓는다는 발상은 좋았으나, 문맥을 이해할 수 없는 독자를 위해서 최소한 설명을 덧붙여야했다. 책을 덮고, 필사 노트로 활용하기로 했다. 츠바이크 글은 좋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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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의 세계 - 다원 패권 시대, 한국의 선택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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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자를 처음 알았을때, 그가 주었던 독특한 시선이 좋았다. 그를 알아가면서 그에 대한 신선함을 많이 떨어졌다. 새우깡처럼 언제나 맛보는 그 맛을 무심코 집어드는 것이 박노자의 책이다. '전쟁 이후의 세계'도 그래서 집어들었다. 박노자는 사회주의자이다. 그의 사상적 뿌리는 사회주의가 맞다. 세상을 계급투쟁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군사문화에 대한 적개심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에 분노를 느낀다. 그렇다면, 박노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까?


  박노자는 소련출신이지만 러시아에 대한 애틋함을 없어보인다. 소련시절에 대한 추억은 있으나, 푸틴 시절의 독재에 대한 반감은 커다래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살펴보는 측면에서도 여실히드러난다. 


  "미국은 2021년 여름부터 여러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지 말것을 수차례 설득하고 당부했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이지요. (중략) 약간의 힘의 공백이 보이자마자 그들이 바로 그 공백을 메우려고 앞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 것이지요."-118쪽


 박노자는 미국의 패권이 기울고 있는힘의 공백상태를 이용해서 러시아사 그 빈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영토확장의 야욕을 채우고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패권의 관점에서 세계 정세를 설명하는 박노자의 분석이 틀리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한면도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박노자의 설명은 일부만을 설명할뿐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박노자 분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러시아의 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스크 협정을 지키지 않은 것도 우크라이나이다. 러시아가 만약 영토의 야욕이 있었다면 그 때를 이용했을 것이다. 나토의 동진을 용납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미국과 유럽이 이를 무시했다는 사실을 박노자는 무시하고있다. 유럽이 러시아의 서진을 두려워할때, 러시아는 유럽의 동진을 두려워하고 있다. 사람은 호랑이를 두려워하지만, 호랑이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사람이다. 러시아를 악마화하는 유럽의 이 입장을 바꾸어서, 유럽이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한다. 

  우크라이나에 의해서 유출된 기밀정보에 따르면 전쟁은 1달만에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막은 것은 영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이다.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에게 유럽이 뒤에 있으니 우리를 믿고 러시아와 전쟁을 하도록 부추겼다. 어리석은 젤렌스키는 유럽을 믿고 평화협정을 뒤집고 전쟁을 계속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에서 병력자원은 너무도 줄었다. 젊은이가 없어 우크라이나가 절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퍼져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대리전쟁의 선봉에 서게해서 러시아의 힘을 빼고 싶었다. 이 덧에 어리석은 젤렌스키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인은 걸려들었다. 

  사회주의자 박노자는 '서방과 중국 사이 디커플링'이 서방 각국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재공업화를 요구하여 산업 노동자계층이 다시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서 좌익의 대중적 기반이 확장될 것이라 희망스런 전망을 했다.(256쪽) 박노자의 견해를 읽는 순간, 허망함이 밀려왔다. 인공지능과 로봇산업의 발전이 산업노동자의 증가를 억제시킬 것이라는 것을 박노자는 못보고 있는 것인가? '계급투쟁'은 바랄 수 없다. 박노자가 그토록 바라는 '기후정의 투쟁'도 기대할 수 없다. 기후위기를 사기극이라고 매도하는 트럼프가 집권할 것이며, 유럽 각국도 탈탄소 노력보다는 생존을 위해서 현실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박노자의 희망회로는 변화하는 현실을 바라보고 있지 못하다. 

  박노자는 완벽한 한국인이 아니다. 그에게 대한민국은 그의 국적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아니다. 그가 대중강연에서 말했듯이, 국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 바꿀수도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뿌리박은 우리에게는 조국은 바꿀 수 있는 것이아니다. 2천년 동안 여러 나라를 떠돌았던 유대인출신의 박노자에게 조국은 그리 애틋한 것이 아닌가 보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주변부 콤플래스'를 설명한 그의 글이다. 


  "이런 '외국 교과서 연구'에 들어가는 하국 납세자들의 '돈'이 조금 아까웠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그 누구도 한국 교과서에 실린 러시아 관련 서술에 하등의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ㄱ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니다. (중략)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의 경우 한국 교과서에 실린 해당 국가에 대한 서술을 두고 누가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례가 있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당시에도 그에 대한 연구 및 정정 요구 듣의 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갔고, 지금도 그런 쪽으로 예산이 계속나가는 것으로 압니다. 당시 저는 그런 분야에 예사을 쓰게 만드는 것이 어떤 '트라우마'나 집단적 '콤플렉스'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한, 어떤 면에서는 그런 '트라우마'를 가진 사회에 대해서 상당한 '공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159~160쪽


  '외국 교과서 연구'에 들어가는 돈이 아깝다는 박노자의 주장 강자의 시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든다. 강자라면, 강대국이라면 주변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미국의 트럼프 처럼 미국의 기준에 맞추라고 강요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약소국이다. 지금도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을 상대해야하는 우리로서는 그들의 행동을 기민하게 살펴 미래에 대비해야한다. 

 특히, 교과서는 그 사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 대한 정보가 적은 나라에서 교과서는 한국에 대한 가장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이다. 그래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서 우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종이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의 딸, 엘리스 루즈벨트에게 극진한 대접을 한 것을 알 것이다. 이미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는 일본과 가스라-태프트 밀약을 맺었다. 일본이 대한제국을, 미국이 필리핀을 집어 삼키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알지 못하는 고종은 미국 대통령 딸을 극진히 대접하면서 희망을 품었다. 대한제국을 격멸하며 다녀갔던 엘리스 루즈벨트가 한국에 대해서 제대로된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만국 평화회의에 갔던 이준열사가 세계 열강에게 대한제국의 독립을 호소할때, 유럽인들에 대한제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박노자는 '주변부 콤플렉스'라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나는 '약소국 생존전략'이라 말하고 싶다. 이제 대한민국도 선진국이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은 세계 초강대국이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그 초강대국을 상대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을 키워야한다. 그 밑바탕은 바로 외국 교과서를 바로잡는 것 부터 시작되어야한다.

 대한민국 국적의 박노자는 한반도의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비판을 한다. 


  "미국 처럼 대한민국 역시 합법적인 반전운동이 제한적으로나마 가능한 사회이지만, 리버럴 정권이던 문재인 정부하에서의 국방예산 폭주를 두고 진보 진영에서조차 그다지 반대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251쪽


  남북한의 대립, 더 나아가서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로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튼튼한 군사력을 가져야한다. 강대국의 식민지가 되어 뼈아픈 고통의 역사를 감내해야했던 우리로서는 다시는 타국의 지배를 받지 않는 나라를 건설해야한다. 타국을 침략할 정도의 군사력을 갖기 보다는, 타국이 침략할때 만만치 않은 피해를 얻을 수 있다는 공포를 줄 수 있는 고슴도치와 같은 군사력이 필요하다. 박노자라는 이상주의자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무시한다. 박노자의 충고가 군자는 전쟁을 할때도 예의를 지킨다며 초나라 군사가 강을 건너와서 전열을 정비할때까지 기다리는 어리석음이 아니길 바란다. 송양지인 (宋 襄 之 仁), 송나라 군주는 전쟁에 패배하여 자신의 목숨만 잃었지만, 대한민국의 패비는 5천만 민중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노자는 이를 명심하길 바란다.    


  박노자의 책을 읽으면 새로운 관점에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참신함을 느낄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제2차 세계 대전의 교훈에 대한 박노자의 분석은 참신했다. 


  "배급제/기초적 복지제도와 초강력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비밀경찰의 전국적 감시와 통제망으로 무장한 국가는 아무리 최악의 상황에 내몰려도 그리 쉽게 내파되지 않습니다."-57쪽


  제2차 세계 대전의 교훈은 지금 북한에 대입할 수 있다. 북한에서 배급제는 무너졌다. 그러나, 비밀경찰의 전국적 감시와 통제망,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북한의 내파시점은 전국적 감시와 통제망과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질 때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박노자가 제시한 제2차 세계 대전의 교훈을 한반도에 적용하며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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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2016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브런치 시리즈 2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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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을 곁들'이지 않은 세계사 브런치! 이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영어번역본을 곁들인 세계사 브런치'라는 제목이 정확한 제목일 것이다. 공자님의 정명사상을 굳이 들이대지 않더라도 명칭이 정확해야 독자가 올바로 책을 선택할 수 있음에 작가도 동의할 것이다. 이책은 영어원문을, 혹은 영어로 번역한 번역문을 곁들여 세계사의 고전을 소개한책이다. 그리스어나, 라틴어, 프랑스어 원문을 제시하지도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너무도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는다면 실망감이 클 것이다. 

  그럼에도 책벌레라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역사 전공자의 무거움이 느껴지지 않기에 경쾌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물론,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아마츄어가 쓴 글이라 책에 오류가 있기도하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함무라비법전을 "인류최초의 법전"(44쪽)이라고 소개한 글을 읽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인류최초의 법전은 우르남무의 법전이다. 또한, 246쪽에는 "성군의 대명사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린 하나라가 있었다고 한다."라는 웃기 힘든 오류도 있다. 전설상의 임금인 요가 세운 나라는 당이고, 순이 세운 나라가 우이다. 우가 세운 나라가 하이다. 전설상의 임금인 요임금과 순임금을 우가 세운 하나라 임금이라고 소개한 것은 심각한 오류이다. 저자는 '서경'이라는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러면 이러한 오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오류에도 불구하고 책을 좋아하는 책벌레들이라면 자신의 독서를 토대로해서 경쾌한 책들을 쓰고 싶은 욕망을 대리 충족해주는 책이라 웃음을 띄면서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그래, 나도 언젠가는 정시몬 처럼 책을 출판하고 나와 같은 책벌레들에게 지적질을 당하겠지.....

  탁월한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종횡무진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많은 사색을 했고 이를 책으로 엮었다. 한글 번역본을 보는 것보다 영어 원문을 보는 것이 이해가 더 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암튼, 한가지 언어를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한세계를 더 체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를 활용해서 자신만의 책을 썼다. 물론 영어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물론 동양 서적들은 한문을 곁들이기도 했지만, 저자가 한문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세계사 브런치'를 읽으며 한가지 큰 수확이 있다. 네루의 '세계사 편력'을 내가 읽을 책 목록에 추가한 것이다. 저자는 세계사 편력의 일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산업화를 착수하기에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고 이미 말했다. (중략) 영국이 산업과 공장을 개발하기 위해 자금이 가장 필요했던 참에 인도로 부터 이런 거액을 가져왔던 것은 특별한 행운이었다."-518쪽


  네루는 인도의 독립을 꿈꾸고 이를 이뤄낸 혁명가이다.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이 독서를 하며 독립의 방향을 모색했듯이, 네루도 책을 읽으며 인도의 독립을 꿈꿨다. 그리고 영국 제국주의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네루의 '세계사 편력'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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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1 - 돌아온 세계문화유산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1
김경임 지음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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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워싱턴회의에서 나치 약탈 문화재를 확인하고 원소유자를 찾기 위해 문화재의 관련 기록과 정보가 공개되어야한다는 워싱턴 원칙이 성립되었다. 미국 박물관 협회가 제시한 '과거 내력 공개'라는 가이드라인에 주요 유럽 국가들은 처음에는 거부의사를 밝혔다. 저자는 그 이유가 '미국이 정한 기준을 유럽 문화계에 부과하는 데 대한 유럽 국가들의 저항감'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유럽의 박물관들이 제국주의 강도들의 장물아비가 되어 약소국의 문화재를 소유하면서 누린 영광을 빼앗기기 싫었던 마음이 더욱 컸을 것이다. 우와한 척하는 그들의 뒷모습은 탐욕스러운 장물아비의 파렴치함이 도사리고 있다. 이 책은 탐욕스러운 장물아비가 된 강대국의 박물관과 인류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각국 혹은 시민들의 치열한 투쟁을 담고 있다.

저자 김경임과는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는 책으로 만난적이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을 읽으며 그녀의 전문성과 문화재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 그녀를 믿고 '약탈문화재의 세계사1'을 펼쳐 들었다. 역사나, 김경임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잃어버린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 벌이는 각국의 치열한 투쟁이다. 인도는 '춤추는 시바상'으로 불리는 '나타라자 청동상'을 밀반출 당하자 이를 되찾기 위해서 미국의 박물관과 소송을 벌였다. 여기에 인도의 외교력을 더하여 자국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피나는 투쟁을 전개했다. 그 결과 1986년 나타라자상은 27년 만에 고향 타민라두에 귀환 했다. 터키는 리디어 보물을 반환받기 위해서 정부차원에서 치열한 노력을 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재판을 불사하며 강경외교로 압박하여 거만한 강대국의 박물관을 굴복시켰다.

약소국이 강대국 박물관과 소송도 불사하며 벌이는 문화재 반환 노력은 한편의 드라마이다. 그러나 그 드라마를 마냥 편안하게 읽을 수만은 없었다. 자국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확인하는 순간, 혜문 스님의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혜문 스님이 우리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 뜨거운 열정으로 강대국의 닫힌문을 두드릴때, 정부와 학계는 빼앗긴 문화재가 돌아올 수 없는 근거를 변명처럼 말했다. 그때 나는 '~때문에 안된다.'라는 변명보다는 '~임에도 불구하고'라는 강한 의지가 담긴 말을 듣고 싶었다.

이 책에 소개된 국가들은 '~때문에' 문화재를 되찾을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경우 경찰 카라비에리의 문화재 특공대를 만들고 문화재 관련 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했다. 카라비에리의 문화재 특공대의 수사 결과는 정부차원의 문화재 환수 노력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유명 박물관이 앞다투어 구입하던 이탈리아의 수많은 문화재들이 환수된 것도 이탈리아 경찰 카라비에리의 문화재 특공대와 정부차원의 노력 덕분이다. 어쩌면 미국의 유명 박물관은 이탈리아의 경찰 카라비에리 덕분에 장물아비에서 일류문화 수호자로 변신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 김경임은 '서산 부석사 관음상 문제'를 마지막 쳅터에 소개했다. 그녀가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를 저술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문화재의 귀환을 이야기하면 효용가치가 사라진 민족주의 담론을 꺼내든다며 비아냥 거리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는 소위 문화재 전문가라는 유명인은 대중 강연에서 '빼앗긴 문화재를 세계 각국 박물관에서 되찾겠다고 자랑스럽게 나에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말한다. 우리 문화재가 우리 나라에만 있다면 어떻게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는가? 그런 폐쇄적 민족주의적 생각에서 벗어나야한다.'라고 주장하기도했다. 그의 영향력과 경력을 생각해볼 때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에게 이탈리아 루텔리 장관의 말을 해주고 싶다. "문화재 반환! 그것은 민족주의가 아니다. 인류 보편의 담론이다."

'서산 부석사 관음상'은 어디로 가야할까? 혜문 스님은 일본에 돌려주자는 입장이시다. 도둑들이 일본 신사에서 훔처온 것을 우리가 돌려주지 않는다면 어찌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외국인들에게 호소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이에 반해서 김경임은 서산 부석사 관음상은 왜구의 약탈에 의해서 대마도에 건너갔다고 주장하며 반환의 부당성을 설파한다. '약탈문화재의 세계사'에서 줄기차게 제시되는 문화재를 합법적으로 입수했다고 증명하는 책임은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그들에게 있다는 원칙을 우리에게 소환한다. '불법 문화재의 원소유국 반환'이라는 대원칙을 염두에 둔다면 '서산 부석사 관음상'은 서산 부석사에 되돌아가야한다. 혜문 스님과 김경임이라는 두 거물의 서로 다른 의견이 사뭇 흥미롭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 처절한 투쟁을 하는 세계 시민과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통쾌함과 깊은 감동을 느낀다. 그러나, 마냥 행복해할 수만은 없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 문화재가 많이 있다. 운디드니에서 학살당한 인디언의 '고스트 댄스 셔츠'가 시체에서 벗겨져 박물관을 전전하다가 시민들의 노력으로 인디언의 품으로 돌아왔듯이, 전세계를 헤매고 있는 우리의 문화재도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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