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헨리 앨프리드 키신저 지음, 이현주 옮김, 최형익 감수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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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의 귀재 헨리 키신저!! 닉슨 정부에서 중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서 파키스탄을 통해서 중국으로 건너간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냉전의 시대를 건너 데탕트 시대로 이행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미국의 외교 천재 헨리 키신저의 세계관을 접하고 싶어 그의 책을 펼쳤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외교자문을 했던 그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 베스트팔렌 체제 신봉

  독일 땅에서 시작한 30년 전쟁은 유럽의 많은 국가가 참여하면서 국력을 소진했다. 더 이상 전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친 국가들은 베스트팔렌 조약을 체결한다. 베스트팔렌 조약은 다양성을 체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제 더 이상 로마 가톨릭과 신성로마제국이라는 단일한 세계 질서는 유지될 수 없었다. 헨리 키신저는 베스트팔렌 체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베스트팔렌 평화 조약에서 수립된 구조물은 합의된 규칙과 제한을 기초로 국제 질서를 제도화하고 지배적인 한 국가가 아니라 다수의 강대국들을 기초로 해서 국제 질서를 세우려던 최초의 시도였음을 보여주었다." -42쪽


  지배적인 한 국가가 패권을 장악하기 보다는 '다수의 강대국'들이 세력균형을 이루며 평화적 국제 질서를 세우는 것이 헨리 키신저가 생각하는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외교의 이상이다. 다수의 강대국이 현실적인 외교를 펼치다보니 가톨릭 국가 프랑스의 리슐리외 추기경은 신교편에서 30년 전쟁에 참전했다. 가톨릭 추기경인 그는 자신의 행동을 이렇게 합리화한다. 


  "인간은 죽지 않는다. 인간은 사후에 구원된다. 국가에게는 불멸성이 없다. 국가의 구원은 지금이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34쪽


 리슐리외가 신교편에 서서 종교 전쟁에 참전한 결과 전쟁은 30년을 끌게 되었다. 독일은 비참한 전쟁터가 되었다. 그리고 리슐리외가 뿌린 악의 씨앗은 비스마르크에 의해서 프랑스 고립화 정책으로 돌아왔다. 비스마르크는 베스사유궁전의 거울의 방에서 독일황제 대관식을 거행한다. 

  다원성, 실리주의, 세력균형으로 요약할 수 있는 베스트팔렌 체제를 헨리 키신저는 매우 이상적인 외교 정책으로 파악했다. 그랫기에 헨리 키신저는 빈체제를 긍정적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세계사 교과서에서 빈체제를 보수반동 체제로 규정했다. 나폴레옹 전쟁에 의해서 프랑스 혁명의 이념이 전파되어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열기가 치솟았다. 이를 억압하려 오스트리아 재상 메테르니히가 중심이 되어 빈체제를 수립했다. 각국의 자유주의 운동의 빈체제에 의해서 억압당했다. 

  그런데, 헨리 키신저는 빈체제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았다. 4국 동맹, 신성동맹, 강대국의 협조체제 성립으로 빈체제 이후 1차 세계 대전까지 평화가 계속되었다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이러한 강대국의 협조체제는 1820년 나폴리 혁명, 1820년~1823년 스페인 혁명, 1820년 ~ 1823년 그리스 독립 혁명에서 빛을 보았다고 서술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헨리 키신저에게 강한 역겨움이 일었다. 자유주의 민족주의 운동을 짓밟고 있는 구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빈체제 이후 1차 세계 대전 시기까지 큰 전쟁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제 밑에서 신음하며 자유를 갈망하던 수많은 민중들의 아우성에 헨리 키신저는 귀를 닫고 있었다. 힘없는 민중들이 강대국의 힘의 논리앞에 자유를 억압받아도 된다는 그의 생각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약소국 국민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무서운 논리로 다가온다. 


2. 헨리 키신저의 미국 대통령 평가

 헨리 키신저는 현대 외교가 나아가야할 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세계 질서는 홀로 행동하는 한 국가에 의해서는 달성될 수 없다. (중략) 이 질서 개념은 어떤 지역이나 국가의 관점과 이상을 초월한다. 역사의 순간에서 그것은 당대의 현실에 영향을 받은 베스트팔렌 체제의 현대화일 것이다." -416쪽


  '베스트팔렌 체제의 현대화'를 현대 외교가 나아갈 길로 제시한 헨리 키신저는 기존의 고립주의 외교 정책에서 탈피해서 국제 사회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러일 전쟁을 중재한 시어도어 루스밸트 대통령 뿐만 아니라, 민족 자결주의를 제창하고 국제 연맹을 제안하여 1차 세계대전 이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한 윌슨 대통령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윌슨은 학자 출신 답게 세계평화가 항구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 국민들은 고립주의로 회귀했고, 미국은 국제연맹에 참여하지 않았다. 평화 정착을 위한 그의 노력도 제2차 세계 대전을 막아내지 못했다. 현실 정치에서 윌슨의 이상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의 이상을 그후의 대통령들이 계승했다. 특히 닉슨은 백악관 각의실에 윌슨의 초상화를 걸어 놓았다. 현대에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꾸준히 꼽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윌슨은 살아 있다. 현실에서 패배했음에도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 영원히 살아있는 자가 윌슨이었다. 

  헨리 키신저의 닉슨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후하다. 어떤이는 닉슨을 거짓말을 잘하는 저열한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그렇지만 헨리 키신저의 생각은 다르다. 


  "정상적인 시기였다면 닉슨의 다양한 정책들은 미국의 새로운 장기 전략으로 통합되었을 것이다. 닉슨은 희망과 현실이 결합된 약속된 땅을 어렴풋하게 보았다. 그 땅에서는 냉전을 끝내고 대서양 동맹을 다시 정의하며, 중국과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중동 평화가 다가가는 중대한 진전을 이루며, 러시아를 국제 질서로 다시 통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의 지정학적 비전과 그 기회를 하나로 합칠 시간이없었다." -344쪽


  사람을 만나기 보다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는 외교 부분에서 가장 훌륭하게 준비된 되통령이었다고 키신저는 평가한다. 닉슨의 밑에서 중국과 외교를 성공적으로 시작했기에 키신저의 가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해할만하다. 닉슨이 중국을 방문하고 데탕트시대의 문을 열었으니 헨리 키신저로서는 그의 생에 가장 화려한 시기였다. 그리고 그는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는 영광을 누렸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어떤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승리로 평가하고, 어떤이는 FBI 국장과 닉슨의 파워게임에서 닉슨이 패배한 사건이라 말한다. 어느 관점에서 닉슨을 평가하더라도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탁월한 외교적 업적을 남겼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헨리 키신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대단히 후하다. 


  "나는 불안한 시대에 용기와 위엄과 확신으로 미국을 이끌어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여전히 존경하고 개인적으로좋아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그의 목적과 헌신이 때로는 미국의 정치적 주기 내에서 달성할 수없는 것으로 드러났더라도 그것은 그의 조국에 영예를 안겨 주었다. 부시가 대통령직어세 물러난 지금도 그 결정을 추구하고 있고 댈러스에 있는 대통령 도서관의 핵심 주제로 그 결정을 삼았다는 점은 자유의 일정에 그가 얼마나 헌신했느지를 보여준다." -363쪽


  조지 W. 부시는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한 사람이다. 9.11 사건이라는 초유의 테러 사건에 대해서 초강경 자세를 취했다. 북한도 9.11 테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낼 정도로 세계의 어러 나라들은 미국을 두려워했다. 조지 W. 부시는 이라크 침공을 결정한다.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를 지니고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제대로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이라크를 침공했음에도 사담 후세인이 생화학 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 명백한 침공이다. 그가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 '악의 축 발언'은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했다. 사담 후세인 밑에 있었던 수니 과벽파의 일부는 IS가 되어 테러를 하며 세계를 테러의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이러한 조지 W. 부시를 헨리 키신저는 '존경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밝혔다. 나로서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헨리 키신저의 이해할 수 없는 조지 W. 부시에 대한 사랑이 나의 머리를 휘감았다. 그때 영국의 파머스턴이 했던 격언이 생각났다.


 "우리에게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우리의 이익만이 영원할 뿐이며, 그 이익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19쪽


  그렇다. 헨리 키신저에게는 미국의 이익만이 영원할 뿐이었다. 리슐리외 추기경이 프랑스의 국익을 위해서 30년 전쟁에 신교편에 가담했듯이,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나라이다. 이것이 베스타팔렌 체제의 속성중에 하나였다. 이러한 나의 생각에 헨리 키신저는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외교정책의 임무는 미국만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게 아니라 공동의 원칙들을 추구하는 것이다. (중략) 미국의 비전은 유럽식의 세력균형체제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원칙의 확산을 통해 평화를 달성하는데 달려있기 때문이다." -14쪽


  그러나, 키신저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수행하고 조언하면서 '공동의 원칙들을 추구'하였는가? '민주원칙의 확산을 통해 평화를 달성'하겠다는 미명아래 약소국의 내정에 간섭한 것은아닌가? 특히, 이 책의 차례를 보면, 유럽과 중국, 아시아, 미국으로 나누어 세계 외교의 역사를 살피고 있다. 그런데, '세계 질서'라는 제목에 어울지 않게 아메리카 대륙, 그중에서도 남아메리카에 대한 서술은 없다. 남아메리카를 독자적인 세력을 보기 보다는 자신의 뒷마당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입장을 헨리 키신저는 이렇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외교 일선에 있으면서 남아메리카 정부의 군사 쿠데타를 지원한 정책이 추진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기 싫어서 남아메리카에 대한 서술을 하지 않은 것일까?


3. 헨리 키신저, 그가 남긴 오류

  헨리 키신져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그렇다보니, 역사적 사실에 오류가 많다. 퀴즈식으로 '헨리 키신져의 세계질서' 속 오류를 찾아 보자. 


  "프리드리히는 예카테리나 2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프리드리히를 숭배해온 새로운 러시아 황제는 전쟁에서 철수했다." -49쪽


  위의 문장에서 어떤 오류가 있을까? 윗글에서 '새로운 러시아 황제'는 표트르 3세를 뜻한다. 표트르 3세의 부인이 예카테리나 2세이다. 독일 출신의 예카테리나 2세는 표트르 3세에게 시집왔으나, 표트르 3세는 예카테리나 2세에게 관심이 없었다. 결국, 귀족과 결탁한 예카테리나 2세는 남편을 없애고 러시아의 황제가 된다. 그렇다면, 윗글에 '프리드리히는 예카테리나 2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라는 표현은 잘못된 문장임을 알 수 있다. 즉, '예카테리나 2세'를 예카테리나 2세의 딸 엘리자베타 페트로브나로 수정해야한다. 

  한국인이다 보니, 헨리 키신져가 한국에 대해서 서술한 부분이 있으면 반가운 마음으로 유심히 읽었다. 그런데, 연거푸 오류가 발발했다. 


  "소련이 한반도 북쪽을, 미국이 한반도 남쪽을 점령했다. 양측은 점령 지역 철수를 앞두고 각각 1948년과 1949년에 자기들 식의 정부를 세웠다."-323쪽

  "50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몇 달 뒤인 1951년 6월부터 전쟁이 시작된 38선 근처에서 전선이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 중국은 협상을 제안했고, 미국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328쪽


  당신도 어이없지 않은가? 남한이 1948년 8월 15일에 정부수립을 했고, 같은 해 9월 9일 북한 정권이 수립되었다. 그런데, 연도도 틀릴뿐만 아니라, 남북한 어느 정권이 먼저 수립되었는지도 모르고 있다. 

  두번째 글은 더욱 황당하다. 헨리 키신저가 몸담고 있는 미국과 관련된 역사 아닌가! 그런데, 6.25 전쟁의 휴전 협상은 중국이 제안한 것이 아니라, 소련이 UN을 통해서 제의했다. 미국 외교 실무를 담당한분이 이런 실수를 하면 안되지 않을까?

  대한민국과 관련한 오류는 그래도 애교수준이다. 그런데, 미국과 총뿌리를 서로 겨누었던 베트남에 대해서는 경멸적인 인상이 짙은 오류가 있다. 


  "1세기에 걸쳐 식민지로 지낸 동남아시아에서는 이러한 제도들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특히 남베트남의 경우에는 역사상 한 번도 국가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 -334쪽


  베트남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북베트남 지역에서 시작한 베트남의 역사는 남진을 하면서 베트남 남부를 자신의 영토로 만들었다. 물론, 남베트남 지역에는 '참파'라는 나라가 있었다. 이러한 역사를 무시하고 '남베트남의 경우에는 역사상 한 번도 국가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라고 단정적으로 서술한 것은 베트남인들에게는 대단힌 모욕적인 표현이다. 헨리 키신저가 적국의 역사를, 지금은 친구가된 베트남의 역사를 관심을 갖고 찬찬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제는 고인이 되어 그렇게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여기까지는 역사 학자가 아니라서 오류 발생할 수 있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음의 오류는 역사와는 거리가 먼 상식이다. 


  "뉴턴의 거대한 시계 장치로 간주되던 18세기 유럽 질서는 다윈의 적자생존의 세계로 대체되었다." -91쪽


  어느 부분이 오류인지 알지요? '다윈의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오류이다. 다윈은 '적자생존', '약육강식'을 말하지 않았다. '자연선택'과 '성선택'을 말했을 뿐이다. 강한자만이 생존하고 약한자가 강한자에게 잡아 먹히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면, 지구는 공룡이 지배하고 있어야한다. 그러나, 공룡은 자연에 적응하지 못해서 처절하게 멸종했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제국주의를 합리화한 사람은 사회 진화론을 만든 스펜서이다. 유대인들은 상식이 풍부하다고 하던데, 헨리 키신저의 책에는 오류도 풍부하다.




  헨리 키신저가 탁월한 외교관이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냉혈한 모습을 많이 보이기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냉혈한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국익이라는 입장에서 생각하며 그는 탁월한 외교관이다. 그건 그가 이 책에서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조언을 남겨 놓았다. 


  "질서를 유지하려면 자제력, 힘, 정당성이 늘 미묘하게 균형을 이루어야한다. 아시아의 질서는 세력균형과 동반자 개념을 결합시켜야한다. (중략) 지혜로운 정치가라면 그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한다. 그 균형을 벗어나면 재앙이 유혹하기 때문이다." -265쪽


  요즘 한반도가 불안하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제력, 힘, 정당성'이 균형을 이루어야한다고 키신저는 조언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수장은 자제력과 힘, 정당성이 과연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묻고 싶다. 외교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국가의 생존이다. 친미, 친일 일변도의 종미, 종일 외교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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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추리반 - 청소년을 위한 그림 속 세계 역사
송병건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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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 수업을하면서 그림이나 사진 자료를 많이 활용한다. 학생들에게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흥미를 유발시키는데 사진과 그림은 매우 유용하다. 서가를 거닐다가 '세계사 추리반'이라는 책이 눈에 띄였다. '청소년을 위한 그림 속 세계 역사'라는 주제가 눈에 띄여 책장을 넘겼다. 수업시간에 많이 활용했던 그림들이 눈에 띄였다. 세계사 수업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책장을 넘겼다. 


  책의 수준은 높지 않았다. 중고등학생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문안한 수준의 책이다. 또한 그림을 제시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세계사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필치는 대단했다. 또한 기존에 알지 못했던 그림속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첫번째 분서갱유 관련 그림이다.분서갱유를 묘사한 그림은 모의고사 문제의 자료로 제시되기도했다.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았던 그림인데, 앗불싸! 여기에 옥의 티가 있다니 놀라웠다. 진시황제 시기의 책은 서책이 아니라 죽간이었다는 점. 진시황제의 복장이 명, 청 대의 황제 복장이라는 점 등의 오류는 참으로 유용하면서도 신선했다. 그림에 대한 세심한 분석과 관련 설명은 친절한 해설을 듣는 듯하다. 

  둘째, 1780년 '건륭제를 알현하는 매카트니경'이라는 그림에 담긴 이야기 또한 매력적이다. 조지 3세가 파견한 외교관 중에 부사 조지 스타운턴과 그의 열한살 아들 조지 토마스 스타운턴은 나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열한살 조지 토마스 스타운턴은 중국어를 배워 인사를 했을 정도로 총명한 아이였다. 그런데, 반세기 후인 1840년 중년이된 조지 토마스 스타운턴은 영국 의회에서 전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강성 정치인으로 성장하였다. 어린시절 조지 토마스 스타운턴의 눈에 비친 중국은 힘으로 짖밟아도 저항할 기력이 없는 쓰러져가는 초가집이었나 보다. 


  세계사와 그림에 관심이 있는 중고등학생이라면 재미 있게 읽을 만한 책이다. 아무런 부담없이 세계사를 즐기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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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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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공간과 권력의 제1 원칙‘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사람을 모아서,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하면 그 시선이 모이는 곳에 권력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 P68

가장 좋은 시스템은 인간의 이기심을이용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 P181

월세는 21세기에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작농이다.  - P271

주택에서 정부 소유의 임대 주택 비중이 커지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임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렇수록 정치가의 힘이 커지게 된다. 전체 주택 중에서 임대 주택의 비중이 커질수록 정치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지주가 된다.
그리고 그 정치가들은 자기 입맛에 맞게 권력을 넘겨주려 할 것이다.
이것은 정치권력의 속성이다.  - P276

돈이 많은 자본가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모든 국민을 자신의 소비자로 만들려는 곳이다. 말이 소비자지 또 다른 형태의 소작농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을 대표하는 현상으로 ‘공유경제‘를 꼽는다. 공유경제는 당신은 소유할 필요가 없고 소비만 하면 된다"라고 말한다. 엄청 생각해 주는 것처럼 들린다. - P278

이기적인 인간이 만드는 사회에서 권력은 쪼개서나눠 가질수록 정의에 가까워진다. 돈은 권력이다. 따라서 부동산 자산은 권력이다. 부동산이 정부나 대자본가에 집중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서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정의로운 사회다. 내아이를 위해서 거대 권력을 가진 정치가나 기업가가 착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부동산 자산이 나누어진 사회를 만들어 물려주고 싶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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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 3040을 위한 인생 전략 특강
임용한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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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용한!! 그를 처음 알게된 것은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통해서다. 세계사 속의 전쟁을 상세히 살펴보며 전략과 전술을 살피고 거기에 인생의 교훈까지 전해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전쟁을 설명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성공과 실패의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할지를 설명해줄때 감탄을 연발했다. 그후, 그가 출현한 전쟁사 관련 프로그램을 빠지지 않고 시청하면서 그가 쓴 책을 읽고 싶었다. 그가 쓴 정쟁사 책을 살펴다가 가장 매력적인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저자 임용한은 25개의 전쟁사를 상세히 서술하며 나에게 많은 교훈을 앉겨 주었다. 그중에서 인상 깊은 몇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경험 많은 노새가 되지 말라! 어느 대위가 프리드리히 2세에게 물었다. 

  "폐하처럼 훌륭한 전략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이에 프리드리히 2세가 답했다. 

  "전쟁사를 열심히 공부하라."

  이에 대위가 반박했다.

  "이론보다는 실전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드리히 2세는 대위에게 타이른다. 

  "우리 부대에 전투를 6회나 치른 노새가 두마리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노새다."

  프리드리히 2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전쟁영웅들이 역사를 좋아했다. 전쟁의 천재 나폴레옹도 전쟁터에 출정할때 반드시 책을 실은 마차가 뒤따라갔다. 전쟁사를 읽으며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하고 그들의 승리요인과 패배 요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실전에 적용하면서 위대한 전략가는 탄생한다. 아무리 실전이 많다할지라도 자신이 경험할 수 있는 전투는 많지 않다. 그것은 그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확률을 고려햐야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수많은 경험을 다할 수 는없다. 많은 경험을 한다할지라도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혜안이 없다면 경험 많은 노새로 전락한다. '역행자'의 저자도 창업을 하고자 한다면 우선 창업하려는 분야의 책을 20권 정도 정독하고서 창업한다. '역행자'의 저자가 말했듯이, 책은 인생의 치트키이다. 탁월한 전략가가 되려는 사람은 전쟁사에 관한 책을 탐독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사람이 변할까? 우리는 흔히,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부부 사이에도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변화시키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가정 불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럴정도로 사람은 변화시키기 힘들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2세는 변했다. 그것도 완전히... 젊은 날 그는 '반마키아벨리론'을 저술했다. 볼테르를 좋아했고, 문학을 사랑했던 그는 아버지의 강압적 훈육을 받으며 프로이센의 왕이된다. 오스트리아 왕위계승 전쟁과 7년 전쟁을 겪으며 그는 변했다. 저자 임용한은 말년의 프리드리히 2세를 '마키아벨리즘의 가장 완벽한 구현자'라고 평가한다. 젊은 시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비판했던 그가 말년에 마키아벨리즘의 완벽한 구현자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과 타협한 결과일까? 아님 전쟁이 그를 변화시킨 것일까? 아마도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다. 전쟁은 국가 존망이 달리 엄청난 일이다. 그 속에서 프리드리히 2세도 죽을 고비를 여러차례 넘겼다. 왕이 되지 않았다면 순수한 문학청년은 순수함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프로이센의 국왕이 되는 바람에 그는 프로이센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켰고 전쟁은 그를 변화시켰다. 순수한 청년은 사라졌고 마키아벨리즘의 완벽한 구현자가 남았다. 

  우리 삶도 이러하지 않을까? 청년시절의 풋풋함을 지키며 황혼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풋풋함을 잃고 권력과 부를 쫓으며 추악하게 변하는 사람도 있다. 한때 보수 정권을 날카로운 논리로 비판해서 젊은 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던 척척석사는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텔레비젼을 누비고 있다. 유학을 가고서도 박사학위를 따지 못한 그는 학위에 대한 컴플랙스를 자신보다 나은 사람에 대한 조롱으로 보상받고 있다. 우리의 황혼을 추하게 만들지 말자! 젊은 시절의 정의로웠던 삶을 추억하며 돈과 권력이 없을 지라도 당당한 황혼을 만들자! 

  셋째, 창의적 리더십은 자신을 버리고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알몬드 장군은 흥남철수를 하면서 배에 실려있던 무기를 버리고 피난민을 실었다. 부하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노력했다. 그런데, 저자 임용한은 알몬드 장군의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책에 소개된 한 일화를 살펴보자. 1951년 2월 중부 전선의 2사단 23연대를 시찰하면서 한 병장에게 말을 걸었다. "꽤 춥지? 어찌나 추운지 오늘 아침에는 트레일러 안에 있던 물마저 꽝꽝 얼었더군." 그러자 병장이 대답했다. "트레일러에다가 대야 가득 채울 물까지 있으시니 참 좋으시겠습니다." 알몬드 장군은 부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말을 걸었지만, 부하들은 그를 시큰둥하게 대했다. 무슨 문제일까? 

 알몬드 장군에게는 진정성이 없었다. 전투 교범에서 배운 지도자의 자질과 명장의 조건을 머릿속에 외우고 있고 이를 실천하려했지만, 그에게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 부하들은 이를 눈치챘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기에 알몬드의 말과 행동은 무성의한 기계음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저자 임용한이 제시한 알몬드 장군의 리더십은 진정한 리더십과 가장된 리더십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임용한이 알몬드 장군의 리더십을 지적하자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교육학에서 연수에서 배운 교사로서의 자세와 상담의 자세를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 이를 느꼈는지는 의문이든다. 똑 같은 말과 행동을 할지라도, 가슴이 따뜻한 진정한 리더십과 가장된 리더십을 학생들은 가슴으로 구분한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따뜻한 리더십이라는 과제를 임용한은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임용한의 강의 능력에 반해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나서 임용한의 글솜씨에 다시한번 반했다. 재미있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설명은 너무도 매력적이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한명 추가되었다. 임용한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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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발명이 되나요? - 그들만의 사랑법을 발명한 연인들의 역사
김형민 지음 / 어마마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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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발명을 할 수있을까?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라는 쌕시한 제목의 책을 팟캐스트'내일을 여는 역사'를 통해서 처음 들었을 때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질문이다. '발명'이란 없었던 것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부터 이미 있었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사랑은 발명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랑에는 다양한 사랑이 있다. 지구상의 수많은 커플들 숫자 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이 있고,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때마다 새로운 사랑이 발명되는 것은 아닐까?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에 실린 30편의 사랑 이야기 중에서 인상 깊은 발명된 사랑을 살펴보자.


1. 상처 받은 영혼의 사랑

'24시간 돌아다닌다'라는 말을 할 때, '제 이사도라야'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이사도라 던컨은 한 남자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수많은 남성들을 만나서 세상을 헤메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아이를 자동차 사고로 저 세상에 먼저 보낸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남성은 자신의 자녀를 닮은 예세닌이었다. 이사도라 던컨보다 18살이나 어린 남성과 사랑에 빠진 것은 그를 통해서 자녀를 만나고 싶은 이사도라 던컨의 어긋난 사랑 때문이다. 그 어긋난 사랑은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예세닌은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정신병원에 갖히는 신세가 되었고, 예세닌은 동맥을 끊는다. 

이사도라 던컨은 왜? 한남자에게 정착하지 못했으며, 진정으로 사랑한 남성을 비극으로 보내야했을까? 여러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학과 심리학을 배운 나로서는 그녀의 어린시절의 비극을 원인으로 말하고 싶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교수와 철학자 강신주는 어린시절이 불행한 사람은 행복해 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한다고 말한다.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싫었고, 술주정뱅이 남편이 싫어서 이혼했는데, 재혼한 남성이 술주정뱅이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어려서 불행한 사람은 그 불행에 익숙해져 있기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을 불러들인다. 이사도라 던컨은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아버지 밑에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지 못했다. 불행한 어린 시절에 갖혀서, 결혼을 한다하더라도 이혼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한남자의 여인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딛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사랑하는 남성을 선택하는 정면대결 보다는 남성이 자신을 버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남성을 버리는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사랑하는 자녀를 저 세상에 보내고 나서는, 자녀에게 해주지 못한 사랑을 예세린에게 쏟아붓는 잘못된 사랑을 한다. 

교육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아버지로서의 삶의 무게를 알았다. 오늘 우리 부부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우리 자녀의 미래 행복을 결정한다. 한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바람둥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부모로 부터 받지 못한, 사랑에 고픈 자들이었다.


2. 가면을 사랑하는 사람.

TV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연예인을 할머니들이 꾸짖고 욕하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속의 배우가 실제 삶에서도 그러한 삶을 살아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과 배우가 만난다면, 그들은 행복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만인의 여인 오드리 헵번은 은막위의 화려한 삶보다는 평범한 삶을 살길 바랬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지 않았다면 그녀는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녀가 히틀러를 피해서 미국에 정착했고, 헐리우드의 영화 산업은 그녀를 은막위의 화려한 스타로 만들었다. 평범한 어머니로서, 아내로 살길 바랬던 그녀와는 달리, 그녀의 남편 안드레아 도티는 그녀가 현실에서도 은막위의 화려한 삶을 살기를 바랬다. 오드리 헵번이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평범한 스위트홈을 꿈꾸자, 안드레아 도티는 바람을 피운다. 결국 그녀의 결혼 생활은 파국을 맞이한다. 어쩌면 그녀가 영화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행복했을 수도 있었다.

만인의 여인 오드리 헵번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러한 불행을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켰다는데 있다. 그녀는 유니세프의 대사로 활동하면서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녀의 뜻을 이어받아 '오드리 헵번 재단'은 세월호에서 꺼져간 생명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기억의 숲'을 조성했다.

현실에서 만난 남자들은 오드리 헵번의 가면을 사랑했다. 오드리 헵번은 영화속 가면을 벗고 진정한 사랑을 원했다. 오드리 헵번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소망을 인류애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그녀의 인류애는 우리의 세월호 아이들에게도 전해졌다. 


3. 동지와 연인의 사랑.

부부이지만, 삶의 가치관이 달라서 갈등을 겪는 부부가 많다. 사랑할 때는 안보이던 것이 결혼하고 나서는 보이기 시작해서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된 문익환과 박용길, 이수자와 윤이상, 김병곤과 박문숙, 임화와 지하련의 사랑은 사랑하는 존재이면서 같은 길을 가는 동지의 사랑이야기이다. 

동지와 연인의 삶을 살았던 연인 중에서 김병곤과 박문숙의 사랑이 나의 가슴을 울렸다.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의 재판장에서, "검찰관님, 재판장님,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패기를 보인 김병곤의 뒤에는 박문숙이라는 철의 여인이 있었다. "군부독재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군부 독재에 맞서서 민주화 투쟁을 하는 남편을 위해서 옥바라지를 하는 것은 기본이요. 자녀들을 키우고, 가족이 없는 민주화 투사의 옥바라지까지했다. 결국 김병곤은 1990년 위암으로 두 딸과 아내를 남기고 저세상으로 간다. 보통의 여인이라면 여기에서 쓰러졌을 것이다. 그녀가 여기에서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한들, 그 누가 그녀를 나무라겠는가?

김희숙은 다시 일어선다. 생활협동조합운동 간부,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사료관장, 녹색환경운동 이사장을 맡으면서 남편이 이루지 못한 일들을 이루어갔다. 결국, 그녀도 위암으로 남편의 뒤를 따라간다. 

셍떽쥐베리가 부부는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존재이다. 라는 말을 했다. 김병곤과 박문숙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사랑을 이어온 존재이다. 두사람의 사랑은 이번생에서도 다음생에서도 이어지지 않을까?


4. 집착과 아집의 사랑.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의 사랑은 건강한 사랑이었을까?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짐승과도 같은 헬렌 켈러를 헌신적인 설리번 선생님이 가르쳐서 장애를 이겨냈다는 감동적 이야기를 기억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설리번 선생님을 진정한 참스승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저자 김형민은 설리번 선생님이 고아였다는 사실과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를 하면서 비로소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사실 헬렌 켈러가 홀로 설수 있는 길을 설리번 선생님이 막아섰다. 그것은 헬렌 켈러의 사랑을 설리번이 가로막은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설리번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피터라는 남성과 헬렌 켈러는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장님이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없다는 선입견에 헬렌 켈러의 어머니와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 켈러의 사랑을 가로 막는다. 결국, 헬렌 켈러는 사랑을 떠나 보내야했다.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 켈러가 홀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결국, 헬렌 켈러는 설리번 선생님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니체는 "아직도 나의 제자로 남아있는 제자보다 더 나쁜 제자는 없다."라는 말을 했다. 임제스님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이라고 했다.(살불살조(殺佛殺祖)) 니체와 임제 스님이 그토록 강조했던 것이 무엇이겠는가! 제자는 스승을 뛰어 넘어야만 스승의 은혜를 갚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승의 그늘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래서 니체는 자신의 제자로 남아있으려는 제자를 질타했으며, 임제스님은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이라고 했다. 그런데, 설리번 선생님은 제자가 떠나갈 것을 두려워했다. 제자가 자신을 뛰어 넘을 것을 볼 수가 없었다. 결국, 헬렌 켈러가 행복해지는 길을 가로막았다. 진정한 사랑은 소유하려해서는 안된다는 진리를 설리번 선생님은 알지 못했다. 


'사랑고 발명이 되나요?'라는 책에는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다. 물이 차오르는 타이타닉호에서 노부부가 두손을 꼭잡고 서로를 위로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서부터, 방사능 덩어리가 되어버린 사랑하는 남편의 붕대를 갈아주며 입술을 맞추는 아내의 이야기까지, 너무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다.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사랑이야기를 감상하며, 나는 어떠한 사랑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는 어떠한 반려자로 기억되고 있는지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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