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불쑈를 통해서 익히 잘 알려진 외교 전문가이다. 물론,, 조국혁신당에 소속되어있다보니, 그도 당의 입장에서 정치적 발언을 할 수 밖에 없다. 김준형은 200쪽이 약간 넘는 간단한 소책자를 출간했다. 국제분쟁에 관한 10개의 주제를 뽑아 쉽게 정리한 다이제스트판 세계 분쟁사라고 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 내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나에게는 특별하지 않은 이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한문장이 있었다. 


  "승리의 조건은 전념이고, 안정의 조건은 자제다. 평화는 강압과 굴복이 아니라 자제와 타협의 산물이다."-헨리 키신저


  이 책에 소개된 10개의 분쟁도 헨리 키신저의 이 명언을 각국의 지도자와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평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칸트가 바라던 영구평화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의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국민이 헨리 키신저의 이 평범한 명언을 가슴으로 체득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노벨 평화상을 바라면서도 평화가 자제와 타협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강압적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기 위해서 행동했던 그가, 마두르를 납치하고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얻더니,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자제와 타협을 이루지 못한 그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에 전념하지도 못하고 있다. 내정과 외정에 바쁜 그에게 지구의 평화를 기대하기는 너무 머나먼 일인 것 같다. 트럼프에게 헨리 키신저의 말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승리의 조건은 전념이고, 안정의 조건은 자제다. 평화는 강압과 굴복이 아니라 자제와 타협의 산물이다."
-헨리 키신저 - P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역사 -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헤로도토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의 아버지이자 거짓말의 아버지 헤로도투스!! 역사학도라면 그의 책을 반드시 읽어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대학시절,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사마천의 사기를 읽으면서도 헤로도투스의 역사를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양에 대한 반감과 서양에 못지 않은 동양과 우리의 역사가 있고 이를 먼저 공부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학자의 꿈을 접고 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면서 서양의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의 필요성을 느꼈다.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 처분하기 위해서 쌓아 놓은 책더미 속에서 헤로도투스의 역사를 발견했다. 그때, 열정 넘치는 대학시절의 나를 다시 만났다. 이제는 역사학의 아버지를 만날 때가 되었다!!

  거장을 만나는 시간은 긴장된다. 과연 헤로도투스를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공포감이 밀려왔다. 이때 나의 곁에서 비서역할을 해준것이 제미나이였다. 제미나이는 지루할지도 모르는 '역사'를 쉽게 안내해주었다. 

  '역사'는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다. 지리학, 민속학, 인류학에 대한 종합 서적이다. 한나라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 대한 지리적 지식은 물론이고, 민속학과 인류학적 지식이 바탕을 이루어야한다. 헤로도투스는 이러한 지식을 알려준 다음에 역사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절한 헤로도투스의 배려가 나에게는 무척 지루함을 견딜 수 없게 했다. 이럴때마다 재미나이의 도움을 받았다. 재미나이는 해당 지역의 지리, 민속, 인류학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주었고, 이를 머릿속에 사진지식으로 담은 나는 빠른 속도로 해당부분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스키타이에 대한 소개부분을 읽을 때 였다. 스키타이 전사들이 '여성병'을 앓았다는 기록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친절한 제미나이는 등자가 없는 상태에서 말을 타다보니, 남성성을 잃게 되었고, 그로인해서 여성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성불구자가 되었다는 친절한 설명을 해주었다. 또한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강의를 유튜브 주소를 던져주며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원 수준의 비서역할을 제미나이가 친절히 해준셈이다. 

  인물의 이름을 외우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다. 인명을 외우지 않다보니 이야기 구조 파악이 힘들었다. 일본인의 이름이 외우기 가장 힘들었는데, 고대 그리스인의 이름도 외우기가 일본인 만큼은 아니지만, 힘들었다. 이때도 제미나이가 친절히 비서역할을 해주었다. 이야기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때, 제미나이가 전체적인 구조를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조용히 책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보다 읽기 수월했을 텐데, 바쁜 일상속에서 제미나이가 없었다면 '역사' 읽기를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으면 책을 읽으면서도 나의 뇌리속에 두가지가 남았다. 첫째는 전쟁사를 통해서 배운자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칸나이 전투에서 한니발은 초승달 유인 진영으로 로마군 8만병력을 괴멸시켰다. 한니발의 탁월한 지략이 돋보인 전투였다. 그런데, 그 전술을 마라톤평원에서 아테네군이 페르시아군을 상대로 이미 사용했다. 마라톤의 승리를 한니발은 공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전술을 자기것과 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천하의 한니발이라하더라도 전쟁사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니발이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배웠다면, 페르시아의 패배를 통해서 아랍세계는 교훈을 얻지 못했다. 근접 백병전에서 페르시아군은 그리스의 중무장한 군사들에게 열세를 면치 못했다. 경무장한 갑옷으로 중무장한 팔랑크스대형의 그리스군을 페르시아군은 당할 수 없었다. 페르시아군은 기별병을 통한 원거리 사격과 그리스 용병을 활용하여 이를 보완하려하였으나, 중무장한 병사를 육성한다던가, 중장보병을 한방에 깨뜨릴 수 있는 발석기등을 개발하지는 못했다. 결국 이러한 한계는 아랍세계로 이어져, 오스만제국도 극복하지 못했다. 오스만제국은 화포와 사람을 밀어 넣는 방법을 사용했을 뿐이다. 

  두번째로 나의 머릿속에 '휴브리스(Hubris)'가 남는다. 헤로도투스는 1장 첫머리에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가 아내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위해서 신하 귀게스가 몰래 엿보도록했다. 이를알게된 그의 아내는 귀게스와 작당해서 칸다울레스를 죽였다. 귀게스는 리다아의 왕이 되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려는 오만이 자신의 삶과 권력을 송두리째 잃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장에 크세르크세스가 동생 마시스테스의 아내와 딸을 탐한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된 크세르크세스의 부인은 마시스테스의 아내 아메스트리스의 젖가슴을 잘라 개에게 던져주고, 귀와 코, 입술과 혀를 잘라냈다. 마시스테스는 반란을 계획하다가 크세르크세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오만한 크세르크세스는 자신의 욕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동생과 죄없는 여인들의 목숨을 잃게했다. 그의 오만은 비극을 낳았다. 

  헤로도투스는 책의 마지막을 키루스의 말로 끝맺는다. 


  "부드러운 나라에서는 부드러운 남자들이 태어나는 법, 놀라운 곡식들과 용감한 전사들이 같은 땅에서 태어나기란 불가능하기 대문이오."


  평야를 경작하며 남의 노예가 되느니 척박한 땅에 살며 지배자가 되는 것을 페르시아인은 선택했다. 이는 페르시아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가 오만함에 빠져들어 파멸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스인에게 전하는 헤로도투스의 당부일 것이다. 

  대작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여름방학부터 시작하여 장장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읽어왔다. 벽돌책을 가지고 다는 것이 힘들어서, '역사'를 집에서만 읽었다. 그러다보니 읽는 속도가 더 늦을 수밖에 없었다. 읽다가 바쁜 일이 있어서 몇일을 읽지 못한 기간도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완독을 해냈기에 그 기쁜이 더욱 크다. 헤로도투스가 그리스인에게 전하고자했던 당부를 기억하며 오늘도 겸속히 책을 펼쳐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페니키아 카르타고 이야기 - 전설로 사라진 역사, 그리스-로마 문명의 라이벌
한종수 지음 / 미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집트인은 왕조를 만들었고, 그리스인은 민주주의를 만들었으며, 페니키아인은 상업을 만들었다."(51쪽) 박물지의 저자 플리니우스의 말이다. 지중해 세계의 세 나라의 발자취를 너무도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 그러나, 이집트와 그리스에 비해서 페니키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너무도 형편없다. 그 이유는 페니키아가 패배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패배했기에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 알파벳을 만들고 상업을 만든 페니키아인들의 역사가 애처러워 보였다. 

  페니키아는 제국을 건설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페르시아와 같은 제국의 그늘 아래서 번영했다. 제국 아래에서 번영을 구가하다보니 굳이 제국이 되려하지 않았다. 제국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댓가가 필요하다. 전쟁터에 자국민이 피를 흘려야하고, 자신보다 강한 적들과 처절한 혈투를 벌여야한다. 페니키아는 그 길을 가지 않았다. 피흘리는 제국보다는 안락한 상업국가를 추구했다. 그러나, 그러한 안락함이 영원할 수는 없었다. 

  알렉산드로스에 의해서 지금의 레바논 지역에 있었던 페니키아 모국이 멸망했다. 그러나, 페니키아의 식민도시 카르타고는 더욱 번영한다. 모국이 멸망하면서 인재들이 카르타고에 왔다. 지중해의 넓은 바다는 카르타고에게 상업의 번영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 번영이 영원할 줄 알았다. 로마와 대결하기 전까지는...

  로마는 페니키아를 포에니라고 부른다. 3차에 걸친 포에니 전쟁은 카르타고의 저력과 한계를 모두 보여주었다. 패장을 십자가형에 처하는 카르타고는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없애버렸다. 인간은 신이 아닌이상 완벽할 수 없다. 수많은 전쟁을 겪고 분석하며 탁월한 장수는 만들어진다. 이를 로마는 잘 알았다. 패장을 처형하기 보다는 그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어 명예를 회복할 수있도록 했다.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로마군을 강해졌다. 그러나, 카르타고의 장수들은 성장할 수 없었다.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카르타고의 한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쟁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잔혹한 게임이다.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 국가의 모든 역량을 전쟁에 쏟아 부어야한다. 그것이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 카르타고는 그러하지 못했다.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상업제국 답게 피흘리면서 국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기 보다는 적당한 타협을 하거나, 돈으로 용병을 고용해서 대신 피흘리도록 했다. 로마보다 부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카르타고가 승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2차 포에니 전쟁의 영웅 한니발은 그토록 국민 개병제를 원했다. 그러나, 국민개병제가 이뤄진 것은 카르타고가 멸망하기 직전인 3차 포에니 전쟁 때였다. 모든 무기를 로마에 반납한 상태에서 적당한 타협을 하길 바랬던 카르타고는 로마가 원하는 것은 카르타고의 멸망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머리카락으로 쇠뇌줄을 만드는 처절한 저항을 하면서 3년을 버텼다. 너무도 늦게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피의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그 깨달음은 너무도 늦은 깨달음이었다. 늦은 후회는 자비심을 불러오지 못한다. 결국, 카르타고는 함락되고 남성은 모두 죽임을 당했으며, 여성과 아이들은 노예로 팔려갔다. 

  인생사 흥진비래, 세옹지마라했던가!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로마에 변화가 온다. 그 변화는 멸망한 카르타고에서 시작되었다. 카르타고의 마고가 쓴 농업서가 로마에 왔다. 로마인들은 카르타고의 많은 책은 불태웠으나, 마고의 농업서는 온전히 로마에 들여왔다. 농업서는 포도, 올리브 재배, 농장경영 등 로마 농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노예제 대농장인 라티푼디엄의 교과서가 바로 카르타고의 농업서였다. 그리고 라티푼디움은 로마군의 근간인 자영농을 몰락시켰다. 조국을 위해서 로마의 자영농은 군에 입대하여 카르타고를 멸망시켰다. 그러나, 카르타고 멸망의 댓가는 자영농의 멸망으로 이어졌다. 세상사 돌고돌아 그 칼끝이 자신을 향할 것이라는 진리를 로마의 자영농은 알지 못했다. 

  카르타고를 멸망으로 이끄는데 작은 기여를 한 십자가형이 페니키아에서 유래한 형벌이었다. 바알신을 빋는 페니키아인들의 형벌 도구가 돌고 돌아 로마를 거쳐 그리스교도들의 상징이 되었다.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십자가형은 카르타고가 패장에게 가했던 형벌이었고, 이 어리석은 형벌은 카르타고의 멸망을 앞당겼다.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상징이 되었다. 결국, 그리스도교는 로마를 정신적으로 정복하여 세계 종교가 된다.

 라파엘로 산치오가 그린 십자가형을 바라보며 나는 카르타고를 떠올렸다. 어떤 사람은 인간의 죄를 대신 사하기 위해서 죽음을 선택한 예수 그리스도의 숭고함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실패를 용서할줄 모르는 사회가 맞이하는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고로 읽혔다. 패자부활전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는 성장할 수 없다. 실리콘의 빅테크들이 어디 성공만했는가? 그들은 실패를 통해서 교훈을 얻고 더욱 현명해지고 있다. 한번 삐끗하면 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한국 사회를 보며, 우리는 카르타고의 현대판 십자가형을 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21세기 지정학 - 5000년 문명사를 통해 보는 세계질서의 대전환 ㅣ 그레이트 하모니 3
아미타브 아차리아 지음, 최준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는 'The Once and Future World Order'이다. '세계질서의 어제와 오늘'로 번역할 수 있다. 화이트의 소설 'The Once and Furure King'에서 패러디한 제목이다. 인도계 미국인이자 캐나다인인 아마티브 아차리아는 5000년 세계 역사를 서구중심 역사관에서 탈피해서 세계질서의 변화를 조망하였다. '21세기 지정학'이라는 의역이 나에게는 왠지 어색했다. 지정학(地政學, Geopolitics)이란 지리적 위치, 영토, 자원 등의 지리적 조건이 국가의 정치, 외교,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마치 21세기 지정학에 대해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서 미국의 쇠퇴와 세로운 세계 질서의 형성을 지정학적 관점에서 설명해줄 것 같은 의역에 기대를 갖고 이책을 읽는다면 실망감이 많을 것이다. 이 책에는 지리적 위치나 영토, 자원 등의 지리적 조건이 국가의 정치, 외교,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심도 깊은 분석을 해주지도 않는다. 서구중심의 세계질서가 끝나고 새로운 세계 질서가 성립되겠지만, 이러한 대전환은 과거에도 있었왔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라는 원제의 탁월한 함축적 의미를 '21세기 지정학'이라는 제목은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지정학 책이라기 보다는 역사책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 탐구해보자. 아미타브 아차리아는 서구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서 그동안 무시되거나 무관심했던 나머지 문명들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기존의 서구중심 역사관은 지금의 세계질서는 유럽을 중심으로한 서구문명이 낳고 길렀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미타브 아차리아는 그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서구와 앞서거나 혹은 서구와 비슷한 시기에 그러한 질서와 문화를 만들었다고 실증적으로 증명한다. 

  영화 300에 그리스를 침략한 페르시아는 어둡고 폭력적일 뿐만 아니라 야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 서구인들은 페르시아를 그렇게 보고 있다. 키루스 대왕의 자비와 관용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최초의 인권선언이라 불리는 키루스 실린더의 복제본이 뉴욕 국제연합 본부에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떠올려야한다. 반면 그리스는 평화를 사랑하고 용감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아테네가 멜로스에서 저지른 대량학살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세계는 그리스 문명의 유산을 인정해야한다. 그러나 서구와 전 세계는 또한 페르시아의 유산인 종교적, 민족적 관용, 타문화 수용능력, 광대한 영토 관리 능력을 배울 수 있다."-86쪽


  아미타브 아차리아는 인도화(Indianization)과 헬레니즘화를 비교한다. 헬레니즘이 전쟁에 의해서 시작된 반면에 인도 사상이 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확산에 강압이나 정복은 없었다. 현지 사회의, 현지 사회에 의한, 현지 사회를 위한 인도화가 이루어졌다. 그 영향력도 헬레니즘보다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현지 통치자들의 정치적 권위를 확장하도록 힘을 실어주어 큰국가, 제국 건설을 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세계사를 배우며 한번도 인도화와 헬레니즘화를 비교한적이 없었다. 기존 역사적 서사를 당연시하며 받아들였다. 아미타브 아차리아의 문제제기는 우리가 당연시하는 역사적 서사사가 당연한 것이 아니며, 서구중심의 서사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우리의 세계관을 지배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서구중심의 서사는 비서구문명의 업적과 가치에 무관심과 무시로 이어진다. 

  서구의 국제관계는 평등을 기반으로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베스트팔렌조약 이후의 국제질서이다. 물론, 저자 아미타브 아차리아는 베스트팔렌조약의 한계점을 지적한다. 그렇다하더라도 베스트팔렌조약 이전 서구의 국제관계는 국가간 주권을 인정하는 평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베스트팔렌조약 이후의 국제질서를 확대해석하여 중국의 조공책봉체제를 굴욕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서 아미타브 아차리아는 다른 평가를 내린다. 


  "강압보다 의례에 더 많이 의존했던 중국의 조공체제는 식민지화 없이도 다른 국가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외교적 혜택을 부여했다. 이 체제가 거의 2천년 동안 지속되고 중국의 이웃 국가들에게 지지받았다는 사실은 그 효과와 정당성을 증명한다."-142쪽


  한국 사람들은 조공 책봉 체제를 치욕스런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비해서 아미타브 아차리아는 세계 역사를 조망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서구도 베스트팔렌조약 이후에나 주권을 존중하는 평등한 국제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국가를 평등한 주권국가로 대우한 것도 아니다. 서구의 약탈적 식민지화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조공책봉체제이다. 오히려, 지금의 무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중국의 조공책봉 체제보다 더 나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평등한 주권국가와의 합의를 무시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괄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여했다. 그리고 이를 무기삼아 각국에게 많은 투자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라는 주권국가를 침략하여 마두르 대통령을 납치했다.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모든 국가가 평등한 주권국가로 대우받고 교류하는 것은 하나의 이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이상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문제는 그 이상에 현실을 얼마나 가까워지게 만드는가이다. 

  세계사에서 가장 무시되고 무지한 대륙은 아프리카이다. 저자 아미타브 아차리아는 아프리카 역사 중에서 '만뎅헌장'에 주목한다. 만리제국을 세운 순디아타가 쿠루탄 푸가에서 귀족회의를 소집한다. 그리고 그는 1235년 '만뎅헌장'을 선포한다. '만뎅헌장'에는 "다양성 속의 사회평화, 인간의 불가침성, 교육, 조국의 통합, 식량안보, 약탈을 통한 노예제도 폐지, 표현 및 무역의 자유"(266쪽)가 천명되어 있다. 그뿐만아니다. 여성이 모든 통치에 참여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1215년 만들어진 마그나 카르타와 비슷한 시기에, 마그나 카르타보다도 더 앞선 진보적인 인권이 천명되어있는 것이 '만뎅헌장'이다. 우리는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는 알아도 '만뎅헌장'은 모른다. 서구 중심의 역사교육의 한계의 슬픈 결과이다. 

  물론, 공자가 위대한 사상가로 인정받는 것은 그의 탁월한 제자덕분이듯이, 서구문명이 세계사의 주류가 된 것은 최근 500여전 동안 서구가 비서구를 폭력적으로 지배통치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찬란한 역사가 있었다한들 이를 기억해줄 사람이 없었다. 미국을 중심으로한 서구문명이 쇠퇴하는 지금, 세계 무형유산에 선정된 '만뎅헌장' 헌장을 이제는 세계사 교과서에서 가르쳐야하지 않을까? 그것은 서구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세계를 우리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온전한 역사관의 시작일 것이다. 

  서구중심 역사관의 가장큰 폐해는 서구중심 세계질서를 합리화하고 그 질서가 흔들리면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과연 서구중심의 국제질서가 비서구에게 축복이었을까?


 "나머지 세게의 관점에서 볼때 미국과 서구의 지배는 축복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안녕과 독립뿐 아니라 자존심까지 미치는 위협이었다."-13쪽

  "여러 사람들은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가 인종차별주의, 노예제도, 아메리카 원주민 토지의 식민지화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는다."-253쪽


  아미타브 아차리아는 미국과 서구의 지배를 위협으로 보고 있다. 사실 그러했다. 서구문명의 확장 역사는 비서구 문명의 파괴와 약탈의 역사였다. 아메리카 대륙에 살았던 그땅의 주인들이 총과 균에 의해서 학살당했다.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시아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고 그 이익으로 서구문명의 발전을 이루었듯이, 미국도 노예제와 아메리카 원주민 토지의 식민지화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서구가 되고 싶었던 일본은 이웃국가인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삼고 아시아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일본 근대화는 대한제국을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의 피눈물 위에 가능했다. 서구와 서구가 되고 싶었던 일본의 발전은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연꽃과 같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희생이라는 진흙탕을 자양분으로 아름다운 서구중심의 근대문명을 꽃피웠다. 그러나 연꽃은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뽐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서구와 일본은 그러하지 않았다.  

  서구중심의 세계질서가 흔들리는 지금 우리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기존 서구중심의 질서에 적응했는데,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세계질서에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불안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힌트는 팍스 로마에서 찾을 수 있다. 


  "팍스 로마나의 개념은 어느정도는 로마인들의 자화자찬적 서서의 산물이다."-154쪽

  "제국 통치하에서 로마는 안정적 평화를 위해서는 지배적 세력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근대적 사상을 낳았다."-168쪽


  팍스 로마시기에 세계에 분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서구 문명은 팍스 로마 시기를 로마에 의한 대평화시기로 기억한다. 이러한 서구중심의 역사관은 헤게모니 안정이론을 탄생시킨다. 로마에서 19세기 후반 영국으로, 그리고 2차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으로 초강대국이 패권을 장악하고 있어야 세계는 안정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을 갖게 되었다. 

  로마의 유산이라고할 수 있는 헤게모니안정론! 과연 세계의 지배세력이 하나만 존재해야할까? 투키디데스트랩과 함께 미국의 패권을 합리화하고 중국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이론은 아닌가? 세계 패권국가가 꼭 미국일 필요가 있는가? 지역 패권국가 여럿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서로를 인정하는 국제 질서는 불가능한가? 물밀려 오듯이 여러가지 질문이 샘솟는다. 

  서구중심의 세계질서에 적응하고 서구의 시각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는 미국과 서구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새로운 질서가 정립되지 않은 지금이 불안의 시기일 수 있다. 그러나, 달리본다면 변화속에 기회가 있다. 서구 중심의 세계질서를 비서구국가들이 새롭게 만들수도있다. 그 작업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변화를 주도하여 보다 인간적인 질서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미타브 아차리아가 그리고 있는 앞으로의 세계는 어떠한 모습일까? 글로벌 멀티 플랙스이다. 다극(multripolar)이 아니라 멀티플랙스(multiplex)화이다. 기업, 재단, 비정부기구,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훨씬더 많은 행위자들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관리되며, 사상과 문화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강대국 수가 증가하고,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과 협력이 나타나는 멸티플랙스화가 이뤄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아미타브 아차리아는 대부분의 서구인들이 불안감 속에서 미래를 어둡게 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서구 중심의 국제 질서에서 벗어나서 보다 다차원적인 세계질서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미타브 아차리아의 밝은 미래상에 나는 동의하지는 못한다. 새로운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국지전이 일상화되는 전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예상한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극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에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모습과 현재에서 유사성을 찾는 사람도 있다.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 문제는 비관적 예상을 깨고 어떻게 하면 아미타브 아차리아가 예상하는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느냐이다. 아미타브 아차리아는 그 방법을 제시해주지는 않늗다. 다만 이븐 할둔의 말을 남기며 이책의 끝을 맺는다. 


  "마치 온 창조물이 변하고 온 세상이 바뀐 것 같으며, 마치 새로운 창조가 반복되어 새로운 세상이 존재하게된 것 같다."-435쪽


  우주적 관점에서 세상을 조망하는 인도문명의 유산을 품고있는 인도계 미국인이자 캐나다인 다운 끝맺음이다. 파괴는 새로운 창조의 시작이다. 제국주의, 문화적 오만, 인종적 배제가 깔린 서구문명의 몰락은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상적인 국제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아미타브 아차리아가 남겨준 우리의 과제가 되었다. 




ps. 옥의 티

  71쪽에 "조로아스터교는 아케메네스 왕조 아래에서 부활하여 국교가 되었는데, 창시자의 시대와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라고 서술했다. 그러나, 조로아스터교가 국교화한 것은 사산왕조 페르시아에서이다.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는 조로아스터교를 장려했지만, 국교로 삼지는 않았다. 특히, 키루스왕은 유대인들에게 조로아스터교를 강요하기보다는 그들의 고향으로 갈 수 있게 했으며, 그들의 성전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까지 했다. 세계 역사에 대해서 날카로운 지적 모습을 보인저자의 실수가 못내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21세기 지정학 - 5000년 문명사를 통해 보는 세계질서의 대전환 ㅣ 그레이트 하모니 3
아미타브 아차리아 지음, 최준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우리를 야만인에게 내던지고, 기이한 방식으로 승리자가 굴욕을 당하게 했습니다. (...) 당신을 기쁘게 하는 것은 페르시아인들의 복장과 습성입니다. (...) 당신은 고향의 관습을 혐오하게 되었습니다. (...) 당신은 마케도니아인이 당신에게 무릎 꿇고 당신을 신처럼 숭배하기를 바랐고, 필리포스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으며, 만약 주피터(로마인들이 그리스 신 제우스를 일컫는 이름)보다 더 위대한 신이 있다면, 당신은 주피터마저 경멸했을 것입니다. 자유인인 우리가 당신의 오만함을 견뎌낼 것인지가 의문인가요? 
-알렉산드로스의 보좌관 헤르몰라우스의 말 - P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