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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김태형 지음 / 원더박스 / 2017년 3월
평점 :
나의 참모습을 보고 싶다면 네 이웃의 눈동자에 비친 모습을 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한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통해서 대통령 후보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싶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들의 심리를 살펴보면서 그들의 모습에 비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의 모습에 비친 어린 나는 울고 있었다. 어린 자아를 보듬으며 책장을 넘겼다. 그러면서 이제는 부모가 되어버린 현실의 나를 돌아보았다. 나 자신과 대면한다는 것은 고통스럽고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불편을 견디지 못하고 외면한다면 나의 내면아이는 계속 울며 고통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래, 대통령 후보들의 내면 심리를 통해서 어린 나의 자아와 대면해보자.
1. 심리적 고아
지금은 대통령이 된 문재인 후보의 심리분석을 읽으며 인간 문재인의 아픔을 보았다. 어린 문재인은 "병원에 가서 여러바늘 꿰매야할 상처였는데도 야단안 맞으려고 어른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서 상처를 싸매고 버텼"단다. 대학생이 되어 학생운동을 하다가 구속되어서도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 저자 김태형은 이를 통해서 어린 문재인이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음을 알아낸다.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때문에 자신이 위기에 처했다하더라도 부모가 자신을 지지해주리라 믿지 않는 것이다. 어린 문재인은 심리적 고아였다. 얼마나 아팠을까? 아픈 손을 감싸고 쓸쓸히 고통을 삼켜키며 얼마나 외로웠을까?
어린 문재인을 만나면서 나는 내면의 어린 나를 만났다. 어린 문재인이 아픈 손을 잡고 외로워했듯이, 어린 나의 내면아이도 쓸쓸하게 울고 있었다. 어릴적 나도 다치거나 몸이 아파도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혼자서 감내하려했다. 나는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김태형이 지적하였듯이, "부모는 다소 엄격한 분"이거나, "최소한 지지적인 부모가 아니었던 것"이 아파도 부모에게 말을 못하는 아이를 만들었다.
어린 문재인은 부모에게 중, 고등학교 6년 내내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거나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문이과를 선택해야할 때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그때 아버지는 "내가 뭘 아니, 네가 알아서 선택해"라는 말을 하였다. 고등학교 시절 하숙을 했다. 하숙집은 절대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하숙집을 바꿔달라고 아버지에게 말을 했다. 그때도 아버지는 "그럼, 네가 알아봐"라는 말을 했다. 집안에서는 엄한 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밖에서는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용감한 아버지는 아니었다. 나도 '심리적 고아'였다. 아들이라며 금지옥엽 아끼는 말을 하기도 했으나, 부모의 행동은 그러하지 않았다. 바쁜 농촌일을 하시느라 해가 지고 나서야 부모는 집에 왔다. 쓸쓸히 집을 지키고 있어야했던 나에게는 부모는 너무도 먼 곳에 있었던 존재였다.
부모의 사랑은 부담없이 그냥 받아도 된다는 사실을 어린 문재인은 알지 못했다. 부모의 사랑도 보답하지 않으면 사랑을 잃을 수 있다고 불안해했고,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는 것이 습성화되었다. 일명 '착한 아이 콤플랙스'가 어린 문재인의 가슴에 내면화되었다.
어린 문재인과 대면하면서 나의 어린 내면아이와 너무도 흡사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문재인이 '착한 아이 콤플랙스'에 휩싸여 살았듯이, 나 또한 착한아이 콤플랙스에 휩싸여 살았다. 문재인이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법대에 진학했듯이, 역사 학자가 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나이든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를 포기했다. 어머니가 나를 키웠으니, 당연히 부모에게 그 은혜를 갚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기가 힘들기에 이제는 실업계 고등학교로 전근 갈 방법을 모색하는 나를 보며 슬픈 모습의 어린 내면아이를 다시한번 발견한다.
부모에게 참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문재인은 "항상 선을 그어 놓고 운동에 참여"했다. 정치에 참여한 것도 본인의 뜻이라기 보다는 국민의 사랑에 의해서 강제로 내몰린 것이다. 인권변호사라는 자신의 길을 가고 싶었고 책을 읽으며 조용히 삶을 살고 싶어하는 지금의 문재인을 보며, 현재의 나와 대면한다. 교사가 된 나는 타교사들이 되려고 노력하는 관리자의 길을 외면한다. 교장 교감이 되려고 노력하는 주변 교사의 눈에는 내가 이해되지 않는 눈치이다. 그러나 교장 교감은 커녕 부장 교사가 되는 것도 나는 부담스러워한다. 조용히 책을 읽으며 수업시간에 열정을 불사르며 살고 싶다. 열정적 수업을 할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오면 조용히 명예퇴직을 하여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에 집을 마련하여 독서 삼매경에 빠지고 싶다.
문재인과 내가 같은 내면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명박이 고 노무현 대통령 연결식에서 헌화하려하자, 백원우 의원이 "보복정치 사죄하라!"라고 외쳤다. 문재인은 상주를 맡은 국민장의 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이명박에게 사과했다. 나로서는 문재인의 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 문재인이 아직도 착한아이 콤플랙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나는 착한 아이이기보다는 때로는 나쁜 아이가 되려 노력한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강한 교장 교감들을 보면서, 절대 저들에게 빌붙어 아부하는 존재가 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공자께서도 "마을 사람중에 선한 사람이 그를 좋은 사람이라 하고, 마을 사람중에 나쁜 사람이 나쁘다고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不如鄕人之善者好之, 其不善者惡之.)" 라고 하셨지 않는가! 이제는 더 이상 '착한 아이'이고 싶지 않다.
2, 참된 부모되기
심리학자 김태형은 문재인 이외에도 이재명과 안철수, 유승민의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김태형의 입장에서 가장 안정되고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갖춘 심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재명이다. 어떻게 해서 이재명이 안철수와 유승민 보다도 안정된 심리를 가지고 있을까? 이재명은 안철수와 유승민에 비교한다면 무수저 출신에다가 학벌도 그들보다 좋지 않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공장에 취직해야했다. 맞기 싫어서 공부를 했다.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고, 장학금을 받으며 법대에 진학했다. 장학금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재명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수저 이재명이 안철수와 유승민 보다 안정된 심리를 갖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혹시 아버지의 사랑 때문일까?
이재명과 안철수, 유승민의 아버지는 이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았다. 이중에서 이재명의 아버지가 특히 심했다. 이재명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했을 뿐만 아니라, 도박에 중독되어 그나마 있었던 가산을 탕진했다. 이재명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와 유사했다. 나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하지는 않았지만, 술을 너무도 좋아했다.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오면, 온 가족은 조용히해야했다. 아버지가 깨어나면 그때부터는 잠을 못잔다. 했던 말을 반복하며 가족을 고문했고, 빚을 갚겠다며 집을 나가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울면서 나에게 아버지를 붙잡으라고 했다. 지금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잔치날이었다. 이웃주민과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는 술을 드시고 소리를 지르며 잔치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자랑스럽게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린 나의 눈에 아버지가 한심해보였다. 쓸개가 없는데도 어머니 몰래 술을 숨기고 다니며 술을 마시다가 간경화로 아버지는 저세상으로 가야했다. 나는 지금도 술을 끊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때의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면 나의 어린 내면아이는 울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였을까? 둘째딸이 "아빠 술마시는 거 싫어"라고 말을하자, 그때부터 나는 술을 끊었다. 나는 나의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명감 혹은 책임감 때문에 정치에 입문한 안철수도 김태형의 분석에 따르면 아버지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도 착한 아이 콤플랙스가 있다. 성인이 되고나서 그가 의사의 길 보다는 백신을 만드는 일에 뛰어든 것도 아버지에 대한 반항에서 시작되었다. '권력 실세 밑의 저격수' 유승민 또한 아버지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 가출과 반항은 아버지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심리에 의해서 표출된 행동이었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아버지의 인정과 상관 없이 반항아로서의 자기 인생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런 인생을 살면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안철수와 유승민이 아버지에 대한 인정욕구에서 탈피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대면한다면 그들은 탁월한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아니, 정치를 떠나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찾아 떠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와 유승민 보다도 더 바람직하지 않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던 이재명이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정치인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결은 바로 어머니의 깊은 사랑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공장에 취직해야했던 이재명을 그의 어머니는 혼자 보내지 않았다. 이재명의 손을 잡고 공장에 갔다. 가난했지만, 이재명의 어머니는 어린 이재명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었다. 팔을 다쳐 장애를 얻은 아들을 눈물로 맞이하며 남다른 애정을 주었다. 그것이 지금의 이재명을 만들었다. 그리고 공장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그는 말한다.
"나는 권력이 필요한게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한 사람이다."
"자리나 지위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사람이다."-116쪽
자리와 권력을 탐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나방처럼 권력을 향해서 뛰어드는 사람과 비교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그에게 자리와 권력은 자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세상으로가는 도구일 뿐이다. 타 후보가 질 가능성이 높은 일, 정의로운 일이라도 수구세력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일은 하지 않는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그의 모습이다. 이재명은 욕을 먹어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싸움닭이라는 별명도 그는 자랑스러워한다. 싸워도 지치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내가 닮고 싶어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보수 세력과 보수 언론으로부터 가장 비난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은 보수세력이 얼마나 이재명을 두려워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이재명이 만들고자 하는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해본다.
심리학 책을 읽거나, 심리학 연수를 수강하는 목적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책을 덮고 연수를 마치고 나서는 나 자신을 알고 치유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심리학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을 읽기 전에는 대통령 후보의 마음을 알고 싶었지만, 읽고 나서는 나의 내면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김태형의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은 나에게 천금같은 값어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깨달은 진리는 부모의 중요성이다. 경제적인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참된 사랑이다. '나는 나의 자녀에게 이재명의 어머니가 해주었던 사랑을 해주고 있는가?' 나는 여러차례 이 질문을 나 자신에게 했다. 낳기는 쉬워도 키우기는 힘든 법이다. 더욱이 나 자신 또한 참된 사랑을 받고 자란 것은 아니기에, 나 자신을 치유하며 참된 부모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다. 멀고 힘들지만 가야할 길이기에 오늘도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