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야기 8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8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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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8의 주제는 중국인이 바라본 6.25 전쟁이다. 책의 절반 이상이 6.25 전쟁과 과련된 내용이다. 우리가 바라본 6.25는 비극과 애환이 서린 전쟁이다. 김일성에 의해서 시작된 전쟁은 민족을 파멸로 몰아 넣었다. 이 전쟁은 한반도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여파는 동아시아로 퍼져 나간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자, 마오쩌둥은 한반도 전쟁에 중국군을 파병한다. 국가의 기틀을 잡기에도 버거울텐데도 그들은 북한을 돕기 위해서 파병했다. 그렇다면 중국에게 6.25는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책 속으로 들어가 그 의문을 풀어보자.

 

  6.25는 한국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소련과 중국, 그리고 미국이 전쟁에 관여되어 있다. 사실 우리는는 여기까지만 생각한다. 그런데 6.25 전쟁은 보다 많은 국가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일본의 기뢰 제거반이 투입된 사실도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데, 베트남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천컹은 6.25전쟁에서 갱도 건설 전략을 제안했다. 지하 만리장성을 건설해서 항일 전쟁에서 유용하게 사용한 저력을 한반도에서 다시 사용했다. 또한 천컹은 베트남에 땅굴을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지하갱도는 동아시아의 전쟁에서 널리 사용된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을 괴롭힌 것이 바로 베트공이 건설한 땅굴이지 않은가! 어쩌면 북한이 남침용으로 건설한 땅굴도 6.25 전쟁에서 중국군이 건설한 갱도건설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신혼부부가 항미원조라는 구호에 현혹되어 전쟁에 자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해서 한반도에 파병된 중국인들의 삶은 행복했을까? 전쟁 자체가 비극의 결정체이지만, 항미원조라는 명분을 믿고 전쟁터에 갔다가 포로가된 중국군 포로들의 운명은 너무도 비극적이다. 중국 포로들은 중국에 가서 자아비판을 강요당했다. 귀래자 6000여명 가운데 중공당원 2900명중, 91.8%가 당에서 제명되었다. '특수 혐의자' 모자를 쓰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서도 냉대와 자아비판을 강요당했다. 항미원조라며 젊은 이들을 사지로 몰아 넣었던 공산당은 "무슨 재주를 부렸기에 살아돌아 왔는지 궁금하다."며 의심의 눈초리로 귀래자들을 바라보았다. 이어 닥친 문화 대혁명은 그들에게 더 큰 폭력과 냉대를 감수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타이완을 선택한 중국인민지원군 포로 1만 4천명의 삶은 좋았을까? 타이완에서 반공의사 대접을 받았지만, 저학력이라서 토역 후에 변변한 일자리를 갖지 못했다. 결혼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타이완의 거리를 떠돌며 생을 마감해야했다.

  중국이든 타이완이든 항미원조의 명분을 믿고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었던 그들은 죄인 추급을 받거나 사회의 하류 계층을 이루며 살아야했다. 그들은 분명,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사회에서 주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느라 제대로된 치유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이 끝난 이후, 타이완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한반도에서 국가 보안법이 활개를 치며 자유로운 창작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했듯이, 1957년 5월 24일 벌어진 반미운동 이후 타이완에서의 사상탄압은 광풍처럼 타이완을 휩쓸었다. 반정부=반미주의자=공산당이라는 인식이 널리 펒ㄴ 가운데, '톰소여의 모험'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연행되기도 했다. 마크트웨인과 마르크스가 친척관계라는 것이 이유였다. 같은 마씨라는 발상 자체가 참으로 기발했다. 이는 박정희 정부 시절에 양희은의 아침이슬이라는 노래의 '태양은 대지위에 붉게 타오르고'라는 가사가 '태양'은 김일성을 뜻하고, '붉게 타오르고'는 남한을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해석한 정부당국자의 발상과 너무도 비슷했다. 프랑스 작가 애밀존라 혹은 량치차오를 좋아한다하여 수배되거나 체포되는 촌극이 벌어진걸 보면, 한국에만 메카시 광풍이 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념 대립은 중국의 범죄자를 반공투사로 만들었다. 1983년 벌어진 민항기 납치사건은 사실 방탕한 삶을 살아가던 중국 부유층의 자녀가 치밀한 계획을 세워 민항기를 납치한 사건이다. 그러나 민항기를 납치한 납치범을 이념 대립은 반공투사로 만들었다. 대만으로 추방된 줘창런은 도박과 투기로 보상금을 탕진한다. 그는 병원 부원장의 아들을 유괴 살해하는 만행을 전지른다. 결국 1997년 사형선고를 받고, 이후 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한다.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1993년까지 항공기 납치범이 타이완에 10여 차례 왔다. 결국, 타이완 정부도 방침을 바꿔서 납치범들을 반공투사로 대우하던 관행을 깨고 엄하게 처벌하고, 중국으로 추방했다. 이념이 범죄자를 영웅으로 만든 댓가를 타이완은 톡톡히 치뤘다.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1권부터 8권까지 읽는 대장정을 마쳤다. 애초에 10권을 기획했다고 하던데, 아직까지 9권은 출판되지 않고 있다. 9권에는 시진핑을 비롯해서 현재 중국의 실권자들의 삶을 조명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10권에서는 중국의 미래에 대한 김명호 나름의 소견도 담아주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내공이 탄탄함에 놀랐다. 40여년을 중국 근현대사 연구에 매진한 대가의 기품이 풍겨나온다. 건강이 허락되는 내에서 김명호 교수가 대중을 위한 중국사 책들을 저술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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