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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아 노바 - 주경철의 역사 에세이
주경철 지음 / 산처럼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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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들을 무겁게 읽지 않고, 산책하며 가볍게 읽을 수 잇는 책이다.

 

참고문헌도, 해당 주제에 1~3편에 불과하다. 이정도의 참고문헌으로 쓴 글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산책하며 가볍게 머리를 식히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상식으로 알고 있던 주제는 좀 싱거웠지만, 나도 몰랐던 주제들은 너무도 새로웠다. 서양사학자로서 서양사에만 치중되기 쉬운 주제를 한국사를 포함한 세계사의 많은 주제들을 고대부터 현대까지 소개하고 있다.

 

인상적인 몇개의 주제를 하나 소개하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칼래의 시민에 대한 새로운 소개이다. 이것이 과장되었다는 사실을 자세히 소개하였다. 그러나, 노암 촘스키가 말했듯이 " 우리가 진실을 알면 때때로 씁쓸해 진다." 노빌레스 오빌리쥐를 이야기 할 때, 근거로 소개하는 것이 바로 칼래의 시민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불합리를 깨부수기 위해서 과거의 신화를 깨부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주경철의 말을 믿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참고문헌과 기록, 그리고 치밀한 논증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주제들도 5분정도 읽고 머리 식히고 싶을때, 펼처들면 좋은 책들이다.

 

과거 읽었던, 문화로 읽는 세계사에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에 비해서는 못하다는 느낌든다. 주경철에게 부탁하고 싶다. '문화로 읽는 세계사'와 같은 재미와 감동을 같이 사냥할 수 있는 책을 써주길... 물론, 이 책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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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기술 - 트럼프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The Art of the Deal 한국어판
도널드 트럼프 지음, 이재호 옮김 / 살림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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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일본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다면 끔찍한 일이겠지만 그들이 한다면 그들이 하는 것이다. 행운을 빈다. 좋은시간 되기를."

  막말의 왕좌를 차지한 트럼프! 그가 다시 돌아왔다. 보통의 미국 신사라면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하더라 절대 입밖으로 이러한 말을 내 놓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있게 말한다. 그리고 그 논란을 즐긴다. 미국인들도 그러한 트럼프를 좋아한다. 트럼프를 미치광이로 치부한다면 그를 이해할 수 없다. 그를 이해할 수 없다면 우리는 다가오는 트럼프 시대에 대비할 수 없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트럼프를 이해해야한다. 그래서 그의 자서전인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꺼내 들었다. 


  책한권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한다. 트럼프도 자서전을 쓰기 위해서 자신의 거래 기술을 쏟아 부었다. 그가 쏟아낸 글들 사이에서 행간을 읽어야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미치광이 처럼 보이는 그의 행동에 숨어있는 전략을 우리는 찾아낼 수 있다.내가 찾아낸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을 살펴보자. 

첫째, 관료주의를 타파하라! 

  일런 머스크를 정부효율부의 책임자로 임명하고 연방공 공무원 절반을 짤라 버리겠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한발 더 나아가서 일런 머스크는 F-35를 "F-35는 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너무 많은 것을 충족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이로 인해 F35는 비싸고 복잡한, 모든 것을 조금씩 할 수 있지만 어느 것도 뛰어나게 잘하지 못하는 기체가 됐다”고 맹비난했다. 

  일런 머스크와 트럼프의 말들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거래의 기술'에 트럼프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되는 일화가 있다. 뉴욕 아이스링크 재건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거래의 기술'만 놓고 본다면 트럼프는 뉴욕을 사랑하는 사업가이다. 그는 뉴욕의 슬럼화를 막기 위해서 각종 건설 사업을 했다. 그중에는 '텔레비젼 씨티'를 만들어 NBC를 뉴욕에 붙잡아 두려는 계획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뉴욕시가 6년째 재건을 하고 있는 아이스링크 사업을 자신이 떠맡아 진행하기로 제안을 했다. 물론, 뉴욕의 관료주의자들과 아닐한 뉴욕시장은 트럼프의 계획을 못마땅해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언론의 힘을 얻어 뉴욕시로부터 아이스링크 재건 사업을 넘겨받아 멋지게 개장했다. 

  6개월이면 충분한 것을 6년이나 끌면서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뉴욕의 관료들을 뉴욕시민들이 보고만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놀라웠다. 이를 지켜보는 트럼프도 분노했다. 뉴욕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면서도 이를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사태를 해결할 리더십을 가진자도 없다. 신상필벌이 이뤄지지 않는 조직이다보니, 부실공사는 다반사였다. 낭비되는 것은 시민의 세금이요. 배부른 것은 공사에 참여한 기업들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했기에 그는 정부를 효율화시켜야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적임자로 일런 머스크를 선정했다. 기업의 효율화 경험을 정부 조직에 적용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둘째, 자신의 부고 기사를 빼고 신문에 실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 기사를 빼고 신문에 자신의 기사가 실리는 것을 좋아한다. 악플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플이라는 말이 있다. 트럼프는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힐러리 대선후보에 대해서 "오바마가 IS를 창설했다. 시기꾼 힐러리는 공동 창설자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오바마의 대외 정책이 IS와 같은 단체를 더 활갳치도록 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그게 아니라 말 그대로 오바마가 IS를 만들었다는 뜻이다."라고 트럼프가 말했다. 

  누가 보아도 분명한 거짓말임을 트럼프도 알 것이다. 그런데 왜? 그는 이런 말도 안되는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했을까? 그의 막말은 그를 언론에 자주 언급되게한다.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하게 된다는 속성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당신이 조금 색다르거나 욕기가 뛰어나거나 무언가 대담하고 논쟁거리가 되는 일을 하면 신문은 당신의 기사를 쓰게 된다. 따라서 나는 일을 조금 색다르게 처리했으며, 논쟁이 빚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가 관여한 거래는 다소 허황돼 보이기도 했다. (중략) 신문이 나를 주목하게 되어 내 기사를 쓰지 못해 안달을 하게 됐다."-82쪽


 '오바마가 IS를 만들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는 언론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트럼프에 대한 기사는 놀랄 정도로 많아졌고 그는 세상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화재를 몰고다녔다. 무명정치인이 이제는 대형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계산된 막말을 통해서 그는 이루었다.

  혹자는 트럼프는 나쁜 평판을 쌓게 되어 자기발등을 자신이 찍는 역효과가 있다는 비판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서도 멋드러진 반박을 준비했다. 


  "좋은 평판은 나쁜 평판보다 낫다. 그러나 나쁜 평판은 때때로 평판이 전혀 없는 것보다낫다. 간략히 말해서 논란은 장사가 된다는 것이다." -217쪽


  그에게는 수많은 논란이 있다. 그러나 그는 그 논란을 즐긴다. 자신의 머그샷과 재판정에 앉아 있는 사진을 이용해서 수익을 창출할 정도의 두뇌를 가진자이다. 그의 행동은 수십년 동안의 사업경험에 바탕을 둔 계산된 행동이었다. 


셋째, 협상을 하려면 최고위층과 만나야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났다. 그것도 2차례 만났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북한의 지도자와 만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일이다. 불량국가로 북한을 지목한 아버지 부시는 북한을 선재타격할 우려까지 자아냈다. 그런데, 트럼프는 김정은과 만날 생각을 어떻게하였을까? 그것은 하얏트 회장 휴고 프렌드 2세와 코모도어 호텔 동업 문제를 논의한 일화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휴고 프렌드와 동업문제를 논의한 트럼프는 일이 곧 성사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일은 진척되지 않았다. 결국 하얏트 측의 한 고위 인사가 "제이 프리츠커를 만나 직접 그와 거래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는 충고를 받는다. 프리츠커 가가 하얏트의 지배적이 이권을 장악하고 있기에 코모도어 호텔 동업 문제가 진척되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의 경우 최고위층 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단지 고용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고용인은 타인의 거래를 위해서 싸움을 하려들지 않는다. 고용인은 자신의 임금 인상이나 혹은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위해서는 기꺼이 싸운다. 그러나 고용인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은 자기가 모시는고 있는 보스를 화나게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고용인은 타인과 협상에서 실질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다."-166쪽


  최고위층 밑에 있는 사람은 오너십이 없기에 위험한 결정에 자신의 운명을 걸려는 생각이 없다. 그럴 권한도 없다. 트럼프는 협상을 하려면 최고위층과 만나야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 탑-다운 방식의 협상을 추진한 동기가 되었다.

  그가 탑-다운 방식의 협상을 추진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그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면서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는 태도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과 택시기사에게 직접 물어보며 시장조사를 한다. 묻고 묻고 또 물어서 의문을 해결한 뒤에야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자문회사와 비평가들의 의견을 묻는 것에 트럼프의 생각은 어떨까?


  "자문회사는 보스턴에서부터 직원을 보내 뉴욕에 방을 빌린 뒤 10만 달러씩 대가를 받고 조사를 해주지만, 별 신통한 결론이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조사가 끝났을 때는 이미 우리의 사업이 완결된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또 비평가들도 신통하게 보지 않는다. 비평가들이란 서로서로 영향을 주기 위해서 무언가 끄적거릴 뿐이며, 유행에 따라 너무나 잘 변하는 사람들이다."-78쪽


  자문회사와 비평가를 믿지 않는 그는 정치인이 되어서도 레거시 미디어를 믿지 않는다. 레드넥의 말을 현장에서 듣고 그들의 언어를 구사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책에 반영하려한다. 정보를 수집할때는 자신이 발로 뛰어 수집하고 협상을 할때는 탑-다운 방식으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려한다. 그리고 그가 재집권을 하면 다시한번 탑-다운 방식의 외교를 추진할 것이다. 


넷째, 언론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용해라!

  비평가들을 믿지 않는 트럼프는 정치인이 되어서도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일명 '가짜뉴스'라며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들을 부정했다. 그가 주로 사용한 것은 SNS였다. 자신의 SNS를 통해서 직접 대중과 소통하려 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타정치인들과는 달리 마구 쏟아냈다. 


  "수년 동안 정치인들과 만나면서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을 움직이도록 보장하는 것은 언론 또는 더 특정적으로 꼽는다면 '언론에 대한 공포'라는 사실이다."-372쪽


  '언론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기성언론인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하는 다른 정치인들을 보면서 트럼프는 위선적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정치인이 된 트럼프는 기성언론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 보다는 그들을 이용했다. 때로는 가짜뉴스라며 그들을 설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계산된 막말을 하면서 자신의 주가를 올렸다. 

  트럼프는 백인 저소득층들이 듣고 싶었고 하고 싶었던 속마음을 트럼프는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집권 2기에도 계속될 것이다.


다섯째, 일을 성공시키려면 약간의 허세를 보여라

 트럼프와 김정은이 핵미사일 버튼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김정은이 자신의 책상위에 빨간 핵버튼이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내 책상위에는 더 크고 강하지, 심지어 내 것은 작동도된다'라고 받아쳤다. 한나라의 최고지도자들이 주고 받은 정제된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대화였다. 그런데, 이것은 트럼프의 협상 기술이었다. 


  "일을 성공시키는 마지막 열쇠는 약간의 허세다. 나는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시킨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나, 남들이 그렇다고 부추겨주면 괜히 우쭐하기 마련이다. 약간의 과장은 아무런 손해도 가져오지 않는 법이다."-84쪽 


  "약간의 허세"는 엄청난 과장으로 바뀌었다. 트럼프의 엄청난 과장을 말 그대로 믿는사람이라면 그를 미치광이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미치광이가 아니다. 그는 영리한 전략가일 뿐이다. 전쟁에서는 적을 속이기 위해서 때로는 과장을 하기도하고 허세를 부리기도한다. 이를 통해서 나의 전략적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는 명장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는 트럼프 타워를 팔때도 "약간의 허세"전략을 썼다. 그는 이를 "역판매 기술"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수요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시장 전략은 파는 데 까다롭게 구는 것이었다. 그것은 역판매 기술이다. 우리는 결코 서둘러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들어오면 우리는 그들에게 모델 아파트를 모여주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만일 그들이 관심을 보이면 가장 인기 있는 이 아파트를 구입하고 싶어 기다리는 인명부가 있다고 말한다. 아파트가 사기 힘든 것처럼 보이면 보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게 된다."-225쪽


 트럼프는 장사의 기술을 예술의 경지로 이끌었다. 그 예술에는 마술을 관계에게 보여주는 마술사처럼 속임의 기술이 녹아있다. 그렇다고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것은 예술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약간의 허세'는 727기를 살때도 활용되었다. 신형 727기를 사려면 대략 3,000만달러는 든다. 샴로크사가 727기를 팔고 싶어하고 이를 살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트럼프는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인 500만 달러를 제안'했다. 이는 판을 흔들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거래를 이끄는 효과를 발휘했다. 상대는 1,000만달러로 맞섰다. 그때 트럼프는 "그 순간 나는 이 협상이 어떻게 끝나도 상관없이 매우 좋은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441쪽)라고 생각했다. 결국 800만 달러라는 싼가격에 트럼프는 727기를 손에 넣었다. 

  트럼프는 협상(혹은 거래)의 귀재이다. 상대의 심리를 읽고,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강한 제안을 던진다. 캐나다에게 25%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 한것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협상 전략이었다.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에게 찾아왔고 트럼프는 유리한 고지에서 캐나다의 국경선 통제라는 소기의 약속을 얻어냈다. 그리고 트럼프는 이 전략으로 우리와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미치광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군사 전략가이며 탁월한 협상가이다. 그가 홀리데이의 이사진들에게 동업 계약 승인을 얻기 위해서 건설 공사 감독관에게 지시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에틀랜틱시티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불도저와 덤프트럭을 즉시 공사 현장에 투입시키라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공사현장의 한군데를 파낸 흙을 다른 곳에다 메워도 좋다고 지시했다. 쉴세없이 바삐 움직이는 덤프트럭과 불도저를 보고서 홀리데이의 이사진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한곳에서 퍼낸 흙을 공사장의 다른 곳을 메우는데 사용하는 모습을 본 한 이사진은 의심의 눈초리라기 보다는 경이로운 모습으로 트럼프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그리고 협상은 성공했다. 

  이 일화는 트럼프가 보통의 협상가와는 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는 군사의 숫자를 적게 보이기 위해서 병사들의 굴뚝을 반으로 줄이는 계책을 사용한 손빈이 사용한 전술을 역으로 사용했다.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 제대로된 대통령을 먼저 뽑아야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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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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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테판 츠바이크!! 그를 나는 너무도 늦게 알았다. 그의 책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읽으면서 당시 현장을 직접 취재한 기자가 다큐멘터리를 만들듯이 탁월한 현장 묘사와 인물의 심리묘사가 살아 있는 글을 읽으면서 심장이 빨리 뛰었다. 이러한 탁월한 작가를 이제야 알았다는 사실에 나에 대한 실망감도 밀려왔다. 유럽의 역사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는 것은 처음이다. 

  이 책에 소개된 12개의 역사적 사건은 하나 같이 극적인 순간들이다. 첫번째로 소개된 '동로마 제국 최후'는 비잔틴제국이 오스만제국에게 몰락하는 역사적 순간을 장쾌한 전쟁영화를 보듯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이 순간의 장쾌한 역사를 자세히 설명하며 그 시대, 그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해줄 책을 찾았으나 여태껏 그러한 책을 찾지 못했다. 드디어 슈테판 츠바이크가 이 역사적 순간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설명한 책을 읽으면서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서양인들이 역사를 서술하면 벌어지는 유럽중심주의의 해독도 이 책에는 보이지 않았다. 

  가장 민망한 이야기는 '칼스바트와 바이마르 중간 지점에 선 괴테'이다. 74세의 할아버지 괴테가 19살의 울리케를 사랑하여 청혼하는 순간, 괴테는 그 순간을 시로 표현했다. 아들도 있는데, 아들보다 어린 증손자뻘의 여성을 사랑하고 청혼한다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사랑에는 국경이 없기에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 괴테를 나무랄수는 없다. 암튼, 70대에도 여성을 사랑하고 불타오르는 애정을 시로 표현하는 그의 열정이 남달라 보인다. 아침 드라마를 보면서, 막장 드라마라고 비판하지만 우리 인생은 막장 드라마가 많이 펼쳐진다.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인끼를 얻는 것도 막장 드라마가 우리 현실에 흔히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소개되어 있다. 어떤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 어떤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책을 통해서 보다 자세히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알고 있는 내용을 읽으면서도 그의 탁월한 심리묘사에 무릎을 여러번 쳤다. 그런데, 서평을 쓰려 알라딘에서 책을 검색하던 중 '광기와 우연의 역사' 완역본이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목차를 비교하니 내가 읽은 책에는 2개의 에피소드가 빠져있었다. 구지 2개의 에피소드를 빼고 번역한 이유가 있을까? 슈테판 츠바이크의 명작이니 최신판을 구해볼 수밖에 없겠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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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lC 2023-02-14 2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화북스에서 나온 책이 완역판이었네요. 츠바이크 선집으로 계속 출간될 예정인가 봐요.
역시 평전만큼 슈테판 츠바이크가 돋보이는 장르는 없는 것 같아요ㅎㅎ

강나루 2023-02-16 06:27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도시로 보는 유럽사 - 아테네, 로마부터 파리, 프라이부르크까지 18개 도시로 떠나는 역사기행 도시로 보는 시리즈
백승종 지음 / 사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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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의 역사에 대한 번역서들은 번역의 어설픔과 내용의 딱딱함 때문에 읽기 불편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사 전공자인 백승종 교수의 '도시로 보는 유럽사'는 쉬우면서도 깔끔한 서술로 읽기에 편하다. 18개의 도시를 한국사 전공자의 시각에서 서술하다보니, 종종 한국사와 대조해서 설명하는 경우가 있어 이해가 편했다. 

  이책에 등장하는 도시들의 역사를 스케치하듯이 서술하여 역사의 특정시대만 등장하는 그 도시가 그 이후에 어떠한 역사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한예로 파르테논 신전을 설명하면서, 아테나 여신을 위한 신전인 파르테논 신전은 델로스 동맹의 자금을 유용하여 건설했다. 로마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독교가 국교화하자 가톨릭교회로 변신하였고, 비잔틴 제국 시기에는 그리스 정교회 사원으로, 오스만 제국 시기에는 이슬람 모스크로 이용되다가, 1832년 그리스가 독립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리스의 역사를 살피면서 델로스 동맹의 자금을 유용해서 건축되었다는 사실 밖에 몰랐던 나는 그 이후의 변화상을 보면서 역사의 풍파를 겪은 파르테논 신전이 새롭게 보였다. 아름다운 여신의 이미지에서 세월의 모든 고통을 감내하여 주름이 깊게 페인 어느 할머니의 모습으로 보인다. 

  이책에도 아쉬움은 있다. 백승종 교수가 소개한 18개의 도시를 유럽지도에 표시해주는 친절함이 없다. 역사를 배우려면 지리를 알아야한다. 해당도시가 유럽의 어느 곳에 있는지, 그 도시를 설명하면서 등장하는 박물관과 유적들이 그 도시 어느 쯤에 위치하는지를 도시 안내도와 함께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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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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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브라이슨의 책에는 독특한 유머가 있다. 글을 재미있고 위트있게 쓰는 책을 읽는 것은 나름의 흥미가 있다. 사실 '발칙한 영어'를 일기 보다는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라는 부재에 끌려서 이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미국의 역사라는 그릇에 영어라는 음식을 빌 브라이슨이라는 소스를 뿌려 만든 작품이다. '미국 이라는 그릇'을 기대했던 나는 '영어라는 음식'을 즐기지 못했다. '영어라는 음식'을 학교 교육을 통해서 맛 보았다. 그러나 '빌 브라이슨이라는 소스'를 뿌렸다 한들 영어의 생소함과 어려움은 음식맛을 즐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꾸역꾸역 600페이지를 읽고 나만의 방식으로 음식 후기를 남긴다. 


 빌 브라이슨은 미국의 역사를 즐겁게 해체한다. 정통 미국 역사책은 필그램파더에서 시작하는 자유를 찾아 미국인들이 서부 개척을 통해서 자유를 아메리카대륙에 확대시켰으며 세계 1,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자유의 파수꾼으로서 세계 경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서술한다. 이른바 '자유의 확대'가 미국 주류 역사학의 거대한 서사이다. 그런데, 빌 브라이슨은 이러한 신화와 네러티브를 해체한다. 그만의 유쾌한 필체로 근엄한 주류 역사 서술을 무장해제시킨다. 

  청교도들인 필그램파더가 자유를 찾아서 플리머스 바위해안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신화를 살펴보자. 빌 브라이슨은 필그램 파더들이 암초의 위험을 무릎스고 플리머스 바위해안에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필그램 파더 이전에도 먼저 온 미국인들이 있었음을 지적하며 수많은 이주자 중에서 필그램파더를 미국사의 시작으로 꼽는 미국인들의 의도에 시원한 유머를 날려준다. 

  그렇다면, 청교도들은 종교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미지의 땅, 아메리카로 왔을까? 아니다. 빌 브라이슨은 냉정하면서도 정확하게 청교도들이 아메리카로 온 이유를 설명한다. 


  '고향땅에서 오랫 동안 박해를 받은 그들이 아메리카에서 원한 것은 오로지 그와 똑같이 편협한 제도를 독자적으로 확립할 기회였다.'-462쪽


  '종교의 자유'라함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종교를 자유로이 믿을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 그러나, 청교도인들은 '청교도만 믿을 수 있는 자유'를 원했다. 이러한 자유는 자유라기 보다는 속박이다. 정확히 그들이 원했던 것을 찝어내어 정확한 표현을 사용한 점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사실 초기 청교도들과 함께 사는 삶이 유쾌할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사실상 또다른 속박이기 때문이다. 자위행위도 중대 범죄로 처벌 받았으며, 코네티컷 뉴헤이븐이라는 사람은 마을에 외눈 박이 돼지가 태어나자, 수간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지기까지했다. 어느 것이든지 극단에 치우치면 그것이 새로운 속박의 굴래가된다.  "청렴하면서도 포용력이 있고, 어질면서도 결단을 잘 내리고, 사리에 밝으면서도 지나치게 파헤치지 않고, 곧으면서도 지나치게 바로잡으려 하지 않으면, 이것을 가리켜 꿀범벅이 달지 않고 해산물이 짜지 않다고 하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덕이다.(淸能有容,仁能善斷明不傷察,直不過矯 是謂 "蜜餞不甛,海味不함",是懿德)"라는 채근담의 당부를 청교도인들은 귀담이 들어야할 것이다. 

  빌 브라이슨은 미국 독립 혁명의 민낯을 파헤친다. 미국인 대영제국의 압제에 대항하여 용기있게 독립 혁명을 일으켰다고 주류 역사학자들은 서술한다. 그러나, 당시 영국 시민 모두가 투표권을 갖고 있는 상황이 아닌 당시에 유독 아메리카에 있는 영국령 식민지만 압제했다는 말은 논리적이지 않았다.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구호만 듣는다면 영국이 엄청난 세금을 미국인들에게 부여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영국령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사람들은 낮은 세금을 내고 있었다. '이것이 반역이라면 최대한 이용하자',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다고 알려진 페트릭 헨리는 이러한 말을 하지 않았으며 영국에 강력한 저항을 표시하지도 않았다. 자유의 획득을 위해서 압제에 저항했다는 미국 독립혁명의 신화를 빌 브라이슨은 유쾌하게 깨부스고 있다. 

  나라를 만든자는 그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신화를 만든다. 소위 '정사'로 알려진 역사는 그들의 신화를 역사적 사실이라 주장한다. 빌 브라이슨 책의 유쾌함을 그러한 '정사'에게 시원한 일침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필그램파더들이 미국에 온 이후, 세계의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미국으로 밀려왔다. 이민자들이 미국 대륙에 발을 내딛자, 친절한 미국인이 다가와서 일자리를 소개해주고겠다며 이민자의 가방을 들어준다. 그리고 이민자는 모든 재산을 사기당하며 미국 생활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3분의 1정도의 유럽 이민자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유렵인들이 쉽게 미국에 정착했다는 생각은 나의 선입견이었다. 

  미국에 정착한 수많은 이민자들은 미국 영어에 새로운 단어를 선물했다. 미국 영어는 다양한 유럽언어 뿐만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의 언어에서 단어를 들여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의 템스강을 위해서 만들어진 언어로 미시시피의 웅장함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은' 적절하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 영어를 새롭게 창조하고 재해석해야했다. 문화와 자연환경이 바뀌면 이를 표현하는 언어도 변화해야한다. 이것은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영어, 호주식 영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민자들은 미국에 새로운 창조력을 불어 넣었다. 미국은 세계 초 강대국으로 군림한다. 미국인들도 풍요의 시대를 맞이한다. 집안일을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전자제품이 미국가정을 가득 채운다. 그렇다면 그들은 행복해졌을까? 빌 브라이슨은 아니라고 말한다. 소비성 품목이 더 증가했을뿐, 여가 시간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주택의 규모가 커졌으며, 생활양식이 다양화졌고, 집안의 청결 기준이 철저해지면서 우리가 상상하는 여유로운 여가 생활과 휴식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현실과 비슷한다. 각종 전자 제품이 가사일을 줄여주었지만, 맞벌이를 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보다 많은 소비를 해야한다. 집안일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여가 시간은 그리 크게 늘지 않는 역설적 상황은 한국에서도 진행중이다. 


  마트에서 흔히 보는 '오레오'가 1912년 3월 6일 부터 미국에서 팔리기 시작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라는 소소한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모른는 영어 단어에 집착하며 이 책을 읽는다면 책을 읽는 시간 자체가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사소하지만 재미 있는 미국의 생활사를 유쾌하게 탐험한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은 소소한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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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2-12-31 15: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배배꼬인 말을 이렇게 두꺼운 책을 낼 정도로 꾸역꾸역 내뱉는 사람은 빌브라이슨 뿐일거에요, 쿠쿠

강나루 2023-01-03 20:49   좋아요 1 | URL
빌 브라이슨만의 특징이지요.

레삭매냐 2023-01-03 1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 생활사를 유쾌하고
가치 파괴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재밌지 않을까 싶
습니다.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미국 건국 신화를 통렬하
게 저격하는 시니컬한 빌
브라이슨 스타일이 마음에
쏙 드네요.

강나루 2023-01-03 20:47   좋아요 1 | URL
영단어에도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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