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 - 지식의 대통합 사이언스 클래식 5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에드워드 윌슨은 consilience라는 말을 부활 시켰다. 그의 제자이자 이 책을 번역한 최재천은 책속에 잠들어있던 통섭이라는 단어를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고 consilience의 번역어로 사용했다. 두툼한 책장을 넘기며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화두는 '과연 통섭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었다. 큰스님이 행자에게 던지는 화두와 같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어려운 책을 꾸역꾸역 읽었다. 


  이책은 생물학을 중심으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통섭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문학을 전공한 나에게는 에드워드 윌슨의 이 주장이 자못 오만하게 들렸다. 


  "교양과목이 대학의 핵심 교과과정으로 자리잡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464쪽


  시대가 변하니 대학의 핵심과목도 변해야한다. 아니, 기존의 교양과목이 변해야한다. 유시민이 '문과공'이라는 책을 쓰고 나서 각종 유튜브에 나와서 인문학자가 과학을 공부하지 않기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한다는 내용의 지적을 했다. 유튜브에서 비춰진 유시민의 발언은 인문학보다 과학이 우선한다는 인문학 전공자의 항복선언이었다. 글쎄, 인문학자가 과학을 공부해야한다는 명제는 깊은 공감을 하면서도 그의 그러한 모습은 좋와보이지 않았다. 

  통섭의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전공하나도 제대로 알기 힘든 상황에서 어찌 과학까지 공부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천재일 수는 없지 않은가? 라는 질문이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문화를 알기 위해서 뇌과학과 신경과학 유전학을 먼저 설명하는 에드워드 윌슨의 글을 읽으며 그가 말하는 통섭이 만물박사가 되라는 것은 아님을 알았다. 사실 만물박사가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기에 유한한 시간속에서 배울 수 있는 학문의 양도 제한적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품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통섭을 필요하다.

  인문학 내에서도 같은 사건을 역사학과 정치학이 달리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연구 방법론이 다르다보니, 대화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학문의 장벽을 넘나들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이 필요하다. 그 장벽을 넘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험난할 것이다. 그렇지만 올바른 진리를 찾기 위해서 인문학은 과학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마치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류를 연구했듯이, 인문학자는 자신의 주장이 뜬구름이 아닌 대지에 뿌리박기 위해서 과학을 공부해야한다. 

  인문학만이 과학을 필요로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이 인문학적 소양이 있어야 과학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괴물을 만들어냈다. 우리 과학자가 프랑켄슈타인의 얼굴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문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괴물이 폭주하지 않고 인간의 친구가 되기 위해서 인공지능 개발 윤리가 필요하다는 외침이 절실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마지막 장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의지적인 진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우리 과학은 윤리적 선택에 직면해있다. 유전자 조작,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을 목도하며 과학자들이 윤리적 철학적 판단력이 절실하다. 과연 우리 과학자들은 윤리학과 철학을 통섭하며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eremy 2024-05-26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괄적인 이론을 형성할 때 서로 다른 다양한 분야의 원리를 서로 연결하는 것>
혹은
<특히 과학과 인문학의 주제에 대한 접근 방식 간의 합의>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Consilience 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William Whewell 이었습니다.

과학과 역사에서 일관성(증거의 수렴 또는 증거의 일치), 서로 무관한 독립적인
출처의 증거가 강력한 결론에 ‘수렴‘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이 Consilience 의 개념은 과학 철학자들(Philosophers of science) 에 의해 널리
논의되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한 용어였다가,1998년 저술가이자 생물학자인
E. O. 윌슨의 저서인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통섭: 지식의 통합> 에서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문화적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시도로 사용되며 알려졌습니다.

윌슨은
˝the humanities, ranging from philosophy and history to moral reasoning,
comparative religion, and interpretation of the arts,
will draw closer to the sciences and partly fuse with them˝

“철학과 역사, 도덕적 추론, 비교 종교, 예술 해석에 이르는 인문학이 과학과
가까워지고 부분적으로 과학과 융합할 것”이며, 이러한 융합을 통해 과학과
과학적 방법이 물리적 현상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 지침을 제공하고
모든 진리의 궁극적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강나루 2024-05-26 14: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 네요

Jeremy 2024-05-26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창조>에서 <부활> 로 바로 본문 고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