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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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각자가 자신에 맞는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보는 세상을 타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본 세상이 오직 하나뿐인 진리라는 오만을 내려 놓고 타인의 안경을 써보기로했다. 타인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은 내가 미처 몰랐던 새로운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번에는 건축가 유현준의 안경을 쓰기로했다. 건축가가 바라본 세상은 어떠한 세상일까? 


  1. 건축가에 대한 편견 깨기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사실은 무분별한 개발을 그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을 파괴하며 진행되는 무분별한 개발을 경제발전이라는 용어로 포장하며 돈을 벌 수 있는데 그는 그러하지 않았다. 특히, 한강 개발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으면서 무척 놀랐다. 


  "한강 개발에 대한 많은 접근 방식에서 우려되는 것은 비어 있는 한강을 지나치게 밀도 높은 공간으로 만들려고하는 것이다." -201쪽

  "한강공원처럼 24시간 사용 가능한 수변에 위치한 도심 공원은 전세계에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202쪽


  그릇이 비어있기에 쓸모가 있듯이, 한강을 비우기에 쓸모가 커진다는 사실을 유현준은 알고 있다. 건물을 밀도 높게 지어서 돈벌이를 많이하기 보다는 인간이 행복감을 느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더 나아가서 자동차와 아파트의 등장으로 우리는 마당과 골목을 잃어야했던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다. 개발 지상주의가 지배했던 시기에 우리는 마당과 골목을 내어주며 행복해했다. 그러나 하나를 얻으려할 때 어쩌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내어 주어야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웃과 대화가 단절된 아파트에 살면서, 돈을 내지 않고 서는 머무를 공간이 너무도 부족한 도시에 살아야하는 댓가를 지불해야했다. 건축가 유현준은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며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유현준은 발코니 확장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사실, 아파트 베란다를 줄여서 용적율을 높이고 실내 공간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찬성하면 찬성했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현준은 그러하지 않았다. 빨래가 널려 있는 모습을 정겹게 바라보며 발코니가 사라진 도시에 아쉬움을 표한다. 


  "우리의 도시가 살 만한 거리로 채우지기 위해서는 건축물에 사람 냄새가 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리창 대신에 발코니가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 -59쪽


 어느 아파트에서는 아파트 값을 높이기 위해서 에어콘 실외기를 아파트 밖에 달리 않기로 결의하기도했다. 빨래가 널려 있는 모습을 지저분하게 바라보며, 아파트 값을 높이기 위해서 생활의 불편함도 감수하는 이 시대에 유현준 교수는 현타를 날리고 있다.

  이제는 건조기를 사용하는 집이 많아지면서 유현준 교수가 정겹게 보고 싶어던 빨래가 널려 있는 풍경을 보기는 힘들어지고 있다. 더 많은 건물을 지어 돈을 벌려는 탐욕의 시장 논리를 유현준 교수의 말한마디로 없애버릴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버리있음을 일깨우는 깨달음의 죽비를 내리치는 용기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바로 건축가 유현준이다.


2. 건축가의 세상보기

  공간과 건축을 바라보는 건축가 유현준의 시선은 참신하다. 도시를 바라보며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비밀을 깔끔하게 설명해준다. 몇가지 예를들어보자. 사무실 책상 위에 책이 수북히 쌓아 높고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을 보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하는가? 나는 그사람을 너무도 게으른 사람이라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유현준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 필자가 있는 사무실에는 책상 앞에 책을 쌓아 두는 직원이 있었다. 이는 그 직원이 단순히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개방된 책상이 불안해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기 위해서 책과 서류로 벽을 치는 것이다. 보통 사무실에는 큰 모니터가 벽의 역할을 해준다." -220쪽


  어떤가 건축가의 눈으로 직원을 바라보니, 직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 공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사람을 평가하다보니 편협하고 왜곡되게 평가하는 오류를 범했다.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의 본능적 욕구를 이해할 때문이 우리는 세상을 보다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중국 북경에서 사람들이 잠옷을 입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을 본다면 당신은 어떻게 그들을 평가하겠는가? 혹시 시민의식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꼴볼견으로 보지는 않았는가? 그런데, 유현준의 생각은 달랐다. 


  "사실 이런 문화는 거리를 거실처럼 느끼고 사람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191쪽


  잠옷을 입고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거리를 거실처럼 느끼고 있다는 설명은 나의 무릎을 치게했다. 거리를 나의 사적 공간의 확장으로 바라보니 부끄러울 것이 없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부끄러움 없이 잠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설명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공동체 의식이 높다면 동료 시민이 위험에 빠지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한다. 뉴스나 유튜브에 소개된 영상에는 납치되는 아이, 사고를 당한 주민을 바라보면서도 신고를 하지도 않고, 도와주지도 않는 중국인의 모습이 꾀이었다. 물론, 수 많은 사례 중에서 극히 일의 이야기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중국인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이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금 소개한 두가지 사례는 이 책에 소개된 내용 중에서 극히 일부분이다. 탁월하면서도 색다른 유현준만의 시선이 이책 곳곳에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공간의 미래'라는 책에 이어서, 건축가 유현준이 쓴 두번째 책을 읽었다. 유현준은 개발 논리에 앞도되어 무분별한 건설로 돈을 벌기를 자라는 악덕 건축가가 아니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도시와 공간을 바라보며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도시를 만들고 싶어하는 건축 인문학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남다른 통찰과 해안을 제시해준다. 건축 인문학자 유현준이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준 글귀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건축은 중력을 어떻게 아름답게 극복하느냐를 통해서 다른 예술이 주지 못하는 감동을 전달해준다. 에펠탑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건축물을 보면서 우리가 감동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약은 언제나 더 큰 감동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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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말하기 -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설득과 소통의 법칙
윤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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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하기를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있다. 후보시절에는 상대후보와 토론하는 것을 기피히더니 이제는 기자와 각본을 짜지 않고 생방송으로 질의 응답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있다. 방명록을 작성할 때도 쪽지를 보고 베껴쓰는 대통령이 있다. 그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주어를 말하지 않았으니, 특정 대통령으로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일반적으로 그런 대통령이 있다는 말이다. ㅋㅋ) 그래서 대통령 노무현이 그립다. 어떤이는 말잘하고 토론잘해서 세상을 시끄럽게한다며 그를 싫어했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노무현의 정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말했다. 


  "저더러 말을 줄이라고 합니다. 방송 뉴스를 봤더니 대통령이 말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합니다. 제왕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권력과 위엄이 필요하죠."-2006.12. 정책기획위원회 신규회원 위촉장 수여식, 110~111쪽


  그렇다. 토론하기를 기피하고, 대화하기를 싫어하는 자는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그러한 사람은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라면 대화와 토론에 능수 능란하고 이를 즐겨야한다. 미국의 대통령들 중에서도 버락 오바마를 비롯해서 수많은 대통령이 대화와 토론을 즐기지 않았는가? 서구의 민주주의 모범국가 지도자들은 국민과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오직 독재자들만이 대화와 토론을 싫어한다. 대통령 노무현은 우리 사회가 아직 민주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민주주의 대통령이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아직도 독재권력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민주주의는 '말잘하는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체제'라며 노무현을 비하했다. 

  노무현은 연설담당 비서관이 적어주는데로 연설하는 못난 대통령이 아니었다. 연설문을 사전에 기자에게 나눠주면 기자들은 "이거 어차피 현장가면 다르게 말하실거 아니에요?"라며 불평을 했다. 기자양반에게는 불편하겠지만, 자신의 말을 현장에 맞게 능수능란하게 구사할줄 아는 대통령을 두었다는 점에서 국민에게는 행운이었다. 

  노무현은 에드리브, 현장 수정, 앞 사람이 이미 야이기한 원고 내용 삭제 등등 연설을 자유자재로 수정했다. 길을 만들어 놓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길을 만들어가는 리더였다. 그가 말을 잘하고 연설을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서와 사색을 통해서 말을 갈고 닦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그는 끊임 없이 나랏일에 대해서 고민하고 참모들과 열심히 일했다. 여기에서 그의 콘텐츠는 마련되었다. 그랫기에 알찬 연설이 될 수 있었다. 

  프롬프트가 켜지지 않으면 멀뚱거리며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되고 부터는 항상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언제 위급 상황에 벌어질지 모르기에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최선의 판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몸상태를 유지해야했다. 폭탄주를 즐기며 새집머리를 하며 출근하는 보통의 상관들과는 다른 지도자였다. 서울대 법대를 나오지는 않았지만, 상고출신의 변호사였지만, 간판에 의존하지 않는 실력파 대통령이 노무현이었다.


  그는 떠나고 우리는 지역감정과 탐욕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때로는 수준미달의 대통령을 뽑기도한다. 그러면서 아직도 소위 '일베'는 노무현을 조롱한다. 


  "역사에는 흑백이 없다. 그러나 쓰는 사람은 흑백으로 쓰려고 한다."-71쪽


  노무현이 참모들과 KTX로 상경하던 중에 한 말이다. 그렇다. 노무현은 흑백으로 편가르기를 할 수 있는 리더가 아니었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것은 국민에게 행운이었다. 아니,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우리를 행복하게했다. 이제 노무현을 흑백으로, 지역 감정으로, 좌우 우로 갈라서 보지 말자. 그는 국민을 갈라치기 하기 보다는 하나로 화합하려했다. 그래서 노무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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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령 2024-02-13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 시국에 참 많은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와 함께 뜻깊게 읽은 책입니다.

여전히 권위주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깜짝 깜짝 놀라는 수상한 시절입니다.
 
월든 - 완결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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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자연인일까? 어느날 28세의 청년은 도끼를 빌려 월든 호수가에 작은 집하나를 지었다. 그리고 그의 나이 30세가 되는 해까지 살았다. 약 2년 여를 살고 '월든'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이 한권으로 그는 유명 사상가의 반열에 올랐다. 텔레비젼을 켜면 재방송을하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그의 책장을 넘겼다. 자연인 소로우를 상상하며....


  보통 5년은 넘어야 자연인 초보를 벗어났다고 평가받는다. 20년 이상 깊은 산중에서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는 자연인이 많다. 그런데, 소로우는 고작 2년여 동안 월든 호수가에 살았다. 1845년부터 1847년이라는 짧은 시기에 월든 호수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으니, 자연인 치고는 초보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그가 월든에 있는 2년 동안을 자연인들처럼 세상과 교류를 단절하며 살지는 않았다. 콩코드 문화회관에서 강연하고 '콩코드강과 메리맥강에서의 일주일'이라는 원고도 집필했다. 제6장 '방문객들' 편을 보면 소로우의 통나무 집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와 대화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속세를 떠난 존재가 아니며 월든에서 살아가는 2년 동안 그는 여전히 세속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완벽한 자연인이 아니라 반만 자연인이었다. 세상과 교류하며 호수가에 살았는데 그를 대단한 인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보통의 자연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을 남기지 않았으나, 소로우는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월든'은 총 18장으로 되어 있다. 이중에서 소로우의 사상을 알 수있는 부분은 제1장과 18장이다. 나머지 장들은 월든 호수가에 살면서 그가 겪거나 관찰한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부분은 대단히 지루하다. 그렇기에 차라리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는 것이 보다 재미있고 더 가치있을 수도 있다. 

  그의 책 이곳 저곳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동양의 고전을 인용한 글들이 많다. '논어', '맹자', '바그바드기타' 등등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동양의 철학에 의지하여 서양의 언어로 표현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때 '노자'나 '장자'라는 고전을 인용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들지만, 왠일인지 소로우는 '노자'와 '장자'를 인용하지 않았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자연인들은 자연을 살피고 누릴뿐, 자연과의 삶을 기록하지 않는다. 그는 세상과의 인연을끊을 생각도 없고 끊지도 않았다. 월든이라는 대자연에 의탁해 살면서 경험한 내용을 소재로 책을 내어 유명인이 되었을 뿐이다. 

  그는 검소한 삶, 소박한 삶을 주문한다. 


  "우리가 털갈이하는 시기는 날짐승의 그것처럼 인생에 있어 위기의 국면일때 여야만 한다."(46쪽)


  나도 이렇게 생각했던적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살면 왕따 당하기 딱좋다. 학창시절, 허름한 옷을 입고, 기워입은 바지와 양말을 신고 초등학교에 갔다. 나의 모습을 보며 손가락질하며 비웃던 선배와 친구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허름한 모습의 나는 여성들에게도 인끼가 없었다. 대학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내옷을 사입었다. 나름 괜찮은 옷이라 생각했으나, 친구들의 눈에는 역시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는 옷차림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옷을 사기 위해서 옷을 차려입고 백화점에 가야한다. 허름한 옷을 입고하면 매장직원은 '당신이 비싼옷을 사겠어'라는 경멸의 눈초리로 우리를 대한다. 소로우의 옷에 대한 철학은 자연인이 되어야만 실천할 수 있는 주장이다. 

  소로우의 집에 대한 생각도 알아보자. 


  "나는 철로변에 놓여있는 큰 상자를 바라보곤했다. 저런 상자를 사서 비가 올때나 밤에는 그 속에 들어가 뚜껑을 내리면 영혼 깊숙이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52쪽)


  소로우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상상을 실천에 옮겼는가? 어린시절, 나의 집은 초라했다. 겨울에는 벽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와서 수건으로 구멍을 막아 놓아야했다. 벽지도 찢겨져 흙벽이 노출되었다. 아버지는 집을 다시짓지 않았다. 그당시는 이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았다. 가난 때문이다.

 소로우의 상상을 읽으며 가진자의 행복한 상상이라는 생각이든다. 소로우 당신은 그렇게 살았습니까? 월든 호수에서 2년밖에 살지 않은 초보 자연인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자, 소로우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의 내 생활에 별 불편이 없다고 대답했다."(202쪽)


 이러한 그의 대답에 다시 질문하고 싶다. 아무런 불편이 없다면 당신은 왜? 월든에서 2년 밖에 살지 못했습니까? 나의 질문에 그는 아무런 대답도해주지 않았다. 그는 진정으로 월든에서의 2년을 행복하게 기억했을까? 혹시, 월든에서의 삶을 소재로 책을 출판해서 명성을 얻으려한 것은 아닌가?

소로우는 서구의 기계 문명에도 반감을 드러낸다. 


  "우리의 발명품은 흔히 진지한 일로부터 우리의 관심을 빼앗아가는 예쁘장한 장난감일 경우가 많다."(85쪽)


  우리의 발명품이 우리를 옥좨고 있다. 스마트폰이 인간의 사유를 말살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인 소로우의 말이 달갑게 들리지는 않는다. 서구의 과학 기술문명에 아시아 아프리카인은 굴복했다. 지구상의 3분의 2의 국가가 식민지가 되었다. 먼저 서구의 과학 기술을 받아들인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은 우리로서는 과학기술을 배우는 것은 또 다른 독립투쟁이었다. 이러한 우리에게 서양인 소로우의 말은 배부른 투정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소로우의 글이 나에게 적대감만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다. 


  "집을 마련하고 나서 농부는 그 집 때문에 더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 실은 더 가난하게 되었는지 모르며, 그가 집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 그를 소유하게 되었는지 모른다."(58쪽)


  영끌족, 하우스 푸어가 많은 우리 현실을 생각한다면 소로우의 지적은 날카롭다. 집이 거주의목적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으로 여겨지지고 있다. 탐욕은 끝이 없어서, 자기 집값이 오르길 바라면서도 종부세가 나오면 길길이 날뛴다. 속물적 속성이 역역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동양사상에 심취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했던 소로우의 삶이 나에게는 부잣집 도련님의 외출로밖에는 다가오지 못했다. 서구의 과학문명으로 동양을 식민지로 삼은, 가진자들의 여유 혹은 가진자들의 사치일 뿐이다. '월든'을 내려 놓으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보면서 나도 자연이이 되는 것을 상상했다. 그러나, 내가 상상했던 자연인은 가진자의 투정도 아니요. 부자집 도련님의 외출도 아니었다. 


ps. 어느 정치인에게 소로우의 글귀를 헌정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아무런 존경심을 갖지 않는 사람이 애국심에 불타서 소를 위해 대를 희생시키는 일이 있다. (중략) 이런 사람들에게 애국심은 그들의 머리를 파먹고 있는 구더기라고 할 수 있으리라"(4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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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12-15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봤습니다!

강나루 2023-12-17 11:4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디케의 눈물 - 대한검국에 맞선 조국의 호소
조국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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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출신 대통령이 등장했다. 매스로우가 '망치를 든 사람은 모든 것이 못으로보인다.'라고 말했듯이, 그에게는 모든 것이 수사의 대상으로 보이나 보다. '법치'의 깃발 아래, 가짜뉴스를 없애기 위해서 언론사 앞수수색이 이뤄졌다. 그렇게 언론의 자유를 말하던 언론인들도 대통령의 '법치'에 동조하듯이 숨죽이며 엎드려있다. 야당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야당 대표를 '잡범'이라고 말하는 XXX도 등장했다. 정권이 바뀌고 법치는 강화되었는데 우리는 법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러한 걸까? 왜 법치가 강조되는 사회에서 법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일까?


  조국 교수는 '디케의 눈물'에서 오0준 대법관의 판결을 소개한다. 그는 2011년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재판정 재직 시절 800원 을 횡령한 버스 기사를 해임한 고속버스 회사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했다. 버스기사는 2010년 승객에게 받은 요금 6400원 중 6000원만 회사에 내고 나머지 400원을 사용해 자판기 커피를 두 차례 사셨다.(6400-6000=400원인데, 조국 교수는 800원을 횡령했다고 서술했다.) 아니, 800원 횡령했다고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기사분을 해고하다니!! 

  오0준 대법관의 판결을 읽으며 춘추 전국 시대 법가가 생각났다. 춘추전국시대! 법가들은 혈연 중심의 보수적 세력을 없애고 부국강병을 위해서 엄격한 법을 제정하고 이를 집행했다. 조그만 잘못도 국법에 따라서 처벌되었다. 그 처벌은 우리의 눈에는 참으로 가혹한 것이었다. 법에는 예외가 없었다. 귀족이라도 법에 따라 처벌받고 상을 받았다. 신분이 낮더라도 전장에 나가 공을 세우면 상을 받았다. 법가에 따라 개혁을 하고 부국강병을 이룬 진나라가 중원을 통일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오0준 대법관의 판결에서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 단호함을 기대한 것은 나의 욕심이었을까? 조국 교수는 "오 후보자가 85만 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검사의 면직에 대해 "가혹하다"고 한 판결"했다고 소개했다. 이것 억강부약 (抑强扶弱)이라는 통치의 기본에 거스르는 판결이 아닐까? 어찌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가혹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법가가 추구했던 법치에 어긋나는 판결이다. 

  그렇다면, 조국 교수가 생각하는 '법치'는 어떠해야할까? 조국 교수는 뉴욕 시장을 세번이나 연임한 피오렐로 라과디아 뉴욕시 치안판사의 예를 소개한다. 배가 고파 빵을 훔친 어는 노파에게 10달러 벌금형을 선고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배고픈 사람이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나는 그동안 너무 좋으 음식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이 도시 시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하며, 방청객 모두에게 각각 50센트 벌금형을 선고합니다."(133쪽)


  라과디아 판사는 벌금으로 걷은 돈으로 노인의 벌금을 냈다. 그리고 남은 돈을 노인에게 건네주었다. 이러한 판결은 법가의 판결에서도, 대한민국의 오0준 대법관에게서도 기대할 수 없는 판결이다. 나는 라과디아 판사의 판결을 읽으면서 인간의 얼굴을 한 "법치'를 보았다. 그동안 법은 우리에게 인간의 얼굴이기 보다는 사형집행관의 얼굴이었다. 우리가 바라던 "법치"는 강자의 정의가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랑이었다. 이를 김상준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법치는 인본을 근간으로할 때 가치가 있다. 이점에서 법치는 법가의 통치와 궤를 달리한다."(148쪽)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법치란 법가의 법치를 뜻했다. 지배의 망치로 사용될 뿐,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지팡이는 아닌 존재였다. 조국이 인용한 마르크스주의 명제 즉, (법은) '지배계급의 도구'일 뿐일까? 현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약자에는 가혹한 논리를, 강자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논리를 들이대었다. 법가 사상가 한비자도 울고갈 정도의 잣대이다. 

  플라톤은 "법이 정부의 주인이고 정부가 법의 노예라면 그 상황은 전도유망하고, 인간은 신이 국가에 퍼붓는 축복을 만끽할 것이다."(100쪽)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법이 정부의 주인이고 정부가 법의 노예'가 될 수 있게할 수 있을까? 조국은 지방 검찰청 검사장 직선제를 주장한다. "주권자 국민은 자신이 선출한 권력에 의해서만 지배받는다."(96족),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현실은 비관적으로 보인다. 나라가 망할 것 같다는 걱정을 주변사람들도 공유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할 것 같다는 걱정을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서글프다. 이런 우리에게 조국은 무어라 말할까? 아마도 조국은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을 인용해서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210쪽)라고 말할 것이다. 세상은 차가운 이성의 눈으로 바라보고 삶은 따듯한 감성으로 살아가야하지 않은까? 어둠 속에서 빛을 보는 것이 희망이 듯이, 어두운 현실 속에서 한줄기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우리가 살아갈 방도이다. 


  글을 마치며 조국 교수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소개하며 자신의 다짐을 말한다. 


  "날지 못하면 뛰어라, 뛰지 못하면 걸어라. 걷지 못하면 기어라. 무엇을 하든 계속 전진해야한다." 등에 화살이 박히고 발에 사슬이 채워진 몸이라 날지도 뛰지도 못하지만, 기어서라도 앞으로 가려고 한다.(325쪽)


  그가 기어서라도 앞으로 가길 바란다. 그가 가고자하는 길이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법치의 길이라면, 우리 모두 그 길을 같이 가야한다. 법치가 더 이상 강자의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당하지 않고, 시민을 보호하는 지팡이가 되는 그날까지....


ps. 조국 교수는 윤석렬 당선에 미약하나마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진중권의 말을 이책에 인용했다. 

  "윤석렬 정부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보다 더 심하다. 속았다는 느낌이 든다."(65쪽)

  이글을 읽으면서, 한때나마 지식인이라고 믿었던 진중권에게 실망했다. 진중권이 윤석렬 정부에게 속았다는 말은 진심일까? 진중권의 사람보는 눈이 나보다도 형편없는 것일까? 아니면 속은 척하면서 자기 변명을 하는 것일까? 그의 속마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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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맛 - 셰익스피어처럼 쓰고 오스카 와일드처럼 말하는 39개의 수사학
마크 포사이스 지음, 오수원 옮김 / 비아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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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잘 쓰고 싶다. 말을 잘하고 싶다. 그래서 '문장의 맛'을 꺼내들었다. 39개의 수사법을 다양한 영문학 서적과 노래가사를 예로들며 소개한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서술이다. 

  이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명언이라고 생각하는 문장들이 사실은 수사법의 도움을 받은 것들이많다는 사실이다. 삼항구, 반복법, 겸용법 등등 수많은 수사법들을 보면서 이를 잘 활용하면 우리도 보다 잘 말하고, 잘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열네번째 규칙'이라는 수사법이 있다. 왜? 열네번째일까?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14와는 관련이 없다. '일단 아무숫자나 선택할 것'이것이 핵심이다. 많은, 여럿 등의 막연한 표현보다 구체적인 숫자가 설득력이 높다. 박완서 작가가 '이름없는 꽃이 피었다.'라는 문장을 보고 검토하고 있던 소설을 집어 던졌다고 한다. 어찌 이름없는 꽃이 있을 수 있는가? 그렇다! 사람들은 구체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 숫자가 틀린 숫자라할지라도 구체적인 숫자를 들이대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다. 

  책을 100% 활용하고 싶다면, '문장의 맛'을 활용해서 영문학을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사일의'이다. 두단어에 'and'를 집어 넣어 여러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사법이다. '이사일의' 수사법에 관한 설명을 읽고 나서야 내가 보아왔던 문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어에는 부적당한 수사법이기에 영어 문장을 해서하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책은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영문학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영문학에 사용하는 수사법을 소개하다보니, 우리말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수사법이 많다. '유운', '작시법에 관한 여담', '이사일의', '오어법' 등등 이러한 수사법을 억지로 한국어에 사용한다면 우리말을 어지럽히는 일일 것이다. 언어는 그 사회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기에 우리 그릇에 담기에 부적당한 수사법이 있을 수밖에 없다. 

  책장을 덮었다.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내용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거기에 좋은 그릇이 갖추어진지고 예쁜 장식이 추가된다면 금상첨화이다. 이 책은 글을 잘쓰기 원하는 사람이 글에 예쁜 장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당신의 말과 글에도 예쁜 장식이 필요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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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5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강나루 2023-12-06 13:5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