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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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 한국인이기에 이제는 그녀의 책은 교양이 되었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를 읽지 않고 어찌 한국의 교양인이라 할 수있을까? 그래서 이번 겨울에 그녀의 책을 읽는 대장정에 들어갔다. '채식주의자'를 읽음으로써 나의 목표는 절반 이상 달성했다. 책을 읽었으되, 그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책을 안읽은 것과 같다. '채식주의자'를 이해한다면 이번 겨울 그녀의 책을 읽기로 한 나의 목표는 완수된다. 그런데, '채식주의자'를 이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주인공 영혜를 중심으로 남편, 형부, 언니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진술한다는 점이다. 이는 '소년이 온다'에서 사용된 서술 방식과 비슷하다. 동호를 비롯해서 다양한 주인공들이 다양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술한다. '소년이 온다'를 읽을때 큰따옴표(" ")를 사용하지 않는 한강작가의 서술방식에 이질감을 갖았다. 학교에서 사람들의 대화는 큰따옴표를 해서 표시하라고 배웠다. 그런데, 한강 작가는 이를 사쁜히 무시한다. '채식주의자'는 어떻게 했을까? 

  사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이라는 3편의 단편을 하나로 묶어 출간한 책이다. 불교의 화엄 사상처럼, 나누어도 하나의 작품이 되고, 합쳐도 하나의 작품이된다. 물론, 세편의 단편소설을 합친 '채식주의자'가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에서는 큰따옴표를 사용했다. 그런데, 나무 불꽃 부터는 큰따옴표를 사용하지 않았다. 한강작가는 채식주의자를 쓰면서 작가로서의 역량이 원숙해져갔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이러한 그녀의 성장은 '소년이 온다'라는 탁월한 작품을 배출한다. 

  '채식주의자'가 개인적인 감정과 사회적 억압의 질서에 대한 개인의 자유로운 일탈을 원하는 내용이라면, '소년이 온다'에서 시작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억압에 짖눌린 우리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직면하게 만든다.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작품에서 4.3 사건과 보도연맹 학살 사건으로 시간과 공간의 폭을 넓힌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것은 이때문이다. 개인에서 시작된 고통에 대한 직면을 사회와 역사로 까지 발전시켰다. 그렇다면, '작별하지 않는다', 그 다음 작품은 어떠한 작품일까? 공간적, 시간적으로 확장하는 그녀의 다음 작품이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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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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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다큐멘터리나 역사책은돌직구를 날리며 진실을 묻고 파헤친다. 그러나, 소설은 진실에 돌직구를 날리기 보다는 에둘러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진실을 마주하게한다. 가상의 인물을 통해서 마주하는 진실은 역사책의 돌직구에 익숙한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의 내러티브이다. 

  작가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4.3의 진실을 말한다. 역사를 가르치며, 역사 다큐를 통해서, 역사 책을 통해서 수없이 공부했던 4.3을 소설의 형식으로 마주했다.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있다. 1부는 새를 매게로해서 작가가 제주도에 있는 친구의 집으로 가는 여정을, 2부는 친구의 혼을 만나서 4.3의 진실을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소설의 형식이 지금까지 내가 읽어온 역사의 문법과 너무도 달랐다. 때로는 당혹감도 들었다. 역사적 진실을 바로 파헤치지 않았다. 제주도에 있는 친구의 집까지 가는 길이 너무도 길고 험난했다. 이것은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 우리가 걸어야하는 고통과도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2부에서는 친구의 혼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혼이 자신의 가족사를 말하며 4.3의 고통, 보도연맹학살사건을 말한다. 21세기 첨단 문명의 세계에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오컬트적인 소설의 장치가 생경했다. 현대 문학에서 오컬트적인 기법이 자주 사용되는지 의문이들었다. 오컬트적인 기법이 역사의 진실을 독자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지 의문이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에게 화두가 되었다. 

 작가 한강은 왜? 친구의 혼을 통해서 4.3의 진실을 말하려했을까? 과거의 진실을 직접 말하지 않고 혼을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품은 화두의 실마리를 한강의 강연에서 찾았다. 작가 한강이 우리는 '금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했다. 우리는 하나이지만 둘로 나뉘어져있다. 원래 하나이기에 둘은 서로 금실로 연결되어 있다. 인선의 몸과 혼이 하나이지만 나뉘어졌다. 그러나 둘은 본래 하나이기에 '금실'실로 연결되어 있다.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4.3과 보도연맹학살 사건은 과거의 아픈 역사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역사위에 살고 있다. 우리 역사는 하나이기에 과거 학살의 역사와 우리는 역사라는 '금실'로 연결되어 있다. 둘이지만 하나일수밖에 없는 우리!! 그런데 우리는 과거를 알지 못한다. 나의 일부이지만 내가 나의 일부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분열된 내가 나의 반쪽에게 이를 알려야하지 않을까?

  친구 인선의 몸은 현재를 뜻하고, 인선의 혼은 과거를 뜻한다. 둘은 하나의 '금실'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4.3을 비롯한 보도연맹학살 사건과 같은 무수한 비극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의 아픈 역사에 대해서 너무도 무지하다. 인선의 혼이 무지한 우리에게 비극의 역사를 안내한다. 진실을 마주하게한다. 그 비극을 마주하고, 과거의 진실과 작별하지 않을때 우리는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작가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큰 화두를 품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우리가 과거의 진실을 마주해야하는 것은 산자가 죽은자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했던 수많은 시민과 군인들이 12.3 내란 사건때, 국회로 달려갔다. 광주의 비극을 기억했던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총을 쏘지 않았다.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자가 산자를 구했다. 4.3과 보도연맹학살 사건을 기억하고 진실과 마주해야하는 이유는, 그 진실을 마주할때만이 반복될 수 있는 역사의 비극으로부터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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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웅의 AI 강의 2025 - 인공지능의 출현부터 일상으로의 침투까지 우리와 미래를 함께할 새로운 지능의 모든 것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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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강의를 믿고, 그의 혜안을 기대하기에 그의 책을 주문했다.
AI 분야로 진로를 정한 딸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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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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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트럼프의 등장" 어느 외국 기자는 그의 등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k로 시작하는 다양한 우리 문화 상품에 한껏 국뽕이 차오르지만 그를 "k-트럼프"라고 표현한 것을 직면하고는 씁쓸함이 밀려왔다.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당선되는 날, 나는 박근혜가 당선되었을 때보다 더 심하게 좌절했다. 앞으로 5년을 어떻게 보내야하는가? 심각한 우울감에 TV뉴스를 보지 않았다. 박근혜 때보다 충격은 너무컸다. 한번은 모르고 그럴수 있다. 그러나 2번은 어리석은 것이다. 난 국민이 현명하다고 믿지 않는다. 박근혜를 뽑은 노인들을 보며, 인생의 지혜를 가진 노인분이라는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달았다. 그를 뽑은 국민을 보면서 실수를 통해서도 배우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땅의 민주화 운동을 하고 시대를 바꾸기 위해서 정치에도 뛰어들었던 유시민은 어떠한 만감이 교차할까? "매불쑈", "다스베이다"에 출현하여 쏟아내는 그의 정치 평론은 때로는 너무도 통쾌했고, 때로는 너무도 탁월했다. 그리고 둘다일 경우가 더 많았다. 그의 비꼬는 형식의 논평은 그에 대한 분노를 삭이며 최대한 냉정을 되찾으려는 몸부림으로 보였다. 그러한 몸부림은 이책의 곳곳에서 느껴졌다. 

  "극단적 무능", "독재자 행태", "학습능력 결여", "비굴한 사대주의", "권력 사유화"라는 그가 인기 없는 이유에 격한 공감이 갔다. 이러한 자가 대한민국의 최고 통치권좌가 되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겨지지 않다. 아니 그러한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의 어리석음이 이해되지 않는다. 집값이 더 오르길 바라며 그를 뽑은 사람, 집값이 올라서 심판하기 위해서 그를 뽑은 사람, 검찰총장이고 서울대를 나왔으니 잘할 것 같아서 뽑았다는 사람, 그냥 예전대로 뽑던대로 뽑았다는 노인들.... 그들의 어리석은 선택 후에 한국 경제 지표의 추락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로 이어졌다. 최고 통치권자는 위기를 예방하고 조정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러한 능력도, 의지도 가지고 있는가?

  그를 탄생시키는데 한국 언론의 역할이 컸다. 박근혜의 진면목을 목도했을때, 언론이 박근혜에 대한 마사지를 얼마나 잘 해주었으면 국민이 박근혜의 정신상태를 알지 못했는지 한탄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보수권력 앞에서는 작아지는 한국의 언론은 박근혜의 탄생을 도왔다. 그리고 그의 탄생도 도왔다. 진보 후보에 대해서는 메서운 언론의 칼날을 들이대는데 왜? 보수 후보에 대해서는 그 언론의 칼날을 휘두르지 못할까? 유시민은 한국 언론이 기득권의 일부가 되었다고 단언한다. 그렇다. 그들도 하루하루를 고달프게 사는 회사원일 뿐이다. 그들에게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서, 사회 정의를 위해서,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정론을 펼것을 기대한 우리가 죄인이다. 사주의 눈치를 보며, 권력의 눈치를 보며 그들도 하루를 숨가쁘게 살 뿐이었다.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전통언론이 기득권의 일부가 되었다면, 김어준과 "뉴스타파"로 대표되는 유튜브 기반의 언론인들이 진실의 파수꾼역할을 하고 있다. 기성언론은 김어준과 뉴스타파를 유튜버라고 부를뿐 언론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희망이다. 

 트럼프의 당선을 놀라는 언론 기사를 보았다. 트럼프의 당선을 이변이라고 말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보면서, 당신들은 미국 주류언론의 기사를 통역했을 뿐, 진정한 분석을 할 줄몰랐고 하지도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미국 주류 언론은 헤리스를 당선시키기 위해서 헤리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문항을 만들었다. 고졸이하의 노동자들을 여론조사에 포함시킬 방법을 강구하지 않았다. 그러니 헤리스와 트럼프가 박빙이라는 어리석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미국은 친민주당 언론이, 한국은 친 보수언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에게 유튜브를 기반으로한 진정한 언론인들은 반기를 들고 있다. 나는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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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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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시민들이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았다고 경축하고 있을 때, 서울 중구에 있는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는 한무리의 노인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그들이든 현수막에는 "대한민국 역사 왜곡 작가 노벨상, 대한민국 적화 부역 스웨덴 한림원 규탄한다"라고 씌여있었다. 친일 반공에 뿌리를 둔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4.3과 5.18을 공산주의자에 의해서 벌어진 사건이라 폄하한다. 그 사진을 보며 저 늙은 보수꾼들은 한강작가의 책에 담긴 어떠한 내용이 무서워 저리도 몸부림치는지 궁금했다. 때마침 큰딸이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나에게 책을 넘겨 주었다. 200여 쪽의 얇은 책을 펼쳤다.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낯선 것은 2인칭 시점의 서술이었다. 도청에서 군인들의 총에 희생된 시민들의 시신을 관리하는 주인공 동허를 '너'라고 작가는 불렀다. 낯설었다. 중학교에서 1인칭 시점과 인칭 시점의 소설에 대해서 배웠지만, 2인칭 시점에 관해서는 배운 기억이 없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2인칭 시점은 강한 흡입력을 갖는다고 한다. 독자가 주인공을 자신이라고 감정이입하며 읽기에 흡입력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단다. 그러나, 낯선 2인칭 시점에 나는 당황했고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다.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 내려가는 속도는 상당히 느렸다.

  2장 검은 숨에서는 시점이 갑자기 1인칭 시점으로 바뀌었다. 군인 트력에 실린 시민들의 시체는 군부대에서 태워지고 있었다. 순간 주인공 동호가 죽었고, 동호의 영혼이 화자로 나왔다고 생각했다. 영혼은 '나'이고 동호의 육체는 '너'로 작가가 설정한 것인가? 순간 나의 착각임을 깨달았다. 몸이 타들어가는 영혼은 동호가 그토록 기다리던 그의 친구였다. 작가는 특유의 시적 언어로 타들어가는 시신과 이를 바라보는 영혼을 잔잔하게 묘사했다.

 3장에 들어서자 시점은 3인칭 시점으로 바뀌었다. 익숙한 시점이라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게다가 이책의 구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5.18 민주화운동 시기 도청에 남았던 동호라는 15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각장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이 겪은 5.18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 5.18의 주인공은 동호 한사람일 수 없었다. 그 때 그 현장에 있었던 모두가 5.18 민주화 운동의 주인공이었다. 그렇기에 각장마다 주인공이 달랐다. 그에 따라 시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작가 한강의 탁월한 구성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3장은 이책의 하일라이트였다. 3장은 살아남은자의 슬픔을 말하고 있다. 3장의 화자는 5.18 당시 도청에서 벗어나 병원에서 밤을 세웠다. 그리고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5월의 학살자가 권력을 장악하고 깊은 암흑의 시대를 살아가며 그녀는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겪어야만했다. 이러한 그녀의 심정을 연극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루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99쪽)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루지 못해,

   당신을 보았던 내 눈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내 귀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숨을 들이마신 허파가 사원이 되었습니다."(100쪽)

  "봄에 피는 꽃들, 버드나무들, 빗방울과 눈송이들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찾아오는 아침, 날마다 찾아노는 저녁들이 사원이 되었습니다."(101쪽)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102~103쪽)


  이후 4장부터 6장까지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겪는 자들이었다. 그 고통을 참아내지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 우리가 장례식을 치르는 것은 고인에 대한 애도를 통해서 그들을 편히 보내고 남은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의례이다. 5월 광주의 희생자와 그 가족들, 그 지인들은 고인을 애도할 수 있는 장례식을 치르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5월이 슬플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리라...


  저자 한강은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에서 자신이 '소년이 온다'를 쓰게된 동기와 그 과정을 적었다. 여린 감성의 한강은 5.18관련 자료를 읽으며 악몽에 휩싸인다. 저자 스스로 여러번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심리학에서 '전이'라는 것이 있다. 상대방의 고통을 옆에서 보거나 듣다보면 그의 고통을 상담자도 그 고통을 함께 느낀다. 5.18의 기록을 읽으며 그녀는 그 때의 고통에 전이되었다.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읽은 많은 독자도 그 고통이 전이되었다고 토로한다. 그 고통을 함께 느낄때, 우리 모두는 5.18의 장례식을 치룰 수 있다. 그럴때 살아남은자의 고통을 겪는 이들도 인생의 장례식을 마칠 수 있다. 스웨덴 대사관에서 어리석은 시위를 하는 이들도 함께 이 책을 읽고 5.18의 장례식에 함께하길 바란다. 우리 모두의 슬픔은 모두가 애도해야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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