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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제국의 영광과 쇠락, 튀르키예 공화국의 자화상 - 대사가 바라본 튀르키예의 과거와 현재
조윤수 지음 / 대부등 / 2022년 8월
평점 :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 대해서 알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튀르키예의 역사에 관한 책을 몇권 읽어 보았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지나치게 학술적인면에 치우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너무도 학술적인 깊이가 없는 책도 있었다. 대사가 바라본 튀르키예의 모습은 어떠할까? 너무 학술적이지도 않으면서도 재미와 깊이를 안겨줄 수 있을까?
이 책은 두장으로 구성되었다. 첫번째 장은 오스만 제국의 영광과 쇠락이라는 제목으로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서술하였다. 600년 오스만 제국의 빛나는 영광과 유럽의 병자로 쇠락해가는 오스만제국의 역사를 11개 주제로 구성했다.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정복자 메흐메트 2세와 셀림 1세의 잔혹성이다. 유교의 왕도정치를 강조하는 우리의 역사에 비추어 본다면 오스만 제국의 통치자들은 너무도 잔혹하다. 술탄이 된자는 형제를 죽였다. 심지어는 조카까지 죽인자들도 있다. 세조가 조카를 몰아내고 왕이되었고, 사육신 사건 이후에 단종을 죽인 것을 두고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유교적 왕도정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있어서는 있어서는 안될 폐륜적 행태가 계유정난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역사 속의 비극은 오스만 제국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폐륜에 비하면 애교수준이다. 오스만 제국의 셀림 1세는 아버지 베아지드 2세를 내쫓고 아버지 베아지드 2세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낙향하는 길에 죽었다. 아마도 셀림 1세의 명령으로 독살된 것으로 추청한다. 아들이 아버지를 내쫓고, 독살로 생을 마감하게한다는 것은 유교적 관점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폐륜중에서도 아주 극악한 폐륜이다.
유교가 망해야 조선이 산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한때 그러한 생각을 했다. 완고한 노인들이 자신의 보수성을 유교로 합리화했다. 그런데, 세계의 역사를 살피면서 우리의 역사가 타국에 비해서 잔혹하지 않은 이유는 유교의 역할이 컸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폭군이 등극했다할지라도 신하들은 백성을 하늘로 여겨야한다며 군주에게 간언했다. 연산군에게 목숨을 걸고 간언한 내시 김처선은 연산군에 의해서 액사했다. 예전에는 문약한 붓의 문화를 가진 조선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바라보며, 강한 칼 문화의 잔혹성을 보면서 부드러운 붓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
두번째 장은 튀르키예 공화국의 자화상이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와 에르도안이라는 두명의 정치인을 통해서 튀르키예 공화국를 바라보고 있다. 저자 조윤수가 대사 출신이다보니, 튀르키예의 과거 역사보다는 현재의 역사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오스만 제국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에 의해서 탄생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라질뻔한 오스만 제국을 그가 살려냈다. 그리고 오스만 제국을 무너뜨리고 튀르키예 공화국을 건설했다. 이슬람교와 현실 정치를 분리시키고 서구화 개혁을 추진한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서아시아 지역에서 그래도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국가 튀르키예를 건설했다. 튀르키예 사람들이 그를 가슴 깊이 존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역사에 비유한다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합쳐 놓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건설해 놓은 튀르키예 공화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정치인이 등장했다. 에르도안이다. 콘스탄티노폴리스 시장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최고 권력에 오른 것은 이명박과 비슷하다. 이명박은 서울시를 하느님에게 봉헌한다는 말을 하여 빈축을 산적이 있다.(이명박 시장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그리고 그의 대통령 재임 시기에 다스 실소유주 논란을 시작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자원외교 비리 등등 수많은 구설수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는 정권에서 물러나고 몇년 후에 감옥에 갔다.
에르도안은 이명박보다 더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콘스탄티노폴리스 시장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총리가 되어 튀르키예 경제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정체체제를 바꾸었다. 그리고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다. 20여년이라는 장기간 권력을 장악한 그를 보며 이명박 보다는 성공적으로 권력을 쥐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에르도안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만들어 놓은 튀르키예 공화국를 뒤집어 엎기 시작했다. 우선, 아타튀르크가 중요시한 정교분리에 손을 데기 시작했다. 이슬람교의 영향력을 다시 강화시키고, 박물관으로 쓰이던 성 소피아 성당을 모스크로 바꾸어 이슬람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아타튀르크의 서구중심 외교에서 탈피해서 이란과 러시아에 무게 중심을 둔 외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에르도안의 행보를 보면 그는 술탄이 되려고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한다. 이승만, 박정희와 같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 에르도안이 현명한 처신을 하길 바란다.
과거의 화려한 역사에 매몰된다면 역사를 발전할 수없다. 오스만 제국의 화려한 역사를 부활하려는 에르도안! 그러나 그는 정교일치의 오스만 제국의로 돌아간다면 오스만 제국의 영광을 튀르키예 공화국은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가 오늘의 튀르키예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오스만 제국이 600년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핵심적 이유를 제대로 파악해야한다. 능력 있는 자가 술탄이 되었으며, 종교적 관용정책을 실시하여 탁월한 인재를 선발했다는 오스만 제국의 장점을 오늘날 튀르키예 공화국에 적용할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다.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튀르키예 사회를 옥죄로한다면 영광의 오스만 역사를 재현하기 보다는 유럽의 병자를 부활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