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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 - 보경 스님의 친절한 해설
보경 스님 지음 / 민족사 / 2013년 5월
평점 :
숫타니파타를 처음 알게된 것은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를 통해서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읽어주는 숫타니파타의 글귀는 나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탕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 처럼
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9쪽
숫타니파타를 읽기 전서부터 나의 가슴을 울렸고, 지금도 숫타니파타의 이 구절처럼 나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ebs 강의를 듣고 언젠가는 숫타니파타를 읽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나, 불교 경전에 대한 울렁증이 있어 쉽게 시작을 하지 못했다. 불교라는 거대한 철학의 바다를 건너기에는 나의 역량이 너무도 작았기 때문이다. 요즘, 코로나19로 가족이 힘들어하고 있다. 나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숫타니파타가 필요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숫타니파타의 내용은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나눈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 대중을 위한 강설이라기 보다는 구도자의 길을 가려면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가를 친절하게 강설하는 내용이다. 그러하기에 속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문장은 찾기 힘들었다. 아니, 일반 대중들에게도 좋은 글귀이지만, 이미 불교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탐욕과 집착을 벌리고 선한 삶을 살아가라는 내용은 새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때 마라(파피만)는 이렇게 말했다.
자녀가 있는 사람은 자녀로 인하여 기뻐하고
소를 가진 사람은 소로 인하여 기뻐한다.
사람이 집착하는 바탕은 기쁨이다.
집착하는 바탕이 없는 사람은 참으로 기쁜 일도 없으리라.
스승이 대답하셨다.
자녀를 가진 사람은 자녀로 말미암아 걱정하고,
소를 가진 사람은 소로 말미암아 걱정한다.
참으로 사람이 집착하는 바탕은 근심 걱정이다.
집착하는 바탕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일이 없다. "-25쪽
보경 스님은 부처님의 말이 옳다고 강설하셨다. 출가자 혹은 구도자의 입장에서는 부처님의 말씀이 백번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속세를 살아가야하는 중생들에게는 마라의 말도 옳고 부처님의 말씀도 옳다. 자녀를 기르며 자녀가 건강히 자라기를 바라며 걱정한다. 또한 자녀의 해맑은 웃음을 보며 기뻐한다. 자녀에 대한 집착은 고통인 동시에 행복을 가져다준다. 자녀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면 고통이 심해지고, 자녀에 대한 무관심은 자녀를 불행하게 한다. 자녀에 대한 건강한 거리를 두고 건전한 사랑을 준다면 자녀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하다. 집착을 버릴 수없는 속세인들에게 건전한 관계를 형성하는 지혜를 갖는다면 집착도 행복으로 만들 수 있다.
숫타니파타의 글은 출가자를 위해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들이기에 일반 사람의 입장에서는 거리감이 있는 내용도 있고, 불교에 대한 상식적인 말들로 채워져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숫타니파타에 보경스님이 붙여놓은 해설은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중에서 중세 아랍시인 루미에게 수피 한사람이 경전을 읽는 것이 유익한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 대답이 걸작이다.
"그대 자신이 그 책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더 나을 것이오."-106쪽
자신이 경전의 말씀을 담을 그릇이 되지 못한다면 경전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전의 말씀을 담을 그릇이라면 그 경전은 너무도 큰 기쁨을 줄 것이다. 어디 경전뿐이랴, 세상의 어느 책이든 매한가지가 아닐까? 가벼이 초기 불교의 맛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숫타니파타를 추천한다. 이왕이면 보경 스님처럼 좋은 해설을 덧붙여주는 분의 책을 읽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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