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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최전선
허동현·박노자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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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역사 최전선 이라는 책제목은 나의 구미를 당겼다. 박노자라는 조금은 불편한 진보주의자와, 허동현이라는 보수(나는 수구라고 부르고 싶다.)의 논쟁은 어떻게 치열하게 상대방에서 창과 방패를 휘두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1. 실망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고, 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나의 상상과는 달리 둘다 공자왈 맹자왈 등의 너무도 당연하고 도덕적인 말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 성향의 교수로 알려진(http://www.nocutnews.co.kr/news/1156588 뉴스 참조) 허동현가 적극적으로 수구파의 논리를 말할 것으로 기대했다. 박노자는 진보라고 하지만, 안중근을 인종주의를 넘어서지 못한자(http://legacy.www.hani.co.kr/section-021109000/2006/12/021109000200612210640012.html)로 평가하는 글들을 보면서 그들의 진정한 본심을 듣고 싶었다.

 

자칭 '건강한 보수'와 '개인주의적 진보'라는 두 사람의 글들은 서신교류(메일)라는 택스트이기에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고 타인에게 공격받을 글들을 쓰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이 이책을 읽으면서 내심 실망감을 갖게했다.

 

2. 희망

나의 기대와는 상관 없이, 언론에 비친 그들의 모습일 잘못된 것이든, 아니면, 철저한 자기 검열을 통해서 쏟아진 글이든. 이책 자체는 상당히 건전한 글들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의 내용과 글들이 이들의 진정한 모습이길 바란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시대를 고민하며, 우리사회를 올바른 사회로 만들길 원하는 이들의 치열한 고민과 토론은 기대승과 이황과의 사단 칠정 논쟁을 연상시킨다. 주장은 있지만, 토론과 경청은 없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을 보며, 절대 대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두사람의 토론은, 그 토론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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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 전前사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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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책을 몇권 읽었던 적이 있다.

 

우리 역사를 과도하게 좋은 시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참신한 시각이 좋다.

 

지금 역사학계의 키워드가 1국사를 넘어 시야를 넓혀서 우리의 역사를 보자는 것 같다.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도 이러한 류의 책이다.

'근대를 말하다'(이덕일)과 '고종과 메이지의 시대'라는 책을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단순히 1국사의 입장에서 한국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의 상황을 긴밀하게 살피면서 우리의 근대사를 살피니, 역사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고 이해가되었다. 참으로 참신한 서술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 한국사만 연구해도 힘들텐데, 어떻게 한국의 고대사에서 부터 근대사의 역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서 일본의 역사도 이해해서 이해하기 쉽게 책을 섰는지 의문스럽기도하다.

 

내가 알지 못했던 일제하 사회주의 운동사와 아나키즘에 대해서 쉽게 써준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일제하 사회주의 운동사는 왜그리도 복잡한지, 읽을 때는 이해가 되었지만, 읽고나서는 다시 혼란스럽다. 너무도 파벌이 심했던 사회주의자들이 밉기도 하다. 이를 일목요연하게 계보도를 그려서 설명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일본인이 쓴 대중 역사서에 일반인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도표로 깔끔하게 사건을 도식화시켜 놓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설명이, 일제하 사회주의 운동사를 설명할 때는 필요할 것 같다.

 

일제의 전쟁기계들에 대한 설명과 이들이 파멸로 이르는 모습은 너무도 흥미로웠다. 내가 일본사 책을 좀 읽었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런데, 일본사 전공자도 아닌 이덕일은 이를 쉽게 설명해 주었다. 흥미롭고 쉽게 서술하는 그의 글이 빛을 발한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 1930년대 만주에서 활약했던 한국독립군과 조선혁명군의 활약상을 서술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제2의 청산리 대첩으로 불리는 대전자령 전투는 다른 책을 통해서라도 서술해주었으면 좋겠다.

둘째,, 글과 사진의 배치가 어색하다. 본문에서 설명하고 있는 사진이 해당 페이지에 나오지 않고 쉽부분에 배치되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한가지 예를 든다면, 210쪽의 가와시마 요시코(김벽휘) 사진을, 그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208쪽에 배치했다면, 독자가 이해하기에 좋았을 것이다.

셋째, 오타 이다. 369쪽 11줄에 "강원도반 반장이었던 장준하는~"  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같은 페이지 4번째 줄에는 "경기도반(반장 장준하)으로 구성했다."라고 적혀있다. 장준하는 경기도 반이 맞다. 그의 자서전에서도 분명 경기도반이라고 적혀있다. 이러한 사소한 실수를 수정했으면 좋겠다.

 

암튼, 독자에게 좋은 읽을 꺼리를 선사해준, 이덕일에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더 좋은 책을 많이 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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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열전 2 - 잊힌 인물을 찾아서 독립운동 열전 2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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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속에서 빛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 독립운동이다. 가느다란 빛줄기를 향해서 오늘의 고통을 인내하며 가시밭길을 맨발로 전진한다. 그러한 존재가 독립운동가이다. 임경석 교수의  '독립운동열전2'를 읽으며 저 멀리 시베리아 벌판에서 만주와 한반도, 그리고 일본 열도를 휘저으면서 조국 독립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청춘을 던졌던 선열들의 뜨거운 열정과 마주했다. 그 과정은 가슴 벅찬 감동이었지만, 가슴시린 아픔이기도했다.

  나의 가슴을 시리게 만든 첫번째 이유는 그들이 일제에게 당한 고문의 고통 때문이다.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의해서 잔혹한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다. 그러나, 일제가 행한 잔혹한 고문은 독립운동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훈방조치하는 소년도 고문의 대상이었다. 민형사상의 통상적인 범죄 피의자에게도 고문은 일상적으로 행해졌다. 일제 강점기의 한반도는 거대한 감옥이었다. 

  고문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잔혹했다. 김마리아 여사는 애국부인회라는 비밀결사를 만들었다가 일제에 의해 검거되었다. 고문은 야만적이었고, 살인적이었다. 


  "일본 심문관들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그녀를 발가벗긴 채 손과 발을 결박했다. 곁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로가 놓여 있었고, 인두와 쇠꼬챙이가 그 속에서 벌겋게 타올랐다. 짐승 같은 자들은 끝내 그 도구를 사용하고 말핬다. 화롯불에 달궈진 쇠꼬챙이로 여성 생식기에 화침질을 놓았다."-261쪽


  일본 경찰에게 끌려간 여성 독립운동가들 중에 상당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광복후, 한국 경찰에 의해서 자행된 성고문의 뿌리는 일제 강점기 일제 경찰에게서 연원을 찾을 수 있었다. 노덕술과 같은 친일 경찰이 광복 후, 한국의 경찰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군에게 배운 야만적 고문기술을 민주화 운동가에게 사용했다. 독립 운동가의 고통은 친일 경찰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졌다. 

  나의 가슴이 시린 두번째 이유는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스파이 혐의로 숙청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의 포위망을 뚫고 소련으로 갔다. 그리고 그들중에서 상당수는 돌아오지 못했다. 홍도, 김중한, 김단야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스탈린의 광기에 희생되었다. 그들에게 덧씌워진 죄명은 반혁명분자, 일제의 스파이였다. 다른 동지들은 일제에게 체포되었는데 어찌하여 너는 체포되지 않았느냐? 조선과 만주를 어떻게 자주 들락거릴 수 있느냐? 등등의 질문을 던지며 그들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기민하게 움직여 일제의 포위망을 뚫고 독립운동을 전개한 것이 그들에게는 일제의 스파이라는 증거였다. 

  어찌 스탈리만 그랬는가! 님웨일즈의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도 중국 공산당에 의해서 일제의 밀정이라는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독재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서,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독립운동의 영웅을 반혁명분자로 몰아갔다. 일제에 맞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면 이렇게 씁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의 가슴이 시린 세번째 이유는 일제의 추적을 피해서 치열하게 투쟁하며 광복을 맞이한 독립운동가들이 해방공간 속에서 벌어진 이념투쟁에서 쓰러져갔기 때문이다. 박종근, 박영발, 방준표 등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광복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좌우 이념투쟁의 전쟁터였다. 독립만 된다면 행복한 세상이 펼쳐질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새로운 투쟁의 장소가 펼쳐졌다. 일제 강점기에도 살아남았던 그들이 광복후에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죽어갔다. 이러려고 광복을 했단 말인가? 이념의 노예가 되어 동족을 죽고 죽이는 비극이 너무도 진절머리난다. 


  책장을 덮었다. '독립운동 열전2'는 나의 가슴을 너무도 시리게했다. 헐리우드 영화의 성공 공식이 있다. 반드시 해피엔딩을 해야한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독립된 조국은 이념투쟁의 전쟁터가 되었다. 조국은 두동강이났고, 친일파가 권력을 잡았다. 어제의 독립운동가는 친일파에게 제거당하거나, 이념투쟁의 희생자가 되었다. 이제 슬픈 영화는 그만보고 싶다. 친일파는 토착왜구가 되었고, 독립운동가는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이 되었다. 깨어있는 시민이 토착왜구를 물리치고 해피엔딩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나도 그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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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3-05-11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제의 만행과 죄는 결코 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임계점도 넘어섰습니다.
빌리브란트은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왜 무릎을 꿇었는지 언론이 묻자 그는 답했습니다, ˝인간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

일제가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은 인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이 잔인하고 비열하며 참혹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인간은 100년전의 일이라며 그냥 넘어가자네요.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발언입니다.

김마리아 여사의 저고리를 그 후손이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산타냐는 말했습니다. ‘과거를 잊은 사람은 그 과거를 되풀이 함으로서 형벌을 받게될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잘 알아야하는 이유입니다.
단지 일제가 미워서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산타냐가 말한 형벌을 받지 않기위해서 우리는 역사를 잊으면 안됩니다.

강나루님의 글을 읽고 용기를 냈습니다.
속에서 열 올라옵니다 ㅠ
그리고 잘 읽었습니다 강나루님.





강나루 2023-05-11 20:54   좋아요 0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뉴스를 보면 탄식이 절로 올라옵니다.
한류를 일으킨 국민이 저런 머저리를 대표로 뽑았으니 말입니다.

기억의집 2023-05-11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동형의 이이제이 독립운동가들 편 들으면서 가슴이 시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항일 투쟁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역사를 초중고 시절 깊이 배운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은 독립운동가들의 역사를 찾아 듣고 있어요. 너무나 짜증나는 현실입니다…

강나루 2023-05-12 03:52   좋아요 0 | URL
독립운동 연구를 탄압하던 때도 있었고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을 가르치지 않던 때도 있었어요.
이제 독립운동사를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으니 좋아졌다 말할 수 있을까요?
 
독립운동 열전 1 - 잊힌 사건을 찾아서 독립운동 열전 1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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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립운동! 얼마나 가슴 뛰는 주제인가! 그러나, 대중을 위해서 씌여진 독립운동 관련 서적은 많지 않다. 더욱이 믿을 수 있는 학자가 대중을 위해서 재미있게 풀어쓴 독립운동 서적은 더욱 적다. 성균관 대학교 사학과에 재직 중인 임경석 교수는 구 코민테른 문서보관소의 한국관련 자료와 조선총독부 고등경찰 기록을 비교, 검토하여 독립운동의 생생한 역사를 파헤쳤다. 그 결실이 '독립운동 열전'이다. 딱딱한 논문투의 글이 아니라, 일반 독자의 호기심을 끌 수 있도록 구성에 신경을 썼다. 한장 한장 책을 넘기며 박진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빨려들어 갔다. 저자는 흥미를 끌어올리는데 치우친 나머지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 들어 가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흥미와 역사적 사실의 균형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결실을 들여다보자.

 

1. 모스크바 자금의 비밀

레닌이 금화 200만 루블을 우리 독립운동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사실을 알고 있는가? 나는 이러한 사실을 1급 정교사 연수 때 처음들었다. 친일 독재 세력은 독립운동연구를 탄압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중에서도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 연구는 터부시되었다. 우리 독립운동사 연구의 반쪽을 제대로 연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명 모스크바 자금 지원에 대해서 대학에서 배울 수 없었다. 1급 정교사 연수 때 강사는 레닌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200만 루블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나, 김립이 이를 유용하는 바람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내용의 설명만했다. 그후, '여운영 평전', '백범일지'를 통해서 모스크바 자금에 대해서 탐구하면서 이 자금이 임시정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데, 이책에는 모스크바 자금에 대해서 충격적인 사실이 기록되어있다. 임경석 교수는 얀손 보고서를 근거로 이 자금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지급된 것이 아니라, 코민테른 제2차 대회에 출석한 한인사회당 대표이자 코민테른 중앙집행위원으로 선임된 박진순에게 제공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만 루블 중에서 우선 제공된 40만 루블(한화 510억원)은 한인 사회당에 준 것임에도 임시정부 요인은 김립을 자금 횡령혐의로 암살했다.

김립 암살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독립운동가 사이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모스크바 자금 200만 루블 중에서 잔여금 140만 루블(한화 2085억원)을 우리 독립운동 세력에게 지원되지 않았다. 임시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북로 군정서 107개를 조직할 돈이 날라간 것이다.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독립운동가 사이에 불신을 키우고 독립운동 자금을 날려버린 것이 끝이 아니었다. 우리는 소중한 독립운동가 한명을 잃었다. 김립은 '이동휘의 책사'로 알려져있다. 나는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했다. 임경석 교수는 이동휘의 책사 김립이 어떠한 사람인가에 대해서 자세히 서술했다. 그는 탁월한 정세 판단과 실천력으로 독립운동을 추진한 영웅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공산당 내의 젊은이들은 보복을 주장했다. 잘못하면 독립운동을 하기도 전에 일제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는 순간이다. 다행히도 김철수를 비롯한 당 간부들의 만류로 동족을 죽이는 비극으로 사건이 번지지 않았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내분으로 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친일파들이 이익 앞에서 단결할 때,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의 노선을 두고 분열했다. 노선투쟁이 서로에게 총뿌리를 겨누는 비극으로 발전한 경우가 많았다. 김립 암살사건도 자칫 잘못했으면 임시정부가 스스로 붕괴하는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노선은 달라도 목표는 '독립'이 아니던가! 불의 앞에서 분열하는 진보진영을 보면서 김립 암살 사건이 떠오르는 것은 시간이 지났어도 우리의 어리석음이 변하지 않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2. 임경석 교수가 들려준 공산주의자의 독립운동

임경석 교수는 독립운동사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공산주의자들의 독립운동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의열단에서 1923년에 추진한 제2차 암살 파괴 계획이다. 교과서를 비롯해서 수많은 책에서 의열단이 주도한 의열단의 독립운동이라고 소개했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임경석 교수는 피고인 18인 중에서 황옥을 비롯한 4인은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의 간부이거나 주요 당원이라는 점을 근거로 의열단과 공산당이 공동 주도세력이라고 주장한다. 황옥은 영화 '밀정'의 이정출의 모델이 된 사람이다. 영화와 역사책에는 그를 의열단원으로 그리고 있다. 약산 김원봉이 그를 직접 만나서 독립운동 세력으로 포섭한 것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임경석 교수는 그를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황옥이 공산당에 가입한 증거가 구 코민테른 문서보관소에서 발견된 듯하다. 암튼, 임경석 교수가 새롭게 발견한 사실들은 우리 독립운동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두번째는 목숨을 걸고 비밀을 지키려했던 강달영이라는 인물이다. 진주 3.1운동 유공자이자 조선 노동운동의 지도자이면서, 조선공산당 2차 집행부 책임비서였던 강달영은 조직과 동료, 그리고 독립운동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걸었다. 일제가 방심한 틈을 타서 자살을 시도했다. 어떠한 고문에도 무너지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비서부 일기'가 일제에 의해서 해독되자, 정신이상자가 되었다. 이 책에는 한때 독립운동가였다가 친일파가 된 많은 변절자들이 소개되어있다. 그들과 대비되는 삶을 살아간 강달영의 모습을 보면서 숙연해진다.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한 임경석 교수의 글을 읽으며 그가 독립운동사 연구에 바친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오성륜의 의거와 탈출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낸 부분을 읽으며 아쉬운 생각이들었다. 황포탄 의거와 탈출의 드라마틱한 장면은 영화화해도 좋을 장면이다. 그런데, 오성륜이 탈출 이후 공산주의자가 되어 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했으며, 일제에 포섭되어 동지를 밀고하는 친일파가 되었다는 사실은 서술하고 있지 않았다. 의열단원에서 공산주의자로, 상하이에서 만주로 활동 무대를 옮겨서 치열한 항일 무장투쟁을 벌이다가 일제에 포섭되어 친일파가 된 그의 삶이 고단해 보였다. 그가, 만주에서 일제의 총탄에 맞아 순국했다면 우리는 영웅 한명을 우리 마음속에서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3. 역사의 정의는 있는가!

광복 이후의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의 삶을 살펴보면 가슴이 아프다. 조선총독부 폭탄투척과 황포탄 의거의 주인공 김익상의 딸 점석이를 우리는 돌보지 못했다. 김익상은 약산 김원봉에게 "딸을 공부시켜 여성 혁명가가 되도록 교도하기를 부탁한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김원봉이 광복후에 김익상 의사의 가족을 찾았으나 딸 점석을 찾지 못했다.

광복이 되었으나, 제대로된 독립 국가를 만들지 못했다. 조국은 분단되었으며 이승만과 친일파가 권력을 잡았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암살되고 나서 독립운동가들은 숨죽여야 했다. 어느 독립운동가 가족은 성씨마져 바꾸어야했다. 독립운동 세력이 친일파에 의해서 청산당하고 그 가족은 박해를 받아야하는 어쳐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반면,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제의 밀정이 된 김성근은 지금도 독립유공자로 등재되어있다.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운동인명사전',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김성근은 "일제강점기 구국모험단을 조직하여 단장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로 적혀있다. 임경석 교수의 이러한 지적에 인터넷에서 김성근을 검색했다. 사실이었다. 그는 내가 이 책을 읽는 지금도 독립운동가로 기록되어있다.

어디 김성근뿐이랴! 대전의 '00 건설'의 경우, 건설사 대표가 자신의 아버지를 3.1운동에 참가한 독립운동가로 포장했다. 대전 유림공원에 그의 비석이 세워져 시민단체의 지탄을 받았다.(독립투사의 공적비가 변조된 사연 (daum.net)) 심지어, 대가 끊긴 독립운동가를 자신의 아버지라고 속여서 독립 유공자가 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마다, '과연 역사의 정의는 존재가하는가!'라는 질문을 해본다. 나의 심연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정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울림이 들여왔다. 불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정의를 짓밟을 때, 우리가 정의를 지키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불의가 정의의 탈을 쓰고 군림하는 세상이 된다.

 

이책 34쪽에는 박헌영, 김단야, 주세죽의 사진이 나란히 실려있다. 사진을 본 순간, 3인의 러브 스토리가 소개될 것을 내심 기대했다. 사회주의자들의 붉은 연애는 뜨겁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임경석 교수는 그들의 붉은 연애를 소개하지 않았다. 주세죽은 박헌영과의 사이에서 박비비안나를, 김단야와의 사이에서 김비탈리를 두었다. 파란만장한 그들의 삶이 궁금하다. '독립운동 열전' 2권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더 기대해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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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으로 읽는 20세기 한국경제사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3
정태헌 지음 / 역사비평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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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은 좋지만, 잘 읽히지 않는 책은 좋은책일까? '문답으로 읽는 20세기 한국경제사'는 좋은 내용으로 가득차있다. 그러나, 쉽게 읽히지는 않는책이다. 어려운 경제사를 쉽게 풀어쓰는 것이 쉽지는 않겠으나, 쉽게 풀어쓰려는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의 내공이 전문가 수준이 아니라서 저자 정태헌의 설명을 100%이해하지는 못했으나, 정태헌이 전하고자하는 올바른 경제사의 어려 관점에는 공감을 한다. 


  정태헌은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실날한 비판을 한다.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각종 숫자를 들이대며 마치 객관적인 양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학자에 대해서 정태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식민지 자본주의에서 개발과 성장이 없었다면 어떻게 수탈이 가능했겠습니까? 문제는 개발과 성장의 주체가 누구였으며, 식민지 자본주의의 귀결이 어떠했는가하는 점"-17쪽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의 글을 읽노라면 그들은 식민지 시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이땅의 고통받는 조선인에 대해서 무관심한 그들을 보면서 분노가 끓어오른다. 정태헌이 강조한 "개발과 성장의 주체"란 역사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핵심 질문이다. 친일 부끄러워하는 염치도 없는 자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현실에서 정태헌의 글을 우리에게 청량감을 감돌게 한다. 

  정태헌이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라 경제학자들이 중시여기는 숫자만 강조하지는 않을지 걱정을 했다. 그러나 정태헌은 여타 역사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학자로서의 소양과 탁월한 내공을 가지고 있다. 정태헌은 경제가 성장하면 민주주의 통일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을 비판한다. 거민의식이에서 탈피해서 민주주의 민족적 국민의식이 확산될 때, 경제 성장과 자본축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정태헌은 강조한다. 이는 단재 신채호 선생이 독립이 있고 나서야 실력을 기를 수 있다는 주장과 일맥 상통한다. 주체가 빠져버린 역사가 역사일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식민지 근대화론자에게 말해주고 싶다. 역사에는 "주체" 즉 이땅의 주인공의 역사라고....

  정태헌은 현대 한국의 경제 성장 원동력에 대해서도 그의 깊은 내공을 드러낸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란 사회구성원에게 생산결과물과 자원의 동원, 분배과정에서 동의와 자발성을 촉진시키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248쪽, 라고 지적한다. 민주주의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불가능함을 정태헌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서구의 경제학자들이 한국의 독재가 경제 성장을 불러왔다는 주장 자체가 오리엔탈리즘의 일종이라는 정태헌의 주장은 참으로 날카롭다. 

  현대 한국의 경제 성장은 구가 한 것일까? 박정희의 리더십 일까? 미국의 도움 때문일까?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하고 고된 노동을 한 민중의 땀 덕택일까? 경제 성장의 원인을 어느 하나의 입장에서 보려는 측면에서 위의 3가지는 비슷한 면을 보인다. 정태헌은 어느 하나가 원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권력과 국민의 피드백"이 경제 성장을 이루는 힘이었다고 지적한다. 지배와 피지배 사이의 상호작용이 경제 성장을 추동하기도하며, 그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태헌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경제사를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일제 강점기를 미화시키는 식민지 근대화론자와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린 역사를 가지고 있는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한국의 경제성장 원인을 일제의 식민지배 덕택이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그들의 주장에 속시원한 반박을 하기 위해서는 정태헌과 같은 경제사학자들이 쓴 글들을 읽어둘 필요가 있다. 물론, 그의 글이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는 단점이 있으나,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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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22-08-22 0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나니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진짜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비판 너무 궁금하네요

강나루 2022-08-23 08:45   좋아요 0 | URL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비판이 맘이드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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