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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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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기억 앞에 겸손해야합니다." 어느 서울시장 후보의 토론 발언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발뺌하기 위한 비겁한 변명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의 행동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많은 사람은 믿었다. 그런데, 이런 믿음에 반기를든 책이 있다. 부재가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이다. '도둑맞은 뇌'라는 제목도 매력적이었다. 뇌과학은 우리에게 기억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얼마나 전해줄까?


  우리가 뇌를 깊이 연구할 수 있는 계기가 있다. fMRI와 Pet를 활용해서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다양한 뇌연구가 가능해졌다. 아직은 갈길이 멀지만 법정에서 증인이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거짓을 이야기하는 뇌영상장비를 활용해서 판단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누구인가가 나의 뇌를 스캔해서 나의 생각을 읽는다면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그러나, 그것보다 더 소름끼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된 기억에 관한 7가지 오류 중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것은 잘못된 기억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유도질문으로 용의자의 신원을 잘못 확인할 수 있고 암시적인 심리치료도 오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다. 경찰관의 '좋아요'라는 말 한마디가 증인의 오기억을 강화시키기도한다. 실제로 법정에서 증인의 오기억에 의존한 재판이 벌어질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한다. 

  우리는 우리의 기억이 진실이며, 선명한 기억은 거짓일 수 없다고 믿는다. 그런데, 우리의 기억은 불완전한 존재였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기억할 수도 있으며, 진실이 기억 속에서 왜곡될 수도 있다. '우리는 기억 앞에 겸손해야합니다.'라는 어느 서울시장 후보의 변명은 뇌과학에 근거해 볼 때 탁월한 지적이었다. 

  기억의 왜곡은 개인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진 대통령 선거에서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 쌍방 후보의 난타전 속에서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표현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진실이라는 믿음을 더욱 강화한다."(299쪽, 오류적 진실 효과)


  오류적 진실 효과는 한국 대선에서 극에 달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악마화와 유튜브에서 가짜뉴스의 반복재생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도록 만들었다. 최근 벌어진 이재명 암살 미수사건은 오류적 진실 효과가 만들어낸 비극이 아닐까?

  그렇다면, 기억의 오류는 불행한 것일까? 저자 대니얼 샥터는 기억의 오류는 진화의 부산물이라고 단언한다. 망각은 우리의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진화의 부산물이며, 오재인은 일반화를 얻은 이익에 대한 대가이며, 고정관념과 편견은 과거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지불해야할 대가였다. 우리가 옛기록에서 보았던 '신선', '용' 등의 이야기도 오귀인, 오재인, 피암시성 등의 기억의 오류가 만들어낸 부산물인지도 모른다. 기억의 오류가 오히려 인간의 상상력을 증대시켜 문학이 발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는지도 모른다. 

  이책을 통해서 가장 큰 수확은 우리가 왜? 역사를 배워야하는지 뇌과학적 근거를 얻었다는 점이다. 신경영상연구에서 과거 경험을 회상하는 것과 관련된 뇌영역이 미래 경험을 상상하게했을 때 유사하게 활동성이 높아졌다. 즉, 미래에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때, 과거의 경험에 대한 일화기억을 사용해 미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를 공부해야한다는 격언이 뇌과학적으로도 옳았다. 백지상태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우리가 반신반의하며 믿지 않았던 단순한 진리를 신경영상연구가 증명해주었다. 


  대니얼 샥터의 '도둑맞은 뇌'는 재미있는 책이지만 쉬운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억에 관한 우리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책이다. 특히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당 기억을 자주 떠올리거나 말하면 구체적인 형태로 기억된다는 팁(tip)도 제시해준다. 또한, 기억장치에 의존하는 것이 항상 기억을 약화시키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정보를 전해준다. 기억장치의 노예가 되지 말고 능동적이면서도 주체적으로 기억장치를 사용하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억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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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화해 (리커버) - 상처받은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용기
오은영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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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은영!! 그녀 미디어가 만들어낸 허상이 아닐까? 그녀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에 그녀는 모든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조그마한 단서로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다. 문제 아이도, 문제 부모도, 문제가 있는 연예인도 그녀와 대화하면 해결책을 발견한다. 물론, 방송하기 전에 사전 조사가 있었으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의뢰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다는 전제를 염두해 보더라도 그녀는 탁월한 상담가이며 정신과 의사이다. 그녀의 내공을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과 상처받은 나의 내면을 치유하고 싶다는 열망이 그녀의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오은영은 처음부터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서 묻는다. 나약한 존재로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는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부모라는 명목으로,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나약한 존재는 폭력과 학대가 가해진다. 사회는 가족에 가족으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행복한 가정'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덮어버리려한다. 오은영은 가장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가장 먼저 말한다. 소중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가 공개 상담을 하다가 극단적인 처방을 내렸던 적이 있다. 병든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어 바쳐야했고, 그녀는 자신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심각한 회의를 갖았다. 강신주는 가족을 먼저 떠나라말했다. 자신을 먼저 추스리고 나서 이후에 가족을 챙이라는 조언이었다. '행복한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이러한 강신주의 조언을 용납할 수 없다. 폭풍우가 치는 바다 한가운데 조각배를 탄 가족은 서로를 살리기 위해서 죽는 그 순간까지도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던질 수 있어야 '행복한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완성된다. 

 그런데, 오은영도 강신주와 비슷한 처방을 내린다. 


  "여자는 친정어머니로부터 빨리 멀어져야 합니다. (중략) 어머니와 신체적 물리적으로 멀어져야합니다."(49쪽)


  자녀를 자신의 아바타요, 소유물로 여기는 어머니에게 탈출하라는 그녀의 해결책은 유교의 '행복한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행동이다. 유학자에게 이러한 고민을 말한다면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했을까? 아마도 더욱 진심으로 부모를 섬겨야한다고 말할 것이다. 천륜으로 맺어진 부모와 자식사이의 관계를 끊어서는 안된다. 자녀는 부모에게 복종해야하며, 부모가 잘못된 길로 간다면 자녀는 부모에게 진심으로 대해서 바른길로 가기를 권해야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러한 유교의 가족 이데올로기 밑에서 자란 우리는 가부장적 가족질서의 폭력에 휘둘려야했다. 유교의 가족 이데올로기는 가족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국가로 확장되었다. 어른의 논리적 헛점과 잘못을 지적하면 '어디 어른 앞에서 목소리를 내!'라는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그랬다. 유교적 가족 이데올로기는 건전한 가족을 만드는데 매우 부적합하다. 약자가 일방적으로 복종하게 만드는 상황 속에서 수 많은 화병 환자들을 양산할 뿐이다. 유교식 수직적 가족관계는 민주사회에서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부모가 자녀의 성장과 성숙에 방해가 되는 존재라면 부모를 떠날 수도 있다. 가족을 떠날 수도 있다. 

  부모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겪어야했던 아픔을 간직한 존재가 이제 부모가 되었다.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삶 속에서 부모의 흔적을 발견하는 슬픔을 보면서 괴로워한다. 부모가되어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자녀를 위해서 했던 말과 행동이 자녀에게 상처로 남는다. 이러한 부모에게 오은영은 따끔하게 말한다. 


  "부모의 마음을 알아차리려면 적어도 마흔은 넘어야 합니다. (중략) 지금 마흔 넘은 자식을 키우는게 아니라면 알아듣도록 좋게 말하라는 겁니다."(37쪽)


  인생을 먼저 살아보았으니 자녀를 위해서 한 조언들이 사실은 자녀에게 상처로 남는다. 따끔하게 혼을 내서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를 자녀가 알려면 마흔을 넘겨야한단다. 그러나, 마흔을 넘겨도 부모의 마음을 안다는 보장이 없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입에 피를 머금고 타인에게 뿜으면 내입은 이미 더럽혀져 있다.' 그렇다. 좋은 의도에서 행한 말과 행동이라도 그 방법이 좋지 않다면 자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 

  한녀석이 교무실에 찾아왔다. 야영 장기자랑 시간에 무대에 올라 친구들의 배꼽을 빼놓았던 녀석이다. 공부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사교성은 대단히 좋은 학생이다. 녀석이 나에게 한풀이를 했다. 암에 걸리신 어머니가 자기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이라고 말했단다. 상처받은 녀석은 괴로워했다. 나는 녀석을 위로했다. 어머니는 너를 사랑하니까 그런말을 했다. 어머니 말의 진심은 네가 열심히 공부하라는 격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진짜 쓸모없는 사람인가 보다며 푸념하는 녀석에게 말했다. 토끼와 거북이가 육지에서 뛰면 투끼가 이기지만, 바다에서는 누가 이길까? 넌 공부라는 부분에서는 뒤쳐지지만 타인을 즐겁게 해주는 능력은 그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이러한 응원에 녀석은 힘을 내고 돌아갔다. 녀석의 어머니와 통화해서 당부를 해려했다. 그런데, 자신의 주장만할뿐 담임교사의 말은 들으려하지 않았다. 녀석이 받고 있는 고통이 피부로 느꼈졌다. 

  오은영은 '마음의 충족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녀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는 '맹심'을 가진 녀석의 부모는 자녀에게 상처를 준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 변명한다. 그런데, 부모와 자식 사이에만 이러한 아픔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부부사이에도, 고부간에도, 친구와 친구 사이에도 이러한 아픔이 존재한다. 

  오은영 박사의 글 중에서 가장 나의 가슴에 아프게 다가온 단어가 '허구의 독립성(pseudo-independence)'이다. 실은 의존적인데 겉으로는 독립적인 존재 처럼 보이는 아이이다. 

  첫째는 너무도 빨리 언니가 되어야했다. 그래서 언니로서의 책임감을 은연주에 강요받았다. 스스로 자기 것을 챙기고 동생을 돌보는 모습을 보며 칭찬을 해주었다. 어른스러운 첫째가 있었기에 둘째와 셋째도 키울 수 있었다. 그래서 첫째에게 늘 고마워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첫째에 비해서 너무도 아기같은 둘째와 셋째가 걱정스럽기도한다. 그런데, 잘 키웠다고 생각한 첫째가 사실은 허구의 고독립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아이이다. 아이에게 너무도 일찍 독립성을 요구한 것이 애처롭다. 

 오은영 박사는 부모로서, 사회인으로서 주의해야할 한마디를 한다. "아이의 감정을 생각으로 받지 마세요."(231쪽) 그렇다. 단순한 푸념을 생각으로 받아들여 아이를 나무랄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잘못은 인간관계에도 나타난다. 특히, 여성의 감정표현을 T형 남자는 생각으로 받아들인다. 부부관계가 힘든 것도, 직장에서 여성 동료와 관계가 힘든 것도 감정을 생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사료비판을 하면서 훈련받은 것이있다. 글뒤의 글을 읽어라! 사료의 표면을 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보라는 이 교훈이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말 속에서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말 속에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지혜를 계발한다면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사이에도 보다 부드러워질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매일 잠들기 전, 나를 용서하세요."(313쪽)라는 글로 책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자신을 너무도 나무랐다. 매번 이불킥을 하면서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스스로를 나무란다. 그런데,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나만을 사랑한다면 문제이지만 나조차도 사랑할 수 없다면 어찌 남을 사랑할 수 있으랴! 나를 용서하며 많은 실수를 했지만 열심히 하루를 살아온 나에게 격려의 말을한다. 수고했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을 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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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 - 사소한 일에도 흔들리고 부서지는 당신에게 필요한 마음의 기술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전경아 옮김 / 갤리온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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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보이는 사람도 때로는 조그마한 한마디에 상처를 입는다. 약한 자신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강해보이는 척하면서 강하게 말하지만, 마음이 아파 속상해한다. 이 책의 저자 히로코는 자상한 상담사의 목소리로 우리의 마음을 돌봐준다. 

미즈시마 히로요코의 잔잔한 조언 속에서 '뿌띠 트라우마'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강박관념을 갖거나 무엇에 집착하는 것은 남이 무심코한 한마디가 쌓여 뿌띠 트라우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초등학교 시절 왕따를 당하며 강한 트라우마를 당했지만, 그 이후에도 뿌띠 트라우마는 쌓이고 있었다. 이들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책을 친구로 삼으며 뿌띠 트라우마를 치유하였다. 그래도 나의 가슴속 한구석에는 뿌띠 트라우마가 남아 있을 것이다. 

미즈시마 히로요코는 인간은 원래 강하고 유연한 존재라한다. 그렇다. 내가 쓰러지지 않고 교사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초등하교 시절 나를 괴롭혔던 놈을 술좌석에서 마주했을 때, 그 당시 사건을 말하며 독설을 풀어 놓을 수 있었던 것도 나 자신이 생각보다 강하고 유연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유리멘탈 심리를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스스로를 취유할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나를 믿는다. 

이 책은 부담없이 가뿐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상처받은 자신을 부드럽게 보듬기 위해서 한가한날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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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2 (반양장) - 사랑과 진정한 자립에 대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2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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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프레드 아들러 심리학이 교육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아들러 관련 원격연수도 늘어났다. 아들러 관련 연수를 들으며, 학생들을 대하는 새로운 길을 보았다. 그래서 '미움받을 용기1'에 이어서, '미움받을 용기2'를 오디오북으로 읽었다. 오디오북은 비교적 쉬운 내용의 책을 짬짬이 시간을 내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종이책을 읽으며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는 시간을 갖기에 한계가 있기는 하다.

  '미움받을 용기1'에 비해서 '미움받을 용기2'는 많은 과제를 떠넘겨준다. 읽으면서 책속의 청년이 느끼는 반항감을 나도 느꼈다. 1편을 읽었을때, 느꼈던 상쾌함이 2편을 읽고서는 무거운 과제로 다가온다. 그 무거운 과제를 살펴보자.


  첫째, 아들러는 칭찬도 채벌도 하지 말것을 주장한다. 칭찬과 채벌이 타인의 인정을 받기를 원하는 존재로 학생을 길들인다는 아들러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 칭찬은 하나의 도구이다.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부모의 보살핌이 없다면 생존자체가 힘들다. 그러하기에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은 청소년기의 커다란 과제가 된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하나의 단독적 개체로 성장하기 위해서 교사가 칭찬을 하지 않는 것은 나의 몸의 해충을 죽이기 위해서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 극단적 처방과 무엇이다를까? 오히려 칭찬이라는 도구를 잘 사용한다면 올바른 인간을 기르는데 더 유용한 도구가 되지 않을까? 같은 칼이라할지라도 수술용칼과 요리용칼은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 반면 도둑이 사용하는 칼은 사람을 죽인다. 우리는 칭찬이라는 칼을 사람을 살리는 도구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둘째, 아이들을 신용하지 말고, 신뢰하라고 말한다. 신용은 은행에서 담보를 믿고 돈을 빌려줄때 사용한다. 반면에, 신뢰는 인간을 인간이기에 있는 그대로 믿는 것을 뜻한다. 교사에게 학생을 신용하지 말고 신뢰하라는 말은 단순히 직업인으로 학생을 대하지 말고, 무조건적으로 믿고 교사의 모든 시간을 학생을 위해서 바치라는 말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학교에서는 교사이지만, 집에서는 남편이자 아빠이고, 아들이다. 워라벨이 중요시되는 현대사회에서 학교와 학생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면 가정에서 버림받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교사도 번아웃되어버린다. 

  작년에 연쇄살인자가 되는 것을 꿈꾸는 학생을 담임했다. 학생을 바른 곳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부단히도 상담을 했다. 한번 상담이 3시간을 넘기는 때가 많았다. 그학생과 상담을 하면 나의 기가 모두 빨려나간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상담 결과는 도돌이표였다. 다음날이 되면 학생은 원점이 되어 온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되죠?"

 "난 죽고 싶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안죽여요. 그래서 유영철과 같은 사람이 될거에요."

 "선생님이 가슴이 떨리는 일을 하라고 했잔아요. 근데, 나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보면 가슴이 설레여요."  

라는 학생의 말을 듣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트라우마로 다가왔다. 올해 담임을 쉰것도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아들러가 나의 모습을 본다면 심한 책찍질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다. 물속에 빠진 학생을 건지려 손을 내밀었지만, 그 학생은 나의 손을 잡아당기며 같이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려한다. 그때 나는 그 손을 뿌리칠 수밖에 없다.

  셋째, 자기 중심성에서 탈피에서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자!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기 중심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배고프면 부모가 힘들어하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울음을 터트린다. 이제 우리로 나아가자는 아들러의 말은 개인중심적 서구사회에서 과연 수긍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든다. 일본의 집단주의와 한국의 관계주의와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혹시 일본의 집단주의자들에 의해서 악용될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저자는 아들러 심리학은 새롭게 갱신해야한다 주장한다. 아들러 심리학을 교조화해서는 안된다는 저자의 말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미움받을 용기1'에 비해서 '미움받을 용기2'는 많은 의문을 던져주었다. 진정한 사랑을 선택하기를 바라는 아들러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그의 이상이 너무도 높기에 현실을 살아가야하는 나에게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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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1-13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얘기를 선생님 앞에서 하는 학생들이 있군요. 요즘 선생님들 정말 힘드시겠어요.

2022-11-13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11-14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저런 학생 상담하고 나면 나의 기가 다 빨리고 말거 같아요. 올해 담임 쉬신거 잘하셨어요. 쉬어주지 않으면 결국 내 몸이 병이 나더라구요.

2022-11-14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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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자책에 익숙한 나는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8개월 동안 오디오북을 듣지 않았다. 책이주는 물성과 책읽기를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하는 여유를 오디오북은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미움받을 용기'를 펼쳐보았다. 그리스 철학을 연구하는 철학자와 젊은이와의 대화! 이러한 책이라면 오디오북으로 읽기에 적격이다. 스마트폰을 켜고 오디오북 앱을 실행시켰다. 출근준비를 하면서 설걷이를 하면서 오디오북을 읽었다. 평이한 내용이라 부담없이 1.8배속으로 듣기 시작했다. 


  제3의 심리학이라고 불리는 아들러 심리학은 알면 알수록 동양철학과 비슷한 면이 많았다. 우선, '장자'와 비슷한 면부터 살펴보자. 이 책속의 철학자는 어떠한 외부의 자극이나 사건이 있다하더라도 내 자신이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가, 어떠한 해석을 하는가는 나에게 다려 있다고 말한다. 장자라는 책에 어느 배가 내배에 부딪치자 화가 났지만, 그 배가 빈배임을 확인하고는 화가 풀렸다는 이야기가있다. 타인의 배가 나의 배에 부딪혔다는 사건은 같지만, 빈배라는 사실을 알자 화가 사라졌다. 현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나의 해석이 달라졌다. 그에 따라 나의 마음도 달라졌다. 아들러가 제3의 심리학을 말하기 이전에 동양의 철학자들은 이미 현상보다 그 현상을 해석하는 인간의 마음의 중요성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아들러 심리학은 노자와 비슷한 면도 있다. 노자는 허(虛)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릇은 가운데가 비었기 때문에 그 쓰임새가 있는 것이다. 허(虛)는 인간관계에서 중요하다. 나와 타인 사이에 적당한 허(虛)가 있어야한다. 그래야 안정감을 갖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이룰 수 있다. 그 관계는 부모와 자식, 심지어는 연인 사이에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말을 아들러도 했다.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라!'라는 부분이다. 타인이 설정한 프레임에 내가 말려들 필요는 없다. 나는 나의 인생을 살면된다.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삶을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 명 문장이다. 알렉산드로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기 보다는 자기 식대로 칼로 끊어버렸다. 나는 남이 낸 문제를 풀려 나의 인생을 허비하지는 않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며, 나의 인생을 살려 노력해본다. 


  시골에 내려가는 주말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다큐멘터리를 즐겨본다. 재방송을 너무 많이 하기에 하루에 2~3편을 본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다큐 속에는 여러 종류의 자연인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는 한때 남부럽지 않은 돈을 손에 쥐고 살다가 지인에게 배신당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산으로 들어온 사람이 많다. 분노에 휩싸인 그들은 대자연에서 치유를 얻는다. 그리고 세속적 욕망을 떨쳐버리고 진정한 치유의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현재를 사는 행복한 존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들에게 알맞은 명언이 이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다. "내 이생에 의미를 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과 관념에 사로잡혀서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 헛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세속적 출세의 기준에 얽매여 배신당하고 분노에 고통스러워하다가 이를 떨쳐버리고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자연인! 우리는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서 도시 속에 사는 자연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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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07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대화식으로 구성된 책이라면 오디오북도 괜찮을듯도 하네요. 하지만 전 진짜 듣는거에 약해서.... 듣다가 공감가는 부분 나오면 딴 생각하기 시작하고, 그러면 오디오는 저 멀리 가있고.... ㅎㅎ 그래서 진짜 오디오북 힘들더라구요.

강나루 2022-11-07 21:03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래서 메모지를 옆에 두고 오디오 북을 읽어야해요. 사색이 필요할 때는 오디오북을 멈추고, 메모지를 꺼내 나의 생각을 적어두는 여유가 필요하지요. 깊이 생각하고 시간을 두고 읽어야할 때는 종이책을 택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의 경우는 오디오북도 괜찬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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