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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대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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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단해요?", "외국에서는 상상도 못해요"라는 말을 연발하는 동영상을 보았는가? 유튜브 채널 '어썸 코리아(Awesome KOREA)'에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존경과 놀라움을 연발하는 동영상이 너무도 많다. 그들의 진심이 일부 있겠지만, 동영상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연출된 장면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왼지모를 뿌듯함에 취하곤한다. 그런데, 러시아의 아들 박노자는 '어썸 코리아' 속의 외국인들이 해주는 국뽕발언을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인들보다 더 날카롭게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며 차가운 메쓰를 들이댄다. 그의 날카로운 말을 들으며, 제발 한국에 대한 칭찬도 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1년에 한권정도는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함이다. '전환의 시대'라는 책에서 박노자는 어떠한 쓰디쓴말을 내 놓을까?


1. 진보가 집권한다고 사회는 변화할까?

  고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이후, 노무현을 욕하던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을 그리워했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서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더 늘어만 갔다. 그를 소재로한 '변호인', '노무현입니다.'라는 영화들이 제작되고, 영화속 노무현을 보면서 인간 노무현을 오늘 우리 곁으로 소환했다. 우리에게 노무현은 사랑하는 대통령이자, 다시 돌아오기를 고대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박노자는 노무현을 우상시하는 우리에게 일침을 가한다. 노무현과 박근혜의 구체적 정책을 비교하면 두사람의 기본적 노선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박노자의 주장이다. 친자본주의적이며, 친미정책을 펼쳤다는 점에서 노무현과 박근혜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권시기 모 대기업의 엘리트들이 노무현 정권의 정책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면, 박근혜 시기에는 모 대기업이 박근혜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냉혹하게 노무현과 박근혜 정권의 기본 정책에 차별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노무현과 박근혜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 친기업정책을 펼쳤다는 사실은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부시정권이 테러와의 전쟁을 하는 분위기 속에서 북한에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갖았던 그때의 상황을 박노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박노자는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의 '과두정치의 철칙'을 소개한다. 독일 사민당의 내부 행태를 보면서 보수단체처럼 사민당도 실권을 소수 엘리트가 잡고, 조직을 과두지도부가 장악해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뀐다하더라도 근본적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박노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절대자, 권위자에 의존하는 삶과 절대자의 생각을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면, 미헬스의 '과두정치의 철칙'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박노자가 지적한 탈권력, 탈권위를 실천하려한 대통령이 있었다. 탈권위적이었으며, 검찰이라는 칼자루를 내팽겨쳤던 노무현이, 정권이 바뀌자 힘없이 쓰러졌다. 지역감정을 해체하려 노력했고, 권위주의와 이별하려 노력했지만, 그러한 노무현의 노력은 소위 일베들과 극우 인사들에 의해서 희화화 되었다. 노무현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입니다."라고 말하며, "깨어있는 시민"이 될 것을 강조했다. 그렇다. "깨시민이 되자!" 박노자와 노무현은 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었다. 박노자가 유대인이자, 러시아 출신의 귀화인으로, 노르웨이에 살고 있는 학자라면, 노무현은 대한민국에서 상고를 나와서 인권변호사가 되었고, 지역주의와 권위주의에 맞섰던 정치인이었다. 외부자의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변혁을 주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내부자로서 현실의 벽과 부딪치며 구정물에 손을 담그면서 대한민국을 개혁하려는 자는 좌절을 맞보고, 고뇌에 찬 결정을 내릴때가 많다. 현실의 벽을 고려하지 않고 매몰차게 노무현과 박근혜를 비교한 점은 박노자의 주장을 이해하면서도 못내 애석함을 지울 수 없다. 


2. 한국의 부끄러운 "갑질"문화

 "재벌", "아줌마", "김치" 말고도 "갑질"이라는 단어가 브리테리커 사전에 등재되었다. 사회에서 권력을 갖고 있는 존재들이 그 권력을 이용해서 약자들에게 상식 이상의 만행을 저지르는 현실을 종종 목격한다. 박노자가 소개한 "인분 교수 사건", "서울 명문대 악마 대학원생 사건"은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학문의 전당이어야하는 대학에서 사회적 지식인들이라고 존경받는 교수들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아니,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것이 드러난 것이 지금일 뿐이다. 패거리문화, 마피아 문화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렇다. 우리 주변에서 "갑질"은 너무도 만연해 있다. 과거 성과급이 교사에게 주어질때, 너무도 많은 꼼수들이 이뤄졌다. 해당 학교에 근무한 년수를 집어 넣는 학교도 있었으며, 교직 경력을 평가 점수에 집어 넣고, 서류상으로 위조하기 위해서 동료 평가를 한 것으로 서류를 조작하는 일들도 암암리에 있었다고 한다. 교원평가제와 성과급제가 도입되는 것을 앞장서서 막자고 교원단체에서 부르짖을 때는 조용히 눈치나 살피던 존재들이, 성과급에서 자신의 불이익을 없애기 위해서 경력 낮은 교사를 희생냥으로 삼은 것이다. 악날하기 그지 없는 일부 경력교사의 만행에 조용히 당하고 만 있는 저경력 교사의 모습을 보며, 노예로 잘 길들여진 불쌍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이러한 만행이 없어졌으리라 믿고 싶다. 

  박노자는 말한다. "한번 권력을 쥔 사람의 세계관은 대게 바로 바뀌게 된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다." 교직사회에 먼저 발을 딛인 것이 대단한 업적인냥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하는 존재들을 보면, 인간은 진실로 약한 존재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박노자는 어떤 대안을 제시했을까? 박노자는 "우리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그 어떤 권력가에게도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권력 견제 시스템이다."라고 단언한다. 교원평가제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교원평가제가 교사 구조조정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물론,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교원평가제를 교사 구조조정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순기능도 있다. 20평 교실에서 제대로 수업준비 없이 수업을 하는 존재가 있었다. 술마시고 수업이 있는데도 학교에 출근하지 않아서, 선배 교사라는 이유로 그 작자의 수업에 대신 들어가야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그 작자가 수업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 교원평가제 때문이었다. 교원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되자 그도 수업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특별연수까지 갔고, 그사실을 암암리에 교사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견제장치는 반드시 있어야한다.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 


3. 입장바꿔 생각하지 못하는 한국

한국 언론에 비춰진 북한은 군사강국이며, 너무도 무서운 존재이다. 그러나 한해 국방비를 비교해보면 북한은 너무도 초라하다. 박노자는 입장바꿔서 남북관계를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를 꼬집는다. 

  2016년 보수언론들이 "북한 지도부 참수 작전"을 보도하고, 2017년 "유사시 김정은 제거 합동 한미 특수부대 훈련"보도를 예로들며 우리 언론의 철없는 보도에 일침을 가한다. 침략행위를 금지한 유엔 헌장 제2조 4항을 위반한 행동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보도는 한국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가공할 보도이다. 한미 연합훈련이 얼마나 두려웠으면,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서 한 합의에 한미 연합 훈련을 중지한다는 내용이 담겼겠는가! 그런데, 한국 언론에서 떡하니, 북한 지도부 참수 작전을 보도했으니, 얼마나 북한으로서는 두려웠겠는가! 그리고 세계 사람들에게 대한 민국이 유엔 헌장 제2조 4항을 위반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보도였다. 

  "기레기"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상식이 있고, 생각이 있는 기자라면, 이 보도가 대한민국과 동아시아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생각하고 기사를 작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인들이 "기레기"라는 말을 들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들이 과연 생각을 하고 기사를 썼는지, 지적 수준이 국민 평균에 미치기는 한 건지 의심이 들때가 많다. 

  박노자는 러시아계 유대인이다. 이제는 대한민국에 귀화했지만, 대한민국에 살지 않고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교수로 살고 있다. 그는 철저히 외부인의 시선에서 한국을 바라볼 수 있다. 이로인해서 박노자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눈을 갖았으며, 국가 보안법이 무서워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했다. 2013년 9월 월북을 시도하는 사람을 한국군이 사살한 것을 비판할 수 있는 것도 박노자 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박노자의 시선에 동의할 수 없는 것도 있다. 


  "한반도의 평화정책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면, 미국의 양심적 유권자들은 얼마든지 한반도평화 프로세스를 응원할 것이다."-128쪽


  참으로 감상적인 주장이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사실을 상기한다면, 군산복합체국가 미국은 절대,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미국의 국민들도 자국의 이익을 절대시한다. 박노자가 지적한 "양심적 유권자"는 재미동포뿐이다. 그들만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진정으로 발랄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이기에 비록 결실을 맺지는 못하고 있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이정도까지 온 것이다. 한반도 국제정세를 너무도 감상적으로 이해하는 박노자의 글에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부분만은 박노자가 내가 제신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바란다. 



박노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한민국을 그려본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다들 골고루 살기 편한 사회"로 개조하길 바라는 것이 박노자이다. 혈통을 중시하면서도 전라도를 차별하고, 북한을 적대시하며, 러시아를 비롯한 잘살지 못하는 지역에 사는 동포를 얕잡아 보고,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서울대 출신인 점을 꼬집는 것도 대한민국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우슈비츠의 한 팻말에 조지 산티야나의 글이 적혀있다고 한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117쪽


 박노자의 '전환의 시대'를 내려 놓으며, 조지 산티야나의 글을 다시 되뇌인다. 박노자가 지적한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기억하고 이를 개혁하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부끄러운 현실을 계속 살아가야할 것이다. 박노자는 우리의 현실을 깨닫고 보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길 바라며 우리에게 책속의 메시지로 울부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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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
테사 모리스 스즈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실문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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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인생의 지혜를 얻기 위함이라 말하겠다. 인생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 역사, 철학, 심리학을 비롯해서, 부족한 나의 지혜를 채워줄 책들을 읽고 있다. 지혜를 채워줄 책들을 고를 때, 팟캐스트나 서평, 책제목을 보고 책을 고른다.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라는 책은 책제목을 보고 선택한 책이다. 북한 역사에 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나에게,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북한의 역사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나름대로 재미있는 북한의 역사를 알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놓치지 않았다. 1장 하얼빈과 후난을 시작해서, 2장 장춘과 선양을 거처 3장 랴오양과 첸산을 지날 때가지도 북한의 역사에 대해서 테사 모리스 스즈키의 탁월한 시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특히, 권근의 시를 인용할 뿐만 아니라,  화엄경의 "바다 한가운데에 금강산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옛날 옛적부터 모든 보살들은 그곳에 멈추어 살게 되었다."라는 구절을 인용할 때는 테사 모리스 스즈키의 한국사 뿐만 아니라, 불교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에 대해서 감탄을 했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보다 먼저 금강산을 여행한, 캠프의 기행문의 오류를 지적하기도한 그녀이기에 그녀에 대한 믿음은 굳건했다.

  그런데, 4장을 읽어 내려가는데도 저자는 선양과 단둥에 대한 이야기만 줄기차게 서술하고 있었다. '언제 북한에 들어가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북한의 역사를, 하다못해, 북한 주민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고대했지만, 북한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본 것은 7장 '새로운 예루살렘 : 평양'에서부터였다. 그런데, 8장과 9장10장은 남한에 대한 기행이었다. 북한에 대한 깊이 있는 서술은 5장과 6장 11장 12장을 포함한다해도, 12장 중에서 5장밖에 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근현대사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과 고민을 살펴보기에는 너무 피상적인 북한에 대한 인상들 뿐이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인생은 "사기를 당했다.!!"라는 절망뿐이었다. 나의 기대와 책의 내용의 불일치 속에서 깊은 배신감이 들었다. 책제목을 '금강산을 가는 길'이라고 정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책의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고, 책을 읽으면서 독자가 기대하는 것과도 일치할 것이다. 그러나,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라는 제목 때문에 책의 내용과 제목이 일치하지 않으며,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더구나, '북한 근현대사'라는 제목은 대학교 수업에서나 사용하는 개설서의 냄새가 나기에 독자로부터 외면받기 딱좋다.  출판사 편집자들에게 부탁한다. 제목을 믿고 책을 선택했으나, 책의 내용과 제목의 불일치로 배신감을 느끼는 독자가 없도록 배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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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5 1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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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5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총리의 언어 - 촌철살인 이낙연에게 내공을 묻다
유종민 지음 / 타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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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나서 이낙연 총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야당국회의원들의 예의 없으면서도 조롱섞인 질문을 유연한 화술로 빗겨가간다. 심지어는 할말을 잃은 야당 국회의원들이 질문을 하다말고 "총리들어가세요."라고 말하며 항복한다. 이낙연! 그의 화술을 배우고 싶어졌다. 그의 촌철살인 내공을 배우고 싶었다. 나의 눈에 '총리의 언어'가 드러왔다. 이 책을 읽으면 이낙연 총리의 탁월한 화술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과연 이 책은 이낙연 총리의 화술을 온전히 알려줄 수 있을까?

 

1. 중언부언은 이제 그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거슬렸던 것은 '중언부언'이었다. 읽었던 이야기를 또 읽어야한다는 것은 술주정꾼의 말을 듣는 것과 같았다. 술취한 아버지께서 자고 있는 나를 깨워 자신의 이야기를 하셨다. 그때는 그것이 너무도 싫었다. 아버지의 술주정은 언제 끝날지 몰랐다. 어린시절, 술마시는 아버지가 싫었다. 농촌의 어른들은 너무도 술을 좋아했다. 힘든 농삿일을 술로 풀어버리는 모습이 과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총리의 언어'에는 어렸을 때, 술주정을 들어야했던 나의 괴로움을 다시 떠올릴 정도로 했던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었다. 그중 몇가지를 소개해보자. 이낙연 총리의 아들은 젊어서 뇌수술을 받아야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천주교 세례를 받는다. 이 이야기는 한번으로 족하다. 그런데 이것이 두번 이상 반복되어 서술되었다. 이낙연의 좌우명인 '근청원경(近聽遠見)'도 책에서 여러번 반복되었다. 열린 우리당 입당을 하지 않고 민주당에 남은 이유도 어머니의 전화 때문이라는 일화도 여러차례 반복되었다. 전남도지사 시절 별명이 '이주사'인 것도 만찬가지이다.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 '농업은 죽지 않는다.'라는 책이 대변인실, 지방의원들에게 참고자료로 활용된다는 내용도 중복, 사복되고 있다. 이밖에도 셀수 없이 많은 일화들이 반복된다. 일화가 반복될 수록, 이 책에서 느껴지는 술주정꾼의 느낌도 더해졌다.

  단순히 중복, 삼복, 그 이상의 이야기가 반복된 것은 그나마 양반이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라는 속담이 어느나라 것인지 아는가? 79쪽에는 중국 속담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런데, 121쪽에는 일본속담으로 적혀있다. 같은 저자가 쓴 책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는 계속 고사하다 2000년 16WW대 3선땐 3개가 됐고 4선땐 4개가 됐다."라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아는가? 이부분을 읽으면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인터넷 글쓰기도 아닌데 독자가 알아볼 수 없는 글들을 아무런 설명없이 쓴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부족한 점들이 책속서 반복될까?  이낙연 총리의 화술이 인끼를 얻자, 이를 빨리 책으로 써야한다는 조바심이 만들어낸 촌극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복된 부분을 삭제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정제해서 보다 맛깔나는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2. 인간 이낙연을 만나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예순을 넘기시면서부터 음식이 짜졌습니다. 어떤 때는 쓴맛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어머니께서도 곧 아시게 됐습니다. 한번은 저희들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음식이 내가 먹어봐도 맛이 이상하다. 너희들도 멋없으면 먹지 마라.' 그 말슴을 하시는 순간의 어머니 얼굴은, 제가 본 어머니 얼굴 가운데서 가자 ㅇ외로운 얼굴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추억>, '큰아들 낙연이의 추억'중에서-

 

  이낙연이 쓴 '어머니의 추억'중 일부분은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나이든 노모를 생각하는 이낙연의 인간적 애틋함이 느껴졌다. 곧이어 나의 어머니를 생각했다. 몇일전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으며, 김치가 너무 짜다는 사실에 놀랐다. 고혈압이 있으신 어머니인데, 음식이 짜지고 있다. 건강진단에 혈압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소견이 적혀있었다. 음식이 짜진다는 것은, 혀의 '미뢰'라는 음식맛을 느끼는 세포가 죽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짠맛을 느끼지 못하니, 짠맛을 느끼기 위해서 소금을 더 넣을 수밖에 없다. 공자께서 말씀하지 않았던가! '부모의 나이는 알지 않으면 아니된다. 한편으로는 (오래 살아계신 것을)기뻐하고, 한편으로는 (부모가 나이들었음을) 두려워해야한다 (子曰 父母之年 不可不知也 一則以喜 一則以懼) 세월이 덧없이 지나감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3. 이낙연은 승천할 수 있을까?

  TV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총리는 여권의 강력한 대선주자로 자리메김을 하고 있다. 이 책에 나와있는 정보를 근거로 추리해보자. 

  이낙연 총리는 '현장형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리더로서, 전남 도지사시절 그의 별명이 '이주사'였다. 주사는 6급 공무원이다. 그정도로 열심히 도전에 전념하고, 현장을 속속들이 찾아갔다. '내부자'라는 케이블 프로에서는 '밑에있는 사람들은 힘들어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휴일없이 일을 했다. 유능하면서 부지러한 그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매력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프로이센군의 격언이 생각나다. '유능하면서 게으른 사람은 탁월한 지도자 이다. 유능하면서  부지런한사람은 참모로 제격이다. 무능하면서 게으른 사람은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다. 무능하면서 부지런한 사람은 조직에 위해를 가하는 사람이다. 반드시 제거해야한다.' 이낙연 총리는 이중에서 탁월한 참모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잘 보좌하면서 국정의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그의 부지런하면서도 꼼꼼한 문재인 대통령이 놓치기 쉬운 일들을 잘챙기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유능한 참모일뿐 유능한 '대통령'은 될 수 없을까? 그것은 그의 손이 달렸다. 그가 새로운 대권후보로 진화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부하를 믿고 부하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기다려주는 유능하면서도 게으른 리더의 모습을 갖춘다면 그는 여의주를 얻어 승천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을 고수한다면, 그는 유능한 참모일 뿐이다.

  이낙연 총리가 유능한 '대통령'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 책 곳곳에 보인다. 몇가지 예를 살펴보자. 이 책에서 '섞어번개팅'이 여러 차례 소개되어 있다. 부처간 벽을 허물기 위해서 남녀, 부서, 지위고하를 뛰어 넘어 치킨집에서 만나는 그의 모습에서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의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았다. 학문이 융합되고, 지식이 새롭게 창조되는 시대에 부처간의 칸막이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도전을 감당할 수 없다. 이 벾을 허무는 일들을 그는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전남도지사 마지막날! 그는 팽목항을 방문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서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주면서 "총리가 돼도 이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을테니 언제든 전화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참다운 리더는 권력을 누리기 보다는 자신에게 권력을 준, 시민을 섬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낙연은 그것을 갖췄다. 물론, 이낙연이 총리가 된 후, 유가족들이 이낙연 총리에게 전화를 했는지, 많약 했다면 이낙연 총리가 어떻게 응대했는지가 궁금하다.

 

 

  책을 읽으며, 중언부언하는 내용에 심한 불편함을 느꼈다. 리더로서의 이낙연의 화술의 비법을 얻고자 했던 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결어'를 읽으면서 저자 유종민에게 깜짝 놀랐다. 저자는 이낙연 총리의 '100원 택시' 정책을 이어받아 '100원 특강'을 하고자 했다. 최소인원 50명 이상일때 언제든지 불러주면 '총리의 언어'를 주제로 강의를 하겠단다. 그것도 1인당 100원이 아니라, 통틀어 100원에 강의를 한다고 한다.!! 이낙연 총리의 인품과 화술에 감화된 저자 유종민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을 한권내서 책의 인쇄보다는 강의료에 더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에서 유종민 저자의 이러한 포부는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 책이 중언 부언된 부분을 깔끔히 덜어내고 새롭게 출판된다면,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주제로 책을 읽고, 저자 유종민의 강의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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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민주주의를 외치다 정치의 시대
한홍구 지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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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홍구 교수 강의를 여러번들었다. 시민들을 위한 강연을 많이하시는 분이기에,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대한민국사'와 '유신', '역사와 책임'이라는 책을 읽으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번에 네번째로 접하는 '광장, 민주주의를 외치다.'라는 책은 한홍구 교수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왔고, 실무자의 실수로 연말정산 서류를 발급할 수 없는 한홍구 교수가 다음해에 올해 못한 연말정산을 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자신의 새책을 선물로 보내왔다. 연말정산을 하는 것이 후원의 목적이 아니기에 흔쾌히 책을 받아들었다. 1여행 1책 독서라는 목표를 가지고 학년 해단식을 떠나면서 이 책을 꺼내들었다. 1박 2일 여행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촛불의 역사!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계기로 들기 시작한 촛불의 경험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때 다시 타올랐다. 그리고 2008년 광우병 파동을 거쳐, 2016~2017년 촛불 혁명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폭력과 채류탄이 난무하는 거친 데모의 모습을 TV로 보면서 어린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한국의 성숙한 시위문화가 경이롭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촛불을 든 주축 세력이 운동권출신의 인텔리가 아니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촛불에 참여한 것은 2016년 '이게 나라인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시대적 분노가 들끓어 올랐던 그해부터였다. 대전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시작된 촛불 집회에서 대부분의 참가자가 학생들이었다. 교복을 입고, 야간자율학습(보수 교육감이 집권하고 있는 대전은 아직도 야간자율학습이 있다.)을 빠지고, 혹은 학원을 마친 학생들이 촛불을 들며, 행진에 동참했다. 아직도 전체주의의 잔재가 깊게 남아있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춘 학생들이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로서는 놀라웠다.

  이러한 촛불은 나름의 성과를 성취했다. 2002년의 촛불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가져왔고, 2004년 촛불은 열린우리당의 총선 앞승의 결과를 가져왔다. 2008년 촛불은 이명박 정권에게 깨어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각인시켜주었다. 그러나 그후, 박근혜가 집권하면서 극보수 집단은 촛불의 교훈을 잊어버렸고, 2016~2017년 촛불을 통해서,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촛불의 결실로 탄생한 정권들은 시대적 소명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 그 결과는 너무도 비참했다. 정권을 극보수 세력에게 넘겨주고, 노무현 대통력이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 교훈을 가슴에 새겼으리라. 다시 실패한다면, 더 큰 반동이 뒤따른다는 역사의 교훈을 촛불의 후예들은 명심해야한다.

  2016~2017년의 촛불이 타오르기 직전, 한국 정치의 미래는 암울해보였다.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앞승할 것으로 모두가 예상했다. 200석을 얻으리라, 거의 모두가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주져앉았고, 촛불혁명의 영향으로, 선거가 치뤄진지 8개월만에 박근혜는 탄핵되었다. 가장 암울한 시기에 울분을 토로할 방법이 사라졌던 시기에 시민은 투표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했고, JTBC의 특종보도가 도화선이 되어 촛불 혁명으로 이어졌다. 한홍구 교수는 이러한 극적인 일들이 우리 역사에 두차례 더 보인다고 말한다. 1978년 10대 총선에서 민주공화당의 앞승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했으나, 결과는 신민당이 1.1%를 앞섰으며, 10개월 후에 박정희는 김재규의 총에 죽게된다. 가장 비참하고, 가장 절망적일 때, 역사는 급회전을 하며 새로운 극면으로 전개되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1석으로 폭망한다. 이전에 국회의 3분의 2를 장악하던 모습과 비교한다면 가히 초토하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밤이 깊을 수록 새벽은 멀지 않았다는 어느 시인의 시귀처럼, 시대의 모순이 가장 강하게 응축될 때, 민중의 분노는 가장 크게 폭발한다. 수구세력이 자유로운 언론까지도 억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여론조사의 질문에는 수구세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답하고, 투표장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표명한다. 그러다가 폭발할 수 있는 도화선이 주어진다면, 민중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희망을 잃지말라! 촛불은 살아있다.!! 우리 손에 들린 촛불은 바람불어 꺼지겠지만, 우리의 가슴속에 있는 촛불은 비바람이 몰아쳐도 꺼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대손손 더 강렬하게 타오른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들은 한홍구 교수의 시민강의에서 들었던 사실들이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러하기에 여행출발전, 점심 식사를 기다리며, 2일째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었다. 그 결과 2일째 점심시간에 책을 다읽을 수 있었다. 읽는 동안, 한홍구 교수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했다. 한홍구 교수의 시민 강의를 듣지 못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크기도 작아서 여행갈때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촛불의 힘을 가슴에 담고 우리 모두가 부담없이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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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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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안도현 시인의 시를 기억하는가? '영초언니'라는 책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암흑과 같은 유신시대를 살아간 불꽃 같은 청춘들의 드라마이다. 처음 팟캐스트 '북티셰'에서 낭독해준 '영초 언니'의 서문은 나의 가슴을 아리게했다. 최순실이 '여기는 더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자, 서명숙은 여성학생운동의 신화라 할 수 있는 천영초를 떠올린다. 지금은 교통사고로 지능이 1~3살 정도로 낮아진 자신의 멘토를 떠올리며, 이 책을 집필해야한다는 의무감을 갖았다고 한다. 한동안 '영초언니'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았기에 언젠가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읽지 못하고 있었다.  2018년 겨울이 다가온다. 이 겨울이 가기전에 불꽃 같은 삶을 살아온 그들의 기억을 읽기로 결심했다.

 

1. 가장 극단적 좌파는 극단적 우파가 될 수 있다.

  저자 서명숙은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자라고 제주도에서 올래길을 만들었다. 그녀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서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이 있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독재정권의 헌신적인 지지자라는 사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제주도는 4.3 사건이 발생한 섬이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압승하고, 3선 개헌 유신헌법국민투표에서 100%에 가까운 압도적 찬성을 했다. 서명숙은 이를 무척이나 가슴 아프게 통탄한다. 제주도가 보수적 섬인 이유를 서명숙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변방에 있기 때문이라는 1차적 한계를 지적한다. 그러나 이것은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4.3사건의 후폭풍 때문이었다. 서명숙이 인정했듯이, 4.3사건으로 제주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학상당했다. 제주도에서는 아직도 4.3의 아픔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고 있다. 여당을 찍지 않으면 언제 공산당으로 몰려 일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제주도를 보수의 섬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사례는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나타난다. 일제강점기 제주도는 '조선의 모스크바'라고 불렸다.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을 수도없이 배출했다. 박정희의 형 박상희도 공산주의자였고, 박정희도 남로당원이지 않았던가? 그러나, 대구폭동 혹은 대구항쟁으로 불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대구, 경북지역은 탄압을 받게된다. 박정희가 쿠데타로 집권하고 나서, 대구, 경북지역에 수많은 공안사건이 만들어진다. 일가족이 공산주의자로 몰려서 죽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보수를 찍어야 산다는 믿음을 갖게된다.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도 보수의 아성을 스스로 붕괴시키지 않은 그들을 보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수가 되어야한다는 처절한 몸부림을 보는듯했다. 이들이 스스로의 알을 깨고 진실의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 나온다면 그 때가 언제인지 .......

 

2. 지옥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당신이 지옥에 있다면, 천국에 있는 가족에게 지옥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떤 사람은 있는 그대로 지옥의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모습을 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국에 있는 가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기에 지옥도 살만한 곳이라 말할 것이다.

   '영초 언니'를 읽으며,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담론'이 떠올랐다. 신영복 선생의 책에서 소개된 감옥소는 인간을 새롭게 태어나게하는 '대학교'였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에서 인간관계와 삶의 진리를 깨달았다. 감옥에도 애잔한 인간미가 있어보였다. 그러나, '영초언니'에서 묘사한 감옥은 모순과 불합리가 쌓인 지옥의 모습이었다. 가장 그녀를 분노케하는 것은 감옥안에서도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돈많은 '범털'들은 간수에게 뒷돈을 주며, 따뜻한 물을 여유롭게 사용하고,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다. 그러나 돈없는 '개털'들은 그 안에서도 차별을 받아야했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살이의 고단함은 여름보다 겨울이 낫다했다. 겨울에는 서로의 온기를 느끼려 서로를 끌어당기지만, 여름은 서로의 열기를 피하려 서로를 증오하는 마음을 갖기 때문이란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 생활의 비극을 보면서 인간 관계와 삶의 철학을 깨우쳤다. 그러나 '영초언니'에서는 신영복 선생의 심오한 삶의 통찰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사회적 모순의 희장자로 돈없고 빽없어서 감옥에 온 불쌍한 소년들에 대한 애틋한 시선과 그 안에서 알게된 소중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같은 생활을 하더라도 그릇에 따라서 바라보고 깨닫는 깊이가 다른다.

 

3. 우리안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를 나는 좋아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탁월한 안목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녀의 대표작 '예수살렘의 아이히만'을 감동 깊게 읽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서명숙은 한국의 아이히만을 만나게 된다. 영초언니를 만나며 담배만 배운 것이 아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고 용기를 얻었다. 결국 영초언니와 함께 경찰에 잡혀 고문을 받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히만의 모습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서명숙을 전기고문한다며 협박했던 형사가 사실은 소문난 효자에 장기간 투병중인 부인을 정성껏 돌보는 아들이자 남편이었다. 아이히만은 독일에만 있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는자! 위에서 선생님이, 자신의 상관이 시키는 일을 열심히만 하는자는 악마가 될 수있는 자질을 갖고 있는자들이다. 우리주변의 모범생들이 사실은 악마가 될수있는 자들임을 서명숙의 책을 통해서 다시한번 확인한다.
  생각하자!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자! 학교의 교칙에 이의를 제기하고, 사회의 잘못된 일들에 대해서 잘못되었다고 과감하게 'NO'를 외치자! 'NO'를 할 수 없는자들은 불의에 맞서 '안된다'라고 외칠 수 없다.

 

4. 아! 영초언니!!

  감옥에 갔다와서도 '더욱 가열차게 끝까지 싸우겠다.'던 영초언니는 서서히 무너져 내려간다. 결혼을 했으나, 남편은 가정경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결국 생활전선에서 그녀는 다단계회사에 발을 담그고, 민주화운동을 했던 친구들 까지 끌어들인다. 공부는 잘하지만,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자녀를 위해서 캐나다행을 선택하고, 남편과 이혼한다. 캐나다에서 행복하게 살던 그녀가 교통사고로 1~3살의 지능을 가진 영초가 되어버렸다.

  서명숙의 멘토는 무너져 버렸다. 그녀와 함께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했던, 이해찬, 유시민 등은 사회의 촉망받는 인사가 되었지만, 천영초 그녀는 세상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독재자의 잔당들이 떵떵 거리며 잘살고 있는 오늘! 왜? 불의에 맞서 자신의 청춘을 불태운 그녀가 이리도 불행한 삶을 살아야할까? 기독교 신자인 천영초 그녀에게 신은 존재할까? 아니, 신을 원망할 수없다. 신은 존재한다고 증명할 수 없기에.... 이땅의 천영초가 흘린 피와 땀의 댓가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들에게 진빚을 갚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원망해야할 것이다.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자신의 청춘을 불꽃 같이 살다가, 연탄재가 되어 뒹구는 수많은 천영초들이 있다. 그녀들을, 그들을 함부로 비난하지 말자! 너희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온적이 있더냐? 불타는 뜨거운 가슴이 없다면, 이땅의 천영초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그녀에게 진 빚을 이책을 주변인들에게 권하면서 갚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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