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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침팬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정흠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10월
평점 :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탁월한 식견이 좋다!! 그의 책들을 읽으면서 나의 식견도 넓어졌다. '총,균,쇠' 부터 '대변동'에 이르기까지 4권의 책을 읽었다. 그의 깊이 있는 통찰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다. 국내에 번역된 책중에서 '제3의 침팬지'와 '어제까지의 세계'를 읽지 못하고 있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초기 통찰력을 읽을 수 있는 '제3의 침팬지'를 펼쳐들었다. 한국인 독자를 위해서 특별히 작성한 서문은 재래드 다이아몬드 교수를 친근한 옆집 할아버지로 느끼게 만들었다. 한국 문화와 한국인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재래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글들은 나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로 이끌었다.
1. 인간을 제3의 침팬지로 규정하다.
인간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말한다. 자신을 동물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이러한 인간의 오만함을 일시에 부정한다. 고등 영장류의 계통도를 통해서 침펜지와 보노보 다음에 사람을 위치시킨다. 인간은 보노보 보다는 뒤에, 고릴라 보다는 공통 조상에서 분기되었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과학의 힘을 빌려 인간이 가진 특권을 과감하게 내려 놓았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인간이 가진 특별한 점들에 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고찰해본다. 인간은 동물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언어의 사용을 말한다. 재레드 다이야몬든 교수는 비빗원숭이의 언어 사용 사례를 제시하며 언어 사용은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이라는 우리의 선입견에 강한 반론을 제시한다. 물론, 동물들이 인간과 같은 정교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에게는 한낱 동물들의 신음소리로 들릴지라도 그 것이 그들의 언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제3의 침팬지'에는 우리가 쉽게 대화주제로 올리지 못하는 성에 관한 이야기도 자세히 제시한다. 인간의 혼외 정사의 과학, 쌕스(sex) 상대 선택, 인종의 기원과 성선택설 등등 당연한 주제를 과학적으로 고찰할 뿐만 아니라, 너무도 리얼한 상황극을 제시하여 19금 도서가 아닌지 의심이 들기까지했다. 남들이 이책의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나는 당당히 '제3의 침팬지'를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이 책의 내용을 알고 있다면, 내가 읽는 부분이 민감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타인이 알고 있었다면 참으로 난감했을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이론을 집고 넘어가자. '핸디캡 이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술과 담배를 하면서 남성성을 과시하는 광고를 종종 볼 수 있다. 술과 담배를 하면 성기능이 저하되는데, 광고에서는 술과 담배를 하면 남성적 매력이 높아지는 것 처럼 묘사되고 있다. 이것을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아모르 자하비의 '핸디캡 이론'으로 설명한다. 극락조 수컷은 꼬리가 길다. 이것은 극락조 수컷이 살아남기에는 엄청난 핸디캡이다. 이러한 핸디캡을 가지고도 생존한다는 말은 그만큼 우수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일 수있으니, 암컷은 핸디캡을 가진 극락조 수컷에 매력을 느낀다.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을 동물의 행동을 통해서 설명하는 재래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실력에 다시한번 감탄한다.
제3의 침팬지일뿐인 인간이 타 생물을 죽이고 그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과연 정당할까?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이에 대한 문제를 제시한다.
"우리는 박테리아에서 인간에 이르는 범위 중 어디까지가 살인이며, 고기를 먹는 행위가 식인종이 되는 것인지 기준선을 정해야 한다."-57쪽
어렸을적에 본 미국 드라마 'V(브이)'의 한장면이 떠오른다. 사람을 먹는 외계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꿈속에서 '브이'에서 보았던 외계인이 나를 쫓아와서 나는 산으로 도망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그 외계인에게 왜? 인간을 먹느냐고 묻는다면, 그 외계인은 무어라고 반박할까? '너희도 육식을하면서 우리가 너희를 먹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라고 묻지않을까? 불교에서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하는 말을 재래드 다이야몬든 교수는 과학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2. 재레드 다이야몬드의 세계관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세계관의 초기 모습을 '제3의 침팬지'에서 엿볼 수 있다. '4부 세계의 정복자' 편은 이후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대표작인 '총, 균, 쇠'의 축약본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총, 균, 쇠'의 핵심 내용들이 잘 제시되어 있다. 단지, '총, 균, 쇠'에는 자세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문명의 붕괴'에서 서술된 이스터섬의 이야기와 핸더슨 섬의 이야기도 간략하게나마 제시되어 있다. '제3의 침팬지'에서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가 연구해야할 큰 화두들이 이미 제시되어 있었다.
'총, 균, 쇠'라는 책에서 이스터섬을 설명하면서 지구를 광활한 우주 속의 고아로 묘사했다. 그러한 묘사가 이미 이 책에 있다.
"이론이야 어떻든 인간은 수많은 별이 있는 광활한 우주 속에서 고아이다. 그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326쪽
광활한 우주 속의 고아이기에, 하나뿐인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며 인간은 지구 속에서 공존해야한다. 그러나 인류는 타문명과 접촉하면서 새로운 문명을 괴멸시켰다. 외계 문명과 접촉한다면 우리보다 앞선 문명을 가진 외계 생명체에 의해서 우리가 절멸될 수도 있다. 그러하기에 광활한 우주 속의 고아인 것이 우리에게는 다행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인류는 외계 생명체를 만나서도 그 공격성을 감추지 못할까?
유발 하라리가 말했듯이, '총, 균, 쇠'라는 책은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라는 책을 쓰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신석기 혁명이라 불리는 농경의 시작을 인간의 불행으로 보는 견해도 '제3의 침팬지' 10장 인간에게 농업은 축복인가?에서 이미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가 제시한 견해이다. 사피엔스의 폭력성에 대한 지적도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가 4부 세계의 정복자에서 먼제 상세히 제시했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세계관은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라는 책을 통해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발돋움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다시한번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탁견에 감탄한다.
재레드 다이야몬든 교수는 그의 여러 책들에서 환경오염과 환경 파괴가 인류 문명을 파괴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 경고를 한번 살펴보자.
"만약 우리가 이책에서 더듬어 온 인류의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나머지 두 침팬지보다 밝을 것이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책에는 인류에 대한 깊은 사랑과 애정이 묻어있다. 현명한자는 실수로부터 교훈을 배우고, 멍청한자는 실수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는 과학과 고고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들을 넘나들면서 인류가 걸어온 길들을 고찰해낸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다시는 똑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저술했다. 이것이 우리가 재레드 다이야몬드 교수의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이다.
나는 '재레드 다이야몬드 앓이'를 하고 있다. 그의 서적을 읽으면서 그의 세계관과 사유의 방법을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조류학을 비롯해서, 고고학, 인류학, 역사학, 심리학 등등의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면서 자유로운 지식의 향연을 펼치는 그의 책을 읽으며 마음껏 지혜의 술을 마셨다. 그가 초대한 지식의 향연은 너무도 감미롭고 향기롭기에 나는 그의 책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어느덧 나의 독서 계획표에 '어제까지의 세계'를 적어 놓았다. 옹골찬 재레드 다이야몬드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서가에서 새로운 책들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