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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 - 무늬와 소재를 통해 살펴보는 색다른 역사 문화탐험
박영수 지음 / 내일아침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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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그림과 유물들을 보면서, '왜? 이동물이 여기에 있을까?'라는 물음이 생기곤했다. 그때마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해보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문화재 속에 그려진 동물들을 일목 요연하게 설명해 놓은 책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번해왔다. 문화재 속 동물들의 상징을 알 수 있다면, 그들과 대화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차에 '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라는 책을 펼쳐들었다. 그렇다면,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

 

1. 동물에 새겨진 조상의 염원

  연인과 선물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는다. 우리 조상들은 연인에게 선물을 주는 마음으로, 일상의 장식과 그림에 자신의 소망을 담았다. 여성용 경대에를 비롯해서 노리개에 박쥐 무늬를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다산을 기원하는 소망을 담았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일상의 생활용품에서 궁중 장식무늬까지 동물 무늬를 장식했다. 다양한 동물들 하나하나에는 다양한 의미와 소망을 담았다. 섬세한 무늬의 용, 박쥐, 학 등의 동물들의 무늬를 그려 넣은 도공, 화사, 장인들의 노력을 생각하며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소원들을 상상하게 한다.

  조상들은 수많은 동물들을 섬세하게 관찰했다. 그리고 그 특징을 파악해서 동물 문양을 세겨넣었다. 특정 동물의 문양을 그려 넣으면 그 동물과 같은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다. 절대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꿩을 그려 넣어 꿩의 용맹함을 닮고 싶었고, 부부금슬 좋은 기러기를 그려 넣어 부부의 금슬이 좋아지길 기원했다. 그뿐인가?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가져와, 그와 같은 일이 현실세계에서 다시 반복되길 기원했다. 문자도 '효'에 잉어를 그려 넣어 효자가 많아지길 기원했고, 주인을 위해 목숨까지 내 놓는 개를 그려 넣으며, 충직해지기를 기원했다. 작은 생활도구에서 웅대한 궁궐건축에 의미와 뜻을 담는 조상의 모습이 개성없는 콘크리트 아파트가 즐비한 현대인의 생활공간과 차이를 드러낸다.

 

2. 동물에 대한 관념 변화

  작년 '미투'운동이 격렬하게 진행되었다. 그때, 고등학교 국어 교사가 '구지가에 나오는 거북 머리는 남자의 성기를 뜻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가 부적절한 성적 표현을 수업시간에 했다고 징계를 받았다는 기사가 뉴스를 장식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거북이과 관련된 설명을 유심히 보았다.

 

  "여기에는 남성 우월적 사고가 숨어 있으니 거북 머리 모양의 구지봉은 남성 성기를 상징하며 여섯 아이 모두 남자라는데서 그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71쪽)

 

  징계를 받은 국어교사의 수업내용은 정확히 근거가 있는 내용이었다. 사실 조상이 남긴 유물 유적 중에는 '성'과 관련 있는 상징들이 많이 있다. 기자석 처럼 남자의 성기를 모델로 돌을 쪼아 많들어 놓고, 다산을 기원하기도 했다. 심지어 안양의 삼막사에는 남근석과 여근석이 있다. 남근석과 여근석을 만지며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를 외설로 보아야할까? 고려 가요를 남녀 상렬지사로 내몰고, 고려가요 대다수를 없애버린 조선시대 성리학자의 우매함을 우리는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조상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것이 성추행일 수있을까? 사회는 개방되고, 대중문화 속에서 성적 표현이 지나칠 정도로 개방화된 현대사회에서, 성에 대한 언급 자체를 금기시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박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드라큘라백작을 떠올리며 몸서리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의 생각은 달랐다. 오복과 장수, 다산의 상징물이 박쥐였다. 추한 동물이 아니라, 복을 가져다주는 영물로 받아들여졌기에 신선도에도 박쥐가 등장한다. 신선로 손잡이와 여성용 경대에 박쥐가 장식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무서운 동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기 싫은 대상으로 변해버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박영수는 '서양에서 들어온 이솝 우화와 드라큘라의 영향으로 박쥐를 오복의 상징보다는 불길한 동물로 여기는 까닭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리고는 '우리 옛 문화가 점점 더 멀어지는 세상이 안타깝다.'라고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서양의 패권은 단순히 정치와 경제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었다. 우리의 관념에도 영향을 미치며 서구의 관념을 우리의 머릿속에 이식했다. 용에 대한 이미지 마져 바꿔 놓고 있지 않은가? 공룡을 닮은 서양의 용이 뱀처럼 생긴 우리의 용을 밀어 냈다. 어린이들이 많이보는 '뽀로로'의 드라곤은 더이상 뱀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서구의 입맛에 맞춰 만들어진 드라곤의 모습을 보면서 조상의 생각을 베어내고 서구의 관념을 이식하는 현실이 씁쓸해진다.

 

3. 동의하지 않아요.

  동물의 특성과 동물이름의 어원까지 섬세하게 조사해서 읽기 쉽게 서술한 저자 박영수의 노력에 감탄한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듯이, 박영수의 글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그 몇가지를 살펴보자.

  삼족오는 동이족의 것일까? 저자 김영수는 삼족오를 동이족의 것, 용은 중국의 것이라 규정한다. 삼족오는 봉황의 시초가 되었는데, 봉황이 용보다 낮은 단계의 영물로 인식한 이유는 '동이족이 중국의 한족에게 밀리면서 마치 용보다 낮은 단계의 영물인 것 처럼 여겨진 것'이라 진단한다. 삼족오는 신석기 시대 중국의 양사오 문화, 한국의 고구려 고분 벽화, 일본의 건국 신화 등 동아시아 고대 문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상의 새이다. 한나라 벽화에도 등장하는 삼족오를 동이족의 것으로 단정할 수 있을까? 저자가 삼족오를 동이족의 것으로 단정한 근거가 궁금하다.

  몇해전에 '천마도'를 '기린도'로 바꿔 불러야한다는 주장이 학계에 발표되었다. '천마도' 속의 천마를 적외선 촬영해서 자세히보면, 천마의 머리에 뿔이 있기 때문이다. 그와 유사한 주장을 이 책에 소개된 '신라 도제 기마 인물상' 설명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말 이마의 양쪽 귀 사이에 뿔이 튀어나와 있다. 말은 원래 뿔 없는 동물이므로, 이 외뿔은 상상 동물인 해치의 상징을 요점만 따운 셈이다."(91쪽)

 

  저자 박영수의 주장데로 '말 이마의 양쪽 귀 사이'의 튀어나온 것은 뿔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KBS 역사 스페셜에서 천마도 속 동물이 말인지 기린인지를 다룬적이 있다. 북방 유목민족은 말머리의 털을 묶는 습성이 있다. 천마도 속의 뿔로 보이는 것은 뿔이 아니라 말의 털을 묶은 것이다. 이는 '신라 도제 기마 인물상' 속의 말에게도 적용된다. 물을 다루는 북방 유목민족의 습성을 이해한다면 '뿔'로 보지 않았을 것이다.

  '청자 상감 운학문 술병'이라는 표현도 동의할 수 없는 표현이다. 정식명칭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靑磁象嵌雲鶴文梅甁)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야한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선생이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했던가? 문화재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과 유물이라 하더라도 그 의미를 모른다면, 아무 감흥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를 읽고, 그림 속과 유물 속의 동물들이 살아 움직이며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 같은 느낌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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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역사 기행 - 한반도에서 시베리아까지, 5천 년 초원 문명을 걷다
강인욱 지음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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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바이칼호! 알타이산맥! 이라는 단어를 들은 당신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의 머릿 속에는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고향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의 잃어버린 고향 알타이! 아득히 머나먼 고향 바이탈호, 우리의 사랑이 묻어 있는 곳 유라시아! 이러한 나의 생각은 명확한 근거가 있기에 생성된 것은 아니다. 명확한 근거가 있지도 않으면서 나는 왜? 이러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을까? 그래서 '유라시아 역사 기행'이라는 책을 꺼내들었다. 유라시아는, 바이칼호는, 알타이 산맥은 우리의 잃어버린 아득한 고향일까?

 

1. 유라시아의 관점에서 한국문화를 보자!

  학부시절, 동양사를 전공하신 교수님들이 우리에게 했던 말이 있다. '한국사를 전공한 사람들의 견해는 시야가 너무 좁다!' 한예로, 몽골이 강화도를 건너지 못해서 강화도를 점령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너무도 이해되지 않는 주장이란다. 몽골에 입장에서 남송 정벌이 우선이었고 고려는 남송과 연결을 차단하기 위해서 비주력부대를 보냈을 뿐이다. 고려 본토를 공격해서 강화도 정권이 스스로 항복하기를 유도했을 뿐이다. 동양사 전공 교수님의 견해는 한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사를 바라보는 시야를 한반도에서 동아시아로, 다시 세계로 확대해야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그러나 우리의 시야는 동양과 서양으로 확대될뿐이었다. 우리 민족이 많은 교류를 해왔던 북방의 초원으로 시야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은 한국사를 이야기하다가 단편적으로 유라시아를 언급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본격적으로 한반도에서 시베리아와 알타이 산맥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의 역사를 알시 쉬운 문체와 다양한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도를 곁들였다면 이해하기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한국사를 이해하는 시야를 확실히 넓혀주었다. 특히 한국의 세형동검을 이해하기 위해서 북방유목민족의 모습을 살피는 부분을 읽을 때는 전율을 느끼기 까지 했다.

  요즘, 세계화 시대, 지구촌 이라는 말이 일상화되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시대는 이미 아득히 먼 선사시대부터 시작되었다. 파지릭 지역의 무덤과 신라의 적석목곽분은 너무도 형태가 유사하다. 수천킬로미터의 공간적 시간적 차이를 건너 뛰어서 문화를 공유하는 모습에서 한반도가 세계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한국의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순방 외교를 펼치듯이, 한반도의 적석목곽분와 세형동검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 유라시아 유목민들의 문화를 살펴봐야한다. 세계화는 이미 선사시대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2. 말타기의 비극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를 아는가? 하늘을 날며 악당을 물리치는 그가 말에서 떨어져 전신마비라는 비극적 상황에 처했다. 물론, 그는 불굴의 신념으로 전신마비와 싸웠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말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커다란 불행을 선물하기도 한다. 안장없이 말을 타는 스키타이 인들 중에, 성불구자가 많다는 사실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말에 재갈을 물리고, 말을 전투에 이용하면서 말은 인간에게 가공할 힘을 전쟁터에서 선사해주었다. 그러나 그 달콤한 유혹은 성적 불구라는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기도 했다.  인간의 쾌락중에서 성적쾌락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함에도 이를 느낄 수 없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물론, 성적 욕망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면 고통스럽지도 않을 수 있겠지만.... 

  자손을 낳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인데, 이들은 어떻게 이를 충족시켰을까? 그들은 출산과 양육을 분리했다.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기를 많이 낳고 아기가 없는 사람들이 이를 입양해서 양육했다. 파지릭 고분에서 다양한 인종들, 심지어는 백인들의 유골이 발견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가능했을 것이다. 말이 인간에게 선사한 두얼굴의 선물을 인간은 거부할 수 없었다.

 

3. '부여계 기마 민족설'의 진실은?

  흔히들 우리민족의 뿌리는 북방의 기마민족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자랑스러워한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라는 의문과 함께,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하고 한다. 그런데 이책의 저자는 '인더스문명에서 처럼 드라마틱한 정복 근거가 나오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며, 신라와 가야의 성장 동력은 새로운 문화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이할 수 있었던 사회 자체 역량에 있다고 강변한다. 역사적 사료의 강력한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고학적 유사성을 근거로 북방 기마민족이 남하하여 지배층을 교체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운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신화를 살펴보면 그 가능성을 전면 부인할수도 없다. 단군신화의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왔더던지, 주목이 남하하여 고구려를 세우고, 온조가 남하하여 백제를 세우고, 하늘에서 내려온 상자 속 알에서 김수로가 나왔다는 신화는 북방의 기마민족이 남하하여 지배층을 이루었을 가능성을 암시해준다. 저자 강인욱의 주장이 많은 설득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마 민족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4. 중국의 동북공정의 그림자

  만리장성의 동쪽 끝은 어디일까? 대학시절 서교수는 지금의 만리장성은 명나라시기에 다시 쌓은 것이고, 원래는 평양까지 이어졌다고 동양사시간에 학부생에게 강의했다. 박근혜정부시기 국정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한 서교수의 주장을 이책의 저자 강인욱은 고고학적 증거를 들어 반박한다. 제스산 일대 발굴, 갈석공 유적 발굴을 통해서 산해관이 만리장성의 끝이라는 사실이 발혀진 것이다. 중국측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만리장성을 연장해서 이만리장성을 쌓고 있는 중국정부의 역사창조작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금, 철저한 사료비판과 고고학 자료를 통한 엄정한 역사연구가 절실함이 밀려온다.

  그런데, 강인욱은 '중국인이 멸시하던 이민족을 자신의 조상과 연결'시키는 모습을 '오랑캐의 문화를 잘 이용하는자가 결국 중원을 지배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 단정한다. 이에 동의할 수 없다. 이는 중국의 동북공정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한다. 중국은 동북3성 지역의 역사를 자신의 역사로 삼는 동북공정 이외에도, 베트남 북부의 역사를 자신의 역사로 삼는 남방공정, 베트남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삼는 서남공정, 몽골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를 만드는 북방공정을 하고 있다. 현재 중국땅에서 일어나 모든 역사는 중국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이뤄지는 이들 공정(프로잭트)들은 중국의 역사 만들기 프로잭트이다. 그래서 예전에서는 오랑캐로 멸시하던 이민족들을 이제는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서 자신들의 조상과 연결시키고 있다. 강인욱은 이를 유념해야할 것이다.

 

5. 보석보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보낸 부인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미투리를 삼아 편지와 함께 관에 넣어둔 사실을 아는가? 바로 이응태 묘에 얽힌 조선판 '사랑과 영혼'이야기이다. 남편에 대한 절절한 사랑 편지가 이응태묘에서 발견되었고, 이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특히 이응태 부인의 편지는 우리의 심금을 울렸다. 나또한 수업시간에 이응태 부인의 편지를 활용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만 유명한 편지로 알고 있었던 이응태 부인의 편지가 고고학 잡지 <앤티퀴티>에 표지 장식으로 실렸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금은 보석이 사랑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돈에 눈이 어두워서 사랑을 버리고 떠나는 남자 혹은 여자에 대한 복수를 그린 드라마와 영화가 한때 인끼를 얻었던 적이 있다. 물질만능의 시대에 부부사이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매우 쉽다. 물질 만능의 시대이기에 진정한 사랑 이야기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연못속의 진흙탕 속에서 핀 연꽃이 더욱 아름다워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결혼에 조건을 따지고, 사랑보다는 직업과 재산을 먼저 따지는 요즘 세태가 심화될 수록, 이응태 부인의 편지는 우리에게 더 많은 울림을 줄 것이다.이응태 부인의 편지가 더 많은 울림을 주지 않을 정도로 우리사회가 물질만능의 세태에서 벗어나길 바래본다.

 

  작고 가벼운 책이다. 누구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한반도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유라시아 대륙의 초원길을 따라서 문화교류의 광활한 역사를 알려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광활한 교류의 역사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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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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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300~600페이지를 넘다드는 책들을 읽었다. 너무도 두꺼운 책들을 읽다보면 너무도 먼길을 항해하는 피로감이 밀려온다. 이제 가볍게 나들이를 갈 수 있는 200페이지 내외의 책을 꺼내들었다. 과연 연휴기간 동안 들고다니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나를 놀라게하는 새로운 지식의 보고였다. 과연 무엇이 나를 그토록 놀라게 했을까?

 

1. 나무에 대한 상식을 뒤집다.

 보통 나무는 살아있거나 죽어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나무를 들여다보면 살아있는 부분은 껍질에서 안쪽으로 10cm 정도밖에 안되며, 모두 살아있는 것은 껍질 주위 1cm 밖에 되지 않는다. 나무는 모두 가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래된 고목의 껍질은 살아있는데, 고목의 안은 썩어가는 것을 흔히본다. 이를 살리려 고목안을 연기로 소독하고 시멘트로 메우기도 한다. 이러한 치료법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책을 통해서 그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되었다. 아는 만큼 이해가 되는 법이다.

  회양목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보통 나무도장을 만들때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회양목은 우리주변에서 흔히 보던 정원수였다. 책속의 사진을 통해서 회양목을 확인하고 자세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회양목을 찾았다. 과연 학교에서, 정원에서 흔히보던 작달막한 나무였다. 흔히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게 마련이다. 이름없는 나무에서 회양목은 의미있는 나무로 다가왔다.

 

2. 나무도 사랑하고 슬퍼하며 갈등을 겪는다.

  연리지와 비익조를 아는가? 비익조가 눈과 날개가 하나밖에 없어 한쌍이 같이 몸을 의지해야 날수 있다는 상상의 새라면, 연리지는 서로 사랑하여 두 나무가 하나가되는 현실에 존재하는 나무이다. 가지가 뭍을 경우, 연리지이고, 몸통이 붙을 경우, 연리목이된다. 이를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으로 의인화한다.

  갈등이라는 말을 아는가? 갈은 칡을 뜻하고, 등은 등나무를 뜻한다. 다른 나무를 타고 혹은 감고 올라가서 태양빛을 독점하고, 다른 나무를 말라죽게하는 나무이다.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모습과 너무도 유사하다. 단순히 갈등의 한자를 해석하여 뜻을 이해하던 것이, 나무의 세계를 이해하고 살펴보니, 너무도 가슴에 와닿는 탁월한 단어라는 생각이든다. 또한가지 겨우살이를 아는가? 다른 나무에 붙어서 살면서 다른 나무의 수액과 양분을 빼앗아 먹는 기생충 나무이다. 그 나무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나무는 무척 고통스럽다. 인간사에서 보이는 모습이 나무들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어 씁쓸하다.

  나무도 굶주리고 슬퍼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동물원의 동물들이 광활한 야생의 세계에서 벗어나, 좁디좁은 우리안에서 슬프게 살아야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식물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렇다. 분재를 당한 식물은 너무도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당신은 나무를 사랑한다며 분재하지만, 나무에게는 엄청난 고통이란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고로쇠 수액을 먹은 적이 있는가? 이 또한 나무에게는 엄청난 고통이다. 봄이 다가오자 자신이 비축한 양분을 올려보내 고로쇠나무를 생동하게 하려했으나 인간은 이를 뽑아 마셔버린다. 고로쇠 나무에게는 인간이 흡혈귀로 보일 것이다.

 

3. 옥토끼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계수나무는 계수나무가 아니다.

  어제 가족이 속리산 법주사에 갔다. 막내딸이 계수나무 잎이라며 잎을 들어 사탕냄새가 난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달속에 사는 계수나무를 내 눈으로 직접본것이다. 막내딸이 유치원에서 배웠다며 계수나무잎 냄새를 맡아보란다. 솜사탕냄새, 꿀냄새가 났다. 우리가족은 막내에게 계수나무에 대해서 배웠고,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옥토끼를 생각하며 흐뭇하게 법주사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달에 있는 계수나무는 계수나무가 아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계수나무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다. 옥토끼와 관련이 있을 수 없다. 계피나무, 육계나무도, 월계수도 계수나무가 아니다. 계수나무는 정원수로 심는 '목서'이다. 하마터면 잘못된 지식으로 자신을 뽑낼 뻔한 잘못을 이책이 막아주었다.

 

4. 나무에 얽히 역사를 바로 잡아주다.

  교과서에서 매향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단순히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이 올때를 대비해서 그대 사용한 향나무를 바닷가에 뭍는 행사라고 매향을 이해했다. 그런데, 향나무를 뭍으면서 고려인들은 향나무, 소나무, 참나무를 뭍어 질좋은 침향을 얻길 바랬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러나 향나무나 소나무를 아무리 오래 묻어둔들 질좋은 침향이 될리가 없다. 교과서에서 피상적으로 알던 역사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고증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을 생각하는가? 보통 역사적 스토리와 등장 인물이 입고 있는 옷이 당시 기록과 부합하는가를 주로 따진다. 그런데 사극에 등장하는 나무가 과연 그시대 그 장소에 있었던 나무인지는 살펴보았는가? 플라타너스나 일본의 금송이 사극에 등장한다면 이는 엄청난 코미디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극을 보아왔다. 저자는 한발자국 더 나가서 문화재 주변에 있는 나무가 과연 그 문화재와 어울리는가도 질문한다. 임진왜란시기에 활약한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문화재 옆에 일본의 나무가 있다던가? 도산서원에 일본의 금송이 있다면 과연 이를 그냥 두고 넘어갈 수 있는가? 아는 만큼 보이는데, 알지못하니 눈뜬 장님이었다. 우리는.....

 

5. 그러나 동의 못하는 것들...

  일본의 목조 반가사유상의 제작지역이 반드시 한반도 라고 단정할 수 없다. 라는 말을 한국학자의 글을 통해서 들으리라고 생각해보았는가? 박상진교수는 나무전문가 답게 목조반가사유상이 한반도와 일본에 서식하는 '소나무'이기에 그것만으로는 한반도에서 제작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탁월한 지적을 한다. 그러나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비교해 본다면 한반도에서 같은 장인이 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지적해두고 싶다. 나무만 본다면 박상진 교수의 지적이 일리가 있어보이지만, 나무 이외의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본다면, 일본의 목조 반가사유상은 한반도에서 제작되어 일본에 전파된 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박상진교수는 '훈도시 차림의 일본병사들'이라는 표현을 임진왜란을 설명하면서 사용했다. 물론 농담조의 표현이라고도 볼수도 있지만, 당시 일본병사는 얼굴은 물론, 손목까지 보호하는 갑옷을 입었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거북선은 일본배를 당파를 사용해서 격파했을까? 박상진 교수는 나무전문가답게 배에 사용된 나무의 재질을 설명하며 치밀하게 논증한다. 즉 일본배가 편백나무를 주로 사용하는데 반해서, 우리의 판옥선은 단단한 소나무를 사용하고, 중요부에는 아주 단단한 참나무를 사용해서 배를 만들었기에 충분히 당파로 일본배를 침볼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도 물론 이에 동조한다. 그러나 거북선을 연구한 학자들 중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학자들이 꾀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자료를 찾아보고 결론을 내려야겠다.

 

  오랜만에 가벼우면서도 즐겁게 읽히고, 깊은 여운이 남는 책을 접했다.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이 한층 넓어진 느낌이다. 이제 문화재답사를 가면서, 사극을 보면서 보다 많은 나무들과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깊어가는 가을!! 나무와 대화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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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반양장)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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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을 읽기로 결심한 것은,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나서이다. 유발하라리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서 책의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나에게 많은 생각할 꺼리를 준 '사피엔스'! 그 위대한 작품에 영감을 준 '총,균,쇠'! 이 책을 읽어야 거시사의 대 장정이 끝날 것만 같았다. 이제 그 위대한 장정속으로 들어가 보자!

 

  1. 위대한 질문이 위대한 작품을 만든다!

  이 책을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쓰게된 동기는 열대의 섬 뉴기니의 해변을 거닐고 있을 때, 얄리라는 뉴기니인이 "왜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라는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다이아몬드 교수의 뇌리를 맴돌았고,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무척이나 오랜시간을 고민하며 보내야했다!! 이것은 '사피엔스'라는 책에서도 읽지 않았는가? 다이아몬드 교수와 유발하라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그리고 그 위대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 대답은 우리의 탄성을 자아낸다. 위대한 질문이 위대한 작품을 만든다는 진리를 나는 이 두권의 책에서 깨달았다.

  그래! 맞아! 유대인의 교육법 '하브루타'!! '하브루타'의 핵심은 바로 질문이다.!! 우리 교실에서는 질문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질문을하면 눈총을 받는 현실 속에서 질문은 사라졌고 오직 암기와 기껏해야 이해의 수준에서 머무른다. 종합, 비판이라는 고등사고력까지 길러지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니 세계 2위의 아이큐를 가진 한국인들이, 세계 0.2%로 안되는 유대인에 비해서 형편없는 노벨상 수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책에서는 여러차례 나에게 소리지르고 있다!! 위대한 질문을 하라!! 위대한 작품이 나올 것이다!!

 

2. 총,균,쇠를 따라가는 위대한 여정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역사는 자연환경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역사를 전공한 사람은 지리적 결정론이라는 생각이들어 못내 불편해할 것이다. 나도 그러니까.... 일제 식민사학자가 반도성론을 주장하며 한국인들은 반도라는 변하지 않는 환경속에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으로 부터 고통을 당할 운명이라고 주장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러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러한 수준을 뛰어넘었다. 축이 남북방향이라서, 가축화시킬 양서류가 적어서, 농경을 할 작물들이 원초적으로 적어서 일어난 일들이 영원히 이들지역이 낙후된 지역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숙명론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인류학과 고고학, 언어학 등을 통해서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자신의 가설을 끊임없이 검토하면서 자신의 주장의 예리함을 다듬어나갔다. 더 나아가서 아프리카에 반투족이 세력을 확장한 이유도 제시하고, 부록으로 일본인의 조상은 한반도에 왔다는 과강한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의 광범위한 자료수집과 다양한 학문적 방법론을 이용한 논증을 보면서 절로 감탄이 나왔다.

 

  나는 역사는 현미경처럼 미시적으로 보아야한다는 생각을 한동안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거시적으로 본다면, 일국사를 왕조단위로 끊어서 이해하는 정도였다. 이책을 읽는 내내 수십만년을 하나의 주제로 조망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으며, 이러한 조망을 위해서는 위대한 질문이 선행되어야함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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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모의 고고학 여행 2
김병모 지음 / 고래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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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이 김병모 교수의 수수께끼풀기의 과정이었다면, 2권은 김병모 교수의 고고학 여행으로 문을 열고 있다. 인더서 문명부터, 유럽의 거석문화, 이탈리아 여행, 이집트 여행 등... 고고학자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찾아가고 싶은 여행지였다. 그러나 김병모교수의 여향은 세계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김병모 개인의 관심을 풀기 위한 여향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었다. 바로 신어상이다.

   자신의 거무 잡잡한 피부색에 대한 콤플랙스에서 시작된 일종의 뿌리 찾기라 할 수 있다. '여행하는 물고기', '야마대국과 히미코'라는 주제는 특히 이러한 '신어상'을 수십년에 걸쳐서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이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 길고긴 여정이기도 했다.

  허황옥의 이야기를 많은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이를 꾸며진 이야기이며, 김수로왕릉의 신어상도 후대에 꾸며낸 조각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조작된 과거사로 생각될 뻔한 허황옥이야기를 고고학이 살려냈다. 기나긴 신어상 즉 물고기 문양을 찾아 나선 덕분에 '신어사상을 믿는 사람들의 루트'를 발견해 놓았다. 그리고 허황옥의 이야기가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도 발견해 놓았다. 즉, 아유타국에서 중국의 보주로, 다시 한반도의 가야로, 그리고 가야의 일파가 일본으로 이동 하면서 남겨놓은 '물고기 문양' 을밝혀 놓은 것이다.

  역사는 묻는자에게 진리를 알려주고, 고고학은 발견하는 자에게 진실을 보여준다. 김병모교수는 수십년의 노력에 결과 진실을 보았다.

  1,2권 책을 마무리하면서 김병모 교수는 우리가 알타이에서 내려온 북방계 인들과 남십자성을 보며 방향을 잡던 남방계인의 피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당부하고 있다. 우리가 지나치게 대륙의 기질을 강조하며 말달리던 북방을 그리워했기 때문일까? 우리가 무시한 남방계의 문화를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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