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책은 도끼다.'라는 제목이 강렬한데, 여기에 '다시'가 붙었다. 사실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고 싶어서 책을 골랐는데, '다시,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잘못 골랐다. 어쪄랴! 책을 읽어 내려갈 수밖에.... 그런데, 박웅현의 사진을 보면서, 나는 스님을 떠올렸다. 물론, 도올 김용옥 선생도 떠올랐다. 책을 읽는 동안 실제 스님들과도 교류를 하며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의 사유에 불교적인 사유의 흐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를 사로잡은 박웅현의 불교식 독서법을 살펴보자.

 

저자 박웅현은 책의 액기쓰를 짜내며 읽는 독서법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의미를 발견한 문장을 밑줄을 긋고 적어 놓았다가 이를 타이핑해 놓는 독서법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장들을 사무실에 걸어 놓기도하고, 따로 모아서 인문학 강독회를 열고 책으로 출판도한다. 팟캐스트 '인생내공'의 조우성 변호사도 이러한 방식으로 독서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들은 팟캐스트 제작과 공개강의를 할 때 요긴하게 사용한다.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체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강연 및 출판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OSMU)의 알뜰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박웅현은 '독서에 관하여'라는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며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강변한다.

 

"왜 꼭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있는 것만 예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이야깁니다."-35

 

그렇다. 우리는 예술가라는 사람이 평범한 일상을 묘사한 것을 보고 예술이라 감탄한다. 우리의 일상이 예술인데 우리는 너무 멀리서 예술을 찾았다. 박웅현의 글귀를 읽으며 나는 임제스님의 법문이 떠올랐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면, 네가 서 있는 바로 그곳이 진리의 세계이다!! 나의 인생에서 주인으로 살면서 나의 주변을 바라보면 그곳이 바로 진리의 세계, 곧 예술의 세계인 것이다. 머무르는 곳마다 진리의 세계가 될 수 있듯이 머루르는 그곳이 예술의 세계일 수 있는 것이다. 박웅현 자신은 모르겠지만, 그는 임제스님의 법문을 예술의 세계에 적용시켰다. 그의 사유에 불교적 사유가 흐르고 있기에 책을 읽으며 불교적 사유를 건져올리고 있다.

그렇다. 박웅현은 책속에서 진리를 건져 올렸다. 책속에는 그리고 세상에는 진리가 널려 있다. 그 진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89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고, 기록하는 자의 것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진리는 어디에나 있지만, 진리를 보고자하는 마음이 없다면 진리를 볼 수도 찾을 수도 없다. 평범한 돌도 가치를 알아보는 자에게는 보석이 되지만,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다이야몬드도 돌덩이일 뿐이다. 세상은 객관적으로 보이기보다는 주관적으로 보여진다. 각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을 볼 뿐이다.

그런데,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라는 문장 자체는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문장으로 보인다. 달은 하나이지만, 천개의 강에 떠오른다는 문장 자체가 모티브가 되어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라는 문장에 영향을 주었다고 추리한다면 나의 억측일까? '월인천강지곡'은 세종대왕이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한글로 편찬한 찬불가이다. 부처를 달에 비유하고, 그 달이 하나이지만, 천개의 강에 떠오른다는 표현 자체는 무척이나 문학적이다. 박웅현이 불교적 사유가 내면에 흐르고 있었기에 이 문장이 그의 가슴을 울리지 않았을까?

박웅현이 불교적 사유에 깊이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문장이 있다.

 

"그 오랜 세월의 몸부림과 분투 끝에 셰익스피어는 마침내 모든 희망으로 부터 해방되었다. (중략) 그렇게 그는 자유로워졌다."-211

 

이 글에서 "모든 희망"을 불교식으로 표현하자면 "욕망" 혹은 "집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집착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는 해탈하고 열반에 들 수 있지 않을까? 불교의 중요한 화두인 집착을 버리라는 말을 카잔차키스는 '희망'이라 표현했다. 박웅현의 내면에 흐르는 불교적 사유는 이를 놓치지 않고 건져올렸다.

스님들은 너의 욕망을 버리고 너의 마음을 곧바로 보라고 말씀하신다. 이것이 바로 '직지인심(直旨人心) '이다. 박웅현도 이와 비슷한 글귀를 놓치지 않았다.

 

"짧은 순간 동안 이 문장은 삶의 산문성을 가리는 커튼을 살짝 걷어 올린다."-220

 

밀란쿤데라의 이 글귀는 돈키호테의 죽음을 설명하면서 우리 인간의 본성을 곧바로 들여다보게한다. 돈키호테 주변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만하지 않는다.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질녀는 특히 그러하다. 보통의 문학작품들이 필요한 부분만 아름답게 조각하여 보여주지만, 돈키호테라는 작품은 우리의 본성을 가리고 있는 커튼을 찢어버린다. 그리고 그 속성을 곧바로 보여준다. 이는 우리의 현실을 곧바로 보라는 불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그렇게 박웅현은 불교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한알의 밀알에서 우주를 발견하고, 우리의 삶이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불교의 가르침이다. 박웅현의 인문학 강독회와 이를 묶어서 편찬한 '책은 도끼다.''다시, 책은 도끼다.'라는 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불교 철학의 깊이 있는 사유를 박웅현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쉽고 재미있게 풀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참선을 통해서 깨달음의 세계에 진입하는 스님의 모습을 박웅현의 모습에서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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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9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박웅현님 책
도끼! 리커버도 출간 되었네요^^

강나루 2021-12-10 06: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도 감사해요^^

쎄인트saint 2021-12-09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12-10 06: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thkang1001 2021-12-09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리뷰에 선정 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12-10 06: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축하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하라 2021-12-09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강나루 2021-12-10 06: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12월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2-09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강나루 2021-12-10 06:02   좋아요 1 | URL
부지런한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러블리땡 2021-12-10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강나루 2021-12-10 06:03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님 감사합니다.

러블리땡님도 행복하게 주말 보내세요.

물감 2021-12-10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당선 축하해요😀
좋은하루 되시길요😉

강나루 2021-12-11 07:12   좋아요 1 | URL
물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