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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 - 성의 기원을 밝히는 발칙한 진화 이야기
존 롱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존 롱/행성B이오스] 성의 기원을 밝히는 발칙한 진화 이야기
편견 없이 보라는 책이지만, 낯을 붉히지 말고 읽으라는 책이지만, 그저 즐겁게 읽으라는 책이지만 그게 쉽지 않은 책이다.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 제목에서부터 몹시 끌린 책이다. 제목처럼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 걸까? 진짜?’ 그런 의구심을 갖고 읽은 책이다.
‘성의 기원을 밝히는 발칙한 진화 이야기’라는 부제에서는 더욱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며 관심을 끌어들인 책이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종들을 합하면 모두 2,000만~4,500만 종이라고 한다. 그 중에 99%는 곤충, 세균, 미생물, 기타 무척추동물이라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생물계에서도 누구는 살고 누구는 멸종한다, DNA가 98% 유사한 인간과 침팬지는 약 700만 년 전에 공통조상으로 갈라져 나와 지금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생존과 멸종, 분화와 진화를 거듭하는 생태계에서 영원히 생존할 수 있는 종은 무엇일까. 종족 보존을 위한 성은 언제부터 진화해 왔을까.
저자는 성에 대한 이야기, 종족별 생식 기관의 차이, 생식 기관의 길이, 배아 화석을 통해서 본 짝짓기의 기원, 고생대 데본기에 살았던 판피어류의 일종인 틱토돈티드 화석에서 암수의 짝짓기 증거를 발견한 이야기, 38cm로 척추동물 최대의 페니스를 자랑하는 아르헨티나 오리, 교미 도중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 사마귀, 혼음을 하는 바늘두더지, 동성애를 하는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수컷 턱끈펭귄 커플 등 신기하고 희한한 생물계의 성의 진화 이야기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보노보의 사랑 행위가 집단 결속을 강화하는 수단으로도 쓰인다니, 황소나 염소, 양, 낙타, 코끼리 등의 자위행위를 즐긴다는 성과학자들의 이야기, 난자를 만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거나 속고 속이는 전쟁을 벌이는 정자전쟁, 거북이가 다른 파충류보다 큰 페니스를 가진 이유가 중간에 끼인 꼬리 때문이라니, 강하고, 빠르고, 섹시해야 정자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니...... 모두 놀랍고 신기한 종족본능과 적자생존 이야기다.
이 땅을 살았던, 혹은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사랑과 짝짓기, 생식기의 진화 등 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고생물학자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수정이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최초로 밝힌 천재 과학자인 베를린 대학교의 생물학 교수였던 오스카 헤르트비히를 기억하라는 말로 끝을 맺는 유머까지 있는 재미난 책이다.
저자인 존 롱은 세계적인 고생물학자이자 미국 LA 카운티 자연사박물관의 연구 및 소장품 담당 부관장이다. 과학저널 <네이처> 등에 여러 편의 논문을 기고했고, 권위 있는 연구상을 여러 번 수상했다고 한다. 호주 뮤지엄 빅토리아의 과학부장, 서호주 박물관의 척추고생물학 큐레이터를 역임했다고 한다.
얼마 전, 모 대학교 교양수업에서 발칙한 사건이 있었다며 뉴스에 오른 적이 있다. 대학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성기를 그려 오라는 과제를 주었다가 학생들의 반발이 거셌다는 뉴스다. 외국에서나 국내에서 그런 수업이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읽으면서 종족 유지, 생존을 위한 생식기지만 어찌 그런 민망한 일을 시킬까. 과학자들의 연구도 아니고 일반교양 수업에서 말이지. 아예 이런 책을 읽도록 했으면, 그리고 토론하게 했다면 반발이 그리 심하진 않았을 텐데…….
어쨌든, 성의 진화에 대한 책은 처음 접하지만 몰랐던 동물의 성과 그 진화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매력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