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 반전


티브이로 영화를 볼 때가 많다. 최근 <극한 직업>을 재밌게 봤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는 놀라움과 재미를 느끼게 한다. 잘 살펴보면 영화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반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책을 끼고 산다는 것과 글을 쓰며 산다는 것이 예상치 못했다는 점에서 내 친구들에게는 반전이다. 내가 어울리지 않게 맏며느리가 된 것도 반전이다.

 

부자였던 지인이 훗날 가난하게 된 것도 반전이고, 빈자였던 지인이 훗날 부자가 된 것도 반전이다. 코로나19가 갑자기 발생하여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게 된 것도 반전이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기미가 보이는 것도 반전이다.

 

감정의 반전은 또 얼마나 많은가. 좋아했던 이가 싫어지기도 하고 싫어했던 이가 좋아지기도 한다. 첫인상이 차가워 보였던 사람에게서 마음이 따뜻함을 발견하게 되고, 첫인상이 좋았던 사람에게서 실망을 느끼기도 한다.

 

예측을 불허하는 영화의 결말처럼 미래를 알 수 없는 삶을 우리는 산다. 늘 평안히 지낼 것만 같았던 자도 교통사고를 당해 불행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겠다. 오만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2.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 :

아침 식사 후 마시는 커피,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비온 뒤 창문에 달린 물방울,

늦여름의 해 질 무렵,

시원한 바람을 만나는 산책,

단풍이 곱게 물든 풍경,

자세가 많이 좋아졌다는 발레 선생의 칭찬,

발레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

목표 수치보다 많이 나온 하루의 걸음 수,

주문하여 배달된 책들,

내 블로그에 달린 댓글들,

 

싫어하는 것 :

할 일이 많은 날,

스팸 전화,

푹푹 찌는 한여름,

장마철의 습기,

여행에서 돌아오는 시간,

사람이 많은 지하철,

지나가던 차가 끼얹는 흙탕물,

오만한 사람, 

화를 잘 내는 사람,


여러분도 써 보시길...




 

3. 내면세계를 지배하라
















....................

삶의 많은 것들이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배할 수 있다. 바로 우리의 생각과 충동, 욕망, 혐오감, 즉 우리의 정신적·감정적 삶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헤라클레스의 기운과 슈퍼히어로의 파워가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내면세계만을 제어할 수 있다. 내면세계를 지배하라, 그러면 천하무적이 될 것이라고, 스토아철학은 말한다.

우리는 너무 자주 자신의 행복을 타인의 손에 맡긴다. 고압적인 상사나 변덕스러운 친구, 인스타그램 팔로어 같은 타인의 손에.(407~408)

 

에픽테토스는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 몸을 맡기는 상황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터무니없지 않나?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매일 마음속에서 하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주권을 타인에게 이양해 그들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게 만든다.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 지금 당장.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 훨씬 쉽다.(408)

 

-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게 쉽겠지만,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도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자기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고, 생각을 바꾸기 힘들며, 습관을 고치기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도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 훨씬 쉽다.”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8-30 1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것 : 책, 우리 똘망이 쓰다듬기, 포근하고 보들한 이불, 잠든 남편 ㅎㅎ 새 양말. 아침에 마시는 커피
싫어하는 것: 병원 두통 제사와 명절 ㅎㅎ

페크님 글 읽으며 저도 인간이란 참 겸손해야 하는 존재임을 생각하게 됩니다 *^^*

페크pek0501 2022-08-30 12:50   좋아요 1 | URL
곧 포근한 이불이 좋아질 날씨가 되겠어요.
잠든 남편은 저도 좋아합니다. 이상하게도 잠든 얼굴이 순해 보이죠.ㅋㅋ
싫어하는 것 - 명절은 모든 주부들의 공통점인 듯해요. 그런데 좋은 점은 며칠 간 반찬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에요. 이왕이면 장점에 주목하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된다는...ㅋ

친정어머니가 아팠을 때 집안일 도와 주시는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이 사고를 당해 하루아침에 심각했었어요.
제가 어찌나 놀랐던지... 그때 일을 떠올리면 산다는 게 참 어려운 거구나 싶어요. 무탈함이 행복이에요.^^

거리의화가 2022-08-30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것: 시원한 바람 맞으며 하는 산책(저도 동감!), 책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어떤 배움이든), 공복이 아닌 상태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타임, 옆지기와의 건설적인(!) 토론

싫어하는 것: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 한달마다 돌아오는 두통/생리통, 추위

둘다 더 있을 것 같은데 당장은 이렇게 정리해야겠네요^^;

페크pek0501 2022-08-30 13:04   좋아요 2 | URL
옆지기와 건설적인 토론도 하시는군요. 바람직해 보이십니당~~

거리의화가 님 덕 분에 생각나서 싫어하는 것에 오만한 사람, 화를 잘 내는 사람 을 추가했어요.^^

페넬로페 2022-08-30 1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극한직업 재밌게 보았고 감정의 반전도 수시로 느낍니다.
인생의 좋은 반전도 기대하게 되네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완전 확실했는데 이제 그것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게 되었어요.
더위의 장점도 생각할 정도로요.
이 현상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저 자신도 헷갈립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2-08-31 12:58   좋아요 2 | URL
극한직업 보면서 빵 빵 터졌어요. 전화 받는 장면,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치킨인가 왕갈비인가 하는 부분은(제 기억이 맞는지...ㅋ) 지금 생각해도 웃겨요. 손님을 받지 않으려고 일부러 치킨 값을 올렸더니 맛집으로 소문 나 손님이 붐비고 일본에서도 방문하는 등 아이디어가 너무 기발해요. 반전이 일어나는 게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건 이 영화의 큰 장점이에요.
더위의 장점도 있긴 하지요. 여름의 장점도 분명히 있어요. 다만 넘 덥다 보니 그 장점을 못 느낄 뿐.
경계가 뚜렷하지 않음은 좋은 점 같습니다.ㅋㅋ^^

새파랑 2022-08-30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것 : 사람
싫어하는것 : 사람

ㅋ 전 어쩔수없이 겸허하게 살고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22-08-31 12:59   좋아요 1 | URL
으음... 많이 좋아할 수 있는 것도, 많이 싫어할 수 있는 것도 사람. 일리 있어요.
저도 겸허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stella.K 2022-08-30 15: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는 차가 내지르는 흙탕물 저도요!
며칠 전 비 오는 날 횡단보도에서 신호등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차가 그러는데 의도적으로 그런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커브 틀 때 속력을
내는 거 보면. 욕을 바가지로 해 줬는데 소화는 됐는지 모르겠어요.ㅋ

페크pek0501 2022-08-31 13:01   좋아요 2 | URL
예전에 흙탕물 뒤집어 쓰고 출근한 적 있어요. 비가 오는 날엔 운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죠.
맞아요, 꼭 일부러 튀기게 했다는 의심이 저도 들더군요. ㅋㅋ
그런 운전자도 한 번쯤 흙탕물을 경험하게 되리라 믿어요.ㅋㅋ

프레이야 2022-08-30 17: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구 저도 어울리지 않게 맏며느리에요.
그딴 거 안 하고 싶은데 참 어쩌다 ㅎㅎ
예상치 못한 것 투성이지요
댓글 좋아하신다니 저도 하나 보태요 ㅋ
재미있는 리스트네요. 뭐 있을까나.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많지만
두 개씩만 말한다면
집에 퍼지는 갓 내린 커피향, 한적한 전시 관람
맞춤법/띄어쓰기 너무 지나친 반복오류(실수가 아니라), 허영/허세

페크pek0501 2022-08-31 13:05   좋아요 1 | URL
제가 맏며느리라고 하니 친구들이 막 웃었던 게 기억 나네요. 하하~~ 제가 살림 못하게 생겼나 봐요.
저도 막내 며느리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동서를 부러워하죠.
커피 향 너무 좋죠.
저도 낱말 반복이 많은 글을 하나 썼어요. 어쩔 수 없이...ㅋ
허영, 허세를 지우기...ㅋ

서니데이 2022-08-31 0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극한직업, 보고 싶었는데 놓쳐서 아직도 못 보고 있어요.
설정이 좋아서 나중에 한 번 보려고요.
전에는 저도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잘 고르지 못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차이를 느낍니다.
저는 급한 성격에 화 잘 내는 편인데, 페크의 싫어하는 것 안에 들어갈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오늘은 8월 마지막 날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08-31 13:07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극한직업을 꼭 보세요. 코미디의 진수를 알게 될 거예요.
저도 욱하는 성질이 좀 있어서...ㅋㅋ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뭐가 잘못됐는지 알겠더라고요. 끝까지 자기 잘못을 모르는 사람이 문제인 것 같아요. 서니데이 님이 화 내시면 긍정적으로 볼게요. ㅋ
오늘이 8월의 마지막 날이군요. 내일부터 9월이라니. 달력 몇 장 안 남았다는 사실이 아쉽네요.
9월은 더 즐거운 날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2022-08-31 0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면세계를 지배하라, 정말 맞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자기 안에 있는 것 때문에 더 힘들기도 하니... 자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도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럴 것 같아도 그런 사람 없으면 좋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2-08-31 13:09   좋아요 1 | URL
자신을 가장 괴롭히는 사람이 어쩌면 자기 자신일 수 있겠어요. 마음 비우기조차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계획 잘 세우셔서 좋은 9월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기억의집 2022-08-31 0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에 딱 한잔 커피 마시는데.. 이침에 마시는 커피가 좋아요. 페크님은 식사 후 드시네요. 전 빈속에… 반전 인생 많죠. 전 나이 들어 돈 걱정 없이 살았으면 하는 반전을 기대해 봅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2-08-31 13:12   좋아요 1 | URL
저도 하루에 한 잔을 마시는데 오늘은 한 잔 반을 마셨네요. 자꾸 당겨서요.
저는 식사 후 30분 지나 마십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지라...
그 반전은 필수 사항인 것 같습니다. 돈 걱정이 인생의 반은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돈과 건강에 대해서만 걱정이 없다면 즐거운 인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두 가지가 문제예요.
그 반전이 꼭 이루어지실 겁니다. 파이팅!!!

scott 2022-09-01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를 싫어 합니다!ㅎㅎ


비 그만 내렸으면

가을의 향기를 못 느낄 것 같아서 ㅎㅎㅎ

여행에서 돌아오는 시간보다 발레 하고 돌아가는 시간을 더 사릉 하시는 페크님

발레후엔 어떤 음식도 안 드실 것 같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9-02 11:17   좋아요 2 | URL
하하~~ 혹시 우산 없을 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싫어하는 게 아닌가요? 저는 집에 있을 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좋아합니다. 홍수 피해가 커서 놀랐어요. 파키스탄은 비가 많이 와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비가 무서워요. 한때 내리는 소나기정도야 환영이지만요.
여행에서 돌아올 땐 아쉬움이, 발레 하고 돌아올 땐 운동하고 왔다는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발레 후엔 당연히 먹죠. 운동하고 왔으니 오히려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ㅋㅋ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