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 : 또 한 주가 시작되었다. 시간이 마술을 부려서 높은 시간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에 머무른 듯하다. 앞으로 또 그런 마술을 부려서 한 달이 금방 가고, 이 여름이 금방 갈 것 같다. 시간의 마술에 우리가 속아 넘어가는 것만 같다. 왜 그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바쁜 일상에 쫓겨 이곳 서재에 소홀하다 보면, 어느새 글을 올린 지가 한참 되었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왜 그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2. 시간의 흐름 : 시간의 흐름에 대한 느낌은 다를 때가 많다. 관심 있는 책을 읽을 때와 같이 재밌는 시간은 긴 시간이라도 빨리 가는 것으로 느껴지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와 같이 지루한 시간은 짧은 시간이라도 천천히 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각각의 시간의 ‘의미 없음’과 ‘의미 있음’의 차이일까.

 

 

 

 

 

3. 시간의 의미 : 나는 여행 가기 전날인 어느 날에 여행 가방을 싸면서 여행을 가기도 전에 미리 행복한 적이 있다. 오늘 커피를 타면서 커피의 맛을 보기도 전에 미리 행복했다. 오늘 넷북을 켜면서 글을 쓰기도 전에 미리 행복했다.

 

 

<어린 왕자>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어린 왕자는 이튿날 다시 왔다. 그러자 여우가 말했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오면 더 좋을 거야.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4시가 되면 벌써 안절부절못하고 걱정이 될 거야.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나는 몇 시에 마음을 곱게 치장해야 할지 알 수가 없잖아…… 예절이 필요한 거란다.”

 

 

- 생텍쥐페리 저, <어린 왕자>에서.

 

 

 

 

 

   

4. 행복이란 : 때로는 행복이란, 큰 액수의 재산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배고플 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한 끼의 식사 값에서 얻어지는 수가 있다. 또 행복이란, 누가 주느냐에 따라서 백 송이의 장미꽃보다 한 송이의 장미꽃에서 얻어지는 수가 있다.

 

 

 

 

“아저씨 별의 사람들은 한 정원 안에 장미꽃을 5천 송이나 가꾸지만…… 그들이 찾는 것을 거기서 발견하지는 못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그들이 찾는 것은 단 한 송이의 장미꽃이나 물 한 모금에서 얻어질 수도 있어…….”

 

“그야 물론이지.”

 

내가 대답했다.

 

 

- 생텍쥐페리 저, <어린 왕자>에서.

 

 

 

 

 

 

5. 길들이기 : ‘베란다 확장 공사’를 한 아파트에서 살기 때문에 베란다가 없어서 거실에서 화초를 키우고 있다. 거실 바닥에 물이 젖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기에 물을 주는 일이 간단하지가 않다. 화분을 부엌이나 욕실로 가져가서 물을 흠뻑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화초가 잘 자란다. 일을 줄이고 싶은 나는 사실 화초를 없애야 한다. 그런데 나와 십 몇 년을 함께 해 온 세월 때문에 마치 식구처럼 느껴져서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내가 키운 모든 화초는 내게 특별한 것이다. 어느 가게에서 팔고 있는 화초와 아주 다른 존재인 것이다.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정성껏 물을 주며 보살펴 준 화초이므로. 내가 길들인 화초이므로.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물었다.)

 

“(…) ‘길들인다’는 건 무슨 뜻이지?”

 

“(…)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란다.”

 

“관계를 맺는다고?”

 

“(…) 난 너에게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 생텍쥐페리 저,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는 장미꽃들을 다시 만나러 갔다.

 

“너희들은 내 장미꽃들과는 조금도 같지 않아.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도 너희를 길들이지 못했어. 내 여우도 너희와 마찬가지였어. 수만 마리의 다른 여우와 같은 여우에 지나지 않았어. 그렇지만 그 여우를 내 친구로 삼으니까 지금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었어.”

 

 

- 생텍쥐페리 저,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는 또 이런 말도 했다.

 

“너희들은 아름답긴 하지만 속이 비었어.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내 장미도 지나가는 행인에겐 너희들과 똑같이 생긴 것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내게는 그 꽃 한 송이가 너희들 모두보다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바람막이를 씌워 주고 바람을 막아준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준 것이 그 장미꽃이었으니까. 그리고 불평을 하거나 자랑을 늘어놓는 것도,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도 귀기울여 들어준 꽃이기 때문이지.”

 

 

- 생텍쥐페리 저, <어린 왕자>에서.

 

 

 

 

 

 

6. 마음으로 느끼기 : 아는 선배에게 내가 물은 적이 있다.

 

 

“선배님은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가장 좋으세요?”

 

 

그랬더니 그 선배가 웃으며 답했다.

 

 

“봄은 봄대로 좋고, 여름은 여름대로 좋고, 가을은 가을대로 좋고, 겨울은 겨울대로 좋아.”

 

 

나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제가 물으나마나한 거잖아요. 그런 싱거운 대답을 하시다니.”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나 역시 누군가가 그렇게 묻는다면 그 선배처럼 대답하게 될 것 같다. 정말, 봄은 봄대로 좋고, 여름은 여름대로 좋고, 가을은 가을대로 좋고, 겨울은 겨울대로 좋다. 이제야 사계절이 다 좋다는 것을 그 선배처럼 알겠다.

 

 

며칠 전, 여름 날씨에 반해 버렸다. 장마철이라 무더위가 시작되지 않아서겠지만 날씨가 참 좋다고 느꼈다. 저녁에 산책을 해 보면 얼마나 좋은 날씨인지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비 개인 날에 걸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와 피부에 닿는 공기의 감촉이 신선해서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여행을 가게 된다면, 저녁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할 수 있는 여름에 가리라. 따뜻한 겨울도 좋지만 시원한 여름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그동안 여름의 매력을 모른 것은 무더위로 인해 그 계절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서였을 것이다. 다른 계절도 그 좋은 점을 마음으로 느껴 보는 여유를 갖는다면 그 매력을 알게 될 것이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 내 비밀을 일러 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다.”

 

 

- 생텍쥐페리 저, <어린 왕자>에서.

 

 

 

 

 

 

7. 여름이 아름다운 이유 : 여름이 덥기만 하다면 그래서 시원한 순간은 한 번도 없다면 여름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여름에 가장 좋아하는 건 이런 것.

 

 

- 밖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대낮인데, 거실의 찬 바닥에 누워 책을 보는 것.

- 누워 책을 보면서 창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의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것을 느끼는 것.

- 책을 읽다가 스르르 잠이 오는 것.

- 잠에서 깨어나 욕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하는 것.

- 저녁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것.

- 운동으로 흘린 땀을 씻기 위해 샤워하는 것.

- 문득 창밖을 보았는데 비 오는 풍경이 보이는 것.

 

 

여름이 아름다운 것은 그 무더위 속에서도 시원한 순간을 선사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 비밀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여름을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 생텍쥐페리 저, <어린 왕자>에서.

 

 

 

 

 

 

8. 짧은 행복 : 한때 혼자 살고 싶었던 적이 있다. 혼자서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주부라면 누구나 혼자서 자유롭게 사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지 않을까.

 

 

혼자 살면 우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애들과 남편을 위한 아침상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늦잠을 실컷 잘 수 있겠다. 내 소원 중 하나는 스스로 잠을 깨고 싶을 때 일어나는 것. 낮에 일어나도 누가 뭐라 하겠는가. 늦잠을 자도 되니까 밤에 늦게까지 책을 보든지 티브이를 봐도 되겠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해도 누가 뭐라 하겠는가. 밥상을 차리기 싫으면 밖에 나가 한 끼 사 먹어도 되겠다. 누라 뭐라 하겠는가.

 

 

그런데 막상 혼자 있는 경험을 해 보면 꼭 좋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느 여름에 남편과 애들이 시집 식구들과 물놀이를 간 적 있다. 나는 그때 논술수업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 그래서 혼자 집에 남아 이박 삼 일의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물론 처음엔 기뻤다. 신났다. 내 소원이 이뤄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환상은 밤이 되자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밤에 혼자서 자려니 문단속을 반복해서 살피게 되고, 무슨 소리만 나도 도둑인가 싶어서 신경이 쓰여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혼자 살면 불편한 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삼 일째 저녁이 되자 이젠 식구가 집에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모든 식구가 밖에 나가고 없는 월요일 아침을 좋아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네 식구가 함께 지내다가 월요일 아침에 혼자 남는 건 즐겁기 때문이다. 그 즐거운 자유가 좋다. 그런데 그 즐거움은 저녁때가 되면 돌아오는 식구가 있다는 것을 전제해서라는 걸 이젠 안다. 직장인들이 휴일이 즐거운 것은 출근하는 평일이 있다는 걸 전제해서인 것처럼.

 

 

내가 아는 한, 행복한 시간은 길어지면 그 행복이 물기가 증발하듯 날아가 버린다. 짧은 시간의 행복일 때만이 행복일 수 있을 뿐, 길게 매일 가지는 행복은 없다. ‘행복은 짧음’, 이게 행복의 속성인지 모른다.

 

 

 

 

 

* 맺는말

 

 

1번에서 8번까지의 글에서 관통하는, 공통적인 것은 ‘무엇에 의미 두기’이다. 무엇에든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그것은 그것 자체와 전혀 다른 것이 되어 버린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물건이 특별한 물건이 되는 것은 ‘추억의 물건’이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듯이.

 

 

 

 

“예절이 뭐야?”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물었다. (그러자 여우가 대답했다.)

 

“그것도 너무나 잊혀진 거지. 그건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만들고, 어느 한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거지. 가령 내가 아는 사냥꾼들에게도 예절이 있어. 그들은 목요일에 동네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 말이야. 그래서 목요일은 내게 있어 기막히게 좋은 날이란다! 나는 포도밭까지 소풍을 가지.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고 해 봐. 그저 그날이 그날 같고, 나는 휴가라는 게 없을 거 아니니?”

 

 

- 생텍쥐페리 저, <어린 왕자>에서.

 

 

 

이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 이처럼 삶이란, 매일 똑같은 목요일이 되지 않게 무엇에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의미를 가지고 사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만약 그렇다면, 좋은 쪽으로 의미를 가지고 사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겠다고.

 

 

이것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을 낯설게 인식하면 삶은 언제든지 달라져 보인다고.

 

 

 

 

.................................................................

 

 

(출간일순)

 

 

 

 

 

 

 

 

 

 

 

 

 

 

 

 

 

 

 

 

 

 

 

 

 

 

 

 

 

 

 

 

 

 

 

 

 

 

 

 

 

 

(인용문은 하서 출판사의 책에서 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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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7-2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이라는 나라는,
우두머리로 나서려는 정치꾼들이 바보짓을 하지만,
사람들 스스로 좋은 숲에서 네 철을 누리려 하면,
참 살기 좋은 아름다운 터라고 느껴요.

네 철이 골고루 돌아가면서 찾아오는 일이란,
참 고마운 사랑이로구나 싶어요.

페크pek0501 2012-07-24 00:24   좋아요 0 | URL
네 철을 누리는 행복을 된장 님은 잘 아시겠지요.
된장 님 덕분에 무플을 면했어요. 휴우~~
반갑고 고맙습니다.

글쓰는 일이란 창피함을 무릅쓰고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점점 창피해지면 글을 못 쓰게 되겠지요... 그래서 좀 두꺼워져야겠다, 뭐 그런 생각을 오늘 파마하면서 했어요. ㅋㅋ
두꺼워져야징...

노이에자이트 2012-07-24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니뭐니해도 여름의 즐거움은 늘씬한 미녀의 각선미죠.신이여...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2-07-24 11:06   좋아요 0 | URL
ㅋㅋ 남자로 태어나서 좋으시겠어요. 저는 그런 감사를 할 만한 일이 없어서요. 그러보 보니 여름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계절이군요.
그건 생각 못했는데... 아무튼 노이에자이트 님은 참 재밌어요. ㅋ

프레이야 2012-07-24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이 좋은, 페크님만의 이유에 공감되네요.^^
벌써 지치지 시작하는 것 같아서 잘 먹고 잘 자고 기운 좀 내려구요.
지금 매미 소리 울울창창, 쨍쨍한 여름날 하루 시작이어요!!!

페크pek0501 2012-07-24 11:0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벌써 지치시면 어떡해요? 그래도 여름이 많이 갔어요.
앞으로 3주만 버티면 8월 중순인데, 그때쯤이면 해수욕장 폐장이랍니다. 아침 저녁으로 시원할 거예요.
여름엔 삼계탕이 최고예요. 만들기도 편하고요. 그거 드시면 기운이 날 거예요.
 

 

 

 

1. 이별 : 이런 가사에 반했다. 연인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노래인 듯.

 

 

<바람이 분다>

 

 

(...)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다가 ‘젊음’을 떠올렸다. 요즘 거울을 보니 내가 늙어 있다. 아직 얼굴에 주름살은 없지만 어딘지 예전과 같지 않다. 젊음이 날아간 느낌이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나와 젊음과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 것이다.

 

 

나와 젊음과의 이별. 내가 언제 젊음을 떠나보냈던가.

 

 

 

2. 만남 : 예전에 미혼시절, 여자에 대해 소유욕이 강하고 집착이 강한 남자를 경계하는 편이었다. 내가 고단해지는 게 싫어서다. 일반적으로 상대에 대한 소유욕과 집착을 보일 때 상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자기의 기분에 취해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리기도 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자신의 그런 모습(소유욕과 집착) 때문에 상대가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일로 싸우다 보면 정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또는 매력이 상실되기도 하니까. 그런데 대부분 이것을 잊는다. 그래서 상대가 떠난 뒤에 후회한다.

 

 

"상대가 우리더러 마음대로 살라고 허락한다면 그것은 보통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알랭 드 보통 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이 말은 소유욕과 집착은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이고, 그게 없다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에서 소유욕과 집착의 단계를 뛰어 넘으면 즉 더 고차원적인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에게 자유를 주고 "(그렇게 하는 게) 당신이 좋다면 나도 좋아.", “당신이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해.”하는 높은 경지에 가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누가 봐도 도를 지나친 경우를 제외하고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고차원적인 사랑의 경지에 올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연인 간의 사랑에는 정신적인 성숙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인격(품격)이 있어야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 (비뚤어진 사랑 말고 올바른) 사랑의 중요한 요소는 인격이라는 것이다. 어디 연인 관계뿐이겠는가. 인격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필수 조건일 듯싶다.

 

 

 

3. 컨디션 : 연인 사이든 친구 사이든 인간관계에서는 잠을 충분히 자야 하는 것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컨디션에 따라 다른 태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존 티어니 저, <의지력의 재발견>이란 책이 있는데, 이 책은 배고플 땐 싸우지 말라고 말한다. 특히 "점심을 먹고 4시간이 지난 후에는 상사와 논쟁하지 마라. 저녁을 먹기 바로 전에는 배우자와 심각한 문제로 다투지 마라."라고 한다. 배고플 땐 신경이 날카로울 수 있으니까. 더운 여름날 짜증이 나 있는데, 누군가 건드리면 별일 아닌 것에 폭발하는 경우도 있지 않던가.

 

 

예전, 신문에 황당한 사건이 난 적 있다. 무더운 여름날 공중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이 앞의 사람이 오래 통화했다는 이유로 홧김에 그 사람을 칼로 찌른 사건이었다. 무더위로 인해 그의 컨디션이 나쁜 게 문제였다. 인간이란 이렇게 비이성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존재이다. 우리 모두 그런 부족한 존재일 뿐이다.

 

 

“인간은 지극히 무계획적이고 무도덕적이며 비효율적인 자연 선택 과정의 우연한 결과물”(최재천 저, <다윈 지능>에서.)이기 때문일까.

 

 

 

 

 

 

 

 

 

 

 

 

 

 

 

 

 

 

 

4. 배려 : 사람과의 관계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서로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출발은 '자신이 부족한 존재인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에서부터일 듯싶다. 우리는 타인이 지나온 삶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모르고 함부로 말함으로써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것, 어렵다.)

 

 

우리가 배려하지 않으면서 어찌 남이 배려하길 바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선하지 않으면서 어찌 남이 선하길 바랄 수 있겠는가. 우리가 도덕적이지 않으면서 어찌 남이 도덕적이길 바랄 수 있겠는가.

 

 

 

5. 관계 : 인간관계는 사람이 풍선을 안고 있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세게 안으면 풍선이 터지고, 허술하게 안으면 풍선이 날아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도 사람과 풍선의 간격과 같다고 볼 수 있겠다.

 

 

혜민 스님은 이렇게 썼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너무 오래 시간 착 달라붙어 있으면

힘들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사랑을 할 때는

같은 지붕을 떠받치는,

하지만 간격이 있는 두 기둥처럼 하세요.” - 혜민 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169쪽.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하면 싫어하든 말든

그냥 내버려두고 사십시오.

싫어하는 것은 엄격히 말하면 그 사람 문제지 내 문제는 아닙니다.” - 같은 책, 130쪽.

 

 

 

“오늘 하루, 당신을 힘들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이고, 당신을 기쁘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입니다.” - 같은 책, 72쪽.

 

 

                                                          

 

 

 

 

        (아, 이 책엔 좋은 글이 많아 요즘 감탄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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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06-20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건강은 좀 어떠세요? 회복해서 돌아오신 건가요? ^^

페크pek0501 2012-06-20 19:22   좋아요 0 | URL
예, 이미 회복되었는데,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휴식이 좀 필요했어요. 쉬니까 계속 쉬게 되더라고요.
반갑고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12-06-20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짤막한 심리학책을 읽은 기분이네요. 몇 구절은 공책에 적어놨어요. 나쁜 감정은 이상하게도 기억에서는 잊혀지더라도 마음속에 축적이 되나봐요. 요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켜켜이 쌓인 감정의 응어리를 벗겨내는 방법에 대해서요. 정말 어려워요. 가족 사이에도 어렵고, 타인과의 관계는 또 얼마나 어려운지. 아직 제 인격은 미흡하디 미흡한가봐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페크님! (그러고 보니 참 오랜만! 위에 댓글을 보니, 어디 아프셨나요? ...)

페크pek0501 2012-06-20 19:26   좋아요 0 | URL
뭐 대단한 병은 아니고 책 끊고 글 끊고 컴퓨터 끊으면 낫는 병입니다.
어깨 통증과 안구건조증, 이라는 병이죠. 생활이 바빴는지, 제 체력이 약해서인지 목 임파선도 자주 부어서 제 몸을 쉬게 해 줬습니다. 임파선이 부으니 쉬라는 몸의 신호 같았어요. 이제 다 나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굿바이 2012-06-21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지력의 재발견> 재미있겠는데요^^
저는 배고프면 야수로 변하는 경향이 있어서 가방에 뭐든 먹을 것을 가지고 다녀요, 뭐랄까 타인을 배려하는 매우 소극적인.... ㅋㅋㅋ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페크pek0501 2012-06-21 12:58   좋아요 0 | URL
예, 잘 지내요.
굿바이 님, 타인을 배려하는 소극적인...에서 빵 터져요. 아, 그런 게 타인에 대한 배려도 되겠군요. 저는 식욕이 왕성한 편이 아니라 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사 와요.
찐만두를 맛있게 하는 집이 있는데, 거기 지나칠 때면 꼭 사와요. 고기만두, 김치만두 다 맛있어요. 그런데 그 집은 워낙 유명해서 줄을 서서 사온답니다.
이렇게 열심히 먹어 두는 게 타인에 대한 배려가 될 수 있다는 것, 꼭 기억하고 싶네요. 내 기분이 좋아야 주위 사람들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으므로... ㅋ

프레이야 2012-06-21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낫고 돌아오셔서 기뻐요, 페크님.^^
안구건조증,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요즘 부쩍 더 그래요. 이물감도 있고 뻑뻑하고.ㅠㅠ
귀찮아서 안과도 안 가보고 그래요. 눈이 좋은 편인데 노안 증세일까요. 흑흑 ㅠㅠ
알랭 드 보통의 저 책 그리고 다른 책도 참 좋아해요. 집착과 소유욕을 넘어선 사랑,
쉽지 않겠지요,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은..
혜민스님은 얼마전 티비에도 나와서 짧은 특강 들었는데 참 준수한 분이구나 싶었어요.
저 책은 읽지 않았지만 자분자분한 말과 그 속에 담긴 내용이 와닿더군요.
미움도 그리움이다, 이런 말씀을 하던데요.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그만큼 그리워하는
거라고. 좋은하루!!!

페크pek0501 2012-06-21 13:0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이물감도 있고 뻑뻑하고..., 안과에 가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걱정할 건 없어요. 안구건조증 안약을 주는데 요즘 방부제가 들어 있지 않은, 많이 사용해도 괜찮은 안약이 있어요. 그 대신 하루용이라 자기 전에 버리셔야 합니다. 저는 책 보거나 컴퓨터 사용 많이 할 땐 하루에 두 개 정도 사용하고요, 사용하지 않는 날도 많아요. 저는 안과에 자주 들락거려요. 그 안약을 한꺼번에 많이 주지 않거든요. 60개 정도 주니까, 몇 달 뒤 또 가게 되어요. 큰 병원에선 많이 주는데, 차 타기 귀찮아서 그냥 동네 병원 가게 돼요.

미움도 그리움이군요. 그래서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 되는군요.

루쉰P 2012-06-2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죄송해요 -.- 건강 찾으셔요 ㅋㅋ

페크pek0501 2012-06-22 11:59   좋아요 0 | URL
정말 죄송한 거, 맞아요?
으음~~ 님이 자취를 감추셔서 근황이 궁금해 비밀댓글을 남겼는데, 답글이 없길래 진짜 무슨 일이 있나 보군, 그랬어요.
그게 연애라면 좋겠네요. 연애에 빠져 서재활동에 소홀히 했다면(답글도 없는 것) 이해해 드릴게요. ㅋㅋ

어쨌든 이렇게 나타나신 거 보니 현재 아무 일 없는 게 맞죠?
그 소설 같은 리뷰를 보게 해 주십사와요. 저, 읽을 준비가 되어 있사와요. 길어도 말이죠. ㅋㅋ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 드려요.

이진 2012-06-22 19:54   좋아요 0 | URL
헉... 페크님과 루쉰님께서 동시에 보이시다니.
정녕 야영은 가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야영 간 사이에 이 귀중한 시간들을 놓쳐버렸네요. 흐.

페크pek0501 2012-06-23 18:28   좋아요 0 | URL
아, 소이진 님이 야영을 가셨었군요. 재밌었겠어요. 예기치 못한 일은 늘 방심할 때 일어나는 법이죠.ㅋㅋ

어디든 그렇게 다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집에만, 또 컴퓨터 앞에만 있는 것보단요. ㅋ저는 점점 외출이 싫어져서 큰 일이에요. 오늘도 (일이 있어) 나갔다 왔는데, 속이 시원해요. 귀찮은 일을 처리한 느낌?이랄까요. 방에 콕,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요즘은 더워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소이진 님의 서재에 놀러 가야징...ㅋㅋ 아, 빠뜨리면 안 되는 말, 반가웠다는 말!!!!!!!!!!!!!
 

 

 

 

1.

글이 써지지 않아 고민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 시간은 갔고, 이젠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싶은 시간이 왔습니다. 몸살이 난 것 같고, 목 임파선이 부었고(쉬어야 낫는다고 의사가 말함), 목 디스크로 통증이 있어요(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음).

 

 

이렇게 몸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학교에 가서 논술수업을 하고 온 날도 고단하고, 친정에 가서 놀다 온 날도 고단하고, 운동하고 나서도 고단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나서도 고단합니다. 주부로서 할 일은 또 왜 그리 많은지….

 

 

그러나 누구나 그 정도의 일은 하며 살 것 같은데, 매일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마 저의 경우엔 제 체력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많은 모양입니다. 에너지 소비가 많기보다 체력이 약한 탓이겠지요.

 

 

고단함을 피하기 위해 어떤 일을 빼야 할까, 며칠을 생각하다가 당분간 서재활동을 쉬기로 했습니다. 책도 읽지 않고, 글도 쓰지 않고 지내보려 합니다.

 

 

앞으로 2주일 내지 3주일 동안 서재에 글을 올리지 않고 쉬겠습니다. 방문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이 글을 올리고 나면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글 올립니다. (저, 웃겼나요? 쉬고 싶으면 그냥 쉴 일이지, 자기가 뭐라고, 쉬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ㅋㅋ) 그런데 인간이란 자기의 마음을 편안히 하기 위해서 어떤 형식이 필요한 법이거든요.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좌우하지요.

 

 

모두 이 화창한 아름다운 봄날을 만끽하시길... 봄은 짧습니다. 이번 봄은 황사가 없어 여느 봄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3.

추신.

 

이번엔 글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몸 때문이에요. 글감은 다행히도 몇 가지 생각해 냈고, 자료도 찾았답니다. 쓰기만 하면 돼요. 2주~3주 뒤에 올리겠습니다.

 

 

수백 개의 글을 올린 분들도 있지만, 저는 100번째로 글을 올리는 것도 자랑스러워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은 135번째로 올리는 글인데요, 요런 후진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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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05-0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더러 쉬라시더니^^... 푹 쉬고 오세요.
쉴 때 제대로 쉬셔야 하는데... 회복하시고 오시길...

2012-05-06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2-05-0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동안 뵐 수 없다니 아쉬워요.
건강이 안 좋으시다니 붙들 수도 없겠군요.
그래요. 잘 쉬시고 오세요. 기다릴게요.^^

2012-05-06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5-0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어여 나으시고 돌아오셔서 좋은 글 올려주세요.^^

2012-05-06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2-05-03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푹 쉬시고 건강한 모습 뵙기를 기대할께요^^

2012-05-06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3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4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05-24 13:2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서재활동을 쉬는 김에 더 쉬기로 했어요. 2~3주만 쉰다고 해 놓고... 제가 말 해 놓은 걸 못 지키게 되었네요.ㅋ
몸은 다 나았지만 제게 서재황동의 방학이 필요한 듯싶어요. 시간을 벌고 싶어서요.
매일 쉬기만 하며 사는 건 아니고요, 나름대로 바쁩니다.
오늘도 논술수업 준비와 숙제검사를 해야 됩니다.
친정에도 다녀와야 해요. 저를 보는 걸 낙으로 아시는 부모님들 때문에...ㅋ
오이소박이와 불고기 재어 놓은 걸 가지러 오래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류연 2012-05-3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이 제일입니다. 언제나 건강할때는 소홀히 하게되지만, 막상 아프면 너무 간절해지죠.

좋은음식 많이 드시고 건강빨리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12-06-01 17:08   좋아요 0 | URL
아, 우리 초면 아니죠? 반갑습니다.
이렇게 좋은 댓글을 남겨 주시니 고맙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좋은 음식,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역시 많이 먹어야 기운이 나는 것 같아요.

님도 늘 건강하시고, 또 뵈요. ~~~~

페크pek0501 2012-06-0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오늘 무슨 날입니까? 새 글도 없고 서재활동도 쉬고 있는데, 현재 방문자가 90명인 것은 왜 일까요? 무슨 이유로 들어오시는지...

그것이 궁금해 죽겠다는...^^ (이 세상엔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ㅋ)

2012-06-04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07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6-11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이제 좀 돌아오셔요... 보고 싶어요.

페크pek0501 2012-06-12 08:27   좋아요 0 | URL
아, 마녀고양이 님, 대따 반가워요.
걱정했어요. 저처럼 쉴 땐 쉰다고 하셔야지요. ㅋㅋ
오늘 아침부터 할 일이 있어서 컴퓨터 작업하다가 들어왔는데, 마고님이 이렇게 저를 반겨 주시네요. 예쁜 고양이 사진도 보게 해 주시고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줄 서 있어요. 그래서 아직도 서재활동은 방학이에요. 제가 저에게 방학 줬어요.ㅋ 자주 방학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쉬는 김에 쉬려고 방학이 길어지고 있네요. 으음~~ 이러다간 방문자가 한 명도 없는 날 오겠어요. 그러기 전에 개학해야 할 듯...ㅋ

잘 지내시고요, 개학하면 만나요.
원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침을 먹는데(식욕 없어도) 오늘은 식욕이 생겨요. 배고파요. 저, 아침 먹으러 퇴장해요. 또 봐요. 대따 반가웠습니다.~~~^^

이진 2012-06-15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나도 마고님처럼 인사할래요.
오늘 내가 즐겨찾기한 서재 목록을 훑어보다가
"아, 그래 왜 요새 페크님이 글을 안 쓰시지..."
하고 왔다가 이 글 읽네요.
2-3주가 아니잖습니까! ㅎㅎㅎㅎㅎ

페크pek0501 2012-06-17 11:07   좋아요 0 | URL
ㅋㅋ 와우~~ 반가운 소이진 님, 잊지 않고 찾아 줘서 고마워요.
이미지 사진이 바뀌었네요.

"2-3주가 아니잖습니까! ㅎㅎㅎㅎㅎ"
- 맞아요. 2-3주 쉬겠다고 해 놓고 이렇게 되었어요. ㅋㅋ 글 써 놓은 게 하나도 없네요. 그래서 못 나타나고 있는 거예요. 안 나타나는 게 아니라...ㅋ

그래도 끊기지 않고 방문자들이 들어오시는 건 고마운 일이에요. 으음~~ 그 고마움에 빨리 답해야겠죠?

무더운 날씨, 시원하게 보내세요. 아~ 요즘 여름밤이 시원하고 낭만적이에요. ^^

2012-06-19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9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9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0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마음의 풍경

 

 

 

어느 전시회에서 밀레의 ‘첫 걸음마’를 본 적이 있다. 어린아이가 첫 걸음을 떼려는 순간을 감동적으로 그린 것이다. 엄마는 어린애가 넘어지지 않게 바로 뒤에서 붙들고 있고, 맞은 편에서는 아버지인 듯한 사람이 아이를 향해 양팔을 벌리고 있다.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광경이나 나는 그 그림 앞에서 한동안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낮잠’ 이란 제목의 농민화도 좋았다. 부부가 일을 마치고 풀밭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여인의 얼굴이 반쯤 보이는 것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다.

 

 

사람 사는 세상에도 그림처럼 인상적인 광경이 많이 있다. 유년 시절에서부터 지금까지 보아 온 영상 중 지워지지 않는 것들을 모은다면 두꺼운 앨범 하나가 만들어질 것 같다. 그 추억의 앨범으로 지난 시절을 노년에도 회상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일 것이다.

 

 

내가 열세 살쯤에 넋을 잃고 바라본 풍경이 있다. 우리 집 근처의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훌륭한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담벼락에 있는 흠집과 낙서조차도 정겨웠다. 그 지붕 아래 어디선가 아이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왠지 포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이런 정경을 보고 있으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지금도 삶의 풍경을 찾아 산책을 나설 때가 있다. 집들을 끼고 도는 골목길도 나에겐 좋은 산책로가 된다. 천천히 걸으면서 여러 가옥들을 만난다.

 

 

푸른 나무들이 햇볕을 받으며 하늘을 가득히 맞이하고 있는 집,

옷들이 빨랫줄에 평화롭게 널려 있는 집,

꽃밭의 꽃들이 고운 빛깔로 사람의 시선을 끄는 집,

앙증맞게 생긴 아기의 신발이 보이는 집….

이것들은 마음의 사진이 되어 가슴에 깊게 자리하게 된다.

 

 

아파트에 사는 나는 때때로 친정의 마당을 그리워한다. 눈을 들면 하늘이 훤히 보이고 잠자리와 나비가 자유롭게 놀다 가는 곳. 새들의 노랫소리가 아침을 열어주고 밤에는 달과 별이 친구가 되어 주는 뜰.

 

 

어릴 적 소꿉장난을 하거나 줄넘기를 한 곳도 마당에서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마루에 던져 놓고 친구를 불러다 놀곤 하였다. 그리 넓지는 않았으나 우리가 놀기엔 충분했다. 엄마가 부엌에서 간식거리를 만들면 풍겨 오는 음식냄새를 맡으며 노는 게 신이 났다. 찐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 따위를, 혼자 먹는 것보다 함께 놀던 아이들과 경쟁하듯 앞다투어 먹으면 곱절은 더 맛있었다. 참으로 흥겨웠던 그 시절도 좋은 장면으로 새겨져 있다.

 

 

내가 여행을 즐기는 것도 멋진 경치를 가슴속에 담고 싶어서다. 빨간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나무는 늦가을의 운치를 느끼게 하고, 설경은 언제 보아도 설렌다. 산 그림자를 품은 호수를 보면 명상적인 분위기에 빠져 나도 사색에 잠기게 된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촌가나 먼지가 뽀얗게 이는 시골길이 눈에 띄면 마음의 고향을 보는 듯하다. 기적을 울리며 사라지는 기차의 마지막 모습은 나를 버리고 떠나는 연인처럼 어떤 아쉬움을 남겨 놓는다. 철새들의 행렬, 해질녘 바람 부는 숲, 어둠에 서서히 묻히어 가는 섬에도 발걸음이 멈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역시 사람과 함께하는 풍경이다. 그것도 사랑을 담은 얼굴이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얼굴은 그 사람의 심경과 같아서, 온화한 표정을 짓는 이를 보면 어떤 인생을 사는지를 짐작하게 된다.

 

 

요즘 동네에서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탄 할머니를 돌보며 함께 다니는 것을 자주 본다.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다. 할아버지는 아기를 다루듯 할머니에게 과자를 조금씩 떼어 먹이기도 하고, 바람 부는 날이면 담요를 덮어주기도 한다. 마치 남은 인생은 당신을 위해 살겠노라고 할머니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두 사람의 웃음 띤 얼굴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것 같다. 어쩌면 할머니보다 할아버지가 더 행복한지도 모른다. 사랑을 받는 이보다 주는 이에게서 더 흐뭇한 기쁨이 엿보인다. 행복이란 자신의 처지에 있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에 있음을 보여주는 한 폭의 그림 같다.

 

 

목욕탕에서 노인의 등을 밀어주던 젊은 새댁, 리어카를 힘겹게 끄는 이를 위해 뒤에서 밀어주던 어떤 이, 병원에 진찰 받을 시어른을 모시고 온 며느리, 가족을 위해 푸짐하게 장을 봐 오는 주부, 연탄을 가득 재어놓고 흡족해 하던 옛 어머니의 표정 등도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나는 사는 날까지 타인들에게 몇 점의 멋진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내가 좋은 영상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듯, 이젠 남들이 간직하고 싶을 그림이 되어주고 싶다. 전화가 잘못 걸려 와도 상냥히 응대하고, 길을 묻는 타인에게 자세히 가르쳐 주며, 가족에게 사소한 일로 화를 내기보다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모습을 그려 본다.

 

 

늘 어떤 그림이 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산다면, 내 모습도 밀레의 작품같이 오랫동안 보고 싶은 풍경이 되지 않을까.

 

 

* pek0501 작, 2005년.

 

......................................

 

오늘 갑자기 이 글이 생각나서 꺼내어 올립니다. 제가 이런 글도 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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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4-12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좋은 마음으로 쓴 글은
언제 꺼내어 들추더라도
즐거웁지 싶어요

페크pek0501 2012-04-12 15:49   좋아요 0 | URL
오우, 된장님이 무플이 될 뻔한 걸 구해 주셨네요. 이렇게 고마울 수가...

어제 투표결과 방송을 보다가 그만 잠 잘 시간을 놓쳐 버렸어요. 이미 달아나 버린 잠이 쉬이 올 것 같지도 않고 해서 그런 김에 컴퓨터를 켰고, 그러다가 돌발적으로? 이런 글을 올렸어요.

저의 부모님과 저는 서로 다른 당에 투표해서, 참 가족 간에도 의견 통일이 안 되는는구나, 하면서 그러니 남북통일이 되겠는가 하는 생각까지 했답니다. ㅋ
방문에 감사 드리며...

신지 2012-04-1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도 쓰시는구나 했는데 꽤 예전의 글이었군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저도 오랜만에 어릴 적 생각이 나는군요
"늘 어떤 그림이 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산다면"
그렇네요... 저도 이 말 꼭 기억해야겠어요

페크pek0501 2012-04-14 16:46   좋아요 0 | URL
오래 전에 쓴 글이라 지금 보면 좀 웃겨요. 뭐 저런 글을 썼나, 싶고 그래요. 아마 그땐 제가 착했나 봐요. ㅋ
 

 

 

 

1. 즐기는 것 : 공자는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을 최고로 쳤다.

 

 

논어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은 못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은 못하다.”

 

 

글쓰기를 예로 들면 이렇게 되겠다.

 

 

글쓰기를 아는 사람보단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낫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보단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 더 낫다.

 

 

즐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다는 것.

 

 

 

 

 

 

 

 

 

 

 

 

 

 

 

 

 

 

 

 

2. 1만 시간의 법칙 : ‘l만 시간의 법칙’을 소개하고 있는, 말콤 글래드웰 저, <아웃라이어>라는 책이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어떤 일에 하루 세 시간씩 10년간 몰입하여 1만 시간을 보낸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책에 의하면, 다니엘 레비틴(Daniel Levitin)은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 마스터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작곡가, 야구선수, 소설가, 스케이트선수, 피아니스트, 체스선수, 숙달된 범죄자, 그밖에 어떤 분야에서든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연습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결국 ‘1만 시간의 법칙’을 실천한다는 것은 성공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걸 말하겠다. 하지만 내 생각엔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하기’가 성공만을 위해서 필요한 게 아닐 듯싶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자기만의 취미가 있는 게 참 좋은 것 같다.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특히 쓸쓸할 수 있는 노년에 하루에 몇 시간씩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3. 자기만의 세계 :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취미로 게이트볼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데, 게이트볼이 없었다면 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낚시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도, 낚시 없이는 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에 기대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즐기는 일’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영화 감상, 음악 감상, 악기 연주, 등산, 낚시, 그림 그리기 등 든 무엇이든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대체로 즐거운 삶을 살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무엇에 빠져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최소한 불행하진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므로 무료하지 않게 살려면 꼭 필요한 것은?

 

 

‘자기만의 세계(자기만의 취미)를 가질 것.’ (여기에 건강과 경제적 안정은 기본 조건.)

 

 

자기만의 세계를 갖는다는 것은 그 세계를 즐긴다는 것이다.

 

 

 

 

 

4. 글쓰기의 즐거움 : 학창시절에, 심심하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피아노를 치면 기분전환이 되곤 했다. 지금은 피아노 대신 글쓰기가 그 역할을 해 주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 <어느 쪽으로 마음을 둘까>의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리고 나서 이틀 뒤에 읽어 보니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고쳤다. 고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다른 형식의 문장일 땐 반복하는 말을 피하기

 

 

 

 

초고 : 10년간 초중고 학생들에게 논술 수업을 해 주며 돈을 벌었어. 고3학생에게 개인지도를 할 때는 내 체중이 빠지기도 했지. 논술시험을 망쳐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까 봐, 수업료도 적지 않았으므로 큰 돈 받고 그 결과가 나쁠까 봐. 그러면 그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으므로.

 

 

수정한 글 : 10년간 초중고 학생들에게 논술 수업을 해 주며 돈을 벌었어. 고3학생에게 개인지도를 할 때는 내 체중이 빠지기도 했지. 논술시험을 망쳐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까 봐, 수업료도 적지 않았으므로 큰 돈 받고 그 결과가 나쁠까 봐. 그러면 그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잖아.

 

 

 

 

초고의 ‘없으므로’를 ‘없잖아’로 고쳤다. 이럴 땐 같은 말 반복이 거슬려서다.

 

 

2) 같은 형식의 문장일 땐 반복하는 말로 통일하기

 

 

 

 

초고 : (…) 이런 교육의 혜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행복한 것이라고,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리를 얻을 수 있어서 행복한 것이라고.

 

 

수정한 글 : (…) 이런 교육의 혜택을 받았으니 행복한 것이라고,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리를 얻었으니 행복한 것이라고.

 

 

 

 

초고의 ‘받았다는 점에서’는 ‘받았으니’로 고쳤고, 초고의 ‘얻을 수 있어서’는 ‘얻었으니’로 고쳤다. 이럴 땐 같은 말 반복이 통일감을 주어서다.

 

 

나에게 글쓰기란 문장을 가지고 노는 일이며, 그리하여 나만의 세계를 갖는 일이다. 아마 난 늙어서도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서 혼자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가 있는 한.

 

 

 

 

 

5. 독서의 즐거움 : 글쓰기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독서를 좋아할 것이다. 나도 그렇다.

 

 

다음의 글은 글쟁이라면 누구나 관심 있게 읽을 만하리라.

 

 

 

 

나는 대개 차 안에서 오디오북을 듣고 (…) 어디에 가든지 책 한 권을 들고 다닌다. 언제 어느 때 탈출구가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앞에 자동차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을 때도 있고, 수강 취소 신청서에 지도 교수의 서명을 받으려고 어느 따분한 대학 건물의 복도에서 (…) 15분쯤 기다려야 할 때도 있고, 그밖에도 공항 대합실에서, 비오는 오후에 빨래방에서, 그리고 귀중한 신체 일부를 난도질당하려고 최악의 장소인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지각하는 바람에 꼬박 30분을 허비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책은 필수품이 아닐 수 없다.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126쪽~127쪽.

 

 

 

 

이처럼 언제나 책을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을 만큼 강한 집중력이 있어야 스티븐 킹처럼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 그런데 스티븐 킹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그저 책이 좋아서 읽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는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인데도 대개 일년에 책을 70~80권쯤 읽는다. 주로 소설이다. 그러나 공부를 위해 읽는 게 아니라 독서가 좋아서 읽는 것이다. 나는 밤마다 내 파란 의자에 기대앉아 책을 읽는다. 소설을 읽는 것도 소설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176쪽.

 

 

 

 

그리고 그는 하나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의 아들 오웬이 일곱 살 때쯤에 색소폰 연주자에 관심을 가져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테너 색소폰을 사 주고 음악인 보위 씨에게 레슨을 받게 해 준 얘기다. 그리고 아들에게 연주의 재능이 있길 바랐다. 그런데 7개월 후 그는 색소폰 레슨을 중단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한다. 그는 아들이 색소폰 연주를 좋아하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오웬의 속마음을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연습을 중단해서가 아니라 정확히 보위 씨가 정해준 시간 동안만 연습을 하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나흘은 방과 후 30분씩, 그리고 주말에는 한 시간씩이었다. (…) 그러다가 연습 시간만 끝나면 곧바로 색소폰을 케이스에 집어넣었고, 다음 레슨이나 연습 시간이 될 때까지는 두 번 다시 꺼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는 우리 아들이 색소폰으로 진짜 공연을 하는 날은 결코 없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나 연습만 하는 것이 고작일 터였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즐거움이 없다면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자기가 더 많은 재능을 지니고 있고 재미도 있는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편이 낫다.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181쪽~182쪽.

 

 

 

 

 

 

 

 

 

 

 

 

 

 

 

 

 

 

 

 

 

 

 

 

 

6. 논어를 음미하다 : 앞에서, 나에게 글쓰기란 문장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독서 역시 나에겐 문장을 가지고 노는 일이다. 문장을 음미하는 즐거움이 좋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독서를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독서를 하는 첫째 이유는 책이 그저 재밌기 때문이다. 책을 즐기는 것이다.

 

 

요즘 ‘논어 열풍’으로 논어를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예전에 읽었던 책을 꺼내 밑줄을 친 구절을 다시 음미하며 즐겼다. 여러분도 읽으며 즐겨 보시길.

 

 

(“ ” 안의 문장은 <논어>에서 발췌한 것임.)

 

 

“배우고 제때에 그것을 복습하는 것은 또한 기쁘지 아니하냐. 벗들이 먼 곳에서 오는 것은 또한 즐겁지 아니하냐. 남이 자기의 실력을 알아주지 아니하여도 노여워하지 않는 것은 또한 군자답지 아니하냐.”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할 게 아니라 남을 알아보지 못함을 근심할 것이다.”

 

 

“사람으로 인자하지 않으면 예(禮)는 해서 무엇할 거며, 사람으로 인자하지 않으면 음악은 해서 무엇하랴.”

 

 

“군자는 마음이 평탄하게 넓고, 소인(小人)은 노상 근심에 차 있다.”

 

 

“빈한(貧寒)하면서 원망하는 일이 없기는 어렵고, 부유하면서 교만하게 구는 일이 없기는 쉽다.”

 

 

“군자는 자기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소인은 남에게 추궁한다.”

 

 

“과오를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 자체가 과오라 하겠다.”

 

 

“비루(鄙陋)한 사나이와 함께 임금을 섬길 수 있겠는가? 그것을 얻지 못했을 때는 그것을 얻으려고 근심하고, 그것을 얻고 나서는 그것을 잃게 될까 근심한다. 진실로 그것을 잃게 될까 근심한다면 못하는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그것이란 벼슬자리를 말함.)

 

 

“그것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은 못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은 못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즐기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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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2-04-06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루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단 한가지만 빼고요. 저는 소설이 제일 어려워요.^^;;

페크pek0501 2012-04-06 18:35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 반갑습니다.
저도 소설이 어려워요. 그래서 한때 소설 평론집을 열심히 읽었어요. 그러면 공부가 되는 줄 알고요.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소설이 많아요. 특히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의 경우, 왜 받았는지 무엇이 훌륭한 것인지 모를 때가 있어요. 물론 잘 쓴 건 알겠지만 어느 부분이 월등히 잘 쓴 것인지 ...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2-04-06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사람이 편하게 읽으려면 쓰는 사람은 고생해서 써야 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페크pek0501 2012-04-06 18: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님도 글을 많이 써 보셨으니 아실 겁니다. 저도 그걸 실감해요.
위의 글처럼 뻔한 내용의 시시한 글을 쓰는 것도 한 편의 완결된
글이 되기 위해 신중히 구성하고 편집한답니다. 아휴~~

그러나 글쓰기는 어려워서 매력적입니다. 쉽다면 아마 금방 흥미를 잃을 걸요.ㅋㅋ


잘잘라 2012-04-07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영에 빠졌어요. 전엔 도서관 옆으로 이사해야지 했는데, 지금은 수영장 옆으로 갈 생각만 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수영장과 도서관 사이에도 집이 많아요. 거기로 이사가면 게임끝인데..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동네에선 거실에 앉아서 솔밭 하늘 위로 백로가 날아가거나 오늘처럼 미끈한 보름달이 떠오르는 멋진 풍경을 볼 수가 없을 것이고... 이런 바보! 내년에 고민하면 될 문제를 가지고 이러구 있네요^^;; (모처럼 길게 쓴 댓글이라 포기 못하고 이렇게 남기고 갑니다. 페크님 굿나이트^^!)

페크pek0501 2012-04-07 15:50   좋아요 0 | URL
반가운 메리포핀스님, 솔밭, 백로, 미끈한 보름달... 너무 시적이라 멋져요. 그런 곳에 살면 그렇게 되나요? 저의 집은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 옆에 있어서 그런 시적인 낱말들이 떠오르질 않아요. 그래서 부럽네요.
수영에 빠지신 것도 부러워요. 저는 요즘 주부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발레를 배워 볼까 생각중인데 생각만 하고 실천은 안하고 있어요. 배우게 되면 일주일에 몇 번은 나가야 할 텐데 너무 바쁠 것 같아서요.
오늘도 일이 있어 나갔다가 왔더니 임파선이 조금 부었어요. 쉬라는 몸의 신호죠. 그래서 이제 댓글 쓰고 쉬려고 해요. ㅋㅋ
좋은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숲노래 2012-04-08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루도 마음껏 좋아해 주셔요

페크pek0501 2012-04-08 14:37   좋아요 0 | URL
반가운 된장님. 저도 님처럼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아요. 게으르니까 하루 하루가 휙휙 지나가서 마음껏 좋아할 시간이 없네요.
오늘부터 부지런해져야겠어요. ㅋㅋ

굿바이 2012-04-0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봄은 즐기고 계신가요?

그저 이야기가 좋아서 소설을 읽는다는 저 유명한 분의 말이 오늘따라 너무 부럽습니다^^

페크pek0501 2012-04-08 14:35   좋아요 0 | URL
반가운 굿바이님. 봄을 즐기기보다 봄이 못 달아나도록 꼭 붙잡고 산답니다.
곧 5월이 되면 땀이 삐질삐질 날 것 같아요. 봄을 느끼는 것도 4월이 지나면 끝이라는 것. 그래서 꼭 붙잡고 있어요. 걷는 운동으로 봄을 많이 만나고 있
어요.ㅋㅋ

님이 쓰신 러셀의 에세이 - 런던통신~ -의 리뷰, 참 좋았어요. 저도 그런 리뷰를 쓰고 싶어요. ㅋ 너무 스티븐 킹을 부러워하지 마시길... ㅋ

프레이야 2012-04-0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것이든 좋은 의미로 즐기는 삶을 사는 사람을 따라갈 순 없을 것 같아요.
페크님, 우리도 좋은 봄날, 마음의 부자로 살아요.^^

페크pek0501 2012-04-09 13:45   좋아요 0 | URL
반가운 프레이야님, 좋은 향기가 맡아져요. ㅋㅋ
즐기자, 라는 말에 나쁜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니 '좋은 의미로 즐기는 삶'이란 말이 꽤 괜찮은 말 같아요.
예, 마음만은 부자로 살아요 우리...ㅋㅋ

글샘 2012-04-08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논어... 논어 재미없어요. ㅠㅜ 시대가 논어를 필요로 하는 거 같은데... 말쫌 들어라~ 이러고... 말도 듣기 싫다구요. ㅎㅎ

2. 1만 시간의 법칙 ... 꼭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을까용? ㅠㅜ 초보때 얼마나 재밌는데... ㅎㅎ

3. 자기만의 세계... 음... 나이가 먹으면서... 글자를 읽는 데, 또는 글을 쓰는 데 곤란이 생기겠죠? 그래서 요즘 생각하는 게... 그림을 그려볼까 합니다. ㅎㅎ 1만 시간 그려볼까요. ㅎㅎㅎ

4. 글쓰기의 즐거움... pek님 정도면 즐겁게 쓰시는 거 같아요. ^^ 저는 좀 강박적으로 써요. ㅎㅎ 숙제처럼 쓰는 날도 있고, 신나서 쓰는 날도...

5. 독서의 즐거움... 이제 곧 눈이 책을 거부할 거 같아서... 이제 옛사랑은 잊을 준비를 해야겠다는...

6. 다시 논어... 논어가 싫어요. ㅠㅜ 소인은 소인대로 사는 법이 있다니깐요. ㅋㅋㅋ 장자나 노자가 자꾸 땡깁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어렸을 땐, 나도 나름 논어 팬이었는데 말이죠.

페크pek0501 2012-04-09 13:44   좋아요 0 | URL
와우, 반갑습니다 글샘님. 잘 지내고 계시나요?

1. 하하하... 논어가 싫으시다고요. 으음~~ 저도 공자와 맹자보다는 장자와 노자를 좋하합니다만 논어에서 뽑은 구절들은 좋하합니다. 그 이유는 꼭 군자답게 살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살아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아서요. 저처럼 판단력이 약한 사람에겐 올바른 판단력을 기르게 해 주거든요.

2. 저도 성공만을 지향한다든지 전문가만 지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의 글에서 이렇게 썼죠. "하지만 내 생각엔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하기’가 성공만을 위해서 필요한 게 아닐 듯싶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을 위해 살자는 뜻이죠.

3. 5. 는 동의할 수 없는데요. 고 박완서 작가님은 80세까지 작품을 쓰셨는데, 저도 한 75세까지 책 읽고 글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제는 건강인데 그래서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합니다. 그리고 늙으면 노안이 문제인데, 노안 안경을 쓰면 될 것이고, 신문 보니 노안 수술도 성공적이라 하니 그리 걱정할 것은 못 된다고 봐요.(의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글샘님도 아마 책읽기와 글쓰기를 (나중에 늙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리라고 예상합니다. ㅋㅋ 꼭 그러시길 저는 바랄 것이고요. (글샘님이 서재 문을 닫는다면 저는 너무 섭섭할 것 같아요.)

추신 : 글샘님은 제가 서재인 초보시절에 아셨던 분이라 마치 옛날 친구를 만나는 기분을 느끼게 해요. 글샘님과 순오기님과 중전님이 저에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방문해 주시면 너무 반갑고 고맙습니다. ㅋㅋ

순오기 2012-04-09 22:17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글샘님 못 보면 정말 사는 재미가 없을거에요.^^

페크pek0501 2012-04-10 13:41   좋아요 0 | URL
딩 동 댕... 순오기님, 맞아요.
또 순오기님을 알라딘에서 못 보면 사는 재미가 없을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저를 포함해서요. 그러니 오래 오래 계셔 주세요. (저를 위해서라도요.ㅋ) 끄응...

2012-04-13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14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15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15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15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16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