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별 : 이런 가사에 반했다. 연인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노래인 듯.
<바람이 분다>
(...)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다가 ‘젊음’을 떠올렸다. 요즘 거울을 보니 내가 늙어 있다. 아직 얼굴에 주름살은 없지만 어딘지 예전과 같지 않다. 젊음이 날아간 느낌이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나와 젊음과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 것이다.
나와 젊음과의 이별. 내가 언제 젊음을 떠나보냈던가.
2. 만남 : 예전에 미혼시절, 여자에 대해 소유욕이 강하고 집착이 강한 남자를 경계하는 편이었다. 내가 고단해지는 게 싫어서다. 일반적으로 상대에 대한 소유욕과 집착을 보일 때 상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자기의 기분에 취해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리기도 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자신의 그런 모습(소유욕과 집착) 때문에 상대가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일로 싸우다 보면 정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또는 매력이 상실되기도 하니까. 그런데 대부분 이것을 잊는다. 그래서 상대가 떠난 뒤에 후회한다.
"상대가 우리더러 마음대로 살라고 허락한다면 그것은 보통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알랭 드 보통 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이 말은 소유욕과 집착은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이고, 그게 없다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에서 소유욕과 집착의 단계를 뛰어 넘으면 즉 더 고차원적인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에게 자유를 주고 "(그렇게 하는 게) 당신이 좋다면 나도 좋아.", “당신이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해.”하는 높은 경지에 가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누가 봐도 도를 지나친 경우를 제외하고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고차원적인 사랑의 경지에 올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연인 간의 사랑에는 정신적인 성숙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인격(품격)이 있어야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 (비뚤어진 사랑 말고 올바른) 사랑의 중요한 요소는 인격이라는 것이다. 어디 연인 관계뿐이겠는가. 인격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필수 조건일 듯싶다.
3. 컨디션 : 연인 사이든 친구 사이든 인간관계에서는 잠을 충분히 자야 하는 것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컨디션에 따라 다른 태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존 티어니 저, <의지력의 재발견>이란 책이 있는데, 이 책은 배고플 땐 싸우지 말라고 말한다. 특히 "점심을 먹고 4시간이 지난 후에는 상사와 논쟁하지 마라. 저녁을 먹기 바로 전에는 배우자와 심각한 문제로 다투지 마라."라고 한다. 배고플 땐 신경이 날카로울 수 있으니까. 더운 여름날 짜증이 나 있는데, 누군가 건드리면 별일 아닌 것에 폭발하는 경우도 있지 않던가.
예전, 신문에 황당한 사건이 난 적 있다. 무더운 여름날 공중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이 앞의 사람이 오래 통화했다는 이유로 홧김에 그 사람을 칼로 찌른 사건이었다. 무더위로 인해 그의 컨디션이 나쁜 게 문제였다. 인간이란 이렇게 비이성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존재이다. 우리 모두 그런 부족한 존재일 뿐이다.
“인간은 지극히 무계획적이고 무도덕적이며 비효율적인 자연 선택 과정의 우연한 결과물”(최재천 저, <다윈 지능>에서.)이기 때문일까.
4. 배려 : 사람과의 관계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서로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출발은 '자신이 부족한 존재인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에서부터일 듯싶다. 우리는 타인이 지나온 삶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모르고 함부로 말함으로써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것, 어렵다.)
우리가 배려하지 않으면서 어찌 남이 배려하길 바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선하지 않으면서 어찌 남이 선하길 바랄 수 있겠는가. 우리가 도덕적이지 않으면서 어찌 남이 도덕적이길 바랄 수 있겠는가.
5. 관계 : 인간관계는 사람이 풍선을 안고 있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세게 안으면 풍선이 터지고, 허술하게 안으면 풍선이 날아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도 사람과 풍선의 간격과 같다고 볼 수 있겠다.
혜민 스님은 이렇게 썼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너무 오래 시간 착 달라붙어 있으면
힘들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사랑을 할 때는
같은 지붕을 떠받치는,
하지만 간격이 있는 두 기둥처럼 하세요.” - 혜민 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169쪽.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하면 싫어하든 말든
그냥 내버려두고 사십시오.
싫어하는 것은 엄격히 말하면 그 사람 문제지 내 문제는 아닙니다.” - 같은 책, 130쪽.
“오늘 하루, 당신을 힘들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이고, 당신을 기쁘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입니다.” - 같은 책, 72쪽.
(아, 이 책엔 좋은 글이 많아 요즘 감탄하며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