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관한 글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 있다. 오래전에 본 글인데, 이번에 다시 읽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 유안진 저,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이 수필을 처음 보았을 때 반해 버렸다. 시처럼 외우고 싶을 만큼 좋은 글이라고 여겨서다. 아마 열 번쯤 읽었으리라. 멋지지 않은가.


사람이란 완벽할 수 없는 것. 그러니 자신의 허물도 너그럽게 봐 줄 수 있는 친구를 누구나 갖고 싶을 것이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하게 맞장구 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 유안진 저,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 꽃을 사서 그에게 안겨 줘도, 그는 날 주착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 데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 게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곱이 끼더라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 해도 그의 숙녀됨이나 그의 신사다움을 의심치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 게다.


- 유안진 저,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이 글을 음미하다가 쇼펜하우어의 말이 생각났다. 그가 우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한 글이 있다. 쇼펜하우어는, 경쟁 상대의 이웃 국가가 큰 재난이나 손해를 당했을 경우에 겉으로는 위로를 보내면서도 속으로는 고소한 느낌을 갖는 그런 감정이, 개인인 친구 사이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최근에 겪고 있는 친구의 불행과 슬픔에 관해 듣는 일이다. 이것이 인간이 지닌 특성이자 본성의 하나이다.


반대로 친구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면 함께 기뻐하기보다 마음 한 구석에 야릇한 시기심과 부러움이 싹트는 그 심리가 바로 우정의 뒷면이다.


- 쇼펜하우어 저, <사랑은 없다>에서.




여기서 첫 문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친구의 불행한 소식을 들으면 자신의 삶에 대해 위안이 될 수는 있다. ‘아, 남들도 나처럼 더러 불행한 일을 겪고 사는구나.’하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은 맞았다. 그렇지만 친구의 불행에 대해 기뻐한다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다. 누구나 친구의 불행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울어 본 적이 있으리라. 그래서 반은 틀렸다.


친구의 행복과 불행에 따라 자신의 기분이 좌우되는 것은 자신을 친구와 비교하는 버릇 때문일 것이다. ‘비교되지 않는 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T. 풀러)’는 말에서 보듯, 또 ‘불만은 비교에서 나온다(J. 노리스)’는 말에서 보듯, 자신의 가치는 자신의 삶을 타인의 삶과 비교함으로써 생긴다. 타인의 가치가 올라가면 자신의 가치는 내려가고 타인의 가치가 내려가면 자신의 가치는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타인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가치도 아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기론 친구의 불행을 기뻐하는 것은 두 가지의 경우에 한할 것 같다. 하나는 그 친구에게 평소 시기심이 많았던 사람일 경우이다. 또 하나는 자신이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일 경우이다. 예를 들면 친구들 중에서 한 사람이 어느 날 연예인이 되어 스타가 되었다고 하자. 그가 친구들 모임에 나타나서 자신의 높은 수입과 높은 인기를 뽐내었다고 하자. 이때 그의 우쭐거리는 태도에 대해 불쾌감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평소 그에 대해 시기심이 있었거나, 자신이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일 것이라는 얘기다. 만약 시기심이 없고 자신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런 일에 불쾌감을 갖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친구들 중에 연예인이 생겼다며 재밌어할 것 같다. 어쩌면 친구의 성공에서 대리만족을 느낄지도 모른다. 아니면 친구의 수입과 인기에 대해 아예 무관심하거나.


그러므로 자신의 행복을 자랑하고 싶다면 상대를 봐 가면서 해야 하는 건 하나의 요령이겠다. 예를 들면, 어떤 시험에서의 합격, 회사에서의 승진 등을 뽐내며 축하를 받고 싶을 땐 우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 자신에 대해 시기심이 없다고 판단되고 또 자신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 같은 상대 앞에서만 자랑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뽐낸다면 미움을 받을 수 있다.


특정 연예인에 대해 악성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 연예인에 대해 시기심이 많거나, 자신이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시기심을 악성댓글로 표출하거나 자신의 불행한 생활의 스트레스를 악성댓글로 표출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뜻이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행복한 생활에 빠져서 악성댓글을 쓸 마음을 갖지 않을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없는 것처럼.


우정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글을 읽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남의 불행을 기뻐하고 남의 행복을 시기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으니, 그것은 자신의 불행을 기뻐하고 자신의 행복을 시기하는 사람이 생기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누군가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 시기심을 갖게 만들었다면 그것은 그렇게 만든 자신의 태도를 점검하고 반성할 일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 이런 사람이 된다면 우정의 뒷면이라는 부끄러운 얼굴은 이 세상에 없을 듯하다. “그 친구는 정말 잘 되면 좋겠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한 일간지에 ‘좋은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실험결과가 실렸다. (미국 ABC 방송은 13일 시카고대·캘리포니아대와 기타 미국 내 의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망라해 "부부·친구 관계나 매일의 감정상태, 생활습관이 쌓여 면역체계의 질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 것은 우정이다. 18~55세 성인 276명을 실험한 결과 정기적 대화상대를 6명 이상 둔 사람은 감기 유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배 높았다. 업무 스케줄이 바쁘더라도 잠깐 동료와 사담(私談)을 나누거나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로라도 친구와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조선일보, 2011. 11. 15.)


이처럼 건강하게 살려면 우정이 중요하다는 실험결과는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사실 우리들의 행복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친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물음은 ‘친구의 존재가 내게 어떤 존재인가’하는 물음과 같겠다. 친구를 내가 이겨야 할 경쟁자로만 생각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가장 좋은 친구란 기쁜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친구가 아닐까 한다. 친구가 불행해질 때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친구가 행복해질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친구의 행복에 기뻐해 주는 사람은 반드시 친구의 불행에도 함께 슬퍼해 줄 듯하다. 하지만 친구의 불행에 슬퍼해 주는 사람이 반드시 친구의 행복에 기뻐해 주지는 않을 듯하다.


"친구란 비가 내릴 때 우산을 씌워 주는 게 아니라 비를 같이 맞아 주는 게 친구"라는 말이 있다. 만약 비오는 날, 자신이 우산 없이 비 맞고 걷고 있을 때, 우산을 씌어 주는 친구를 원하는가, 아니면 함께 비를 맞아 주는 친구를 원하는가. 자신이 원하는 친구의 모습이 곧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자신의 모습이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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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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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11-1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읽을 때마다 감탄해요..음 뭐랄까 지금은 비가 그쳤지만 촉촉히 마음에 적혀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지나가는 텍스트들을 한번 지긋이 밟아주는 느낌이랄까? 마음 속에 말이에요.
저 진짜로요 pek0501님의 글 보면서 그런 느낌 받아요. ㅋㅋㅋ
음 이런 느낌 전 너무 좋아, 문장의 아름다움을 느낄 때 말이죠. 만족스러워용 ㅋㅋㅋ

페크pek0501 2011-11-19 14:12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오랜만에 출현하신 것, 아닌가요? 그거 작전인가요? 인기작전 같은 거요. 뭐하길래 안 나타나는가 하고 궁금하게 만들다가 짠~~ 하고 나타나는 것 말이에요. 아하하~~~ 반갑습니다.

아, 그런데 새 글이 올라온 것 어떻게 아셨죠? 빠릅니다, 빨라요.

추신 : 저도 새 글을 많이 올리니 못하고 뜸하게 올립니다만, 루쉰P님은 더 한 것 아십니까? 그런데 루쉰P님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라는... ㅋ

stella.K 2011-11-1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지란지교의 저 글 기억나요.
저는 최근에 저의 알몸을 보여준 친구가 생겼어요.
그게 아니라 치료 좀 받느라고 옷을 홀랑 벗겨놓는지라.ㅎㅎ
정말 가까운 친구는 목욕탕 가는 친구라는데.

쇼펜하우어 옹의 저 말은 정말 맞는 말은 아니예요.
가깝게 지내다 멀어져도 마음이 짠한 게 인간 마음인데.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정말 원수지간이 아니면 그럴수 없어요.
그래서 그런가, 쇼 옹은 나랑은 친하지 않아요.
누가 쇼 옹 비판하면 그건 고소하더라.ㅋㅋㅋ

페크pek0501 2011-11-19 21:34   좋아요 0 | URL
목욕탕? 간 지 너무 오래됐어요. 날씨가 추워지니 갑자기 사우나하고 싶군요. 내일 가야겠어요.ㅋ

맞아요. 쇼 옹과 친해지기 어렵죠. 그런데 저는 제 생각과 정반대의 책이 이젠 흥미로워요. ^^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고...

노이에자이트 2011-11-1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도 그렇고 연인도 그렇고, 나중에 사이가 안 좋아져서 원수가 되는 경우, 특히 최악의 경우 살인사건이 나는 경우엔 쇼펜하우어 말도 맞을 겁니다.살인사건 상당수가 원한에 의한 살인이기도 하고요...그중엔 한때 친구지간인 경우도 많다네요.살인이 너무 극단적인 예라면 이혼법정 같은 걸 보면...온통 추한 꼴을 다 보여주죠.상대의 흠만 찾으려고 눈이 벌개지고...양가 부모들까지 합세해서 게거품을 물면서 다투고...남들 다 보는 법정에서...한때는 다정한 연인이었을텐데요.

이런 추한 모습도 인생의 한 단면이겠거니 하면서 사는 게 아니겠습니까...

페크pek0501 2011-11-19 21:33   좋아요 0 | URL

싸우는 모습이 인간의 밑바닥을 잘 보여 주지요. 그러니깐 결혼하기 전에 밑바닥까지 보이며 싸워야 결혼에 대한 환상 없이 결혼할 수 있을 듯해요.

셰익스피어가 그랬던 가요. "가장 열렬한 연애가 가장 냉정하게 끝난다." ^^

마녀고양이 2011-11-1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너도 힘들구나 하는 보편성에서 얻는 위안을 무시할 수 없지요.
내가 힘들 때, 상대가 행복한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시기심이 생기게 마련이구요.
내가 행복한 상대일 때, 시기심을 가지는 반대편 친구를 이해하고 함께 비를 맞아줄 수 있다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사람은 결국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됩니다.

제가 현재 좋은 상태이지만, 언제든 힘든 일이 닦칠 수 있고,
힘든 상태인 누군가는, 갑자기 행복해질 수도 있고... 그러니 나를 보듯 남을 봐야
서로 친구도 되고 애정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친구, 참 소중한 단어입니다. 그죠.

펙언니, 날씨 엄청 추워진대요. 감기 안 걸리시도록, 옷 단디 입으셔염~

페크pek0501 2011-11-19 21:38   좋아요 0 | URL

펙보다는 페크라고 불러 주세요.ㅋㅋ 그 이유는 펙은 발음상 너무 세요. 저는 부~드~러~운~ 여자가 되고 싶거든요. (웃겼나요?)ㅋ

언니라는 말, 참 듣기 좋은데요. 예전엔 선배님이라고 불러 주던 후배들이 많았는데, 이젠 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내가 늙었나봐요. 난 젊고 싶은데... 마고님한테는 언니할게요. 저, 동생이 없어요.


마태우스 2011-11-1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펜하우어보다 님의 말씀에 더 공감하게 됩니다. 친구의 불행을 기뻐한다면 그건 친구가 아니지 않을까요. 제가 숙제를 안해서 무서운데 친구도 안해서 위안을 받는다, 이런 건 있을 수 있겠지만, 친구의 불행을 어찌 기뻐할 수가 있겠어요. 근데요, 맨 첨 인용하신 아무때나 찾아갈 수 있는 친구,는 결혼을 하고나니 참 어렵더라구요. 집안이 말끔하게 치워진 상태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은지라 "우리 집에 오라면 안될까?"라고 말하면 아내가 절대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11-11-19 21:45   좋아요 0 | URL
반갑게도 학자님이 오셨군요. 기생충들은 잘 있습니까?ㅋ 저 아무래도 (미래에)기생충 책의 팬이 될 것 같아요. 빨리 내시길... 유머를 팍팍 넣어서요.

저는 한때 머릿니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가령 머릿니가 이불장에 들어가면 얼마나 살 수 있나, 머리에 붙어 빨아먹는 피의 양은 어느 정도인가, 사람 머리에서 다른 사람의 머리로 옮겨 붙을 땐 점프를 하나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나... 등등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예전에 책을 사려고 보니 독집?은 없더라고요. 다른 책에 일부가 나올 뿐이더라고요. (아이가 어릴 때 이를 옮겨 온 적이 있어서 그때요... ㅋ)

아내들은 누가 오는 것, 싫어하죠.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함께 밥 사먹고 우리 집에 와서 차와 과일 먹는 건 괜찮아요. 사실 음식준비가 힘들거든요. 이해하시길...

이진 2011-11-2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란지교를 꿈꾸며 감명깊게 읽었습니다ㅎㅎ
아, 제게는 친구가 없는 것일까요. 요즘 진실한 친구가 떠나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ㅠㅠ

페크pek0501 2011-11-21 11:21   좋아요 0 | URL

아, 두 번째 방문이신가요? 반가워요. ^^

모든 만남엔 인연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우연히 가까운 동네에 살게 되면 더 자주 만나게 되어 친해지죠. 그게 인연인 듯.
떠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 붙잡아야죠. 친구도 노력해야 얻어지는 것...ㅋ 진실한 친구라, 진실이란 말은 저도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진실이 느껴질 계기가 있어야 할 듯해요.

2011-11-21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2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방문자 3만 명을 앞두고


내 서재에 들어오는 방문자가 3만 명이 되려 한다. (현재 2만9천 명이 넘었다.) 조금 있으면 3만 번째로 들어오는 방문자가 있다는 게 기쁘다. 몇 십만 명의 방문자가 있는 서재들이 많은 것을 알지만 남과 비교할 필요가 있겠는가. 나의 과거와 비교해서 기쁘면 그만인 것.


몇 천 명이었던 방문자가 1만 명이 되었던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때도 기분이 좋았지만 3이라는 숫자가 들어가는 3만 명에서 또 한번 기쁨을 만끽하고자 한다. 솔직한 고백을 하자면, 이 서재가 생긴 지 얼마 안 됐던 몇 달 동안 방문자 한 명인 적이 많았다. 그 방문자 한 명이 누구였겠는가. 나였다. 다른 방문자 없이 나만 들어왔던 그때의 서재를 생각하면 ‘아, 장족의 발전이여!’라고 외쳐도 되리라.


2. 부질없음병


한때 난 ‘부질없음병’에 걸렸다. 이 병은 내가 이름을 붙여서 만든 병인데, 한마디로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지는 병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부자가 되면 뭐하나. 명품 가방 들고 고급스런 옷을 입으면 뭐하나. 그래서 행복할까. 그런 모습으로 친구들을 만난다면 가난한 친구들을 기죽이는 일이 될 텐데, 남을 기죽이는 일이 행복할까.


명성을 얻으면 뭐하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뭐하나. 그래서 행복할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명성을 얻는 것은 자신을 시샘하는 무리들이 생겨나는 일이고, 안티팬에게 시달리게 되는 일이다. 왜 그런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모든 게 부질없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알아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사실은 따로 있다는 것을. 기대했던 어떤 일에 내가 실망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포기해 버리기 위한 방법으로 ‘부질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는 것을.




인간이란 늘 남에게 속기보다 스스로 자신에게 거짓말을 시키고 싶어하는 존재지요. 그리고 물론 남의 거짓말보다는 자신의 거짓말에 더욱 잘 넘어가고요.


- 도스토예프스키 저, <악령>에서.






3. 하고말거야병



요즘 난 ‘하고말거야병’에 걸렸다. 이 병도 내가 이름을 붙여서 만든 병이다. 살다보면 자신감 없는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 ‘하고 말거야’하고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자신 없는 글을 이 서재에 올릴 때 ‘추천 수가 0(영)이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을 고쳐먹고 ‘내 글이 추천 수가 0(영)인 것을 경험하고 말거야. 그래서 그 기분이 어떤지 느껴 볼거야.’하는 생각으로 배짱을 부려 보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그것은 마치 공부 못하는 학생이 시험을 칠 때 반에서 꼴등을 할 것 같아 걱정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꼴등을 경험하고 말거야. 그래서 그 기분이 어떤지 느껴 볼거야.’하는 생각으로 배짱을 부려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과 같다.


꼴등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야, 어떤 경험이든 그것대로 소중한 것이니까, 라고 생각하면 어떤 두려움도 없어진다.


4. 현재의 행복은 없다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행복했던 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대학 시절이 행복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시절이 행복했다. 그런데 그땐 행복한 줄 몰랐다. 대학생일 땐 리포트와 시험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고, 직장인일 땐 업무 스트레스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물론 즐거운 시간이 있었음에도 가벼운 즐거움보다 무거운 괴로움에 마음이 쏠리곤 했다. 그만큼 삶을 즐길 줄 몰랐다. ‘한창때의 젊은이’라는 그 자체로도 행복할 수 있었는데, 그땐 그 행복을 몰랐다. 왜냐하면 그땐 늘 젊었으므로. 늙어 본 적이 없었으므로.


행복이란 지나가 버린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느낌에 불과한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과거의 행복만 느낄 수 있고 현재의 행복은 느낄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과거의 행복한 시간을 돌이켜 보는 것은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족스럽게 감상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왜 진작 그때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까. 그래서 우리는 늘 행복과 숨바꼭질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자연의 여신은 눈을 뜨면 행복질 수 있는 때에 “보렴!”하고 그 가엾은 이들에게 말해 주는 법이 거의 없으며, 또한 “어디!”라는 외침에도 “여기다!”라고 대답해 주는 일이 거의 없어, 결국 숨바꼭질은 지루하고 덧없이 끝나 버리고 마는 것이다.


- 하디 저, <테스>에서.






5. 인생에 대한 표현


인생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것으로 다음의 글을 뽑겠다.





‘인생이란 페르시아 융단 같은 것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여기에 덧붙이자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인생을 아주 진지하게 사는 게 인간이 아닐까.


6. 고독은 좋은 것인가





모든 문제는 우리가 방에 가만히 앉아 자신과 단둘이 마주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프란츠 카프카)


- 한상복 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게 하지만 천재를 만드는 것은 고독이다. 온전한 작품은 한 사람의 예술가가 혼자 하는 작업으로 탄생한다.(에드워드 기번)


-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에서.





이 두 개의 글귀는 인간관계가 있는 삶이 꼭 좋은 인생을 만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다.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의 특성은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천재를 만드는 것이 고독이라면, 자신의 단점인 외톨이 특성도 잘 활용하면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


원래 위대한 인물은 고독한 법이다. 그러니 어떤 분야에서든 비범한 사람은 고독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비범하고 고독한 게 나은가, 평범하고 고독하지 않은 게 나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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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 소개> 



흔히 사회에 잘 적응하고 인간관계가 좋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어떤 공동체에 들어가든지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으로 그 공동체에 잘 적응하고, ‘왕따’ 당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교적인 성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그럼 비사교적인 예술가들이 그들이 탄생시킨 훌륭한 작품으로 사회적 명성을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성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예술가들 중에는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에 대해 두 권의 책이 답을 줄 것 같다. 한상복 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와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란 책이다. 한마디로 고독도 좋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라는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인용한다.




모든 문제는 우리가 방에 가만히 앉아 자신과 단둘이 마주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프란츠 카프카)


- 한상복 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우선 한상복의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의 가장 큰 특징은 소설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 역시 '멘토링 북'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전작 '배려'로 베스트셀러 필자가 된 그는 이번 책에서 내용보다는 형식적 변화를 꾀했다. 4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들의 관계가 얽히고 설키며, 기승전결을 지닌 '위로의 서사'를 완성한 것이다. 핵심 주제는 하버드대 교수인 종교철학자 폴 틸리히(Tillich)의 개념을 빌려왔다. 외로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혼자 있는 '고통'은 론리니스(loneliness)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은 솔리튜드(solitude)라는 것. "엄밀히 말해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니, 오히려 '홀로'라는 선택을 통해 더 좋은 솔리튜드 상태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결혼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영의 장례식장에서 비롯된다. 절친한 친구라고 자임했던 설리는 망연자실하고, 정신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답을 보내지 못했던 민영의 문자메시지가 스스로를 괴롭힌다. "잘 지내지? 보고 싶다." 이 여덟 글자가 민영이 생에 남긴 유언이 된 것. 새로운 위로와 치유는 아니지만, 다음 에피소드를 찾게 만드는 소설 형식 특유의 매력이 있다. - (조선일보, 2011. 10. 29.)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도 ‘홀로’의 장점을 부각시킨다.


이 책은 에드워드 기번의 말을 인용한다.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게 하지만 천재를 만드는 것은 고독이다. 온전한 작품은 한 사람의 예술가가 혼자 하는 작업으로 탄생한다.(에드워드 기번)


-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에서.





'고독이 천재를 낳는다'는 해석이다. 데카르트·뉴턴·로크·파스칼·스피노자·칸트·라이프니츠·쇼펜하우어·니체 역시 '인간관계의 젬병'이었다는 것. 스토는 정신분석학의 최신 성과를 소개하며 이 주장의 입증을 시도한다. 성적(性的) 발달과정으로 모든 것을 입증하려 했던 프로이트 시대를 넘어, 친밀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대상(對象)관계 학파를 소개하고, 세 번째로 프로이트와 대상관계 학파가 놓쳤던 틈새와 여백을 이야기한다. "둘이 하는 연애보다 혼자 하는 일에서 자아존중감과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사랑이나 인간관계는 정신치료에 이르는 유일한 길로 과장됐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2011. 10. 29.)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지금 이 시간, 스스로 고독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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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1-1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동병상련인데요.
저도 한때 부질없음의 병에 걸렸고, 최근까지 이 병을 가지고 있었어요.
뭐 지금도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말거야 병에 걸리니 그도 차츰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ㅋ
사실 저는 이 병에 너무 오랫동안 걸려 있어서 제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잘하면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모르고 산 것 같아요.
그래서 치기라도 좋으니 뭔가 쓸데없는 것에 도전해 보고 싶어져요.ㅎ~

고독은 별로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세상이 싱글 위주로 돌아가고 있으니
싱글 이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고독은 감내해야 하는 거죠.
저 두 권의 책 기억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곧 3만 축하해요.^^

페크pek0501 2011-11-13 14:11   좋아요 0 | URL

감사함...^^ 공감하시는 분을 만나니 기분 좋네요. 뜻밖이에요. 저만 특이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제가 좀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제가 글을 쓰는 것,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좋아하는 일보단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성공하는 법인데, 저는 그냥 제가 책을 좋아하다 보니까 글쓰기가 좋아져서 글을 쓰고 있을 뿐이라서, 능력의 한계를 자주 느껴요.

그래서 글을 조금밖에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죠. 아휴~~ 재능이 있었다면 다작을 하는 것인데... 그래서 좀 더 잘 나가는 것인데... 그래도 방문자 3만에 만족해염.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1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간 추억이니까 즐겁다고 느끼는 거죠.현실은 괴로우니까요.아마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누구나 다시 현실로 오려고 할 겁니다.삐삐 시대로만 되돌아가도 휴대전화 없다고 투덜대지 않을까요?

저는 과거 별로 맘에 안 들어요.그때는 티아라도 소녀시대도 카라도 포미닛도 없으니까요.이쁜 누나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지금이 좋습니다.걸그룹 만만세!

페크pek0501 2011-11-13 14:37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그 불편했던 삐삐 시대...

이쁜 누나들...ㅋㅋ 이제야 님의 나이를 짐작할 만한데요. ㅋㅋ 저는 제 또래를 이곳에서 만나면 아주 반가워하지만, 젊은 친구도 또한 좋아합니다. 이곳에선 다양한 연령대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11-13 16:06   좋아요 0 | URL
요즘은 이쁜 여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무조건 누나라고 부르는 것이 유행이죠.수지, 지연, 아이유, 화영 같은 여고생도 모두 내겐 누나입니다.왜? 이쁘니까요.혹시 이 분들 중 Pek0501 님이 아는 사람이 있나요?

페크pek0501 2011-11-13 20:07   좋아요 0 | URL
저를 뭘로 아시는 겁니까? 아주 노땅 취급을 하시는군요. 억울해라.

으음..., 그런데 그 중에서 솔직히 아이유만 압니다. ㅋㅋ

그렇다고 아주 노땅 취급은 마세요. 가수 이승철 세대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이삼십대엔 이승철을 좋아했는데, 요즘 보니까 가수 이승철은 나이 들면서 더 멋있어진 것 같아요. 여자는 안 그런데, 남자는 흰 머리가 희끗 보일 나이가 되면 더 멋있는 것 같아요. 여자도 그러면 좋은데...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14 16:12   좋아요 0 | URL
에그머니, 아이유만 아시다니...수지,지연,화영도 얼마나 이쁘고 귀여운데요...

이삼십대 이후로는 다른 가수를 좋아하게 되었군요...사십대 이후에 새롭게 좋아진 가수는 있나요?

페크pek0501 2011-11-14 20:11   좋아요 0 | URL
새롭게 좋아진 가수라, 지금 생각이 안 나는데요. 그냥 SG워너비의 노래는 다 좋아하고, 비욘세의 헬로우, 쥬얼리의 러브스토리, 미스에이의 베드걸 굿걸을 즐겨 들어요. 제 엠피쓰리에 저장되어 있어서 오늘도 걸으면서 들었어요.

가수는 모르겠고 탤런트는 천호진씨를 좋아합니다. 어제 무슨 드라마에서 봤는데 풍기는 분위기가 매력적...

이만하면 답변이 되었습니까?

노이에자이트 2011-11-15 17:50   좋아요 0 | URL
아웅~ 미쓰에이를 좋아하시면서 수지를 모르셨군요.화장 안 해도 이쁜 우리 수지~ 한 번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세요.

음...천호진 씨를 좋아하시는군요...

페크pek0501 2011-11-15 19:12   좋아요 0 | URL

예, 미스에이를 좋아하면서 수지를 몰랐어요. 이게 바로 제 나이가 갖는 한계라는 거지요. - 세대차이...

그래도 노래는 젊게 듣는다고 자부하며 살고 있어요. 제 정신연령이 좀 어린지라...

노이에자이트 2011-11-15 21:02   좋아요 0 | URL
잉~ 그러셨군요.

카스피 2011-11-1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3만명 방문 축하드립니다.알라딘 서재는 대형 블로그와 달리 찾는 분들이 그닥 많질 않아서 방문자가 백만을 넘으신 로쟈님 같은 분이 오히려 좀 특이한 케이스죠^^

페크pek0501 2011-11-13 20:09   좋아요 0 | URL
방문도 감사한데, 축하까지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서재의 주인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방문자 3만에도 만족할 만큼 욕심이 없는 착한 사람이랍니다. ^^

아이리시스 2011-11-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30000명 다되어갑니다. 내일이면 될 것 같아요. 축하드려요. 저는 숫자에는 관심이 없어서 돈에도 관심이 없고 그래서 이것저것 숫자에는 민감하지 못한데 그래서 간만에 제 방문자수도 한 번 더 봤어요. 오래오래 알라딘에서 저 숫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숫자를 넘어설 때까지 친구해요.^-^

페크pek0501 2011-11-14 12:28   좋아요 0 | URL
숫자에 관심이 없다? 그것 멋지네요. 별로 따지지 않고 사는 것처럼 느껴져요.

"알라딘에서 저 숫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숫자를 넘어설 때까지 친구해요.^-^" - 요렇게 선을 그어 놓으시면 섭해요. 영원히 친구해야죠, 사는 날까지. (그리고 나는 히죽 웃었다.)

아이리시스 2011-11-14 14:54   좋아요 0 | URL
영원히. (그리고 나는 기뻤다.)

제 손금이요, 생명선,재물선,배우자복 이런 거 다 짧게 나온대요, 푸하하. 너무 서글퍼서 진짜 그런지 한 번 살아보고 다시 판단하자, 이런 오기가 동하는 손금이에요ㅋㅋㅋ 여기서 돈에 관심이 없다는 건 성향상 그렇다는 거지 세속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안달한다고 재물이 들어오는 건 아닌 것 같고 커피 한 잔 안사면서 돈자랑질 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밉더라고요.ㅋㅋㅋ

페크pek0501 2011-11-14 20:1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 손금이 짧아 오래 못 산다고 하던데요. ㅋ으음 그래도 장수시대가 되었으니 우리 백 살까지만 삽시다. 다른 사람들은 120세까지 살라고 하고요.^^

이진 2011-11-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만명 방문이라니 정말 축하드려요! 전 아직 천며...명도 돌파하지 못한 신인중의 신인이랍니다 ㅋㅋ 저도 하고말거야 병에 걸려서 포스팅을 해야겠어요. 글 하나하나 올릴때마다 걱정태산이랍니다 ㅋㅋ

페크pek0501 2011-11-14 12:32   좋아요 0 | URL
신인중의 신인이시라...,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그 시절의 즐거움을 많이 만끽하세요. 뭐든지 초창기가 가장 즐거운 것 아닌가요. 물론 프로의 세계에 입문한다는 것이 좋긴 하지만요.

저 역시 프로는 못 되고 이 신인시절?을 즐기며 살 것입니다.

방문자 천 명이 되실 때 연락 주세요. 멋진 메시지의 댓글을 뽑아 드리겠습니다. ^^

반갑고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11-1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972.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으로 3만명 달성되겠는걸요!
축하드려요! ^^

페크pek0501 2011-11-14 20:14   좋아요 0 | URL
지금, 29977명이네요. 아무래도 오늘 3만이 되는 것 못 보고 그냥 잠자게 될지도 모른다는...

고마워요. 반가운 마녀고양이님.

아이리시스 2011-11-1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995. 아.. 조금만 더 늦게 올 걸..ㅜㅜ

페크pek0501 2011-11-15 11:43   좋아요 0 | URL

이렇게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니 제가 아이리시스님을 안 좋아할 수가 없죠.^^ 지금 30010명입니다. 3만을 무사히 넘겨서 좋은 하루입니다.ㅋ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인생이란 페르시아 융단 같은 것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여기에 덧붙이자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인생을 아주 진지하게 사는 게 인간이 아닐까. - <내가 쓴 글 중에서>

이번에 남들이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에 저는 아주 진지했습니다. 인간이니까요.

2011-11-15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5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11-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021, 아 늦었다! 진짜 축하드려염!

페크pek0501 2011-11-15 23:45   좋아요 0 | URL
감사해염!^^ 두 번씩이나 방문하시다니... 요즘 얼마나 바쁘신지 아는데염.

2011-11-16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11-16 16:57   좋아요 0 | URL
예,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뵙기를...


순오기 2011-11-1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인사가 한참 늦었네요. 죄송~
오늘 34, 총 30060 방문

서재생활 초창기에 방문자 1만, 3만 이벤트를 했었는데...^^

페크pek0501 2011-11-17 12:42   좋아요 0 | URL
죄송이라뇨 무슨 말쌈을...ㅋ 무조건 감사합니다. 나의 고향 친구 같은 분!(저만의 생각이겠지만요^^)

방문자 수가 저조하네요. 빨리 새 글을 올려야 방문자 수가 많아질 텐데... 그런데 현실은 나를 다른 쪽으로 자꾸 잡아끄네요. 오늘도 이따 아이 데리고 외출할 일이 있어요.

아, 복잡한 삶이여!!! 좀 단조롭게 살고 싶어요. 그날이 그날인 삶을.
 

 

60대로 보이는 여자손님이 약국에 감기약을 사러 들어왔다. 젊은 남자약사가 감기약을 주면서 식후에 하루 세 번 먹으라고 말했다. 손님은 약값을 지불하고 약국을 나오면서 약 포장지에 씌어져 있는 ‘온수복용’이라는 글자를 발견하곤 약사에게 되돌아가서, “꼭 따뜻한 물로 약을 먹어야 하나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약사는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손님은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이 약, 날짜는 안 봐도 되지요?” 그러자 약사는 짜증스런 목소리로, “제가 날짜를 보여 드릴까요?”하면서 아까 약을 꺼냈던 큰 상자를 가지고 와서 상자 겉에 표기된 (유통기한)날짜를 보여 주었다. 손님은 됐다고 하면서 인사하고 약국을 나갔다. 약사의 불친절한 태도에 기분이 상했지만 참았다.


내가 본 것은 여기까지다. 난 두 사람을 보면서, 약사가 손님을 오해함으로써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서로 기분이 언짢아진 것이라고 느꼈다. 내가 느낀 대로 쓰면 이러하다.


첫째, 손님이 질문한 ‘온수복용’은, 꼭 온수로 먹어야 하는지가 단지 궁금해서 물었다. 그런데 약사는 그 약에 대해 식후에 하루 세 번 먹으라고 설명을 다 해 주었는데도, 손님이 온수복용에 대해 묻자 화가 났다. 자신이 온수복용에 대한 설명을 빠뜨린 실수를 손님이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둘째, 손님이 질문한 ‘날짜’는, 혹시 유통기한 날짜가 지난 약으로 사게 될까 봐 걱정이 되어 그저 확인차 물었을 뿐이다. 그런데 약사는 자신이 유통기한 날짜가 지난 오래된 약을 주었을까 봐 손님이 의심해서 물은 것으로 생각했다. 즉 약사는 자신을 신뢰하지 않은 손님의 태도가 기분 나빴던 것이다.


내가 두 사람의 생각을 잘못 추측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와 비슷한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남이 의도한 것을 읽지 않음으로써 오해를 하고, 남이 의도하지 않은 것을 읽음으로써 오해를 한다. 우리는 왜 타인이 의도하지 않은 것까지 읽어서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까지 마음 상하게 할까.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읽기’,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듣는 사람이 오해하는 진실보다 더 해로운 거짓말은 없다.”(W. 제임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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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03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기에 표현할 때는 배려해서 표현하고
들을 때는 있는 그대로 들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원활한 의사소통과 설득, 또는 이해, 타협... 이보다 어려운게 있을까 싶어져요.

페크pek0501 2011-11-03 14:22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원활한 의사소통,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이런 류의 글을 자꾸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모두들 의사소통만 잘 된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세상이 될 듯싶어요. 그런데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걸 느끼게 돼요. 연인 간에도 부부 간에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오해함으로써 결별하는 경우가 있지요.

아이리시스 2011-11-03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약사가 뭔가 더 옳지 못해요. 소비자 입장이 우선. 여기서 칼자루를 쥔 건 소비자 같지만 실제로는 약사니까요. 입장 바꾸면 저는 친절하게 설명했을 것 같거든요. 착한 아이리시스( '')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될까봐 점점 차라리 입을 다물고 살아요. 이게 옳은 건지는 모르지만..

페크pek0501 2011-11-04 13:14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어떤 물건을 파는 사람이라면 손님한테 친절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해 봐야 알 것 같아요. 직업적 권태와 피곤함이 겹치는 날이면 손님한테 짜증내게 될지도(일 년에 서너 번쯤은)... 하하하!!!

입을 다물고 사는 건 좋지 못하죠(때로는 필요하지만요). 침묵도 그 나름의 표현이니까,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지 않겠어요.

어쨌든 난 쾌활하고 맑은 아이리시스님 같은 사람이 좋더라.(나의 옛시절을 보는 듯해서인가...갸우뚱...)푸하하!!! 사람은 자기와 닮은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을까요? 그래서 유류상종?

노이에자이트 2011-11-0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투가 부드럽고 친절하답니다.엄마에게 짜증내던 아이들도 내가 안녕! 하고 손을 흔들면 헤...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고 그래요.

stella.K 2011-11-03 17:45   좋아요 0 | URL
ㅎㅎ 님은 정말 그러실 것 같아요.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노이에자이트 2011-11-03 22:32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도 소문 났군요.

페크pek0501 2011-11-04 13:11   좋아요 0 | URL
두 분이 제 서재에서 (주인은 없는데) 주거니 받거니 하고 계시는군요. 그래서 뭐? 하하하... 기분이 좋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종종 그래 주시면 좋죠. 썰렁한 제 서재가 덜 썰렁할 테니까요.

stella.K 2011-11-0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그 약사 성깔이 보통이 아닌가 봅니다.
저 같으면 그런 사람한테는 다시는 안갑니다.
소비자가 몰라서 물어보면 가르쳐줄 생각은 안하고
성질부터 내다니.
그래가지고 약사질 해 먹겠습니까? ㅉㅉ

페크pek0501 2011-11-04 13:1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친절은 필수지요.

혹시 모르죠. 그 약사가 원래는 친절한 사람이었는데, 그날만 그랬는지도요. ㅋㅋ

이따 댁의 서재에 놀러 갈게요.

노이에자이트 2011-11-04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 아름답고 고운 말을 써보아요! 착한 사람 사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페크pek0501 2011-11-05 12:00   좋아요 0 | URL
예, 예, 예... ㅋㅋ
 


1. 슬럼프 : 글을 이 주일 만에 올린다. 나는 그 이 주일 동안 무엇을 했던가. 열흘 동안은 책을 읽으며 지냈다. 이번에 세 권의 책을 구입했기에 새 책에 빠져 지냈다. 그 다음 요즘 며칠 동안은 글을 썼다. 그런데 결론을 어떻게 내야 할지 몰라서 완성을 못했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는 주제로 썼는데, 그 주제에 대한 나의 사고력을 나타낼 적합한 글이 생각나질 않아서다. 이럴 때 나는 슬럼프를 경험한다. 나의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때이다. 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는 어떤 좋은 생각이 번쩍, 하고 머리를 스치길 기다릴 수밖에.

2. 마음을 안심 시키기 : 지난 8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무명 여배우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이 기사(조선일보, A10, 2011. 10. 08.)에 의하면, 그 무명 여배우는 TV에 출연하면서 성공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가, 오랫동안 방송 출연 기회가 없어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자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상의 주목을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목을 받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는 ‘스포트라이트 증후군’ 환자가 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한다. 연예인, 정치인만이 아니라 고위 관료, 성공 가도를 달리던 직장인들에게도 번지는 추세라고 한다. 자신의 위치가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언젠가 내려올 때를 대비하며 살아야 함을 깨닫게 한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나는 엉뚱하게도 모기를 생각했다. 며칠 전, 잠을 자려는데 모기 한 마리가 앵~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기 소리를 듣자 모기에 물릴까 봐 잠이 오지 않았다. 생각한 끝에 모기가 나가기를 바라며 방문을 십 분간 열어 놓았다가 닫았다. 그랬더니 안심이 되어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물론 모기가 나갔는지 안 나갔는지는 알 수 없었고,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모기가 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나의 마음을 안심 시켰기 때문이다. 이때 나의 마음이 타자처럼 느껴진다. 내 안에 또 다른 ‘나’가 있는 것만 같다.     

 

‘마음을 안심 시키기’, 이것이 무척 중요함을 느끼곤 한다. 어떤 일로부터 공포나 두려움 또는 근심을 갖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자신의 마음을 다독여서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일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마음 편히 살 수 있다. 스트레스와 우울증, 그리고 이어지는 자살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안심 시키기에 실패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해도, 사업에 실패해도,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안심 시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모기 한 마리에 잠을 설치게 될까 봐 방문을 열어 두었던 그 노력처럼.


우리에게 좋은 취미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도 그 취미가 ‘마음을 안심 시키기’ 역할을 해 줄 것 같아서가 아닐까. 취미에 빠져 즐겁게 살다보면 스트레스와 우울이 날아가서 마음을 안심 시킬 테니까. 나의 글쓰기 취미도 그랬으면 좋겠다.


3. 글쓰기의 무게 :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이것은 카프카가 문학 친구였던 오스카 폴라크에게 보낸 편지에 있는 글이다. 그는, 독서가 우리에게 강한 충격을 가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충격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카프카의 생각이다.


나는 충격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재미가 있는 책을 좋아한다. 여기서 재미란 배꼽을 잡고 웃을 정도의 재미를 말하는 게 아니라 지적 즐거움과 같은 재미를 말한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재미없는 책을 괜히 읽었어.’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은 책값도 아깝고 책 읽은 시간도 아까웠다. 내가 즐겨 읽는 책들을 살펴보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은 유익함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어쩌면 책을 통해 깨달음으로써 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 내가 쓰고 싶은 글 역시 깨달음이 있는 글이다.


이런 생각으로 글쓰기의 무게를 느끼곤 한다. 그 무게가 무거워 내가 글을 많이 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가벼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


4. 깨달음 : 살면서 깨닫게 되는 일이 있다. 나에 대해서, 또는 타인에 대해서, 또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 또는 세상일에 대해서 어떤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몰랐던 사실을 새로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늘 놀라며 사는 게 인생이 아닐까, 할 정도다. 그 깨달음을 책을 통해서도 맛볼 수 있다는 게 즐겁다. 내가 책값을 아까워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


5. 가을 : 이번 가을은 내게 조용히 왔다. 이번 가을은 요란하지 않아서 쓸쓸함이 묻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이 계절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가을을 타는 사람이 되는 건 고독한 일이니까. 이번 가을을 타지 않은 것은 꽤 맘에 드는 책을 세 권 구입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책들을 읽으며 가을이란 계절을 잊었다. 어쩌면 이젠 내게 가을을 탈 정도의 촉촉한 감수성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이십 대에, 여름휴가를 늦게 얻어서 이미 폐장된 해수욕장에 간 적이 있다. 8월 중순쯤이면 폐장하는 것을 몰랐다. 피서객들로 붐빌 줄 알았던 바다는 텅 비어 있었고, 모래밭에는 피서객들이 남긴 소지품과 쓰레기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가을 바닷가에선 피서객들이 흘리고 간 목걸이나 반지를 많이 주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가을 바닷가는 쓸쓸한 풍경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람들은 없고 그들이 다녀간 흔적만 있는 곳. 가을이 오는 이맘때면 그곳 가을 바닷가가 생각나곤 한다. 마치 가을의 전형적인 풍경처럼 느껴져서다.


앞으로 올 겨울도 봄도 여름도 이 가을처럼 쓸쓸함이 묻어나지 않게 조용히 왔으면 좋겠다.


6. 내 맘을 사로잡은 글귀 :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당연합니다. 자신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테니까요.”


요즘 내 맘을 사로잡은 글귀가 있다.


“사람은 우주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 자신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은 그 어느 별보다도 먼 것이다.”(체스터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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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0-0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모기는 소리만 냈다뿐이지 기운이 없어 물어 뜯지도 못하는 것 같아요.
저도 얼마 전 모기와 동거했습니다. 이불을 덮고 자는데 물어 봤자 뭐가 대수랴 싶어.
원래 저도 모기 싫어하는데.ㅋ

페크pek0501 2011-10-09 21:34   좋아요 0 | URL
아, 반가운 스텔라님,
요즘 모기는 그렇군요.ㅋ

오늘 많이 걸으며 가을을 만나고 왔는데 스텔라님도 가을 많이 만나세요. 가을은 오래 머물지 않으니까요.^^^

김시정 2011-10-1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보구가여ᆞᆞᆞ♥

페크pek0501 2011-10-11 15:38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이감님.

이 가벼운 글에 댓글을 남겨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초면에 저 사랑표를 받아도 되나요? ㅋㅋ
그 답례로 저는 미소표를 드립니다. ^^

oren 2011-10-11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저도 관심이 많은 주제인데, 그 글이 완성되지 못했다니 많이 아쉽네요. 그리고 '이번 가을'을 조용히 맞고 계시는 pek님이 은근히 부럽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 가을이 유독 바쁘네요. 10월에 있는 '다섯번의 주말'을 모조리 1박2일로 지방을 다녀와야 하고, 11월의 둘째 주말까지 따지면 무려 7주 동안 (대부분) 1박2일 일정이 있답니다. 게다가 이번 주만 하더라도 평일에만 4건의 저녁 약속이...쩝

페크pek0501 2011-10-11 15:3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오렌님.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봐서 혼자 오해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서 써 봤어요.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착각과 오해와 그릇된 인식이 내재되어 있는지를 최근 경험을 통해 새삼 알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아직 미완성이에요. 그래도 10월 안으론 완성되겠지요.ㅋㅋ

페크pek0501 2011-10-11 15:42   좋아요 0 | URL
추신 : 무척 바쁘시군요. 바쁘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유능하다는 뜻도 되고요. 나중에 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멋진 추억이 되지요. 오히려 저는 부럽습니다. ^^

oren 2011-10-11 16:01   좋아요 0 | URL
바쁘다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유능하다는 뜻은 더더구나 아니구요. 아마도 pek님께서 '보고 싶은 것만 봐서' 제게 무척이나 우호적인(?) 그런 댓글을 남겨 주셨는지도 모르지요. ㅎㅎ

'7주 연속' 강행군의 속내용을 살펴 보니, 대부분 무슨 무슨 '모임'에 가는 건데, 아무튼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아 제 스스로는 불만이 많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0-11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스터턴의 말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심판관은 될 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네요.자기자신을 객관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우치는 말이죠.

페크pek0501 2011-10-12 15: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좋은 말씀입니다.ㅋ 우리 모두 자기를 객관화 못하죠. 그중 일부의 문제인데, 자신이 얼마나 오만하고 남에게 상처 주고 배려심 없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대부분 남에겐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맘대로 보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꽤 '괜찮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

반가웠습니다. 호호~~.

2011-10-12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10-12 15:08   좋아요 0 | URL

첫 댓글, 환영합니다. 종종 놀러오세요. 고맙게 생각한답니다. ^^
 


1. 간디의 다른 얼굴


사람을 잘못 볼 때가 있다. 인품 좋은 사람으로 여겼던 사람이 사기꾼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고, 냉정한 사람인 줄만 알았던 사람이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기도 한다. 또 누군가에 대해 사람들의 평가가 제각기 다르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사람의 의외성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가까이 지내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서도 의외성에 놀라게 되는 일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으리라.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가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세계적으로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위인들은 어떨까. 그들에게도 의외성이 있을까.


만약 우리가 존경하는 역사적인 인물 중에 그의 훌륭한 점에 반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의외성이 숨어 있다면 우리는 그의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테면 인도 독립의 아버지로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린 마하트마 간디가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을 했다면 말이다. E. M. S. 남부디리파드 저,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이란 책에 그런 내용이 담겨 있다. 인도의 대표적 좌파 정치인인 저자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간디의 또 다른 얼굴을 조명한다.

 


“간디는 인도 민족운동의 지도자이자 구심점이었으며 비폭력의 성자로 알려졌지만 완전무결한 ‘성인’이 아니라 문제적 인물, 논쟁적 인물이었다는 점을 밝히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대중 폭동을 조장하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 청년들을 총알받이로 징병해 사지로 내모는 등 또 다른 얼굴을 가졌음을 (이 책은) 폭로한다.”(일요시사, 2011. 9. 5.)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식민지 인도 청년들을 총알받이로 징병해 사지로 내몬 사람, 바가트 싱을 비롯해 여러 혁명가들을 서둘러 처형해 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청한 사람, 통념과 달리 정치적 목적에 따라 때로는 대중 폭동을 조장하고 방치한 사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인도국민회의당 의장이 된 수바스 찬드라 보세에게 압력을 가해 사퇴시키고 결국 쫓아낸 사람. 이 사람은 충격적이게도 마하트마 간디와 동일 인물이다.”(알라딘, 책소개)


우리는 간디가 어떤 사람인지를 간디의 말을 인용해서 쓴 수필, <무소유>를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무소유>에서 간디의 말을 인용한 글을 보자.

  

“나는 가난한 탁발승(托鉢僧)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腰布)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한치도 않은 평판(評判) 이것뿐이오.” (중략) 간디는 또 이런 말도 하고 있다.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그가 무엇인가를 갖는다면 같은 물건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가질 수 있을 때 한한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자기 소유에 대해서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 법정 저, <무소유>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간디는 ‘자기 소유’를 경계하며 개인적 욕심을 모두 버린 삶을 살았다. 그런 간디의 이면의 삶을 보여 주는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은 그래서 충격적이다. 이 책은 그의 의외성을 밝히고 있어 우리로 하여금 깜짝 놀라게 만든다. 하지만 그 내용엔 놀라겠지만 누구나 의외성이 있다는 사실 자체엔 놀랄 일은 아니다. 사실 인간의 이면을 발견하는 일은 다음과 같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루소는 그의 교육사상을 밝힌 <에밀>을 썼을 만큼 교육에 관심이 많았지만 자신의 다섯 명의 자식을 부양하기 힘들다며 고아원에 버렸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죄와 벌> 등의 명작으로 탁월한 작가로 평가 받고 있지만 일확천금을 노렸던 도박꾼이었다.


마르크스는 뛰어난 경제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돈을 번 적이 없었다.


2. B사감의 다른 얼굴


현진건 저, <B사감과 러브 레터>라는 소설이 있다. 그 내용을 옮겨 보면 이러하다.


C여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 노릇을 하는 B사감이라면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요, 찰진 예수꾼으로 유명하다.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의 주근깨투성이 얼굴은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칠 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이 B사감이 질겁을 하다시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게 있었으니 그것은 소위 ‘러브 레터’였다. 여학교 기숙사라면 으레 그런 편지가 많이 오는 것이지만, 학교로도 유명하고 또 아름다운 여학생이 많은 탓인지, 하루에도 몇 장씩 죽느니 사느니 하는 사랑 타령이 날아들어 왔다. 그런 편지는 물론 B사감의 손에 떨어진다. 달짝지근한 사연을 보는 족족 그는 더할 수 없이 흥분되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편지를 든 손이 발발 떨리도록 성을 낸다. 이처럼 B사감은 학생들에게 오는 러브 레터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화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을 만나러 오는 남자라면 아버지일지라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내란 믿지 못할 것, 우리 여성을 잡아먹으려는 마귀인 것, 연애가 자유이니 신성이니 하는 것도 모두 악마가 지어낸 소리라고 설법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기숙사에서 괴상한 일이 벌어진다. 깊은 밤중에 어디선지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겨운 정담과 간드러진 웃음 소리가 들려오곤 하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것은 한 여성이 학생들에게 온 러브 레터를 가지고 밤마다 혼자서 자기 방에서 연애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괴상한 일의 장본인은 놀랍게도 바로 B사감이었다.


그토록 근엄하게 보이던 그녀가, 러브 레터라면 질색하던 그녀가 러브 레터를 읽으며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B사감 역시 그런 러브 레터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인간의 이중적인 면을 날카롭게 보여 줌으로써 인간의 의외성에 주목하게 한다. 
 



 

 

 

 

3. 당신에게도 의외성이 있다

 

나의 친척 중 한 분이 가정에선 가부장적이고 꽤 엄한 아버지인데, 외출하고 돌아오면 씻고 나서 자신이 신었던 양말을 꼭 빨아서 빨랫줄에 널어 놓고 잠자는 습관이 있었다. 술을 마시고 온 날도 그렇다고 한다. 정말 의외이지 않은가. 

잘난 척을 많이 하는 사람이 의외로 열등감이 많은 사람일 수 있다. 무서움이 없다고 하는 사람이 의외로 겁쟁이일 수 있다.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의외로 보통 사람들보다 더 이기주의자일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의외성을 놓치고 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해서일지 모른다. 우리 모두에게는 남이 잘 모르는 의외성이 있을 것이다.  


간디의 불편한 진실을 통해 이런 생각을 했다. ‘오히려 의외성이 없는 사람이 의외성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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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 2011-09-1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혈한에게서 우연하게 츤데레적인 면을 발견하는 것과 성인으로 추앙된 사람이 소시적에 정치적 무뢰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차원이 좀 다른 것 같아요. 기대치의 차이랄까요... 간디가 젊은 시절에 색을 밝혔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얼핏 들은 것 같지만요.

얼마전에 읽은 <현장 서유기>에서 인도에서 당나라로 돌아와 권세를 누리던 현장법사가 많은 법전을 가지고 당나라를 찾은 인도 승려를 (아마도 질투심에서?) 박해해 가난 속에 죽도록 방치했다는 것이 그의 유일한 오점이었다고 한 부분을 읽었는데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페크pek0501 2011-09-15 07:47   좋아요 0 | URL
방문, 감사 드립니다.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나 보군요. ^^^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요. 워낙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한데 묶어 놨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그런 면이 있었어?>라고 놀라게 되는 경우에 있어선 똑같다고 생각되어 의외성으로 묶었어요. 정반대의 두 얼굴이 한 사람에게 공존한다는 게 흥미로워서 이 글을 썼습니다.

간디가 색을 밝혔다?, 퇴계 이황도 그런 얘기가 있는데, 이 글에 넣지 않았어요. 그건 의외성이라기보다 타고나는 것 같아서요. 맞는 말인지도 잘 몰라서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귀찮고 해서요. ㅋㅋ

댓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pkj0624 2011-09-14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등감이 있기 때문에 잘난척을 하고, 겁이 많기 때문에 용감하려고 하고, 자신이 이기적인 것을 알기 때문에 봉사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죠. 우리의 무의식은 자아가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는걸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페크pek0501 2011-09-15 07:50   좋아요 0 | URL
방문, 감사 드립니다.

<7광구>라는 영화를 보니까, 한 사람이 죽어서 발견되는데, 그 범인을 잡겠다고 칼(이었나?) 같은 걸 들고 소리치며 설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괴물이 나타나니깐 그 사람이 제일 무서워하며 도망치더라고요. 아마도 범인 잡겠다고 설치는 동안은 무섭지 않았을 거예요. 말하자면 공포를 쫓아내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한 것이죠. 저는 이런 사람의 심리가 재밌어요.

"우리의 무의식은 자아가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는걸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 이것, 좋은 말씀인 것 같네요. 배웠어요. 기억해 놓겠습니다.

댓글 남기는 것, 쉽지 않은 일인데, 매우 고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9-1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디가 어린 소녀를 좋아했다는 비화는 꽤 오래전에도 알려진 것 같습니다.이순신은 전투가 끝나고 한숨 돌릴 때면 첩을 불러 성교를 했다고 난중일기에도 썼죠.그런데 본부인을 부르진 않았어요.루소는 자기 회고록에 정말 부끄러운 과거사를 다 고백했고...애들을 버렸다는 이야기도 거기에 썼죠.솔직하긴 한데...

페크pek0501 2011-09-15 20:31   좋아요 0 | URL
많이 알고 계시는군요.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의 지식과 정보가 많아 사실 글쓰기가 좀 어렵습니다. 님은 책에서 봤겠지만요...^^^

저는 성욕과 정력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서(선천적으로 타고 나서) 인격과 상관 없는 문제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순신은 한숨 돌릴 때 첩이 그리웠겠죠. 그래서 얼굴이라도 보자고 불렀는데, 밤이 되니 안고 싶었겠지요. 그런 것 아닐까요. 따져 보면 강간, 간통도 아닌데 첩을 부르는 건 그다지 잘못된 것 같지 않아요.

또 루소도 집필로 바빠서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어 고민하다가 고아원에 맡겼다면 큰 문제가 아닌 것도 같고...

다만 처음 들었을 때 그런 위인들의 모습에서 실망이 되긴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사람인지를 의심하게 만들긴 해요.

그런데 제가 갖는 생각은, 사람은 거기서 거기...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아요. 잘 모르겠지만...

추신 : 아, 반가웠다는 인사를 빼먹을 뻔 했어요. 요즘 님을 아주 가까운 이웃으로 생각한다는...ㅋ

노이에자이트 2011-09-15 20:52   좋아요 0 | URL
인간은 그러려니 하면서 적당히 체념하면 좋은데 우리나라에선 위인들을 무결점의 신으로 떠받들다 보니 아주 작은 흠집을 이야기하는 것도 못견뎌하죠.

이순신이 전쟁 중 첩과 거시기했다는 이야기에 여자들은 그럴 수가! 하는 반응이 많더군요.특히 본부인은 놔두고 왜 첩만! 하는 반응들...

서로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로 해요!

페크pek0501 2011-09-15 23:24   좋아요 0 | URL
님이 말씀하신 대로 "인간은 그러려니 하면서 적당히 체념하기"가 좋을 것 같아요. 인간이 '신'이길 바라면 안 되는 일이다, 생각하고요.^^^ 그래서 인간인 게야, 하면서 말이죠...

pjy 2011-09-1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람보는 눈이 별로 섬세하지 못해서 그 사람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오해와 기대로 실망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래도 책 좀 읽고, 인생공부 좀 하니 예전보다야 0.2% 나아지고 있는듯 스스로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11-09-15 23:2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저도 님의 서재에 몇 번 들른 적이 있답니다.^^^ 이렇게 방문하신 흔적을 남겨 주시니 무척 고맙습니다.

댓글을 보니, 꽤 바른생활의 사람 같군요. 그런 사람, 좋아합니다.ㅋ

저는 가끔씩 바보짓을 하고 살아서, 삶의 지혜가 늘 부족함을 느껴요. 오늘 놀러온 친구에게 그 바보짓을 얘기하면서, 나 왜 그러니?, 라고 말해줬더니 재밌다며 하하하 웃더군요. 같이 웃었어요. 웃고 날려 버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지요. 저야말로 인생공부가 많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자주 봐요. pjy님...

글샘 2011-09-1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은 항상 이러할 거라고... 믿는 게 어리석은 건지도 모르죠.
사람은 늘 변할 수 있는 것이고, 그걸 인정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또 사람은 말에 매이고 기억에 매이고 글자에 매이는 어리석은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날이 몹시 덥습니다. 대구는 아마 무지 덥겠죠? ^^
인디언 섬먼지... 건강하게 넘기시길...

페크pek0501 2011-09-16 23:56   좋아요 0 | URL

저, 서울로 이사왔어요. ^^^ 벌써 1년이 넘었는 걸요.

사람은 늘 변할 수 있다는 것, 맞아요. 그런데 그보다는 자신이 미처 몰랐던 부분을 상대에게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더 관심이 가요. 변한 게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모습인데 자신의 눈엔 안 보인 경우요. 예를 들면 친구도 떨어져 살며 가끔씩 만나야 좋은 관계가 되지 만약 한 집에서 기거하는 관계가 되고 나면 많이 싸우게 될 가능성이 많고 그러면서 그동안 몰랐던 단점이 막 튀어나오기도 할 거예요. 그러다가 상대의 의외성에 놀라게도 되겠죠. 그만큼 우리는 누구에 대해서든 잘 모르고 산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반대의 두 얼굴이 한 사람에게 공존하는 게 신기해서 이 글 썼어요.

그런데 글샘님은 매우 오랜만에 방문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무척 반갑군요.

글샘님도 잘 지내시길... 시 감상이 하고 싶을 때 님의 서재에 들르고 있습니다.


미단 2011-12-02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의외성...정도로 묶을 수 있는 이야기는 결코 , 결코, 아니라는 말을 하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들어왔습니다. 결코를 두번 쓴 데는 그 만한 이유와 절실함이 있다는 걸, 아시리라...생각하고 이정도만 하고 끝내겠습니다. 그럼...

페크pek0501 2011-12-02 21:08   좋아요 0 | URL
"의외성...정도로 묶을 수 있는 이야기는 결코 , 결코, 아니라는 말..."- 에 동의합니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관심 있게 읽어 주신 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