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대학생인 큰애가 말했어. 교환학생으로 뽑혀 외국에 가서 공부하게 되었다고.

 

 

말로는 축하한다고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어.

 

 

돈 쓸 일만 생기는군.

 

 

10년간 초중고 학생들에게 논술 수업을 해 주며 돈을 벌었어. 고3학생에게 개인지도를 할 때는 내 체중이 빠지기도 했지. 논술시험을 망쳐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까 봐, 수업료도 적지 않았으므로 큰 돈 받고 그 결과가 나쁠까 봐. 그러면 그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잖아.

 

 

이젠 그렇게 신경 많이 써야 하는 고등학생 말고 중학생과 초등학생만 가르칠 생각이야. 문화센터 강사를 할까 하다가 학교를 택했지. 학교에서 논술 강사로 일하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을 수업하는 거라서 별 부담이 없어 좋아.

 

 

그런데 교실에서 수업하면서 두 가지의 생각이 교차하지.

 

 

이 나이에 이렇게까지 돈을 벌어야 하나, 하는 생각. 이럴 때 초라해져.

 

 

그래도 이 나이에 돈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하는 생각. 이럴 때 자부심이 생겨.

 

 

나, 1962년생이야. 예전에 젊었을 땐 이 나이쯤 되면 사모님 소리 들으며 우아하게 살 줄 알았어. 현실은 예상했던 것과 다른 법. 수업하기 위해 학교에 갈 때 전혀 우아하지 않다고 느껴.

 

 

그래도 나, 이렇게 생각할래.

 

 

내게 중등학교 정교사 교원자격증, 논술지도사 자격증, 석사학위 등이 있는데, 이런 교육의 혜택을 받았으니 행복한 것이라고,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리를 얻었으니 행복한 것이라고.

 

 

다음의 글을 읽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한 가지가 불만족스러우면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운 법이오. 당신이 어느 것 한 가지에 만족할 수 있다면, 당신은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오.

 

 

- 류시화, <지구별 여행자>에서.

 

 

 

 

 

 

 

그대가 바꿀 수 있는 일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대가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걱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뀌진 않을 테니까.

 

 

- 류시화, <지구별 여행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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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2012-03-2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요플레 포장지를 핥아먹으면서
저도 전혀 우아해지지 않는다고 느껴졌어요 ㅠ

좀 막연하고 일반적인 생각인지 모르지만
저는 여성의 일 중에 '선생님' 참 좋아보이던데요

페크pek0501 2012-03-29 15:04   좋아요 0 | URL
신지님. 요플레는 그렇게 먹는 게 정 답 입 니 다.ㅋ
커피를 마실 땐 우아하게... 고요.
이 글 쓰고 나서 우아함, 이란 말에 꽂혔어요. 그동안 이 말을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초라하게 느껴질 때 신지님의 이 말을 기억해 내겠습니다. 여선생님이 좋아 보인다는... 말.
힘이 솟는군요.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2-03-2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니까 우린 걱정할 게 전혀 없는 거네요.ㅎㅎ
좋은 글 감사해요. 걱정을 덜었어요.
그나저나 교환학생으로 가게 된 따님, 축하해야 되는 거죠^^
좋으시겠어요. 아흐~ 우리딸도 그런 거 좀 앞으로 하면 좋을텐데요.
글고 페크님, 왠지 논술지도 쪽 일 하시는 것 같단 생각했는데 맞네요.^^

페크pek0501 2012-03-29 15: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레이야님. 걱정할 게 없는 거예요.
교환학생에 대한, 님의 댓글 읽고 님 덕분에,
“말로는 축하한다고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어.”이걸 추가해 넣었답니다. ㅋ 이걸 빠뜨리고 쓴 거죠. 저 이렇게 엉터리예요. ㅋㅋ

따님도 잘 하고 있을 거예요. ㅋ

제가 좀 문학적이면 좋을 텐데, 논술적이어요. ㅋ 그래서 글이 안 되고 있다는....ㅋ

노이에자이트 2012-03-2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력이나 자격증이 화려하네요.페크 님 연배의 여자들 중 이 정도 경력인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페크pek0501 2012-03-29 15:08   좋아요 0 | URL
ㅋㅋ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자격증을 써 먹게 될 줄 몰랐어요. 대학교 4학년때 한달간 고등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간 적이 있는데, 교사란 똑같이 수업을 합니다. 그때 여러 반을 돌아다니며 같은 내용으로 반복 수업하는 것에 질려서, 학교 선생은 되지 말자, 그랬거든요. 그래서 졸업 후 다른 데 취직했었죠.
그런데 결혼한 이후에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다니... 인생은 미스테리입니다.ㅋㅋ

숲노래 2012-03-29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마음이 좋은 마음을 낳을 테니까요.

페크pek0501 2012-03-29 15:09   좋아요 0 | URL
예, 된장님.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라고 하더군요. 중요한 건 웃는 마음인 거죠. ㅋ

마태우스 2012-03-2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페크언니는 자격증도 많으시군요. 논술지도 자격증이라는 게 따로 있다는 거 몰랐어요. 기생충 강의하는 건 자격증이 필요없거든요. 그냥 배워서 하면 될뿐.. 글고보면 전 의사면허증 말곤 별다른 자격증이 없어요. 알라딘 명예의 전당도 자격증으로 쳐주려나요.^^

페크pek0501 2012-03-29 15:10   좋아요 0 | URL

아, 마태우스님. 의사면허증 있으면 다른 자격증이 필요없는 거예요. 게임끝이죠. 거기에다 알라딘에서의 명성, 그거면 된 거죠. 뭐가 더 필요하나요? ㅋㅋ

신지 2012-03-29 18:01   좋아요 0 | URL
논술? 시간도 많고 그래서 내가 공짜로 가르쳐주겠다고 여러번 말했는데 아무도 좋아하지 않더군요. 세상은 자격증을 믿지, 사람을 믿지 않는구나, 살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 중의 하나 ㅋㅋ

2012-03-30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03-30 14:55   좋아요 0 | URL
신지님, ㅋㅋ 웃깁니다. 사람을 믿지 않고 자격증, 이라는 종이 쪼가리를 믿는단 말씀이죠? 그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지요.ㅋ

stella.K 2012-03-29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똑똑하고 든든한 따님을 두셨습니다.^^

페크pek0501 2012-03-30 14:58   좋아요 0 | URL
아, 스텔라님. 정말 그래요. ㅋㅋ 제 뱃속에서 어떻게 그런 똑똑한 딸이 나왔는지 제가 감탄한다니까요. 대학3학년인데 벌써 학교에서 보내 주는 미국 견학 2주일간 갔다왔어요. 새벽까지 공부하기도 하고, 자원봉사 100시간을 채우기도 하고, 토플 토익 공부도 하고... 매학기 장학금은 꼭 타 오고... 제가 "넌 누굴 닮아 그렇게 똑똑한 거니?"라고 묻곤 해요. 그리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답니다.

ㅋㅋㅋ 여기까지 재수없게 딸자랑질이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ㅋㅋ

stella.K 2012-03-30 15:4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한테는 마음 것 하셔도 돼요.^^

꼬마요정 2012-03-3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는 따님이 부럽습니다. 저도 교환학생이든 머시기든 외국 가서 공부 한 번 해보고 싶네요... 말로는 이렇게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냥 놀러 가고 싶구나..입니다.^^

페크pek0501 2012-03-30 15:00   좋아요 0 | URL
아, 꼬마요정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이죠?

공부하든지 놀러 가든지,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꼬마요정님이 저는 부러운데요. 저는 외국 가는 게 싫거든요. 여행이든 뭐든... 집에 편안히 있고 싶어요. ㅋㅋ 큰애가 저와 달라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ㅋ 또 보 아 요.

2012-03-31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31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3-31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글을 이제야 봤네요~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더 반가워요.
따님은 공부를 잘해서 좋은 기회를 얻었네요~ 부러워요, 축하하고요!^^

페크pek0501 2012-04-02 14:20   좋아요 0 | URL
ㅋㅋ 순오기님이 공감하신다니 기쁩니다. 너무 솔직한 글이라 괜히 썼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올리고 나서 확 지우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렇게 제 자신이 너무 드러난다고 느낄 때 그래요. 꼭 이런 글 쓰고 나면 다음부턴 나를 드러내는 글 안 써야지, 다짐을 한답니다. ㅋ

자식은 잘해도 근심, 못해도 근심인 것 같아요. 외국 가서 얼마나 적응을 잘 할지, 그 공부가 도움이 될지, 어떨지... 등등 걱정이 되네요. 그래서 사실은 기쁜지도 모르겠어요. 본인은 아주 기뻐하고 있어요. 자신 없어했거든요.

순오기님, 지금 비 와요. 창문 열고 비 냄새 맡으며 커피 한 잔 해야겠어요. 저 오늘 늦잠 자고 일어났어요. 모처럼 달콤하게... 아, 저는 식구들 나가고 없는 월요일 아침이 너무 좋아요. 아마 순오기님은 이런 기분을 잘 아실 것 같아요. 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비와 함께...
 

 

 

 

1. 부부들은 변한다 : 나이에 따라 부부들이 사는 모습이 변한다고 한다.

 

 

다음의 글을 읽고 웃었다.

 

 

 

 

부부가 저녁을 먹다가 눈이 마주치면 어떻게 될까?

 

 

20대 신혼부부 : 바로 밥상을 치운다. 다 끝낸 후에 마저 밥을 먹는다.

 

30대 부부 : 서로 마주보고 살짝 웃으며 먹던 밥을 다 먹고, 커피도 마시고 로맨틱한 음악을 틀고 잠자리에 든다.

 

40대 부부 :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하게 밥을 다 먹고, TV와 신문을 다 보고 샤워까지 하고 각자 잠자리에 든다.

 

50대 부부 : 잠깐 당황한 듯 서로를 바라보다 갑자기 남편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밥이나 처먹지, 뭘 보냐?”

 

60대 부부 : 부인은 그냥 물끄러미 쳐다보고, 당황한 남편이 말한다. “알았어. 안 흘리고 조심해서 먹을게.” 그리고 먹다 흘린 밥알을 줍는다.

 

 

- 허태균, <가끔은 제정신>, 200쪽.

 

 

 

 

60대 부부의 이야기가 좀 과장된 것일지는 몰라도, 돈벌이를 하지 않는, 퇴직한 남편에 대해 푸대접하는 아내들이 많다는 것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미 신문과 TV 뉴스를 통해 ‘은퇴 남편 증후군’을 겪으며 힘들어 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이로 인해 황혼이혼까지 일어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들도 젊었을 땐 서로 열렬히 사랑하던 관계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 아닌가. 그토록 과거에 사랑해서 생긴 현재의 결말이 결국 그런 모습이라니 좀 슬픈 일이 아닌가.

 

 

 

2. 변해야 한다 : 한때 남편에게 사랑스럽게 보이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던 젊은 아내가, 세월이 흘러 나이든 뒤엔 남편을 귀찮은 존재로 여긴다는 것. 이것 충격적이다.

 

 

 

 

‘남편은 집에 두면 근심덩어리, 데리고 나가면 짐덩어리, 마주앉으면 웬수덩어리, 혼자 보내면 사고덩어리, 며느리에게 맡기면 구박덩어리’

 

 

- 허태균, <가끔은 제정신>, 229쪽.

 

 

 

 

나이가 들면 부부들이 사는 모습이 변하는 게 슬픈 결말이긴 해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 있고 젊은 매력을 발산하는 남편과 은퇴해서 경제적으로 무능한, 늙은 남편이 똑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내가 마음이 그냥 흐르는 대로 사는 게 옳을까, 아니면 슬픈 결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게 옳을까.

 

 

아내의 푸대접으로 부부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면 함께 사는 게 서로 불편하고 싫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마음이 흐르는 대로 한다며 이혼하면 어떻게 될까. 한동안 편할지 몰라도 결국 각자 홀로 쓸쓸한 노년을 살게 될 것이다. 만약 서로를 위해 변하려고 함께 노력한다면 쓸쓸하지 않은 노년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엔 우선 남편들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남편들도 집안일을 배우려고 노력해서 좋은 남편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아내에게 밥을 차려 달라고 귀찮게 구는 남편이 되지 말고, 혼자 밥 차려 먹을 수 있는 남편이 되어야 한다는 것. 요리를 배워서 오히려 가족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남편이 되면 참 좋을 것 같다. 요즘 요리학원에 할아버지 수강생들이 많이 몰린다고 하는데, 좋은 현상이다. 또한 아내도 그런 남편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 주고, 남편의 노력에 협조하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 식사문제뿐만 아니라 청소, 빨래 등 모든 집안일을 부부가 나눠서 한다면, 남편이 근심덩어리, 짐덩어리, 웬수덩어리, 사고덩어리, 구박덩어리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3. 두 세계의 공존 : 예나 지금이나 어느 책에는 ‘남편에게 사랑받는 법’이란 제목의 글이 있을 법하다. 물론 아내들을 겨냥한 글이다. 남편에게 사랑받길 원하는 아내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글이 있겠다. ‘한쪽에선 남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아내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선 남편을 귀찮아하는 아내들이 있는 세상’인 것이다. 두 세계의 공존.

 

 

또 홀로 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재혼하는 경우도 많다. ‘한쪽에선 남편을 갖고 싶어 하는 아내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선 남편을 귀찮아하는 아내들이 있는 세상’인 것이다. 두 세계의 공존.

 

 

이렇듯 서로 정반대의 두 세계가 공존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난 두 세계의 공존이 신기하다.

 

 

 

4. 행위자-관찰자 효과 : 우리는 자신과 남에 대해 판단할 때, 같은 행동을 할지라도 다르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나쁜 행동에 대해선 ‘어쩔 수 없었어.’라고 합리화하길 좋아한다.

 

 

나도 내가 잘못한 행동에 대해 ‘어쩔 수 없었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우리 대부분이 그렇지 않은가. 예를 들면, 어느 모임에 자신이 늦을 경우엔 ‘차가 막혀서 어쩔 수 없이 늦은 거야.’라고 생각하고, 남이 늦을 경우엔 ‘당신은 매너가 없기 때문에 늦은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존스와 니스벳이라는 사회심리학자는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오해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행위자-관찰자 효과’를 들었다.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그 행동을 바라보는 관찰자들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또는 그걸 원했기 때문에 한 행동이었다고 믿게 되는 경향이 있다.

 

 

- 허태균, <가끔은 제정신>, 197쪽.

 

 

 

 

이에 대해 저자가 예를 들어 설명한 건 이렇다.

 

 

 

 

회식 때문에 늦은 남편은 항상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

 

“중요한 자리야. 안 가면 안 되는 분위기였어. 나라고 좋아서 있었겠어.” (…)

 

하지만 남편의 변명을 듣는 아내의 마음속에는 하나같이 구차한 거짓말로 들린다. (…)

 

“그놈의 분위기가 뭐가 중요해. 그럼 가정 분위기는 안 중요한가?”

 

 

- 허태균, <가끔은 제정신>, 197쪽~198쪽.

 

 

 

 

이렇게 부부 사이에서도 행위자와 관찰자의 입장에 따라 시각이 같지 않다. 시각의 다름, 이것이 모든 인간관계에서 마찰이 생기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중요한 건 자신의 불균형적인 사고가 잘못된 것임을, 즉 ‘착각’임을 뒤늦게라도 아는 일이다. 그래서 ‘가끔은 제정신’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

 

 

 

<이 글을 쓰고 나서>

 

 

완벽하게 행복한 삶은 없다 : ‘무자식 상팔자’란 말이 있다. 자식이 없는 것이 도리어 걱정됨이 없이 편하다는 말이다. 반대로 자식이 있으면 자연 걱정이 따른다는 말이 되겠다. 또 재물이 많으면 걱정이 따른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자식이나 재물이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행을 자초할 수 있다는 말이겠다. 이것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을 주는 모든 것들은 불행을 잉태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도 필연적으로 불행이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이별이나 사별로 인해 불행해질 수 있다. 둘째,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엔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불행해질 수 있다. (사랑하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함께 끝까지 살아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그렇다면 차라리 사랑을 중요시하지 않는 독신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고독할망정 크게 불행할 일이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최소한 이별이나 사별 또는 책임의 문제로 불행해질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러므로 완벽하게 행복한 삶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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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3-2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백>

오늘 서재에 들어와 보니 내가 글을 올린 지가 열흘이나 되었다. 아니,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다니... 부리나케 글을 써서 올렸다.

올해 계획을 세울 때 최소한 일주일에 한 편씩 새 글을 올리기로 했는데, 그 계획을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합리화의 명수다.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할 때마다 이렇게 합리화하곤 한다.
'글만 쓰며 살 순 없잖아...'ㅋㅋ

신지 2012-03-27 17:11   좋아요 0 | URL
"아니,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다니..."
ㅡ> 아 저도 이번에 시간 때문에 깜짝 놀랐는데요,
제가 '렛 미 인'이라는 영화(는 두 가지 버전 다 좋음)가 좋았다고 몇 번 말했는데 그 영화 보고 막 좋아했던 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 찾아보니 작년 1월 9일과 10일이었더라구요. (아마 그때 새해에는 훌륭한 사람이 되자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이 지나갔고 올해도 벌써 4월!)

또 영화 '악마를 보았다''아저씨'는 아마도 두어 달 쯤 전에 본 거 같거든요. 그런데 작년도 아니고 재작년, 8월에.... OTL
한 두세 번 영화 더 보고나면 저 혹시 노년? ㅋㅋㅋㅋ

페크pek0501 2012-03-27 21:16   좋아요 0 | URL
신지님, 저 웃어도 됩니까? 이미 웃었어요. 하하...
훌륭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셨군요. 아, 그런 분이시군요.
참, 훌륭한 다짐이라고 생각해요.ㅋ

영화, 전 집에서말고 극장에서 보는 게 좋던데요, 지난 1월 눈 많이 내리는 날에 댄싱퀸을 본 걸 끝으로 더 이상 극장에 가질 않았네요. 앞으론 가야겠어요.

노년, 저도 이렇게 빠른 세월의 속도라면 금방 노인이 될 것 같아 겁이 나요.
하지만 저는 늙어도 모자 쓰고 청바지 입고 다니며 안 늙은 척할 거예요.ㅋ
복장까지 노인답게 한다면 살맛이 안 날 것 같아요. 흐흐...
반가웠습니다.

마립간 2012-03-2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0대, 30대의 20년간 설령 귀찮아서 굶을지라도 어째거나 생활을 했습니다. 결혼 후 집안을 할 필요가 없어진 진화의 압력으로 급속도로 집안 일과 멀어졌습니다. 60대를 넘어서 다시 집안일을 해야 될 진화의 압력을 받을 경우 제가 변하게 될까요. ; 아마 추측하건대, 다른 방향으로 (생활이) 진화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도우미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어째든 그 방향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크pek0501 2012-03-27 14:21   좋아요 0 | URL
아, 반갑습니다, 마립간님.

그런데 님의 말씀이 무얼 뜻하는지 잘 모르겠네요.ㅋㅋ 하시다 만 것 같아서요.

으음... 저는 60대가 아직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요. 제가 아는 선배님들이 60대인데, 그분들이 그러더라고요. 외출했다가 식사때마다 시간 맞춰 들어가는 게 귀찮다고요. 그래서 남자들도 자기 스스로 챙겨 먹을 줄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퇴직해서 60세부터 90세까지(장수시대니까 오래 살겠죠...) 집에 있게 된 남편이라면 좀 이 문제는 심각해요. 여자들도 수십 년 집안일을 해 왔기 때문에 하기 싫은데, 30년간이나 남편 밥을 챙겨 주려면 싫지 않겠습니까.
여자도 출산, 육아, 부엌일 등 수십 년 해오면서 살았는데, 그 나이쯤 되면 집안일로 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친구 만나며 살고 싶지 않겠습니까.

부엌에 들어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남자들이 있는데, 만약 자신의 딸이 미래에, 부엌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남자와 한평생 산다면, 하고 상상해 보면 답이 나올 듯해요.
상부상조가 답이라고 생각해요. 여자들은 집안일에 싫증이 나기 시작하는 반면에, 남자들에겐 새로운 취미를 붙일 수 있는 좋은 일이 될 수 있어요. 원래 소일거리 하면서 움직이며 늙는 게 건강에도 좋다잖아요.
저의 친정아버지도 집안일을 도우세요. 음식은 못 만드시지만, 엄마가 외출하면 장을 봐오기 하시고, 콩나물, 상추 같은 채소를 씼어 놓기도 하세요. 그래서인지 사이도 좋으세요.
자식으로서도 보기 좋은 것 같아요. ㅋ

마립간 2012-03-28 12:56   좋아요 0 | URL
미래에 관한 일이라 저도 딱히 어떠하다고 명확히 말씀드릴 수가 없는데, 단지 부엌일을 같이 하는 등의 현재 상상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부엌일만 놓고 본다면 지금 부터 노력해야죠. (이 댓글은 안해 보지 않겠죠.^^)

페크pek0501 2012-03-28 14:10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안해님이 이 댓글을 보시지 않길 빌게요.
예, 더 이상적인 방법을 앞으로 모색해 나가야 하겠죠.

뭐 벌써부터 부엌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미래에 아내가 원할 때 해 주면 되죠. 저도 아직 남편에게 부엌일을 안 시켜요. 그냥 남편이 자기 스스로 청소기 돌리는 정도예요.

추신 : 어렵다고 하시던 '댓글쓰기'가 일취월장하심을 축하드립니다.ㅋ 앞으로 자주 뵐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든다는...ㅋ

gimssim 2012-03-2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저는 글을 올린지 한 달 만에 사진 한장 올렸어요.
아니,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다니..(동감)

페크pek0501 2012-03-27 14:28   좋아요 0 | URL
반가운 중전님.^^

저보다 더한 분이 계시네요. 위안이 되는 걸요.ㅋㅋ
앞으로도 서두르지 않을 듯해요. 천천히 가려 해요. 서두르면 숨이 차서 즐겁지 않아요. 좀 느리면 어떻습니까. 키득~~. 이건 느린 자의 여유인가요?

노이에자이트 2012-03-2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라디오 화제의 신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에서 허태균 씨 말을 들어봤는데 말을 재치있게 잘하더군요.44살인데 목소리도 깨끗하고...요즘 김정운 씨와 함께 심리학 교수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남자인듯...

페크pek0501 2012-03-27 21:21   좋아요 0 | URL
아, 노자님이 방문하셨군요. 반가워요. ㅋ

<가끔은 제정신>이란 책, 재밌어요. 심리학자 허태균의 재치 있는 글솜씨도 볼 만합니다. 뻔할 것 같다고 여겨 이런 책을 보지 않는 분들이 있는데, 제 생각엔 어떤 책이든 배울 게 있는 것 같아요. 뻔해 보여도요.
저는 인간의 심리와 관련 있는 책은 다 좋아해서 이런 책, 좋아합니다.

프레이야 2012-03-2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저 우스개 재밌네요.
변해야 되는 것 같아요. 변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죠.
저도 인간심리에 관련한 글 좋아하는데
요새 특히 그런 류의 책이 많이 나오네요. 결국 해답은 사람이니 그렇겠지요^^

페크pek0501 2012-03-29 15:11   좋아요 0 | URL
예, 프레이야님, 사람이 답인 것이죠.
인간심리의 글은 다 재밌어요. 요즘 이런 류의 책만 보고 있답니다.
또 대학을 간다면(그런 일 절대 없겠지만) 심리학 전공하고 싶어요.ㅋㅋ

마태우스 2012-03-2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무자식상팔자는 제가 지금 실천하고 있는 중...은 아니군요. 저희 강아지들도 엄연한 자식이니깐요. 그리고 그 중 둘째 녀석이 2, 3월엔 학원비의 몇배나 되는 돈을 병원 치료비로 썼답니다. 하지만 제가 받는 게 훨씬 많아서 다행입니다. 녀석의 미소가 얼마나 예쁜지요
2) 남편이 늙었을 때 아내는 남편이 평소 해준만큼 되돌려주는 것 같아요. 저희 엄니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아무리 좋게 생각을 하려해도 그게 안된답니다. "뭐 잘해준 기억이 있어야 추억을 하지"라네요. 하지만 전, 지금처럼 산다면 늙어서도 아내한테 예쁨 받을 것 같아요 평소에 잘하거든요 호호.
3) 허태균이란 분도 주목해야겠군요 으음.... 글 잘쓰는 사람이 왜이리 많은건가요.

페크pek0501 2012-03-29 15:13   좋아요 0 | URL
1) 돈이 들어도 치료가 된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요. 예쁜 미소 짓도록 다 낫길 빌어요.

2) 예, 꼭 그렇게 애처가 되세요. 저는 애처가들을 좋아해요. ㅋ

3) 맞아요. 글 잘 쓰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 건지 모르겠어요. 책 읽으면서 기 죽는다니까요. ㅋㅋ.
 

 

 

1. 비오는 날 생각한 것 : 비오는 날은 무조건 좋다. 마치 만나고 싶었던 손님이라도 방문한 양 반갑다. 도대체 왜 나는 비가 오는 게 좋은 걸까.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냥 좋다고 할 수밖에. 굳이 생각해 내자면 비오는 풍경을 창밖으로 볼 수 있어 좋고,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 좋고, 먼지 없이 깨끗한, 촉촉한 세상이 되어서 좋은 건지 모르겠다.

 

 

창을 통해 아름다운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엉뚱하게도 ‘죽음’을 생각했다. 비오는 날에 내가 아는 누군가가 죽는다면 큰일이구나 싶었다. 그러면 비오는 날에 장례식장에 가게 될 것이고, 그 뒤로는 비만 오면 그 죽은 사람이 떠올라서 비오는 날이 슬픈 날이 되어 버릴 것이고, 자연 비오는 날을 지금처럼 마음껏 좋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을 마음껏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은 나로선 큰 즐거움을 잃는 일이다. 아니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여전히 비를 좋아할 수도 있겠다. 어떤 쪽이든 불행하긴 마찬가지일 터. 결국 내가 비를 좋아할 수 있는 조건이 하나 있는 셈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비오는 날엔 죽지 않을 것, 그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이기적이다.)

 

 

 

 

2. 해피엔딩이 없는 이유, 연인의 죽음 : 남는 자들은 죽어가는 사람이 덜 고통 받고 죽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죽는 사람도 남겨지는 사람들을 위해 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죽는 자의 의무란 남겨진 사람들을 덜 슬프게 만들어 놓고 떠나야 하는 것.

 

 

죽는 사람이, “나 고통스럽지 않아. 편안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해 준다면 남겨지는 사람들은 덜 슬플 것이다. 그래서 암 같이 심각한 병으로 투병중인 환자는 육체적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이외에 남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까지 감당해야 한다.

 

 

마르크 베르나르 저, <연인의 죽음>이란 소설이 있다. 여기엔 사별한 연인이 있다. 죽음의 순간은 이렇게 찾아왔다.

 

 

 

 

우리의 서른한 해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세계로 우리를 몰아넣는 그 순간에 당도했다. 한 순간만 지나면 곧 우리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이전보다도 더 낯설게 될 것이었다.

 

 

- 마르크 베르나르, <연인의 죽음>에서.

 

 

 

 

서른 한 해를 아내로 살았던 여자 엘스가 죽었다. 홀로 남은 남자는 앞으로 불행한 삶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남자는 죽은 엘스를 몹시 그리워한다.

 

 

 

 

그러면 나로 하여금 그녀가 더 이상 속해 있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가게 하는 이 사랑은 무엇인가?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그녀를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녀의 분신이라 해도 그녀를 정말로 빼닮은 여자는 찾지 못할 것이다. 어떤 여자도 시간을 보기 위하여 그토록 기이하게 손목을 돌리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한들거리며 걷지 않을 것이며, 그녀만큼 용기와 유머를 갖지 못할 것이며, 그녀의 말처럼 ‘정돈된 무질서’의 재주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어떤 여자도 엘스가 될 수는 없다.

 

 

- 마르크 베르나르, <연인의 죽음>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다음엔 그 누구도 그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할지 모른다. 그런 절망은 사랑하는 연인 관계에서 흔한 일이다. 언젠가는 어느 한쪽이 먼저 죽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에 해피엔딩은 없다. 그 이유를 헤밍웨이는 이렇게 정리한 바 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가 없다. 죽음이란 반드시 찾아들어 남겨진 자는 사랑을 잃어야 하기 때문이다.

 

 

- 어네스트 헤밍웨이, <오후의 죽음>에서.

 

 

 

 

연인 간에서뿐만 아니라 가족 간에서도 해피엔딩의 삶이란 없다. 가족이 있는 한, 누군가는 남겨져서 사별의 아픔을 겪어야 하는 게 인생이니까.

 

 

 

 

 

 

 

 

 

 

 

 

3. 해피엔딩이 없는 이유, 아들의 죽음 : 연인의 죽음 못지않게 슬픈 게 자식의 죽음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더 큰 슬픔일 것이다.

 

 

 

 

원태야, 원태야, 우리 원태야, 내 아들아.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그게 정말이냐? 하느님도 너무하십니다. 그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난 지 25년 5개월밖에 안 됐습니다. 병 한 번 치른 적이 없고, 청동기처럼 단단한 다리와 매달리고 싶은 든든한 어깨와 짙은 눈썹과 우뚝한 코와 익살 부리는 입을 가진 준수한 청년입니다. 걔는 또 앞으로 할 일이 많은 젊은 의사였습니다. 그 아이를 데려가시다니요. 하느님 당신도 실수를 하는군요. 그럼 하느님도 아니지요.

 

 

- 박완서, <한 말씀만 하소서>에서.

 

 

 

 

이처럼 우리의 일반적인 시각은 죽음은 단지 ‘슬픈 죽음’일 뿐이다. 때로 억울하고 때로 안타깝고 때로 분노하게 만드는 슬픈 죽음이다.

 

 

 

 

 

 

 

 

 

 

 

 

4. 죽음에 대한 몽테뉴의 태도 : 하지만 많은 위대한 인물들은 죽음에 대한 태도가 달랐다. 몽테뉴는 죽음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을까.

 

 

 

 

장사는 젊은이들의 낭비가 없으면 되지 않는다. 농사꾼은 곡식이 비싸야 하며, 건축가는 집이 헐어 무너져야 하고, 재판관은 사람들이 소송 싸움을 해야 된다. 그리고 성직자들의 명예와 직무마저도 우리의 죽음과 악덕(惡德)이 있어야 존립한다.

 

 

고대 그리스의 희극 작가는, 의사는 자기 친구가 건강한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며, 군인은 자기 도시의 평화조차도 탐탁치 않게 여긴다고 언급했다. 다른 일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더 언짢은 일은, 우리 각자가 스스로 내부를 파헤쳐 보면, 우리 마음속의 소원은 대부분이 타인에게는 손해가 되게끔 싹터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에서.

 

 

 

 

요즘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서 고령화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되어 버렸다. 만약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그래서 인간의 새로운 탄생만 있고 소멸이 없다면 이 지구는 멸망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죽음은 우리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몽테뉴의 말처럼 어떤 사람들이 덕을 보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그리하여 한쪽의 해로움이 다른 한쪽의 이로움을 만드는 것, 그게 우리의 삶이다.

 

 

 

 

 

 

 

 

 

 

 

 

5. 죽음에 대한 장자의 태도 : 장자는 죽음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을까.

 

 

장자의 아내가 죽어, 혜자가 문상을 갔다. 그때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앉아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자가 장자에게, 아내가 죽었는데 곡을 하지 않는 것은 너무한 일이라며, 거기다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까지 하다니 너무 심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장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네. 아내가 죽었을 때 나라고 어찌 슬퍼하는 마음이 없었겠나? 그러나 그 시작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 본래 삶이란 게 없었네. 본래 삶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형체도 없었던 것이지. 본래 형체만 없었던 것이 아니라 본래 기(氣)가 없었던 것이지. 그저 흐릿하고 어두운 속에 섞여 있다가 그것이 변하여 기가 되고, 기가 변하여 형체가 되었고, 형체가 변하여 삶이 되었지. 이제 다시 변해 죽음이 된 것인데, 이것은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의 흐름과 맞먹는 일. 아내는 지금 ‘큰 방’에 편안히 누워 있지. 내가 시끄럽게 따라가며 울고불고한다는 것은 스스로 운명을 모르는 일이라, 그래서 울기를 그만둔 것이지.”

 

 

- 오강남 풀이, <장자>에서.

 

 

 

 

 

 

 

 

 

 

 

 

 

 

 

6. 나는 : 밤에 전화벨이 울리면 깜짝 놀란다. 혹시 친정에서 걸려온 전화가 아닐까 해서다. 아버지가 연로하신데다 지병까지 있으셔서, 자식으로서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살게 된다. 난 이런 상상으로 근심하곤 한다.

 

 

‘깊은 밤 갑자기 울리는 불길한 전화벨, 이어서 어머니의 울음 섞인 목소리, 이어서 병원 응급실에서의 공포와 초조함, 이어서 장례식장의 깊은 슬픔, 그리고 홀로 남은 어머니를 위로하며 우울하게 사는 나.’

 

 

‘삶’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것이라면, ‘죽음’은 무대 뒤에 꾸민 배경 같다. 그만큼 삶 가까이에 죽음이 있다. 무대에 있는 사람은 살면서 배경을 의식하며 살 수도 있고, 잊고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배경 없이 무대를 만들 수 없듯이 죽음 없이 삶은 없다. 그러므로 죽음을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누군가가 부재하는 고통을 견뎌야 하니까.

 

 

누군가가 죽게 될 때, 죽은 자와 남겨진 자 중에서 누가 더 불행할까.

 

 

 

 

7.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 : 우리는 죽기 전에 무엇을 후회할까. 이에 대해 다섯 가지로 정리한 글이 있다.

 

 

 

 

 

죽기 전에 후회하는 다섯 가지.

 

내 뜻대로 살 걸,

일 좀 덜할 걸,

화 좀 더 낼 걸,

친구들 챙길 걸,

도전하며 살 걸.

 

 

- 이의수,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에서.

 

 

 

 

이것을 이렇게 해석해 본다.

 

 

(나를 위해) 내 뜻대로 살 걸. 내 맘대로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나를 위해) 일 좀 덜할 걸. 즐기며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나를 위해) 화 좀 더 낼 걸. 참기만 하고 화내며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나를 위해) 친구들 챙길 걸. 친구와 재미있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나를 위해) 도전하며 살 걸. 도전하는 삶을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반대로 자신만을 위해 산 사람은 ‘좀 남을 위해 살 걸.’하고 후회하지 않을까. 내 생각엔 어떻게 살든 후회가 따를 것만 같다.

 

 

 

 

 

 

 

 

 

 

 

 

8. 맺는말 : 꽃이 아름다운 건 피어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죽음이 있기에 삶은 제한적이며, 그래서 삶은 소중한 것이다.

 

 

죽음에 대한 성찰 없이는 좋은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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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3-17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이란 나쁜 일이 아니기에, 근심할 일은 없다고 느껴요.
<아나스타시아>라는 책을 한번 찬찬히 읽어 보셔요.
내 생각에 따라 내 삶과 내 좋은 이웃들 삶이 달라지잖아요.

페크pek0501 2012-03-17 19:13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에 감사 드립니다.
그런데 그 새벽에 일어나신 거예요? 으음~~너무 부지런하신 것 같은데요.

글을 너무 안 올린 것 같아 어제 급히 써서 올린 글이랍니다. 이 글이 후진 이유입니다. ㅋ ㅋ

노이에자이트 2012-03-17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남에게 성질 부리고 화내는 사람도 자기는 늘 참으며 산다고 여기더군요.적당히 새겨들어야죠.

페크pek0501 2012-03-17 19:14   좋아요 0 | URL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성질 부리는 사람도 자기는 많이 참아서 그 정도만 성질 부린 거라고 생각해요. ㅋ 다 주관적인 생각에 빠져 살죠.


stella.K 2012-03-17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다섯 가지 중 전 해당사항이 없는 것도 있어요.
일 좀 덜 할 것. 전 일을 좀 더 해야하는데.
화 좀 덜 낼 걸. 점점 줄어 들고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참아 병 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어요.
친구들 챙길 걸. 난 챙기고 싶은데 친구들이 거부하는 것 같더라구요.
친구도 한때 친군가 봐요.ㅠ

페크pek0501 2012-03-17 19:15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 저 빵 터졌어요. 다 웃겨요.

전 일을 좀 더 해야하는데.
너무 참아 병 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어요.
난 챙기고 싶은데 친구들이 거부하는 것 같더라구요 - 다 웃겨 웃겨. ㅋㅋ

stella.K 2012-03-18 13:48   좋아요 1 | URL
ㅋㅋㅋ 언닛! 저는 이 댓글 달 때 나름 우울하고 심각했단 말예요!
그런데 언니가 웃으시니까 나도 따라 웃게 되잖아욧!
내가 너무 내 분위기에 빠져 심각했었나요?ㅋㅋㅋㅋㅋ
근데 진짜예요. 믿어 주세요.ㅠㅠ

페크pek0501 2012-03-19 13:34   좋아요 1 | URL
ㅋㅋ 믿겠습니다. 나름 우울하고 심각했단 말을...
근데 누군 우울한 적 없고 심각한 적이 없겠습니까. 인간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합니다. ㅋ(인간은 고독과 근심을 숙명처럼 달고 사는 존재인데, 어찌 우울한 적이 없겠습니까.)
혹시 제가 스텔라님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 알고 있다면 님의 기분이 좋아질지 모르니, 응원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겠어요. ㅋ(실제로 제가 추천도 많이 눌러 주고 있습니다.ㅋ)

요즘 좀 바빠서 여기저기 서재 마실을 자주 다니지 못하고 있어요. ㅋ
좀 이따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신지 2012-03-18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과는 좀 다른 애기지만, 결혼식, 장례식에 갈 때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 죽음은 가족의 일이다. 장례식은 가족의 행사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한 것이 나는 좋다" (소노 아야코)
그런데 친구들과 가끔 애기를 나눠보면 이런 생각은 아직은 너무 소수여서, 사회적 인식과 불화랄까요...번번히..

오랜만에 첫번째로 추천했는데 이것저것 하다가 이제 들렀습니다 모처럼 날씨가 따뜻한데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2-03-19 13:36   좋아요 0 | URL
아, 신지님이 첫 추천을 누르셨군요. (정중하게~)고맙습니다. 어느 천사가 추천만 누르고 흔적도 안 남기고 갔는지, 늘 궁금했는데, 바로 신지님 같으신 분이겠군요.

“~ 아무도 모르게 조용한 것이 나는 좋다" (소노 아야코) - 생각해 볼 만한 일이네요. 신지님은 좋은 말을 많이 알고 계시는 것 같아요. 으음~~ 독서광이신 듯해요.

날씨, 어제 하루종일 밖에 있었는데, 낮에 포근하더니 해 지고 나니까 찬 바람 불더라고요. 님도 편안한 봄날 보내세요.

마녀고양이 2012-03-2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득,
이별이 무서워서 아예 만남도 피하는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죽음이라는 이별은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것이니, 미래를 생각하고 현재를 포기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요... 물론 언니의 글은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셨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참 다양한거 같아요, 그죠.... 이별이 있으니 지금 열심히 살아야겠다가 답일텐데, 요즘, 이별이 있어서 무서워서 혼자 지낼래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런 생각을 했나봐요...

페크 언니, 잘 계시죠...? ^^

페크pek0501 2012-03-21 11:15   좋아요 0 | URL
예,예,예, 잘 지내고 있어요.^^ 반가운 마고님...ㅋ

한동안 새 글을 안 올리시기에 바쁘긴 바쁜가 보다 했어요. 공부 잘 되고 있겠죠? 가장 아깝지 않은 투자는 공부, 라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결국 공부한 것들은 재산이라는 생각이에요.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공부시간이란 참 좋은 거구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마고님 힘 내시라고 파이팅!!!!!!!!!
 

 

 

 

1. 자신감 : 20대 사람들과 40대 사람들을 비교하면 분명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자신감’의 유무인 듯하다. 예를 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여기서 40대 사람들이란, 40대 후반의 사람들을 말하는데 50대 사람들도 포함함.)

 

 

20대의 여성은 어느 카페에 들어섰을 때 그곳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면 자신이 예뻐서인 줄 안다. 그런데 40대의 여성은 어느 카페에 들어섰을 때 그곳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면 자신이 그 장소에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어서 쳐다보는 걸로 안다. ‘내가 카페에 잘못 들어왔나?’, ‘여긴 젊은 사람들만 들어오는 데인가?’하고 생각한다. 20대의 여성이 타인의 시선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면, 40대의 여성은 타인의 시선에 대해 위축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은 40대의 여성도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일은 모자를 쓸 때도 나타난다. 요즘 내가 모자를 쓰고 다니는데, 추운 날에 모자를 쓰면 머리가 시리지 않고 따뜻해서 좋기 때문이다. 내 딴에는 백화점에서 멋있다고 여겨지는 걸로 골라 산 것인데 문제는 멋있게 쓸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20대에 이 모자를 쓰고 다녔다면, 사람들이 쳐다봤을 때 모자를 쓴 내 모습이 예뻐서 보는 것이라고 마음대로 해석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모자를 쓰면 해석부터 달라진다. ‘이 모자가 어색해서 사람들이 쳐다보나?’, ‘이 모자가 웃기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예뻐서 쳐다보는 것이라고 착각하던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갖는다. 이렇듯 나이가 들면 자신감이 하나씩 없어지는 것 같다. 비단 외모뿐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그런 것 같다. 그리하여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자신감은 자신의 능력과 거의 관계가 없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자신감은 실제 능력과 거의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 학자들은, 무능한 사람은 유능한 사람보다 자기 능력을 더 그럴 듯하게 과장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어떤 논문은 논리와 문법, 유머 세 분야 시험에서 하위 25퍼센트에 속한 사람들이 특히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무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할 때 사람은 자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 데이비드 브룩스 저, <소셜 애니멀>, 331쪽.

 

 

 

 

내가 봐도 많은 사람들이 자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이 들어서 자신감이 없어지는 게 오히려 진실에 가까워지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2. 열등감 : 하지만 자만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열등감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누구나 어느 부분에선 자만하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어느 부분에선 열등감이 있지 않을까. 나만 해도 자만한 구석이 있는가 하면 열등감을 갖는 구석도 많다.

 

 

내가 열등감을 갖는 것 중 하나가 ‘운전’이다. 요즘 운전 못하는 여성이 없을 정도로 여성 운전자가 흔한 세상이 되었다. 내 친구들만 해도 대부분 차가 있고 운전을 하고 다닌다. 그런데 난 운전을 안 한다. 아니 못한다. 내가 20대 중반이었던 때에 운전하다가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냈는데, 그 이후로 무서워서 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운전에 정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내가 이렇게 운전을 못한다고 말하면 열등감이 느껴지지 않는데, 누군가가 “너 운전 못하니?”라고 물으면, 또는 “너 차가 없니?”라고 물으면 마음속 깊숙이 숨어 있던 열등감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운전하는 친구들을 보면 멋져 보이고 부럽다. 나도 운전을 잘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또 한때는 딸 둘을 낳은 것에도 열등감이 있었다. 아들이 없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다. 주위 사람들이 ‘딸딸이 엄마’라고 부르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우연히 만난 동네 사람이, “다음엔 꼭 아들을 낳으셔야겠네요.”라고 말하면 열등감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바뀌어 더 이상 아들 타령을 하는 시대가 아니어서 이 열등감은 없어졌다. 만약 지금도 예전처럼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시대라면 내 열등감은 지속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들이 있는 친구가 아들을 예뻐하면서 자랑스러워하면 그 친구가 부럽다. 나도 아들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그런데 열등감을 가져서 좋은 점이 있다는 건 중요한 깨달음이다. 열등감의 좋은 점은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어느 것에 열등감이 생기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것을 잘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둘째, 다른 사람의 열등한 면을 무시하지 않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셋째, 겸손해진다.

 

 

 

 

3. 사랑 : 무엇엔가 마음을 빼앗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고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무엇을 아주 좋아하게 되면 우선 마음의 중심을 잃는다. 정신이 온통 그것에 집중되어서 일상생활을 균형 있게 해 나가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행복하면서도 스트레스가 따른다. 이것을 ‘스트레스가 있는 행복’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아주 맘에 드는 책을 만나면, 그것을 단숨에 읽고 싶어서 점심 먹을 시간이 몇 시간 늦어지고, 파마하러 가려던 계획이 내일로 미뤄지고, 청소할 시간을 놓치고 저녁을 맞게 되는 수가 있다. 이처럼 책에 빠져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음으로써 균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렵다.

 

 

결혼이란 것도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그런 사랑에 빠져야 할 수 있는 것.

 

 

앞으로 결혼할 사람들은 그 균형을 어떻게 잡고 살게 될까, 생각해 본다.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언젠가는 우리 딸들도 겪을 일이니까. 이 시대엔 결혼하면 맞벌이 부부로서 살 가능성이 많을 텐데, 부부 간의 사랑과 직장생활, 집안일, 육아 등의 문제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며 살지 의문이다. 그 일들을 다 하려면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몇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집안일 해 주는 사람과 아이 키워 주는 사람이 있어야 그나마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결혼생활과 직장생활, 이 두 가지를 잘 병행하는 일도 쉽지 않다. 결혼생활을 중요시하면 직장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고, 직장생활을 중요시하면 결혼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을 다 알면서도 여자들은 또 남자들은 무모하게 결혼을 한다.

 

 

그 없이 행복하기보다 차라리 그와 함께 참혹해지는 게 더 좋다고 여긴다면 결혼을 해도 좋으리라. 둘의 영혼을 녹여서 하나로 합치는 일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긴다면 결혼을 해도 좋으리라. 아니 결혼은 꼭 이런 생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사랑에 빠진 해럴드(남자)는 자기 자신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에리카(여자) 없이 행복한 것보다 에리카와 함께 참혹해지는 게 더 좋았다. 둘이 함께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좋았다. 자기와 에리카 사이에 놓인 경계선을 지우고 둘의 영혼을 녹여서 하나로 합쳐야 했다. 다른 무엇보다 그 일이 가장 중요했다.

 

 

- 데이비드 브룩스 저, <소셜 애니멀>, 311쪽.

 

 

 

 

사랑하면 ‘그녀 없이 행복한 것보다 그녀와 함께 참혹해지는 게 더 좋았다’라기보다 ‘그녀가 없다면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해져서 행복할 수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 같다.

 

 

 

 

4. 친구 : 이성과 마찬가지로 친구도 상대의 어떤 매력에 서로 끌려야 친구가 될 수 있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그 관계가 유지된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면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자기와 비슷해서거나 자기와 달라서거나. 즉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동질성 때문이거나 이질성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친구 사이에서의 사랑은 어떤 빛깔로 나타날까.

 

 

 

 

루이스는 이어서 이런 말도 했다. “친구 사이의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정해 놓은 의무에서 자유롭고, 질투하는 일이 없고, 필요한 자격 조건도 없으며, 매우 정신적인 차원에 속한다. 천사들 사이에나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사랑이다.”

 

 

- 데이비드 브룩스 저, <소셜 애니멀>, 316쪽.

 

 

 

 

친구들과 얼마나 가깝게 지내는가, 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은 다음의 글로 알 수 있다.

 

 

 

 

프랑스의 고전적인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사회적인 연결점을 적게 가진 사람일수록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예방의학의 권위자인 딘 오니시는 저서 <관계의 연금술>에서 외롭게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3~5배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

 

 

- 데이비드 브룩스 저, <소셜 애니멀>, 317쪽.

 

 

 

 

 

친구간의 전염성은 놀랍다.

 

 

 

 

학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사회적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작업과 관련해서 많은 연구를 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것이 전염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친구들이 뚱뚱하면 본인도 뚱뚱할 가능성이 높다. 친구들이 행복하면 본인도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친구들이 담배를 피우면 본인도 담배를 피운다. 친구들이 외로움을 많이 타면 본인도 외로움을 많이 탄다.

 

 

- 데이비드 브룩스 저, <소셜 애니멀>, 290쪽.

 

 

 

 

친구란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겠다. 내 경험으론, 친구 사이에서 ‘어떤 것에 대한 생각’도 전염되어 생각이 같아지는 현상도 일어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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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2-03-0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 누가 절 쳐다보거나 무안한 상황이면,
"왜? 너무 예뻐?"라고 합니다.
당연히 어이없어 하며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나오기 마련이고, 어찌되었건 무안한 상황은 무마됩니다.

그리고, 모자는 즐겨서 패션의 완성은 모자라고 생각할 정도예요.
그래서 직장에 들어갈때는 아니어도, 나올때는 거의 모자를 옷에 맞춰 써 줘요.
저 70년생이구요~

아웅~ㅠ.ㅠ
그런 의미에서, 전 20대와 40대의 차이가 저렇다는 거...동의할 수 없습니다여~

페크pek0501 2012-03-06 17:05   좋아요 0 | URL
크하하하하하하하~~~ 웃겨요 웃겨~~~ 제게 이런 웃음을 주시다니...

님 때문에 이 글에 (여기서 40대 사람들이란, 40대 후반의 사람들을 말하는데 50대 사람들도 포함함.)이란 말을 추가로 넣었답니다.ㅋㅋ 좋은 지적이셨습니다.

아직 40대 초반은 30대의 정서로 살 수 있는 나이입니다. 40대 후반이 되어야 비로소 40대의 정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님의 코멘트는 정답입니다. 아마 님은 50대가 되어서도 해당되지 않을 듯해요. ㅋ 위의 글에 쓴 것처럼 그런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왜? 너무 예뻐?"라는 말, 대.... 박.... 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분, 너무 좋아합니다. 양철나무꾼님! 보기 드문 멋쟁이님!!!!!!!!

첫 댓글, 고맙습니다.

stella.K 2012-03-0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것 같긴해요.
반대의 경우인 것 같긴한데 힘들어하고 매사에 부정적인 친구는
연락이 좀 꺼려져요. 나이들수록 정서 수준이나 구조가 비슷한 사람과 연락을
하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페크pek0501 2012-03-06 17:0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유류상종이 되지요. 끼리끼리 모이게 되고요.
반갑습니다. ^^

icaru 2012-03-0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전, 20대에서 10여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꿈에서는 제가 20대로 나오거든요. 지금보다는 외모에 자신감이 있었던 그때의 모습으로.. 그것도 좀 묘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전 아들만 둘인데, 지하철에서나 길에서 사람들이 주로 어르신분들이 그런 말씀 많이 하세요. 다음엔 꼭 딸을 낳아야겠네요. 딸은 꼭 있어야 된다고!
속으로 생각하죠. ' 모르는 사람도 걱정해 줄만큼, 내 노후가 위태로운 거구나...!'
무튼,, 많이 공감하며 읽었어요.

페크pek0501 2012-03-07 13:48   좋아요 0 | URL
방문에 감사 드립니다.
제가 못 낳은 아들을 둘이나 낳으셨다니, 꼭 승자의 위치에 있는 분 같으세요.(제가 볼 땐)
병원에서 둘째도 또 딸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패자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어떤 게임에서 진 기분이었죠. 아, 운명의 여신은 내 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 시댁에서 아들을 무척 바랐거든요.(남편이 장남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기분 없어졌어요. 그리고 아들이건 딸이건 어차피 인간은 혼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 들어요. 자식은 그저 사랑을 받기보다 주는 존재이고, 차라리 배우자가 의지하고 살아야 할 대상 같아요.

지금은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고 혹은 자식이 없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자식이 있으면 근심이 따르는 법.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면서 즐겁게 살면 그게 최고라는 생각이에요.

고맙습니다. 또 뵙기를...

프레이야 2012-03-06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자를 즐기는데 얼마전 머리를 잘라서 당분간 좀 안 쓸 것 같아요.
그래도 모자 쓸 때 자신감 충만이에요 ㅎㅎ
참고로 저도 4학년이에요^^
딸 둘을 낳은 열등감이라기보단 가끔 엄마들 만나면 아들 자랑하는 사람앞에서 조금 부러울 땐 있더라구요. 특히 무거운 거 척척 들어 옮겨주고 그럴때요.ㅎㅎ
사랑은 스트레스가 있는 행복, 너무 똑똑(!!)하면 결혼은 평생 못할지도 모르죠.ㅋㅋ

페크pek0501 2012-03-07 13:5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반갑습니다.
의외로 모자 쓰시는 분이 많네요. 저는 머리손질 할 시간이 없을 때도 활용한답니다. ㅋ
4학년이라시니 부럽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새로운 나이대에 진입했어요.
저처럼 딸 둘이시군요. 저는 키 큰 아들을 둔 엄마를 보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구나, 그런 생각 들어요. 남이 보기만 해도 든든한데 본인은 어떻겠나 싶어서요.ㅋ

맞아요, 손익계산을 따지면 결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랑에 빠져 마음의 균형을 잃어야 가능한 거죠. 또 봐요.

2012-03-07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03-07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 이런저런 이야기 모두
'도시'에서나 하는 이야기 아닌가 싶어요.

시골 스무 살 아가씨와
시골 마흔 살 아주머니라 한다면...
논일과 밭일을 하는 모습을
서로 어떻게 견주거나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페크pek0501 2012-03-08 15:30   좋아요 0 | URL
된장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시골에 살았다면 비교의식, 열등의식이 없었을 거예요. ㅋㅋ
사실 굶고 있는 아프리카인도 있고 집 없는 노숙자도 있고... 그런 것 생각하면 저는 가진 게 너무 많은 사람이니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건데 말이죠.
그런데 인간이란 원래 환경의 지배를 당하며 사는 어리석은 존재라서요.
어떤 상황에 몰리면 자기 생각의 동굴에 갇혀 버리고 말죠.

어떤 모임에 갔더니 저만 차가 없어서 헤어질 때 모두가 주차장을 향하는데, 저만 지하철 역을 향했어요. 이런 때 그 동굴에 갇혀 버리죠.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서울은 지하철 시설이 잘 돼 있어서 편리해 덜 초라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저의 아파트만 해도 지하2층으로 내려가면 지하철을 타는 곳으로 연결이 돼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운전 안 하느냐 물으면 편리한 지하철 핑계를 댄답니다. 아마 전 평생 운전 못 할 거예요. 운전대 잡는 게 무서워요. ㅋ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댓글, 부탁 드립니다. ㅋㅋ

2012-03-07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08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2-03-08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든 생각인데, 제 생각에 페크님 무지 미인이실 것 같아요.
이거 빈말 아니예요. 저 그런 거 안합니다..(할 때도 있지만..지금은 그런 타이밍이..)

글 너무 재밌어요.
저는 어느 쪽으로든 저 쳐다보는 거 부담스러워요.-_-;;

페크pek0501 2012-03-08 15:32   좋아요 0 | URL
미인이라고 생각하시면 아니, 아니, 아니되오...ㅋㅋ
저 절대로 미인 아닙니다. 으음~~ 솔직히 말하면 보통 수준의 얼굴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원래 인간이란 자기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존재라서 이건 타당하지 않을 것이고...
아마 보통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하면 타당할 것 같군요.
저도 미인이라고 사기를 치고 싶은데, 이곳에 제 친구들도 가끔 들어오는 곳이라서 거짓말을 못하겠군요. 히히~~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마태우스 2012-03-1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셨어요. 넘 오랜만이네요. 평일이고 주말이고 짐승같이 일하다보니 알라딘 할 새도 없네요. 그래도 올때마다 페크언니한테 인사 올리는 거 기특하죠? 근데 페크언니도 요즘 글 많이 안쓰시네요. 아래 글이 2월 25일이니... 참참참, 누가 자길 쳐다보면 못생겨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게 40대라구요? 전 어릴 적부터 그랬는데... 그게요 나이도 관계가 있겠지만 저처럼 하위 10%는 누가 저를 안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았답니다. 이런이런, 그래요. 하위 10%로 슬그머니 올렸어요. 원래는 5%가 맞죠 ㅠㅠ

외모가 못생긴 건 의외로 많은 걸 좌우하더라구요. 글을 쓰고자 했던 것도 아마 외모 때문이었을 거예요. 글은 얼굴이 안보이니깐요. 그래도 제가 조금만 더 생겼다면 좀 더 자신감 있게,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원망하거나 그런 차원은 아니구요, 그냥 약간의 아쉬움이랄까, 그런 거죠 뭐. 근데 미인임이 밝혀진 언니도 이런저런 열등감이 있군요. 으음... 많은 걸 배워가는 글이네요.

페크pek0501 2012-03-12 14:49   좋아요 0 | URL
아, 반가운 마태우스님.
"페크언니한테 인사 올리는 거 기특하죠?" - '기특'이 아니라 영광스럽게, 아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ㅋ

"근데 페크언니도 요즘 글 많이 안쓰시네요." - 저도 나름대로 바쁩니다. 10년간 초중고 학생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하며 살았는데, 먼 거리의 이사로 중단, 1년 반 정도 쉬었는데 요즘 다시 가르치고 있어요.
학교에 외부강사로 나가 '독서논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수업이 있기 전날엔 수업준비로 바쁘고, 수업이 있는 날엔 수업으로 바쁘고, 수업이 없는 날엔 운동과 사우나, 그리고 친정에 가서 몇 시간 재롱? 피우는 효도를 하는 것으로 바쁘고... 독서와 집안일 등, 바쁘다 보니 차분히 글 쓸 시간이 없네요.

"하위 10% ~" - 이건 겸손이시고, 제가 님의 사진을 봤는데, 그 정도면 괜찮은 용모세요. (준수해염ㅋ)
그리고 제 얼굴... -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미녀라는 건 엄마의 고슴도치식의 시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자면, 못생겼어요. ㅋㅋ

참, 님은 좋은 직업을 가지셨으니 자부심 갖고 사셔도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교수님 소리를 듣고 산다는 것, 멋진 일입니다. 저는 교실에서 선생님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무슨 선생인가? 이렇게 엉터리인 내가 선생 자격이나 있나?, 뭐 그런 생각을 한답니다.
또... 봐...요...(쓰다 보니 길게 썼넹ㅋㅋ)

노이에자이트 2012-03-12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부강사는 학교에 개인책상이 없나요? 기간제 교사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궁금궁금...

페크pek0501 2012-03-13 11:1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오랜만이네요.ㅋ
예, 개인책상이 없고 외부강사만 모이는 룸이 있는데, 공동으로 쓰는 큰 책상이 있답니다. 아마 개인책상이 있다고 해도 무용지물일 듯해요. 강사들은 츨근하는 요일이 각기 달라서 제가 들어가면 한두명 정도만 있어요. 또 대부분 강사들은 수업 마치면 학교에 머무르지 않고 바로 가니까 책상이 필요없는거죠. 수업도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이 있답니다. 그래서 여러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한 번 가면 두 시간 연속해서 - 중간에 십분 쉬고- 수업하는데, 끝나면 룸에 들러 출석부 갖다 놓고 그날의 수업내용을 간략히 적고 사인하고 바로 집에 옵니다. 수업 끝나면 집에 가서 쉬고 싶단 생각밖에 안 들어요.

기간제 교사는 다릅니다. 예를 들면 수학과목 담당하는 선생님이 임신과 출산으로 6개월 휴직하게 되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데, 그 선생님이 맡았던 수업을 다 하는 것이니 학교교사와 다를 바 없이 수업이 많죠. 당연히 책상이 있겠죠. 아마 매일 출근해야 할 거예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2-03-13 21:59   좋아요 0 | URL
요즘은 학교에서 강의하는 분도 종류가 여럿이군요...잘 알았습니다.
 

 

 

 

내가 결혼기념일 20주년이 지난 나이가 되었는데도 우리 엄마는 나를 애 취급한다. 아직도 내가 교복 입고 다니던 여고생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나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위대하다고 할 정도다. 마치 자식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나신 분 같다.

 

 

가까이 살아서 친정에 자주 들르는데, 엄마는 갈 때마다 먹을 것을 내와서 먹으라고 한다. 친정엔 먹을 게 늘 있다. 옆집에서 가져온 떡이 있는가 하면, 앞집에서 가져온 과일이 있을 때가 많다. 떡을 자주 해 먹는 이웃이 있어서이고, 마당에 감나무가 있는 이웃이 많아서다. 이것도 저것도 없으면 빵이 있는데, 내가 오면 주려고 사 놓으셨단다.

 

 

엄마가 “얘, 많이 좀 먹어라.”하시면,

 

 

나는 먹다가 “아휴, 배불러.”한다.

 

 

또 “얘, 뭐 먹고 싶은 거 없니?”하시면,

 

 

“없어 없어.”한다. 그러면,

 

 

“얘는 왜 먹고 싶은 게 없어.”하시면서 먹성이 좋지 않은 나를 탓하신다.

 

 

나는 위가 작아서인지 조금만 먹으면 배부르다. 아니, ‘조금만’이라고 하면 옳지 않다. 나는 밥 한 공기와 국 한 그릇이면 배부르다. 엄마는 그게 늘 불만이시다.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땐, “푹푹 좀 먹어라.”하시고,

 

 

“나 푹푹 먹고 있는데.”라고 하면,

 

 

“그게 뭐가 푹푹이야, 그러니까 살이 안 찌지.” 이러신다.

 

 

우리 엄마의 제일의 소원은 딸이 포동포동 살이 찌는 것이다. 길 지나가다가 통통한 아줌마들을 보면, 너도 저러면 좋은데, 하며 부러워하신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살이 쪄 본 적이 없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여름날의 체육시간을 제일 싫어했다. 체육복 반바지를 입기 때문이다. 애들은 내가 말랐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반바지를 입고 운동장에 나가면 꼭 한마디씩 했다.

 

 

“너, 생각보다 되게 말랐다.”

 

 

이 소리를 내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그들은 모른다. 나의 ‘새 다리’에 열등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도 아무리 더운 날에도 반바지를 입지 않고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입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새 다리가 아무렇지도 않은 시대가 왔다고 느꼈다. 내가 결혼한 지 몇 년쯤 되어서다. 다이어트 열풍 때문인지 길에서 새 다리의 여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반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그래서 나도 용기 내어 그때부터 반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확실히 반바지를 입으면 덜 더워서 좋았다.

 

 

“왜 너는 다른 아줌마들처럼 살이 안 찌는 거니?”

 

 

이것이 우리 엄마의 최대의 불만이시다. 내가 살이 찌지 않아서 약골이라고 생각하신다. 그러니까 내가 튼튼해지려면 살이 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삼도 자주 사 주신다.

 

 

“얘, 이 홍삼 좀 먹고 살 좀 쪄라.”

“많이 먹어 봤잖아. 홍삼 먹는다고 살찌는 거 아니야.”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단 살이 찌겠지.”

“나 이제 그렇게 마른 편 아니야. 아가씨 때보다 체중이 얼마나 늘었는데.”

“더 늘어야 돼.”

 

 

우리 모녀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하는데, 이 말이 우리의 경우엔 틀렸다. 내가 대구에 살 때 애들이 방학하면 애들과 함께 서울 친정에 와서 열흘쯤 놀다 가곤 했다. 열흘 있다가 내가 대구에 내려가는 날 아침에 사위가 전화하면 엄마는 이렇게 말하신다.

 

 

“우리 딸이 기차 타고 내려가느라 피곤할 거거든, 그러니까 자네가 집 청소 좀 해 놔.”

 

 

이런 장모님, 참 드물 것이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우리 엄마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딸이 친정에서 해 주는 밥 먹고 편히 놀다 가는데, 뭐가 피곤하단 말인가. 오히려 열흘 동안 혼자 밥 해 먹고 출근하는 남편이 더 피곤하겠지. 그런데 그 장모에 그 사위다. 남편은 그런 장모님의 비위 맞추는 데 선수다.

 

 

“예, 안 그래도 집 청소 다 해 놓고 출근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청소를 해 놨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다. 사실 남편은 청소기를 잘 돌린다. 깔끔한 걸 좋아하기도 하고 일종의 취미인지 요즘도 일요일이면 으레 청소기는 자기가 돌리겠다고 할 정도다. 게다가 주부가 집을 열흘이나 비웠으니 먼지가 많을 테고, 그러니 청소를 해 놓는 건 그의 성격상 당연할 것이었다. 어쨌든 장모와 사위가 꿍짝이 잘 맞는다.

 

 

손자 사랑은 할머니라고 하는데, 이 말도 우리의 경우엔 틀렸다. 외할머니가 용돈 줄게, 하면서 내 딸들에게 돈을 줄 때가 있는데, 꼭 이렇게 말하며 주신다.

 

 

“나는 엄마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예뻐. 앞으로 속 썩이면 용돈이고 뭐고 안 줄 거야.”

 

 

이 말은 우리 딸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손녀만 예뻐하겠단 뜻이다. 사위도 마찬가지다. 내 딸을 편하게 해 주는 사위만 예쁜 것이다. 뭐든 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니 딸에 대한 사랑이 최고라는 걸 의미하겠다.

 

 

친척 결혼식에 함께 가는 날이면 엄마는 아침부터 전화하신다. 나보고 미용실에 들러 예쁘게 하고 오라는 것이다. 결혼식장에서 만난 친척들 앞에서 내가 예쁘길 바라시는 것이다. 이제 내가 늙어서 예쁜 딸의 배역으론 어울리지 않을 터인데, 그 고슴도치의 자식 사랑은 그런 건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 언니가 그냥 인사말로 내게 하는 말,

 

 

“얘, 너는 어쩌면 그대로니, 늙지도 않고.”

 

 

그러면 엄마는 이렇게 거드신다.

 

 

“응, 우리 딸은 안 늙는 스타일이야.”

 

 

미쳐 미쳐. 그 고슴도치의 자식 사랑은 참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 사촌 언니와 눈 마주치고 함께 웃을 수밖에 없다.

 

 

내가 결혼식 올릴 때, 결혼식장의 하객들 사이에서 남편이 미남이라고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한 친구가 내게 하는 말은 이렇다.

 

 

“얘, 니가 들으면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신부보다 신랑이 더 예쁜 결혼식이었어. 니 신랑 정말 미남이더라.”

 

 

큰애가 중학교 졸업식 때 아이들 사이에서도 남편의 얼굴이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니네 아빠, 영화배우 같이 잘 생겼더라.”라고 친구들이 말하더란다.

 

 

이런 얘기를 전해 들으면 우리 엄마가 또 하는 말이 있다.

 

 

“니네 아빠가 뭐가 잘 생겼니? 엄마가 훨씬 예쁘지.”

 

 

그러면서 덧붙이신다. “사람들이 눈이 삐었어.”

 

 

딸보다 사위가 더 잘 생겼다는 사실을 절대 용납 못하신다.

 

 

내가 가장 히트라고 생각하는 우리 엄마의 멘트 중 압권은 이것이다. 사위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무튼 자네는 장가 잘 갔지 뭐. 살림 잘 하지, 돈 잘 벌지, 게다가 마음도 착하지, 그렇다고 인물이 빠지길 하나, 그런 마누라가 어디 흔한가.”

 

 

미쳐 미쳐.

 

 

그래도 우리 남편은 웃으며 여전히 꿍짝을 잘 맞춘다.

 

 

“예,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큰애가 한마디 한다.

 

“엄마, 외할머니 은근히 웃기시는 거 알어?”

 

 

내가 답한다.

 

 

“은근히가 아니라 대따 웃겨.”

 

 

내가 외동딸이라서 그러실까. 친정 엄마의 자식 사랑과 나의 자식 사랑을 비교하면 나는 자식에게 무심한 편에 속한다. 엄마처럼 자식에게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또 모르지. 나도 나이 들면 고슴도치의 자식 사랑이 시작될지도. 그래도 우리 엄마처럼 당신 딸이 제일 잘났다고 착각하며 말하는 엄마는 최소한 되지 않으리라고 다짐한다.

 

 

이것, 어디에다 적어 놔야겠다. 나중에 잊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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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2-02-1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졸업식에 갔는데 말이죠.
우리 아들 얼굴 뒤에서만 후광이 비치는 거예요, 천사를 아들로 둔 줄 알았다나 어쨌다나~^^

저도 고슴도치도...함함하다, 될 것 같죠?^^

페크pek0501 2012-02-18 18:16   좋아요 0 | URL
어머나! 양철나무꾼님,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저 이런 유머를 구사하시는 분 너무 좋아해요.

그 마음 이해되어요. 아들은 연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아주 멋진 연인과 같다고 하던데, 제가 아쉽게도 딸만 둘이라서 그 마음을 못 느껴 봤답니다. 그러나 그 마음 이해하는 건 친구들로부터 많이 들어서요. 절대 과장이 아니라는 것, 잘 알아요. ㅋㅋ 참, 좋으시겠어요. 저도 그런 연인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ㅋㅋ

stella.K 2012-02-1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따님 사랑이 대단하시군요.
저도 언니 어머니 같으신 분이 울엄니셨으면...ㅋㅋ
어쩌면 손주 보다 딸이 먼저실까요?
그러니까 따님들이 언니한테 꼼짝 못하겠는데요.
어머니 정말 지혜로우세요. 부럽습니다.^^

페크pek0501 2012-02-18 18:17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외동딸이라서 불만이에요. 사랑을 받으면 받는 만큼 의무와 책임 사항이 많아진답니다. 그래서 약간 고단할 때도 있답니다. 이건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듯, 경험이 없으면 복에 겨워 그럴 것이라고 오해 받기 십상이죠. ㅋ

LAYLA 2012-02-1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은 엄마의 복숭아 찹쌀떡 꿀물이란 생각이 들어요~엄마짱~

페크pek0501 2012-02-18 18:17   좋아요 0 | URL
아, 첫손님이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딸은 엄마의 복숭아 찹쌀떡 꿀물 이군요. 재밌는 표현이에요.ㅋㅋ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2-02-18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엄마도 고슴도치면 좋을텐데 그렇진 못하세요.ㅎㅎ
저도 고슴도치엄마는 아닌 것 같은데 남들이 보기엔 또 어떨지 모르죠.^^
페크님은 외동딸이라 더더 사랑 많이 받고 자라신 표가 나요, 글에서요^^
페크님 고슴도치 어머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12-02-18 18: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프레이야님.

저는 좀 무심한 엄마 편에 속해요. 제 머릿속이 복잡해 아이들의 생활에 일일이 신경 못 쓰고 살아요. 잔소리 없는 엄마라서 좋다고 큰애는 말하지만 때론 미안할 때가 있어요. 집에선 늘 바쁜 엄마로 통한답니다.

숲노래 2012-02-1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그 사랑을 잘 물려받으리라 믿어요~

페크pek0501 2012-02-18 22:59   좋아요 0 | URL
예 된장님.
반대로 아이들이 제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에게 하는 걸 보고 자라서 나중에 내가 늙으면 그대로 저에게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되어요. 제가 부모님께 잘 해드려야 하겠죠. ㅋ

노이에자이트 2012-02-1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결론은 "나는 나이 들어도 늘씬해!"로군요. 배에 주름잡히고 허리 굵은 여자들이 읽으면 분노할 내용입니다.게다가 남편은 미남이라니...노처녀가 읽으면 한 숨 쉴 거구요...하하하!

페크pek0501 2012-02-18 22:58   좋아요 0 | URL
크하하~~~~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군요. 졸고 있었는데, 님의 그 매력적이고도 예리한 멘트에 잠이 확 달아나는군요.

그래도 외모가 초라하게 늙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좀 봐 주시기 바랍니다. 젊음들과 비교되어 정말 주제파악이 되더군요. 그런데 제 나이 때에도 아직도 외모에 자신감 있는 사람을 보고 놀랐어요. 헬스 다니며 열심히 몸을 가꾸는 사람인데, 차라리 그를 부럽다고 해야 하나요. 아무리 인간이 착각하는 존재라고 하지만 그런 착각은 들지 않으니 다행인지, 비극인지 모르겠어요. ㅋㅋ

순오기 2012-02-19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내편'인 친정엄마의 고슴도치 사랑!!
우리도 더 늙으면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요?ㅋㅋ

페크pek0501 2012-02-19 10:58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순오기님. 아마 우리도 더 늙으면 그리 될 것 같아요. 제 친구들 중엔 벌써 그런 친구 있어요. 갑자기 학교에 간 아들 얼굴이 보고 싶다는 친구도 있고...ㅋㅋ 저의 경우엔 현재 큰딸이 자랑스러운데, 우리 엄마처럼 되지 말자고 다짐한답니다. 속으로만 자랑스러워 할래요. ㅋㅋ

신지 2012-02-1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서재에서 이런 글은 비교적 드물게 올라오는 편이라 더 반갑네요.
중간에 따옴표로 평소 대화를 직접인용하셨잖아요.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어머님이나 페크님이 너무나 생생하게 상상이 되는군요. ^^


페크pek0501 2012-02-19 10:58   좋아요 0 | URL
신지님, 맞아요. 이런 글 처음 써 본 것 같아요. 저와 가족이 너무 드러나서 확 지우고 싶은 충동이 순간 일어나네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2-02-1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하다는 속담은 뭔가 잘못된 거 같아요.고슴도치 아기는 못생겨도 어미가 보기엔 이뻐보인다는 해석인데...사실 고슴도치는 정말 이쁜 동물이거든요.직접 보신 적이 있나요?얼굴이 정말 이뻐요.

페크pek0501 2012-02-20 13:43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그런 말 들은 적 있어요. 저도 고슴도치 아기 사진을 봤는데, 귀엽기만 하더라고요.

호박꽃도 그렇지 않나요? 못생긴 여자한테 호박꽃이라고 하는데, 예쁘던데...ㅋㅋ

굿바이 2012-02-1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살림 잘 하지, 돈 잘 벌지, 게다가 마음도 착하지, 그렇다고 인물이 빠지길 하나"
어머님이 한 가지 모르시는게 있어요. 글도 잘 쓰시는데!!! 이거 알려드릴 방법이 없네요^^

페크pek0501 2012-02-20 13:45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 아! 예리한 지적이세요. 그리고 아주 맘에 드는 지적이세요. 그건 생각 못했어요. 키득키득~~ (나, 굿바이님, 많이 좋아할래요.호호~~)

우리 엄마는 제가 글 쓰거나 책 읽는 것, 안 좋아하세요. 몸 축난다고 하지 말래요. ㅋㅋ 그리고 컴퓨터를 잘 모르셔서 이 블로그에 대해 잘 모르세요.
제가 책 읽고 있으면, 책 좀 그만 봐라, 하세요. ㅋㅋ

2012-02-22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3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2-02-2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다리, 살 안찌는 체질, 미남 남편 등등 대단하십니다!
특히 이 페이퍼로 페크 언니가 미녀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전 깔끔하지가 않아서 집에서 청소는 잘 안하구요 그냥 설거지랑 쓰레기 관련된 일만 좀 하는 편입니다. 그러면서 아내한테 이럽니다. "내가 못생겼으니 이러는 거지, 잘생겼으면 나도 손 까닥 안하고 살았을 걸." 근데 님의 부군은 미남인데 청소까지...흠흠. 존경스럽네요

페크pek0501 2012-02-23 21:22   좋아요 0 | URL
어맛! 반가운 마태우스님.

제가 미녀라고 한 적은 없사옵니다.ㅋㅋ 으음~~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 분들 때문에 제 얼굴을 꼭꼭 숨겨야 되겠군요. 탄로나지 않도록...

잘 생겼다고 해서 집에서 일을 안 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럼 아내에게 사랑 못 받죠. 그렇게 따지면 연예인들이 왜 이혼을 하겠습니까. 외모는 별개의 문제예요. 설령 밖에서 잘 나가는 남편이라고 해도 집에서 왕 대접만 받으려 하면 안 됩니다. 그냥 애처가가 되시는 게 여러 모로 이득이 됩니다. 가정의 평화는 물론이고 반찬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어요. 알아 두시길...ㅋㅋ

마녀고양이 2012-02-2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외할머니가 페크 언니 어머님처럼, 저희 친정 어머님을 더 아끼셨답니다.
음.... 손주된 입장으로 말하자면, 그게 왜 그리 서운하던지요... ㅋㅋㅋ

페크 언니 잘 계시죠? 봄이 오는 소리가 조금씩 들리는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12-02-25 15:02   좋아요 0 | URL
서운하셨군요.ㅋ 우리 애들은 그냥, 외할머니가 그런 것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느 새 봄이 오는 길목에 있군요. 시간이 빨라 기절하겠어요.
잘 지내세요. 제가 마고님을 지켜 보고 있다는 것, 잊지 마시고요.
(으음~~~ 엄살 피우며 사는지 씩씩하게 사는지, 지켜봐야징ㅋㅋ)
엄살 피우는 건 나의 주특기인데...ㅋㅋ
반가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