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로 / 사유이미지 발터 벤야민 선집 1
발터 벤야민 지음, 최성만 외 옮김 / 길(도서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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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독일 로볼트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이전의 주로 고전적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과 비평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벤야민의 글쓰기 방식이, 여기서는 현실과 초현실 세계의 다양한 경험들에 대한 아포리즘적이면서도 이미지적인 성찰의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남다르다. 물론 동시에 그 탄생배경에 대한 사전이해 없니는 독해가 힘들다는 점에서, 그의 몇몇 텍스트와 마찬가지로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내가 수강하는 강좌에서 언급되었던 책을 집에 와서 찾아보았다.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 사유이미지>라는 책이었다. 접힌 부분이 많았다. 그중 일부를 옮겨 적고 단상을 적어 보았다. 



계단 주의! 


좋은 산문을 쓰는 작업에는 세 단계가 있다. 산문을 작곡하는 음악의 단계, 그것을 짓는 건축의 단계, 마지막으로 그것을 엮는 직조(織造)의 단계가 그것이다.(93쪽)


⇨ 이러한 단계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러나 음미하며 읽어 볼 만한 글이다.


난 그저 생각이 흐르는 대로 초고를 쓰고 나서 단락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궁리하고, 단락의 순서를 어떻게 바꿀지 궁리하고, 마지막 단락이 깊은 여운을 주는 글이 되게 하려고 궁리한다. 퇴고할 때는 세심히 보며 삭제할 문장을 고르고, 잘못된 문장을 수정한다.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알게 되는 곳


그곳은 그의 실패에서이다. 우리가 우리의 약점 때문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업신여기고 그 약점을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우리가 강한 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패배를 업신여기고 우리의 불운을 부끄러워한다. 승리와 행운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인식한다고?! 우리에게 그 어떤 것도 바로 우리의 강점만큼 우리의 깊은 약점들을 드러내는 게 없다는 걸 대체 누가 알지 못할까?(172~173쪽)


⇨ 인간은 성공할 때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성공하면 자신을 높은 위치에 두고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에 오만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비난을 산다.


오만한 자는 하나의 그림자를 달고 있는데 그것은 어리석음이다.   


      

일련의 실패들에서는 경우가 다르다. 우리는 그 실패들 속에서 온갖 부활의 술책들을 배우고 용의 피로 목욕하듯이 수치심 속에 목욕한다. 명성이든 알코올이든 돈이든 사랑이든, 사람은 자신의 강점이 있는 곳에서 명예를 모르고 치욕을 두려워할 줄도 모르며 침착함도 모든다.(173쪽) 


⇨ 실패를 경험하면 그것을 통해 배울 점이 있기 마련이어서 부활의 기회를 갖게 된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는 이유다.  



말리는 충고는 하지 않기


충고를 부탁받은 사람이 제대로 충고하기 위해서는 먼저 충고를 부탁하는 사람 자신의 의견을 물어보고 그다음 그 의견을 승인해주는 것이 좋다. 자신보다 더 똑똑한 의견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남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충고를 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185쪽)


⇨ 나는 나보다 더 똑똑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고민이 있으면 친구에게 전화하여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물어보기도 한다. 균형 잡힌 사고를 가지기 위해서 친구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것이다. 이때 친구의 의견에 동의할 때가 많다. 자신만이 똑똑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여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훌륭한 작가


훌륭한 작가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말한다는 것은 생각하기의 표현인 것만이 아니라 생각하기의 실현이기 때문이다.(227쪽)


⇨ (이 글은 238쪽에도 나와 있다. 중복 게재를 한 것은 출판사의 실수인 듯.) 


훌륭한 작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생각하는 것 이상을 말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남의 문장을 베껴 쓴다면 모를까.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베껴 쓰면 들통나기 십상이다. 


‘생각하기의 실현’이 없다면 생각하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가 올바른 생각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올바르게 실현하기 위함이 아닌가.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문학이 중요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오직 실천과 글쓰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뿐이다.(69쪽)



열악한 작가는 착상이 많이 떠올라 그 착상들 속에서 기력을 탕진해버린다. 이것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열악한 달리기 선수가 사지를 맥 빠지게 움직이거나 지나치게 활발하게 움직이느라 기력을 탕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열악한 작가는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냉철하게 말할 줄 모른다. 재기발랄하게 훈련받은 신체가 펼치는 연기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사유에 부여하는 것이 바로 훌륭한 작가의 재능이다. 훌륭한 작가는 결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쓰는 글은 그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만 도움을 준다.(227쪽)


⇨ 나의 의견을 말하면 글을 쓰면서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글이 글을 부르기 때문이다. 기존의 글이 새 글을 부른다는 뜻이다. 즉 글을 쓰면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말이다. 

  




부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하면, 심지어 집중적으로 그 사람을 생각하다보면, 거의 모든 책에서 그 사람의 초상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을 받는 그 사람은 심지어 주인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그 적수로 나타나기도 한다. 단편소설에서든 장편소설에서든 노벨레에서든 그 사람은 항상 새롭게 변신하여 나타난다. 그리고 여기서 다음의 사실이 추론된다. 상상력이란 무한히 작은 것 속으로 파고들어갈 줄 아는 능력이고, 모든 집약된 것 속으로도 새로운, 압축된 내용을 풍부하게 부여할 줄 아는 능력이다. 요컨대 상상력은 어떤 이미지든 접어놓은 부채로 여길 줄 아는 능력, 그 부채가 펼쳐져야 비로소 숨을 쉬게 되고 또 새로이 펼쳐진 그 폭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특성들을 내부에서 연출해 보이는 그러한 능력이다.(116쪽)


⇨ 상상력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감탄스럽다. 상상력이란 접어놓은 부채를 펼쳐보는 것과 같은 능력이라는 것. 기억해 두고 싶다.


이 책은 난해한 문장이 있긴 하지만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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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4-25 2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얼마만의 리뷰입니까?
쓰신다더니 정말 쓰셨네요. ㅎ
저는 왠지 벤야민의 책은 어려울 것 같아 감히 손대기가 좀 그렇던데
어렵지 않았나 봐요. 하긴, 이런 사람의 책을 읽어두면 보약 먹은 기분들지 않을까요?
저도 언제가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참, 서재 손 좀 보셨네요. 산뜻하네요.^^

페크pek0501 2024-04-25 22:27   좋아요 2 | URL
올해 들어 처음 쓴 리뷰 같습니다.
난해한 부분이 있지만 읽을 만합니다. 보약 먹은 기분... 크하하~~~
발터 벤야민 같은 유명인의 책은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봄이 왔으니 겨울 풍경을 내리고 봄단장을 했어요.^^

서니데이 2024-04-25 2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서재 이미지를 봄 개편하셨군요.
벚꽃과 목련의 시기는 지났지만, 요즘 철쭉이 피고 화사한 시기예요. 연초록으로 새로 나온 잎들이 보기 좋네요.
이번주 비가 와서 조금 덜 더웠는데, 다시 오늘부터는 기온이 올라가서 주말에 29도 가까이 올라간다고 해요.
자주 달라지는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4-25 22:28   좋아요 2 | URL
봄단장을 했지요. 봄이 왔으니까요.
우리 동네에는 아직도 꽃잔치를 벌이고 있어요. 오늘 나가 보니 아직도 피어 있어요.
29도라니, 갑자기 여름 날씨가 되는 거군요.
서니데이 님도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2024-04-26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2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월든 - 완결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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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월든》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이 책의 진가를 알고는 있었으나 완독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꼭 완독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내게 있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가 닿을 수 없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는 일이다. 마치 외딴섬에 유폐되어 있다가 자유롭게 떠나는 여행과 같은 것이다. 내게 있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사고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일이다. 돌을 던져 보면 우물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듯이 글을 보면 글쓴이의 사고력과 통찰력을 헤아릴 수 있다. 사고력과 통찰력을 담고 있는 《월든》 같은 책을 만나 자유롭게 여행을 한다는 것은 독자로서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소로우는 숲 속에 들어가 홀로 생활해 보는 것을 꿈꾸어오던 것을 실현하기 위해 1845년(그의 나이 28세)에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지어 입주했다. “2년 이상을 이 호숫가의 숲 속에 사는 동안 인간과 자연, 인간과 사회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기회를 가졌으며, 불후의 명작이 될 《월든》의 핵심 부분을 썼던 것이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소로우는 급우들과는 달리 소위 세속적인 성공이란 것에 깊은 회의를 품었다.”(옮긴이의 말, 9쪽)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월든》은 《로빈슨 크루소》 같은 모험기로 읽을 수 있고, 자연 묘사에 있어 서양 문학을 통틀어서 《월든》을 따른 만한 작품은 없을 것이며, 《걸리버 여행기》처럼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서다. 


소로우는 숲 속에 들어가 살았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써 놓았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으며,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138~139쪽)



이제부터 《월든》을 읽으며 내가 밑줄을 그은 글들과 그것들과 관련된 나의 단상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끝없이 노력하고, 때로는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않을 것인가?(61쪽)


왜 우리들의 가구는 아랍인이나 인디언의 가구처럼 소박해서는 안 된단 말인가?(62쪽)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소박한 삶’이 아닐까 한다. 예를 들어 본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른 아침에 손수 내린 커피를 마시며 느끼는 행복, 

자신이 좋아하는 시집에서 시를 골라 노트에 옮겨 적으며 느끼는 행복,

자전거 동호회원들과 함께 자전거 나들이를 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느끼는 행복. 



젊은이들이 당장에 인생을 실험해보는 것보다 사는 법을 더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겠는가? 그렇게 하면 수학 공부만큼이나 그들의 정신을 단련시키게 될 것이다.(82~83쪽) 


인생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밖에 나가 돈을 벌어 보며 세상과 부딪혀 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일부 어머니들은 대학생 자녀의 등록금을 보태기 위해 자신이 알바를 하더라도 자녀에게는 알바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공부만 하라고 한다. 나는 대학생 자녀도 방학을 이용하여 알바를 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돈을 버는 일을 함으로써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되어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고, 지난날에 컴퓨터 게임에 빠져 시간을 보낸 것을 후회하며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내가 친애하는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은 것은, 되도록 오래오래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는 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농장에 얽매이든 군郡 형무소에 얽매이든, 얽매이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이다.(129쪽)


소로우는 우리에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하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 글을 읽으니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을 돈의 노예로 만들기도 하고, 물질적인 이욕의 노예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때때로 사람들은 고전 연구가 더 현대적이고 더 실용적인 학문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탐구적인 학생은 그것이 어떤 언어로 쓰였고 얼마나 오래되었고 간에 항상 고전을 연구할 것이다. 고전이란 인류의 가장 고귀한 생각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154쪽)


고전의 중요성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런데 소로우의 책 《월든》도 위대한 고전이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자신의 책이 위대한 고전이 될 거라고 소로우는 예측했을까?



그러나 봄에는 메기를 낚으러 밤낚시를 오는 마을 사람들이 이따금씩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어둠을 미끼로 자신의 마음의 호수에서 더 많은 고기를 낚았던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개 빈 바구니를 들고 곧 물러났으며, ‘세계를 어둠과 나에게’ 남겨놓았기 때문이다.(198쪽)


지금이나 그때나 고기 낚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에 잠기기 위해 낚시터를 찾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시대에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신기하다. 

 


밭농사가 잘되어 농부의 광을 가득 채우느냐 아니냐는 비교적 중요한 일이 아니다. 금년에 숲에 밤이 열릴 것인지 아닌지 다람쥐가 걱정을 않듯 참다운 농부는 걱정에서 벗어나 자기 밭의 생산물에 대한 독점권을 포기하고, 자신의 최초의 소출뿐만 아니라 최종의 소출도 제물로 바칠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251쪽)


세속적인 논리와 세속적인 가치만 중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글이다. 밭은 농작물을 수확하는 땅이기 이전에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내가 자연과 친하게 된 것은 어렸을 때의 낚시와 사냥 덕택이었던 것이다. 낚시와 사냥은 일찌감치 우리를 자연의 경관에게 소개해주고 그 안에 머물도록 해준다. 그러지 않으면 그 나이엔 자연과 별다른 친교 관계를 맺을 수 없는 것이다. 어부와 사냥꾼과 나무꾼 같은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들이나 숲 속에서 보내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자연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생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에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접근하는 철학자나 시인보다도 자연을 관찰하는 데 더 나은 위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은 이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316쪽)


내가 궁금해 하던 것이 풀렸다. 취미로 낚시나 사냥을 하는 사람들은 왜 하필 생명을 죽이는 걸 취미로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물고기 또는 토끼가 잡혀 고통당하는 것을 즐기는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글을 읽으니 알 것 같다. 낚시나 사냥은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게 해 주고,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이 중요한 사실을 소로우가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나는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았던 낚시와 사냥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젊은이가 숲과 친해지고 또 자신의 가장 독창적인 부분과 친숙해져가는 경로는 대략 그러한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사냥꾼이나 낚시꾼으로서 숲에 간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몸 안에 보다 훌륭한 삶의 씨앗을 지닌 사람이라면, 시인으로서든 박물학자로서든 자신의 진정한 목표를 찾게 되어 총과 낚싯대를 버리게 된다.(319쪽)


어린 시절에 낚시나 사냥을 해 본 경험이 있으면 자연을 사랑하게 될 듯하다. 무엇을 사랑하려면 그것 가까이에 가서 잘 관찰하는 시간이 필요해서다. 



내 나이 또래의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육류 및 차와 커피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그것들이 건강에 무슨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아내서가 아니라 어쩐지 마음에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육식에 대한 거부감은 경험의 결과가 아니고 일종의 본능인 것이다. 검소한 생활을 하고 검소한 식사를 하는 것이 여러 가지 점에서 더 아름답게 생각되었다. 완벽하게 해낸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나의 상상력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나름대로 할 만큼은 했다. 자기의 고매한 능력, 시적인 능력을 진정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은 육식을 특히 삼가고 어떤 음식이든 많이 먹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322쪽)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은 육식을 특히 삼가고 어떤 음식이든 많이 먹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라는 글은 마치 미래학자가 하는 말 같지 않은가? 요즘 건강하기 위해서는 육류보다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좋고, 과식하는 것보다 소식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므로.    


나 역시 육류를 많이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육식을 즐기는 이들은 육식을 즐기지 않는 이들에 비해 비만이 되기 쉬워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 



우리의 인생은 놀라울 만큼 도덕적이다. 덕과 악덕 사이에는 한순간의 휴전도 없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선이야말로 절대적으로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투자이다.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하프의 소리 속에서 우리에게 특별히 감명을 주는 것은 이 선에 대한 강조인 것이다. 이 하프는 우주의 법칙을 선전하고 돌아다니는 ‘우주보험 주식회사’의 출장 세일즈맨이다. 그리고 우리의 조그만 선행은 우리가 지불하는 유일한 보험료이다. 젊은이는 나이가 들면 무감각해지지만 우주의 법칙은 결코 무감각해지는 일이 없으며 영원히 민감한 사람의 편에 선다.(327~328쪽)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이 알 수 없는 ‘우주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생각이 소로우의 글로 인해 더욱 확고해졌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여태껏 발견 못 하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472쪽)


출처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소로우가 쓴 시인 듯하다. 


이 글을 읽으니 이런 명언이 떠오른다. “사람은 우주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 자신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은 그 어느 별보다도 먼 것이다.”(체스터턴) 


이 명언은 차라리 우주에 대해 알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소로우 역시 우리 마음속에서 여태껏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데 힘쓰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전문가가 되기 어렵다고 여긴다는 걸 알 수 있다.   


진실로 바라건대 당시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473쪽)


자기 자신을 완전히 아는 자는 없으리라. 어떤 일을 계기로 자신에 대해 알게 될 때가 우리에겐 얼마나 많던가. 예를 들면 이러하다. A씨는 유치원 교사가 되고 나서야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유치원 교사라는 직업이 자기 적성에 맞지 않다는 걸 알았다. B 씨는 본인이 화를 잘 참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억울한 일을 당하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화를 내고 나서야 본인에 대해 잘못 알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C 씨는 나이 60세에 친구를 따라 가서 도자기를 만드는 일을 직접 해 보고 나서 그 일을 본인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 일을 취미로 삼게 되었다. 만약 직접 해 보지 않았다면 본인에게 그런 취미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터이다.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인간은 자기의 재능을 다 발견하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어쩌면 자신에 대해 가장 모르는 사람이 본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아는 자는 명철한 사람이다.

 


나는 실험에 의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477쪽)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자기 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있고,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자가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 



각자는 자기 자신의 일에 열중하며, 타고난 천성에 따라 고유한 인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481쪽)


남 하는 대로 따라가는 삶을 살지 말고 각자의 개성에 맞게 삶을 살라는 것.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482쪽)


행복하지 않다면 성공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본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482쪽)


남과 비교하지 말고 각자가 적합한 방식으로 살라는 것. 



샐비어 같은 약초를 가꾸듯 가난을 가꾸어라. 옷이든 친구이든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485쪽)


욕심을 부리지 말고 간소하게 살라는 것.



‘대자연의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불멸의 고전’이란 부제가 붙은 《월든》은 밑줄을 긋지 않은 페이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모든 페이지에 밑줄을 치게 만들었다. 소로우는 문장 구사력이 좋은 데다 음미할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글을 써서, 읽는 동안 내내 기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월든》이 나의 애독서의 하나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느끼게 되고, 자본주의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위대한 예술가는 예언자적인 통찰력을 갖는다고 볼 때 소로우 역시 위대한 예술가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자기 계발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메시지를 1817년에 태어난 소로우가 쓴 《월든》에서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독자적인 삶을 살라는 등의 메시지를 말함이다이런 메시지들은 삶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이들이 나처럼 이 책을 좋아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묘사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이들이나 소로우가 세상을 향해 던진 메시지에 귀 기울이고 싶은 이들이라면 일독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역작이다. 특히 필사하면서 문장력을 키울 목적을 가진 이가 있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소로우는 당대 최고의 문장가라 할 만하기 때문이다. 


문장가의 글을 보자.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호수는 안개의 잠옷을 벗고 여기저기 부드러운 잔물결이나 잔잔한 수면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으며, 안개는 무슨 밤의 비밀회의를 막 끝낸 유령들처럼 살금살금 숲의 모든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이슬마저도, 산허리에서 그러듯이 여느 곳보다 더 늦게까지 나뭇잎에 맺혀 있는 것 같았다.(133쪽)


아침은 언제나 나의 생활을 자연 그 자체처럼 소박하고 순결하게 지키라는 초대장과도 같았다.(136쪽)


나는 이런 글에 매료되곤 했다.


소로우의 관찰력이 돋보이는 대목도 있다.


나는 먼저 1피트 깊이의 눈을 치운 다음 다시 1피트 두께의 얼음을 깨서 발아래 호수의 창문을 연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고 물을 마시며 물고기들의 조용한 거실을 내려다본다. 호수 속은 마치 불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것 같은 부드러운 광선이 사방에 퍼져 있으며, 바닥에는 여름이나 마찬가지로 밝은 모래가 깔려 있다. 호박색의 저녁노을이 질 때와 같은 영원한 물결 없는 고요가 이곳을 다스리고 있다. 그 고요는 이곳에 사는 거주자들의 침착하고 평온한 기질에도 상응하는 것이리라. 천국은 머리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발밑에도 있다.(421~422)


소로우의 외침으로 이 리뷰를 마무리한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141쪽)




....................

<후기>

1.

18개의 장으로 구성된 《월든》에서 가장 좋았던 것으로 세 개의 장만 뽑는다면 다음과 같다. 

   

1장) 숲 생활의 경제학(15~124쪽)

11장) 보다 높은 법칙들(315~333쪽)

18장) 맺는말(471~493쪽)


2.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만약 소로우가 가족을 부양할 처지에 있었어도 《월든》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에게 아내와 자녀가 있다면 홀로 월든 호숫가에서 2년 2개월 동안 사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고, 훌륭한 《월든》이 탄생할 수 없었으리라.


3.

《월든》을 읽다 보면 소로우가 체포되어 투옥을 당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에 대한 설명을 각주에서 읽을 수 있다.


“흑인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했던 소로우는 항의의 표시로 세금 납부를 거부했으며, 그 결과 감옥에 가게 된다.(친척 한 사람이 몰래 세금을 대납했기 때문에 그는 다음날로 풀려 나왔다.) 그는 자신의 입장을 <시민의 불복종>이라는 글로 발표했는데, 이 글은 후일 톨스토이와 간디에게 깊은 감명을 주게 된다.”(각주, 258쪽)


이와 관련해 유머 감각이 넘치는 소로우의 글을 볼 수 있다.

 

물론 나는 효과가 있든 없든 무력으로 저항을 할 수도 있었고, 사회에 대해 미친 듯이 날뛸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나는 차라리 사회가 나에 대해 미친 듯이 날뛰는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자포자기적인 것은 그쪽 편이니까. 그러나 나는 그다음 날로 석방이 되었다.(259)

 

그러고 보니 소로우는 자연 예찬론자이면서 사회 개혁가이기도 하고 유머인이었다.


참고로 소로우의 저서 중 하나로 《시민 불복종》이란 책이 있다. 

 






....................

이 글이 올해 마지막으로 올리는 글이 되었습니다. 


Goodbye 2023!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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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12-31 14: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다 만 하워드 진의<서사를 바꿔라>에 소로가 언급되는데요
노예제에 반대하고 반전주의자였다고요. 그것 때문에 감옥에 갇히기도 했었다니
삶으로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며 살았던 것 같아 멋졌습니다.

페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좋은 책들로 이야기 나누어요! ^^

페크pek0501 2023-12-31 18:52   좋아요 2 | URL
미미 님, 감사합니다. 미미 님 덕분에 위의 글, 후기 3번을 추가했어요.
그걸 넣어야지 하고 표시해 놨는데 잊었어요. 호호호~~~
감사한 마음에 앞으로 제가 책을 살 때 미미 님께 땡스투 하겠습니다.
미미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책 이야기 나누며 우리 사이 좋게 지내요.^^

잉크냄새 2023-12-31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자의 설명처럼 월든은 여러가지 의미로 읽히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자연 묘사에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네요. 월든 호수의 사계절 묘사는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그 당시의 호숫가를 그와 함께 거닐다 온 느낌입니다.
물론 어떠한 인습이나 관습에도 얽매이지 않고 의도한 대로 살고자 한 구도자의 삶이 풍기는 향기는 당연한 몫이고요.

페크pek0501 2023-12-31 18:55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자연 예찬론자로서 자연 묘사가 으뜸이지요. 자연 묘사의 글을 뽑아 이미 페이퍼로 올린 바 있습니다.
표현이 멋지십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호숫가를 그와 함께 거닐다 온 느낌... 크하~~~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말라고 주장하며 그런 삶을 직접 실천해 본 점이 훌륭하지요. 이 책을 재독할 책으로 뽑습니다. 저만큼이나 잉크냄새 님도 월든에 매료된 듯합니다. 반가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필하십시오.^^

stella.K 2023-12-31 2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사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리뷰 잘 안 쓰시는데 오늘은 리뷰도 쓰셨네요.
월든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소리 많이 들어 제껴놨는데
저도 언젠가 용기내어 읽어보겠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4-01-01 17:58   좋아요 2 | URL
스텔라 님도 사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월든, 을 필사하면서 읽어서 리뷰 쓰기가 수월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리뷰를 쓰고 나면 진이 빠져요. 그래서 제가 리뷰를 잘 안 쓰게 되나 봐요. 더 길게 썼는데 너무 길어 잘랐어요.
월든, 책을 가지고 계시다면 위에 제가 쓴 것처럼 세 개의 장만 봐도 될 듯해요. 만약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월든을 추천하지 않겠어요. 재미 없는 것, 맞습니다. 단,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며 읽을 수 있어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필사한다면 좋은 문장을 만날 수 있어 강추하고 싶어요.
스텔라 님도 건강과 건필, 기원합니다.^^

젤소민아 2024-01-01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월든‘의 청명함으로 2024년을 시작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번 한 해도 월든처럼 뚝심있게 살아내렵니다~

페크pek0501 2024-01-01 18:00   좋아요 0 | URL
젤소민아 님,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월든처럼 뚝심있게~~ 좋네요. 님의 건강과 건필, 기원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루피닷 2024-01-01 0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4-01-01 18:01   좋아요 2 | URL
루피닷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첫날이라 가족 모임이 있어서 이제야 쉴 수 있네요.
새해 좋은 날들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

서니데이 2024-01-01 1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해보기 전에는 잘 맞는지 알 수 없어요.
그러니 실패하더라도 시도하는 게 더 좋다는 말이 있는 것 같아요.
페크님, 오늘부터 2024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4-01-01 18:56   좋아요 3 | URL
그래서 이것저것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노력이 없으면 행복도 없는 듯합니다.
오늘부터 2024년이네요. 새해에는 덕을 많이 쌓으려고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겠습니다.(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그래도 마음만은...)
서니데이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 가득 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서곡 2024-01-01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새해첫날 저녁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4-01-02 22:28   좋아요 1 | URL
서곡 님 반갑습니다. 새해에도 부지런히 글을 올리시는 분으로 변함없이 활동하시길 바랍니다.
새해에도 하루하루 시간이 가겠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희선 2024-01-02 0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을 잘 보고 알려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자기 자신을 알려고 애써야겠군요 소로가 그런 말을 했군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예전에 읽었다 해도 거의 다 잊어버렸네요 월든 호수에서 지낸 게 스물여덟살 때였다니... 소로는 아버지가 하는 연필회사를 도와 연필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 연필 좋아하는 사람 많았다는데, 소로는 그걸 오래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군요

페크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4년에 만나고 싶은 책 즐겁게 만나시고 마음 몸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1-02 22:26   좋아요 2 | URL
소로우는 아버지의 연필 공장에서 일하며 뛰어난 품질의 연필을 개발했다는군요. 45세에 사망한 것이 아쉬워요. 오래 살았더라면 더 일하고 더 글을 쓸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희선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도 책 이야기의 글을 쓰며 즐겁게 사시길 바랍니다.^^

감은빛 2024-01-03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월든을 언제 읽었는지 떠올려 봤어요.
대학 시절에 읽다가 중간에 그만뒀고,
한창 환경단체에서 일하던 중, 새만금 싸움을 겪은 과정에서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고 나서 다시 읽었어요.
이때도 완독은 아니었고, 마음이 가는 곳들 중심으로 건너 뛰어가며 읽었네요.

후기로 쓴 2번 내용 동의합니다.
가족을 돌보면서 글을 쓰는 사람은 그래서 더 위대한 사람이겠지요.

저도 이 책을 읽을 때 거의 매 쪽마다 줄을 긋게 되더라구요.
마음에 안 드는 문장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페크pek0501 2024-01-05 17:37   좋아요 0 | URL
아, 감은빛 님과는 새해 인사를 하지 않았나 보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아직 늦지 않은 듯..ㅋㅋ)
월든은 워낙 유명한 고전이라 한 번쯤 들춰 본 사람이 많을 것 같고 완독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5백 쪽 가까이 되니까 말이죠. 저 역시 이번에야 완독을 했어요. 완독하고 나니 이 책에 좋은 글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후기 2번, 가족을 부양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작가로선 행운일 듯합니다.
몇 년 보내고 나서 다시 이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애독서로 정했어요. 문장가의 글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반가웠습니다. 건강과 건필, 기원합니다.^^

yamoo 2024-01-04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은 독서가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군요. 한 사람의 사고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행위를 독서라고 생각하시니 좀 부럽기는 합니다. 제 독서 행위는 책 읽기를 가열차게 할 때 주로 쇼펜하우어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베르그손 등이었기에 사고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고 이해하기 바빴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한 다음에는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고 이게 제 독서 패턴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래서 독서의 목적과 완성을 비판에 뒀기에 한 저자의 사고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차원에서 독서는 하질 못했네요. 저도 시도해 보고 싶은 독서 스타일이지만 패턴이 굳어서 좀 어려울 듯합니다..^^;;

저도 월든을 다시 읽어야 하는데....언제일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페크님의 리뷰로 갈음할까합니다. 올 해가 가기 전에 읽어야 할 터인데....

페크님 24년에는 늘 건강하고 해피한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amor pati~~

페크pek0501 2024-01-05 17:45   좋아요 0 | URL
독서를 하면 몸은 내 책상 앞에 있으나 정신은 책 내용에 따라 여러 곳을 다니죠. 월든을 읽으면 월든 호수에 가 있게 되지요. 월든 호수에 한 번 가 보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언제부턴인지 사유 깊은 글이 있는 책을 좋아하게 됐어요. 깊이를 가늠해 보고 제 수준도 그곳에 닿아 보려고 노력하죠. 이게 독서의 재미죠. 몽테뉴, 에밀 시오랑, 쇼펜하우어, 장자를 좋아합니다. 한국 작가로는 이승우, 김훈의 글을 좋아합니다. 이승우 작가의 <생의 이면>은 꽤 반복해 읽었어요.

야무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과 건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2024-01-05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6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6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7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8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8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8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8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4-01-09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은 책인데 페크님의 리뷰를 보니 새록새록 합니다. 100년 더 전에 쓴 글인데도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보아도
지당한 말씀들이 너무 공감하게 되네요. 간소하게 살기, 너무 욕심을 부려 일 벌이지 않기 등등 이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겠지요. 자신의 내면을 잘 돌아보아야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앍고 나아갈 수 있겠지요. 두고두고 펼쳐 볼 명 작품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책과 함께 행복한 시간 가지시길 바랄게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4-01-10 17:15   좋아요 0 | URL
저도 놀라며 월든을 읽었어요. 이번에 정독했고 필사도 많이 했답니다.
요즘 정리 잘 하기 등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 나왔잖아요. 버릴 건 버리고 간소하게 살자는 거죠. 이미 소로우가 주장했더라고요. 또 자기 내면을 잘 살피기, 같은 글도 옛 시대의 소로우가 이미 썼다는 게 놀라웠어요.
모나리자 님도 하시는 일 잘 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2024-01-10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10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의 정원 푸른사상 소설선 44
배명희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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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에는 광장, 페트병, 노란 가로등, 어둠 그 너머, 엄마의 정원, 재건축, 롤러코스터 등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시위대의 함성과 대기를 뒤흔드는 커다란 노래에 섞여 들면 무당이 공수받고 펄쩍펄쩍 뛰고 넘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때만큼은 며느리가 집을 나간 사실을, 대리운전을 나간 아들이 새벽녘 길바닥에서 서성이는 것을, 손주 녀석이 강의실 대신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을 씹으며 계산대에 앉아 있다는 것을 깡그리 잊었다. 칠십을 넘긴 자신에게 밥상 한 번 차려줄 사람이 없다는 게 그 순간만큼은 아무렇지도 않았다.(20쪽, 광장)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늙은이도 광장 집회에는 대환영이었다. 컵라면도 주고 그럴싸한 명분도 있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집회라는 거창한 이름표를 달았다.(26쪽, 광장) 


⇨ 광장 집회는 노인 박씨에게 모든 불행을 잊게 해 준다. 광장 집회에 참여하면 집회가 끝난 후에 식권을 받을 수 있고 그럴싸한 명분도 있다. 외로운 이들에게는 사회와 연결되어 있는 통로가 광장이다. 


뜻을 같이하는 노인들이 광장에 모이는 게 아니다. 광장에 모일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광장 집회의 이면을 그린다. 

  


하루에 두 번 병원에 다녀오고 시장을 봐 동생 밥을 챙겨주고 나면 하루가 후딱 지나갔다. 읽으려고 챙겨 온 책은 표지조차 들추지 못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다. 나이에 비례해 시간이 흐른다는 게 사실일까. 그렇다면 남아 있는 날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도 나도 동생도 커다란 틀에서 보면 조만간 소멸할 존재들이다. 그런데 삶은 왜 이렇게 복잡한 걸까. 10년이나 5년, 좀 더 길거나 짧은 시간의 어긋남 때문에 인간은 너무 많은 일을 겪으며 사는 것 같다.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77~78쪽, 노란 가로등)


⇨ 어머니, 남편, 동생, 게다가 키우는 개까지 모두 화자를 힘들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화자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거슬리는 일이 있어도 묵묵히 견뎌 낸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인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듯이. 인내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베푸는 일이라는 듯이. 



금방 기가 죽는 그와 내가 측은했고, 무엇 하나 명확하게 결정할 수 없는 공허한 시간과 답답한 상황에 화가 치밀었다.

오늘 카페에만 가지 않았더라면, 골목 안 낡은 모텔에는 갈 수 있었다. 따뜻하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마셨던 터무니없이 비싼 커피가 느닷없이 위를 후볐다. 추위에 떨던 우리에게 달리 무슨 방법이 있었을까. 호사를 부린 것은 겨우 커피 한 잔이 주는 잠시의 안락이었다. 내게는 지난주에 이미 한도를 넘은 신용카드, 그에게는 내 손을 넣어줄 빈 주머니가 있었을 뿐이었다.

(중략)

“다음 주에 월급 받으면 우리 여행 가자.”

그는 선뜻 대답이 없다. 나는 안타까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90쪽, 어둠 그 너머) 


⇨ ‘나’는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비정규직 사원이다. ‘나’와 연애 중인 남자는 공무원 시험에 두 번 떨어지고 나서 계속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모텔의 숙박료가 없어 공원 벤치에서 추위에 떨며 사랑의 애무를 나눌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그 사랑의 애무마저도 지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중단하게 된다. 돈이 없으니 단 둘만이 함께 있을 곳이 없다. ‘나’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그에게 주말에 여행 가서 하룻밤만 지내고 오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그에게서는 연락이 없다. 그와 만난 날 그는 주말에 시험을 대비한 특강에 참석해야 한다고 한다. 이 말에 ‘나’는 실망한다. 



오토바이는 가로등도 없는 초라한 길을 달렸다. 

하늘에는 희미한 별빛만 있고, 앞에는 지독한 어둠이 놓여 있었다. 나는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이 길 끝에 역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따위 고물 오토바이로 아무리 달려봤자 결코 바다에 도달하지 못할 것을. 나는 아무것도 만나지 못한 채 얼음덩어리가 되어 산산이 부서질지 모른다고. 하지만 멈추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의 몸을 안고 달리는 동안은, 그게 누구든, 길이 뻗어 있는 한 달리고 싶었다.(110쪽, 어둠 그 너머)


⇨ 집에 들어간 ‘나’는 남동생과 남동생의 친구인 기수와 셋이 함께 술을 마시게 된다. 


술을 마신 뒤 ‘나’는 기수가 모는 오토바이를 타고 길을 달린다. “누군가의 몸을 안고 달리는 동안은, 그게 누구든, 길이 뻗어 있는 한 달리고 싶었다.”라는 문장은 화자가 답답한 현실과 채워지지 않는 사랑 때문에 외롭고 괴로워 몸부림치는 것으로 읽힌다. 꼭 연인이 아니어도 누군가의 따뜻한 체온이 주는 위로가 필요할 만큼 당장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할매, 이카다 딸이 먼저 죽겠어요. 하루도 안 빼고 똥 치우고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침대 시트를 갈아대니, 사무실에 앉아 책을 만들던 사람이 우예 견디겠어요? 기저귀 차면 서로 편할 텐데. 창가에 노인 싸제, 할매 싸제. 하루이틀도 아이고 다른 사람 생각도 좀 해야지요.”

어머니는 허리를 틀어 벽을 향한 채 여자를 등지고 누웠다.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침대 난간을 꽉 잡고 있었다.(133쪽, 엄마의 정원) 


⇨ 남의 일 같지 않아 주목하여 읽었다. 부모의 배설물을 치우는 일은 나도 앞으로 언젠가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정원’은 병원에서 어머니를 병간호하는 딸 기화의 모습을 그렸다. 어머니의 똥오줌을 치우며 하루하루를 용케 견디어 가고 있는 기화에게서 삶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집값 절반은 대출이 나와요. 집값은 계속 오르니 이자를 내도 남는 장사죠. 재건축하면 돈방석에 앉는 거요. 사두면 무조건 돈이 된다니까.”(161쪽, 재건축)



남편이 직장을 그만둘 때, 대출금은 반이나 남아 있었다. 남편은 퇴직금으로 대출금을 다 갚았다. 삶을 갉아먹는 대출금을 갚았는데 홀가분하지 않았지만 큰 걱정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다시 일자리를 구할 테고, 우리에게는 재건축을 기다리는 알짜 아파트가 있었다. 남편과 내 피와 살을 먹고 자란 아파트.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태생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자기 피와 삶을 갈아 넣지 않은 아파트가 얼마나 되겠는가. 남편과 나는 피로 연결되어 있었다. 세상에 피보다 진한 것은 없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의 생명 같은 존재,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165쪽, 재건축)


⇨ 재건축으로 인한 갈등과 의견 충돌을 다루고 있다. 재건축으로 이득을 볼 거라는 쪽과 손해를 볼 거라는 쪽이 맞서고 있다. 화자는 재건축을 축으로 하여 생긴 남편과의 이별을 슬퍼한다.



중3 때 내가 수없이 당한 일이었다. 식판을 들면 발아래는 사각지대였다.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누군가 발을 걸면 식판과 함께 나동그라진다. 운이 좋으면 무릎이 깨지지는 않고 식판만 나동그라진다. 그날 일진이 나쁘면 누구가의 머리나 몸에 식판이 날아간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모두 슬슬 피한다. 벼락을 맞을 줄 뻔히 알면서 천둥 치는 날, 비바람 몰아치는 벌판으로 나갈 바보는 없었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웅성거리는데 가연의 발을 건 진이는 태연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진이의 뒤통수를 쏘아보았다.(187~188쪽, 롤러코스터)



약하게 보였다가는 다시 그때로 돌아갈지 모른다. 내 과거는 깨끗이 세탁되었다. 이곳은 내게 새로운 삶의 장이다. 가끔 중3 때를 떠올리면 맨손으로 칼날을 잡은 느낌이었다.(195쪽, 롤러코스터)

 

⇨ 화자는 여고 시절 왕따를 당하는 가연이를 돕고 싶어도 용기를 내지 못한다. 과거에 화자도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어서 자신도 왕따를 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가연이는 결국 자살하고 만다. 20년이 지났지만 화자는 그 여고 시절을 잊을 수가 없다. 





일곱 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두 편 고른다면 ‘광장’과 ‘롤러코스터’다. 특히 왕따 문제를 다룬 ‘롤러코스터’는 학교 폭력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 시대 분위기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학교 폭력에는 언어폭력과 왕따(집단따돌림)도 포함된다. 


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학폭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를 모으면서 학교 폭력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더 글로리>는 고교 시절에 아이들한테서 괴롭힘을 당한 아이가 성인이 되어 나타나 그들에게 ‘치밀하게 계획한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정치권에서도 언급될 만큼 <더 글로리>는 최고의 화제작이다. 

 

미투 운동이 범국민적 지지를 얻었듯이, 학폭 문제도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범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냈으면 한다. 그래서 앞으로 학폭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작가가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짚은 것만으로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므로, ‘롤러코스터의 가치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소설이라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문제의 개선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바람직한 세상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문학의 힘을 나는 믿는다. 문학이 있기에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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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3-07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들으니, 미국 같은데선 학폭이 드러나면 정학이나 퇴학까지
엄중하게 다루는데 우리나라는 사회봉사 정도로 가볍게 넘어간다더군요.
그게 학폭을 근절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 거겠죠.
그나저나 전 그 유명하다는 <더 글로리>를 여태 못 보고 있습니다.
OTT가 익숙치 않아서리...
너튜브 같은데 가면 압축해서 설명과 함께 하는 게 있던데 그 설명이 방해가 되서
보다 말았습니다. 전 앞으로 OTT는 못 볼 것 같음.ㅠㅠ

페크pek0501 2023-03-07 17:07   좋아요 3 | URL
학폭에 대해 아직 성인이 아니고 어리니까 하고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봐요.
보다 강경한 조치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더 글로리>를 안 보려고 했어요. 오징어 게임, 을 보기 시작하니까 시간이 많이 들어서요.
그런데 큰애가 자꾸 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1회만 보자, 하고 시청하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1회만 볼 수가 없더군요. 하루 세 편씩 며칠 동안 다 봤죠.ㅋㅋ 아예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일부만
시청한 사람은 없을 듯요. 그만큼 재밌고 통쾌해요. 3월 10일에 더 글로리 2부가 시작된다는데 기다려집니다.
스텔라 님이 보시면 아마 좋아할 걸요.^^


ems9130 2023-03-07 2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짚은 것만으로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사회 문제의 개선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바람직한 세상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문학의 힘을 나는 믿는다‘‘고 하신 말씀에 동의합니다. 소설의 내용을 이렇듯 간명하게 요약하고 메시지를 정리해주셔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페크pek0501 2023-03-08 09:49   좋아요 0 | URL
동의해 주셔서 안심입니다.ㅋ 마지막 단락을 쓰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요약과 정리에 대한 말씀은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서니데이 2023-03-08 06: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정 내에서 간병하는 건 이전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이전보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는 시대가 되어서 이전과 비교할 수는 없을거예요. 의료비가 많이 들고요, 간병비를 감당하는 것도 힘든 일이고요. 지원받는 것들이 있어도 간병하는 것 자체의 힘든 것은 또 다른 문제겠지요. 다들 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페크님, 잘읽었습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3-08 09:54   좋아요 2 | URL
어머니가 입원했을 때 간병비 지출이 가장 크더라고요. 거기에 비하면 병원비는 저렴해요.
간병인을 두어도 자식으로선 맘이 놓이지 않아 매일 병원에 가야 했어요.
또 간병인이 옷 가지러 집에 간다든지 휴가를 달라고 하면 제가 병원에서 잠을 잤어요.
간호사의 방문이 얼마나 많던지 소리가 나서 잠을 못 잤어요. 병원에서 자는 게 그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요.
부모를 또는 누군가를 간병하는 분들, 참 힘들 거예요. 사는 날까지 몸 건강이 최고예요!!!
우리도 건강하자고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3-09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학교 폭력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 보기도 했어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네요 어떤 사람은 학교 다닐 때도 괴롭힌 사람을 나중에도 괴롭히기도 했더군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니... 누군가를 괴롭히는 걸로 자기 마음을 풀려는 건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가정과 학교가 함께 생각해야 하는데...


희선

페크pek0501 2023-03-10 14:23   좋아요 0 | URL
학폭 때문에 목숨을 끊기도 하고 상담을 받기도 한다니 그 고통을 헤아려 보게 됩니다.
가해자들은 왜 그런 걸까요... 남이 괴로워하면 그걸 보는 본인도 괴로운 게 당연할 건데... 이해 불가 입니다.
학폭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어 학폭 문제가 종식되어야 합니다. 학교에서도 소문이 날까 봐 숨기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공개해서 다른 가해자,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해요.^^

그레이스 2023-03-09 2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곽튜브라는 여행 유튜버 이야기 들으니 막 와닿더라구요. 전 더 글로리와 같은 드라마보다는 이런 분들의 얘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들은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데, 그러다보면 세상과 담을 쌓게 된다고...ㅠ
이야기 들으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3-03-10 14:27   좋아요 2 | URL
그렇죠. 국민들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야 사안의 심각성을 알게 되니까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땐 학폭이 없었던 것 같아요.
뉴스에도 오르내리지 않았고요. 세상이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경각심을 높여야겠어요.^^

2023-03-11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2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23-03-13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추워졌어요.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한 주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3-14 10:50   좋아요 0 | URL
후애 님,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방문해 주셔서 더 반갑습니다.
후애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yamoo 2023-03-13 18: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탑 제일 위에 있었던 책에- 대한 리뷰네요..
마지막 단편이 학폭이고...이건 더글로리하고 연결되네요..
학폭을 행한 사람은 소급하여 죄를 물어야하는데, 학폭 당사자는 별거 아닌거로 생각해 기억이 없다고 합니다.
더글로리 감독도 학폭 가해자라는데....이건 뭐 학폭은 정말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유령과도 같네요...
학폭의 근복적인 대책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페크pek0501 2023-03-14 10:49   좋아요 1 | URL
예, 배명희 작가의 소설집입니다.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저도 더 글로리2를 다 봤습니다. 속시원하더군요. 예전엔 주인공이 괴롭힘을 당하고 힘들어하고 그런 장면이
많아 시청자를 안타깝게 만들었는데, 이번 더 글로리에선 주인공의 승리를 여러 번 보여 주니 좋더라고요.
학폭 문제는 정부의 대책과 법에만 의존해선 안 되고, 모든 국민이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소급하여 죄를 묻는 것, 좋은 의견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오래전 완독했는데 이 책을 책장에서 발견할 때만 해도 이 책의 어떤 글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고양이에 대한 글이 있었던 것만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책을 다시 들춰 보니 내가 밑줄 그은 문장들이 보였고 재독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문장이 많았다. 그중 일부를 옮겨 적고 단상을 적어 보았다. 

  


이 책 속에 담긴 일련의 상징들은 삶의 에피소드, 무대 장치, 오락...... 따위의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남은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 보이고 있다.(21쪽)


⇨ 이 책은 에세이다.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 보이고 있다고 한다.


내가 아는 바로는, 소설의 핵심은 ‘인간의 모습’이다. 즉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은 어떤 모습을 하는지 보여 주는 장르가 소설이라는 뜻이다. 


영화 타워링(1977년 개봉)은 135층의 빌딩에 화재가 일어나서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과 빌딩에 갇힌 사람들이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타워링이 영화가 아니라 소설이라면 왜 작가는 초고층 빌딩에 화재가 발생하게 했을까? 그 이유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그 본색이 드러나는 법이니까.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33쪽)


⇨ 나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 일이 있기 위해 그 일이 일어났던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곤 한다. 만약 내가 경험한 것들을 점으로 그려서 그 많은 점들을 알파벳으로 표기한다면 A라는 점과 R이라는 점을 연결시킬 수 있고, C라는 점과 Y라는 점을 연결시킬 수 있다. 가령 A라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R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함이었고, C라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Y라는 결과에 도달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 무관한 일들이었는데 인과 관계가 형성된다는 얘기다. 



우리가 어떤 존재들을 사랑하게 될 때면 그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지게 마련이어서, 그런 것은 사실 우리들 자신에게밖에는 별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적절한 순간에 늘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직 보편적인 생각들만이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진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들이라야 이른바 그들의 <지성>에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57쪽)


⇨ 이 글을 읽으니 대학 시절 미팅에서 맘에 드는 파트너를 만나 들떠 있던 한 친구가 떠오른다. 우리들 앞에서 전날에 만난 남자 파트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또 자기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이 얼마나 귀여운 짓을 하는지를 흥분해 말하곤 하던 이도 있다. 그러나 그런 말은 본인에게만 중요할 뿐이다. 


우리는 듣는 입장에서 자신의 지성을 필요로 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듣는다. 

 


그러나 한편 그 고양이가 이제는 불구의 몸이 되어 눈이 멀고 개체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없으며, 더군다나 제가 무슨 까닭으로 얻어맞은 것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꼼짝달싹도 못하며 지내야 할 것을 상상하니 차라리 그를 위해서라도 죽는 쪽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는 다름이 아니라 그 고양이 자신을 위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굳이 믿으려 애를 썼다. 그런데 실제로는 내가 사랑하던 한 존재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견디기 어려워서 그렇게 생각을 했던 것이다.(66쪽)


⇨ 인간은 결국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것인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에 빠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라는 글을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어쩌면 자신이 사랑하고 싶은 대상에 화려한 옷을 입혀 만든 환상을 사랑하는 것인지 모른다.   



여름도 다 끝나갈 무렵, 결국 물루(고양이의 이름)의 운명에 대해서도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그를 데리고 떠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오래 걸리는 여행인 데다가 도착 장소도 불확실했고 여러 군데에 기착하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데리고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누군가에게 주고 가는 일이었다.(67쪽)

하여간 그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와 같이 지내는 데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았다. 이때 습관이란 말은 사랑이란 말과 동의어다.(69쪽)


⇨ 고양이를 다른 이에게 맡겨야 하는데, 고양이와 같이 지내는 데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싶단다. 여기서 습관은 사랑이란 말과 동의어라고 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고양이에게 보조를 맞춰 사는 습관이 있는 사람일 것이므로.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그럴 것이다. 연인이나 배우자를 사랑하면 상대편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싶을 것이므로.  


사랑은 자기를 따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 보조를 맞추는 것. 



도대체 인간은 무슨 특권을 가졌기에 짐승들의 생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떠올랐다.(71쪽) 


⇨ 위의 글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개를 파마하거나 염색해서 다니는 걸 보면 개를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다. 그것을 개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닌 건 분명하기 때문이고, 개의 속마음은 하기 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쁘게 파마한 개를, 예쁘게 염색한 개를 키우고 싶은 견주의 욕심 때문에 개를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데 내가 애완견을 키운다면 나 역시 예쁘게 꾸며 놓고 싶을 것 같다. 그러니 똑같은 상황이 아니면서 남을 흉을 보는 것은 금물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병이란 여행과도 같은 값을 지닌 것이며 병원 생활이란 그 나름의 으리으리한 고대광실 생활이다. 만약 부자들이 그걸 알았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병에 걸리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91쪽)


⇨ 노동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환자가 되어야만 노동을 하지 않고 쉴 수 있으니 병상 생활만이 휴식 생활이 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 글을 읽으니 모파상의 단편 소설 ‘승마’가 떠오른다. 가정부로 일하는 65세의 노파가 빠르게 달리는 말에 부딪힌다. 이 사고로 노파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병상 생활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사고를 낸 사람이 병원비를 대어 주니 당장은 가정부로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게 되어 그야말로 즐거운 휴식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변할 수가 없다고 누가 말하는가? 인간은 지금까지 변화밖에 한 것이 없다. 기독교의 성인은 고대의 현자와 닮은 것도 아니고 현대의 시민과 닮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어떤 새로운 인간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159쪽)


⇨ 인간은 어떤 측면에선 변하기도 하고 다른 측면에선 변하지 않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이 변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고전을 읽다 보면 옛 사람들이 느끼는 생각이나 감정이 지금의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도 있다. 



「섬」은 저자의 제자인 알베르 카뮈가 쓴 서문으로 유명한 책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서문의 마지막 구절을 옮기는 것으로 이 리뷰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14쪽)

 



(59쪽) 헤이그 시의 거리거리를 누비고 다니면서 앓는 고양이들을 실어다가 병원에 데려가곤 하던 그 칸막이 합승트럭을 생각하면 지금도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질병과 사고로부터 안전이 보장되고 하루 종일 따뜻한 방 안에 들어앉아서 운하를 따라 나룻배를 저어가는 뱃사람들의 동작을, 그대 영혼의 움직임과 잘도 조화되는 그 동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지낼 수 있는 고양이들은 행복하여라!

(60~61쪽) 레닌은 옛날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그 접촉을 통하여 새로운 힘을 얻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부질없는 문제에 대하여 박학해진다는 것은 마음에 든다. 인간의 삶이란 한갓 광기요, 세계는 알맹이가 없는 한갓 수증기라고 여겨질 때, <경박한> 주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연구하는 것만큼이나 내 맘에 드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살아가는 데,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하루 잊지 않고 찾아오는 날들을 견디어 내려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단 한 가지의 대상을 정하여 그것에 여러 시간씩 골똘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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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2-12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왠지 장 그르니에와 언니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22-12-13 18:02   좋아요 1 | URL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어림없는 일이지만요...

얄라알라 2022-12-13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고등학교 때 겉멋 충족용으로 시도 & 실패
어른 되어서도 두 차례 더....잘 이해 못함...

그런데 페크님처럼, 문장, 문단....나의 삶과 연결지으려 곱씹으며 적어가며 읽어보는 방법 아주 좋겠어요!
2022년 중에는 <섬>을 다시 읽을 일 없겠지만
혹 나중에 다시 보면, 그 땐 페크님의 깊은 이야기(해제문?^^)도 더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겠죠?
아 페크님 서재 놀러왔다가 책 읽어야한다!!! 숙제하나 스스로 얻어 갑니다.^^

페크pek0501 2022-12-13 18:05   좋아요 1 | URL
얄라 님은 학창시절에도 책과 가깝게 지내셨군요. 이런 분이 부럽습니다.
아마도 이 책은 제자인 카뮈처럼 저자와 가깝게 지낸 사람이 가장 잘 이해할 듯해요.
저는 워낙 독학인지라 오독의 가능성이 많답니다. 그냥 저 나름의 단상인 거죠.
저는 늘 숙제를 달고 살아요. 숙제가 미완성인 게 문제지만요...^^

희선 2022-12-13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베르 카뮈가 집으로 한걸음에 달려가서 만난 책... 누구나 그러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렵다는 말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천천히 보다보면 좋은 말이나 생각을 찾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2-12-13 18:08   좋아요 1 | URL
이런 책은 전체 내용이 다 좋을 수 없고 다 이해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시대가 다른 데다가 국적도 문화도 다르니
더욱... 그래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만날 수 있으니 그게 독서의 기쁨이지요.^^

서니데이 2022-12-15 1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12-15 23:36   좋아요 2 | URL
작년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서니데이 님이 좋은 소식을 전해 주셔서 알게 되네요.
이번엔 서재의 달인이 되지 못할 거라 예상했는데 뜻밖이네요.
서니데이 님도 12월과 새해에 좋은 일들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희선 2022-12-16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서재 달인 축하합니다 십이월뿐 아니라 2022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한달이 가는 것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마지막 날까지 건강하게 지내시고 새해 잘 맞이하세요 페크 님 새해에도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2-12-16 12:40   좋아요 0 | URL
서재의 달인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제 계획은 서재의 달인이 되신 분들의 서재에 축하 메시지를 댓글로 남김으로써 덕을 쌓아 보려 했는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어요. 그래서 싫다는 건 아니고 알라딘이 베푼 호의에 감사할 뿐입니다. 이번엔 많이 선정하여 저도 포함된 것 같아요.
이 달도 반을 넘고 있네요. 잘 마무리하시는 12월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기 조심하고요.^^

겨울호랑이 2022-12-16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날과 궂은 날이 있지만, 항상 일상 속에서 꾸준히 사색을 이어가시는 페크님으로부터 많이 배웁니다. 서재의 달인 축하드리며,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페크pek0501 2022-12-16 12:36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 님처럼 저도 좋은 글을 뽑아 올리는 것, 오늘 했습니다.
저야말로 님의 글로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1-06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1-08 14: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님.
단상의 형식으로 쓴 것이라 뽑힐 줄 몰랐어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니 주의하세요...
 
파리 스케치 반니산문선 7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송은주 옮김 / 반니 / 201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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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파리에서 지내던 젊은 시절을 회고하며 쓴 에세이다. 


돈을 아끼며 살던 가난한 삶, 아내와 나누던 대화, 경마 도박을 즐기던 일, 글쓰기에 대한 열정 등을 통해 헤밍웨이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 :

자기 일을 하면서 거기서 만족을 얻는 사람은 가난이 괴롭히지 못하는 법이다.


⇨ 인생에서 글쓰기를 알맹이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글쓰기 이외의 일들은 덜 중요하다.(페크의 생각)



'파리 스케치'는 오디오북, eBook(전자책), 큰글자도서 등으로도 있습니다.

(저는 오디오북을 듣고 짧은 리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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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8-19 2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을 <파리는 날마다 축제> 요걸로 읽었는데 같은 책인가 봅니다 ㅋ 페크님의 인상 깊은 구절이 정말 좋네요~!!
역시 헤밍웨이는 좋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8-20 14:03   좋아요 2 | URL
아마 같은 책일 겁니다. 부부의 대화를 보면 아내와 꽤 좋은 사이로 느껴지는데 알고 보니 헤밍웨이는 네 번 이혼했고 애인도 많았다고 합니다. 파리에서 살았던 그 아내가 첫 아내였어요. 나쁜 남자, 였어요. 자살로 생을 마감한 건 가엾지만요...^^

2022-08-20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6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2-08-26 17: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생에서 무엇을 최고 순위로 두는가에 따라 생활도 달라지겠지요. 페크 님에겐 글쓰기가 최고. 저도에요^^ 헤밍웨이는 쿠바에서 산 마지막 아내에게도 막 대하는 면이 있었어요. 좋은 면도 있었겠지만요. 저도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읽었는데 요게 이북이 있군요. 표지는 다르지만.

페크pek0501 2022-08-29 13:58   좋아요 0 | URL
이제 아이들도 다 키웠고 남은 건 글쓰기뿐이지요. 정말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맘대로 안 되네용... 남은 인생은 글쓰기에 전념하고 싶은데 왜 이리 할 일이 많은 건지... 여전히 딸 역할, 며느리 역할, 주부 역할은 끝이 안 나네요.ㅋ
이 책보다 더 좋은 책이 생각났어요. 신영복 님의 청구회 추억, 이란 책인데 이북으로도 있을 겁니다. 수작 중 수작이에요. 강추합니다.


프레이야 2022-08-29 14:27   좋아요 1 | URL
신영복 님 청구회 추억, 못 읽어봤는데 추천 감사합니다. 꼭!!

친구들이 글 쓰는 거 늙을 때까지 할 수 있으니 부럽다고 말해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이제 만들어두어야 하는데 뭘 해야될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고요. 오늘 아침에 친구 하나가 요양보호사 수업 듣고 있다고 넘 힘들다고 해서 놀랐어요. 의외였거든요.

2022-08-29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9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30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08-27 0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지는 것 같아요.
이제 조금 더 있으면 아침 저녁으로는 긴소매 입어야 할 것 같은 날이 되었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2-08-29 14:00   좋아요 2 | URL
오늘은 창문에 물기가 있는 걸로 보아 밤새 비가 왔나 봐요. 오늘 서늘한 것 같아 걷기 운동을 많이 하려 합니다.
맞아요, 어깨가 서늘할 때가 있어요.
오늘은 월욜.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한 주 열어 가세요.^^

서니데이 2022-08-30 06: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밤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아침에도 비가 오는 걸로 나오고 있어요.
공기가 차가워서 긴소매 옷을 입으려고요.
날씨가 덥지 않아서 밖에 나가서 걷기 좋은 날이 되었어요.
아침 저녁으로 산책 많이 하실 수 있을 계절이 되었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08-30 12:37   좋아요 2 | URL
지금도 비가 오나 봅니다. 빗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날씨는 완전 가을 날씨 같고요.
긴 소매를 아직 입지 않았지만 곧 입게 되겠어요. 앞으로 더워진다고 해도 폭염은 아닐 듯...
어제도 선선해서 5천9백 보 넘게 걸었어요. 은행에 갈 일이 있어 나갔다가 마트까지 들르며 걸었죠.
앞으로 산책하기 덥지 않은 날씨가 될 것 같아 좋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scott 2022-09-01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에게 파리는 이름을 알리게 만들었고

쿠바는 무척 사릉한 곳!

페크님 찬란한 9월 되시길 바래요 ^^

페크pek0501 2022-09-02 11:19   좋아요 2 | URL
아는 게 많으신 스콧 님. 정보 감사해요.
스콧 님도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가을을 보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