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명쾌하게 분별하게 해주는 지침서라 할 만하다. 그 어원을 프랑스 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보수는 현재를 ‘과거의 정점’으로 보고, 진보는 현재를 ‘미래의 출발점’으로 본다는 논리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평소 진보를 자처하면서도 때로 보수적 성향에 갇혀있지 않은가 자문하곤 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자신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살다보면 불현듯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덮칠 때가 있다. 보수는 사람을 현재에 기대도록 만들고, 진보는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말에 힘을 얻는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내 소신이 부끄럽지도 비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대학생 딸이, 친구들과 대화 중에 자기와 정치적성향이 다른 친구들에게 공격을 받는데 마땅히 대처할 말이 없다고 한 적이 있다. 아마도 극우유튜브 매니아인 모양이다. 전한길 강의를 들었는데 그동안 학교에서 잘못 배웠다며 딸에게 가르치려 든다는 것이다. 마침 이 책이 나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역사 왜곡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분별할 수 있을까. 엄마에게 묻는 딸에게 그나마 이 책을 읽고 답변해 줄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만약 이책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명쾌하게 답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배명희 작가의 소설집<엄마의 정원>은 인간의 절대 고독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고독하다. 광장에 모인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 천장에서 물이 새는 재건축 건물에 세들어 사는 여성, 외국인 노동자, 노모를 간병하는 딸과 늙고 병든 반려견, 계약직 사무원 등 그들의 삶은 처절하다. 배명희 작가의 소설은 등장 인물들의 상황을 밑바닥까지 파헤치는 바람에 그 절박하고 처절한 삶이 독자의 내면을 파고들어 어느 누구도 그것을 남의 일이라 여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 소설집은 우리네 삶의 절실함을 냉철하게 찾아내고 있다. 그것들 때문에 고독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 소설집은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처절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