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69세’는 간호 조무사인 이중호(남성, 29세)가 환자 심효정(여성, 69세)에게 성폭행한 사건 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사건은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일어났다. 나는 오십견을 앓은 경험이 있어 오십견을 앓고 있는 69세 여성이 힘이 센 젊은 남성의 성폭력을 막을 힘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피해자인 심효정은 고민 끝에 성폭력을 당한 것을 경찰에 신고하기로 한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가해자인 이중호는 경찰관에게 “성폭행 한 적이 없습니다. 서로 합의하에 했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한다. 이러한 가해자의 진술도 있고, 젊은 남성이 나이 든 여성을 성폭행할 리가 없다는 의문과 그녀의 부족한 기억력으로 인해 그녀를 치매 환자로 오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한다. 젊은 남성이 나이 든 여성을 성폭행할 개연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내가 이 영화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성폭행을 당한 여성을 대하는 주위 사람들의 태도였다. 지우고 싶은 나쁜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채 괴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피해자에게 주위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말하여 그녀에게 2차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경찰관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 대해 “친절이 지나치셨네”라고 말한 것은 한 여성이 성폭력을 당한 큰 사건에 대해 농담할 만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을 보여 줌으로써 여성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다. 또 수간호사가 여성 피해자에게 “조심 좀 하시지”라고 말한 것은 피해자가 마치 조심하지 않아서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말함으로써 여성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다.
성범죄의 폭력성만이 아니라 우리가 쓰는 일상적 언어에서도 폭력성이 느껴질 수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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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를 보았다.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