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의 글을 조금이라도 접해 본 사람이라면, 그 어렵고 긴 문장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정말 고통스럽다. 순간순간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과, ‘내가 왜 사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라는 회의감도 든다. 나의 친애하는 알라딘 서재 친구인 새파랑님은 무인도에 가져 갈 책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언급하셨는데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나요?”

 

그래픽 노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본 책 보다 어마어마하게 쉽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간결한 문장과 그림을 통해 책의 흐름과 포인트를 잘 정리해 놓았다. 그래픽 노블은 책을 읽었을 때 받았던 느낌과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콩브레스완의 사랑을 읽으며 이전의 감정들도 되살아났다. 책에서 놓친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잘 읽었다는 확신도 들었다. 아직 갇힌 여인 2’사라진 알베르틴을 남겨 두고 있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건 콩브레이다. 그래픽 노블의 콩브레도 내가 느낀 좋은 부분을 잘 살려 놓았다. 다만 내가 상상하고 그려 온 인물의 이미지와 그림이 좀 맞지 않은 면도 있었다. ‘스완의 사랑은 화자의 알베르틴에 대한 사랑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 사람마다 정의하는 사랑의 의미가 다 다르겠지만, 프루스트가 묘사하는 사랑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는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랑보다, 사랑을 할 때의 인간의 심리에 더 접근한 듯하다. 또한 그 시대의 관습을 비껴나지 못한 한계도 보인다.

 

쉽게 잘 정리된 그래픽 노블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책이 주는 마력(魔力)에는 거의 미치지 못한다. 힘들지만 프루스트를 읽는 이유는, 책 속에 깊이 있는 성찰과 감동적인 문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 깊은 맛을 느끼려면 꼭 책을 읽어야만 한다.

 

[내가 책을 통해 겪었던 여러 행복과 불행 들을 만일 책이 아니라 실제로 겪었더라면, 그것이 제 아무리 강렬하다 할지라도 책에서처럼 그렇게 짜릿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이 인생의 면면들은 너무나도 더디게 진행되어 제대로 분간해내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책 속의 무대가 절반은 형태를 갖춘 채 내 앞에 펼쳐지는 때가 있었는데,...나는 콩브레 정원의 열기 속에서, 연이어 두 해 여름이나 깊은 산 계곡으로 급류가 흐르는 장관을 맛볼 수 있었다....

- '콩브레‘, p.37]


 

 

 


~~~~~~~~~~~~~~~~~~~~~~~~~~~~

평소에 책을 사면서 굿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알라딘 적립금으로 굿즈 보다는, 책을 사는데 보태기를 더 좋아했다. 그렇지만 이번 마르셀 프루스트 100주기기념 굿즈는 포기할 수 없었다. 마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중이라 더 반가웠다. 두 번에 걸쳐 책 주문을 하고, 프루스트 찻잔 세트와 접시를 얻었다. 가장 먼저 여기에 홍차와 마들렌을 담아 먹고 싶었지만 우리 동네에는 마들렌을 파는 곳이 없다. 그런데 연극을 보러 간 대학로의 낙산공원으로 가는 긴 언덕길에서 우연히 마들렌을 파는 디저트 가게를 발견했다. 유레카를 외치듯 기쁘게 들어가, 여러 맛이 나는 마들렌을 사 왔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은 홍차의 향기와 함께 잘 어울렸다. 프루스트의 말마따나 책은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짜릿하게 만든다.


 


~~~~~~~~~~~~~~~~~~~~~~~~~~~~~~~~~~~~~~~~

아직까지 모태솔로인(이 말 절대 하지 말라고 했는데) 딸아이와 함께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갔다. 딸아이는 혼자서 뭐든지 잘하는데 요즘은 외로움을 타는지 나를 자주 끌어들인다. 사실 아이가 연극을 예매했다고 했지만 제목조차 몰랐다. 그저 98일 저녁에 시간이 되느냐고 해서 가능하다고만 대답했었다. 낙산공원으로 가는 긴 언덕길 초입에 있는 공연장 앞에서야 연극 제목이 ‘12인의 성난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제목만으로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딸아이의 안목을 믿기로 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시드니 루멧 감독의 1957년 법정 영화를 연극으로 각색한 것이다. 아버지를 살해한 18세 소년에 대해 12인의 배심원들이 최종 판결을 위한 토론을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일급살인죄에 해당되는 혐의를 받고 있는 소년에게 유죄가 결정된다면 소년은 전기의자에 앉아 사형을 당하게 된다. 그동안 진행된 재판의 정황으로 볼 때 소년의 유죄는 거의 확실해 보였다. 이제 모든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만 확정하면 된다. 그런데 8번 배심원이 무죄를 선언한다. 그는 자신도 정확하지 않고 잘 모르지만 한사람을, 그것도 어린 소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을 얘기해보지도 않고 결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한다. 재판 과정이 소년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고, 뭔가 미흡한 점도 많이 보였다고 했다. 법적으로 피고인은 변호사를 통해서만 말을 할 수 있는데, 소년을 맡은 국선 변호사는 소년을 변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반대심문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증인들의 증언 역시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 8번 배심원은 천천히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해 나간다. 유죄라고도 생각되지만, 완전히 무죄라는 확신도 없지만 그래도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얘기하고 따져보자고 한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처음부터 소년이 유죄라고 확신한 나머지 배심원들은 화를 내며, 소리를 치고 무죄를 부정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는 편견과 자신의 생각과 살아 온 환경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내 것이 된 믿음과 인식을 깨기가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맞아 오고, 빈민촌에서 살아 온 소년에게 당연히 살인 감정이 있을 것이라 단정한다. 그곳에서 자라난 사람들을 순진하게 믿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악으로부터의 폭력은, 이 사회의 안전을 위해 누군가를 전기의자에 앉히는 한이 있어도 처음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고 성토한다. 정말 그 소년이 아버지를 죽였느냐, 죽이지 않았느냐의 사실보다, 자신의 감정과 오랫동안 굳어진 생각이 우선한다.

 

고성이 오가고 서로에게 나쁜 말까지 해가며 분위기가 격렬해지지만, 점점 배심원들은 한 사람씩 소년이 무죄라고 생각을 돌린다. 결국 12인의 배심원들은 소년의 무죄를 만장일치로 합의한다. 사실 소년은 아버지를 죽였을 수도 있다. 무죄가 아니라 유죄일 수도 있다. 무엇이 정확한지도 옳은지도 모를 만큼 나중에는 혼란스럽다. 그래도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건 유죄이다, 무죄이다를 결정하기 전에 우리는 오랫동안 고민하며 얘기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싸워서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2시간 동안 상연된 연극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연극은 현재 우리 시대를 반영하고 있었다. 12인의 배심원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무엇이 옳고 나쁜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만 할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지금 우리는 논리적으로, 마음을 다해 격렬하게 얘기 나누고 있지 않다. 사회는 양분되었고, 그저 내 편만을 옹호한다. 쉽게 단정해버리고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내일은 추석, 오래간만에 시댁과 친정에서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날이다. 언젠가부터 시댁과 친정에서 우리의 정치색은 양분되어 있다. 처음에는 약간의 언성이 높아지며 서로의 색깔을 위한 변론과 상대방을 비방하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감정싸움으로 커지는 것을 우려해 요즘은 아예 말도 꺼내지 않는다. 서로 툭 터놓고 얘기하며,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만 어려울 것 같다. 그저 만나서 밥 먹고 서로의 근황을 묻고 다음을 기약한다. 연극의 내용이 너무 좋았지만 그만큼 생각과 마음은 복잡해졌다. 책이나 연극, 영화를 통한 인식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는 항상 나에게 주어진 숙제다. 어쩌면 프루스트도 거기에 골머리를 앓아 오히려 책으로 더 짜릿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아닐까?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2-09-09 2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픽노블까지 보시네요
찻잔이랑 접시에 마들렌.
완벽한 잃시찾 읽기에요 페넬로페 님^^
실천의 문제. 지행합일 제게도 숙제입니다.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말라고들 하는데
참 씁쓸하죠. 공허한 이야기들. 그래도 즐거운 만남 가지시고요 보름달도 보세요^^

페넬로페 2022-09-09 23:36   좋아요 1 | URL
마침 프루스트 100주년 기념 이벤트 덕분에 득템하게 되었어요. 디저트 가게가 허름했는데 맛이 너무 좋네요~~
저는 항상 책을 읽으며 지행합일하기를 원하는데 그게 뜻대로 잘 안되요 ㅠㅠ
그래도 조금이라도 노력하려고 해요~~
프레이야님!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시길 바래요^^

프레이야 2022-09-09 23:51   좋아요 2 | URL
안 그래도 찻진과 접시 때문에라도 사야겠다고 노려보고 있어요 ^^ 요즘 주변에 따님들 모태솔로 많더군요. 울집도 비슷해요. 따님과 보신 연극 좋았겠어요 넘넘. 페넬로페 님의 감상도 좋으네요. 저는 영화를 찾아 보렵니다. 왓챠에 있네요. 다행 ㅎㅎ

얄라알라 2022-09-09 2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지역 도서관에 신청했다가, ‘그래픽 노블 장르‘라서 거절당했었거든요...^ ^ 본문 글씨 폰트가 생각보다 많이 작아서, 내용을 꼭꼭 눌러 담아 놨겠어요. 원전을 안 읽고 그래픽 노블로 먼저 읽어도 충분히 이해 가능할까?^^아무래도 원전 먼저 읽고 봐야겠죠? 페넬로페님. 해피 추석 보내시어요

페넬로페 2022-09-09 23:42   좋아요 1 | URL
네, 어떤 도서관은 그래픽 노블 장르를 아예 신청받지 않더라고요. 저는 상호대차 신청해서 읽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많아 아무래도 그림과 글을 꽉꽉 채워 놓을 수밖에 없었을거예요.
그래픽 노블을 입문용으로 또는 원전을 읽고 나서 다시 정리를 위한 거든 상관 없을 것 같아요^^
얄라알라님, 보름달이 둥그렇게 떴어요.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래요^^

coolcat329 2022-09-09 2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프루스트 찻잔 세트 너무 아름답습니다. 프루스트 책을 읽으시는 분들에겐 이 굿즈 유혹은 상당히 클 듯 하네요.

근데 모녀사이가 참 다정해보여 부럽네요. 따님이 고른 연극도 참 좋구요. 화목한 추석 되시길요~

페넬로페 2022-09-09 23:44   좋아요 2 | URL
유혹을 참지 못하고 질렀습니다. 책 사지 않고 집에 있는 책부터 읽는다고 계속 선언하고 다녔는데 그만 ㅎㅎ
연극 정말 좋았어요~~
쿨캣님!
즐겁고 풍성한 추석 지내시길요^^

건수하 2022-09-09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으고 있었는데 중간에 개정되어 다시 나왔더군요.. 더 모아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

저는 양산을 샀어요 :)

페넬로페 2022-09-09 23:4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픽 노블 모을까 말까 계속 고민중입니다. 다시 재독하려면 그래픽 노블보다는 책을 한 번 더 읽고 싶기에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해요.
양산에도 계속 혼들리고 있어요 ㅎㅎ
수하님!
건겅하고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시길 바래요^^

건수하 2022-09-10 00:12   좋아요 2 | URL
저는 책은 올재 시리즈로 갖고 있는데, 민음사 완간되면 또 사고 싶을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ㅎㅎ

페넬로페님도 명절 연휴 즐겁게 보내셔요 ^^

파이버 2022-09-09 2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픽노블도 글이 엄청 많네요 (°◇°)!!
알라딘 굿즈에 딱 맞는 티타임 너무 부럽습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영화 제목만 들어봤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명작이라는 말이 많던데 페넬로페님께서 내용도 좋다니 언젠가 꼭 봐야겠네요^^
페넬로페님 추석 즐겁게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09 23:53   좋아요 3 | URL
마침 가을에 어울리는 프루스트에 관련된 굿즈가 있어 계획에도 없는 책 몇 권을 더 샀어요.
이 책에 홍차와 마들렌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 꼭 한 번 티타임 갖고 싶더라고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넘 괜찮았어요.
대학가에서도 이 공연 많이 하는 것 같던데 기회 되시면 꼭 보세요.
파이버님!
보름달만큼이나 건강하고 즐거운 추석 되시길 기원합니다^^

scott 2022-09-09 2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시리즈 좋아 합니돠! ㅎㅎㅎ



페넬로페님 낼 역대급 보름달(크기 압도적) 뜬다고 합니다!

제가 드리는 보름달 ! 요기에
( ᐡ• ˕ •ᐡ)⊃⌒︎︎💕︎💕🌕

페넬로페 2022-09-09 23:58   좋아요 3 | URL
만화를 읽어도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팍팍 오더라고요.
조금 전에 산책 다녀왔는데 벌써 크고 튼실한 달이 두둥실 떠올라 있어 기분이 좋았어요.
scott님!
보름달 선물 받고~~
풍성하고 커다란 scott님을 위한 기원 보내 드릴께요^^
즐거운 추석 보내시기 바래요**

미미 2022-09-10 0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글을 읽으니 그래픽 노블에 대한 욕심이 다시 생깁니다~^^♡
인물 생김새가 여러모로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기대했던 알베르틴이ㅋㅋㅋㅋㅋ
풍경묘사는 책으로 읽으며 상상했던 현장의 이미지를 잘 살려주었죠?
그래도 저 또한 다시 읽는 다면 본책으로!

12인의 성난사람들 흥미롭네요? 대학로에서 벌써 내린것 같아 저도 왓챠에서 봐야겠어요.
우리나라처럼 갈등이 많은 사회일수록 토론 문화가 절실하다고 느껴요.
따님과함께 공연 즐거우셨을것 같아요!
페넬로페님 한가위도 풍성하게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10 16:05   좋아요 2 | URL
책을 읽고 그래픽 노블 읽으니까 좋죠? 책에서 받은 느낌이 살아나서 좋았고 다시 내용을 상기할 수 있어 유익했어요.

연극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연극 보고 나서 영화도 봤는데 연극이 현장의 생생함을 더 잘 전달해 주더라고요~~
낮에는 더운 추석입니다.
오늘 저녁 크고 풍성한 보름달 봐야겠어요.
미미님, 남은 추석 오후도 잘 보내시길요^^

그레이스 2022-09-10 09: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는 그해 프루스트를 읽었다!
프루스트의 텍스트, 맛, 향기, 분위기로 기억되겠군요.^^

페넬로페 2022-09-10 16:07   좋아요 3 | URL
정말 2022년을 정리할 때 프루스트만 생각날 것 같아요 ㅎㅎ
얼른 읽고 마감해야겠어요^^
그레이스님,
즐거운 명절 오후 보내셔요^^

서니데이 2022-09-10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는 배심원 제도가 없으니까 실제 재판도 조금 다를거예요.
요즘에는 국민참여재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점이 많겠지요.
영화도 좋지만, 바로 앞에서 보는 연극의 느낌은 생생해서 좋을 것 같은데,
본지 오래되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오늘은 추석입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10 16:10   좋아요 4 | URL
네, 우리나라는 재판과정에서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접하는 장면이 잘 안 나온다고 하네요.
국민 참여재판이라도 판사에게 의결권이 있다는 걸 우영우 드라마에서 봤어요.
서니데이님 말씀처럼 연극은 현장감이 있어 좋았어요.
서니데이님,
추석 연휴,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요^^

새파랑 2022-09-10 1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프루스트 찐팬 인증이시군요 ^^ 찻잔에 홍차에 마들렌에 프루스트 작품까지~!!

제가 무인도에 가져갈 책으로 <잃시찾>을 언급했었군요 😅 아마 한 세트가 10권(지금은 11권)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일단 많이 가져갈수 있으니 ㅋㅋㅋ

얼마전에 읽은 1Q84에서도 감옥에서 읽기 좋은 책으로 <잃시찾>이 언급되더라구요 ㅎㅎ

페넬로페 2022-09-10 23:27   좋아요 3 | URL
1Q84에도 잃.시.찾에 대한 문장이 있군요. 이 책을 무인도에 가져가 여러 번 읽으면 전문가가 될 수 있을것도 같은데~~
그래도 저는 좀 더 고민해봐야 될 것 같아요^^
결국 양산 굿즈까지 주문했어요 ㅋㅋ

서니데이 2022-09-11 1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프루스트 100주기 되는 해라서 이런 굿즈도 기획했나봅니다.
처음에는 마들렌만 봤는데, 다시 보니까 커피잔과 접시 세트도 예뻐요.
페넬로페님, 추석 잘 보내셨나요.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페넬로페 2022-09-12 20:27   좋아요 1 | URL
마침 책을 읽고 있는데 굿즈 이벤트를 해서 무리해서 다른 책을 샀어요. 책을 사놓으면 언젠가는 읽겠죠~~
사 가지고 온 여러 맛의 마들렌이 넘 맛있어서 더 좋았어요.
서니데이님!
연휴도 거의 끝나가네요.
남은 시간도 행복하시길요^^

희선 2022-09-12 0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셔서 접시와 찻잔 세트도 사셨군요 예쁘네요 책을 본 다음에 그래픽 노블도 보면 좋겠네요 반대로 그래픽 노블을 보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책을 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예전에 모비 딕, 그래픽 노블만 보고 소설은 안 봤네요

따님하고 연극 보셨군요 그런 시간 좋으셨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9-12 20:31   좋아요 2 | URL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책을 먼저 읽고 그래픽 노블을 가볍게 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희선님!
추석 명절 잘 보내셨나요?
추석 연휴도 후딱 지나가 버리네요.
아쉽지만~~
낼부터 다시 화이팅해요^^
 














게르망트 공작 부인은 서래(탕웨이)?

 

상상과 이미지로써 사랑했던 게르망트 공작부인과 헤어질 결심을 한 화자에게 그녀는 스스로 다가온다.

 

[부인은 그렇게도 우아하고 자연스럽고 다정한 태도로 나를 대했다. 그녀는 과거의 일을 완곡 어법이나 모호한 미소와 암시적인 말로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냥한 태도에서도 뒤로 돌아가거나 고의로 말을 하지 않거나 하는 일 없이 자신의 위엄 있는 큰 키만큼이나 뭔가 거만한 꼿꼿함 같은 것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 누군가에 대해 느꼈을지도 모르는 원한 따위는 완전히 재가 되었고, 이런 재 자체도 그녀의 기억이나 적어도 그녀의 태도에서 아주 멀리 내던져졌으며, 또 다른 사람이라면 불화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구실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도 그녀는 지극히 감탄할 만한 단순함으로 처리했으므로, 그때마다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에서 일종의 정화 작용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p119]

 


꼿꼿함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진하는 것인 동시에, 자신을 잃지 않고 지키고자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임을 서래에게 배웠다. 그녀가 게르망트 부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은 모호한 미소와 암시적인 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사랑을 거대하게 품고 있는 듯해도 사람의 관계는 의도한 대로 잘 되지 않는다우리의 사랑은 관념의 지배를 더 많이 받는다. 작가 프루스트는 이런 진리를 천재적으로 표현한다.

 



내가 서래씨를 왜 좋아하는지 아세요?

몸이 꼿꼿해요.

-영화 헤어질 결심중에서 해준(박해일)의 대사.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2-07-15 11: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 어쩜 이렇게 연결을!!ㅎㅎ
발췌문도 페넬로페님의 글도 아름답습니다. (프루스트 콩깍지 씌인 미미) 저도 이 영화 볼래요 ^^

페넬로페 2022-07-15 12:06   좋아요 4 | URL
생각보다 영화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렇게 억지 연결을 ㅎㅎ
남편과 같이 영화보러 갔는데 옆에서 계속 지겨워하길래 좀 짜증도 나고 신경 쓰여서 혼자 다시 보러가야 할듯 해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 넘넘 좋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7-15 22:45   좋아요 2 | URL
미미님 꼭 보세요~ 울 남편은 지금 3번째 보고 있어요~ 이 영화에 완전 꽂혀서 ㅋㅋ 가끔 뭔가 꽂히면 아주 열심히 팝니다 ㅋㅋ 저도 내일 2차 관람 합니다~!

미미 2022-07-15 23:05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도 다시본다하시고 n차 관람을 부르는 영화군요?!!! 조만간 꼭 보러갈께요 >.<

stella.K 2022-07-15 1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우리의 사랑은 관념의 지배를 더 많이 받는다. 작가 프루스트는 이런 진리를 천재적으로 표현한다.˝ 새겨 볼만한 말 같습니다.
감독도 프루스트의 책을 읽었을까요? 왠지 읽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이 영화 언제 볼지 모르겠습니다. 탕웨이 좋아하는뎅...ㅠ

페넬로페 2022-07-15 14:39   좋아요 3 | URL
제가 박찬욱감독 좋아하는데 영화가 특이한데도 설득력이 엄청 좋거든요. 박찬욱감독과 프루스트가 통하는 면이 많다고 저는 느꼈어요^^

coolcat329 2022-07-15 1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에 4권까지 읽으신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5권 리뷰를 못 봤네요.
와우~~6권! 이 더운 여름 대단하세요.
게르망트 부인과 서래가 비슷하게 느껴지셨군요.
저도 영화봤는데 탕웨이에게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게르망트 공작부인도 아주 절세미인은 아니지만 눈을 뗄 수 없는 그런 치명적 매력을 지녔나보네요.

페넬로페 2022-07-15 14:44   좋아요 3 | URL
일단 시작했으니 그냥 쭉 직진하자고 도를 닦듯 읽고 있어요~~사람과의 관계가 묘하게도 저 구절과 영화가 좀 통하는게 있어 갖다 붙였어요 ㅎㅎ

잠자냥 2022-07-15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게르망트 공작 부인은 서래(탕웨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2-07-15 14:44   좋아요 1 | URL
날씨가 넘 더워서???!!!!!?
ㅍㅎㅎㅎ^^

새파랑 2022-07-15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사람은 몸이 꼿꼿해야 하군요 ^^ 이 영화 보고싶은데 주말에 봐야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7-15 18:58   좋아요 2 | URL
네, 몸을 꼿꼿하게~~
새파랑님께 좋은 영화이면 좋겠어요.
영화보면서 조는 사람도 많대요^^

mini74 2022-07-15 2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품으면 이렇게 연결이 자연스럽게 되나봐요 페넬로페님! 대단하세요.전 이제 1권 읽고 2권. 하루에 10장이라도 꾸준히 읽어보려고요 ㅎㅎ

페넬로페 2022-07-15 22:26   좋아요 2 | URL
책이 워낙 어려워 언젠가는 다시 재독하려고 해요.
제가 생각한 것들이 틀릴수도 있는데 ㅎㅎ
그냥 제 느낌을 적어봤어요
미니님, 2권 시작하셨네요👍💕

서니데이 2022-07-15 2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헤어질 결심의 이 영화 포스터를 보고 있으면 알 수없지만 이야기가 판타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조금 들어요. 파도랑 절벽, 높은 산 같은 이미지랑 ... 탕웨이가 있어서요.
페넬로페님, 내일은 초복인데, 많이 덥지 않을 거라고 저녁 뉴스에 나왔어요.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7-15 23:08   좋아요 2 | URL
이 영화가 박찬욱감독의 영화라는 것이 확실하더라고요.
미장센도 좋았어요.
젤 마지막 장면이 바다씬이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낼 초복이라 성당 여성구역에서 판매하는 직접 끓인 삼계탕 사 먹기로 했어요
오늘 마트에서 수박도 사 왔어요^^

alummii 2022-07-16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글을 보니 갑자기 영화도 보고싶어지고 중도하차한 잃시찾도 그리워지네요^^

페넬로페 2022-07-16 00:40   좋아요 2 | URL
alummii님,
잃.시.찾, 6귄까지 읽으셨다고 그러신거 같은데~~
같이 읽어요^^
저는 이 책 다 읽고 alummii님께서 읽으신 책, 따라가겠습니다^^

희선 2022-07-16 0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게르망트 공작부인도 꼿꼿하군요 꼿꼿한 건 어떤 걸지, 허리를 죽 펴고 앞을 봐야 할 것 같네요 책과 영화가 통하는 부분이 있었군요 그런 걸 찾아서 기분 좋으셨겠습니다

페넬로페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2-07-16 10:50   좋아요 2 | URL
꼿꼿한것이 일단은 신체적으로는 그런 것이겠죠. 영화에서의 꼿꼿함은 어떤 다른 의미도 있을거예요. 책을 읽다 뭔가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맞는건지는 모르겠어요.
희선님, 주말 잘 지내시기 바래요^^

서니데이 2022-07-18 1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늘 헤어질결심의 각본집이 광고 알림으로 왔어요.
이 영화 보신 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남쪽에서 비가 오고 있는데, 내일은 비가 그치고 더울 거라고 합니다.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7-18 18:15   좋아요 2 | URL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이 나왔군요!
남쪽은 비가 많이 오는데 이쪽은 많이 더워요^^
그래도 습하지 않아 좋아요~~
서니데이님
즐겁고 행복한 월욜 저녁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2-07-19 1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꼭 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페넬로페 2022-07-19 14:17   좋아요 1 | URL
약간의 호불호가 나뉘는 영화같아요.
저는 n차 관람하려고 해요^^
처음엔 박해일배우가 많이 보였는데 이번엔 탕웨이배우를 주목하고 싶어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에서 4권은 우리와는 많이 달랐던 19세기 말의 프랑스 사회와 문화를 담고 있다. 5권 역시 폐쇄적이고 가식적인 살롱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전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게르망트 쪽 1’에는 그 당시 프랑스 사회(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드레퓌스 사건과 반유대주의가 전반적으로 나타나 있다. 부르주아 계급의 부상으로 입지가 흔들린 귀족계급은 다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군국주의자와 반드레퓌스파가 되어 있었다. 5권에 등장하는 귀족들의 생각도 이와 같아 유대인인 스완이 위험해 보인다.

 

[또 우리 가문에는 유대인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다는 것도 훌륭하게 증명해 보일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드레퓌스가 결백하다 해도,” 하고 공작 부인이 말을 가로막았다. “그는 거의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잖아요. 섬에서 보내온 편지를 보세요. 얼마나 어리석고 과장됐는지! 에스테라지 씨가 드레퓌스보다는 훨씬 나아요.....”

-p394~395]

 

화자는 어린 시절 콩브레의 성당에서 게르망트 공작부인을 잠깐 만나고 강력한 인상을 받는다. 파리에서 화자의 가족은 할머니의 건강을 위해 빌파르지 부인 댁 가까이, 게르망트 공작 저택과 이웃하는 별채로 이사를 온다. 그동안 이미지로 저장된 게르망트 부인은 실제의 모습으로 화자에게 다가온다. 화자는 게르망트 공작부인을 연모하게 되었고, 그녀의 살롱에 입성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그는 정녕 금사빠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게르망트 쪽은 인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병약하고 신경증이 있는 화자에게 하녀인 프랑수아즈는 진실 폭로에는 말이 필요치 않으며, 말에 기대지 않고, 더 나아가 말을 참조하지 않고도 수많은 외부 기호들에서 진실을 포착할 수 있다는(p106)' 것을 가르쳐준다. 그녀를 통해 화자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와 우리에게 작용하는 관념의 세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회적 관계뿐만 아니라 사랑의 관계조차도 그것은 부동의 존재가 아니라 불충분하고 모순적이라는 것을 프랑수아즈를 통해 배운다. 그녀는 화자에게 충직한 하녀이면서도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도 보여 준다.

 

게르망트가의 사람이고 군인이지만 드레퓌스 지지파이고 진보적인 지식인인 생루는 화자에게 자신의 연인인 라셸을 소개한다. 라셸은 유대인 여배우로 정신적, 예술적으로 생루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귀족 계급인 생루의 가족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화자는 라셸을 본 순간, 그녀가 예전에 사창가에서 만난 라셸, 주님께서로 불리던 창녀임을 알아본다. 생루에게 지적인 영감을 주고, 그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이 여자가 화자에게는 20프랑의 가치밖에 없는 거리의 여자에 불과했다. 스완이 오데트를 사랑할 때 가졌던 상상과 의심, 기대가 그대로 생루에게도 나타난다.

 

[우리가 상상 속에서 여인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 나는 인간의 상상력이 그 여인과 같은 작은 얼굴 조각 뒤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집어넣을 수 있는지 깨달았다. 또 반대로 수많은 몽상의 대상이던 사람도 그 몽상과 상반된 방식으로 가장 하찮은 사실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에는 얼마나 초라하고 온갖 가치가 제거된 물질적 요소로 분해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렇듯 사랑과, 사랑과 하나를 이루는 고뇌에는 취기처럼 우리에게 사물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p256, 262]

 

우리는 똑같은 사람을 어떤 환경과 상황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이미지와 그 가치의 평가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연속적 관계의 집합체는 결국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된다. 작가 프루스트가 꾸준히 말하고 있는 이름과 관념 역시 관점의 연장선에 있다. ‘축소되었던 이름이, 인간적인 의미로 적셔지고 내 기억 속 작은 자리를 차지할 만큼 충분히 커지면서(p427)' 관점은 여유로워지고 내 안에서 지속되는 이름이 연이어 일고여덟 가지 서로 다른 모습을 띠는 것을(p21)‘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의 관점에 세뇌당하고 그것을 집요하게 지키려 한다.

 

작가 프루스트는 1898113로로르지에 발표된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의 지지자로서 드레퓌스 사건 재심 청원서에 서명을 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읽을 때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권 역시 100년 전의 시대가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어느 시대나 극심하게 대립되는 두 개의 진영이 있고, 그것은 진실을 왜곡시킨다. 사건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양 극단끼리의 지치지 않는 싸움만이 진행된다.

 

[사람들은 흔히 개인의 죄는 용서하지만 집단적 범죄에 가담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 사즈라 부인은 아버지가 드레퓌스 반대파인 것을 알자 곧 자기와 아버지 사이에 여러 대륙과 여러 세기를 두었다. 시간과 공간에서의 이런 거리감이 왜 그녀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만 아버지에게 인사를 했으며 악수와 인사말은 생각조차 못했는지, 또 그 악수와 인사말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세계를 왜 극복하지 못하게 했는지를 설명해 준다. -p245]




 

 

 

 

 

 

 

 

 

 

 

 

 

1870년 프랑스는 프로이센-프랑스전쟁에서 패하고 알자스/로렌지방을 빼앗긴다. 그 후 프랑스에는 독일에 대한 적대감에 의한 내셔널리즘과 반유대주의라는 광풍에 휩싸여 있었다. 1894년에 일어난 드레퓌스 사건은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해야 한다.

 

[드레퓌스 사건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여섯 단계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드레퓌스 재판과 유죄 판결피카르의 문제 제기에스테라지 재판과 무죄 석방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드레퓌스 사건의 재심과 사면드레퓌스 사건의 재심과 완전한 복권

-‘나는 고발한다-해제’, p238~239]

 

작가 에밀 졸라는 189712월부터 190012월까지 3년 동안,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르 피가로’, 팸플릿, ‘로로르를 통해 13편의 글을 발표한다. 1901년 그것은 멈추지 않는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책으로 출간된다. 그 중 펠릭스 포르 대통령에게 보낸 <나는 고발한다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이 한 편의 글이 드레퓌스의 재심 운동의 계기가 되고 졸라는 고소되어 징역 1년에 벌금 3000프랑을 선고받는다. 그는 런던으로 망명한다.

 

에밀 졸라는 13편의 글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신문을 팔기 위해 대중을 선동하고, 여론을 악화시키는 비열한 언론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종교의 이름으로, 언론이 유포하는 거짓 정보로, 군대를 모욕했다는 억지로,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국민의 눈을 멀게 하는 성직자, 정치인, 군부, 정당, 사법부를 비판한다. 또한 반유대주의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100년 전에 발표된 졸라의 이 글들은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보수와 진보라는 두 진영으로 갈라진 작금의 대한민국에 진심으로 호소하는 글이다. 졸라가 비판한 많은 것들이 지금 우리들에게도 우려의 대상이 되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여론과 정치인의 선동에 아무 생각 없이 동조하는 대중들이다.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비로소 우리의 과업이 완성될 수 있다. 우리가 거두고자 하는 수확은 결코 증오의 열매가 아니다. 우리가 그 씨를 뿌렸던 선함과 공정성 그리고 무한한 희망의 결실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싹이 무럭무럭 자라나야만 한다. 아직은 얼마나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모든 정당들은 침몰했고, 정국은 두 진영으로 갈라졌다. 한편으로는 과거의 이상에 매달리는 반동 세력들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비판과 진실 그리고 공정성을 추구하는 정신들이 있다. 오직 이 정신들만이 유일하게 논리적이며, 내일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그 정신들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전진하는 진실-정의’, p282]

 

졸라는 이 기고문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동안 쌓아올린 작가로서의 위상이 한순간에 무너졌고, 심지어 아버지가 이탈리아인이라는 이유로 프랑스인이라는 정체성마저 의심받는다. 하지만 그의 용기로 수많은 사람을 결집시켰고,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 드레퓌스 사건으로 지식인지적 활동과 사회 참여를 결합시키는 사람이라는 뜻(p254-’나는 고발한다-해제)‘ 으로 새롭게 정의되는데, 에밀 졸라는 지식인의 선봉장에 선 사람이었다. 그는 드레퓌스의 복권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

 

내가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건 1988년에 출간된 유시민 선생의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통해서였다. 그 뒤 수없이 만난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서 선생의 책에서 읽은 대로만 생각하고 지나쳤다. 프루스트의 책을 읽으며 드레퓌스 사건을 다시 만나고, 이제야 그의 기고문을 읽게 되었다. 졸라의 그 유명한 격문은 지금 읽어도 신선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한 지금에도 뼈아프게 우리를 각성시켜준다. 지식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우매한 대중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빼어난 글과 용감한 행동으로 인류의 양심이라는 찬사를 받던 졸라는 완전한 결말을 보지 못한 채 1902929일 밤 숨을 거뒀다. 경찰은 침실 벽난로의 환기구가 막혀 일어난 질식 사고로 판단했지만 시중에는 암살설이 파다했다....

법원은 1906712일 렌 군사재판의 선고를 무효화하고 드레퓌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참모본부가 공개할 경우 독일과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기밀문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진실을 감추려고 날조한 가짜 증거들만 역사의 뒤안길에 쓰레기로 남았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댓글(36)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07-09 18: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드레퓌스 사건은 당대에 워낙에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던지라 아마 어떤 식으로든 당대 문학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었을듯해요. 저는 드레퓌스 사건을 샤르트의 <지식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처음 접했던 기억이 있네요.

페넬로페 2022-07-09 19:55   좋아요 2 | URL
네, 워낙 중요하고 사회적인 파장이 컸기에 프루스트도 이 이슈를 다룬 것 같아요.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책도 기회되면 읽어 보겠습니다^^

새파랑 2022-07-09 22: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06페이지 프랑수아즈의 말 완전 좋네요~!! 페넬로페님 리뷰를 보니 <게르망트쪽> 이야가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라셸과 생루 이야기 인상깊었었는데 ㅋ 너무 멋진 리뷰입니다 ^^

페넬로페 2022-07-09 23:55   좋아요 3 | URL
프랑수아즈를 통해 화자가 인간관계의 쓴 맛을 좀 느낀 듯 해요.
저도 라셸과 생루의 이야기가 맘에 와 닿았어요.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추어질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ㅎㅎ

미미 2022-07-09 23: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페넬로페님의 깊이읽기는
<잃.시.찾>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군요! 프랑수아즈는
작품에서 참 흥미로운 인물이었던걸로 기억해요. 날카로운 관점을 보여주기도하고
인간적인 면모로 웃음을 주기도 하고요. 인용해주신 다른 책들도
꼭 읽어보고싶어요. 이 글도
재독하고싶구요. ^^

페넬로페 2022-07-09 23:54   좋아요 4 | URL
잃.시.찾을 통해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은데 일단 완독을 목표로 직진만 하고 있어요. 이 책은 절대 한 번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라 다음 기회에 다시 읽으며 관련된 책을 같이 읽으려 합니다. 이번에는 지금의 우리 상황과 비슷해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책잇기를 해봤어요^^

그레이스 2022-07-10 20:27   좋아요 4 | URL
책잇기 리스트를 만들어야겠네요^^

페넬로페 2022-07-10 22:58   좋아요 3 | URL
책잇기 리스트 만들면 읽을 책이 엄청 많을듯요^^

scott 2022-08-11 23:08   좋아요 0 | URL
프루스트 옹이 너무나 좋아 할 것 같습니다
세계 제일 방구석 1인!^^

서니데이 2022-07-10 1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이 유명해서 그런지 먼저 생각나요. 그 시대에 다른 사람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목소리를 낸다는 건 어려움이 많은 일이었을거예요. 그 시대 사건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에서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7-10 22:57   좋아요 2 | URL
졸라가 자연주의 소설로 유명해졌지만 ‘나는 고발한다‘로 진정한 지식인이 된 것 같아요.
오늘도 여전히 무더워요.
그래서 그런지 지치네요.
서니데이님!
더워도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래요^^

mini74 2022-07-11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레퓌스 사건, 저도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통해 알게 됐어요. 정말 옛날책인데, 개정판 나온거 보고 아이 사준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또 역사와 연결해서 글 써주시니 넘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2-07-11 13:15   좋아요 1 | URL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그때는 정말 우리들에게 역사라는 것을 재밌게 인식시켜 준 책이었는데 지금 읽으니 다른 책들의 짜집기 형식이었다는 걸 또 깨닫습니다.
미니님의 프루스트 읽기 잘 진행되고 계시죠! ㅎㅎ

scott 2022-08-11 23:09   좋아요 0 | URL
<드레퓌스 사건>메콜리프의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사알 짝 추천 합니다 ^ㅅ^

희선 2022-07-12 02: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드레퓌스라는 말만 아는군요 드레퓌스가 사람이었다니... 이런 일 어디에나 있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도 않은 걸 했다고 하는... 드레퓌스가 무죄가 돼서 다행이기는 하네요 에밀 졸라는 그걸 못 보고 죽다니, 누가 죽인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게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아쉽네요 사고로 위장한 살인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7-12 13:00   좋아요 3 | URL
네, 희선님 말씀대로 어느 시대이고 드레퓌스 사건처럼 조작된 사실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그럴때에 용기있게 나선 지식인들이나 민중들이 있기에 그나마 지금 우리가 편안히 살 수 있을거예요.
에밀 졸라가 암살되었다는 얘기도 많은데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어요^^

그레이스 2022-08-10 16: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완독을 향하여!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2-08-11 14:3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완독까지 멀고도 험하지만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0 17: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잃찾 읽고 계시니 넘넘 멋집니다! 저도 몇 권 사두었는데 1권 앞부분만 몇 번 읽다 내려놓았던. 꼭 도전하고 싶습니다!ㅎㅎㅎ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2-08-11 15:52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님, 감사합니다.
일단 시작했으니 그냥 직진만 하고 있어요.
잃.시.찾 도전하시면 좋겠어요**

새파랑 2022-08-10 17: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역시 2관왕, 마음만 먹으면 20관왕도 가능하실듯 합니다~!!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2-08-11 15:53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정말 마음만은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싶은데 왜이리 읽는 것도 더디고 글도 잘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바쁘기도 하고요. 좀 더 압축적으로 살아 더 열심히 읽겠습니당**

mini74 2022-08-10 17: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배로 축하드려요 페넬로페님 *^^*

페넬로페 2022-08-11 15:54   좋아요 2 | URL
미니님, 두배로 감사드립니다^^

미미 2022-08-10 19: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프루스트 마니아 제 자리를 당장 내어드리고 싶은 페넬로페님 넘넘 (2관왕이시니까ㅎㅎ)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2-08-11 15:56   좋아요 2 | URL
아니 미미님, 무슨 말씀을요.
이 긴 책을 먼저 읽고 이끌어주신 선배님이 당연히 프루스트 마니아 제 1 자리에 계셔야죠~~
매번 열심히 따라갑니다**

scott 2022-08-11 23:10   좋아요 2 | URL
미미님 거꾸로 잃시찾 읽기!
선구자 ^^

미미 2022-08-11 23:16   좋아요 2 | URL
헤헷~😆 👉👈

서니데이 2022-08-10 21: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기분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8-11 15:56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날이 조금 개었는데 더이상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요. 서니데이님께서도 건강 잘 챙기시고요**

희선 2022-08-11 02: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남은 책도 즐겁게 만나세요 빨리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해도 읽는 재미가 있겠지요


희선

페넬로페 2022-08-11 15:57   좋아요 2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남은 책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려요**

scott 2022-08-11 23: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진정한 프루스트 옹의 전문가로 인정!^^
이관왕 축하합니다 ^^

페넬로페 2022-08-12 09:24   좋아요 1 | URL
scott님, 전문가께서 초보자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요.
시작했으니 그냥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2 07: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잃시찾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제가 또 페넬로페님 덕분에 1 권 읽기 시작했었는데 아직 완독을 못했군요ㅜㅜ
빨리 페넬로페님 설명을 읽고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드레퓌스 사건 외웠던 기억은 있는데 정확한 건 잘 몰랐었는데 덕분에 잘 알고 갑니다.
다시 한 번 더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08-12 09:22   좋아요 2 | URL
에고 선생님은 무슨요 ~~
허덕이고 힘들어하며 겨우겨우 읽어가고 있어요.
예상치 않았는데 5권에서 드레퓌스사건이 나와 다른 책도 찾게 되었어요.
잃.시.찾 1권이 읽기 힘들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힘들지만 제일 좋았던 느낌도 있고요.
책나무님, 완독 꼭 하시기 바라며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진실과 거짓의 공방전은 어느 시대에나,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오늘날에도 세계 도처에 진실의 담지자를 자처하는 자들이 있고, 분야를 막론하고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노장과 소장이 진실을 외치며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다. 
그런데 이런 양보 없는 격돌의 와중에 정작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은 진실 그 자체이다.  - P8

드레퓌스 사건이 발발한 이래 그에 대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사건의 의미에 관한 해석은 대략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서구 민주주의 문화라는트랙에서의 해석이요, 다른 하나는 유태 민족의 운명이라는트랙에서의 해석이다. 어떤 트랙에서의 성찰이든, 모름지기
드레퓌스 사건에 관한 성찰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화두는
‘지식인 Intellectuel‘,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식인의 행동과 책임‘인 것처럼 보인다. 
사실 좌파와 우파가 확연하게 구분되는 현대 프랑스 사회의 지식인 지도 및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니라는 명제로 요약되는 프랑스 사회의 지적 전통은 
바로 이 드레퓌스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 P9

어쩌면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사는 한,
드레퓌스 사건은 영원한 현재진행형일지도 모른다. 졸라의말대로, 진실은 땅에 묻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진실은 땅밑에서도 외치고, 땅 밑에서도 자란다. 드레퓌스 사건은 땅 밑에서 자란 진실이 얼마나 큰 폭발력을 지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진정한 작가는 기만과 협잡이 판치는 세계에서 "왕은 벌거벗고 있다!"라고 외치는 소년과 같다. 작가의 펜이 진실, 오직 진실만을 외칠 때, 그때 쉽사리 믿기 힘든 하나의 경구警句가 타당성을 획득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 P13

만일 정치적 이유가 정의의 도래를 지연시킨다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결말을 후퇴시키고 악화시키는 새로운 과오가되리라.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 - P21

소위 조합의 실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서로 모르는 채 멀리떨어져서 분투노력했고, 다양한 길을 통해 같은 목적지를 향해 떠났고, 묵묵히 걸었고, 땅을 파헤쳤고, 어느 이른 아침 모두 동일한 목적지에 이른 사람들, 방방곡곡 진실과 정의를 사랑하는 선량한 사람들의 모임 말이다. 그들은 모두 진실의 십자로에서, 정의의 광장에서 운명적으로 서로를 만나 손에 손을 잡았다. - P42

우선, 언론을 돌아보자.
우리는 독자의 타락한 호기심을 자극해서 돈을 버는 언론,
더러운 신문을 팔기 위해 대중을 탈선시키는 언론, 국가가 조용해지고, 건강해지고, 강력해지자마자 독자가 끊기는 언론,
한마디로 발정한 듯 날뛰는 저열한 언론을 보았다. 방탕을 암시하는 제목을 대문자로 넣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저속한 신문들은 어둠 속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매춘부와 다를 바 없다. 방탕의 암시야말로 그들이 흔히 쓰는 파렴치한
상술이다. - P51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런 사태를 원했고, 누가 이런 사태를 그토록 오래 끌고 왔는가? 그것은 일 년여 전부터 진상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 다름 아닌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은 몇몇 문제인물을 희생시킴으로써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차라리 고집스레 무위에 안주하기를 택했다. - P56

나는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이를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늘 첫걸음을 떼었다. 내일 또 한 걸음, 그 다음 날 또 한 걸음, 그러면서 언젠가 결정적인 걸음을
뗄 것이다. 그것은 불을 보듯 환한 사실이다. - P59

프랑스여, 그대의 여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똑똑히 보라. 그대의 여론은 총칼에 대한 소망, 그대의 발걸음을
수세기 전으로 되돌리려는 성직자들의 반동, 그대를 지배하고, 그대를 요리하고, 그 요리상을 떠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야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 P91

무슨 일이 있어도, 결국 역사의 과업은 완수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증오의 결실이 아니라 우리가 씨를 뿌린 선의와
정의와 무한한 희망의 결실일 수밖에 없다. 그 결실은 계속
풍요로워져야 한다. 물론 오늘 우리는 그 결실의 풍요로움을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정당이란 정당은 모두 궤멸 상태에놓여 있고, 나라는 두 진영으로 쪼개졌다. 한쪽에는 과거를
희구하는 반동 세력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미래를 지향하는비판, 진실, 정의의 정신이 있다. 유일하게 논리적인 것은 이 정신뿐이다. - P158

7월 1일 폭풍우가 몰아치는 캄캄한 밤에 마침내 드레퓌스가 배에서 내려 프랑스 땅을 다시 밟았다. 
8월 8일 재심이 시작되었고, 
9월 9일 군사 법정은 다시 한번 그에게 유죄를선고했다. 
내가 이 글을 쓴 것은 바로 그 이튿날이다. - P168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07-02 0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책세상
책값이 착해서
괜찮은 책 나오면
가능한 구입하고 있습니다 ^^

페넬로페 2022-07-02 18:38   좋아요 1 | URL
인문서적 잘 안 읽지만 그레도 책세상문고 책은 몇 권 가지고 있어요. 좋은 내용이 많으니 저도 한 권씩 모으려고 해요^^

서니데이 2022-07-02 18: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가 먼저 떠올라요. 드레퓌스 사건도요.
그렇지만 이 책을 그렇게 자세히 읽지는 않았네요.
이 책 소개를 읽고 왔는데, 이 시리즈에는 처음 보는 책들이 상당히 많네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어제부터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폭염주의보 이상입니다.
그러면 며칠간 더운 날이 지속될 수 있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2-07-02 18:41   좋아요 2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많은 부분에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내용이 나와 같이 읽어보려고 꺼내봤어요.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데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졸라의 글을 읽어 보려고요^^

서니데이 2022-07-03 16: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어제보다 오늘이 더 더운 것 같아요.
너무 더운 시간에는 외출하지 마시고 더운 날씨 조심하세요.
즐거운 주말, 시원하고 좋은 오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7-04 19:20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날씨가 더워요.
건강 조심하시고 이번주도 힘내요!

서니데이 2022-07-04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어제보다 오늘이 더 더운 것 같은데요.
서울은 어제 폭염경보라고 하니까, 며칠 더 더울 거예요.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맛있는 저녁 드세요.^^

페넬로페 2022-07-04 19:18   좋아요 3 | URL
폭염경보가 실감날 만큼 날씨가 더워요~~
더워서 그런지 피로도가 더 센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이번주도 더위 조심하시고 시원한 커피 드시면서 충전 잘 하시기를 바래요^^

scott 2022-07-04 21:51   좋아요 3 | URL
두분 대화 주고 받음에
따스함이 ^^

서니데이 2022-07-05 15:17   좋아요 2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7-05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후 뉴스에 나온 내용인데, 내일도 날씨가 많이 더울거라고 해요.
오늘은 오전부터 더운 날이라서 어제보다 더 더운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님,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오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7-07 10:18   좋아요 1 | URL
날이 더워도 너무 덥네요.
그러니 입맛도 떨어지고~~
그래도 건강 챙겨야 이 더운 여름 잘 보낼 수 있을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07-06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매일 매일, 오늘이 더 덥다는 인사를 쓰고 있어요.
그래도 오늘이 더 더운 날인걸요.
소나기가 올 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7-07 10:20   좋아요 2 | URL
날이 더워서인지,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열대성 스콜같은 비가 한 번씩 쏟아져요. ㅠㅠ
서니데이님, 건강 잘 챙기시고 더운 여름 잘 견뎌요^^

레삭매냐 2022-07-07 0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치적 이유와 정의가 상충
할 수도 있다는 걸 종종 보
면서 참 -

그렇게 새로운 과오가 빚어
지는 걸 보고 있노라니 괴롭
네요.

페넬로페 2022-07-07 10:21   좋아요 2 | URL
이 책 읽으며 에밀 졸라가 지금 우리들에게 얘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변했지만 인간은 별로 변하지 않았어요^^

서니데이 2022-07-07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더운 하루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어제보다는 덜 더웠지만 습도가 높은 날이었어요.
비가 오고 다시 폭염이라고 합니다.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7-08 17:48   좋아요 1 | URL
오늘 오전에는 바람이 불어 시원했는데 오후 되니 또 더워지네요.
햇빛 나면 습하지 않아 좋지만 기온이 더 올라가니 에어컨 켜야하고~~
이래저래 여름을 잘 보내야 할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께서도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22-07-08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08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편과 2편의 고장의 이름은 이름과 고장으로 나눠진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이 화자를 과거로 안내했듯이, 그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발베크에서 묵었던 그랜드 호텔의 방을 떠올린다. ‘스완네 집 쪽에서의 발베크는 화자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고장이다. 낭떠러지와 절벽이 있는 거친 바다에 접한 허구의 도시, 발베크에 대해 화자는 그 이름만으로 이미지를 상상한다. 베네치아와 피렌체도 이름 고유의 법칙에 종속시킴(2,p340)’으로써 미지의 도시를 욕망한다. 화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이름의 고장으로 떠나지 못한다. 그는 샹젤리제에서 질베르트를 만나고 첫사랑에 빠진다. 질베르트를 통해 스완과 스완 부인과도 교류한다. 오데트는 볼로뉴 숲에서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이처럼 세비녜 부인, 생시몽, 라신, 발자크, 플로베르, 보들레르로 이어지는 문학가들, 지오토, 카르파초, 베르메르, 램브란트, 샤르댕, 휘슬러, 모네, 르누아르 등의 화가들, 바그너와 드뷔시, 생상스, 프랑크 같은 음악가들, 고딕 성당과 채색 유리, 장식 융단과 보석 세공, 화장, 의상, 사진, 요리에 이르기까지 예술 전반에 걸친 성찰은 바그너가 말하는 총체적 예술로서의 문학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작품 해설 중에서, p414~415]

 

사건과 화자의 끝없는 의식의 흐름과 몽상이 교차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작품 해설에서 열거된 어마어마한 작가들이 실제와 은유로 등장한다. 프루스트의 문장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작품을 같이 감상해야 할 정도다. 작가가 살았던 동시대의 전반적인 예술과 문화가 이미지와 은유로 담겨있는 프루스트의 문장 중, 특히 고장의 이름은 무척이나 아름답게 서술된다. 프루스트는 사람과 풍경을 집요하게 관찰한다. 낯섦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나타나고, 그것은 열망이 된다. 화자의, 또는 프루스트의 문장은 나의 경험과 상상으로 저장된 나만의 은유를 새롭게 의식 위로 떠오르게 한다.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화자는 몸이 안 좋아 피렌체로 가지 못하고, 할머니와 함께 발베크로 요양을 떠난다. 그 곳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랑도 시작한다. 장소의 이동은 이름의 이동 일뿐만 아니라 습관과 활동의 변화도 가져 온다.

 

[여행의 특별한 기쁨은 우리가 피곤할 때 도중에 내리거나 멈출 수 있는 데 있지 않으며, 출발지와 도착지의 차이를 지각할 수 없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차이를 될 수 있는 한 더 깊이 느끼게 하여, 우리 상상력이 단 한 번의 비약으로 살던 장소에서 욕망하는 장소 한복판으로 데려다 주듯이 우리 상념 속에 있던 차이를 그 전체 안에서 그대로 느끼게 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거리를 통과한다기보다는 상이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지구상의 두 개별적인 고장을 결합하고, 하나의 이름에서 다른 이름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며, 또 기차역이라는 그 특별한 장소에서 실현되는 신비스러운 작업으로 압축되어 더욱 기적적으로 보인다.

기차역은 도시에 속한다기보다는, 표지판에 새겨진 이름이 그러하듯 도시의 본질을 함유한다.

-p12~13]

 

고장의 이름 2’의 첫 부분은 이런 멋진 문장으로 가득 차 있다. 다른 고장으로의 떠남은 새로운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 곳에서 만난 사람, 바다, 자연, 건축물, 환경에서 받는 인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인상의 느낌은 각자의 은유로 표현되고, 그것은 존재 깊숙이 각인되어 나만의 습관으로 나타난다. 습관이란 내가 하는 행동만이 아니다. 습관은 내 생각과 인식, 느낌의 축적이기도 하다. 습관은 낯선 곳에서 나를 불편하게 하고 위축시키지만, 결국 새로움이 더해지고 변형된 채 나를 따라온다.

 

화자는 발베크에서 게르망트 쪽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사람들을 만난다. 게르망트 공작의 고모인 빌파리지 후작 부인, 게르망트의 동생인 샤를뤼스 남작, 그의 조카인 생루를 만나 게르망트 공작 부인의 살롱 입성을 예감하게 한다. 생루는 귀족의 특권을 거부하는 진보적인 지식인이다. 그는 여배우 라셸을 사랑하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다. 화자는 귀족의 삶과 사교계를 동경하지만, 급부상한 부르주아 계급의 저속함을 은근 풍자한다.

 

작가가 되고자 결심한 화자에게 베르고트가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주었다면, 발베크에서 만난 화가 엘스티르에게는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암시를 받는다. 엘스티르의 아틀리에를 방문해 그가 그린 그림들을 보며 은유와 상징의 위대함을 깨닫는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일종의 실험실(p321)’같은 아틀리에에서 작가의 창작 행위는 본래의 사물의 이름을 제거하고, 거기에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 재창조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거기서 각각의 그림이 가진 매력이 우리가 시()에서 은유라고 부르는 것과 유사한 일종의 재현된 사물의 변형에 있으며, 만물의 창조주인 신이 명명함으로써 사물을 창조했다면, 엘스티르는 사물로부터 그 이름을 제거하고 다른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사물을 재창조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엘스티르의 작품은 자연이 시적(詩的)인 상태로 있는 드문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은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땅과 바다를 비교하면서 그 사이에 놓인 모든 경계를 삭제하는 은유였다.

-p322~323]

 

엘스티르의 모델이 클로드 모네라면 프루스트는 이 책에서 완벽하게 모네의 그림을 설명하고, 표현해내는 것에 성공한다. 직접 그림을 보는 것처럼 선명하고 아름답게 묘사한다. 프루스트의 문장뿐만 아니라 그의 예술적 감각과 시선에 감탄하게 된다.

 

질베르트는 파리의 샹젤리제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금발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알베르틴 시모네는 발베크의 해변가에서 여러 소녀들의 무리 속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검은 머리에 통통한 뺨까지 폴로 모자를 눌러 쓴, 쾌활하지만 약간은 고집스러운 눈을 가진(p336)' 자전거를 타고 있는 소녀인 알베르틴을 엘스티르의 아틀리에에서 다시 만난다. 항상 병약한 화자에 비해 소녀들은 역동적이며 당돌하다. 그는 꽃과 같은 소녀들에게서 사랑의 모습들을 상상하며 성적인 욕망을 표출한다. 알베르틴은 이 집 저 집으로 돌아다니며 살아가는 가난한 고아 소녀로서 보수적인 화자의 가족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 그와 알베르틴은 신분적으로, 또한 절대적인 자유인의 표상인 그녀와 성격적인 면에서도 잘 맞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이 험난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권 역시 읽기가 쉽지 않았다.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느끼고 곱씹어도 그것은 온전히 내 것이 되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잘 몰라도 이 소설을 읽는 시간이 너무 좋다. 아름답고, 슬픈 감정들과 나의 경험과 의식들이 서로 연결되며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내가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따뜻해지고, 모든 존재들에 내 시선과 생각이 퍼진다. 거기서 거두어들인 인상은 나만의 은유와 상징으로 저장된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 열람실에서 이 책을 많이 읽었다. 도서관의 한 부분이 숲으로 연결 되어 있기에 나는 매번 직사각형 모양의 창문으로 숲의 초록을 볼 수 있는 곳에 앉았다. 프루스트의 문장을 읽으며, 가끔씩 눈을 들어 나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프루스트의 문장을 되새겼다. 날이 저물 때면 숲 속에서 온갖 새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새들을 상상하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은유만이 일종의 영원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프루스트의 말은 세상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ransient-guest 2022-06-28 23: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한 권 마저 나오면 시작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2-06-28 23:24   좋아요 6 | URL
민음사판은 13권(14권?)이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힘들지만 저도 끝까지 완독하겠습니다^^

독서괭 2022-06-29 00: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겠어도 좋다니.. 그 느낌 무얼지 궁금하네요. 숲을 보며 책 읽는 도서관, 넘 좋습니다~^^

페넬로페 2022-06-29 07:34   좋아요 6 | URL
작가와 저의 깊이가 달라 그런것 같아요. 프루스트의 예술적 조예가 대단하더라고요~~
제가 가는 도서관이 책도 많고 공부할 수 있는 열람실도 있어 넘 좋아요^^

새파랑 2022-06-29 08: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읽는 잃시찾이라니 멋집니다. 도서관 숲도 보기 좋네요~!! 저도 4권이 어렵던 기억이 납니다 ㅋ 이제 금방금방 읽으실거 같아요 ^^ 무엇을 쓸것인가와 어떻게 쓸것인가에 대한 성찰 내용 좋네요~!!

페넬로페 2022-06-29 12:33   좋아요 5 | URL
이 책은 한자리에서 읽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아 계속 자리를 옮겨 가며 읽어야겠더라고요. 지금 5권 읽고 있는데 좀 쉬워요. 어느정도 프루스트의 문장에 익숙해진 듯 해요.
저 성찰은 작품 해설에 있는 번역자의 글입니다. 제가 저 경지에는 아직 ㅎㅎ

미미 2022-06-29 09: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페넬로페님 이 리뷰 너무 좋아요~♡♡ 잃.시.찾은 읽으면서 저도 ‘이런저런 공부를
하고 보면 이해에 훨 도움이 되겠구나‘싶으면서도 아직
그런것들을 모르는 상태에서
읽어도 그저 좋은 은유의 아름다운 풍경과 정서가 듬뿍
담긴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님의
감상들도 프루스트적으로 물드는
느낌입니다*^^*

페넬로페 2022-06-29 12:35   좋아요 4 | URL
책 속에 다시 공부하고 읽어야 할게 많은데 지금은 다 건너뛰고 그냥 완독만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다 읽고 천천히 다시 읽어야겠어요.
잃.시.찾 읽다보니 저도 작가의 문장을 닮아가네요 ㅎㅎ
문장이 막 길어져요
물든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6-29 16: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 책을 읽으면 저도 페넬로페님처럼 멋지게 말할수 있게 되는걸까요? 은유에 대한 표현 너무 좋네요. 관심과 사랑이라니.... 페넬로페님 말을 들으니 수긍이 가버리는..... 그나저나 숲이 보이는 저 도서관도 너무 좋네요.

페넬로페 2022-06-29 17:03   좋아요 3 | URL
바람돌이님!
프루스트를 읽으면 자연적으로 이런 감성을 가질 수 있어요.
문장도 쭉쭉 길어지고요. ㅎㅎ
어렵고, 이해 안되는 부분도 많지만 은근히 빠져들거든요.
이 도서관에 책도 많아 더 좋아요^^

scott 2022-06-30 0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옹 작품의 큰 장점은 어느 순간 페이지를 놔 버린 후 다시 돌아 와도 문장이 새롭습니다 ㅎㅎㅎ

솔직히 1권부터 달리듯 마지막 권까지 완독 하기 보다
한 권만 읽어도 프루스트 옹의 문장은 어느 날 이미지로 스며듭니다 ^ㅅ^

페넬로페 2022-06-30 13:12   좋아요 1 | URL
네, 그것이 프루스트의 매력이예요.
그래서 프루스트는 절대 달리 듯 읽을 수가 없어요 ㅎㅎ
근데 또 달리는 자세로 읽지 않고서는 완독을 못하죠^^

그레이스 2022-06-30 01: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문학과 예술을 다 끌어안아서 녹여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네요^^

페넬로페 2022-06-30 13:13   좋아요 2 | URL
책 읽으면서 같이 공부할 것이 많아요. 책잇기도 다양하고요.
담에 재독할 때 같이 해보려고 해요~~

희선 2022-06-30 01: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글로 나타내다니 어떤 글일까 싶기도 하네요 그림과 함께 이 책을 보는 것도 있던데, 그 책 품절이군요 페넬로페 님도 그런 책 있다는 거 보셨을 것 같네요 여러 가지를 알고 보면 더 좋은 책이겠습니다 그 반대여도 괜찮겠지만, 그것도 부지런해야 할 듯하네요 그걸 몰라도 좋은 책이겠지요

도서관이 숲으로 이어졌다니 멋지네요 오래전에 제가 다닌 도서관도 그랬는데, 산중턱에 있었으니... 나무도 보고 책 보셔서 즐거웠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6-30 13:18   좋아요 3 | URL
등장인물 엘스티르의 모델이 여러 명인데 그 중 클로드 모네도 있어요.
그림 잘 모르지만 모네의 그림을 보면 프루스트의 해설이 잘 맞아 떨어져요~~
같이 공부하며 읽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제가 가는 도서관은 공원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번씩 그곳으로 산책도 가요.
커피 한 잔 사서 멍 때리고 옵니다^^

서니데이 2022-07-01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열람실의 가구 색상과 비슷하네요. 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의 초록색이 시원해보입니다. 우리집 근처 도서관은 창문이 하얀색이었던 것 같은데, 서관에 간지 오래되어서 기억이 부정확합니다. 페넬로페님, 오늘부터 7월 시작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페넬로페 2022-07-02 18:45   좋아요 2 | URL
이 책은 겉표지도 예쁘지만 속표지도 색깔이 다양하게 예뻐요. 책을 가방에 넣어 다니니 보통 겉표지를 빼놓아요.
그러고 보니 열람실 책상의 색깔이랑 비슷하네요 ㅎㅎ
서니데이께도 7월에 좋은 일만 가득하면 좋겠어요~~

mini74 2022-07-04 1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상 모든 것이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는 걸 새소리로 이야기해주시니 쏙 와닿습니다. 저 조금씩 읽고 있어요 페넬로페님 덕분에요*^^*

페넬로페 2022-07-04 19:30   좋아요 1 | URL
네, 같이 읽어서 좋고 반가워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생각보다 더 읽기 힘드네요.
같이 읽으며 서로 힘이 되어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