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망트 공작 부인은 서래(탕웨이)?
상상과 이미지로써 사랑했던 게르망트 공작부인과 ‘헤어질 결심’을 한 화자에게 그녀는 스스로 다가온다.
[부인은 그렇게도 우아하고 자연스럽고 다정한 태도로 나를 대했다. 그녀는 과거의 일을 완곡 어법이나 모호한 미소와 암시적인 말로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냥한 태도에서도 뒤로 돌아가거나 고의로 말을 하지 않거나 하는 일 없이 자신의 위엄 있는 큰 키만큼이나 뭔가 거만한 꼿꼿함 같은 것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 누군가에 대해 느꼈을지도 모르는 원한 따위는 완전히 재가 되었고, 이런 재 자체도 그녀의 기억이나 적어도 그녀의 태도에서 아주 멀리 내던져졌으며, 또 다른 사람이라면 불화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구실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도 그녀는 지극히 감탄할 만한 단순함으로 처리했으므로, 그때마다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에서 일종의 정화 작용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p119]
‘꼿꼿함’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진하는 것인 동시에, 자신을 잃지 않고 지키고자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임을 서래에게 배웠다. 그녀가 게르망트 부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은 모호한 미소와 암시적인 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사랑을 거대하게 품고 있는 듯해도 사람의 관계는 의도한 대로 잘 되지 않는다. 우리의 사랑은 관념의 지배를 더 많이 받는다. 작가 프루스트는 이런 진리를 천재적으로 표현한다.
“내가 서래씨를 왜 좋아하는지 아세요?
몸이 꼿꼿해요.“
-영화 ‘헤어질 결심’ 중에서 해준(박해일)의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