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교환학생으로 간 학교의 학기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5월에 여행일정을 정하고, 1월에 파리로 가는 직항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경유해서 가는 좀 더 싼 비행기 표를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혼자 가는 초행길이라 중간에 갈아타는 것이 불안했고, 힘든 경로로 인해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과감히 질러 버렸다.

 

여행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중에 가슴 한 켠에 한 가지 걱정이 계속 맴돌았다. 박완서 작가의 표현대로 언제 죽어도 이상할 거 없는(확실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뉘앙스였던 것 같다)’ 양가의 노모가 여행 직전이나 여행 중에 혹시라도 위독하시거나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어쩌나!’라는 우려였다. 2주 동안이나 일을 쉬어야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라 마음이 계속 불안한 상태였다. 그러다 엉뚱한 곳에서 큰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4월 중순에 학기를 마친 딸아이는 2주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혼자 다녀오고, 그 후 나와 합류할 계획을 세웠다. 누구나 한번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은 로망이 있다. 나는 가톨릭교도이기에 그 길에 대한 더 큰 기대가 있다. 하지만 딸아이가 혼자 그 길을 간다고 했을 때 산티아고 순례길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전에 제주 올레길을 혼자 걷다가 살해당한 여성이 떠오를 정도였다.

 

처음에는 반대를 했지만 내 말을 들을 딸아이가 아니었다. 배낭, 신발 등 순례길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커뮤니티에도 가입해서 같은 날 출발하는 한국 사람들과 그곳에서 식사까지 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었다. 지친 일상을 벗어나 자신을 찾고 싶은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마침 투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 와 여행기를 연재하는 작가가 있어 그 분에게 문의도 해 보았다. 너무 늦게 혼자서 걷지 않는 한 별로 위험하지 않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약간 안심이 되었다.

 

순례길을 가기 위한 모든 준비를 하고 포르투갈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딸아이는 그동안 사용한 물건을 넣어 둔 캐리어를 짐을 보관해주는 호스텔에 맡겨야만 했다. 캐리어를 끌고 길을 걷는데(무거운 배낭을 어깨에 맨 채로) 갑자기 쏟아진 비로 길이 미끄러워 그만 캐리어가 넘어져버리고 말았다. 그 반동으로 딸아이까지 길에 미끄러져 왼쪽 발목이 완전 접질려졌다.

 

통증으로 빗길에 한참 쓰러져있던 아이를 자전거를 타고 가던 프랑스 여성이 자전거에서 내려 아이를 도와 약국까지 데려다 주었다고 한다. 약국에서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고 급하게 병원에 예약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물론이고 포르투갈 행 비행기 표도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달리 아프면 일단 1차 병원에 먼저 가야한다. 그곳에서 진료를 받고 의사의 결정에 따라 다른 병원으로 갈 수 있는데 그것도 많이 기다려야 한다. 한국처럼 1차로 갈 수 있는 병원이 종류별로 나눠져 있지 않고, 응급실은 정말 위급할 때만 갈 수 있다고 한다. 어떤 한국인이 응급실에 갔다가 병원비가 천만 원이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X-ray 판독결과로 뼈에 골절이 있지는 않아 움직이지 말라는 것과 발목 보호대와 진통제 한 알만을 병원에서 처방받았다. 딸아이는 급하게 숙소를 잡았지만 그곳에서 내가 갈 때까지 기다리기는 무리였다. 일단 통증이 너무 심했고, 좀 더 세밀한 치료가 필요했다. 다리가 불편해 세끼를 챙겨먹는 것도 힘들었다. 멀리 있는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속만 태워야했다. 오죽하면 일면식도 없는 알라딘 서재의 난티나무님께 비밀댓글로 문의를 했다. 난티나무님께서도 병원의 처방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이 글을 통해 난티나무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전한다.

 

딸아이는 귀국을 해야 했고 나는 여행을 포기해야만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로 딸아이는 통증과 함께 나에게 미안해했고, 나는 딸아이에 대한 걱정과 여행에 대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파리에서 딸아이가 이에 대해 고민을 했고, 귀국과 여행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해냈다. 만약 내가 갈 때까지 파리에서 체류해도 어차피 돈이 많이 들 것이니 그 체류비로 왕복 비행기티켓을 끊어 한국에서 치료받고 다시 나와 여행을 하자고 했다. 여행을 포기해도 손해가 많았다. 돌아오는 비행기 표의 날짜를 한 번 바꾸었기에 딸아이의 비행기는 환불받을 수 없었고, 나의 비행기도 30만 원정도 수수료를 내어야하고, 유로스타를 비롯해 숙소 등 다른 예약한 곳에도 100% 환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예매할 수 있는 비행기중 가장 싼 것을 선택하다보니 딸아이는 아픈 다리로 바르샤바를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야했으며 돌아갈 때도 나보다 하루 먼저 출발해야 했다. 딸아이가 돌아온 그 다음날 바로 병원에 데려갔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이 있는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는 합쳐서 5군데 정도 된다. 그 중 평소에 다니던 곳으로 갔다. 뼈가 골절이 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실금이 있을 수 있다는 소견과 함께 그동안 반 깁스를 하자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어쨌든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이 이렇게나 좋을 수가!

 

다시 출국하기 위해 딸아이는 반 깁스를 풀었지만 완전히 좋아진 건 아니었다. 전에 언니도 호주여행을 갔을 때 다리를 접질려 그곳에서 지팡이를 구매해 사용했었는데, 그 지팡이를 보내주었다. 딸아이는 발목보호대를 찬 채로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만 했다.



인생사 새옹지마, 전화위복!

지팡이를 짚고, 여전히 통증이 있어 거동이 불편한 딸아이를 옆에서 부축하며 다니기 힘들었지만, 어디에서나 배려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유럽의 유명한 미술관은 예약을 해도 줄을 길게 서야 하는데, 딸아이는 장애인으로 분류되어 줄을 서지 않고도 입장할 수 있었다.


특히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를 볼 때가 압권이었다. 모나리자는 방탄유리로 보호되고 있었고, 관람객들은 먼 발치에서 여러 사람에 둘러싸여 그 유명한 그림을 감상해야만 한다. 그러나 딸아이는 장애인으로, 나는 보호자로 모나리자 바로 앞에서 직관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아무런 시야의 방해도, 시간제약도 받지 않고 모나리자를 감상할 수 있었다. 눈앞에 바로 보이는 모나리자는 나에게 웅숭깊은 말을 걸어왔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이 느껴졌다. 이 그림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잘 표현하지는 못해도 이유를 알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암스테르담에서의 숙소가 좁고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곳이라(그래도 하루에 20만원이다) 힘들었고, 여행에 조금 지친 상태라 새로운 도시로 이동해 45일을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파리에서는 거의 매일 비가 오고 날이 개기를 반복했고, 네덜란드의 쾨켄호프에서도 비가 내려 계속 우산이 필요했다. 비가 오면 또 다른 도시의 풍경을 만날 수 있어 낭만적이고 운치가 있지만 다리가 불편한 딸아이에게는 위험해 긴장해야만 했다. 반 곱슬머리인 나에게도 비와 습기는 치명적이다. 아침에 드라이기와 고데기로 잘 정리한 내 머리는 조금의 물기를 만나도 제 본성으로 돌아가 버린다.


런던은 한국의 초봄 기온과 비슷해 쌀쌀했지만 우리가 머무는 내내 날씨가 맑아 좋았다. 날씨 안 좋기로 소문난 런던이라 걱정했는데 오히려 세 도시 중 날씨가 최상이었다. 런던은 생각보다 현대적이었고 활기가 넘치는 도시였다. 어디를 가든지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을 만날 수 있었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양편에 뮤지컬 공연 포스터가 빽빽이 들어 차 있었다. 파리와 암스테르담에 비해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도 적었고, no-smoking지역도 많았다. 일단 영어로 모든 것이 소통 가능해 마음이 놓였다. 숙소비용이 가장 저렴했지만, 제일 만족스러웠다. 런던의 지하철은 파리에 비해 훨씬 이용하기 편했고, 한 라인에 여러 노선이 다니는 것이 한국과 달랐다.


노팅 힐 서점1999년에 개봉한 영화 노팅 힐덕분에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곳에 관심이 많았다. 실력이 부족해 영어 원서를 잘 읽어내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떠나 책 구경 자체는 언제나 흥미롭다. ‘더 노팅힐 북샵은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서점이었다. 전시된 책의 표지들이 정말 예뻤다.


노팅힐 북샵에서 사고 싶은 책이 많았지만 딱 한 권만 골랐다. 호머의 ‘The Odyssey’이다. 나를 그리스 고전의 세계로 인도해준 책이고, 여행자에게 이만큼 어울리는 책은 없을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영웅이기보다 인간적이라 매력적이며, 여행이 끝난 후에도 그는 그것을 통한 경험, 고통으로 한층 더 성숙한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노팅 힐을 방문한 날이 마침 토요일이라 포토벨로 거리에 굉장히 큰 로드 마켓(Portobello Road Market)이 열려 있었다. 규모가 엄청났다. 여러 가지 물건과 길거리 음식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마켓을 구경하며, 물건을 전시하는 방법은 한국의 남대문 시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노팅 힐에서 딸아이와 티 타임!


러시아 출신의 금융계의 거목인 존 줄리어스 앵거스테인이 사망하자 그의 소장품 38점이 미술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영국 정부가 그것을 매입하고 1824년 앵거스테인의 개인 저택에 내셔널 갤러리를 개장한다. 1838년 트라팔가 광장 인근에 웅장한 고전 스타일로 지은 새 건물로 이전한다. 내셔널 갤러리는 중세 말기와 르네상스 초기의 작품부터 19세기 말 작품까지 회화작품만을 전시하고 있다.(내셔널 갤러리에서 꼭 봐야 할 그림, 김영숙, 휴머니스트, p.100)

 

파리와 달리 런던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거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그림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 잘 모르지만 한국에서도 기회가 될 때마다 미술 전시를 관람하곤 했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볼 때, 그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면 좋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전문가의 설명을 그대로 그림에 적용시킬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림 앞에 서서, 그 그림을 내 눈에 담고 나름의 느낌을 간직하면 된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가장 유명한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보다 다른 그림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내셔널 갤러리 앞에서의 거리의 화가와 버스킹


뮤지컬 위키드,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

 

런던은 단연 뮤지컬의 도시라고 할만하다. 한 작품을 전용극장에서 장기 공연할 정도로 인프라가 풍부하다. 상연되는 여러 뮤지컬 중 어떤 것을 볼 것인지 고민했는데, 영어 듣기가 잘 되지 않는 나를 위해 딸아이는 위키드와 레미제라블을 선택했다. 이 두 뮤지컬은 다른 뮤지컬에 비해 저렴했고, 한국에서 관람한 적이 있어 내용과 넘버가 익숙했다.

 

한국에서는 뮤지컬을 볼 때, 기침소리를 내는 것조차도 민폐에 속한다. 심지어 공연이 끝난 후 몇 열 어느 좌석에 앉은 누군가가 기침을 해서 관람에 방해가 되었다고 공연 후기에 지적할 정도이다. 위키드를 상연하는 극장에 조금 빨리 도착한 딸아이와 나는 그곳에서 한국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뮤지컬을 보면서 음식과 음료를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좌석 앞에 있는 QR코드에 접속해 음식을 시키면 직원이 좌석까지 직접 배달해주었다. 인터 미션때는 아이스크림을 관람석에 가져와 팔기까지 했다. 관객들은 다들 먹을 것을 들고 왔다. 와인 병을 통째로, 와인글라스까지 들고 왔다.

 

이런 문화가 뮤지컬 관람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관객에게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공연과 관객들의 즐길 권리가 너무 잘 어우러졌다. 위키드의 내용이 약간 즐기면서 볼 수 있기도 하지만, 관객들은 공연에 방해를 주지 않고 스스로 잘 즐길 줄 알았다. 뮤지컬만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닌, 가족, 연인들이 함께 와서 몇 시간동안 충분히 잘 놀다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문화적 차이가 충격으로 다가 올 만큼 신선했고, 우리도 한 번 시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Sondheim Theatre

 

레미제라블은 위키드만큼의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음료 정도는 마실 수 있었다. 딸아이와 나도 미리 맥주를 준비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이 레미제라블인데 역시나 좋았다. 레미제라블의 넘버는 언제나 좋고 자베르역을 맡은 배우가 너무 멋있었다. 그가 부르는 ‘Stars’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개조해 개관한 테이트 모던 갤러리는 20세기 이후의 현대미술을 전시해 놓고 있다. 여러 분야의 현대미술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는 테이트 모던은 나에게는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었다. 전시 목적과 설명을 잘 읽으면 어느 정도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역부족이라 그 이미지만을 느끼고 나와야 해서 아쉬웠다.


12시에 문을 여는 테이트 모던 6층에 있는 테라스 바(Tate Modern Terrace Bar)’는 템즈강의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맞은편에는 세인트 폴 대성당이 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입장료가 20파운드가 넘어 그냥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테라스 바 아래로는 밀레니엄 브리지가 있다. 템즈강이 별로 넓지 않아 밀레니엄 브리지로 금방 건널 수 있지만 역시나 보기만 했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 가까이에 버러 마켓(Borough Market)이 있어 이곳에서 빠에야 한 접시와 생과일 쥬스로 점심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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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5-30 0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응급실에 갔다가 병원비가 천만원 정도가 나오다니... 다른 나라는 병원 가기 쉽지 않은 듯해요 거기 사는 사람도 쉽지 않은 듯하더군요 못 갈 뻔했는데 파리와 영국 런던에 가셨군요 그 시간은 꿈처럼 흘러 갔을 것 같네요 모나리자를 바로 앞에서 보다니, 언젠가 모나리자 보려면 힘들다는 말 들었는데... 사람이 아주 많다는 말도, 그 둘레에 있는 그림은 잘 안 보고 모나리자 둘레에만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다른 그림도 괜찮을 텐데... 뮤지컬도 보셨군요 나라마다 뮤지컬 보는 게 조금씩 다른 듯해요


희선

페넬로페 2023-05-30 06:54   좋아요 0 | URL
그 나라의 국민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일상을 잘 살아가겠지만 외국인은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듯 해요. 우리나라는 동네마다 병원을 진료과별로 갈 수 있어 좋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모나리자를 보통은 꽤 멀리서 봐야하는데 바로 앞에서 직관할 수 있어 좋았어요^^

2023-05-30 0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30 0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30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30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3-05-30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디세이!
탁월한 선택입니다.
지금이라도 비행기 타고 싶네요 ~♡

페넬로페 2023-05-30 15:20   좋아요 2 | URL
그렇죠! 우리의 출발점이니까요.
다가오는 그레이스님의 여행이 미리 부러운데요^^

2023-05-30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30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3-05-30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라 노모가 항상 걱정이긴해요. 아직 건강한 편이긴 하시지만. 그래도 따님 그만하길 다행이어요.
우리나라 관객수준이 높긴하죠. 연주실황 들어보면 관객들 기침소리 안 나온적이 거의 없던데. ㅋ
사진 멋지네요. 특히 저 탐스러운 책들은.🥹

페넬로페 2023-05-30 15:27   좋아요 2 | URL
여행중에 시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좋아지셨어요.
공연이나 연주회에서 최대한 예의를 지켜야하지만 위키드 보면서 영국의 문화도 좋았어요.
우리나라도 조금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5-30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이 외국 여행을 가자는 걸 친정어머니가 안심이 되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나면 빨리 돌아올 수 있는 제주도만 가게 되더라고요.ㅋ
다쳐도 전화위복으로 생각하기, 바람직합니다.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죠. 따님이 빨리 회복되시길...
글도 좋지만 사진도 좋습니다. 암스테르담 페이퍼만큼 좋습니다. 최고 최고!!!

페넬로페 2023-05-30 15:31   좋아요 1 | URL
노부모님이 계셔서 언제나 마음이 무거워요.

네, 딸아이가 다쳐서 걱정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행운도 얻었어요 ㅎㅎ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여행기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레삭매냐 2023-05-30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국에서 고저 아프면
안됩니다.

다시 한 번 울나라의
내셔널 헬스 플랜의
위대함에 감사합니다.
이걸 고치려는 놈들
은 모두 악당이라는.

플리마켓의 알록달록
사발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빠에야 맛도 보고 싶네요.

페넬로페 2023-05-30 15:34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도 그렇고 다른 여러가지 시스템도 좋고 합리적이라는 걸 많이 실감했어요.
이런 걸 유지해야하는데 요즘은 자꾸 퇴보해간다는 느낌에 우울해져요.

마켓의 규모가 엄청나더라고요.

빠에야, 조금 짰지만 맛이 괜찮았습니다^^

서곡 2023-05-30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택에 (간접) 구경 잘 했습니다 모나리자 감동입니다!

페넬로페 2023-05-30 19:17   좋아요 1 | URL
생각지도 않게 모나리자를 앞에서 감상할 기회가 생겨 얼떨떨했어요 ㅎㅎ

새파랑 2023-05-30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끝이 행복해서 다행입니다~!! 페넬로페님 딸도 페넬로페님을 닮아서 용감한거 같아요~! 노팅힐 서점도 멋지고 모나리자 직관도 좋고너무 부럽습니다~!!

페넬로페 2023-05-30 19:28   좋아요 1 | URL
네, 끝이 좋아 그나마 다행이었고 무사히 여행 다녀올 수 있었어요.
노팅힐도 그렇지만 런던의 서점들이 다 아기자기하게 예뻤어요.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ㅎㅎ

햇살과함께 2023-05-30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여행 가고싶게 만드는 페이퍼입니다! 그래도 일정 변경해서 잘 여행하셔서 다행이에요!

페넬로페 2023-05-30 21:49   좋아요 1 | URL
여행 포기할뻔 했는데 이렇게 다녀와서 저도 넘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또 가고 싶어요 ㅎㅎ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5-31 0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된 글인데 글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져서 읽으면서 마치 런던에 잠깐 다녀온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도 다시금 느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3-05-31 07:31   좋아요 1 | URL
저에게 런던이 무척 생생하게 다가와 여행 내내 행복했고 감동적이었어요.
아마 그래서 제 글도 그렇게 표현되었나 봅니다.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요^^
 









책을 좋아하기에 책과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나에게 흥미를 준다. 책 속에 책 얘기가 들어있으면 그 형식을 떠나 일단 관심이 간다. 책을 소재로 한 카툰 역시 매력적이다. 짤막하고 간결한 그림 속에 들어있는 위트와 유머, 많은 의미에 감탄한다. 별로 힘들이지 않게 읽을 수 있지만 거기에서 얻는 가성비는 다른 형식의 책보다 훨씬 높다. 독서 중 쉬어가거나 자투리 시간에 읽기에 적당해서 좋다.

 

톰 골드의 카프카와 함께 빵을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다. 책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어 깊이가 있었고, 작가의 글이 은유적이라 그것을 생각하고 납득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작가의 입장에서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기까지의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작품, 작가, 독자, 서점, 출판시장, 미디어, 미래의 독서 경향에 대해 비판적이고도 현실성 있게 서술되어 있어 공감뿐만 아니라 작가의 센스에 슬며시 웃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작가 소개에서 톰 골드의 카툰은 세련되고 유머러스한 풍자가 녹아들어전 세계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고 했는데 정말 맞는 표현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연재된 카툰으로 구성된 이 책의 글과 그림은 모두 다 나름의 의미가 있어 버릴 것이 없었다.


나의 책장도 읽은 책보다는 읽을 작정이며, 시간 날 때 읽으려고 아껴 둔 책이 더 많다.


한 번씩 번역된 책을 읽을 때 책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작가는 주위의 모든 것을 깨부수고 싶겠지....


AI에 동물의 뇌를 직접 심는다는 소식도 들린다.(꼭 그래야만 할까?) 언젠가는 인간의 뇌도 심을 것이다. 미래엔 이북 리더기에 이런 헌책 모드가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작가가 상상한 기발한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어쨌든 어떻게 이런 멋진 생각을 해 낼 수 있는지! 작가는 언제나 위대하다.


책만으로 통했던 시대가 지났다. 찰스 디킨스가 살아 돌아오더라도 책만으로는 힘들 것이다.


제임스 조이스와 마르셀 프루스트는 언제든지 불쑥 나온다. 톰 골드 작가는 특히 제임스 조이스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이북 리더기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책!


카프카와 함께 빵을아이스너상최고의 유머 부문을 수상했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 이 부분이 제일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레이스님께서

 

허무주의적 실존주의.

죽음이 가장 실존적임.

존재를 증명할 방법이 도무지 없다고 생각.

차라리 불행을 느끼는 순간에는 존재느낌을 갖는다는,

그래서 삶이나 죽음이나 무에 무를 더한다.

그러므로 생을 마치는 순간만큼은 실존을 극단적으로 경험한다.

카프카가 벌레로 변신한 것도 그런 의미라고 해석하죠.“

라고 철학적으로 해석해주셨다. 역시 대단하신 분이다

 

단순히 나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고 감동하면 그만이지만 작가라는 이름으로 사는 사람의 인생은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힘들게 글을 쓰고 어렵게 책을 출판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그것으로 돈을 벌며, 만족하고 실패하고, 다시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똑같은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작가의 삶에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냐고 누군가는 얘기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뭔가를 창작해내는 고통만큼 힘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도끼로 머리를 내려치는듯한 카프카적 신선함과 독창성으로 글을 쓰고 싶지만 그게 어디 쉽게 되는가? 끊임없는 창작의 고통은 죽어서야 끝날지도 모른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작년 에에올이 처음 개봉되었을 때 보고 싶었지만 기회를 놓치고, 올해 아카데미가 7개 부문에서 이 영화에 상을 줬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보러 갔다. 관객들의 입소문을 탔고, 아카데미에 많이 노미네이트되어 영화는 재개봉 되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양자경의 수상소감도 좋았고 가족을 모티프로 한 영화라고 해서 기대되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이 영화를 수입, 배급한 워터홀컴퍼니의 대표인 주 현씨가 <세상의 모든 에블린에게>라는 에세이를 연재중이다. 그의 말대로 이 영화는 왁자지껄하고, 횡설수설하며, 엉뚱하고, 정신없고, 이상하고, 북적이고, 흔들리고, 괴랄하고, 불안하고, 비약하고, 휘청대는 영화였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이미 우리가 다 아는 것이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인데, 이런 내용을 2시간이 넘는 영상으로 표현하기위해 메타버스 기법을 동원하여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그렇지만 보통사람들의 메타버스답게 버스-점프<평소에 하지 않을 이상 행동들(신발을 양쪽 바꿔 신는다, 일부러 종이에 손을 벤다 등)을 통해 다른 우주의 나와 연결되어 그의 기술을 빌려오는 것>’로 시공간을 넘나든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하는 사람과 미국으로 건너 와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은 어느새 투사가 되어있다. 식탁위에는 영수증이 쌓여있고 세무조사를 받기위해 그것을 정리해야하지만 손님들을 응대해야하고 몸이 불편해 미국으로 모셔 온 아버지의 식사를 준비해야한다. 외동딸인 조이는 동성애자이고 착하기만 한 남편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들은 에블린에게 뭔가를 계속 얘기하고 싶어 하지만 에블린은 그들의 말을 들어줄 여력이 없다......

 

조조영화 관람시간에 카페라떼 한 잔을 들고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 얼마 되지 않은 관람객중에 혼자 영화 보러 온 사람이 대다수였다. 영화가 시작되고 정신없는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계속 집중해야했지만 나에겐 투사 에블린만 각인되었다. 주 현 대표의 에세이 제목인 <세상의 모든 에블린에게>의 제목처럼 내가 꼭 에블린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에블린에게 우주의 곳곳에서 다르게 살고 있는 에블린들을 보여주며 지금과는 다르게 살라고 설득하며 에블린을 현실에 내려놓는다.

 

동그란 베이글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가두어버리는 무기력증과 허무주의에 빠지기 직전의 딸을 구하고, 언제나 다정하게살라는 철학적인 좋은 의미의 내용이었지만 결국 에블린은 자신이 운영하는 세탁소 안에 서 있게 된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고, 그 누구든 현명하게 이 세상을 잘 살려면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게 맞는데 결론은 다시 세탁소로, 엄마, 아내, 딸로 돌아 온 에블린에게 내가 본 것은 답답함과 먹먹함이었다. MZ세대가 특히 이 영화를 좋아했다고 했는데 그들이 본 것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작가, 엄마, 아버지, 직장인, 자영업자 등 자신이 선택했지만 전쟁같이 마주쳐야할 현실에서 다정하게, 긍정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산다는 건 너무나 중요하지만 사실 힘들기도 하다. 바라지 않았지만 어느새 투사가 되어있는 자신이 타인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그리고 언제나 현실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현실은 우리를 배반하기를 밥 먹듯이 한다. 누군가에게 어떤 이름으로 불리며 산다는 것, 그 이름에 걸맞게 일상을 기계적으로 나를 돌리며 살다보면 누구나 나사 하나를 빠뜨린 채 살게 된다. 지금의 현실이 무수한 과거의 선택과 결정의 결과라고 하지만 사실 그 순간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한번쯤은 무기력과 허무주의에 빠져도 되지 않을까!

오늘만큼은 최선을 다해, 다정하게 살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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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3-27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세상의모든에블린들 한주잘열어제치기를요 월욜 잘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03-27 13:33   좋아요 1 | URL
세상의 모든 에블린을 위하여!
한 주의 시작, 서곡님에게도 행복하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 바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3-03-27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 이상이어서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낭중에 헌책방에 나오면
사서 쟁여 두려구요 :>

압축과 정제의 미라고나
할까요. 이 정도 수준의
콘텐츠를 생산하려면 정말
얼마 만큼의 내공이 필요
할 지 상상이 가지 않더군요.

페넬로페 2023-03-27 14:20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 내공이 엄청 나더라고요. 철학적이고도 유머가 위트가 넘쳐 감탄하며 읽었어요^^

희선 2023-03-28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I에 동물 뇌를 넣는다는 말이 있기도 하군요 그런 건 안 했으면 좋겠네요 정말 그러다 보면 사람 뇌까지 넣겠네요 사람이 뇌를 AI로 옮겨서 영원히 살려고 하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은데, 실제 그런 일 있을 수 있을지도...

여러 곳에 사는 자신을 보고 다르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쉽지 않겠지요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전처럼 살겠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3-03-28 06:45   좋아요 1 | URL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Ai가 사람을 지배한다는, 영화에서 나오는 얘기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과거에 우리가 수많은 결정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한 그런 모습들이 우주의 다른곳에 있기도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 주기도 해요^^

2023-03-28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8 0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8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30 0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3-29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 특히 소설가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요. 오늘 단편소설들을 해설해 놓은 걸 읽었는데
소설 창작은 역시나 어려운 것 같아요.
과학의 발전으로 AI가 지배하는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오디오북과 이북의 편리함! 이런 종류의 발전은 환영하지만 말이죠.^^

페넬로페 2023-03-29 23:12   좋아요 1 | URL
저도 소설가를 너무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해요. 인간에게 주어진 소재가 비슷한데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작해내는것을 보면 그만큼 개인의 경험과 느낌들이 다 다른 것 같습니다^^
이북이나 오디오북이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서니데이 2023-03-31 1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얼마전 아카데미에서 양자경님의 여우주연상 소식 들고 좋았던 기억이 나요.
이 영화 작년에 우리 나라에서도 개봉했었나요. 잘 몰랐습니다.
전에도 화제가 되긴 했지만, 요즘엔 넷플릭스 등 OTT가 있어서요.^^;
오늘은 3월 마지막날이고, 내일부터 4월이예요.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페넬로페 2023-04-01 08:31   좋아요 2 | URL
작년에 이 영화를 개봉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재개봉했어요. 아카데미 수상 소식에 저도 보고 왔어요^^
서니데이님!
벌써 4월이 되었어요.
세월이 빨리 간다고 생각되지만 이제 그런 말 하지 않고 그저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하려고 해요^^
서니데이님에게 행운이 가득한 4월이 되었음 좋겠어요**

그레이스 2023-04-05 0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희선 2023-04-08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또 축하합니다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3-04-25 21:59   좋아요 0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2023-04-21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25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아이를 낳고 4일 동안 병원에 있다 친정으로 산후조리를 하러 갔었다. 내가 늦은 나이에 결혼 해 그 당시 엄마의 나이도 많았지만, 엄마는 꼭 당신 손으로 나를 거두어야 한다며 산후조리원으로 간다는 나를 억지로 친정으로 데려갔다.

 

엄마는 자연산 미역을 사서 삼시세끼 나에게 미역국을 끓여 먹이고 아이를 목욕시키고 아이의 옷을 삶고 세 시간마다 나오는 우윳병을 소독하느라 정작 아이는 꼬박 내가 돌보아야만 했다. 병원에서는 잠깐 동안 신생아실 창문을 통해서만 아이를 볼 수 있었다. 집에 와서야 자세히 볼 수 있었던 아이는 생각보다 너무 작았다. 조그만 배냇저고리가 헐렁할 정도였다.

 

친정으로 온 그 다음날은 하루 종일 봄비가 내렸다. 아이는 계속 잠만 자고 푸른똥을 쌌으며 간간이 재채기를 했다. 아이가 기침을 할 때마다 저러다 혹시 잘못되는 건 아닌지 가슴이 철렁했다. 그날 빗소리를 들으며, 아이를 바라보며 계속 울었다. 내가 저 조그만 핏덩이를 온전한 존재로 잘 키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무거웠고 암울했다. 아이에 대한 사랑보다 부모에게 주어진 책임이 더 우선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아이가 4학년이 되던 해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할 때까지, 나는 모든 것을 아이와 함께했다. 도서관을 다니며 같은 그림책을 읽고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니고 놀이공원에 가고 여행을 다녔다. 닥치는 대로 육아서를 읽고 자주 반성모드에 돌입했으나 그것은 또 쉽게 망각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건 힘든 일이었고 내가 그런 재주가 없다는 것도 실감했다. 사랑을 듬뿍 주지도 않는, 그렇다고 완벽한 기계적 엄마도 되지 못한, 늘 어정쩡한 모습으로 이 무거운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날 날만을 기다린 것 같다.

 

 

아마도 딸아이가 자라면서 내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일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도 이 말을 시원하게 해주지 못하고 있다. 내가 바라는 자식의 삶도 있기에 그것이 지나친 욕심이 아닌 한 나도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오래 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읽으며 그 내용보다는 공지영 작가는 어쩌자고 자식을 세 명이나, 그것도 아버지가 다 다른 아이를 낳을 생각을 했을까?’를 생각했다. 아이 한 명 키우기도 이렇게 힘든데 말이다. 같은 엄마로서 그녀가 걱정되고 안쓰러웠다. 그렇지만 이 책 속의 엄마, 공지영은 씩씩하고 당당했다. ‘, 오늘도 좋은 하루!’라는 말로 한 걸음 내딛는 그 말 속에 자식에 대한 집착과 애증에 대한 하루치의 포기가 들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네가 엄마가 처녀 시절에 꿈을 꾸던 그런 딸은 분명 아니야. 엄마가 꿈꾸던 딸은 물론 늘 전교에서 1등을 해야 하고, 선생님들에게 칭찬은 도맡아 받고, 키는 크고 얼굴은 예쁘고(네 아빠와 엄마가 네게 물려준 유전자와는 아무 상관이 없이) 몸매는 미인대회에 나갈 정도이지만 그런 대회에는 결코 나갈 생각이 없이 늘 세계 명작을 읽고 있는 데다가, 영어는 기본으로 잘하고 거기에다가 약간의 프랑스어와 일본어를 하며(중국어도 괜찮아), 집에서는 동생들을 잘 돌보는 누나이고 엄마에게는 늘 대견하며 아빠에게는 애굣덩어리인.....(솔직히 숨이 차긴 하다.) 그런 딸이어야 했지. 웃지 말라구. 이런 생각을 할 무렵에는 엄마는 너보다도 철이 없었을 때였으니까 말이야.

 

위녕. 너는 아직 젊고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단다. 그것을 믿어라. 거기에 스며 있는 천사들의 속삭임과 세상 모든 엄마 아빠의 응원 소리와 절대자의 따뜻한 시선을 잊지 말아라.

-작가 후기 중에서]

 

이것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 아닌가!

 

 

20221231, 딸아이가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 갔다. 캐리어 두 개를 밀며 무거운 배낭을 지고 떠나는 딸이 걱정되었지만 파리 드골공항에서 학교가 있는 도시에 도착했다는 톡을 받고 난 후부터 난 자유와 휴가를 얻었다. 하루 한 두 시간 정도 페이스톡으로 딸의 얼굴이 아닌 내 얼굴에 신경 쓰며 하는 대화가 약간 피곤하지만, 휴가를 얻은 댓가라 여기며 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공항 출발장안으로 들어가며 딸아이는 많이 울었지만 나와 남편은 울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여행지에서 딸아이는 항상 엄마와 같이 왔으면 좋았겠다고 말하고, 보고 싶다고 하지만 솔직히 난 딸아이가 많이 그립지는 않다. 그냥 22년 만에 혼자 누리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

 

삶이 단출하다는 것은 비어지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냉장고의 공간이 남아돌고 택배 상자가 도착하지 않는다. 잔소리를 하는 나의 나쁜 말이 줄어들고 그것으로 내가 나에게 집중할 시간을 얻는다. 몇 달 후에 돌아오고 결혼하기 전까진 절대 독립하지 않을 거라는 딸아이가 잠시 비운 이 집의 적막이 평화롭다.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게 아쉬울 정도로 나의 휴가는 나에게 행복을 주고 있다. 딸에게는 나의 감정을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친정 엄마와 전화할 때마다 엄마는 내가 보고 싶고 다녀가라고 하는데 난 엄마의 자격이 없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31일에 남편과 여행을 다녀왔다. 둘만의 여행을 떠난 건 아이가 태어난 후 아마 처음인 것 같다. 내가 운전을 하지 못해 여행을 가면 온종일 남편이 운전을 해야만 한다. 하루 종일 운전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혹시나 운전을 하며 졸까봐 나 역시도 편안하지는 않다. 그래서 이번엔 기차 여행을 선택했다. 바다가 보고 싶어 묵호와 정동진에 갔다. 볼 것이 많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볼 것이 한 곳에 몰려있는 묵호와 정동진이 더 좋았다. 묵호는 오래 전 소설의 제목에서 알게 된 도시다. ‘묵호를 아시나요?’라고 기억했지만 실제로는 묵호를 아는가라는 심상대의 소설이다. 묵호항을 중심으로 묵호등대, 논골담길, 도째비골 그래피티가 붙어있어 구경하기 좋았다. 논골담길을 내려올 때 계속 보이는 바다도 운치 있었다.


정동진은 언제 가도 좋다. 7번 국도변에 있는 바다와 도시를 좋아해 거의 해마다 가지만 동해바다는 절대 질리지 않는다.


정동진 바다 모래사장에서 물이 최대한 신발 가까이에 올 때 핸드폰 사진의 셔터를 누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핸드폰 화면에 머물러있어 물이 들어오는 것을 직접 체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핸드폰 화면 속으로 몇 번 들어온 물이 신발 가까이에 오지 않아 계속 기다렸다. 그러다 갑자기 들이친 파도에 신발과 바지 밑단까지 완전 젖고 말았다. 놀라고 당황스러워 둘이서 한참을 웃었다. 파도가 우리 마음대로 오지 않으며 그러한 것을 기대한 어리석음이 웃겼다. 제대로 당했다. 그래도 계획한 사진을 건져야겠다는 열정을 불태워 젖은 채로 다시 물을 기다려 사진을 찍었다. 그때가 해질 무렵이라 바람이 많이 불기 시작했다. 정동진 바닷가 벤치에 앉아 추위에 떨면서 신발을 벗고 모래를 털어냈다. 휴지로 신발을 대충 닦고 남편이 편의점에 가서 사온 양말을 신었지만 금방 축축해졌다. 그래도 재미있었고 실컷 웃었다.


리스본을 여행 중인 딸아이가 엄빠의 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보내 온 사진이다.


뭔 미래씩이나?

너의 엄빠는 현재도 가능하단다.

미션 클리어 그리고 투비 컨티뉴드.

 

기차 여행이어서 그런지 새벽에 집을 출발해 밤늦게 돌아올 때까지 찍힌 독보적 걸음수가 3만보가 넘었다. 지금까지도 다리가 뻐근하다.


이번에 내가 가져간 책은 백수린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이었다.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가볍게 읽기 좋을 것 같아 선택했는데 이 책은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생각할 것이 많아 계속 읽기를 멈추어야만 했다. 내가 여행가서 보고 온 것을 난 이렇게 궁상맞고 초라한 단어로만 쓰는데 백수린 작가는 일상을 얼마나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다정하고 조곤조곤 써 내는지. 세상의 모든 작가를 존경한다.


<나의 프루스트 효과>

이제는 프루스트라는 글자만 봐도 반갑고 그를 만나러 가야 할 의무를 느낀다.

그곳이 비록 한국의 바닷가에 있는 카페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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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3-03 15: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가 페넬로페 님을 따라다니나요 하필 저기 짜잔 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3월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03-03 15:15   좋아요 2 | URL
하필 저기 정동진역 앞에 떡하니 있더라고요^^
3월도 열심히 책 읽겠습니다^^

모나리자 2023-03-03 15: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두 분 만의 여행 행복한 시간 보내셨네요.^^ 여행길에 보는 풍경과 사물은 평소에 보는 것과 달리 더 아름답게 느껴지더라구요. 3월에도 화이팅입니다.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3-03-03 16:03   좋아요 3 | URL
동해바다를 좋아해 힐링하고 왔어요. 언제나 여행은 좋고 모나리자님 말씀처럼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어요.
모나리자님께서도 행복한 3월 보내시기 바래요^^

구단씨 2023-03-03 15: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두분 나란히 앉은 모습도 아름답고요.
오랜 세월을 다정하게 함께한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분위기가 풍겨요. ^^

페넬로페 2023-03-03 16:06   좋아요 1 | URL
살다보니 친구가 되더라고요.
서로 편해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것도 맘껏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구단씨님!
아름답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3-03-03 15: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년 전에 삼척에 갔다가
꼬맹이가 바닷물 피티병에 담
아 오라고 해서 근처에 갔다가
물벼락 맞은 기억이 나네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추억
이 되지 싶습니다.

겨울바다, 멋졌습니다.

페넬로페 2023-03-03 16:08   좋아요 2 | URL
네,
그런게 나중에 다 추억이 되고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바다는 겨울바다가 멋져요!

겨울호랑이 2023-03-03 16: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께서도 동해안에 다녀오셨군요! 시원하게 몸을 담그면서 놀 수 있는 여름바다도 좋지만, 멀리서 떨어져 바라보는 겨울바다는 또 다른 면에서 좋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페넬로페 2023-03-03 16:38   좋아요 2 | URL
네, 저도 반가웠어요.
이번에 경포바다는 못가봤지만 그래도 정동진도 강릉이니까요~~
저는 언제나 멀리서 바라보는 바다가 좋더라고요^^

거리의화가 2023-03-03 1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넘 좋네요. 두분의 여행 참 좋으셨을 것 같습니다. 보기 흐뭇하고 제 마음까지 따뜻해지네요. 아이의 마음과 부모의 마음이 같기란 불가능할테죠. 이런 시간들을 앞으로는 자주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프루스트 간판에 빵 터졌네요. 역시 프루스트 효과?ㅋㅋ 정동진 가본지 10년은 훌쩍 지난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3-03-03 19:06   좋아요 3 | URL
둘이서 하는 여행도 좋더라고요. 자식이 커가면 왠지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되는데 남편과는 그러지 않아도 되어 편하고 좋았어요.
거리의화가님께서도 요즘 잃.시.찾 읽고 계셔서 프루스트란 단어가 더 의미 있으실 것 같아요 ㅎㅎ

2023-03-03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3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3-03-03 23: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
넘 부러워요.
이번주 아이들 제주도 여행 가버리고, 혼자 집에 있는데, 그날 하루 기분이 좀 이상했어요.

페넬로페 2023-03-04 08:29   좋아요 2 | URL
어떨 땐 일하기전까지 말을 한마디도 안할때도 있더라고요 ㅎㅎ
근데 시간이 조금 여유있어도 책 읽는 양은 비슷하니 왜이런지 모르겠어요^^

희선 2023-03-04 0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프랑스에 갔군요 잠시 없어서 편하게 여기는 거 괜찮아요 엄마라고 해서 늘 아이만 생각하지 않아도... 페넬로페 님하고 남편분 둘만 바다에 갔다 오셨군요 좋은 시간이었겠네요 아주 작았던 아이가 어느새 커서 프랑스에 갔다고 생각하면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들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3-04 08:31   좋아요 1 | URL
네, 잠시동안만 조금 여유있어요.
그래도 좋더라고요.
제가 바다를 좋아해 여행은 산보다는 바다쪽으로 가는데 언제나 힐링하고 와요^^

자목련 2023-03-04 09: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만으로도 좋고 글과 함께 읽으니 더 좋고요.
페널로페 님의 충만한 시간의 기록 기대할게요^^

페넬로페 2023-03-04 10:33   좋아요 2 | URL
여행지에서의 사진은 언제나 좋은 것 같아요.
네, 충만한 시간 많이 갖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3-03-04 17: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다와 함께 하는 두분의 발도 뒷모습도 다 좋네요. 이 글 읽다가 우리집 딸래미들을 어떻게 내보내지 막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둘이라서 한꺼번에 좀 나가라 해야하는데 그게 어렵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3-03-04 19:23   좋아요 1 | URL
자매끼리는 여행도 자주 다니잖아요. 둘이서 여행을 다녀오라고 하면 어떨지요 ㅎㅎ
딸아이는 혼자라 늘 자매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해요^^

오거서 2023-03-07 2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션 클리어 앤 투비컨티뉴드. 너무너무 멋집니다!
백수린의 에세이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아직 읽지 못했지만, 페넬로페님만큼이나 행복한 느낌을 제대로 글로 사진으로 옮기지 못했을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3-03-07 20:58   좋아요 1 | URL
오거서님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소박하나마 계속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거서님!
요즘 바쁘신 것 같은데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저녁 보내시길 바래요^^

오거서 2023-03-07 21: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
 















조르주 상드의 소설 사생아 프랑수아19세기 중반의 프랑스 전원소설이다. 목가적인 전원을 무대로 그곳의 생활과 정경을 내용으로 한 것이 전원소설이지만, 정작 이 소설은 약간의 막장드라마의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그런 전개로 권선징악적 형태로 끝나버리지는 않는다. ‘사생아 프랑수아에는 다른 요소도 많이 들어있다. 상드는 이 소설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부유층의 무관심을 비판하고 자본에 의해 잠식되는 농부들의 고단한 삶을 묘사하기도 한다. 코르무에 방앗간 여주인인 마들렌 블랑셰에 작가 자신의 실제 모습이 투영되어 있으며 그녀를 통해 당시 여성이 받는 차별을 볼 수 있다. 예술가는 무엇을 통해 자연과 사람을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다.

 

샹피(들판에 버려진 아이) 프랑수아는 그를 돌보는 자벨과 가난하게 살아간다. 이를 불쌍히 여긴 마들렌은 그를 돌봐준다. 그러한 그녀의 행동을 싫어하는 남편과 시어머니는 그녀를 구박한다. 이유 없이 고약해지고 심술을 부리는 그들에게 지고지순한 마들렌은 묵묵히 견디며 그들 모르게 계속 프랑수아를 돕는다. 열여섯에 결혼한 마들렌은 아이를 낳고 방앗간 일과 집안일을 하며 고통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남편은 그런 마들렌에게 싫증을 느끼고 바람을 피우며 노동에서도 멀어진다.

 

[하지만 여자가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하면 금방 매력을 잃어버리는 법이야. 더구나 아일 모유로 키웠다면 벌서 낡은 몸이야. 그래, 여자들이란 한때뿐이지. 한창때의 포도밭 같은 거야.

 

우리네 남자들은 아내를 사랑하기에 질투심에 사로잡히지. 그래서 화를 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때론 구타까지 하지. 그것이 아내들을 슬프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지. 아내들은 결국 집 안에만 쳐 박혀 지내게 되고 남편을 두려워하고 권태로워하고,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하지 않게 되는 거야. 그때서야 우리 남자들은 만족을 느끼지. ‘내가 주인이다라고! 하지만 어느 날 아침엔가 아무도 자기의 아내를 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건 그녀가 이제는 추한 여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우여곡절 끝에 마들렌의 남편이 죽고 힘들게 살아가는 마들렌을 프랑수아가 사랑으로 구한다. 밤에 농가에서 시골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삼 재배인이 들려주는 액자소설 형식의 이 이야기에서 상드는 여성, 농부, 자본주의, 사생아에 대한 사회적 문제점을 부각시킨다. 그 당시 형편없었던 여성의 지위와 함께 사생아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비판한다. 사생아 프랑수아는 어른의 도움으로 잘 자랐지만 누구나 다 그런 행운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똑같이 불행한 환경에서라도 어떻게 그들을 구제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것은 일종의 투기였다. 그 농부들은 그들의 손에 일단 들어왔지만 채권자가 마음 내키지 않으면 도로 회수해 갈 수 있는 그 땅뙈기를 놓치기 싫어하는 한,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이자를 꼬박꼬박 바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 소득이, 파는 사람이 요구하는 이자의 절반도 못 되는 밭을 땀 흘려 경작한다. 그런데 반평생을 힘들여 땅을 일구고 나면 쇠잔해 버리고, 땅만이 우리의 노력과 수고로 비옥해진다. 그 땅이 두 배의 가치를 지니면 그때야말로 그것을 팔 시기다. 만일 제값에 잘 판다면 우리 농부들도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대개는 이자로 쪼들리기 때문에 서둘러 싼 금액에라도 팔아 버리게 된다. 만약 이를 거역하면 법이 강제로 그것을 집행시킨다.]

 

팜므 파탈, 사랑과 정열의 화신으로 불리었던 상드였지만, 작가의 사회비평은 강렬하다.




 

 

 

 

 

 

 

 

 





상드의 소설, ‘프랑수아 르 샹피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민음사판)콩브레13되찾은 시간에 언급되고 있다. 화자는 스완의 방문으로 자신의 방에서 어머니의 키스를 받지 못해 슬픔에 빠진다. 이 에피소드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관통하는 기억의지적 기억으로 대표되는 장면이다. 화자는 혼 날 각오로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복도에서 어머니를 기다린다. 그렇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혼나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와 함께 잘 수 있게 되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잠깐의 키스가 아닌, 온전히 하룻밤을 어머니와 보낼 수 있었는데도 정작 화자는 행복하지 않았다.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신경증이 병으로 인정받고 그것으로 인해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기대와 이상을 처음으로 포기했다는 생각으로 고통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 그렇게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오히려 어머니가 화를 내시는 편이 내가 어린 시절에 알지 못했던 그런 새로운 다정함보다는 덜 슬펐을 텐데. 나는 이제 막, 눈에 보이지 않는 불경한 손길로 어머니 영혼에 첫 번째 주름살을 그었고, 첫 번째 흰 머리칼을 나타나게 한 것같이 느껴졌다. 이런 생각에 내 흐느낌은 더해 갔고, 이제까지 나에 대해 어떤 동정의 기색도 보이지 않던 엄마도 갑자기 내 슬픔에 전염된 듯, 울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참는 것처럼 보였다.

-p.75~76,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그런 이유로 잠 못 드는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화자의 생일에 주려고 할머니가 사 놓았던 조르주 상드의 전원소설 네 권 중, ‘프랑수아 르 샹피(사생아 프랑수아)’를 가져와 읽어준다. 처음에 할머니는 상드의 앵디아나를 골랐지만, 그 책의 내용에 정념, 간통, 자살이 들어있어 다시 상드의 전원소설로 바꿔 온 것이었다. 소설가의 전형으로 알려진 조르주 상드의 소설은 화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프랑수아 르 샹피에는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미로운 것이 담겨 있다고 상상했다.....내게 새로운 책이란 그 책과 유사한 많은 것들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있는 유일한 사람 같았다. 그렇게도 일상적인 사건들, 그렇게도 평범한 일들, 그렇게도 흔한 말들이 내게는 특별한 어조나 낯선 억양처럼 느껴졌다.

-p.80~8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내가 이 부분에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상드의 프랑수아 르 샹피가 전원소설로 분류되지만 어린 아이에게 읽히기에는 좀 과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도 그렇고, 상드는 분명 부르주아에 대해 비판도 한다. 화자의 계급은 부르주아에 속했고 그들은 굉장히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날 밤, 어머니는 잔재주나 꾸밈을 추방하고 따뜻한 억양으로 책을 읽어주셨고, 그것으로 화자의 마음의 가책은 가라앉았다.




 

 

 

 

 

 

 

 





기억이라는 키워드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강의한 고 김진영 선생은, 화자의 어머니가 프랑수아 르 샹피를 아들에게 읽어주는 과정을 얘기하고 있다. 어머니가 이 책을 읽어줄 때 내밀한 연애장면을 건너뛰며 읽지만, 마르셀은 그것을 눈치 챈다. 프루스트의 글쓰기에서 생략이 중요한데, 김진영은 이 부분이 작가에게 중요한 모티프를 제공했다고 한다. ‘문장들에 적합한 온갖 자연스러운 다정함이나 넘쳐 흐르는 부드러움을 표현하려는어머니의 낭독은 음악적으로도 들린다.

 

[어머니 목소리에 들어있는 부드러움이 문장의 요청에 따라 문장으로 들어가면 문장이 다시 어머니의 목소리로 들어오는데, 어머니의 감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기 때문에 마치 그 문장이 어머니의 목소리를 위해서 쓰인 것처럼 흘러갔다. 이게 바로 프루스트입니다. 이게 바로 문장의 음악성입니다......프루스트의 문장은 다 이런 구조입니다. 어머니의 목소리와 문자가 어떻게 어울리는지를 보여 주는 부분이죠.

-p. 142/364]

 

어머니의 책 읽기는 그가 나중에 어머니의 책 읽기 방식으로 사물에 대해 글을 써 나간다는 뜻이기도 했다. 화자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선 이유는 결국 그가 글을 써야하는 당위를 찾는 여정이기도 하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다 화자는 비의지적 기억에 의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삶과 문학이 아무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작가는 그것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프루스트는 기억에 의해 삶을 되돌아보고 그것을 재해석하며 문학적 상상력으로 글을 쓰고자 한다.

 

사생아 프랑수아의 머리말에서 조르주 상드역시 똑같은 고민을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순수한 자연의 원초적인 것을 어떻게 예술로 나타낼 수 있을지, 그런 과정이 오히려 무의미한 건 아닌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히려 예술로 인해 이런 아름다움이 소멸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프루스트처럼 글을 써야하는 의무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신 오른편에는 현대어를 쓰는 파리 사람, 왼편에는 농부가 앉아 있는 듯이 얘기해 봐요. 그 농부가 이해하지 못할 단어나 문장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말이오. 그렇다면 당신은 파리 사람을 위해서 명확하게, 농부를 위해선 꾸밈없이 얘기해야 할 거요.-‘사생아 프랑수아’, 머리말 중에서]

 

 

어머니가 어린 마르셀에게 프랑수아 르 샹피를 읽어 준 후 많은 시간이 지났다. 전쟁이 일어나고 마르셀은 건강상의 이유로 두 번이나 요양원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마르셀은 생루 부인(질베르트)의 집 서재에서 조르주 상드의 프랑수아 르 샹피를 꺼내든다. 화자는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문학과 예술에 대한 상념에 빠진다. 예술가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조르주 상드의 프랑수아 르 샹피였다. 지금 내가 하는 사유와는 너무도 일치하지 않는 어떤 인상으로 인해 처음에는 충격을 받고 불쾌했지만, 이내 그 인상이 내 사유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깨닫고는 깊이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p.53

 

나는 본질적인 책, 유일하게 참된 책은 이미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위대한 작가는 통상적인 의미에서 발명할 필요가 없으며, 다만 번역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의 임무와 역할은 바로 번역가의 그것이다.

-p.65,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

 

프랑수아 르 샹피를 통해 작가 프루스트와 조르주 상드가 만나는 부분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재독하면서 좋은 책은 절대 한 번 읽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두 번째이니 더 쉽게 더 빨리 읽히리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읽을수록 공부할 것도, 의미를 곱씹을 문장도 많아 오히려 더 천천히 읽게 된다. 특히 이 책의 1권인 콩브레가 너무 좋다. 처음 읽었을 때 느끼지 못한 것들이 다시 발견되고, 프루스트의 문장을 매번 감탄하며 읽는다. 무인도에 가져갈 10권 중 한 권은 주저 없이 잃..찾의 콩브레가 될 것이다.




<나의 마들렌 효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며 마들렌이 발견될 때마다 나는 마들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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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3-02-28 14: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재독하게 되면 처음과는 분명히 다른 감동을 느낄 것 같아요. 저도 페넬로페님 처럼 감동의 시간을 얼른 누려보고 싶어요. 저도 콩브레를 묘사했던 문장들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페넬로페 2023-02-28 15:37   좋아요 3 | URL
잃.시.찾은 무조건 재독해야 될 책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저 완독을 목표로 했는데 이제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려고 해요~~
콩브레 문장 넘 좋아요!

2023-02-28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3-02-28 15: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콩브레 부분은 저도 아직 기억이 나네요 읽은 지 얼마 안돼서 그렇겠죠 문장들 보니 다 기억나요~~
너무 좋아요^^

페넬로페 2023-02-28 19:51   좋아요 0 | URL
같은 책을 읽은 느낌이 은하수님과 연결되는 것 같아 저도 좋아요^^

바람돌이 2023-02-28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르주 상드와 김진영선생과 프루스트가 만나는 글 너무 좋습니다. 아 진짜 저도 이런 글 쓰고 싶은데 저는 왜 읽은 책이 생각이 안나고, 생각하려고 메모해두면 이 메모를 왜 했는지가 생각이 안나고,,,, 책과 책을 연결지어 생각을 연결하는 이런 능력은 언제쯤 저에게 생길까요? 지금까지 안된걸 보면 불가능한지도.... 오늘 페넬로페님 글 너무 좋아서 두번씩 읽다가 부러움을 잔뜩 쌓고 갑니다. ㅠ.ㅠ

페넬로페 2023-02-28 19:54   좋아요 1 | URL
저는 매번 바람돌이님의 글에서 연결된 책을 느끼는데요^^
프루스트의 잃.시.찾이 워낙 방대해 연결되는 책들이 너무 많아요. 천천히 그것들 다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

은오 2023-02-28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페넬로페님의 마들렌 효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들렌이 나올때마다 마들렌을 먹게하는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02-28 19:55   좋아요 1 | URL
저의 마들렌효과 좋지요?
이러다 살 찌는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책읽는나무 2023-02-28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번 읽으면 안되는 페넬로페님의 글이네요?
일단 댓글 먼저 달고, 다시 또 읽으러 올라가려구요.
이런 글은 기본적으로 사고의 폭이 남다르게 태어나야 하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ㅋㅋ
저는 읽다가, 마들렌 사진에 그만, 읽은 리뷰 내용들마저 휘발되어 버린...ㅜㅜ
저의 사고는 여기까진가 봅니다ㅋㅋ
근데 <프랑수아 르 샹피> 이 책이 어머니가 마르셸에게 읽어준 책이었나요? 전 이제 깨달았다는요?

페넬로페 2023-02-28 20:05   좋아요 1 | URL
제 글이 아니라 잃.시.찾이 한 번 읽으면 안되는 글입니다 ㅎㅎ
마들렌은 어떤 차와도 어울려서 더 맛있어요~~

저도 책나무님 음식 사진보면 정신이 혼미해져요.
언제나 책나무님 옆집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네 이 책을 마르셀의 어머니가 읽어줘요^^

서니데이 2023-02-28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들렌은 프루스트만 있는 건 아닌데, 마들렌과 홍차가 있으면 프루스트가 연상되는 효과.
사진 보니까 향긋한 느낌이 날아오는 것 같아요.
페넬로페님, 내일부터 3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시간 되세요.
좋은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3-02-28 23:29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
마들렌은 프루스트에만 있는게 아닌데도 그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어요.

서니데이님의 3월도
개나리처럼 노랗게 만발하며
따뜻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희선 2023-03-01 0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온 책에서 조르주 상드 소설을 보셨군요 마르셀한테 엄마가 읽어주는 소설이었다니... 어릴 때보다 자라서 보고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네요 그때 기억이 있어서 나중에 그 책을 봤겠지요 읽을수록 생각할 게 늘어나는 책이군요 두번 읽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 같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03-01 16:44   좋아요 1 | URL
어릴 때의 추억을 책으로도 연결시킬 수 있는듯 해요.
딸아이가 어릴 때 집착하던 그림책이 있는데 책이 너덜너덜해 질때까지 책을 읽어 주었어요
그 책을 지금도 갖고 있어요.
아마 끝까지 못 버릴 것 같아요^^

자목련 2023-03-01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마들렌 효과, 넘 좋은 걸요. 저도 그런 효과 찾아봐야겠어요^^

페넬로페 2023-03-01 16:46   좋아요 0 | URL
마들렌이 생각보다 잘 없더라고요.
그래서 발견될 때마다 차와 먹곤 해요^^

레삭매냐 2023-03-02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라떼이와 마들렌이
먹고 싶어지는 아침입니다.

조르주 상드, 이름은 겁나게
많이 들었지만 여전히 미지
의 작가로 남아 있네요.

프랑스 전원이라 하시니 저도
땡기네요.

<시간>을 재독하신다니 고저
대단하시다는 말 밖에는.

페넬로페 2023-03-02 12:08   좋아요 1 | URL
저도 조르주 상드를 쇼팽의 연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소설가의 전형‘이라고 까지 표현했더라고요.
그 이유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어요~~

독서모임에서 올해 한 달에 1권 잃.시.찾 읽기로 해서 다시 재독중인데 좋은 것 같아요^^

초원 2023-03-03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히려 예술로 인해 이런 아름다움이 소멸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이 구절이 좋네요.

페넬로페님 글을 읽다가 마들렌을 먹어본 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페넬로페 마들렌>출시 기대!

페넬로페 2023-03-03 11:36   좋아요 0 | URL
생각지도 못했는데 상드 소설 머리말에 이런 고민이 있더라고요~~
<페넬로페 마들렌>
라임이 잘 어우러지는데요^^
기회되는데로 마들렌 효과 올려 볼께요**

그레이스 2023-03-03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뮈셰도 읽어야 하는데,,, 암튼 읽을 것만 쌓이고 놓친 것도 많고 그럽니다.^^

페넬로페 2023-03-03 11:39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
저는 이제 포기하고 되는데로 읽기로 했어요^^

희선 2023-03-09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또 축하합니다 이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뗄 수 없는 책이군요 그러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생각나기도 하는... 여기에도 그 책 이야기 쓰셨군요 2023년에도 프루스트와 함께 하는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3-03-12 11:00   좋아요 0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3-13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3-13 23: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안료 공방에서 일하던 젊은 연금술사에 의해 우연히 탄생한 프러시안 블루는 누가 보아도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색깔이다. 화학이 정식 학문으로 자리 잡기 전, 고래로부터 연금술사에 의해 연구된 실험은 광기와 집념, 폭력으로 얼룩진 것이었다. 그들이 긴 세월동안 노력했어도 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열정의 실험은 의도치 않은 뜻밖의 중요한 것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었다. 프러시안 블루도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프러시안 블루는 유럽 미술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고, 독일에서 다량으로 생산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1782년 칼 빌헬름 셸레는 극미량의 황산을 입힌 스푼으로 프러시안 블루를 휘저어 현대의 가장 강력한 독약을 만들어 냈다. 그는 이 새로운 화합물을 프러시안산으로 명명했으며 그 과다 반응성의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금세 알아차렸다.

-p.23]

 

청산(靑酸)이라 불리는 시안화물은 프러시안 블루에서 분리된 부산물이다. 이 아름다운 색깔에서 어마어마한 죽음이 양산되었다. 독가스로, 대량 살상 무기로 유대인과 적들을 죽이고, 나중에는 이것으로 나치 자신의 목숨을 끊는데 사용되었다. 시안화물은 짧은 시간에 인간의 숨을 멈추게 한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이 매력에 사로잡혀 독일뿐만 아니라 연합국측도 독가스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동물을 죽인다.

 

 

시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인식하는 색깔은 나의 선택에 의해 내 주변의 세상을 장식한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더라도 나는 언제나 색깔이 있는 세상을 보며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배제된 인간의 시각으로만 유용해진 색깔은 그 속에 많은 것이 감춰진 듯 보인다. 벵하민 라바투트의 논픽션 소설인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는 시작부터 강렬하다. 소설의 장르부터 특이해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찾기 어렵지만, 이것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에 제동을 걸어준다. 지금부터 뭔가를 더 정확하게 보라는 경고를 받는다. 아무 느낌 없이, 같이 살고 있는 색깔부터 다르게 다가온다. ‘아름답다, 예쁘다라고 표현되는 색깔이 무수한 화합물의 결과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한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그것에 들어 있는 의미를 찾아야겠지만, 유대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의 생에서 디스토피아를 예감한다.


지난 주말에 화가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 전시회에 다녀왔다. 93세의 현존하는 프랑스 작가인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은 프러시안 블루의 향연이라고 불릴 만큼 색감이 아름다웠다.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과는 달리 브라질리에의 작품은 설명 없이 그저 보기만 해도 아름다웠고 힐링이 되었다. 작가는 자연이란 조화와 질서, 아름다움 그 잣대이고, 평화와 환희, 꿈과 현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곳이다.....회화가 좋은 취향의 언어로 세계와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작가가 그린 작품은 그의 말대로 자연, 음악, (), 인간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순간에 충실한 삶과 자연의 순수한 느낌이 충만했다.

 

 

내가 만약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를 읽지 않고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을 감상했더라면 순수한 프러시안 블루의 아름다움에만 젖어 그 전시회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전시회에 갔기 때문에, 작품을 보면서 계속 책 속의 문장들이 생각났고 그림과 글이 오버랩되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누구나 다르다. 벵하민 라바투트앙드레 브라질리에’, 두 사람의 시각 모두 인정하고 존중한다. 다만 거기에서 나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깊이가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많이 보고 읽어야 한다는 절실함에 전율이 일어났다.


해질녘 강가에서 바라보는 노을이다. 미술작품이 아니더라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작품이 될 수 있다. 세상은 아름다운 색깔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들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여기서 머물러버리자는 유혹을 받는다. 그것은 파렴치한 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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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2-12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을 사진이 참 멋지네요! 전시회로 연결된 프러시안 블루 감상~♡ 페넬로페님 탁월한 선택이었네요!! ^^*
저도 이 책 읽는 즐거움이 꽤 컸습니다.

페넬로페 2023-02-12 18:08   좋아요 1 | URL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작품이 되는 것 같죠! 프러시안 블루를 사용한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도 좋았고, 소설 역시 흥미로웠어요~~

새파랑 2023-02-12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러시안 블루가 저런 아름다운 색깔인데 또 저런 역사가 있군요.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역시 색깔은 파랑색!

페넬로페 2023-02-12 19:57   좋아요 1 | URL
파랑의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이때까지 파랑이 차가운 색인줄 알았는데 엄청 따뜻하기도 한 색이었어요. 정말 아는만큼 보여요.
청산가리와 프러시안 블루가 이리 연관이 있을지 몰랐어요~~

희선 2023-02-13 0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것에서 안 좋은 것이 나오기도 하고 안 좋은 것에서 좋은 것이 나오기도 하죠 둘 다 좋다 안 좋다 말하기 어렵겠습니다 안 좋은 걸 만들어서 우연히 나온 좋은 걸 안다고 해도 그렇게 좋지는 않을 것 같으니... 과학이 좀 그러네요 약도 이런저런 실험을 해서 얻어지고 거기에서 희생되는 것도 많겠습니다

책을 보시고 전시회 가셔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셨군요 그래도 노을은 예쁘네요 노을은 먼지가 많을 때 예쁘다는 말이 있기도 하던데...


희선

페넬로페 2023-02-13 08:42   좋아요 1 | URL
우리가 모르는 것이 정말 많죠!
좋은 것을 만드는 의도에도 나쁜 것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고요.
과학도 그렇고, 심지어 색조차도 만드는데 희생되는게 있는것 같아요~~
해가 질때의 정취가 참 좋죠!

책읽는나무 2023-02-13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프러시안 블루 색도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마린 블루색과 다르려나요?
아름다움 이면엔 무시무시한 섬뜩함이 도사리고 있었군요?

올려주신 노을 색도 넘 이쁘네요?
해가 쌍둥이같아 보이구요^^
강가나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색감을 보는 눈이 띄어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매일 매일의 색감이 다르고, 구름의 형태도 달라져 늘 새로운 상상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페넬로페 2023-02-13 08:46   좋아요 1 | URL
마린 블루, 코발트 블루, 프러시안 블루가 다 다를것 같아요. 청산의 의미가 이런 건지 저도 섬뜩했어요.

물가에 쌍둥이처럼 비치는 게 참 이쁘죠. 그런 느낌들이 참 좋아요. 매일이 같은 것 같아도 다름이 실감되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coolcat329 2023-02-13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프러시안 블루에 얽힌 첫 이야기 정말 인상깊었어요.
전시회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겠어요.

페넬로페 2023-02-13 17:44   좋아요 0 | URL
책의 첫부분부터 강렬하게 다가왔어요~~책 덕분에 전시회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와 유익했어요^^

서니데이 2023-02-14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전시회 다녀오셨군요.
파란색도 색감의 느낌이 다양한데, 사진 속의 색은 조금 더 선명한 파란색 느낌이네요.
예전에는 파란색 물감이 무척 비싸고 귀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예요.
조금 더 자유로운 색의 선택이 가능해진 것 같아서요.
사진 잘 봤습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2-14 18:24   좋아요 1 | URL
전시회에서 작품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아쉬웠어요.
실제로 작품을 보면 프러시안 블루와 분홍의 색감이 너무 좋았거든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습니다^^

2023-02-16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6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8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3-02-18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도 그림도 파랑이네요. 그림속의 사람들과 나무들이 환상적으로 보여요.
사진으로 남겨야 두고두고 추억이 될 텐데 좀 아쉬우셨겠어요.
그래도 그림을 보시면서 좋은 에너지 받고 오셨을 것 같아요.
잘 보았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3-02-18 22:46   좋아요 0 | URL
그림이 너무 좋아 오랫동안 그림을 보고 왔어요. 프러시안 블루가 정말 따뜻하고 아름답더라고요. 설명이 필요없이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는 느낌이 있어 좋았어요.
모나리자님께서도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2023-02-18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8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8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8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8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9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3-02-19 1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제 봤네요
모임 있는 주에는 들어올 여유가 없어서...^^
이 책 어디까지가 허구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독자에게 알려주는 페이지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메시지는 좋았는데...
찾아보니 프러시안 블루 시안화물은 안정적이라고 하네요.
시안화물이 수용소 가스실 안에 남긴 푸른빛이 기억에 남는데 그건 진실인지...
안가봐서...!!!

페넬로페 2023-02-19 16:1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랬어요.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진실인지가요.
읽다보면 모든게 다 진실같아 보여요~~
언젠가 직접 가서 확인해 볼 날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