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잉어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7
비키 바움 지음, 박광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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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작가 로베르트 무질비키 바움의 소설을 동시에 읽었다. 각자의 삶이 다 다르겠지만 굵직한 국가의 운명아래 놓이는 건 비슷하기에 두 작가의 인생과 작품을 비교하게 된다. 1938년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에 병합되고 두 작가의 작품은 출판을 금지 당한다. 무질은 스위스로, 유대인이었던 바움은 미국으로 망명해 집필을 계속한다. 아직 완독하지 못한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에 비해 바움의 단편집 크리스마스 잉어(Der Weihnachtskarpfen)는 하루 만에 다 읽을 정도로 어렵지 않았다.

 

비키 바움의 문장은 상징이나 비유 없이 직설적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개에다 상황을 직접적으로 말해준다. 그것이 세련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여러 감정을 유발시킨다. 이 책은 첫 번째 소설인 크리스마스 잉어에서 불행의 모습을 조금 보여주기 시작하여 점점 그것이 커져 마지막 백화점의 야페에서 정점을 이루어 터져버린다. 언제나 그렇듯이 소외된 자의 폭발은 생각보다 엄청나다. 위험하지만 황당하고도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오스트리아의 크리스마스 식탁엔 잉어 요리를 올리는 관습이 있다. 아이가 셋이 있는 라너 집안의 말리 고모는 126일부터 이 집에 와 크리스마스 요리를 준비한다. 고모의 증조모가 적기 시작해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가 들어 있는 너덜너덜한 공책을 들여다보며 고모는 부엌을 진두지휘한다. 오래 준비해온 만큼 매년 풍성하고 화려한 요리로 가득 찬 크리스마스를 보냈지만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부터는 잉어는커녕 다른 재료도 구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런 형편에, 기어이 잉어(어리고 가늘고 빈혈기가 있는)를 구해 우여곡절을 겪는 크리스마스 잉어는 전쟁이 인간에게 주는 황폐함을 다룬 전형적인 이야기이다. 식탁에 오른 잉어를 보며 모두 다 죽음을 연상하며 왜 전쟁을 통해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한다. 난 이 소설을 읽으며 이 주제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여태껏 해 온 관습에 얽매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없으면 그냥 없는 대로, 시대와 환경에 맞게 살면 되는 거지 꼭 잉어를 죽여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어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말리 고모를 보며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다. 마지막 말리 고모의 큰 소리의 흐느낌은 전쟁에 대한 비판이자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이 될 수도 있다.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의 집을 자주 보여준다. 대개 그들의 집엔 큰 옷 방이 있다. 사계절 옷을 종류별로 한 곳에 정리해놓은 그 공간이 난 늘 부럽다. 작은 집에 살면 에서의 친칸 부인을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지금 그녀의 고민은 너무 작고 오래전부터 용량이 넘쳐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옷장대신 새 옷장을 사는 것이다. 몸이 아플 정도로 친칸 부인의 모든 촉수는 새 옷장 구매에 몰려있다. 가난한 친칸 부인의 하루는 모두 가족을 위한 것이다. 피곤하지만 쉴 틈이 없다. 식구들마다 다른 식사 시간, 청소, 시장 보기, 뜨개질, 다림질, 설거지, 재봉틀 앞에 앉아 옷 만들기, 속옷 수선과 양말 깁기.친칸 부인은 똑같은 일을 하는 수십만 부인 중의 한 사람일 뿐인 걸 알지만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녀가 가난하다는 것이다. 여유가 없는, 가난한 그녀는 하루 종일 스트레스 받으며, 종종걸음 치며 가계를 꾸려나가야만 한다.

 

수중에 90마르크만 있는 친칸 부인은 비 오는 날 새 옷장을 사러 여러 군데를 돌아다닌다. 형편없는 옷장도 최소한 300마르크는 필요하다. 결국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은, 보잘 것 없는 중고 옷장을 선택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앓아눕는다. 폐렴이었다.

 


제화 수습공이며 지능이 조금 낮은 열일곱 살 야페 플룬트는 백화점 진열창 안에 놓인 다채로운 빛깔의 실크 넥타이를 본다. 친칸 부인보다 훨씬 더 가난한 야페는 순간 그 실크 넥타이에 꽂히고 그것을 갖고 싶어 한다.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한 번 그런 생각이 든 이후로 그의 욕망은 집요해졌고, ‘그것은 그에게 하나의 목표이자 여정이 되었다. 야페는 돈을 열심히 모으고 다른 사람들에게 얻고 해서 겨우 1마르크를 모은다. 백화점에 간 야페는 넥타이의 가격이 6마르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6마르크의 넥타이를 원한 야페의 욕망은 1마르크의 넥타이로 만족할 수 없었다.

 

야페는 아무도 없는 저녁에 텅 빈 백화점에서 넥타이를 훔치기로 한다. 어두운 곳에서 넥타이를 훔치는데 성공한 그는 이 실크 넥타이가 자신의 누더기 같은 옷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때부터 백화점 순례를 시작한 야페는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 채 모든 물건을 손에 넣고 음식을 먹어본다. 야페는 속이 거북할 정도로 욕망에 들떠’ ‘쇼핑 놀이를 하며 광기에 사로잡힌다.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백화점 전체를 엉망으로 만든다. 백화점의 야페를 읽으며 계속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설마 야페가 더 이상 뭔가를 할까라는 우려와 점점 더 시원해지기도 하는 내 감정이 야페와 함께 춤을 추었다.

 

 

마주렌 총독의 딸이었고, 음악가 차이콥스키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했던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레 폰 가브릴로는 정치적인 문제로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 가브릴로프스키에게 닥친 불행의 원인은 아마 그녀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큰 이유였을 것이다. 한 달에 35마르크의 연금 수급을 하고 18마르크를 집세로 낸다. 나머지로 한 달을 살아야하는 그녀는 굶주려야 하고 낡아빠진 코트와 스타킹, 구두를 대신할 새 물건을 살 수 없다. 심지어 그녀에게는 애완동물인 스컹크도 있다. 그녀의 약혼자인 백작이 그녀에게 준 선물이다. 언제나 냄새를 풍기고 위험한 동물이지만 과거의 영광을 상징하는 그 동물을 차마 버릴 수가 없다. 굶주림이란 제목에 맞게 가브릴로프스키의 삶은 눈물겹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나 죽음을 응원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폐렴에 걸린 친칸 부인과 백화점에서 광기어린 행동을 하고 있는 야페와 가브릴로프스키의 스컹크가 죽기를 바랐다. 친칸 부인이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건강해져도 그녀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친칸 부인의 모터는 다시 가족들을 위해 돌아갈 것이다. 야페는 어떤가? 결국 사형 당했을 것이다. 삶이 힘들어 망상 같은 정신병을 앓고 있으며 매번 굶주리는 가브릴로프스키에게 스컹크는 그녀에게 더 많은 고통을 줄 뿐이었다. 그들에게 오만한 나를 용서해달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아직 12월 초인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엔 벌써 크리스마스 느낌이 난다. 행복과 따스함이 가득하다. 모든 것이 넘치게 빛나고 있어 이 세상이 풍요로워 보인다. 거기에 가난과 소외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은총 받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끊임없이 제공되는 물질의 향연뿐이다. 마법같이 모든 것이 아름다운 그곳에서 앞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생각날 것 같다.

 

4개의 단편은 전체 분량이 170쪽 정도의 짧은 내용으로 되어 있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다. 큰 주제의 흐름은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무력감과 자본주의에 의한 소외이지만 나는 그것을 떠나 각 인물의 삶이 먼저 보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쟁이 있든 없든,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거기서 오는 무게감은 변함이 없다.

 

하필 크리스마스는 겨울에 있다. 겨울에 읽는 이 소설은 나에게 많은 우울감을 주었다. 절절했던 그들의 삶, 또는 나의 삶이 무거운 눈에 가지가 부러지는 나무처럼 나약하게 보인다.

 

 

[“병에 걸리면 안 되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럴 시간이 없어요.” 오늘은 그녀의 모터가 다시 제대로 작동했다. 어제 다른 강둑으로 밀어 보내 막연하게 피했던 의무를 오늘은 다시 되찾았다. 오늘 그녀는 건강의 회복을 과업으로 받아들였다.

-‘중에서

 

몸이 불타면서 그는 파멸이 불러오는 넘쳐흐르는 끝없는 행복감에 휩싸였다. 1층부터 4층까지 사방이 불길에 덮여 바닥이 퍼렇게 녹아 움직이고, 아래에서는 엄청난 굉음이 났다. 기이한 것은 불이 강물처럼 넘치는 가운데 이상한 침묵과 평온함이, 일종의 고요와 적막이 이 광란 속에 흘렀다는 것이다.

-‘백화점의 야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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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5-12-06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5-12-07 06: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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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 권의 책에 푹 빠져버렸다. 산책길에서 오디오북으로 먼저 듣기 시작한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는 드물게 딴 생각 없이 집중해서 듣게 되는 소설이었다. 순서대로 좋게 듣다 혼모노에서 더 집중했고,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에서는 전율이 일어나 듣기를 멈추었다. 이건 무조건 책으로 읽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서 바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주문했다.

 

이 책에 수록된 7편의 단편소설의 소재는 모두 익숙한 것이다. 지금, 아니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우리에게 많은 고민과 갈등을 던져준 사회적이면서 개인적인 여러 이슈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은 평범한 소재들을 식상하지 않은 감성과 특별한 전개로 섬뜩하리만치 차갑게 사람을 각성시킨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생각지도 않은 반전이나 독한 문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 흐르듯, 조용히, 순조롭게 진행되면서도 단편하나를 다 읽고 나면 뭔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나부터 시작해 세상 모든 사람들 각자 한 명 한 명씩의 삶, 그로부터 비롯된 이 세상의 부조리함의 원인을 분석하게 된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공적인 재능과 사적인 하마르티아의 연관성을 다루고 있다. 사람은 어디까지 도덕적이어야 하는 것과 한 번의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는가이다. 사과를 한다면 있었던 일이 없는 일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한 사람을 향한 비난의 수위와 그 실수로 영원히 매장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다. 모든 일이 무마되었어도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지도이 소설은 겉에서 보여지는 모습만큼 거기에 대응하는 소설 속 로 대변되는 팬덤의 태도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들의 무조건적인 옹호와 납득으로 가려진 진실은 치앙마이의 손발톱과 송곳니를 뺀 호랑이의 등을 쓰다듬는 것과 같은 모호함과 찝찝함으로 남아 각자의 양심 안에 숨을 뿐이다.

 

외국인이 보고 느낀 한국과 광화문 일대를 휩쓸고 있었던 태극기 부대는 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그들은 왜 거의 노인으로 구성되고, 성조기를 함께 지니고 다녔을까? 그들의 이해 못할 행동들과 떼 지어 악을 써대던 모습이 징글징글해 그곳을 가게 되면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지도 않고 빨리 지나쳤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이민 3세대 듀이는 일로 한국에 와 잠깐 머문다. 산책삼아 나간 종로에서 만난 그들에게 듀이는 편견이 없었다. 그곳을 이승만 광장이라 명명한 그들이지만 듀이에게는 모두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스무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본 어떤 모습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념이나 편견을 떠나면 모든 인간은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역설이 있다. 나와 반대편에 섰던 그들에 대해 오래 생각해보게 되었다.

 

굿이나 점집은 이미 한물간 과거의 산물로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스마트한 세상에서도 여전히 건재했고 그 힘은 엄청났다. 나약한 인간은 뭔가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주술과 신령의 기술은 지켜보는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그저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들을 완벽히 장악했다. 그들이 맹목적으로 의지하는 무당이나 법사의 말과 행동은 어떤 기운과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매번 궁금하다.

 

혼모노(本物)’는 진짜, 진품, 실물을 뜻하는 일본어이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떤 것에 광적으로 집착해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짜를 뜻하는 일본어는 니세모노(僞物)’이다. 삼십 년 동안 장수할멈 혼령에 의지해 활동한 박수무당인 는 한순간 예언의 힘을 잃어버린다. 말도 없이 장수할멈은 이웃 신애기의 몸으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무당도 인간이라 뭔가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진정한 혼모노는 장수할멈인가? 진짜처럼 보이는 것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사람을 현혹시키며 광적으로 집착하고 믿게 만든다. 하지만 마지막 굿판에서 벌인 나와 신애기의 대결은 칼날과 작두에 의해 피를 쏟는 내가 승리한다. 혼모노와 니세모노가 묘하게 섞이며 정확한 경계를 흩뜨려버린다. 우리가 믿고 추종하는 것은 결국 확실치 않은 것이다. 진짜보다는 허상이 더 많은 기승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좋은 단편은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였다. 남영동 대공분실, 지금의 민주화운동기념관의 정확한 지번 주소는 서울 용산구 갈월동 98-8번지이다. 작가는 이곳에 위치한 건물을 통해 과거를 소환하며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악의 최대치의 범위를 가늠하게 한다. 직접적인 고통을 보여주기보다 우회적 방법을 통해 더 잔인하고도 섬뜩한 공포와 거기에 희생되는 무고한 인간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아우슈비츠 수용소 반경 40M안의 주변 지역)’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고문대상자가 늘어날수록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이 필요하다. 인적이 드물며 아무도 그들의 고통스런 비명을 들을 수 없는 곳, 안에서 벌어지는 것과는 무관한 국제해양연구소경동수련원같은 이름이 필요한 건물의 설계를 겸임교수 여재화가 맡는다. 여재화는 성실하고 기본에 충실하지만 야망은 없는 제자 구보승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때부터 구보승은 고문할 인간에게 최적화된 건물을 설계하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다. 아우슈비츠의 소장이었던 루돌프 회스가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인원을 한 번에 죽일 수 있는가에 대해 모든 생각을 집중했던 것과 비슷하다.

 

평범했던 구보승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사회나 학교는 누구에게나 그런 것을 요구한다. 다만 거기에 인간이라는 요소가 들어있을 때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를 우리는 항상 맞닥뜨린다. ‘인간을 위한다는 것에 담긴 다양한 관점과 오류는 절대 하나로 완결될 수 없으며 결국 그것은 각자의 선택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고문대상자를 수용하기 위한 건물의 설계에서 약간의 인간미를 넣어 양심의 가책을 덜고자 한 여재화 역시 구보승과 다르지 않다. 어차피 그들의 목적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성해나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1994년생, 31세인 이 젊은 작가가 정말 놀라웠다. 그동안 무엇을 얼마나 많이 했기에 이렇게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는지 믿기지 않았다. 성해나의 이 소설들은 모두 사람으로 귀결된다. 읽으면서 많은 사람과 거기에 얽힌 상황들을 인식하고 생각했다.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지금의 나는 누구이며 무슨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진짜로 살고 있는가에 대한 각성을 했다. 성해나 작가의 다음 소설이 기대된다.

 

[선생님,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인간에게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여재화는 흠칫했다. 이제껏 구보승이 밀어붙였던 합리와 대척점에 놓인 사고였다. 드디어 인간을 고려하다니, 독학하는 과정에서 건축의 기초를 깨달은 게 아닐까, 어렴풋이 유추하며 여재화는 안도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인간이 생활하는 공간에 창이 없어서는 안 되지.

, 제가 선생님의 뜻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빛이 인간에게 희망뿐 아니라 두려움과 무력감을 안길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창이 필요했던 건데.저는 완전히 반대로 생각했으니까요.빛이 공간의 형태를 드러내 조사자에게 두려움을 심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무력감을 안길 거라고.

희망이 인간을 잠식시키는 가장 위험한 고문이라는 걸 선생님은 알고 계셨던 거죠?

-p.191~192,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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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1-29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책으로 ‘혼모노‘라는 단편을 읽었는데 완전히 반해 버렸죠.

페넬로페 2025-11-29 13:11   좋아요 0 | URL
네, 소설 혼모노 좋았어요. 이 책에 수록된 다른 소설도 좋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25-11-29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려고 몇 달 전부터 이 책 사다 놓았는데…아직도 손을 못 대고 있네요.
얼마 전에 읽은 소설 보다 시리즈에 <스무드>가 실려 있어 읽어보았는데 오! 싶었어요.
혼모노 빨리 읽어야겠다. 그러고선 또 다른 책들에 밀려 있구요.
12월 가기 전엔 꼭 읽어봐야겠어요.^^

페넬로페 2025-11-30 00:13   좋아요 1 | URL
구매해 놓고, 도서관에서 대여해놓고 안 읽은 책이 저도 엄청 많아요 ㅎㅎ
그러면서 또 사고 빌리고요.
여기에 들어있는 소설들 다 좋았어요. 어서 읽어보세요.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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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남아있는 날이 살아온 날 보다 확실히 더 짧아져 그런지 몰라도 요즘 자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예전보다 두려움은 덜하지만 암담함은 여전하다. 존재해봤기에 분명 무의 세계로 가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닐 것이다. 인간이었기에 복잡한 감정이 없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을 다독여 어떤 죽음을 맞던 그저 담담하기만을 바랄뿐이다.

 

삶의 마지막 날을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행운을 만나기 쉽지 않다. 닐스 비크는 비 내리는 11, 자신의 생의 마지막 날을 특별하게 만들지 않는다. 15세 때부터 페리를 몰며 피오르를 오가며 사람과 가축을 실어 나르던 그는 마지막 날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515분에 일어나 똑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피오르(fjord)는 빙하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U자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길고 좁은 만을 의미한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피오르가 생성된 곳은 노르웨이 해안으로 피오르란 단어도 노르웨이어에서 유래하였다. 즉 피오르의 생활상은 곧 노르웨이의 생활상이라고 할 수 있다.(나무위키)

 

닐스 비크에게 피오르는 삶의 현장이다. 그는 수많은 세월동안 ‘MB 마르타(아내의 이름)’란 이름의 페리를 운전하며 항해일지를 썼다. 닐스 비크는 삶의 마지막 날에 항해일지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보기로 한다. 페리를 탔던 과거에 속한 자들을 차례로 만난다. 각 시간마다 만나는 사람(죽은)과 거기에 뒤얽힌 사건과 대화, 긴박함, 안도, 환희, 슬픔, 그리고 침묵은 닐스 비크의 삶이 얼마나 파란만장하고도 흔들림이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에 속한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에 그때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유와 그들의 기분도 알 수 있다.

 

그는 어느 순간에도 침착성을 잃지 않는다. 성실하고 다정하며 굳건하다. 인정이 있으며 불의를 참지 못한다. 그 어떤 유혹과 부정한 것에 넘어가지 않으며 인간미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일상의 무게를 견디며 바보 같지만 우직하게, 가난하지만 풍부한 세상을 살아낸다. 드물지만 세상에 분명 이런 사람도 존재한다.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지만 지독하게 사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닐스 비크는 죽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일상의 끝이라고 여긴다. 이 책은 죽음보다 오히려 일상의 숭고함을 얘기하고 있다. 마지막 날까지 함께 같이 온 지루하고 고된 여정의 일상이 있다. 사람이 그 무언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일상과 이왕이면 그것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견뎌내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닐스 비크가 만나는 과거의 사람들과의 여러 에피소드는 모두 감동적이었다.

 

[내 안의 날씨도 이렇게 변한다. 그는 일지의 어딘가에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나는 피오르 같은 사람이다. 피오르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았다가, 다시 부풀어 오르고 가라앉는다그렇다. 페리 운전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이지만 신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피오르 안팎을 막론하고 항상 그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있다. 마치 물이 부서졌다가 합쳐지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감싸안는 것처럼. 그러나 그는 항상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그의 손목시계 바늘처럼. 그는 이미 앞을 향해 출발했고 곧 엔진을 끌 것이며 배는 완전히 멈출 것이다. -p.11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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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11-23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닐스 비크는 자신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다르게 보내지 않는군요 거의 그러기는 하겠지요 자신의 마지막 날이 언제일지 모르고 살겠습니다 갑자기 찾아오면 아무것도 못하겠네요 날마다 마지막 날처럼 살기는 어렵겠지만, 생각하고 사는 게 좋겠습니다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죠


희선

페넬로페 2025-11-23 18:21   좋아요 1 | URL
어떤 죽음을 맞느냐에 따라 각자의 대응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닐스 비크는 마지막을 인식할 수 있었기에 그나마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었어요. 네, 정말 죽음도 삶의 일부분인데 잘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젤소민아 2025-12-04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얼마전에 읽고 이 소설을 읽어서요. 많이 겹쳤지만 좋았어요. 노르웨이 사람들은 바다에서 정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아일랜드인들도 그렇고요. 그 점도 좋았어요. 정말 다른 바다가 느껴지는...

페넬로페 2025-12-05 08:58   좋아요 0 | URL
네, 욘 포세와 분위기가 비슷했어요. 피요르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요즘은 이런 종류의 글들이 좋더라고요. 잔잔하고도 의미가 깊었어요.

젤소민아 2025-12-06 11:48   좋아요 1 | URL
노르웨이의 바다는 한반도의 바다와 정말 다르더군요.
어디가 더 좋다는 게 아니라 그냥 다르다는...

노르웨이의 바다는 웅장미가 있어요. 고고하고 침묵하는...침묵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시험하는 공간...그런 느낌이 들고,

아일랜드의 바다는 좀 더 온도가 올라가서...떠나고 돌아오는‘ 귀향 모티프가 느껴져요. 기억의 해안이라고 해야 할까요...
 
특성 없는 남자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5
로베르트 무질 지음, 박종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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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함께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세 소설은 ‘20세기 소설의 삼위일체라고도 일컬어진다. 무질은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와 함께 20세기 초 독일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1999년 르 몽드가 선정한 세기의 도서 100권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소설의 어떤 점이 그렇게 대단한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율리시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었기 때문에 그 다음엔 당연히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를 읽어야했다.

 

프루스트와 조이스에 비해 나에게 생소했던 작가인 무질의 이 소설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마음을 다잡아 시작했지만 읽기 어려움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책장을 넘기기 어려운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일단 작가가 쓴 문장의 장황함이 큰 역할을 했다. 무질의 장황함은 프루스트, 발자크,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의 장황함과는 많이 달랐다.

 

무질의 문장에는 동시에 상대적인 것이 같이 들어있어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한 번에 알 수 없어 모호하고 맥락을 이해하고 연결시키기 어렵다. 간결한 문장을 선호하는 작가 헤밍웨이였다면 50페이지에 족했을 내용을 무질은 500페이지가 넘는 문장으로 늘어뜨린다. 하나의 사건과 주목해야 할 간단한 에피소드도 무질은 여러 페이지에 걸쳐 그것을 설명한다. 비유를 들고, 여러 단어로 부연 설명하며 거기에 성찰과 사유를 들이밀며 독자를 고통에 빠뜨린다. 이 소설의 번역자는 원문이 워낙 어렵고 독특해 그대로 살리기보다 어떻게든 독자가 읽을 수는 있게끔 번역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 읽기는 무척 난해하다. 다음 문장을 읽으면 그 전의 글은 휘발되어 버릴 정도다.

 

로베르트 무질은 군사중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대학원에서는 철학을 전공하고 그 뒤 문학으로 진로를 바꾸어 작가가 되었다. 이러한 무질의 이력은 특성 없는 남자의 주인공 울리히와 소설의 내용에 많이 반영되어 있다. 작가가 지나온 길과 비슷하게 이 소설에는 과학적인 요소와 철학적인 것이 섞여 있으며 그것을 문학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작가의 치열한 20년간의 고민이 담겨있다. 무질은 사유 소설(사건은 별로 없고 성찰과 사유가 주를 이루는 소설-3, p.602)의 형식으로 인간과 세계를 실험과 추상화 작업으로 서술한다.

 

 

이 소설은 19138,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어느 아름다운 여름날로 시작된다. 1차 세계대전 전 해이다. 여기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카카니엔이라고 불린다. 오스트리아 황국인 ’kaiserlich und kὂnigich’의 약자인 k.u.k를 의미한다. 공적으로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냥 오스트리아로 말했기 때문이다. 제국의 수도이자 황궁이 자리 잡은 빈이 공간적 배경이다. 오랫동안 명성을 누렸던 왕가인 합스부르크가가 거의 몰락 직전에 있는 상태다. 자본주의와 과학의 발달, 진보는 어느 누구도 꺾을 수 없을 정도로 대세로 자리 잡았다. 1866년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전쟁의 패배로 오스트리아는 독일에 밀리고, 점점 독일의 영향이 제국에 스며들고 있었다. 다민족 국가의 한계로 여러 민족의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 이것은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다.

 

 

스위스 아르가우 주의 합스부르크 성에서 출발한 합스부르크 가문은 전략적인 결혼과 영리한 외교술을 통해 세력을 넓혀갔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오스트리아 공작령을 획득하여 점차 주변 영토를 통합해 나중에 거대한 다민족 제국을 건설했다. 14세기에 프리드리히 3세와 레오폴트 3세 집권 시기 빈이 중요한 문화 중심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알브레히트 2세 시대에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와 보헤미아와 헝가리의 왕위도 계승하게 되어 중부유럽 지배자로 부상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다. 그의 통치시기에 빈은 화려한 문화예술이 꽃피운 시기였다. 그는 새벽부터 밤까지 국정에 매진하는 성실한 군주였으며, 이러한 그의 근면성은 제국 관료제의 모범이 되었다. 프란츠 요제프 시대의 오스트리아는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의 통치기는 제국의 마지막 황금기였지만, 동시에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시기이기도 했다.

 

프란츠 요제프 1세의 개인적 삶은 불행했다. 부인 엘리자베트가 무정부주의자의 암살로 목숨을 잃었고, 외아들 루돌프는 마이어링 사건(유부남인 루돌프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해 일으킨 동반자살 사건)으로 젊은 나이에 죽었다. 후계자로 지목된 조카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사라예보에서 암살되었다.

 

오스트리아 제국이 이탈리아 통일전쟁과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제국 내 여러 민족의 반발이 일어났다. 오스트리아는 헝가리와 오랜 협상 끝에 아우스글라이히 협약을 체결해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체제를 탄생시켰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11개의 주요민족이 공존했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는 두 개의 독립된 정치체제로 재편성되어 각자 독자적인 의회와 행정부를 가지게 되었다. 헝가리의 자율성은 제국 내 다른 소수민족들의 불만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루마니아계 주민들이 강한 반발을 했다. 이중제국 체재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산업화로 체코의 민족의식도 급속히 성장하였다. 보헤미아와 모라비아에서는 독일계와 체코계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표면적으로는 강대국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민족들 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표출되는 상태였다. 이들 다양한 민족은 각자의 정체성과 자치권을 요구했다. 프란츠 요제프 1세는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제국의 균열은 심해져 갔다.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유럽은 전쟁의 기운이 감돌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방문했다. 페르디난트는 제국의 개혁을 주장하는 온건파 인물이었는데, 이는 제국 내 보수파와 헝가리 귀족의 반발에 부딪혔고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보스니아 청년단체 젊은 보스니아의 회원이었던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사라예보를 방문한 황태자 부부를 저격했고, 이 사건은 제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다.

 

제국은 세르비아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세르비아 지원, 독일의 오스트리아-헝가리 지원, 프랑스의 러시아 지원이라는 동맹 체제가 연쇄적으로 작동하면서, 순식간에 유럽 전체의 전쟁이 되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제국의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제국의 내부는 붕괴되기 시작했다. 전쟁 후반기에 각 민족들은 독립을 위해 움직였고, 제국이 전쟁에 패배하면서 완전한 해체되었고, 여러 개의 독립국가들이 들어섰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역사에 대한 내용은 다음의 책에서 발췌했습니다.

전자책 인간의 역사와 문명-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중부유럽 지배,

이진호, 루미너리북스, 20251

 

 

이러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1913년 전후의 상황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꼭 먼저 알아야 할 내용이다. 이 소설 1권의 핵심적 내용은 1918년 독일이 빌헬름 2세 황제의 치세 30주년을 기념해 큰 행사를 여는 것에 대해,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있는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즉위 70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에서도 성대하고도 뜻깊게 기념하자는 것이다. ‘삼십 주년에 불과한 독일 즉위식과 비교해서 축복과 비통함의 역사가 함께한 황제의 칠십 주년의 장대한 무개를 부각해야(p.131)’한다는 것이다.

 

황제의 즉위 칠십 주년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위대한 오스트리아의 영광을 되찾고자하는 애국운동준비위원회가 결성되고 거기에 주인공 울리히가 참여하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축을 이룬다. 애국대운동’, 다른 말로 독일과 관련되어 평행운동이라고도 불리는 이 거대한 사업에 울리히와 함께 여러 인물이 얽힌다.

 

특성 없는 남자에서 특성은 무엇일까? 왜 울리히는 스스로 자신을 특성 없는 남자라고 선언하는가? 얼마 전 외국에서 돌아온, 지금은 수학자인 특성 없는 남자인 울리히는 32세이다. 그는 출세 지향적이고 조화로운 공존과 일반적 원칙에 따르는 인간(p.21)’69세의 자신의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다. 특성 없는 남자는 반골적이며, 남들과 생각이 다르고 남들의 이상을 경멸한다. 몽상가이기도 하고, 허무적이며 허영기도 조금 가지고 있다.

 

울리히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외부에서 주어진 특화된 특성을 거부한다. 보통의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감각이라면 울리히는 가능성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능성감각 현실과 똑같이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을 생각해내고,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더 중히 여기는 능력이다(p.22) 무척 섬세한 그물망 즉 안개, 몽환, 가정법의 그물망 속에서 살아가고 현실을 기피하는 대신 과제이자 창작영역으로 다루는 의도적 유토피아주의 같은 것이다.

 

[특성을 가진다는 것은 그것의 실재로 인한 모종의 기쁨을 전제로 하기에,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조차 현실감각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를 특성 없는 남자라고 여기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p.25]

 

울리히의 어릴 적 친구인 발터는 특성 없는 남자인 울리히를 아무것도 아닌, 별 것도 아닌, 현대가 만들어 낸 인간 유형이며, 그만의 고유한 내용이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린다. 울리히는 모든 것에 뛰어나지만, 그것들 개개의 특성을 지니는 것을 거부한다. 하지만 울리히가 오늘날 모든 현상에 담긴 해체된 본질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을 알기에 발터는 울리히를 질투한다.

 

이 소설을 이끄는 또 하나의 인물은 매춘부를 잔인하게 살인한 서른 네 살의 목수 모스부르거이다. 울리히는 겉으로 드러나고,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모스부르거의 재판을 비판하며 모스부르거의 본질을 들여다보기를 원한다. 이 사건에 존재하는 양면의 모습들을 보고자 한다.

 

특성 없는 남자1부는 특성 없는 남자 울리히와 그의 사상, 시간적, 공간적 소설의 배경이 되는 것을 서술했고, 2부에서는 구체적인 사건이 진행되고 여러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사건보다는 계속되는 작가 무질의 사유가 주된 내용이다. 무질의 사유는 독특하고 깊이 있으며, 모든 문장에 들어있는 비유 또한 뛰어나다. 다만 문장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전체적 맥락과 흐름을 이해하고 따라가기 힘들다. 나무만 보고 숲을 잘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별다른 사건도 없어 리뷰 쓰기가 무척 어렵다. 아직 1000페이지 넘게 남아있는 무질의 문장이 두렵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끝장을 봐야겠다.

 

[‘내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울리히는 씁쓰레하게 생각했다. ‘혹시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용감한 인간이 아닐까? 내면의 자유를 위해 외부 법칙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인간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내적 자유의 본질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그것은 곧 모든 인간적 상황에서 자신이 왜 그 상황에 묶일 필요가 없는지는 알지만, 정작 무엇에 묶이고 싶은지는 모르는 것이 아닐까? 그를 사로잡은 이 독특하고 작은 감정의 물결이 다시 해체되는 불행한 순간에는 그도 자기 자신에게 모든 사물에서 두 측면을 발견하는 능력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지 모른다. 그 능력은 거의 모든 동시대인들의 두드러진 특징이자, 울리히 세대의 속성을 형성하거나 그 세대의 운명이기도 한 도덕적 양가감정이다.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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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0-15 0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기대합니다. 전 이 책 읽기를 포기했기에.

페넬로페 2025-10-15 07:48   좋아요 0 | URL
네, 꼭, 완독해 보겠습니다.

yamoo 2025-10-15 1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을 읽으셨네요...읽다가 지루해서 덮었는데...지루하고 재미없으면 덮게되던데, 율리시스도 그렇고...언젠가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그때도 못읽겠으면 팔아버려야 겠으요~~ㅎㅎ

페넬로페 2025-10-15 11:49   좋아요 1 | URL
일단은 ‘그냥 천천히 읽어보자‘를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꼭 도전 성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잠자냥 2025-10-15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읽기 어렵군요.
넘 지루할 거 같아서;;; 저도 아직 도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요. 페넬로페 님은 파이팅입니다!

페넬로페 2025-10-15 11:50   좋아요 0 | URL
어렵고 지루합니다.ㅠㅠ
잠자냥님,
저랑 같이 읽으시고
꼭 무질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25-10-15 1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존경합니다! 저는 다음 생에...ㅎㅎ

페넬로페 2025-10-15 11:51   좋아요 2 | URL
네, 굳이 안 읽으셔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ㅎㅎ
이 책 말고도 좋은 책이 너무 많습니다.

서곡 2025-10-15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끌리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ㅋㅋㅋ 모쪼록 완독 성공 기원합니다

페넬로페 2025-10-15 19:42   좋아요 1 | URL
읽기 정말 힘들어요.
그저 완독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꼭 해 내겠습니다.
응원 감사드려요.

coolcat329 2025-10-16 0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페넬로페님! 👍 부럽고 멋지세요~

페넬로페 2025-10-16 09: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꼭 완독해 보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5-10-16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렇게 어려운 책인 줄 모르고 사다놓기만 했어요. 와 읽을 엄두를 못내겠군요.ㅋㅋ
이렇게 리뷰를 쓰시는 페넬로페 님. 저도 존경스럽습니다. 완독 꼭 부탁드립니다.^^

페넬로페 2025-10-16 15:23   좋아요 1 | URL
어려운데 무질 작가가 글은 정말 잘 쓰는 것 같아요.
책나무님!
저랑 같이 읽읍시다^^

책읽는나무 2025-10-16 23:03   좋아요 1 | URL
저는 1,2권만 사다놓았어요.^^
요즘 sf소설에 빠져 있어서 장르가 다른 무질의 소설 세계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당장은 아녀도 한 번 생각은 해보겠습니다.
어려운 책이라 미리 후덜덜이네요.ㅋㅋㅋ
 
레오 아프리카누스
아민 말루프 지음, 이원희 옮김 / 교양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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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역사 안에서 한 인간의 삶과 정체성이 온전히, 자의적으로 존재하기는 어렵다. 각자 앞에는 양자택일의 선택지가 놓여있는 경우가 많고 그것에 의해 인생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일쑤다. 무조건 살아남고 가족을 지켜내야 하는 상황에서 란 존재는 없어진다. 종교, 관습, 조국은 한 개인을 죽이기도, 배반하게도 만든다. 사랑과 연민은 욕망과 권력 앞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이름이 알하산 이븐 무함마드 알와잔 알파시 알자야티에서 조반니 레오 데 메디치로 바뀐, ‘레오 아프리카누스(아프리카인 레오)’로 불리는 사람이다. 태어나면서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이 남자가 부딪혀야할 변화무쌍한 역사는 곧바로 그의 것이 되어버린다. 온 몸으로 역사가 원하는 대로 삶을 바꿔야만 살 수 있다. 그에게는 어느 것 하나 비껴가는 일이 없고, 요행과 불운, 행운이 따른다. 그리고 용케 끝까지 존재한다.

 

8세기에서 15세기까지 이베리아 반도는 이슬람 세력인 무어인의 지배를 받았다. 1469년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와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의 결혼은 이베리아 반도 내에 있는 모든 가톨릭 왕국을 통합하는 계기가 된다.(p.32) 아라곤과 카스티야는 1480년부터 연합하여 그라나다를 공격했고, 1492년 마지막으로 그라나다의 이슬람 세력을 축출했다. 이 책에는 크리스토발 콜론(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이 등장한다. 그는 계속해서 이사벨 여왕과 만나기를 원했고 여왕의 구미가 당기게 할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1492년도가 흥미롭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에 그라나다의 이슬람세력은 가톨릭 세력에 의해 영원히 추방된다.

 

이 책은 1488년 이슬람의 가장 중요한 명절인 라마단 시기에 무함마드의 아들 하산이 할례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산이 태어난 때, 이미 그라나다는 흔들리고 있었다. 가톨릭 국가의 침입과 동시에 이슬람 세력 내에서도 7년째 내전을 이어오고 있었다. 어느 세계든 망하기 직전에는 상황이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정말 거기서 거기에 불과하다. 사기열전의 내용을 거의 답습한다.

 

술탄은 후궁, 그것도 기독교도 귀족 가문 출신의 노예에게 반하여 조강지처인 왕비와 아들들을 감금한다. 왕비는 아들을 탈출시켜 아버지 왕을 죽이게 만든다. 술탄이 된 왕자는 향락과 쾌락에 빠져 국사를 등한시하고 측근들은 수탈로 재산을 축적한다. 군인들은 봉급을 받지 못한다. ‘평화를 원하는 파전쟁을 원하는 파로 나라는 분열된다. 왕위 문제로 세 번이나 내전을 벌여 자멸한다. 가톨릭 연합군에 의해 그라나다는 고립되어 기근과 불안에 휩싸인다.

 

1492년 술탄 보아브딜은 카스티야-아라곤 연합군에 항복한다는 그라나다 조약에 서명한다. 그라나다의 몰락으로 알람브라 궁전을 가톨릭의 왕들에게 내주고 수많은 궤와 천으로 싼 물건들을 실은 말과 노새와 함께 술탄 보아브딜은 떠난다. 비참한 신세로 떠나는 보아브딜이 그라나다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고개를 넘어가는 순간에 거기서 눈물을 글썽이며 한참을 망연히 서 있었다고 전해진다. ’카스티야 사람들은 실각한 술탄이 거기서 치욕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여 그 언덕배기를 무어인의 마지막 한숨이라고 불렀다.(p89)

 

몇 년 후, 하산 가족은 알메리아 항구에서 북아프리카의 페스로 몰락한 조국을 떠나 망명길에 오른다. 그 뒤 하산은 페스에서 카이로로, 다시 로마로 여정을 떠나야 했으며 그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역사적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외교관인 외삼촌을 따라 사하라 사막을 횡단했으며, 외교관, 사업가, 여행가로 활동했지만, 메카에서 튀니지로 돌아가던 중에 해적에게 납치되어 로마로 보내진다. 로마에서 교황 레오 10세의 눈에 들어 가톨릭으로 개종해 레오 아프리카누스라는 세례명을 받는다. 하산은 그 긴 여정을 기록한 아프리카 지리지라는 연대기를 쓴다.

 

레바논 사람인 작가 아민 말루프는 레바논 내전으로 인해 1976년 프랑스로 귀화했고 프랑스어로 소설을 집필한다. 레오 아프리카누스는 저자의 첫 작품이다. 이 책에는 1488년부터 1527년까지의 하산이 지나온 곳의 역사가 치밀하고도 세밀하게 서술되어 있다. 레오 아프리카누스 말고도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실존했던 인물들과 작가가 만든 허구의 인물이 잘 어우러져 있다. 작가가 얼마나 고심해서 이 소설을 썼을지 짐작이 간다. 정말 대단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단연 하산이지만, 사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종교, 국가, 관습, 사회, 문화, 인종이 다른 집단이 서로 뒤얽히는 상황에서, 죽고 죽이며, 정복하고 빼앗기는 과정에서, 하루를 버티며 살아내야 했던 그 무수한 사람들의 삶엔 각각 특별한 거대한 운명적 서사가 있었을 것이다. 한 발짝만 물러나면, 모든 것이 부질없고 비합리적이지만, 태풍의 눈 안에서는 그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항상 먼저 신의 이름을 들먹이면서도 정작 신의 뜻을 따르지는 않는 인간들의 모습도 아이러니다.

 

이 책은 소설인데도 한 권의 역사책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이슬람지역에서 사용하는 여러 용어를 비롯해 소설의 내용에 나오는 지역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고 좋았다. 다만 너무 많은 역사적 내용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묘하게 힘을 잃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모든 것이 산화되는 기분이 들어 아쉬웠다. 별로 여운이 남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아민 말루프 작가와 비슷한 운명을 가졌던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소설과 비교되었다잔지바르가 혁명으로 인해 탄자니아의 일부로 편입되어 이슬람 박해가 심해지자 그는 영국으로 망명한다. 영어로 글을 쓰는 구르나 작가 역시 자신의 뿌리인 동아프리카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쓴다. 개인적으로 구르나 작가의 작품이 훨씬 좋았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한 경험의 일부에 지나지 않거늘. 나는 창조주께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창조주께서 내게 빌려주신 시간. 나는 그 시간의 40년을 여행길에서 보냈다. 로마에서는 지혜로운 세월을 보냈고, 카이로에서는 열정적인 세월을 보냈고, 페스에서는 불안의 세월을 보냈고, 그라나다에서는 그저 순수한 세월을 보냈다.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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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9-27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바람돌이님 서재에서 본 책인데 ㅋ 저도 보관함에 넣어놨어요~!! 이슬람 문화가 좀 생소하긴 해서 어려운데 묘하게 관심이 가더라고요~!!

페넬로페 2025-09-27 15:02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바람돌이님의 소개로 이 책을 읽게 되었어요. 역사적인,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어 좋았어요. 그냥 역사책으로 읽는 것 보다 소설로 읽으니 훨씬 더 쉽게 다가왔어요^^

레삭매냐 2025-09-27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상당히 기대를 하고 만난
책이었는데... 산화된다는 느낌
에 아주 공감합니다.

16세기판 <포레스트 검프>라
고 해야 할까요.

여러 제국들이 흥하고 망하는
역사적 순간들에 그렇게 개입
할 수 있었는지 말이죠.

페넬로페 2025-09-27 19:06   좋아요 1 | URL
정말 포레스트 검프 같았어요. 역사적인 상황이 엄청 흥미있었는데, 그래도 이 작품이 소설이라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기대했었는데 그 부분에서 조금 아쉬웠어요. 그럼에도 잘 짜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