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금희' 가 쓴 산문들은 조용하다. 직접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세상과 삶을 깊숙히 들여다보게 한다.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완성해가는 과정들에 많은 생각들과 느낌들이 교차하는 것 같다. 작가의 가족과 어린 시절의 얘기들, 책과 영화,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세상을 향한 열린 마음을 담담하면서도 살짝 아프게 드러내 놓았다.

 

아픈 기억을 버리거나 덮지 않고 꼭 쥔 채 어른이 되고 마흔이 된 날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프다고 손에서 놓았다면 나는 결국 지금보다 스스로를 더 미워하는 사람이 되었을 테니까. 그리고 삶의 그늘과 그 밖을 구분할 힘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서문에서

 

아픈 것들을 손에 꼭 쥐고 그것들을 글로 써주는 사람이 소설가가 아닌가 한다. 드러내지지 않아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에 대해 알려주는 것, 쉽게 이해할 순 없지만 그 사람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어떤 진실 같은것을 소설가들은 서술해준다. 치열하고 힘들게 새겨진 글자들은 나에게 편견없이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힘을 준다.

 

소설을 읽는다는 건 누군가의 '나쁨' 에 대한 지겨운 고백을 듣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울어야 할 일과 절대 울고 싶지 않은 일, 되돌려주고 싶은 모욕과 부끄러움, 한순간 광포한 것으로 변해버리는 환멸과 후회들이 차창 밖처럼 연속된다. 나는 누구나 아주 나빠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믿고 나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한계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떤 소설은 어느 나쁘지 않은 오후에 누군가의 문상을 가듯 읽어 주었으면. 우리는 언젠가 이 세계에서 지워져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이들이 되겠지만 아직 우리는 내가 나빴습니까, 하고 더 물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므로 문상을 가는 우리의 얼굴이란 다 젖었다가도 마르고 어두워졌다가도 다시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p152

 

저렇게 절절한 소설가의 바램을 들으며,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 먼저 경외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남에게 내보이는 글은 그 치부를 드러내며 발가벗는 것이다. 어떤 작가는 자신의 곁을 떠나간 글들은 더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쓴 글은 영원히 자신의 것이다.

 

알라딘의 북플에서 1년 전 쓴 나의 글들이 올라온다. 공개적인 매체에 글을 쓴 지 벌써 1년이 됐나보다. 그동안 책을 읽고, 특히 소설을 좋아해 많이 읽으며 '나쁨'에 대해 지겹도록 알았고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책이 나에게 많은 행동의 변화를 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내가 남에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일은 별로 없다. 오히려 책을 읽느라 가족과 사람들에게 소홀해졌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 을 읽으며 가난에 대해 몸서리치지만 정작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상대적이겠지만 나의 가난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 는 건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쁘지 않게 살아가야하는 것인데 한번씩 책이 나를 좀먹게 하고 있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도 더 착하고 베풀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책을 읽는 것에 좀 더 책임을 가지고, 글을 쓴 분들을 존중하며 그들의 글을 허투루 읽지 않기 위해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힘들게 힘들게 조금씩 채우고 있고 더디지만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

 

나의 지인중에-나보다 한참 나이가 어리다- 뜨개질을 잘 하는 분이 있다. 그녀는 힘들게 뜨개질을 해서 만든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해준다. 내가 지금 들고 다니는 숄더백과 사용하고 있는 카드 지갑과 파우치는 그녀가 나에게 만들어준 것이다. 귀한 것을 받기만 해서 송구스런 나에게 그녀는 자기가 그것을 좋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책읽기를 좋아하는 내가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에는 '흥성스러운' 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여러 사람이 활기차게 떠들며 계속 흥겹고 번성한 분위기라는 뜻인데 내가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말이라 생소한 단어였다. 그러한 단어를 익히며 갑자기 알라딘 서재가 떠올랐다. 흥성스럽게 책들을 읽고 글들을 써내며 활기차게 떠드는 곳이 알라딘 서재가 아닐까 한다. 손재주가 없어 뜨개질을 할 수 없는 내가 위로받을 수 있고, 더 많이 읽어라고 흥성스럽게 자극하는 곳이 이곳이다.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예단하지 않고 내가 여기까지 해주겠다 미리 선 긋지 않는 선의. 그러한 선의가 필요한 순간 자연스럽게 배어 나올 수 있는 것. 그것은 얼마나 당연하면서도 소중한 가. 이러니 매순간 배워나갈 수 밖에 없다.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곁에 있다는 것에 다행스러워 하면서. 그런 마음들을 기꺼이 배우겠다 다짐해보면서.-p79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배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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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왜 그런건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나는 닭을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직접 공수되어온 닭은 덩치가 크고 위풍당당했다. 마당 한구석도 아니고 중간 쯤에 다리가 묶여 있던 닭이 흉물스러워 쳐다보지도 못하고 피해다녔다. 엄마는 닭이 도착하면 바로 요리를 하지 않고  몇 날 며칠씩 묶어 놓곤 했다. 마당에 닭이 있다는 것 자체가 영 불편했다. 그런 닭이 싫어 닭 몸뚱이가 그대로 들어 있는 삼계탕을 먹지 못했다.

 

살아있는 닭이 죽어 음식이 되는 과정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자라면서 한번도 아버지가 닭을 잡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살아있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고 끓는 물을 부어 닭의 털을 뽑아내고 내장을 제거해 엄마는 닭 요리를 했다. 아주 어린 소녀였을 엄마가, 처녀로 자라고, 시집 와 아기를 낳았을 엄마는 언제부터 닭 모가지를 비틀 수가 있었을까?

 

딸아이가 생일 선물로 사준 책, '코스모스' 를 읽고 있다. 700여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은 생각보다 잘 읽힌다. 문장의 힘이 대단하다. 읽는 동안 딴 곳으로 생각을 돌리지 못하게 코스모스의 문장은 쉽고 친절하다. 무구한 세월동안 서서히 이루어지는 이 광대한 우주의 변화 속에서 우리 지구는 정말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안다고 해서 우리에게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지긋지긋한 일상을 이어가야만 한다.

 

초복인 오늘, 난 집에서 삼계탕을 끓였다. 닭 모가지를 비틀지는 못하지만 마트에 포장되어 있는 닭을 사와서 손질은 할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해졌다. 여전히 닭에 대한 감정은 그대로여서 고무장갑을 끼고 만질 수 밖에 없다. 내가 해 준 삼계탕을 맛있게 먹고 있는 식구들을 쳐다본다. 식구들을 먹이기 위해 용감해진 나는 그대신 우주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코스모스에 나오는 여러가지 신비하고 과학적인 단어들은 '내일은 뭐해서 먹일까?' 라는 문장에 묻혀버린다.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그렇게 용감하셨던 엄마는 40대 후반쯤에 불교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때쯤은 누구나 마트나 시장에서 손질된 닭을 살 수 있었지만, 어쨌든 엄마는 종교의 영향으로 살생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닭요리를 좋아하는 딸아이때문에 오히려 내가 살생되어져온 닭을 계속 살생한다.

 

이 드넓은 우주의 한 점에서 우리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나도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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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7-17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와 닭모가지가 이렇게도 만나네요. 저도 결혼후에 그렇게나 좋아했던 닭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하게 됐어요. 손질이 어렵더라구요. 요리되어 나올때는 몰랐던 세계가 있더라구요.
잘 읽고 갑니다^^

페넬로페 2020-07-17 12:05   좋아요 0 | URL
코스모스와 닭모가지!
좀 황당하죠~~
그래도 어쨌든 우리와 닭은 우주의 질서속에서 살아가니까요^^
어제 백숙을 끓이며 머릿속으로
생각난 것들을 글로 옮기고 싶었어요^^

페크(pek0501) 2020-07-18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복에 삼계탕을 먹었어요. ㅋ 그러고 보면 인간들의 잔인성이 느껴져요.
저도 닭과 새를 무서워합니다.

페넬로페 2020-07-18 14:45   좋아요 1 | URL
복날에 왜 삼계탕을 먹어야하는지 그 유래가 궁금해지네요 ㅎㅎ
먹고 사는 문제가 참으로 중요한 인간으로서 삶이 주는 무게가 크게 느껴집니다**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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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대한 우주에서, 지구에 사는 한아가 겪었던 얘기는 그저 인간의 상상만이 아닌지도 모른다. 점으로 찍힌듯한 작은 초록별에 사는 우리들이 우주에 대해 아는건 거의 없다. 그래서 난 이 얘기들을 믿고 싶다.

 

이 소설은 SF로 분류되지는 않는데-(알라딘 책소개)- 내용중에 우주로 가고, 외계인이 등장함으로 다분히 그런 요소가 있다. 작가는 그러한 소재로 지금의 우리와, 우리들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 소설은 결국 인간의 원형적인 선함과 노력을 요구한다. 사랑에 대한 가치와 그 의지도.

 

어쩌면 유치하고 황당할 수 있는 이 소설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내용들을 상쇄할 수 있는 작가의 따뜻한 문장들이 많다.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사랑에 대한 관점도 재미있었다. 지구의 경민과 외계인 경민을 섞은듯한 성향을 가진 나의 남편이 생각나 살짝 웃은 적도 있다.

 

먼 우주의 한 곳에서 성능좋은 망원경으로 지구의 나를 지켜보고 있는 외계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신 바짝 차리자.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은 결코 한아의 외모 때문에 벌어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추측과는 달리.-p9

‘환생-지구를 사랑하는 옷 가게‘-p11

경민을 사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한아는 그 순간에도 체념하듯 생각했다. 체념이라고 부르는 애정도 있는 것이다.-P23

사람들은 왜 너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느냐고 묻는다. 끝내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건전한 절대 명제,‘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역사상 가장 오래 되풀이된 거짓만 중 하나일 거라고 주영은 생각했다.-P36

세계를 만들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아니,대부분의 사람들은 탁월하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만든 세계에 기생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똑같이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거인이 휘저어 만든 큰 흐름에 멍한 얼굴로 휩쓸리다가 길지 않은 수명을 다 보내는 게 대개의 인생이란 걸 주영은 어째선지 아주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P37

"한때 저 별에는 괴로울 때 몸의 가장 연약한 부위에 귀한 결정이 맺히는 이들이 살았어. 그 사람들은 그 결정을 최고 단위 화폐로 인정해주었지.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더 큰 대가를 주기 위해서.‘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저렇게 폐허야?"
"시간이 지나자 모두 자해를 시작했거든. 비극과 고통과 그로테스크에 중독되어버렸어."-P158

‘너의 사랑할 수 있는 능력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해준 거 알아. 고맙게 생각해."-p205

흔하지 않지만 어떤 사랑은 항상성를 가지고, 요동치지 않고, 요철도 없이 랄랄라하고 계속되기도 한다.-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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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스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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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는 작가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쓴 작품이다. - 우리가 읽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은 작가 본인이 직접 책으로 출간한 것이 아니기에 추측할 뿐이다. -

권력에 눈 먼 동생에 의해 모든 것을 잃고, 딸 미랜더와 외딴 섬에 유배되어 온 밀라노 대공, 푸로스퍼로는 마술로 태풍을 일으켜 복수할 대상들을 섬으로 끌어들인다. 정령 에어리얼의 도움으로 그들을 응징하려고 하지만 결국은 모두를 용서하고 그들은 화해한다. 거의 죽음으로 끝나는 다른 비극 작품과는 달리 '템페스트'에는 누군가 죽지 않고 결말이 해피엔딩이다. 이러한 모습들을 지켜본 미랜더는 말한다.

 

미랜더- "참, 찬란한 신세계로다!

푸로스퍼로- "너에게는 신세계이지.-p120, 5막 1장

미랜더에게 신세계로 여겨지는 것이 푸로스퍼로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하다.

 

태풍으로 배가 난파되어 뿔뿔이 흩어져 섬에 도착한 여러 사람들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왕이 되려 한다. 각자의 방법으로 멋진 신세계를 건설하고자 한다. 욕망에 물든 권력욕으로 나폴리의 왕 알론조를 죽이려하고, 힘이 없는 이들은 술의 힘을 빌려 폭력적인 계획을 세운다. 섬의 유일한 여성인 미랜더를 겁탈하려고도 한다. 서로 권모와 술수를 부추기며 한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정직한 노대신 곤잘로만이 시종일관 현명하고 따뜻하다.

 

억울하게 권력에서 밀려난 밀라노 대공 푸로스퍼로는 평생 공부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매진한 그것이 원인이 되어 섬으로 유배되지만, 또한 그것이 무기가 되어 복수의 대상을 응징할 수 있다. '마술'로 표현되는 푸로스퍼로의 재주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마술' 이라는 것에 국한시키면 이것은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섬에서 복수를 하든, 용서를 하든 뭔가 강력한 것이 있어야 한다. 에어리얼의 도움을 받고,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마술을 부려야 한다. 왕의 아들인 퍼디넌드를 그의 일행들과 떨어뜨려 미랜더와 먼저 사랑에 빠지게 한다. 환타지 같은 것이라도 있어야 잃은 것을 복구시키고 그들과 화해할 수 있다. 이것 역시 또하나의 권력이다. 무대에서 상연되는 연극을 보려고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이것을 셰익스피어는 작품에서나마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존재하지 않는 신세계와 욕망으로 물든 인간들의 화해를 꿈꾸면서 말이다.

 

그 모든 것을 이룬 푸로스퍼로는 평생토록 자신을 지탱해온 마술책을 바다에 던져버린다. 고향으로 낙향하기 전의 셰익스피어도 푸로스퍼로가 마술책을 던진 것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평생 희곡을 쓰며 온갖 것을 다 겪었을 노작가는 템페스트의 내용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말해주는 것 같다. 욕망과 미움의 인간적인 감정들을 용서와 화해의 미덕으로 변화시키는 노년의 지혜로움을 알려준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글의 형식은 거의 대부분이 '약강 오보격 무운시' 의 형태이다. 소네트도 간간이 있고 각운도 맞춰져 있다. 이러한 영어의 형식을 우리 말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문학동네판 번역자는 어렵다고 아예 선언한다. 그 선언에 의해 셰익스피어 운문은 우리말로 살아나지 않는다. 어렵지만 그래도 번역자이면 그 운문을 조금은 살려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 별 다섯개는 온전히 위대한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에게 바치는 나의 존경의 의미다.

 

푸로스퍼로가 말한다.

이제 저의 마술을 다 던져버렸습니다.

저 자신의 힘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이건 지극히 약합니다, 이제는

저를 감금하든지 나폴리로 보내든지

당신들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제

저의 공국도 회복하고 사기꾼도 용서하였으니

당신의 주문으로 이 섬에서

살지 않도록만 해주십시오.

여러분의 박수갈채로 저를

이 무리들로부터 떼어주십시오.

여러분의 너그러운 숨결로

저의 돛들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여러분을 즐겁게 해드리는

저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 것입니다.

이제 저는 부릴 정령도 없고

걸 수 있는 마술도 없고 해서

기도로 구원되지 않는다면

저의 마지막은 절망이 됩니다.

기도는 뚫고 들어가 자비로 움직여서

온갖 잘못들을 용서합니다.

      여러분도 범죄를 용서받으시려거든

      관대하게 저를 놓아주십시오.      (퇴장)-p131~132,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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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7-05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번역이 섬세한 작업이겠지만, 특히 시 번역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집니다. 의미 전달과 운율의 상충조건 속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좋은 길은 독자가 스스로 느끼는 것인데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입니다^^:)

페넬로페 2020-07-05 22:04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런것 같아요^^
번역작업이 쉽지 않죠~~
책을 읽으며 아쉬움을 많이 느끼지만 번역자 역시 많은 고충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겨울호랑이님!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0-07-06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구잡이 독서인이라...
그런 디테일은 잘 모르고 넘어
가는데 - 정말 대단하십니다.

원서로는 넘사벽인지라 :>

페넬로페 2020-07-06 13:03   좋아요 0 | URL
아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설서에 의존해서 대충 알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읽으면 읽을수록 좋네요**

scott 2020-07-22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맥베스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작품 ‘템페스트‘는 이번에 코로나로 공연을 못하게 된 stratford 페스티벌 측이 유트브에 약 2주동안 올려놨을때 봤는데 맥베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어요. 배우들 연기도 훌륭했고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 중에 고전이 셰익스피어 작품들이라는것! ^.^

페넬로페 2020-07-22 22:18   좋아요 1 | URL
저도 영상으로 보고 싶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요즘 계속 셰익스피어 작품 읽고 있는데 고전의 힘을 알겠더라구요!
 

 

 

 

 

 

 

 

 

 

 

 

 

 

회사 다니면서 열심히 책을 읽고 읽은 것에 대해 글을 쓰며 책까지 내는 성수선작가가 이번에는 먹을 것을 들고 왔다. 작가의 책인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를 읽으며 그녀의 책에 대한 글쓰기와 느낌이 좋았다. 이번에 출간한 책의 내용은 작가가 평소에 잘 다니는 식당과 여행 갔을 때 먹었던 음식에 대한 것이다.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요' 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는 여지껏 먹은 것에 대해 누구나 책 한 권쯤은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말이다. 음식과 관련된 내 얘기도 수없이 많고, 다른 사람과의 추억도 끝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너무 식상하고 평범한 느낌이 든다.

 

음식을 만드는 재주가 별로 없는 나에게는 세상 음식이 그저 비슷하다. 보통 정도의 음식이면 맛있게 먹는 편이다. 먹는 것에 목숨 걸지 않으며 tv의 먹방 프로그램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먹는다는 행위의 소중함과 중요함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조금 부족한 것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먹는다는 것과 내가 먹은 수많은 음식을 생각해봤다.

 

그렇게 생각할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건 어떤 식당에서 먹은 음식이 아니라 엄마였다. 엄마가 나에게 해 주신 많은 음식들이 생각났다. 요즘같이 더울 때는 장어국이 먹고 싶다. 삶아 으깬 장어살에 여러가지 야채를 넣어 끓이고 마지막에 방아잎을 넣은 장어국 한 그릇을 먹으면 속이 든든해진다. 바닷가 도시에서 자란 나는 그런 장어국이 비리지 않다. 장어는 몸보신으로 좋은데 숯불에 그냥 굽거나 양념장을 발라 구워도 괜찮다. 몸이 부실하고 아플때 엄마는 장어곰국을 만들어 주셨다. 하루에 두 번 정도 탕약을 먹듯이 그냥 한사발 마시면 몸에서 흡수되는 느낌이 생생하다. 살이 통통한 가자미를 넣은 미역국도 맛있고, 머위잎을 쪄서 멸치 젓갈로 만든 양념장을 곁들여 갓한 밥을 싸먹어도 좋다. 기력이 약해지는 여름에 그 음식들을 먹으면 힘이 난다.

 

엄마가 해준 음식을 맛나게 먹으며 자라났고, 지금은 엄마가 직접 만들어 보내주신 된장, 고추장, 국간장, 멸치 액젓으로 음식을 해서 식구들을 먹이고 있다. 된장, 고추장, 국간장만 맛있으면 웬만한 한국 음식은 무조건 맛있다. 그 베이스에 재료만 달리해서 조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베이스가 소진되어 가고 있고 더이상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치매라는 병에 걸린 엄마는 음식 만드는 순서도 잊어버리고 이제는 힘에 겨워 뭔가를 잘 하지도 못하신다. 나와 전화할때마다 나에게 어떤 반찬을 하는지 물으신다. 그런 질문을 받을때마다 나도 난감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성실하게 대답해드린다. 해먹지 않아도 마치 내가 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음식의 종류를 나열한다. 엄마에게 요리만드는 방법에 대해 질문도 한다. 그러면 엄마는 아주 자세히 대답해 주시지만 직접 하지는 못하시는 것 같다. 지금 가지고 있는 된장, 고추장, 국간장이 떨어지면 어떡해야 하나?

 

요리에 관심도 재주도 없는 나라는 엄마를 가진 21살된 딸아이는 그냥 포기하고 자신이 직접 요리를 많이 한다. 밀푀유나베같은 정성이 많이 가는 음식도 곧잘 만들고 수제비도 잘 끓인다. 딸아이는 주로 일품 요리를 하는데 항상 기름에 뭔가를 볶아서 만들어 낸다. 올리브유와 버터, 피자 치즈가  많이 사용된다. 스파게티나 새우나 쇠고기를 곁들인 감바스, 오무라이스같은 것인데 맛은 있다. 하지만 걱정이 된다. 저런 것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거나 건강에 좋지 않을것 같다.

 

엄마가 나에게 차려주신 그득하고 윤기있는 밥상, 딸이 나에게 해준 접시 하나에 담겨있는 음식이 차려진 밥상......

서로 대조되지만 그 나름의 특징과 먹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 모녀간의 대화가 있고 추억이 있다. 먹으면서 얘기한다는 건 친해야 가능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건 사랑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따뜻한 음식들을 먹으며 모두가 보통의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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