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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주 특별한 종류의 은행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돈을거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꿈을 꾸고 자유를 갈구합니다.
이 서점에 손님들이 나타납니다. 순식간에 그들은 친구가 되지요. 그리고 또 순식간에 나탈리처럼 변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책은, 특히 진정성이 있는 책은 당신을 뒤흔들기 때문입니다. 책은 당신 내부에 있는 욕망의 왕국, 가능성의 민족,
안 될 게 뭐야? (pourquoi pas?)"라는 무적함대를 일깨웁니다. - P7

그럴 때면 학생들은 세상이 확신보다는의심에,
방정식보다는 시에 가깝다는 사실을 일아 내곤 했다.
학생들의 진로는 종종 선택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수학을잘하는 학생들은 월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은 모두 엉망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조성되었고, 어쨌거나 그 뒤로 부모보다는 학교 당국에 의해서진로가 정해졌다. 이과를 선택하는 아이들은 예술이나 문학을 선택하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남자와 여자만 죽인 것이 아니라 문학을 죽이고 숫자를 남겼으며, 교사를 죽이고 기술자를 남겼다.
- P17

나는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었다. 나를 성장케 하고 내 길을선택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독서 였다. 나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다른 세상, 다른 시대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해준 것도독서였다.
책을 읽을 때만큼 나 스스로와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은 없었다. 나를 나 자신과 친밀하게 연결해주는 타인들의 글은언제나 내 기분을 살펴가면서 신중하게 움직였다. 그 글들은 나를 알지 못했지만, 나는 그런 글과의 만남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글을 읽으며 웃고 울었다. - P23

내 기억 속에 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항상 여러 권의 책을 읽는 중이었다. 아침에 읽는 책, 저녁에 읽는책, 베란다 의자에 앉아서 읽는 책, 침대에서 읽는 책......
책은 질투하지 않는다. 책은 새로운 친구에게 기꺼이 자리를내어주고 뒤로 물러난다. 그런 다음 책꽂이를 향해 손을 뻗은 어린아이로부터 다시 선택받게 될 때까지 수 세기 동안 꼼짝 않고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안다.
내 부모님의 책장 앞에서 나는 그런 아이였다.
종이가 누렇게 변한 문고판 책들은 나의 첫 번째 밤동무였다.
케셀Joseph Kessel, 지오노Jean Giono, 메리메 Prosper Merimée, 말로 AndreMalraux, 생텍쥐페리 Saint-Exupéry..…. 나는 잠들기 직전까지 이 대가들을 품에 안고서 그들과 함께 밤을 지새웠다.
- P24

몇몇 학교나 가정에서 문학은 19세기에 멈춰 있다.
스탕달, 발자크 Honore de Balzac, 위고 같은 일련의 작가들은 학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적 훈련 과정의 관문으로 통한다.
그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플랑드르파, 낭만파, 인상파의 그림을 감상할 줄 알아야만 마침내 현대미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라디오 덕분에 오직 음악만이 이런 의무적인 관문을 통과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슈베르트 Schubert나 모차르트 Mozart 를 알기 전에 캣 스티븐스 Cat Stevens,
제네시스 Genesis, 조안 바에즈 Joan Baez를 들었다.
- P36

어린 학생들이 감성을 키우려면 고전문학에서 시작하기보다는자신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더 나은 방법이다.
학창 시절 동안 이런 의무적인 과정을 거쳤던 수많은 어른들이막상 어른이 되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고전을 펼치는 데 저항감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한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발자크, 스탕달,
위고일 것이다!
나탕의 경우 역시 그랬다. 그가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실과 가상의 이야기를 섞어서 쓴 빅토르 위고의 마지막 소설 193년 Quatre - vingt - treize』을 읽으면서 고전문학에 대한 경계를 낮추기로 결심한 지는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나탕은 문학계의 안나푸르나로 명성이높은 일곱 권의 총서로 무려 2,400페이지에 달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를 고개를 파묻고 탐닉했다!
온통 프루스트 Marcel Proust와 함께 보낸 여름, 나탕이 작가의 우수 어린 사상에 푹 빠져서 스완의 대사를 읊조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문장을 따라가며 단어에 심취하는 모습을 나는 여름 내내지켜보았다.
대하소설‘이라는 용어는 종종 비하의 의미를 품고 있다. 하지만 대하(大河)란 수많은 유기물과 무기물을 휩쓸고서 결국 바다로흘러들어가는 개울, 급류, 강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냄새는 아주 적은 양으로도 하나의 공간 전체를 충분히 채울수 있다.
나는 책과 냄새를 아름다운 커플로 결합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글과 향기의 결합을 통한 이야기의 서술은 독자를 단지 단어에 의지할 때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데려갈 수 있다.
『천일야화 The Arabian Nights: Tales of 1,001 Nights』를 읽기에 페스(Fes)의 회교도 거주지 내 리아드 지붕보다 더 좋은 곳은 없으며, 폴 오스터 Paul Auster의 인물들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기에 뉴욕의 카페테라스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 P47

나는 삶이 잃어버렸던 색깔을 되찾는 데에 때로는 아주 사소한것들, 혹은 몇 권의 책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녀에게 미소를 보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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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3-05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프랑스 문학이네요. 프랑스 작가 책은 유명한 작가 외에는 잘 몰라서 책 소개 찾아보고 왔어요.
페넬로페님, 주말에 바람이 많이 불어요. 여기는 강풍주의보입니다.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3-06 00:17   좋아요 2 | URL
언니가 좋다고 해서 읽고 있어요.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은 소설이예요.
바람이 많이 불어요.
서니데이님,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2-03-06 0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을 보고는 책방 이야기를 하는 산문 같은 건가 했는데 소설이군요 여러 사람이 에브르 광장에 있는 작은 책방에서 만날지 스쳐 지날지... 이런 이야기 재미있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3-06 11:45   좋아요 2 | URL
에르브 광장의 책방을 중심으로 여러 명의 사연이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는 내용이예요.
책에 대한 얘기가 많아 공감하며 읽고 있어요^^

서니데이 2022-03-06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해가 길어져서 요즘 오후가 시간이 조금 더 생긴 것 같습니다.
오늘도 바람부는 날 같아요.
따뜻한 오후시간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06 23:02   좋아요 2 | URL
확실히 해가 많이 길어진 느낌입니다. 똑같은 시간이지만 날이 훤하면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서니데이님,
다음 한 주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레삭매냐 2022-03-07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점점 레알 서점들은 사라지고
가상의 공간과 창고를 지닌
서점들이 전통의 서점들을 집
어 삼키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그래도 온라인 서점의 편리함
과 적립금의 유혹이란 정말.

동시대의 작가를 읽어라는 정
말 마음에 와 닿네요.

페넬로페 2022-03-07 22:03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요즘 서점에 거의 가지 않아요. 동네 책방도 있는데 아르브 광장의 서점같지 않고 중 고등학교 참고서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 곳이라 가기가 싫더라고요.
이 책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요.
뜻밖에 좋은 책을 만났어요^^
 

글쓰기란 어떤 면에서 보면 세계 속에 던져진 자신의 모습을
‘언어‘에 투영하여 작업하는 일이다. 그런데 모국의 언어가 아닌타국의 언어로 글쓰기를 지속해온 작가는 어떨까?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손에 들고 나는 누구이며 내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에 끊임없이 직면하지 않을까? - P7

울지도 않았다. 그리고 거친 숨소리를 내며 내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유난히눈자위가 하얗게 보였다. 아이들은 내 주위를 둘러싸고 침을 삼켰다. 그 애의 눈에 문득 눈물 한 방울이 맺히는가 싶었다. 하지만그 애는 조용히 눈물을 삼키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오센징노 바까!(조선인, 바보!)"
- P25

그는 따뜻해 보이는이불 속에 발을 넣고 목을 움츠려 보였다. 나에겐 그 모습이 더없이 애처롭게 보였다. 그 애의 눈은 빛나고 입가에는 살짝 웃음이번졌다. 완전히 나에게 마음을 연 것이다. 그의 마음 속 세계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감추어져 있었다니! 어머니에 대한 본능적인 애정도 어찌 이 소년에게만 없겠는가? 그것은 그저 왜곡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고통받고 배척당한 한 동족 부인을 상상했다. 그리고 일본인의 피와 조선인의피를 함께 받은 한 소년 안에 존재하는 조화롭지 못한 이원적인것의 분열과 비극을 생각했다.  - P37

그렇다면 일시적인 감상이나 격정으로 ‘나는 조선인이다, 조선인이다. 하고 외치는 오뎅 바의 남자와 너는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인가. 그것은 또 나는 조선인이 아니라고 외치는 야마다 하루오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머리 색이 다른터키인의 아이조차 이곳 아이들과 씨름을 하며 순진하게 놀고 있는 것을 본다. 하지만 왜 조선인의 피를 받은 하루오만은 그것이불가능한 것인가? 나는 그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 P42

작은아버지는 한 군(郡)의 수장이 조선어를 사용해서야 위신이서지 않는다고 생각한 나머지, 코풀이 선생님을 앞세워 본인의 일본어를 조선어로 통역하게 했다. 인식은 이곳에 와서 작은아버지가 일본어 따위 전혀 알지 못하는 젊은 첩에게까지 너무나 의기양양하게, 그것이 또 대단한 일본어인 양 떠드는 것을 몇 번이나보았던 터다. 그런 작은아버지가 누구 한 사람 일본어를 알 턱 없는 산민들을 향해 일부러 통역까지 세워가며 불쌍할 만큼 우스꽝스러운 연설을 한다는 사실이 특별히 놀랍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인식은 뚱뚱하게 살찐 작은아버지 옆에 코풀이 선생님이 쭈뼛쭈뼛 서서 얼굴이 빨개지거나 코를 항케치로 누르거나 하는 광경을 도저히 견디기가 힘들었다.
- P144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오면 한 줌의 흙, 한 다발의 풀조차 새롭게 느껴져 가슴 설레는 그였다. 그렇지만 타고나기를 소박한, 감수성 넘치는 젊은 인식에게는 조사라는 역할보다 오히려 쫓겨 가는 화전민과 함께 울겠다는, 어쩌면 다소 감상적인 생각이 너무 앞섰는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는이처럼 가장 황폐한 고향의 품에 돌아와, 뭔가 알 수 없는 자연의위용에 약한 마음을 질타당하고 채찍질당하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경성에서 동쪽으로 삼십 리, 합승버스로 준령과 협곡을 넘어 이 오지까지 오면서 그는 자신의 가슴이 얼마나 고동쳤는지를기억하고 있다. 불타버린 험산 하늘가에서 화전민들의 시커먼 오두막집을 바라보던 때는 자신의 가슴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그곳으로 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이 무슨 비참한 고향의 모습인가!  - P157

하지만 지금처럼 비극적인 광경을 보게 되면, 결국 자기 자신까지 가여운 산민들의 무리 속으로 쫓겨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져다. 그는 그런 자신의 기분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일종의 체념과도 통하는 감상이랄까, 그저 의욕을 잃고 극도의 가난에 허덕이는 화전민 사이로 들어가면 마음만이라도 가벼워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정작 자신이 그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실은 자신도 그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그제서야 자신이 구원받았다고 여겨졌던 것이다. 이것이 감상적 에고이즘인걸까, 
인식은 눈시울을 적시며 생각했다.
- P158

공중의 새를 보라, 뿌리지도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아버지께도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한가. (마태복음 6장 26절)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해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길쌈도 아니하느니라.(마태복음 6장 28절)하물며 너희들에게 있어서랴. 하지만 이곳에는 수고하고 씨뿌리려 하나 땅이 없고, 거두려 하나 거둘 것이 없고, 먹으려 하나먹을 것이 없는, 공중을 나는 새보다도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마태복음 6장 30 절 구절 중 일부)‘보다도 못한 백성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생명은 무도한 자들의 손에 맡겨져 있고그 생활조차 끊임없이 위협 당한다. - P182

이윽고 나는 시장 안으로 들어가 어린애들의 탐스러운 가죽구두 두 켤레를 사들고 돌아왔다.
메고 갈 륙색의 짐을 덜어 고향에 보낼 헌 옷 꾸러미를 만들고, 이 속에 어린애들의 물건을 차곡차곡 넣어 묶어 놓았다. 
공교롭게도 이 다음날 아침 일곱 시 차로 R여사가 귀국하기로 되어 일이 더욱 순조로웠다.
그날 밤 나는 어머니와 아내에게 무량한 감개 속에서 몇 장의편지를 쓰게 되었다. 떠날 때의 암호대로 ‘여불비(餘不備禮의 준말. 나머지는 예를 갖추지 못한다는 뜻으로, 
옛 편지 말미에 격식 있는 인사로 쓰는말 - 옮긴이)
라고 상서하여 드디어 떠나게 된 사정을 알게 한 것이다. 그리고 떠나는 날짜와 시간도 내박았다. ‘여불비‘라고 쓴 편지가 마지막 편지인 줄 알라고 아내에게 이르고 떠난 것이었다.
- P216

드디어 발차를 알리는 종소리가 요란히 울리기 시작하였다. 뜨거운 악수를 교환하고 나는 열차에 올라섰다.
"베이징이여,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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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2-21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큰 글자로 된 성경책을 오래 전에 사서 읽었어요. 좋은 구절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저는 특히 마태복음이 좋더라고요. 밑줄을 그으며 읽었어요.
이 책에도 마태복음이 나와 좋네요. 앙드레 지드의 소설에도 성경 구절이 나오는데 작가가 자기 시각으로 자유롭게 해석하더라고요. 사색적인 데가 있어 좋았어요.^^

페넬로페 2022-02-21 17:05   좋아요 0 | URL
소설을 읽다보면 마태오복음을 인용한 구절들이 많더라고요.
성경을 읽어도 각자의 느낌들이 다를 것 같아요^^
 

이 유년 시절에 관한 작가들의 한탄과, 심리학자들의 이론과, ‘내가 어렸을 땐‘이라는 주제만 나왔다 하면 그 즉시 시작되는 모든 인간의 봇물 같은 토로 외에 또 어떤 매력을 부여할 수 있을까? 아마 잃어버린 절정의 무책임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아닐까. 하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 무책임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완벽한 무책임을 느꼈다. - P19

심장이 똑같이 옥죄어드는 기분이었다. 똑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건 이게 다인데, 이건 결코 진정한 내 것이 될 수 없겠지. 이 여잔 날 떠날거야? 이 순간에 어떻게 다른 머리칼을,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게 가능하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사랑은 분명 오직 이 돌이킬 수 없는 
기분에 달려있었다.
- P68

"삶에요. 남들이 삶이라 부르는 것에요. 샤를, 그러니까 인간은 정말로 사랑해야 하는 걸까요, 불행한 열정을 가져야 하는걸까요? 존재하기 위해 일하고, 돈을 벌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걸까요?"
- P103

그는 정말이지 그녀가 혼자서 삶을헤쳐 나갈 수 없으리라 여겼고, 그 순간 그녀는 바로 그 때문에 자신이 그에게 안전감 이상의 애착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그녀의 무책임을 받아들였다. 15년 전 그녀의 무의식적 선택, 영원히 청소년기에 머물겠다는 그 결정을 인정해주었다. 똑같은 결정에 앙투안은 틀림없이 분노하리라. 어쩌면 그녀가 되고 싶은 사람과 샤를이 바라보는 사람 사이의 완벽한 일치가 
그 모든 열정보다 더 강력하고, 그녀에게 그 모든 열정을 부인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 P106

그러니까, 루실, 언젠가 나한테 돌아와요. 난 당신을 당신 자체로 사랑해, 앙투안은 자기 짝으로서 당신을 사랑하지. 당신과 함께 행복하고 싶은 걸 거고, 그 나이엔 그게 맞아. 하지만난 당신이 나와 무관하게 행복하기를 바라오. 기다리겠소, 내가 할 일은 그것뿐이니까."

"게다가 앙투안은 머지않아 당신이 당신인 걸로, 그러니까 당신이 향락적이고 무사태평하고 비겁한 걸로 나무랄 거요, 아니면 벌써 나무랐을지도 모르고, 틀림없이 그가 당신의 약점 혹은 결점이라고 부를 것들에 대해 당신을 지탄할 거란 말이지.
그는 여자를 힘 있게 만드는 게 뭔지 아직 모르거든 남자들이
여자를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라는 것도. 설사 그것이 최악의 것을 가린다 하더라도 말이오. 아마 앙투안은 당신을 통해 그걸 배우게 될 거요. - P179

나는 모든 존재가 행복할 숙명이라는 걸 알았다.
행동은 삶이 아니라 어떤 힘을 허비하는 방식, 무기력이다.

아르튀르 랭보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P195

루실은 필시 재앙이 될 미래, 앙투안의 분노를 유발하고, 신뢰를잃고, 그 둘 모두 그녀가 그가 제안한 이 정상적이고 안정적이며 비교적 쉬운 이 삶을 그와 함께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면서, 스스로에게는 어떤 거짓말을 했던 것일까? 그녀는 자신의 실패를 잠정적으로 숨기는 것이 이 상황을 만회하려는 의지를 의미하는 건 전혀 아니라는 걸 정확히 인식했다. - P216

많은 사람들이 다 듣지 않고 암시만으로 이해한 것을 잊지만, 완전한 침묵은 어처구니없고 황당하고 부조리한 걸 의미할수 있다는 것 또한 잊는다.  - P224

그들은 싸늘했고, 서로에게 몸이 닿는 걸 피했다. 이 넓은 침대에서 세상의 모든 무게를 짊어진 기분이었다. 고독한 저녁시간, 궁핍한 경제 사정, 자글자글한 주름들이 보였다. 화염의바다 속에서 원자폭탄이 발사되는 것이 보였다. 힘겹고 적대적인 미래가 보였고, 서로가 없는 삶이, 사랑 없는 삶이 보였다. 앙투안은 만일 루실이 스위스로 떠나게 내버려 둔다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고, 루실을 원망할 것이며, 그것이 그들의 사랑의 끝이 되리라고 느꼈다.  - P237

루실은 걸어서 돌아왔다. 집으로, 샤를에게로, 고독에게로,
그녀는 자신이 삶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든 삶으로부터 영원히 박탈당했다는 것을 알았고, 박탈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 P255

"퇴각의 북소리라는 표현은 어디서 온 겁니까?"
한 식자가 대답했다.
"리트레 사전에 따르면 패배를 알리기 위해 울리는 신호죠."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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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에밀 졸라!
역시 대단한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이다.




















그녀는 어깨에 둘러멘, 여전히 물이 줄줄 흐르는 빨랫감의 무게 때문에 다리를심하게 절었다. 팔꿈치에는 멍이 시퍼렇게 들고, 뺨에는 피가 흐르는채 양손에 에티엔과 클로드를 잡고 발을 질질 끌면서 걸어가야 했다.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아이들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P56

"난 말이죠, 욕심이 많은 여자가 아니랍니다. 별로 바라는 게 없어요…… 내 꿈은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갖는 게 전부랍니다. 침대, 식탁 그리고 의자 두 개, 그거면 충분해요......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좋은 시민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죠.......또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맞지 않고 사는 거예요. 내가 만약 다시 결혼을 한다면 말이죠. 그래요, 다시는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그게 다 예요. 정말 그게 다라고요......" - P71

그녀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올바른 사회에서 사는것이었다. 그렇지 못한 사회는 몽둥이로 머리를 박살 내듯 순식간에 여자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 P81

제르베즈는 아침나절의 온화하고 평온한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있었다. 하지만 산책을 나선 후로는 생각에 잠긴 듯 차분한 표정으로남편과 로리외 부부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때로 슬픈 표정을 지었다.
누이 앞에서 비겁해지곤 하는 쿠포의 모습을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그는 독설을 퍼부으며 앞으로 그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다시피했다. 하지만 그들 앞에 서면 그들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를 살피는 아첨꾼 같은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들이 언짢아하는 기미라도 보이면 어쩔 줄을 몰라 전전긍긍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P136

"그런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오, 아름다운 부인… 그대도언젠가는 죽는 걸 다행으로 여기게 될 거요… 아무렴, 난 죽음이데려간다면 오히려 고맙다고 할 여인네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거든."
로리외가 그를 데려가려고 하자 바주즈 영감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딸꾹질을 하며 웅얼거리듯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죽는다는 건 말이지.…… 내 말을 명심하시오.... 죽으면 모든 게끝이라오."
- P156

그녀는 굵은 눈물방울로 흐릿해진 눈으로화덕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그레이비소스를 저었다. 아이를 낳는 것이 쿠포를 굶길 이유는 아니지 않은가? 마침내 재로 덮인 불 위에서 스튜가 뭉근하게 끓기 시작했다. 
이제 방으로 간 제르베즈는 간신히 식탁 한쪽 끝에 식기를 준비해놓을 수 있었다. 포도주병도 재빨리 꺼내놓아야 했다. 그러고 나자 더 이상 침대까지 갈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채 부엌의 깔개 위에서 해산을했다. 그로부터 십오 분 후에 도착한 산파는 그 자리에서 뒤처리를했다.
그러는 동안 함석공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제르베즈는 남편이신경 쓰지 않도록 출산 사실을 알리지 못하게 했다.  - P164

그런데 당신 많이 아프진 않았지. 재채기 한 번 하는 
사이에 쑥 하고 아일 낳은 거겠지." - P164

영악한 부르주아들은 기피하는 일이었다! 사다리 위에서 목숨 걸고 일하기엔 너무나 비겁한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그 일을 떠맡긴 채 벽난로 기어아 편안하게 지내면 그만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이야 어찌 되건 안중에도 없이, 심지어 그는 자기 집 지붕의 함석은 각자 알아서 씌우면그만이라는 말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한 얘기가 아닌가! 진정 공평해지려면 그렇게 해야 할 터였다. 빗물에 젖기 싫으면 지붕을 씌우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좀 더 근사하고 덜 위험한 일, 예를 들면 고급 가구 세공 같은 일을 배우지 못한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그것 역시 그의 아버지의 잘못이었다. 아버지들은 대개 자식들에게 자신들처럼 살도록 강요하는 고질적인 습성이 있다. - P198

구제는 특별히 나쁜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피핀을 집어 들고 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자신의 것보다 더 강한 팔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를분노케 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육체가 쇠로 된 기계와 싸워 이길 수없음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고자 애쓸 때조차 그의 우울함은 커져만갔다. 물론 언젠가는 기계가 노동자들을 모두 죽이고 말 터였다. 그때문에 이미 그들의 하루 일당은 12프랑에서 9프랑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어쨌거나 소시지를 만들듯 리벳과 볼트를 찍어내는 이 커다란 짐승들은 전혀 유쾌하지가 않았다.  - P277

이제 비자르는 허공에 헛손질을했다. 계속해서 미친 듯이 아무 데나 주먹을 마구 휘둘러대다가는 허공을 향해 날린 주먹에 자신이 맞기도 했다. 이 광란의 살육 행위가이어지는 동안 제르베즈는 네 살짜리 소녀 랄리가 구석에서 아비가어미를 때려죽이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았다. 소녀는 겨우 젖을 뗀 어린 여동생 앙리에트를 보호하려는 듯 아이를 품에 꼭 안고 있었다. 사라사 천으로 된 머리쓰개로 머리를 꽁꽁 동여맨 어린 소녀의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러면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커다란 검은 눈으로 어딘가를뚫어지게 응시했다.
- P309

쿠포는 막 길을 건너오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문 앞에서 비틀거리는 바람에 어깨로 유리창을 깰 뻔했다. 그는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에코끝이 발개진 채 이를 앙다물고 있었다. 제르베즈는 핏기 없는 남편의 얼굴에서 콜롱브 영감 주점의 싸구려 독주의 흔적이 그의 핏속에남아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무해한 포도주를 마셨을때처럼 웃어넘기면서 그를 자리에 눕히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입술을 앙다문 채 제르베즈를 떠밀었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스스로 침대로 걸어가면서 그녀를 향해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런 쿠포의 모습은 저 위쪽에서 여자를 두들겨 패다가 지쳐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주정뱅이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자 제르베즈는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얼음장 같은 전율과 함께 이 세상 남자들과자신의 남편, 구제 그리고 랑티에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은 결코행복해질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을 느끼며 비탄에 빠져들었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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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2-09 2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2-10 00:16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계속 조심하고 있는데 이 시기가 잘 지났으면 합니다^^
서니데이님, 좋은 밤 되세요**
 

사상가 폴 비릴리오는 비행기의 발명은 추락의 발명이며 선박의 발명은 난파의 발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인생의 발명은 고단함의 발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행기나 선박의 운행에서 사고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삶의 운행에서 고단함의 제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삶이 고단하다는 것은상당 부분 동어 반복이다. 산다는 것은 고단함을 집요하게 견디는일이다.
삶이 그토록 고단한 것이니, 사람에 대한 예의는 타인의 삶이쉬울 거라고 함부로 예단하지 않는 데 있다.  - P10

마냥 행복한가? 그렇다면 당신은 운이 좋다. 그 좋은 운을 누리다가 때가 되면 평화롭게 죽기 바란다. 그러나 거기에 정치는없다. 인간이 그저 행복해지는 게 불가능할 때 정치가 시작된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이며, 그 문제를 다루는 데 정치가 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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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7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발명은 고단함!ㅎㅎ
이보다 더 힘든 시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이토록 길게 갈지 몰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의 희망을 위해 오늘도 욜!심히!

페넬로페님 2021년 마지막 주
행복하게 ^ㅅ^

페넬로페 2021-12-27 12:35   좋아요 1 | URL
인생 자체가 고단함이 숙명인데
나이 들수록 이 고단함이 더해지니 더 힘들고 우울함을 느껴요~~
그래도 힘내야겠죠!
scott님, 올해의 마지막 주에
행복하게 마무리 잘하고 내년엔 더 활기차고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해 봅시다요^^

서니데이 2021-12-28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영민 교수님 신작이네요. 신간 소개 나올 때 보고, 아직 저도 못 읽었어요.
교수님의 전공이 철학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오늘 찾아보니, 정치외교학부 교수님이시네요.
저자 소개 읽고 다시 제목을 보니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페넬로페님, 연말의 남은 날이 조금 남았습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1-12-28 22:24   좋아요 1 | URL
아직 초반인데 책의 느낌이 너무 좋아요~~
정말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마무리 잘해 보도록 할께요~~

페크pek0501 2021-12-29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냥 행복하면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니 정치가 필요 없게 되네요.
멋진 문구네요. ^^

페넬로페 2021-12-29 20:02   좋아요 1 | URL
정치에 대해 그 뒷부분도 내용이 많고 또 좋아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문장들이었어요^^

페크pek0501 2021-12-29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행의 발명은 행복의 발명이에요. 불행이 없다면 행복도 느낄 수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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