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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지만, 좋다^^
삶의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점검하게 한다.

압축된 의미로 표현된 시에는
시인의 나라도 있고
전쟁도 있고
아편, 담배도 있다.
그래서 그를, 알아야하고
배경을 이해해야하지만
인간에게는 보편성이 있다.

느낌으로
시인이 표현한 삶의 편린들로
그 속으로 들어가는 나를 만난다.

1914, 1915년에 쓴
‘승리의 송시, ‘해상 송시‘는
호몌로스의 서사시가 연상된다.

유럽의 작가들에게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아이스킬로스, 오뒷세우스는
그들의 길잡이이다

아, 이 바닥의 비밀 문으로 쿵하고 추락해 버려서
땅 구덩이에 묻힌다면 좋으련만!
삶은 나에게 순한 담배 맛.
인생을 피워 버린 것 말고는 평생 한 게 없구나.

결국 내가 바란 그것은 믿음, 평온,
그리고 이런 혼란스런 감각들이 없기를,
신이여 이제 그만 이걸 끝내 주오! 수문을 열어 주오 -내 영혼의 희극은 이걸로 충분해!

(1914년 3월, 수에즈 운하, 선상에서)
- P27

(어린 소녀야, 초콜릿을 먹어.
어서 초콜릿을 먹어!
봐, 세상에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
모든 종교들은 제과점보다도 가르쳐 주는 게 없단다.
먹어, 지저분한 어린애야, 어서 먹어!
나도 네가 먹는 것처럼 그렇게 진심으로 초콜릿을 먹을 수
있다면!
하지만 나는 잠시 생각을 하고 선, 은으로 된 종이, 은박
포장지를 뜯자마자
모두 다 땅에 버려 버린다. 삶을 버렸던 것처럼.) - P51

나는 나를 가지고 나도 몰랐던 걸 만들었고,
나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건 안 만들었다.
내가 입었던 도미노는 잘못된 것이었다.
그들은 내가 누가 아닌지를 곧바로 알아봤고, 나는
부정하지 않았고, 그렇게 나를 잃어버렸다.
가면을 벗으려고 했을 때는,
내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걸 떼어 내고 거울로 날 봤을 때는,
나는 이미 늙어 있었다.
취해 있었고, 벗은 적도 없는 도미노를 이제는 어떻게 입을
줄도 몰랐다.


*도미노: 무도회에서 쓰는 두건, 얼굴의 상반부를 가리는 작은 가면에 붙은 외의, 또는 가장복
- P55

남자는 담배 가게에서 나왔다. (잔돈을 호주머니에 넣으며?)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형이상학 없는 에스테베스
(담배 가게 주인이 문간에 섰다.)
마치 신이 내린 본능처럼, 에스테베스도 몸을 돌려 나를
보았다.
그는 내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고, 나도 외쳤다 잘 가
에스테베스! 그리고 우주는
이상도 희망도 없이 내 앞에 재구축되었고, 담배 가게   주인은 미소를 지었다.
- P61

스승이여, 내가 당신이었다면 오로지 당신처럼 되리라
당신을 처음 들은 그 엄청나고 기쁜 시간이 어찌나 슬픈지!
그 후, 주관화된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은 피로요..
무언가를 욕망하는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은 노력이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은 거짓말이고,
모든 걸 느끼는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다.
그 후, 나는 노숙하는 거지처럼 되어 버렸지
온 동네의 무관심 때문에.
그다음에는, 뿌리 뽑힌 풀들처럼 되었지,
짚단 위에 놓여 무의미하게 줄 지어져서.
그 후, 난 내가 되었지, 그래 나 말야, 불행하게도,
그리고 나는, 불행히도, 나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아무도
아니다.
- P65

행복한 견습생,
일상적이고 평범하며 자기 할 일이 있는, 무거우면서도
그렇게 가벼운,
익숙한 자기 생활이 있어서,
만족이 만족이고 휴식이 휴식인 사람들,
잠을 잠자고,
먹을 걸 먹고,
마실 걸 마시는, 그래서 행복한

당신은 가지고 있던 평온, 그걸 내게 주자, 그게 내게는
불안이었어.
나를 해방시켜 주었지, 하지만 인간의 운명은 노예가 되는
것이었어.
나를 일깨워 주었지. 하지만 인간이 된다는 건 잠드는
것이었어.

(1928년 4월 15일) - P69

모든 이별은 하나의 죽음이라네.....
그래, 모든 이별은 죽음이지.
삶이라 부르는 이 기차 속에서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우연이겠지.
그리고 마침내 내려야 할 때가 되면 우린 모두 서운해한다.

인간적인 것은 모두 내 마음을 움직인다네. 왜냐하면 나도
인간이기에,
내 마음을 움직인다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건
사상이나 강령에 대한 친밀감이 아니라
진정한 인류와의 넓은 유대감이기에.

슬퍼하며 집을 나간 하녀가
향수 때문에 운다
그녀를 그다지 잘 대해 주지도 않았던 집을 그리워하며....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속에선 죽음이요 이 세계의 슬픔이다.
이 모든 것들이, 죽기에,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 온 우주보다 조금 더 크다.

ㅡ기차에서 내리며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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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1-13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처럼 초콜릿 색의 표지네요.
냉장고에 아껴두었던 초콜렛 하나 먹고 자야겠어요.
페넬로페님, 오늘도 많이 추웠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1-14 08:55   좋아요 2 | URL
초콜렛은 언제나 맛있어요.
자꾸 먹게되는 단점이 있어서 탈이지요^^^
날씨가 계속 추워요.
서니데이님, 오늘도 행복하시길 바래요~~

희선 2022-01-14 0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르난두 페소아는 여러 이름으로 글을 썼다는 것밖에 잘 모르는군요 작가나 나라를 알아도 좋겠지만 그걸 몰라도 함께 느끼는 것도 있겠습니다 이 시집 페넬로페 님 마음에 드시는가 봅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1-14 08:57   좋아요 1 | URL
이번에 처음 접하는데 여러 이름으로 활동했다고 하더라고요.
읽어도 정말 그 뜻을 잘 모르겠어요.
그것이 당연하고요~~
그래서 그냥 천천히 읽고만 있어요^^

페크pek0501 2022-01-18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은 나에게 순한 담배 맛.
인생을 피워 버린 것 말고는 평생 한 게 없구나.˝ - 한 게 없이 세월만 보냈구나, 를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군요. ^^
 

사람 사는 방식과 모습은 모두 달라, 각자의 배경과 사연은 다양하다. 하지만 올해만큼 코로나라는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해 사람 사는 모습이 비슷할 때가 있었던가 싶다. ‘갇혀 살았다라는 말이 일반화가 될 정도로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스스로, 또는 강제적으로 그렇게 살고 있다. 그 일반화로 시간은 2시 다음엔 3, 3시 다음엔 4시라는 기계적 역할을 할 뿐이다.

 

이 시국에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책만 좋아해서 살아남을 수가 있을까도 생각한다. 활동적이지 않고 번잡함을 싫어하는 나에게 코로나시국은 불필요하고 피곤한 인간관계를 정리해주는 좋은 일도 해주었고, 책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책은 세상 밖, 내가 모르는 것을 가르쳐준다. 인식하지 못한 것을 일깨워주어 나에게 아픔과 고통을 주지만, 소소하고 인정 넘치는 인간적인 일에 눈을 감고 모른척하게 하는 벽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책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과 복잡함이 많지만, 그럼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책이고, 아마 죽기 전까지 이것을 붙잡고 있을 것 같다.

 

알라딘 서재에 글을 쓰기 시작한지 햇수로 3년이 되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강박이 생겨 어떤 책이라도 읽기 시작하면, ‘이 책에 대해 어떻게 글을 써야하나?’라는 걱정이 앞선다. 글을 쉽게 척척 써내는 능력이 없기에 그 고민으로 책 자체를 즐기지 못할 때도 있다. 사서 고생을 한다. 나와 맞지 않는 책도 기록의 루틴 때문에 꾸역꾸역 읽지만 그런 책에 대해 좋은 글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작업들로 인해 내가 읽은 책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고, 언제나 기분이 좋다.

 

 

<2021,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좋았던 책>



 

 

 

 

 

 

 

 

 




이 두 권의 책은 장르는 다르지만 나에게 주는 의미가 비슷했다. 인간은 정치와 조직 속에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권력과 계급이 생겨나고 개인의 삶은 매몰될 가능성이 많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나 자유는 존중되지 않고 무시되어 생기는 비극과 아픔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사회가 발전되고 있지만 앞으로의 우리들에게 이러한 현상은 더 실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그녀가 여자였기에, 하루 종일 사람들은 으레 이러저러한 문제로 그녀를 찾았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원했고, 다른 사람은 저것을 원했다. 아이들은 자라고 있었고, 그녀는 종종 자신이 사람들의 감정에 흠뻑 젖은 스펀지일 뿐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그녀에게는 스스로를 알아볼 수 있는 겉껍데기조차 남지 않았다.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고, 다 써 버렸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전적인 내용이 많이 담긴 등대로에 있는 이 표현만큼 여성의 소진(消盡)을 잘 나타낸 문장이 있을까? 겉껍데기조차 남지 않게 삶을 산 램지 부인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죽는다. 램지 부인의 삶을 보며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10년째 재택근무중인 나 자신의 소진과 늙어감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었고, 많이 먹먹했다. 램지 부인의 딸은 아이를 낳다가 죽고, 그녀의 아들은 전쟁 중에 죽는다. 불행은 참 슬프고도 집요하다. 이 소설에 있는 다른 문장들도 아름답고 좋았다.




 

 

 

 

 

 

 

 

 

 


100년 전 나쓰메 소세키<그 후>에서 다이스케의 말을 빌려 작금의 현실을 얘기한다. 그 신랄한 말들은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다만 룸펜도 아닌 고등유민인 다이스케가 한 말이라 이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 많았다. 그 고민들로 지난 가을의 한 자락에 독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다이스케의 마지막 선택도 열렬히 축복해 주지 못했지만, 이 소설에서의 소세키의 시각과 비판은 여전히 좋다.

 

소세키의 소설을 올해 7편 읽었는데, 그 중 내 마음을 가장 울린 것이 이다. 책속의 문장도 좋았고, 어떤 선택에 의해 평생 주눅 들고 갇혀 살아야 하는 소스케와 오요네의 삶이 절절했다. 그들에게서 외롭고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도 볼 수 있었고, 낙인찍힌 인생들에 대한 연민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민음사와 숲 출판사의 책으로 오이디푸스 왕을 두 번 읽었다. 두 번이나 읽으면서도 왜 오이디푸스는 저렇게 괴로워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의 행동은 모두 그가 모르고 한 것이었다. 오히려 그는 운명에 의해 부모에게 버림받은 피해자라고도 생각했다. 그 후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오이디푸스 왕연극을 보면서, 인간에게는 모르고 한 행동이라도 책임을 져야 하며, 죄의식을 가져야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우메 카브레의 나는 고백한다를 읽으며 다시 한번 인간의 숙명을 인식했다. 우리는 알면서도 끊임없이 죄를 짓고, 나쁜 말을 하며, 남의 뒷통수를 치면서 살고 있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 나쁜 길로 가고 있으며, 그것은 반복된다. 그러한 본성으로 태어났기에, 이 세상이 선하고 좋으려면 우리는 내가 모르게 한 죄에 대해서도 철저히 책임을 져야 한다. 용서를 구해야 하며, 고백해야만 하는 것이다. 600년을 넘나드는 방대한 내용에 소설의 각 구비마다 놀라움과 반전이 있었던 이 소설을 쓴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책과 연결되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올해 8년차로 접어든 독서동아리의 멤버는 이제 5명밖에 남지 않았다. 6월에 우리는 필독서로 프랑켄슈타인을 읽었고, 감동을 받았으며, 5명이지만 그래도 이 모임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올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프랑켄슈타인뮤지컬을 보며 또 감사했다.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결국 1225(가족을 팽개치고) 할인 이벤트가 전혀 없는 날에 뮤지컬을 관람했다. 딸아이가 우리들을 보고 호구, 아줌마 호구라고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프랑켄슈타인뮤지컬은 뒤로 갈수록 더 감동적이었고, 무대 배경이 계속 변해 멋있었다. 뮤지컬을 보고 나서 우리들은 책을 먼저 읽은 것이 참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것이었다. 호구, 그래도 우리는 책 읽는 호구다.

















 

 





케이크와 맥주를 읽으며 케이크와 맥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으며 맥주를 마셨다.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 잘 어울렸고, 맛있었다. 그래, 책은 도끼다.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해보게 하고, 나의 얼어붙은 아집과 편견을 깨 준다. 멋진 녀석이다.

 

 

2021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도 알라딘 서재 친구분들이 있어 행복했다. 북플에 들어오면 나는 항상 미소 지으며 글을 읽고, 댓글을 단다.

내년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친구분들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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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29 19:52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등대로. 여성의 소진에 대한 문장 이란 부분 공감되는 ㅠㅠ 가족을 팽개치고 보신 프랑켄슈타인 좋으셨는지요 ㅎㅎㅎ 올 한 해 페넬로페님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만나요. 페넬로페님 *^^*

페넬로페 2021-12-31 00:28   좋아요 6 | URL
여성의 소진에 대해서는 언제나 공감되고 슬프더라고요. 뮤지컬 넘 좋았어요. 책을 읽고 봐서 더 의미 있었어요.
미니님, 내년에도 잘 따라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미 2021-12-29 19:5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넬로페님과 북친들 덕분에 가득한 한해였어요~♡♡ 독서모임 유지가 참 힘들더라구요. 8년차라니 와우 축하드려요!!⚘ 가족들 팽개치고 본 프랑캔슈타인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저도 내년에는 뮤지컬도 연극도 보러다닐래요!

페넬로페 2021-12-29 23:07   좋아요 4 | URL
올 한해 저도 북친님들 덕분에 엄청 행복했어요 ♡♡
사실 제가 독서동아리 두 개에 참가하고 있거든요. 4년차도 있는데 이 동아리가 정말 알차고 열심히 달립니다. 동아리에서 같이 책 읽으니 아무래도 독서의 영역이 넓지는 못해요.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하게 읽어야겠어요~~
내년에 미미님의 연극과 뮤지컬 관전평도 기대할께요^^

scott 2021-12-29 20:0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페널로페님이 뽑으신 책들 저도 전부 좋아하는 책들
8년차 독서모임에서 페널로페님 단연 쵝오 이실것 같습니다 ^^

페넬로페 2021-12-29 23:09   좋아요 5 | URL
맞습니다. 동아리에서 저의 열정만은 단연 최고입니다 ㅎㅎ
제가 책을 읽으며 scott님께서 올려주신 페이퍼로 도움 많이 받았어요. 언제나 감사 가득 드려요^^

새파랑 2021-12-29 20:1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의 올해의 책은 무조건 찜이죠~!! 소세기의 책을 올해 7편 읽으셨다니 많이 읽으셨군요. 전 페넬로페님을 따라서 5편 읽은거 같아요 ㅎㅎ

독서동아리 8년차라니 너무 부럽네요 ㅋ 저도 그런거 해보고 싶어요~!! 북플하면서 리뷰에 대한 압박(?)이 있긴 하지만 읽은 책을 다시 복기한다는 면에서 좋은거 같아요 ^^

내년에도 페넬로페님을 잘 따라 읽겠습니다~!!

페넬로페 2021-12-29 23:12   좋아요 5 | URL
독서동아리든 서재에 글을 쓰는 거든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새파랑님 말씀처럼 복기하고 깊이 들어 갈 수 있어 보람되고 좋은 것 같아요~~
내년에 제가 새파랑님 계속 따라 갈께요. 찜하신 책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거리의화가 2021-12-29 20:3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책은 내 안의 아집과 편견을 깨지게 해준다는 말 정말 멋져요! 독서모임 유지가 참 어렵죠 저도 간간히 함께 하는 북클럽이 있는데 작년에는 1분기밖에 진행을 못했어요. 사람들의 의지를 모으고 추진해나간다는 것이 어렵지만 모이면서 나누면 힘이 나는 일이고 서로에게 배우는 것도 많아서 좋고 그렇습니다 내년에도 화이팅입니다^^

페넬로페 2021-12-29 23:19   좋아요 6 | URL
독서모임이 책 자체가 아니라 코로나라는 악재가 겹쳐 더 힘들더라고요. 근데 같이 책읽고 의견 나누다 보면 훨씬 시너지가 커지고 정말 배우는 것도 많아서 힘들지만 모여 의견 나누고 있어요. 거리의화가님께서 참가하시는 북클럽이 내년에는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내년에도 같이 책 열심히 읽어요, 화이팅^^

책읽는나무 2021-12-29 20:5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교차되는 책의 접점이 없었군요ㅋㅋㅋ
페넬로페님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네요^^
다행히 사다 놓은 책들은 조금 겹쳐 보입니다.
사무라이는 읽다가 포기하고 반납!!!ㅋㅋㅋ
북플친님 리뷰를 읽고 도서관에서 빌려 왔었는데 아~페넬로페님의 리뷰였었단걸 이제 깨닫습니다^^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재밌었겠어요!!!
갑자기 코로나 직전에 친구들이랑(여기도 아줌마 호구였겠죠?ㅋㅋ) 곗돈 모아 뮤지컬 봤었어요.전 마리 앙뜨와네뜨 봤었어요.
김소연이 주인공였더랬는데....뮤지컬 공연 보셨다니 몇 년 전 그 시간이 떠올라 가슴이 설레었네요^^
내년에도 박차를 가하여 우리 겹치는 책들 꼭 만들어 보아요.
페넬로페님 새해 복 미리 많이 받으시와요♡

페넬로페 2021-12-29 23:23   좋아요 7 | URL
아유, 무슨 말씀을요.
제가 책나무님 열심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겹치는 책이 없어서 늘 새로운 세계를 만나서 좋아요. 그래도 내년엔 한 권이라도 우리 합체해 봅시다요~~
우리도 모은 회비로 뮤지컬 봤어요 ㅎㅎ
책나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삼수생이 꼭 대학에 합격하기를 미리 기원합니다^^

독서괭 2021-12-29 23:2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와 올해의책 페이퍼 감탄합니다. 굵직하고 멋진 작품들을 많이 읽으셨네요. <프랑켄슈타인> 빼고는 읽은 게 없고.. <등대로> 평을 보니 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뮤지컬 부럽습니다! 호구라도 좋아요 ㅠㅠ

페넬로페 2021-12-29 23:28   좋아요 6 | URL
그죠! 호구라도 우리는 가즈아~~
저의 독서영역이 좀 좁지만 그래도 제가 읽은 책이 넘 좋고 감동적 이었어요~~
독서괭님, 내년에도 같이 열심히 책 읽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12-30 00: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호구 아줌마 여기 한 명 더 추가요!!!^^ 페네로페님은 책을 정말 가슴으로 읽는다는 느낌을 찐하게 받습니다. 늘 따땃따땃해요. <세계는 왜 싸우는가>는 님 리뷰 읽고 바로 구매했는데 결국 해를 넘겨 읽어야겠습니다. <나는 고백한다> 요 책 겹쳐서 얼마나 다행인지 ㅋ
저는 올해 플친들이 많이 생겨 색다른 경험을 한 한해였어요. 말씀처럼 내년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만나요~~~^^

페넬로페 2021-12-30 09:49   좋아요 1 | URL
제가 바라는 세상이 따뜻한 유토피아거든요. 그래서 책도 그런 식으로 읽고 책의 감상까지 그 방향으로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비판능력도 별로 없어요.
책읽기님의 ‘나는 고백한다‘의 백자평 아직 기억합니다.
넘 멋져서요~~
저도 올해 많은 친구분들 만나 반갑고 행복했어요.
내년에도 같이 열심히 책 읽고 얘기 나눠요~~
책읽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1-12-30 01: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도 함께 읽고 뮤지컬도 함께 보러 가셨군요 좋은 시간이었겠습니다 다섯 사람이 남아서 더 좋을 듯합니다 사람이 많으면 함께 하기 조금 어렵기도 하잖아요 예전에 함께 하던 사람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서 아쉽기도 했겠지만...

자신이 모르고 짓는 죄도 책임을 져야 하는군요 잘 생각하면 그런 죄 덜 짓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희선

페넬로페 2021-12-30 09:54   좋아요 4 | URL
희선님 말씀처럼 5명이 되니 오히려 어디 가기도 좋고 계획한 것이 잘 실천되기도 해서 좋아요.
아마 인원수가 많았다면 25일에 뮤지컬 보기 힘들었을거예요~~
어쩌면 억울하지만 자신이 모르는 죄도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세상을 살아야 할 것 같아요, ㅎㅎ
희선님!
올해도 수고 많으셨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2-01-02 2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 놓고 읽지 못한 책도 있고, 읽고 리뷰를 쓰지 못한 책도 있어요.
독서 모임은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짧게나마 참가한 적이 있는데,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되더라고요.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점이 특히 좋았어요. ^^

페넬로페 2022-01-03 11:09   좋아요 2 | URL
언제나 저도 그래요.
읽지 않은 책이 쌓여 있습니다. 올해는 그런 집착과 욕심을 좀버리고 싶어요. 독서모임을 하면서 다른 분들의 생각과 감상을 듣는것이 참 유익하고 재미있어요^^

han22598 2022-01-05 0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많이 읽어셨네요 ^^ 독서모임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꾸준히 매달려 하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저도 2년전부터 하는 독서모임, 슬슬 시들어져가고 있는데, 그래도 계속 매달려볼 생각이랍니다. 케잌과 맥주는 조합처럼...아이스크림과도 아주 잘 어울린답니다. 특히 빵빠레 ㅎㅎㅎㅎ

페넬로페 2022-01-06 23:03   좋아요 0 | URL
독서모임이 책을 매개로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일이라 쉽지 않더라고요. 한번씩 위기가 오는데 그 시기를 잘 넘기면 또 괜찮아지곤해요. 저는 독서모임 안하는 것보다 하는게 훨씬 좋아요.
아이스크림과 맥주,
전혀 생각하지 못한 조합이예요.
당장 먹어 보겠습니다^^
han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프레이야 2022-01-05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황정민 연극 오이디푸스왕도 프랑켄슈타인 뮤지컬도 보시고 문화생활 부럽네요 페넬로페 님. 전 작년에 서울에서 앙리 마티스, 웨스 엔더슨 전시 본 게 제일 기억나고 좋아하는 뮤지컬과 연극 본 지는 꽤 되었네요. 님 3년간 참 알차고 보람되게 독서생활 해오신 게 보여요. 본받도록 하겠습니다 ^^. 독서모임 다섯 명 딱 좋아 보이네요. 올해도 으샤으샤 ^^

페넬로페 2022-01-06 23:07   좋아요 1 | URL
기회 있으면 조금이라도 문화생활 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고, 또 놓치는 것도 많아요.
알라딘 서재에 들어온 지 벌써 3년차인데 아직 많이 미숙해요.
뭔가를 많이 해내는 역량을 갖추지 못해 항상 허덕이고 제가 전교 꼴찌같은 기분입니다.
항상 프레이야님, 잘 따라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1, 정치인들의 지켜지지 않는(처음부터 지킬 생각도 없는) 선심성 공약을 좋아하지 않는다. 행동보다 말만 앞 선 사람도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 평생 호강시켜주겠다는 남편의 말도 믿지 않은지 오래다. 그런 나에게 2021년은, 내가 양치기 소년이 되는 해였다.

 

읽겠습니다.

꼭 읽어야겠어요.

찜합니다.

궁금해서 읽고 싶어요.

이 책이 감동적일 것 같아 읽어야겠네요.....

 

알라딘 서재 친구분들이 올려주시는 책에 대한 글들에 매번 이런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책을 구입하고, 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직접 가서 빌려오기도 했지만 거의 99%정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좋은 책들을 읽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서재 친구분들처럼 많은 책을 읽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읽고 싶은 욕망과 읽고자 하는 의욕이 더 앞섰다.

 

2, 올해는 도스토옙스키 작가가 탄생한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그는 1821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위대한 작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작품 하나쯤은 읽어야 작가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독서 동아리 12월 필독서로 백야가 선정되어 올해가 가기 전에 도작가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생겼지만, 사실 백야1년 전부터 내가 꼭 읽어야 할 숙제 같은 책이었다.

 

3,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는 가족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주량이 많이 약해진 탓에 맥주 두 캔 정도를 마시고 알딸딸하게 기분이 좋아진 그 때 북플을 클릭했고, 마침 scott님의 백야에 대한 페이퍼(하얀 밤에~~)가 올라와 있었다. 난 늘 하던 버릇대로, 술기운에 더 씩씩하고 호기롭게 내년에 꼭 백야읽겠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읽겠다고 다짐한 책이 수없이 많지만 왠지 백야만큼은 올해가 가기 전에 무조건 읽어야만 할 책이 되었다. 결국 이 책을 읽었고, 그저 이것으로 1년 동안 저지른 양치기 소년(페넬로페)의 행동이 모두 용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4, 표제작이 <백야>열린책들의 단편집에는 도작가의 초기작, 7편이 실려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열린책들 35주년 기념판인 ’NOON‘ 시리즈 중 한 권인 백야가 저절로 읽은 책이 된다. 뭔가를 공짜로 얻은 기분이다. 10권 중 아직까지 4권만 읽었는데 한 권이 저절로 클리어되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아직 반이나 남았다.

 

5, 백야

친한 사람도 없이 늘 혼자인 이 소설의 는 뻬쩨르부르그에서 외롭게 지내는 몽상가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 도시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생각에 빠지며 자신만의 몽환적인 세계를 만들어 그 속에 칩거한다. 백야로 날이 저물지 않던 밤에, 그는 우연히 나스쩬까라는 여인을 만난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달라는 나스쩬까에게 자신은 <몽상가>라고 소개한다.

 

[나는 타입입니다...타입이란, 글쎄요, 독창적인 인간이죠. -p245

이 모퉁이에서 영위되는 삶은 우리 주변에서 끓어 넘치고 있는 삶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것은 이 심각하기 짝이 없는 우리 시대가 아니라 저기 어딘가 먼 미지의 왕국에서나 있을 법한 삶입니다. 그것은 말입니다, 순수한 환상과 불타는 이상에 둔감하고 산문적인 어떤 것, 유감스럽게도 나스쩬까, 그리고 믿을 수 없이 범속하다곤 할 수 없지만 좌우간 평범한 어떤 것이 혼합된 그런 삶입니다. -p247]

 

그는 나스쩬까와 만난 두 번째 밤에 장장 책 20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몽상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삶을 얘기해준다. 그가 타입으로의 몽상가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것은 선택만으로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몽상가라는 것이 자신의 기질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도 도시를 벗어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 핀으로 옷이 연결되어 할머니 옆에서만 머물러야만 하는 나스쩬까... 고통과 상처로 반복되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안정적으로 땅에 발을 붙이고 살 수 있는 현실적인 삶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환경에 의해 저절로, 또는 스스로 이방인이 된 사람들에게 몽상이나 망상은 감정의 자극도, 신기루도, 공상의 기만도 아니고 정말로 현실에 존재하는 진정하고 본질적인 것이라 믿고 싶은(p257)”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선택된 몽상에는 후회와 초조함도 존재한다.

 

[세월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가! 그리고 또다시 묻습니다. 그래, 너는 이 세월 동안 무엇을 했는가? 너의 황금 같은 세월을 어디다 묻어 버렸는가? 살아 있었던 거냐 아니냐? 그런 다음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조심하라고, 세상은 점점 냉혹해지고 있어 몇 년 더 지나면 또, 우울한 고독이 뒤따를 거야.....

, 나스쩬까! 혼자, 전적으로 혼자 남는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겠지요. 심지어 아쉬워할 것조차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잃어버린 모든 것도, 지금의 모든 것도,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어리석고 동그란 원, 그저 한낱 꿈이었으니까요! -p263~264]

 

전혀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로 인해 혼자 산책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 역시 백야의 나처럼 길을 걸으며 사람들을 관찰하는 경우가 있다. 몽상에 자주 빠지며,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마스크 속의 숨겨진 입으로 어떤 말이 나올 때도 있다. 이 시국에 다들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이 도시의 변화는 끝이 없다. 내가 사는 곳을 경계로 새로 생긴 신도시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고층의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그곳에 많은 것이 생기니 이곳도 낡은 건물이 헐려 새 건물이 들어서고 리모델링의 현수막이 걸린다. 세상의 모든 것이 들썩인다는 느낌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뻬쩨르부르그가 그랬고, 나쓰메 소세키의 도쿄가 그랬으며 지금 나의 도시가 그렇다. 그 들썩임에 동참할 수 없는 사람들은 200년 전, 100년 전, 지금도 존재하고 아무도 그 아우성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세상은 발전하고, 아프리카에서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을 넘겨받아 폐기하고, 한국의 대선 정국은 진흙탕에 떨어진 쓰레기보다 못하다. 이런 세상에서 인간에게 몽상이라는 것마저 없다면 모두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화자와 나스쩬까는 그들이 만난 네 번의 밤 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한다. 그는 그녀를 운명적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로 인해 현실적이고 평범한, 남들이 사는 것처럼 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나스쩬까가 그녀의 연인에게 가버리고 그는 다시 혼자가 되고 좌절한다. 소설의 끝은 우울하고 처량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나스쩬까와 함께한 네 번의 밤을 행복하게 추억하고 나스쩬까를 축복해준다.

 

6, 츠바이크는 도작가의 <백야>자유인으로서 오직 창작의 기쁨을 위해서만 집필한 최후의 작품이고, 그 이후로 그에게 있어 작품을 쓴다는 것은 돈을 벌거나 변상을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아름다운 밤이고, 우리가 젊을 때에만 만날 수 있는 그런 밤(p225)”처럼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은 젊은 도작가가 느껴진다. 7편의 중,단편은 첫 작품인 가난한 사람들이 크게 성공한 후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기 전 구상되고 간행된 것이다. 소설 속에서 격렬한 도스토옙스키적인 것을 잠깐 만나지만, 순수하고 결말이 예상되는 부분이 더 많다.  번역자 석영중의 해설에 의하면 그 당시 작가는 공상적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의 인물들은 선함과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지만 자신보다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기꺼이 선량함과 가진 것을 나누어준다. “불행할 때 우리는 타인의 불행을 더욱 강렬히 느끼는 법이니까.(p282)", 불행이 불행을 감싸고 위로해 준다. 이것이 지금의 우리들에게 도스토옙스키가 던지는 물음이자 바램이다.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쳐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중에서]




 

 

 

 

 

 

 

 

 

 




7, 도스토옙스키를 쓰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한 번 읽어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소설 속에 나오는 시대와 배경이 우리와 달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가 표현해내는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은 정상적이 아닐 때가 많다. 그의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스토옙스키의 삶을 먼저 들여다보아야만 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도스토옙스키를 쓰다는 츠바이크가 얼마나 그의 작품과 인생에 깊이 들어갔는지를 알 수 있다. 도작가의 연대기에서부터 그의 육체적 고통(간질에 의한 발작), 도박 중독, 작중 인물, 신에 대한 고뇌 등을 여러 각도에서 표현해 냈다. 괴테, 오스카 와일드, 톨스토이, 푸쉬킨과 비교했고, 도작가와 발자크 소설의 인물들을 분석했다. 이 작고 얇은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단어와 문장들을 음미하며 천천히, 반복해서 읽어야만 한다. 그렇게 읽다보면 도스토옙스키와 츠바이크라는 두 거장을 동시에 만나게 된다.

 

[도스토옙스키는 내면에서 체험하지 않는다면 전혀 이해될 수 없는 그런 작가인 것이다. 가장 깊숙한 곳, 우리 존재의 영원하고 뿌리와 같은 곳에서만 우리는 도스토옙스키와 관계하기를 희망한다. -p10]

 

8, 도스토옙스키-대문호의 삶과 작품

짧은 시간에 도작가 전반에 대해 알고 싶을 때, 그래픽 노블 도스토옙스키는 너무 좋은 책이다. 그의 일생과 작품이 일목요연하게 들어있어 한 눈에 잘 이해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책 마지막에 있는 작가 연보는 도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옆에 두고 참조하면 좋을 만큼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작가 비탈리 콘스탄티노프의 아버지가 도스토옙스키의 광적인 팬이어서 작가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도선생의 소설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어떤 것에 대한 표현과 성취는 그것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작가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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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12-24 03:2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 친구들이여!!!!
메리 크리스마스♡♡♡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래요😊💕

그레이스 2021-12-24 07:14   좋아요 5 | URL
메리 크리스마스~!
🎄

페넬로페 2021-12-24 12:21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행복하고 즐거운 성탄 보내시기를요♡♡♡

책읽는나무 2021-12-24 07: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양치기 알라디너님들이 계셔 더 재미난 세상!!^^
백야...저도 읽어봐야 겠어요.그럼 저도??ㅋㅋㅋ
페넬로페님!! 메리 크리스마습니다^^

페넬로페 2021-12-24 12:23   좋아요 5 | URL
ㅎㅎ~~
우리 모두는 양치기 소년들?
책읽는나무님,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셔요^^

다락방 2021-12-24 07: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페넬로페 님. 페넬로페 님이야말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게 만드시는데요? 저 지금 이 페이퍼 읽고 당장 백야와 츠바이크 책 장바구니에 담으러 갑니다. 다만 구매는 참았다가 1월로 넘기자, 라고 지금 현재는 생각중인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네 번의 밤 그리고 그녀를 축복하는 그 마음을 도스트예프스키가 얼마나 잘 썼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갑자기 <가난한 사람들>도 생각나고 말이지요.

페넬로페 님, 메리 크리스마스!

페넬로페 2021-12-24 12:29   좋아요 4 | URL
다락방님, 우리 모두는 물고 물리는 그런 관계들인거죠? ㅎㅎ
백야에 대한 다락방님, 폐이퍼 넘 기대됩니다. 그 상황을 표현한 글 들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다락방님, 메리 크리스마스^^

새파랑 2021-12-24 08:0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이퍼는 멋진 도선생님 컬랙션이네요~!! 역시 약속은 (시간이 오래걸리더라도) 지킨다는 멋진 페넬로페님~!! 저도 이번주말에는 열린책들 35주년 백야를 다시 읽어야 겠어요 ^^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1-12-24 12:32   좋아요 5 | URL
우리가 워낙에 도선생님을 좋아하니 그의 작품에 좀 더 깊이 들어가고 싶어 다른 책들을 곁들였어요~~
내년에도 도선생님의 책을 몇 권 더 읽을 예정이예요^^
백야는 반복해서 읽어도 좋았어요.
새파랑님, 메리 크리스마스**

coolcat329 2021-12-24 08: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멋진 페이퍼,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내년엔 백야 읽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1-12-24 12:35   좋아요 5 | URL
제가 드린 크리스마스 선물 잘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백야는 내년에도 나타날 것이니 언제라도 읽으시면 좋겠어요~~
쿨캣님, 메리 크리스마스!
즐겁고 행복한 성탄 보내시길 바래요^^

scott 2021-12-24 10: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의 열정 페이퍼!
도끼옹의 백야는 제가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꺼내 읽는 작품 입니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_/)
⠀(。ˆ꒳ˆ)⠀
ଫ/⌒づ🎁


  

페넬로페 2021-12-24 12:39   좋아요 3 | URL
이제야 그 약속을 지켰네요
사실 저는 그 다음 날 백치인지 백야인지 좀 헷갈렸어요~~ㅎㅎ
scott님, 올해도 정말 고마웠어요.
즐거운 성탄 보내시길 바래요^^

mini74 2021-12-24 10: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양치기 소녀 여기 추가요 페넬로페님 ㅎㅎ 늑대에게 이미 물렸어요. ㅎㅎㅎ 러시아사람들이 도선생부심 가질만 하다고 생각해요 ㅎㅎ 페넬로페님 메리크리스마스 ~ 그리고 내년에도 친하게 지내요 ㅎㅎ 초딩때 사실 국딩이지만 카드에 꼭 이 말 썼던 기억이 납니다.

페넬로페 2021-12-24 12:42   좋아요 5 | URL
아이 미니님은 절대 양치기 소녀가 아니랍니다. 우리를 양치기 소년으로 만드시는 특별한 분들 중 한 분 이신거죠!
내년에도 미니님의 열정, 따라가고 싶어요~~
미니야, 우리 내년에도 친하게 지내자♡♡
저도 이 말 많이 썼어요~~
왠지 좋고 촉촉해지기도 하네요^^

미미 2021-12-24 16:01   좋아요 4 | URL
아이참~♡ 미니님도 저랑 똑같이 말씀하셨네요ㅎㅎ양치기 🐑 모임 만들어야하는거 아니예요?🤭

페크pek0501 2021-12-24 13: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릴케의 한 구절이 가슴을 팍 찌르네요. 슬픔으로 가득 찬 적이 있었기에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거죠.
고독은 어려워서 좋은 것입니다, 도 릴케의 말로 알고 있어요. 그의 책에서 읽었죠.

도스토와 함께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책이 있어 행복한 우리가 되자고요...

페넬로페 2021-12-24 14:12   좋아요 6 | URL
네, 저도 릴케의 말이 도작가가 던지는 메시지와 비슷해서 인용했어요~~
페크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연말도 책이 있어 좋고, 그것을 공감해주는 친구분들이 계셔서 더 든든합니다^^

미미 2021-12-24 15: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지금에야 읽었네요!!
여러곳에서 공감되어 감탄사가 절로나오고 두번 빵 터졌어요ㅎㅎㅎ 여기 양치기 소녀도👧 추가해주세요🖐 내년에는 약속보다는 실천하는 삶을 살고싶어요(약속아닌 바램)
페넬로페님~♡♡ 해피 크리스마스!! 🌟 🎄 🎅

페넬로페 2021-12-24 15:56   좋아요 4 | URL
제가 크리스마스에 미미님 두 번 즐겁게 해드려 좋은데요 ㅎㅎ
미미님은 양치기 소녀가 절대로 아닙니다~~
저도 내년엔 약속보다는 실천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미미님, 메리 크리스마스!
즐겁고 행복한 성탄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2-24 23: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은 많지만, 시간상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로 다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올해 책 많이 읽으셨을거예요.
페넬로페님,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날씨가 많이 춥네요.
가족과 함께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페넬로페 2021-12-24 23:40   좋아요 3 | URL
제가 책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천천히 읽으니 또 좋은 점도 있더라고요^^
서니데이님, 크리스마스 이브에 행복하고 즐거우시기를 바래요^^
메리 크리스마스!
축복 많이 받으시길^^

희선 2021-12-25 02: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릴케가 보낸 편지 저 부분 봤어요 그거 보고 그렇겠지 했는데, 저 말을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보고 하기도 하는군요 지난해에 한 말 《백야》 읽겠다는 말은 지키셨네요 다른 것도 천천히 보다보면 다 보시겠지요 코로나여도 세상은 빠르게 바뀌어 갑니다 이럴 때 몽상이 없으면 어떻게 하겠어요

페넬로페 님 성탄절 마음 따듯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1-12-25 08:14   좋아요 4 | URL
희선님과 제가 같은 책에서 아마 릴케의 편지 부분을 본 것 같아요.
네, 다른 책도 천천히 읽으면 꾸준히 읽어 나가려고 해요.
희선님,
코로나 시국이지만 마음만은 즐겁고 행복하게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래요^^

행복한책읽기 2021-12-25 14: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소년이었어요?? 레알루?? ㅋㅋ 양치기로 물고 물리는 플친들인건가요. 저는 저런 댓글들 거의 지키지 못했습니다.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아 북플을 떠나야 하나 싶은 때도 있다는^^;; 페넬로페님의 이런 완성도 높은 페이퍼 써내는 열정과 재능 차암 부럽습니다. 저는 안나카레니나 읽고 츠바이크 톨스토이 평전 빌렸으나 읽지 않고, 혹은 못하고 있다는. ㅠㅠㅠ 마지막 문장 완전 공감이요. 암요, 사랑하면 보고 싶고 읽고 싶고 쓰고 싶죠. 제게 사랑이 부족했던 거였네요.^^;;; 성탄절 남은 시간 행복하게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12-25 21:39   좋아요 0 | URL
ㅋㅋ
소년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페넬로페입니다~~
책읽기님!
제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주셨어요.
정말 감사해요**
책읽기님의 글로 기분도 좋고 항상 글 쓰기 힘들어 하는 저를 격려해 주셔서요^^
책읽기님!
크리스마스에 행복하고 행운 가득한 축복 받으시길 기원 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서니데이 2021-12-25 2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날씨는 오늘 더 추운 것 같아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페넬로페 2021-12-25 21:42   좋아요 2 | URL
오늘 정말 춥더라고요~~
오늘 밖에 나갔다 왔는데 추워서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 지더군요!
서니데이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계시죠?
우리 남은 시간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요♡♡♡

희선 2021-12-29 0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또 찾은 노래
https://blog.aladin.co.kr/798715133/12248217

은하철도의 밤을 봐서
https://blog.aladin.co.kr/798715133/12277734

우연히 알게 된 음악
https://blog.aladin.co.kr/798715133/12440449

누구를 위해 사랑은 울리나에서 이어진 노래
https://blog.aladin.co.kr/798715133/12665789

우산 잘 챙기기
https://blog.aladin.co.kr/798715133/12730315

아라시와 요네즈 켄시
https://blog.aladin.co.kr/798715133/12766967


페넬로페 님이 일본말로 하는 노래 거의 못 들어보셨다고 해서 제가 올린 거예요 하나가 아니고 여러 곡이지만, 시간 있으실 때 한번 들어보세요 예전에 올린 것도 있기는 한데 그건 찾기 힘들어서... 첫번째 두번째는 같은 사람이 한 거네요 첫번째 거 Lemon은 한국 사람이 커버한 영상도 있더군요 저는 어쩌다 알게 된 노래 찾아보고 들어보기도 해요 제목 보고 어떤 노랠까 하고 들어볼 때도 있군요

한국말로 옮긴 건 자연스럽지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구나 하는 뜻으로 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1-12-29 10:24   좋아요 0 | URL
희선님!
정말 감사드려요~~
한 곡 한 곡 잘 들어볼께요♡♡
 
















[어머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하느적, 수프 한 술을 입에 흘려 넣으시고는 태연히 얼굴을 돌려 부엌 유리창 너머 흐드러진 산벚꽃에 눈길을 보냈다. -p7

 

그러고는 무심히 여기저기 곁눈질해 가며 하느적 하느적, 마치 작게 날갯짓하듯 스푼을 움직이는데 한 방울의 수프도 흘리지 않고, 후루룩하는 소리도 접시 긁는 소리도 전혀 내지 않는다. -p9]

 

그때, 고등학교 국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왜 사양얘기를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 뒤의 맥락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선생님이 사양에서 수프를 먹는 여인의 모습이 제일 우아하다고 말씀하신 것만 기억난다. 아니면 당신이 읽은 책 중에 수프를 먹는 모습을 서술한 것 중에서 사양에서의 표현이 가장 우아하다고 하셨는지도 모른다. 국어 수업시간에 국어 선생님이 문학 작품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내 눈에 그녀는 선생님이라기보다 그냥 평범한 아줌마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꼬불꼬불한 짧은 파마머리에 매번 똑같은 투피스를 입고, 아주 세고 거친 말을 많이 하시던 분이라 그분의 입에서 나온 국어 시험용이 아닌 문학은 나를 놀라게 했다. 거기엔 나이 먹은 사람의 감성을 무시하고픈 10대의 자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놀라움과 궁금증으로 만난 사양은 내가 처음으로 읽은 일본소설이다. 어렴풋이 어머니가 수프 먹는 장면만 기억나는 걸 보면 난 분명 그 책을 다 읽지 않은 것 같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어쩌면 그때의 국어 선생님보다 더 나이를 먹고, 더 아줌마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내가 다시 읽은 사양은 쓸쓸하고도 새로웠다.

 

수프를 먹는 장면은 사양의 제일 첫 부분에 나온다. 몰락한 귀족 계급의, 전쟁을 겪고 돈이 없어 도쿄의 나시카타초에서 이즈의 산장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던 가즈코와 어머니는 그곳에서 외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귀족적 삶에 익숙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육체적 노동도,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다. 생활력이 없는 이혼한 여성인 가즈코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부잣집의 가정교사 겸 하녀가 되는 것과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해 경제적 후원을 받는 것이다. 말 그대로 기우는 해이다. 옷가지를 팔아가며 살아야하는 그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며 쓸쓸하고도 처량하게 살아간다.

 

[이 산장의 평온은 죄다 거짓이고 허울에 불과하다고, 속으로 생각할 때조차 있다. 이것이 우리 모녀가 신께 받은 짧은 휴식 기간이라 해도, 이미 이 평화에는 뭔가 불길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소리 없이 다가와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머니는 행복을 가장하면서 나날이 쇠약해지고, 내 가슴속에 깃든 살무사는 어머니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살이 오른다. 나는 요즘의 이런 생활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지곤 한다. -p29]

 

전쟁이 끝나고 남방에서 돌아온 가즈코의 동생 나오지는 고등학교 때부터 마약에 절어 살았으며 나약하고 생활력 없기는 마찬가지인 도련님이다. 그는 계속해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어머니와 누나 가즈코를 괴롭히며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방탕하게 살아간다. 그가 쓴 박꽃 일기를 읽은 가즈코는 길이 막혀 무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p76)' 동생의 괴로움을 이해한다. 그래서 그녀는 차라리 큰 맘 먹고 불량해지면 어떨까를 생각한다. 자신도, 동생도 어머니도 그냥 불량하게, 그것도 딱지 붙은 불량(p91)‘으로 살기를 원한다. ’딱지 붙은 불량이란 단어가 생소하지만, 약간은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귀족적인 삶을 포기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수도 없는 인생이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이 딱지 붙은 불량이 아닐까? 여태껏 가졌던 허울을 내려놓고, 자유로운 의지로 살 수 있는 것이 딱지 붙은 불량인 것이다.

 

가즈코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6년 전에 만나 잠깐의 키스를 나눈 동생의 지인인 소설가 우에하라를 계속 마음에 두고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녀는 우에하라를 통해 딱지 붙은 불량을 실천하고자 한다. 그것은 자신의 아이를 낳는 일이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낡은 사상을 모조리 파괴해 나가는 저돌적인 용기를 가진(p107) 로자 룩셈부르크를 따라 도덕을 거스르고자 한다. 마태오복음에서 예수가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여행 보따리도 여벌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말고 박해를 각오하라던 그 말씀을 새기며 가즈코는 출사표를 던진다. 예수는 그들이 미움 받을 것이지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가즈코는 자신을 예수의 가르침을 받는 제자라고 생각한다. 유부남에다 술꾼인 우에하라를 다시 만나지만 그는 그녀에게 실망만을 안겨준다. 하지만 작전, 개시를 시작한 그녀에게 멈춤은 없다. 그대로 직진하며 그는 그의 아이를 갖고 나오지는 자살한다.

 

사양은 나이 들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래야 가즈코와 나오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다시 읽은 사양은 읽는 내내 나를 여러 감정에 사로잡히게 했다.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하고를 반복하다 마지막 나오지의 유서에서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사람을 안다는 것, 그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배경과 속까지 다 들어가 봐야 한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 ’사양을 지금 현재의 시각으로 읽거나 평가해서도 안 된다. 여성주의의 시각으로 본 가즈코는 결코 이해받지 못할 여자이다. 그냥 그 시대로, 몰락한 귀족 가문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성으로 그녀를 만나야만 한다. 대책 없고, 기가 차지만 그녀의 계획은 그 시절에 할 수 있었던 한 여성의 몸부림이자 세상에 내딛는 용기 있는 발자국이다. 1900년대 초에 쓰여진 나쓰메 소세키소설 속의 여인들보다 1947년에 간행된 사양속의 여성인 가즈코는 훨씬 더 선구적이다. 남성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많다. 가즈코가 선택한 방법보다는 낡은 도덕과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녀의 혁명을 보아야만 한다.

 

다자이 오사무1947년에 사양을 내 놓고 1948년에 자살한다. 이 책 마지막 부분의 나오지의 유서는 다자이 오사무가 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인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세상의 사람들을 얼마만큼 깊이 이해하고 살고 있나를 생각했다. 나의 지인의 딸은 중학교 때 왕따를 당했다. 아이가 중3이라 지인은 매일 딸아이를 학교로 데려다주며 조금만 참아라, 견디라고 했다.(물론 무조건이 아닌 여러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어느 날 그녀는 학교 교문으로 들어가는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딸아이를 불러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더 이상 학교로 들여보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이는 자퇴를 했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채로 이번에 수능을 치렀다. 어쩌면 그녀가 딸아이를 불러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 순간부터가 그 아이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한 첫 시도였을 것이다. ‘나오지의 유서를 읽으며 그 아이가 생각났다. 우리는 누구나 나오지의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참고 살아간다. 또한 세상에 동화되지 못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낙오자로 만든다. 힘들다고 하는 사람에게 너만 힘든 것이 아니라고 한다.

 

[나는, 나라는 풀은 이 세상의 공기와 햇빛 속에서 살기 힘듭니다. 살아가는 데에 뭔가 한 가지, 결여되어 있습니다. 부족합니다. 지금껏 살아온 것도 나로선 안간힘을 쓴 겁니다. -P147

 

나의 자살을 비난하고 그래도 끝까지 살았어야 했다고 하면서 내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은 채 의기양양한 얼굴로 혀끝으로만 비난하는 사람은, 폐하에게 과일 가게를 해 보시라고 태연히 권할 만큼 대단한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p151

-'나오지의 유서중에서]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의 집안이 급속도로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을 때 평소 애독하던 러시아 작가 체호프의 벚꽃 동산을 떠올렸다.(p165, 역자 해설에서) 본문에서도 체호프와 벚꽃 동산은 여러 번 언급된다. 격변하는 세상에 의해 몰락해서 자신의 집을 떠나야 하는 설정과 가즈코라넵스카야 류보비 안드레예브나두 사람의 성격이 비슷하다. 생활력이 없고 동정심이 많으며 대책 없는 귀여움을 두 여인은 지녔다. 그러나 류보비 안드레예브나보다 가즈코가 훨씬 더 혁명적이고 세상에 대해 저돌적이다. 가을부터 계속해서 읽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과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은 많이 다른 느낌이다. 소세키의 글이 정돈되고 아름다운 하이쿠 같다면,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은 감성적이고 보다 더 격정을 불러일으킨다. 둘 다 우열을 가리지 못할 만큼 좋다. 다음엔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읽어야겠다.

 

[혁명은, 대체 어디서 일어나고 있을까요?

적어도 우리들 주변에서 낡은 도덕은 여전히 그대로 털끝만큼도 바뀌지 않은 채,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바다 표면의 파도가 아무리 요동친들 그 밑바닥의 바닷물은 혁명은커녕 꿈쩍도 않고 자는 척 드러누워 있을 뿐인걸요. 하지만 전, 지금까지의 1회전에서는 낡은 도덕을 아주 조금이나마 몰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태어날 아기와 함께 2회전, 3회전을 싸워 나갈 작정입니다.....

혁명은 아직, 전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더욱더 많은, 안타깝고 숭고한 희생이 필요한 듯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희생자입니다. -P163~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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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26 19: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의 사양 리뷰
담달 당선작 리뷰로 뽑힌다에 한표🖐 검 ^^요^^

페넬로페 2021-11-26 19:27   좋아요 4 | URL
에고, 무슨 말씀을요~~
매번 힘들게 한 편씩 올리고 있어요 ㅠㅠ

scott 2021-11-27 00:21   좋아요 2 | URL
다자이 오사무 개인의 찌찔함을 떠나서

<사양>은 그의 작품 중 쵝오의 명작 입니다
그러나 전,,,세상을 더 살아 봐야
페넬로페님이 느끼셨던 감정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수시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보는 건 <만년>! ^^



페넬로페 2021-11-27 00:33   좋아요 2 | URL
나이 들어가니 세상에 대한 이해가 커져가는데 그게 저 자신의 성숙인지 아님 무관심 또는 무심함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ㅎㅎ
만년은 첫부분 조금 읽었어요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시무룩해져요^^

새파랑 2021-11-26 19: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께 추억이 있는 책이었군요. 저도 <사양> 너무 좋아해요. 읽으면서 그냥 우울해졌던 책이었어요. 참 사람 속은 알 수 없는것 같아요 ~ 벚꽃동산도 완전 좋아요~!!

페넬로페 2021-11-26 19:30   좋아요 4 | URL
이 책에 대한 별점이 1개도 있더라고요. 근데 전 뚝심있게 5개^^
두 번 읽었는데 좋았어요~~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더라고요^^
새파랑님, 벚꽃 동산 어디 출판사로 읽으셨나요?
지만지 책은 번역이 좀 별로예요~~

scott 2021-11-26 19:32   좋아요 4 | URL
벚꽃 번역 열린 추천합니다 ^^

새파랑 2021-11-26 19:33   좋아요 4 | URL
저도 열린으로 읽었어요 ^^ 저도 사양 별 다섯개~!!

scott 2021-11-26 19:38   좋아요 4 | URL
사악한 가격 지만지 원본 축약번역입니다

미미 2021-11-26 19: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아..여러모로 감동적인 리뷰입니다. 읽으면서 어쩐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 떠올랐는데 그의 작품이었군요!
페넬로페님의 리뷰는 벚꽃동산과 세트로 읽고싶어지게 만드네요. 좋은 리뷰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1-11-26 20:32   좋아요 4 | URL
저는 아직 ‘인간실격‘은 읽지 않았는데 작품에 작가의 경험이 많이 들어가 있는것 같아요^^
벚꽃 동산은 다른 버전으로 읽어 볼 생각입니다~~

stella.K 2021-11-26 20: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참, 읽을 건 많고 시간은 없고 시간은 없고. 좌절입니다.
일본 문학을 읽는다면 정말 소세키나 오사무, 야쓰나리는 기본으로
읽어 줘야할 텐데 죽기 전에 읽을 수도 있을랑가 모르겠습니다.ㅠ
솔직히 오사무는 글을 너무 잘 쓰긴 하는데 우울한 게 좀 마음이 쓰여요.
내 영혼에도 영향을 미칠까 봐.ㅋㅋ

어느 집 어머닌지 모르겠지만 잘하셨다고 봐요.
모든 아이들이 다 학교를 좋아하는 건 아니죠.
아이들에게 학교 말고도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잘 적응하고 살면 되는 거잖아요.
벌써 그 아이가 수능을 치뤘다니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네요.^^

페넬로페 2021-11-26 22:07   좋아요 6 | URL
정말 읽을 책이 너무 많아 좌절되는 기분, 잘 알아요.
그냥 포기하고 천천히 가려고 합니다. 어차피 저는 빠른 속도로 책을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지인이 그런 결정을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마음을 제가 조금이라도 아는지 모르겠어요.
자식 키우기 어렵습니다 ㅠㅠ
이번 수능 엄청 어렵다고 하는데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어요^^

mini74 2021-11-26 23: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니의 모습이 우아하지만 슬펐어요 마지막 지는 해의 노을이 슬프게 아름다운것처럼요. ㅎㅎ 읽고 우울했던 기억도 나네요 페넬로페님 글 읽으니 또 새롭고 좋네요 *^^*

페넬로페 2021-11-27 00:06   좋아요 3 | URL
네, 정말 그렇죠!
어머니의 모습에서 슬픔이 많이 느껴졌어요. 읽으면서 저도 많이 쓸쓸하고 마음 아팠는데 제가 가즈코의 앞날을 너무 역동적이고 씩씩하게 본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scott 2021-11-27 00:25   좋아요 4 | URL
사양 작품 속 인물들이
찌질이 다자이 애인 오타 시즈코 집안 사람들 이야기로 다자이가 몰래 몰래 시즈코의 일기를 훔쳐 보면서 작품 구상을 하고 체홉 벚꽃 동산에 영향을 받아 완성 했다고 합니다
사양의 가즈코는 시즈코 ^^

페넬로페 2021-11-27 00:36   좋아요 4 | URL
그런 사연이 있군요.
작가들은 뭔가가 있으면 써야하는 거군요^^

희선 2021-11-27 00: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 책과 상관없이 지금 그래야 할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네요 해가 저물가는 걸 먼저 생각하고... 가즈코는 나름대로 살려고 했군요 지금 사람이 보면 꼭 그래야 할까 할지도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면 학교에 가기 싫겠습니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하지만 그 조금이 아주 길게 느껴질 테니...


희선

페넬로페 2021-11-27 01:00   좋아요 4 | URL
희선님 말씀대로 저무는 해를 관조하며 감상할 수도 있었을것 같아요. 근데 그러기엔 가즈코가 불쌍해 급히 나름의 혁명으로 제가 내보낸것 같아요 ㅎㅎ

희선 2021-11-30 03: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직 2021년 한달 남았네요 한달하고 하루... 십일월 마지막 날이에요 비 오고 눈 오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비보다 눈이 오면 좋겠습니다 겨울이니... 아직 눈 한번도 못 봤습니다 첫눈 십일월에 왔는데...

페넬로페 님 십일월 마지막 날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1-11-30 08:45   좋아요 3 | URL
새벽에 눈을 뜨니 비가 오고 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눈보다는 비를 더 좋아해서 반가웠어요.
모든것이 건조한 때라 비로 촉촉해지는 느낌이 좋았어요.
벌써 11월의 마지막 날이예요.
올해가 이제 한 달 남았으니 마무리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희선님께서도 의미있고 행복한 올해의 마지막 달 보내시길 바래요^^

페크pek0501 2021-12-02 14: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양을 두 번 읽었죠. 이 책 말고 다른 책으로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페넬로페 2021-12-02 18:04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연달아 두 번 읽었는데 이상하게 책들은 두번째 읽을 때 훨씬 좋아지더라고요^^

서니데이 2021-12-02 22: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에서 나온 다자이 오사무의 책 표지도 예쁘지만, 이 책도 표지가 좋네요.
벚꽃 동산, 도 생각났었는데, 여기서는 벚나무 동산이군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1-12-02 23:49   좋아요 2 | URL
일본 작품은 출판사마다 그 분위기에 맞게 디자인을 잘하는 것 같아요. 보통 ‘벚꽃 동산‘으로 제목이 되어 있는데 지만지는 ‘벚나무 동산‘ 이라고 제목 붙였어요.
오늘은 낮에, 저녁때 아주 잠깐 비가 왔어요. 겨울 날씨가 추우면서도 변덕도 부리네요.
서니데이님, 감기 조심하세요^^

서니데이 2021-12-03 1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영하는 아닌데, 체감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바람이 차가운 날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입으세요.
페넬로페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넬로페 2021-12-07 22:19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제가 이 글을 이제서야 봐요~~
항상 제 서재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감기 조심하세요^^

독서괭 2021-12-07 22: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보다도 페넬로페님이 쓰신 국어선생님 일화와 지인의 딸 이야기 때문에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차마 딸을 더이상 학교로 들여보낼 수 없었던 그 마음이 어땠을지... 가슴 아파요ㅠㅠ

페넬로페 2021-12-07 22:20   좋아요 1 | URL
네, 그때 그 지인이 울먹이며 하는 말에 넘 맘이 안좋았어요.
사양도 그렇게 맘이 아픈 책이더라고요^^
 














도서관 가는 길이 아름답다. 온 천지가 단풍으로 물들었고, 약간 춥지만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들어 좋다. 많이 걷기 위해 언젠가부터 집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이 아니라 30분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교육청 소속의 구립 도서관에 다닌다. 그곳은 웬만한 책은 거의 구비되어 있고, 희망도서를 신청해도 2주 만에 도착 알림을 주어 이용하기에 편한 장점도 있다. 도서관에 도착해 체온을 재고, 핸드폰으로 QR체크를 하고 매번 그렇듯 서가가 있는 2층이나, 3층으로 올라가야 했지만 오늘따라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에 눈길이 갔다. 언제부터 이것이 서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 뭐 읽지? 나도 몰랐던 나의 도서 취향은?”이라는 문구에 혹해 햄버거 가게에 온 것처럼 스크린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요즘 가장 관심이 많은 것은 무엇인가요?

-여행, 진로, 기획 마케팅, 리더십, 지식 상식, 정치/사회, 시간관리, 심리 (시간관리)

 

요즘 어떠세요?

-슬퍼요, 이별했어요, 외로워요, 답답해요, 불안해요, 사랑하고 있어요, 힘들어요, 떠나고 싶어요, 용기가 필요해요, 행복해요, 무기력해요, 심심해요, 고민이 있어요, 힐링이 필요해요.

(힐링이 필요해요)

 

지금 연애 중인가요? 아니면 결혼을 하셨나요?

-선택 안함, 솔로, 연애 중, 결혼 생활 중...(결혼 생활 중)

 

나이대는 어떻게 되세요?

-10, 20, 30, 40, 50, 60, 70, 어린이 (비밀)

 

당신의 성별을 알려주세요!

-여성, 남성 (여성)

 

책을 읽을 때 선호하는 장르가 있나요?

-문학, 실용, 아무거나 (문학)

 

질문 받는 순서대로 터치하자 마지막 스크린에 4권의 책이 나에게 제시되었다. 그 중 한 권이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이었다. 시간관리에 이 책이 필요하다고? 많이 의아했지만 나머지 책들은 별로 읽고 싶지 않았고,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너무 좋게 읽었던지라 결국 이 책을 빌려왔다.

 

최은영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7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제목의 소설은 없지만 표제로 이 문장이 사용되는 이유는 알 수 있었다. 일곱 편 소설의 소재와 장소는 모두 다르지만, 그것은 연결되어 있었고, 작가가 하고 싶은 말들이 소설들 속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었다.

 

[나는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고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주는 고통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몸으로 느꼈으니까....

 

나쁜 어른, 나쁜 작가가 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쉽게 말고 어렵게, 편하게 말고 불편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느끼고 싶다. 그럴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 될 수 있기를. -p324]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불편하다. 쉽지 않고 어렵다. 가족, 친구, 연인 사이에, 그리고 학교, 사회에서 무수히 자행되는 폭력이 있고, 상처가 있으며, 사람과의 어긋나고 이해되지 못하는 관계가 있다. 내가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그 사람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얼마까지의 인내를 가지고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주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나 자신의 아픔과 고통은 뒤로한 채, 타인의 감정을 먼저 살펴야 하고 이해해야 하지만 그때마다 억눌린 나의 감정과 자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내가 한 만큼 타인 역시 나를 위해 그만한 고통을 감수하며 노력해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체로 그러한 기대와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로 인한 실망과 오해는 관계의 끝을 가져오기도 했다.

 

사람에게서 받을 수 있는 상처는 여러 가지이다. 매 맞아서, 말로, 눈빛으로, 생각이 달라서, 이해받지 못해서, 관습에 얽매어, 서로의 선택으로, 누군가의 마음에서 지워지고 죽어서, 외로워서, 아파서.......

 

내게 무해한 사람의 소설들은 모두 과거를 회상한다. 지나온 지금 후회와 먹먹함이 가득하고, 과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자유가 있다. 계속 이어지는 관계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결국 내게 무해한 사람이란 과거의 결과로 평가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누군가와 과거의 관계에서, 무해한 사람이었는지, 상처를 주는 사람이었는지 그 사람에 의해 판단될 것이다. 현실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항상 어렵고 막막하다. 나의 최선을 다한 행동과 선택이 미래에 무해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무해하다는 말은 너무 건조하다.

 

[피조물에게서 위안을 찾지 마십시오. 수사가 되었을 때 나의 담당수사는 그렇게 말했다. 감실 앞으로 나아가세요. 하느님께 이야기하세요. 그의 말에 나는 일정 부분 동의했으며 신에게 나의 존재를 의탁하고자 했다. 신의 현존에는 분명 그가 말한 위안이 존재했다. 그런데도,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 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 p209, '고백중에서]

 

시간관리에 힐링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소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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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5 17: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시간관리를 필요로 하는 페넬로페님에게는 안맞는 책인거 같아요. 이 책 읽으면 힐링 보다는 좀 센티멘탈해질거 같은데 😅

페넬로페 2021-11-15 19:00   좋아요 4 | URL
네, 이 책이 시간 관리와는 영 맞지 않았어요.
그대신 이 기회에 최은영작가님 책 읽게 되어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ㅎㅎ
센티멘탈과 먹먹함이 동시에 오는 책이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11-16 01: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째요. 서두가 강렬하여 시간관리와 힐링이 필요한 사람이 읽을 만한 책으로 기억되겠어요 ^^;;
세상 무해한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의도치 않았는데도,
상처 주고 상처 받게 되는 것이 그냥 인생 같아요. 저도 페넬로페님처럼 자신이 없네요. ㅡㅡ

페넬로페 2021-11-16 10:42   좋아요 2 | URL
최은영 작가의 이 좋은 책에 제가 이런 서두를 붙여도 되나 고민을 했지만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해야하니까 그냥 썼어요 ㅎㅎ
무해하다는 말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게만 살수 없으니 요즘은 마음을 비우고 나는 완전한 인간이 아니라는 인정을 하니 편하게 되더라고요~~
당연히 사람사이에는 상처라는게 남을것 같아요^^

독서괭 2021-11-16 0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나이대는 왜 비밀인 거죠??🙄
시간관리에 최은영이라니 뭐지.. AI가 시간에 쫓기지 말고 뒤를 돌아보며 살라고 하는 걸까요..
최은영<쇼코의 미소>는 저도 재밌게 봤는데 다른 책은 못 읽어 봤네요. <내게 무해한 사람>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페넬로페님 리뷰 보니 무해하다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면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페넬로페 2021-11-16 10:49   좋아요 4 | URL
저도 쇼코의 미소를 좋게 읽고 작가의 문장도 좋아해요. 이 소설이 지금 제가 읽고 있는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과도 통하는 것 같아요. 어디서나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음이 어렵고 힘든것은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근데 전 끝까지 무해하다는 말이 좀 건조한것 같아요. 해를 좀 입어도 좋을수도 있는것 아닌가요^^
말씀하신대로 왜 제가 나이는 비밀로 했을까요 ㅎㅎ

희선 2021-11-16 0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슨 책 볼지 모르는 사람한테는 저게 도움이 되겠습니다 딱 맞다고 할 수 없을지라도 저 기계가 추천해주는 책을 보고 책에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잖아요 저런 기계 재미있네요

‘피조물한테서 위안을 찾지 마라’ 마음에 새기고 싶은 말입니다 이 책 봤는데 그 말 그냥 넘어간 듯합니다 제가 볼 때는 모르고 나중에 저런 말도 있었구나 하네요

사람은 다 해가 없을 수 없을 듯합니다 다 상처를 주고받고 살겠지요 아니 그것만 있지 않네요 따듯한 마음도 주고받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1-11-16 10:55   좋아요 4 | URL
자주 도서관에 다니면서도 처음으로 한번 이용해봤는데 재미있었어요. 담엔 모든 조건을 저와 다르게 터치해서 추천하는 책도 읽고 싶어졌어요.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마음가는 문장은 다 다르다는 것이 늘 새롭고, 전 그것이 좋아요. 사람이 다 달라야 하는거잖아요~~
희선님 말씀처럼 저 역시 해가 있고 없고가 아닌 그저 따뜻하고 선하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scott 2021-11-16 17: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최은영 작가가 이번에 대산 문학상 수상 하면서 가장 핫 한 작가로 부상 한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사이트에서 알고리즘으로 책 추천 받으면 10의 10은 제 취향과 다르게 나옵니다 ㅎㅎㅎ

무해한 사람,,,SNS로 의사소통 하는 시대에 타인의 마음 보다 오로지 내 안의 상태만 집중 하게 되버린것 같습니다. ^ㅅ^

페넬로페 2021-11-16 18:08   좋아요 3 | URL
아, 작가가 이번에 대산문학상 받았군요~~그 작품도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어떤식으로든 사람들은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하는데 그것이 녹록하지 않고 그 결과로 상처를 주고 받고 ㅠㅠ
그래서 점점 자신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게 좋지 않은건데도 어쩔수 없어서 안타까워요^^

서니데이 2021-11-16 1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간 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겐 자기계발서가 좋은데, 소설을 말해주다니.
힐링은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네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페넬로페 2021-11-16 19:53   좋아요 2 | URL
다르게 생각해보면 사람에게 들이는 노력이 시간이고 그에 따른 기쁨이 힐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요 ㅎㅎ
서니데이님, 즐겁고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1-11-17 17: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구름이 많고 어제보다는 조금 더 기온이 내려간 날이었어요.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페넬로페 2021-11-17 20:38   좋아요 4 | URL
오늘 날씨가 구름이 많아 아무래도 조금 기분이 다운되는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남은 저녁시간도 편안하시면 좋겠어요^^

서니데이 2021-11-18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능시험날이었는데, 어제보다 많이 따뜻했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페넬로페님,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1-11-18 23:35   좋아요 2 | URL
오늘 수능일인데 다행히 날씨가 따뜻해 좋았습니다.
서니데이님,, 오늘도 행복하셨죠!
좋은 꿈 꾸시길 바래요^^

stella.K 2021-11-19 1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한 번 읽어야할 것 같군요.
사람을 이해하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가까이 사는 사람과 잘 지내기란 정말로 어려운 것 같더군요.
그게 부모가 됐든, 배우자가 됐든, 자식이 됐든.
그렇다고 혼자 살 수도 없고.
단지 약간 위로가 된다면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는 정도...?ㅋ
가까이 있는 사람은 왜 그렇게 힘들까요.
사랑해서 결혼하면 안 되는 것 같더군요. 오히려 사랑하면 결혼하지 않는 것도
사는 방법중 하나는 아닐까 싶기도 해요.ㅋ

페넬로페 2021-11-19 19:07   좋아요 2 | URL
가까이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정말 쉽지 않아요. 기대가 커서 그렇겠죠? 딸아이와도 참 삐걱대요. 사랑보다는 책임이 앞서 그런가봐요. 언제쯤 삶이 쉬워지고 가벼워질지~~
전 다음생엔 결혼하지 않을거예요.
그냥 사랑만하고 살고 싶어요^^

stella.K 2021-11-19 19:11   좋아요 2 | URL
맞아요. 연애만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이 더 잘 사는 것 같더라구요.ㅋㅋ

페크pek0501 2021-11-20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사 놓은 줄 알고 나의 계정에서 검색해 보니 안 샀네요. 푸하~~~
왜 샀다고 생각했을까요?

페넬로페 2021-11-20 13:43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럴때가 많아요.
페크님의 페이퍼에서 말씀하신대로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 접속사가 많아 고치려고 해요~~
이래저래 글쓰기가 많이 어려워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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