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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5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고, 지금은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일요일의 오후이다. 언젠가 읽은 공지영 작가의 산문에서, 작가는 매일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면, 다시 말해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 없게 되면 시간이 더 빨리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때 그 문장을 기준으로, 나에게 시간의 속도는 특별함이 있고 없고로 정해진다. 현재의 나에게 시간의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시간을 느껴보려 하지만 그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5월에 필요한 책을 몇 권 샀고, ‘이 달의 당선작으로 받은 적립금은 다음 달에 있는 지인의 생일에 책 선물을 하려고 남겨 두었다. 그 친구도 책을 좋아하기에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생일이 다가오면 서로 필요한 책을 사준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티머시 스나이더의 피에 젖은 땅을 빌려 읽고 있다. 이 책은 8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 이지만 읽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물론 책의 내용은 끔찍하지만 생각보다 담담히 읽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 두껍고 훌륭한 책은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동시에 알라딘 서재에서는 연일 좋은 책에 대한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알라딘 앱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갈등했지만, 결국 나에게 속해 있는 손가락은, 나의 의지를 떠나 몇 번의 클릭으로 나의 계정을 0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곳으로 온 책들....

 

<피에 젖은 땅>- 티머시 스나이더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리처드 플래너건~~coolcat님의 리뷰에서

<오버스토리>-리처드 파워스~~Falstaff님 추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마르셀 푸르스트~~모으고 있는 중

<조지 오웰 산문선>-조지 오웰~~조지 오웰의 책을 다 읽고 싶어 역시 모으는 중

<버지니아 울프 디 에센셜>~~5월 클래식 동아리 필독서(이유를 모르겠지만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만 판매함)

<버지니아 울프>-나이젤 니콜슨~~울프의 글을 읽으며 울프에 관련된 책을 다 읽어 보기로 함.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6월 독서 동아리 필독서

 

서재의 다른 분에 비하면, 내가 산 책들의 수량은 적은 것이지만,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 쌓여 있다 보니, 그것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는 것 같아 요즘 웬만하면 책을 사지 않으려고 한다.

 

 

 

 

책이 집에 있으니,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반납 기한이 아직 되지 않아도 반납하기로 했다. 도서관까지 걸어가며, 요즘 읽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을 생각했다. 그녀의 문장은 어느 하나도 쉽게 쓰여진 것이 없다. 모든 문장에 적절하고 정성스런 비유가 들어간다. 사물이나 사람, 세상을 얼마나 열심히 관찰하고,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저런 문장들이 나올 수 있는지 감탄한다.

 

도서관 입구에 도착하니 여러 가지 꽃들이 화분에 담겨 있다. ‘클러리서 댈러웨이부인이 멀베리네 꽃가게에서 꽃을 고를 때 있었던 카네이션이 마침 여기에도 있다. 아마 똑같은 것은 아닐테지만, 그냥 '카네이션'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머리를 바짝 치켜 든 붉은 카네이션들은 색이 진하고 기품이 있었다.}-'댈러웨이 부인', p23

 

 

 

 

내가 본 카네이션은.....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울프의 책에서 카네이션이 나왔는데, 마침 여기에도 있네라는 단순한 생각만 한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녀와 나의 의식의 흐름은 그렇게 차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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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23 21: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건 무슨 카네이션일까요?머리글자가 꽃에 가려짐요ㅋㅋ공지영 작가님 말 맞는 것 같아요! 일기장에 적어놔야겠어요. 시간을 느리게 가게할 방법은 특별한 일을 많이 만들면 될듯! 또는 울프나 프루스트의 시선으로 세상보기?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시도는 해봐야겠어요! 동아리활동도 참여하시고 부지런하시네요~♡ 이 책들에 대한 페넬로페님의리뷰 기대됩니당🙆‍♀️ 🌸🌸🌸🌸🌸

그레이스 2021-05-23 21:17   좋아요 6 | URL
향카네이션^^ 요
개량종이어서 이름을 생산자들이 붙였겠죠?

페넬로페 2021-05-23 21:18   좋아요 5 | URL
‘향카네이션‘ 이라고 적혀 있어요~~
요즘 같은 시절이 계속되면 특별한 일을 만들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을것 같아 속상하네요, 그쵸!!!
네 열심히 읽고 글 쓸게요♡♡

페넬로페 2021-05-23 21:18   좋아요 5 | URL
역시 그레이스님
대단하십니다👍👍😍😍

scott 2021-05-24 00:52   좋아요 2 | URL
향카네이션 꽃말이 ‘모정, 사랑‘이라고 (색깔마다 꽃말이 다르다고 하네요) ^^

페넬로페 2021-05-24 01:06   좋아요 1 | URL
향카네이션의 꽃말이 모정, 사랑이군요~~그렇게 보니 꽃의 모양이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뭔가가 은은하게 보여요^^

coolcat329 2021-05-23 21:4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 카네이션 향이 제 기억으론 풍선껌 냄새에요. 참 좋아요~~

저도 아래부터 4권 갖고 있는데 읽은 건 <먼 북~>뿐이네요~~
버지니아 울프 도전하고 싶은 작가 중 한 명입니다.

페넬로페 2021-05-23 22:12   좋아요 5 | URL
아, 카네이션의 향이 그러네요, 뭔가 싶었는데 풍선껌 냄새, 그런것 같기도 해요, ㅎㅎ
지금 계속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읽고 있는데 처음엔 읽기가 힘들었는데, 점점 매력에 빠지고 있어요**

새파랑 2021-05-23 21: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권이네요~! 역시 페넬로페님 대단하심^^ 저중에 제가 읽은 건 없지만 앞으로 읽을 책이 몇개 보이네요. 카네이센에 대한 글은 버지니울프의 의식의 흐름과 아주 비슷해 보여요 ㅎㅎ

페넬로페 2021-05-23 22:15   좋아요 6 | URL
새파랑님, 그냥 ‘읽어버린 시간들‘, 책만 사는 거예요~~아마 새파랑님께서 먼저 완독하실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의식의 흐름도 울프의 것! 페이지 표시했어요**제가 울프 문장으로 한 번 써보려고 했는데 진짜 어려워요. 울프가 글을 정말 잘 쓰는 것 같아요^^

붕붕툐툐 2021-05-24 00: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도서관까지 걸어가며, 요즘 읽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을 생각했다.‘ 이 문장 너무 좋아요~👍
의지를 떠난 손가락 덕분에 이리 아름다운 책이 나비가 되어 도착했네요~🦋🦋

scott 2021-05-24 00:48   좋아요 4 | URL
저도 !!동감 합니다
오월에 도서관을 향해 걸어 가시면서 울프여사의 문장을 떠올리시는 페넬로페님!
독서의 향기가 ~~~(🌼❛ ֊ ❛„)

페넬로페 2021-05-24 00:50   좋아요 4 | URL
울프의 책을 읽으며 세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어요~~학교 담벼락에 피어있는 장미를 보고도 뭔가 표현할 방법이 없나 생각했는데 너무 어려워요 ㅎㅎ
네, 나비가 가져다준 책 열심히 읽을께요^^

scott 2021-05-24 00: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피에 젖은 땅>- 티머시 스나이더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리처드 플래너건
<오버스토리>-리처드 파워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마르셀 푸르스트

<조지 오웰 산문선>-조지 오웰

<버지니아 울프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나이젤 니콜슨~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

이책들 전부 제 책꽂이에 꼽혀 있음 ㅎㅎㅎㅎ
{머리를 바짝 치켜 든 붉은 카네이션들은 색이 진하고 기품이 있었다.}
페넬로페님 진정으로 붉은 카네이숀 꽃 처럼 기품있는 독서人 이쉼 ◜◡◝

페넬로페 2021-05-24 01:03   좋아요 3 | URL
역시~~scott님.
책들을 빨리 읽어내야하는데 제가 그렇지 못해요~~저 책들 어서 읽고 느낌들을 서로 공유하고 싶네요^^

독서괭 2021-05-24 03: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피에젖은땅 엄청난 벽돌책이군요. 저 책을 단기간에 읽고 리뷰를 써내신 분들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제가 읽은 건 젤 얇은 프랑켄슈타인 뿐이군요^^; 저도 못 읽고 놔둔 책 많아서 자제 중인데. 함께 지르고 싶어지는 사진입니다 ㅜㅜ

페넬로페 2021-05-24 09:32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 말씀처럼 ‘피에 젖은 땅‘은 내용이 방대한데 좋은 리뷰를 척척 써내시는 이웃님들이 정말 대단하시죠^^
제가 이렇게 책을 많이 산 건 참 오래간만인것 같아요~~당분간은 집에 있는 책을 읽기로 하겠습니다^^

mini74 2021-05-24 1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고 있음 저 책 읽고 싶고. 북플 들어오면 또 요 책 읽고 싶고. 갈대의 마음입니다 *^^*

페넬로페 2021-05-24 12:50   좋아요 3 | URL
저도 완전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ㅠㅠ

han22598 2021-05-25 0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사진도 꽃 사진도 이뻐요 ^^ 전 오버스토리 1/3 읽다가 재미도 없고 양도 너무 많아서 ..그냥 포기했어요 ㅠㅠ ㅋㅋㅋㅋ 페넬로페님은 어떠실지 궁금해요 ^^

페넬로페 2021-05-25 10:05   좋아요 0 | URL
날씨가 좋아서 사진이 잘 나온것 같아요~~오버스토리는 생각보다 책 분량이 많더라고요. 저의 감상은 어떨지 저도 궁금해져요 ㅎㅎ

월천예진 2021-05-25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왜인지 자주 버지니아 울프와 조르드 상드가 자꾸 생각이 나는군요. 올려주신 책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책 읽고 싶은 책을 한가득 올려주셨네요.♡

페넬로페 2021-05-25 10:08   좋아요 0 | URL
저는 조르드 상드의 책은 아직 한 권도 읽지 않았는데 기회된다면 읽고 싶어요~~예진님과 이 책들 같이 읽고 좋은 감상 나눴으면 좋겠어요^^

레삭매냐 2021-05-27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맨 위의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이 저를 왠지
째려 보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만날 그러고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1-05-27 20:51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 부인‘ 시작했는데 넘 힘들어요~~특히 솔 출판사요^^
열린책들로 바꿔 읽으려 해요~~
앞으로 전집으로 나오는 책들에 현혹되지 않으려 합니다 ㅎㅎ
 

우리 모두 약속했듯이,
레삭매냐님의
‘만국의 책쟁이들이여, 단결하라!‘ 라는 지령까지 받아
콘칲과 맥주를 앞에 두고 열심히 책을 읽는다.
다음주 화요일, 도서관 ‘클래식‘ 동아리의 지정도서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인데 도대체 뭔 말인지 모르겠기에 민음사판을 다 읽고 이해가 안되어 다시 열린책들판을 집어든다.
그렇게 조금 읽다가 그래도 오늘은 우리 책쟁이들이 가장 축하하고 기념할 중요한 날인 관계로 ‘등대로‘를 집어 던지고 니콜 크라우스 소설 ‘사랑의 역사‘를 그냥 읽기로 한다.
좋고 중요한 날이니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사람을 울컥하게 하네.

아마도 이렇게 가려나보다, 발작적으로 웃다가. 더 나은 길이 뭐가 있을까, 웃으며 울고, 웃으며 노래하고, 웃으며 혼자라는 사실을, 인생이 끝났다는 사실을, 죽음이 문밖에서 기다린다는 사실을 잊는 것보다. p16

나의 맞은편에서 딸아이가 과제를 하고 있다.
창작적인 글을 7편이나 써야 한다고 한다.
나는 그녀에게 유대인의 얘기를 해주며 책의 한 구절을 읽어준다.

다시 일어섰을 때는, 삶의 가장 작은 조각일지라도 그것을 표현할 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있는 나의 마음 한구석이 이미 떨어져나간 후였다.ㅡp18

이 구절을 읽어주며 난 너무 슬프지 않냐고 했고,
딸아이는 수긍하며 이런 말을 한다.
지금 수강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강의에서 보여주는
유대인 학살에 대한 영상이 참 마음 아프지만
엄마, 그래도 난 한국 사람인가봐.
유대인들보단 세월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때
훨씬 더 마음이 안좋았어.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아하게 책만 보지 말고 현실을 보라고.
책을 읽는다는 건 우아한 것이 아닌데.
더 많이 현실을 보며
가슴 아파야하고,
마음 먹먹해야 하고
더 울어야 하는건데.

‘사랑의 역사‘
그 다음 부분이 궁금하지만 좀 아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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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24 00:4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콘칲과 책은 있었는데 아 맥주가 빠졌었군요. ㅎㅎ
따님의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페넬로페 2021-04-24 10:32   좋아요 1 | URL
제가 맥주를 좋아하거든요 ㅎㅎ
딸아이 말에 저도 가슴이 뭉클했어요^^

scott 2021-04-24 00: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예쁜 딸 !! 책을 읽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우리들 ㅎㅎ 페넬로페님 등대로 열린책들 판으로 돌아오신거 잘하신 선택 !!

페넬로페 2021-04-24 10:34   좋아요 3 | URL
책 읽을 때 정말 행복하죠, 세상 시름도 잊고 몰입하게 되요.
scott님 말씀대로 열린책들이 더 나은것 같아요^^

라로 2021-04-24 05: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7편이나 써야 한다니,,, 정말 쉬운 거 없는 세상.
저는 지난 번에 큰 실수 하고서 술 당분간 굿바이.ㅠㅠ
세월호 사건은 정말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세월호 그 이전과 그 후로 나눠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똑똑한 따님을 두셨네요!!^^

페넬로페 2021-04-24 10:36   좋아요 1 | URL
네, 애가 바짝 말라가요. 매일 집에서만 강의듣고 과제하고 ㅠㅠ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래요.

새파랑 2021-04-24 07: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의 날인데 술만 먹고 책을 못읽었네요 ㅜㅜ
˝사랑의 역사˝ 이 책 완전 좋아하는 📚인데 ㅎㅎ 천천히 아껴 읽으세요^^

페넬로페 2021-04-24 10:38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께서 이 책 좋다고 하셔서 읽고 있어요. 좀 슬픈 내용이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새파랑 2021-04-24 10:48   좋아요 1 | URL
그렇게 슬프지는 않아요 ㅎㅎ 읽고 계셔서 여기까지만^^

bookholic 2021-04-24 08: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의 날은 책맥이죠~~~^^

페넬로페 2021-04-24 10:38   좋아요 3 | URL
아! 책맥이란 말 넘 좋아요^^

붕붕툐툐 2021-04-24 1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따님의 마음에 공감이 되네요~ 딸이랑 이런 대화 멋지네요!
책쟁이란 말 맘에 쏘옥 들어요!ㅎㅎ

페넬로페 2021-04-24 10:39   좋아요 3 | URL
우리 모두 책쟁이들^^
딸아이와 서로 친할때 한번씩 이런말이 오고가요 ㅎㅎ

미미 2021-04-24 1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월호는 그야말로 피눈물이었죠~평생 그때만큼 무기력하고 동시에 비참했던 때가 없었던것 같아요.따님이 페넬로페님 닮았는지 어른스럽네요~♡ <사랑의 역사> 쓱 담아가요!

페넬로페 2021-04-24 10:41   좋아요 4 | URL
세월호만 생각하면~~
아마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기억일것 같아요^^미미님 말씀처럼 무기력함과 비참함의 절정이었어요**

레삭매냐 2021-04-27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what a good job !

그나저나 읽다만 <사랑의 역사>도
마저 읽어야 하는데...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페넬로페 2021-04-26 09:40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읽다말고 지금 숙제하는 중이예요~~

han22598 2021-04-26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닥치고 책읽기‘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현실에만 매몰되어 살지 않게 해주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책의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1-04-27 00:21   좋아요 0 | URL
네, han님의 말씀에 동감입니다. 별로 알아주지 않는 책의 날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조용한 축하였습니다 ㅎㅎ

고양이라디오 2021-04-27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따님이네요^^b

오늘은 콘칲을 꼭 먹어야겠어요!

페넬로페 2021-04-27 13: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콘칲 맛있죠, ㅎㅎ

서니데이 2021-05-02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도서관에서 독서 동호회를 하고 계신가요.같은 책도 번역자가 다르거나 출간된 시기가 다르면 조금씩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미세하지만 그런 느낌이 있는 듯 해요.
어제보다 따뜻한 오후예요.
좋은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5-02 21:0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시죠?
같은 책인데 좀 어려워 두 번을 꼬박 읽었어요~~
그래도 독서모임 지정도서라 끝까지 읽었네요 ㅎㅎ
 

엄마를 모시고 지리산 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벚꽃이 지고 난 한국의 아름다운 길들은 연초록으로 뒤덮여 있었다. 언젠가부터 난 화려하게 핀 꽃보다 초록과 연초록이 어우러진 푸름이 좋다. 그 푸르고 연한 잎들이 만들어내는 싱그러움에 더 마음이 간다. 엄마도 연신 좋다고 말씀하셨다. 모든 산에 초록이 눈처럼 내려와 있다고....엄마는 시인이다.

 

엄마와 헤어질 때, 엄마가 막 우셨다. 나도 오면서 울었다. 나중에 어떻게 보내드릴지 막막하다. 집에 오니 딸아이가 격하게 나를 반긴다. 엄마가 없어서 너무 외로웠고 보고 싶었다고 했다. 나를 위해 연어장덮밥도 해주어 감격했다. 그런 딸아이가 강의 듣는 노트북 앞에서 졸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난 그녀의 등짝을 찰싹 때린다. 잠 깨고 정신 차려 강의 들으라고 잔소리를 시작한다. 완벽한 일상의 복귀다, .

 

 

 

 

 

 

 

 

 

 

 

 

 

 

 

하필 이번 여행에 가져간 책이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이다. 울프의 문장은 그냥 대충 읽어서는 뭔 말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밑줄을 그으며 다시 집중해 읽는다. 울프의 글은 자기 만의 방을 읽고 소설은 처음 시작했다. 젊었을 때 읽지 않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지만 나이 든 지금 읽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문장들을 읽으며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그들은 등잔을 닦고 심지를 손질하고 손바닥만 한 뜰에서 갈퀴질을 하는 것 말고는 소일거리가 없어 하루 종일 몹시 지루하게 앉아 있을 테니까......

한 주, 또 한 주가 지나도 늘 한결같이 부서지는 황량한 파도를 보라보고, 그러다가 거센 폭풍우가 물려와서 창문이 물보라에 뒤덮이고 새들이 등대에 부딪치고 등대가 흔들리고 바다로 휩쓸려 갈까 겁이 나서 문밖으로 얼굴도 내밀 수 없다면?-p11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온 나에게 이 문장은 내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 같다.

 

 

 

한 번씩 책을 살 수 있는 비용이 지불되는 직장에 다니는 언니는 그 금액으로 항상 나에게 책을 사 준다. 이번에도 책을 고르라고 해서 알라딘 이웃님들이 포스팅한 글 중에서 체크한 것들 중에서 골랐다.

내 돈으로는 살 것 같지 않은 책으로 정했다.

 

 

 

 

 

 

 

 

 

 

 

 

 

 

 

 

 

 

 

 

 

 

 

 

 

 

 

 

 

 

그리고 지인에게 미리 받은 생일 선물,

 

      

 

 

 

 

 

 

 

 

 

 

 

 

 

 

 

 

 

 

 

쌓여있는 책무더기 속에서 행복하고 열심히 살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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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15 11: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 모든 산에 초록이 눈처럼 내려와 있다고....엄마는 시인이다.]
4월의 푸르름을 선물로 준 딸!
2021년 지리산의 봄 향기
어머니 마음속에 가득 담아 딸의 사랑을 품으셨을것 같습니다.(역쉬 딸이 쵝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신 페넬로페님
이토록 많은 책들 탑 처럼 쌓아놓고
즐거운 독서의 세계로~

올려주신 목록중에 읽은책 3권
읽으려고 장바구니에 넣은책 3권이 겹침 ~ㅎ

오늘 점심 메뉴는 연어장 덮밥!!찜!!

페넬로페 2021-04-15 12:30   좋아요 5 | URL
scott님! 잘 지내셨죠?
책무더기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ㅎㅎ
즐겁게 독서해야하는데 집안일도 산더미라 책을 언제 읽을 수 있을지 고민이예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 2021-04-15 12: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님가 여행이라니 너무 좋네요. 저도 5월쯤엔 엄마랑 바다 보러 갈까 생각중이에요. 엄마가 바다를 무척 좋아하시거든요. 바다를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으시대요. 저는 바다보나는 페넬로페 님 말씀하신 것처럼 푸릇한 산이 더 좋아요.

일상으로 완벽하게 복귀하신 부분 읽다가 웃었어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페넬로페님. 저는 동태찌개 먹으러 가야겠어요.

페넬로페 2021-04-15 12:33   좋아요 4 | URL
다락방님!
5월의 바다도 너무 좋을것 같아요^^
엄마랑 꼭 다녀오세요
넘 좋더라고요**
동태찌개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인데~~
점심 맛있게 드세요^^

미미 2021-04-15 12: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생일 선물로 책 아주아주 탁월합니다~♡ 지리산 참 좋으셨겠어요! 어쩐지 며칠 뜸하셔서 궁금했었는데 부럽네요!
연어덮밥도 제가 사랑하는 메뉴(침 뚝뚝ㅋㅋ)페넬로페님 미리 생일 축하 드려용~! 🥳🍾🎂🌹🙆‍♀️

페넬로페 2021-04-15 12:34   좋아요 5 | URL
미미님!
보고 싶었어요^^
여전히 책과 함께 하시는 모습보고 계속 대단하시다 생각하고 있어요~~
미리 받는 생일 축하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1-04-15 12: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등짝 스매싱! ㅎㅎ
엄마와 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틋하죠!^^
저도 유다 사놨는데 언제 읽게 될지 ...
아모스 오즈 순서대로 읽어야 할것 같은 강박증이 또 제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1-04-15 12:37   좋아요 5 | URL
등짝 스매싱을 날려도 그럴때는 그냥 가만히 있더라고요^^
자신도 미안한줄 아나봐요 ㅎㅎ
북플에서 저는 영원한 하수라 그냥 막무가내로 읽기로 했어요.
자고 일어나면 제가 모르는 새로운 작가가 나와 따라가기도 벅차요 ㅠㅠ

새파랑 2021-04-15 16: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니가 정말 시인이시군요, 초록이 눈처럼 내려왔다라니~! 완전 멋짐~!! 즐거운 여행이셨을거 같아요.
등대로 너무 읽고 싶은데 언제 살지 나 자신의 눈치를 보는중입니다^^ 생일선물 완전 최고의 모음이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1-04-15 19:39   좋아요 4 | URL
엄마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그렇게 감탄을 하며 표현하시더라고요^^
등대로가 쉽게 읽히지는 않아요
다른분을 어떨지 모르는데 저는 느리게 읽고 있어요 ㅎㅎ

mini74 2021-04-15 18:3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소녀세요. 너무 예쁜 소녀*^^*미리 생일축하도 드립니다 ~~

페넬로페 2021-04-15 19:41   좋아요 6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소녀같은 엄마가 점점 기억을 잃어가 그게 넘 안타까워요**

붕붕툐툐 2021-04-15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함께할 땐 너무 좋은데 헤어질 땐 슬프죠~ 페넬로페님 일상 복귀와 생일을 축하드려요~~ 한동안 안 보이셔서 궁금했어요~ 밀린 집안일과 책읽기를 골고루 즐기시길~😍

페넬로페 2021-04-15 23:08   좋아요 0 | URL
붕붕님!
감사해요^^
그러게요~~부모님이랑 같은 도시에서 살면 좋은데 그게 안되니 헤어질때 항상 아쉬워 슬픈것 같아요^^

han22598 2021-04-21 0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자 있을때는 엄마가 보고싶다가, 막상 함께 지내면 막 싸우다가..또 다시 엄마랑 떨어질때 울고. 아...........그냥 그런 사이인가봐요. 엄마와 딸은 ㅋㅋ 스매싱 맞으러 등짝 내어드리러..다시 찾아가는 엄마 ㅋㅋ

페넬로페 2021-04-21 08:47   좋아요 0 | URL
ㅎㅎ~~
네 아마 제가 죽을때까지 딸아이와 그런 관계가 될것 같아요. 좀 더 다정하고 마구마구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어이쿠, 하는 행동을 보면 또 제가 속이 썩어요 ㅠㅠ
 

외출했다 돌아온 딸아이가 나에게 책을 두 권 내밀었다.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엄마에게 책선물 하고 싶어서 사왔다고 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선물을 받아 놀랐고 기뻤다.
그런데 한편으로 알라딘이나 **24에서 책을 샀다면
할인도 받고 적립금도 챙길 수 있었을텐데.
이런 아쉬움을 얘기하니 딸아이는
책이 많은 곳에서
ㅡ그것도 베스트셀러나 주력 상품이 있는 곳은
빨간 조명도 빵빵하게 비쳐주는 ㅡ
여기저기 다니며 책구경을 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계산대에서 직접 돈을 지불하는 기쁨을
몇천원 더 내고 느끼고 싶다고 했다.
그래, 그건 너의 선택이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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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06 0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국에 있었을 때 따님처럼 그런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교보니 그런 큰 서점에 가서 사곤 했어요. 인터넷으로 클릭해서 사면 마일리지등 혜택이 있지만 책에 둘러싸여 어떤책을 고를까 만져보고 살펴보고 하는 그 기쁨을 가끔은 느끼고 싶더라고요. 야무진 딸, 책 선택도 기특하네요. 👍❤️

페넬로페 2020-12-06 11:37   좋아요 0 | URL
네 전에는 저도 그랬던것 같은데
지금은 거의 서점에 나가지를 않는것 같아요~~
코로나로 낭만이 사라지는 느낌이예요 ㅠㅠ

scott 2020-12-06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쁜딸,엄마사랑^.^

페넬로페 2020-12-06 11:3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

mini74 2020-12-06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저도 그래서 가끔 동네서점을 찾는답니다. 그 장소가 주는 기쁨이 있지요 ~

페넬로페 2020-12-06 11:41   좋아요 1 | URL
요즘은 거의 주변에 서점을 찾아보기 힘든것 같아요~~
소소한 기쁨들이 사라지고 있네요^^

모모 2020-12-06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선물이군요, 전 책 선물 받을때가 제일 좋아요..
읽고 느낀점 올려주세요^^

페넬로페 2020-12-06 16:0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책선물 받으면 좋더라구요^^
열심히 읽고 글 쓸께요**

파이버 2020-12-06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따님께서 재밌는 책만 쏙쏙 골라서 선물하신 것 같아요 페넬로페님 글을 읽으니 저까지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조금 일찍 온 크리스마스 선물이네요^^♡

페넬로페 2020-12-06 19:02   좋아요 2 | URL
‘크리스마스‘ 라는 단어가 무척 신선하게 들립니다^^
미리 인사드려요~~
메리 크리스마스, 파이버님!

서니데이 2020-12-06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건교사 안은영 재미있어요.
이번에 새로나온 표지가 더 예쁘더라고요.
따님이 좋은 선물 하셔서 좋으셨겠어요.
페넬로페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0-12-06 21:24   좋아요 1 | URL
책 두 권 다 좋다고 하더라구요~~
읽을 책이 점점 많아지네요 ㅎㅎ
서니데이님!
일욜의 남은 저녁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셔요^^

서니데이 2020-12-10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페넬로페 2020-12-10 22: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와~~
너무 기분 좋아요 ㅎㅎ
 

 

 

 

 

 

 

 

 

 

 

 

 

 

언제부터인지, 왜 그런건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나는 닭을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직접 공수되어온 닭은 덩치가 크고 위풍당당했다. 마당 한구석도 아니고 중간 쯤에 다리가 묶여 있던 닭이 흉물스러워 쳐다보지도 못하고 피해다녔다. 엄마는 닭이 도착하면 바로 요리를 하지 않고  몇 날 며칠씩 묶어 놓곤 했다. 마당에 닭이 있다는 것 자체가 영 불편했다. 그런 닭이 싫어 닭 몸뚱이가 그대로 들어 있는 삼계탕을 먹지 못했다.

 

살아있는 닭이 죽어 음식이 되는 과정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자라면서 한번도 아버지가 닭을 잡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살아있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고 끓는 물을 부어 닭의 털을 뽑아내고 내장을 제거해 엄마는 닭 요리를 했다. 아주 어린 소녀였을 엄마가, 처녀로 자라고, 시집 와 아기를 낳았을 엄마는 언제부터 닭 모가지를 비틀 수가 있었을까?

 

딸아이가 생일 선물로 사준 책, '코스모스' 를 읽고 있다. 700여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은 생각보다 잘 읽힌다. 문장의 힘이 대단하다. 읽는 동안 딴 곳으로 생각을 돌리지 못하게 코스모스의 문장은 쉽고 친절하다. 무구한 세월동안 서서히 이루어지는 이 광대한 우주의 변화 속에서 우리 지구는 정말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안다고 해서 우리에게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지긋지긋한 일상을 이어가야만 한다.

 

초복인 오늘, 난 집에서 삼계탕을 끓였다. 닭 모가지를 비틀지는 못하지만 마트에 포장되어 있는 닭을 사와서 손질은 할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해졌다. 여전히 닭에 대한 감정은 그대로여서 고무장갑을 끼고 만질 수 밖에 없다. 내가 해 준 삼계탕을 맛있게 먹고 있는 식구들을 쳐다본다. 식구들을 먹이기 위해 용감해진 나는 그대신 우주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코스모스에 나오는 여러가지 신비하고 과학적인 단어들은 '내일은 뭐해서 먹일까?' 라는 문장에 묻혀버린다.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그렇게 용감하셨던 엄마는 40대 후반쯤에 불교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때쯤은 누구나 마트나 시장에서 손질된 닭을 살 수 있었지만, 어쨌든 엄마는 종교의 영향으로 살생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닭요리를 좋아하는 딸아이때문에 오히려 내가 살생되어져온 닭을 계속 살생한다.

 

이 드넓은 우주의 한 점에서 우리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나도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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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7-17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와 닭모가지가 이렇게도 만나네요. 저도 결혼후에 그렇게나 좋아했던 닭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하게 됐어요. 손질이 어렵더라구요. 요리되어 나올때는 몰랐던 세계가 있더라구요.
잘 읽고 갑니다^^

페넬로페 2020-07-17 12:05   좋아요 0 | URL
코스모스와 닭모가지!
좀 황당하죠~~
그래도 어쨌든 우리와 닭은 우주의 질서속에서 살아가니까요^^
어제 백숙을 끓이며 머릿속으로
생각난 것들을 글로 옮기고 싶었어요^^

페크(pek0501) 2020-07-18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복에 삼계탕을 먹었어요. ㅋ 그러고 보면 인간들의 잔인성이 느껴져요.
저도 닭과 새를 무서워합니다.

페넬로페 2020-07-18 14:45   좋아요 1 | URL
복날에 왜 삼계탕을 먹어야하는지 그 유래가 궁금해지네요 ㅎㅎ
먹고 사는 문제가 참으로 중요한 인간으로서 삶이 주는 무게가 크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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