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와 버들 도령 그림책이 참 좋아 84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 올리브 리커버 세트만 구매한 게 아니고, <연이와 버들도령>도 구매했다. 믿고 보는 백희나 작가님이니 구매에 망설임은 없었다. 책나무님께 땡투도 잊지 않았다♥


<연이와 버들도령>은 전해 내려오던 민담을 백희나 작가가 재구성한 책이다.

민담의 내용이 어떠한지 검색해보니 이렇게 나온다.


의붓딸은 동지섣달에 나물을 구해오라는 계모의 명을 받고 산속을 헤매다가 초목이 만발한 신비한 동굴을 발견한다. 거기에 사는 도령에게 나물을 얻고 재차 동굴을 방문할 때는 ‘김해 김도령 남해 남도령 문을 열라’고 주문을 외우고 들어가 나물을 얻는다. 또한 죽은 사람의 숨을 되돌리는 숨살이꽃, 쓰다듬으면 뼈가 되살아나는 뼈살이꽃, 살이 붙는 살살이꽃 등 환생꽃 이야기도 듣는다. 계모가 수상히 여기고 미행해 도령을 죽이지만 의붓딸이 환생꽃으로 살리고 도령과 혼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연이와 버들도령 (한국민속문학사전(설화 편))


줄거리는 동일하지만, "계모"라는 단어 대신 "나이 든 여인"으로 바꾸어, 아이들에게 계모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하지 않도록 신경썼다는 점이 돋보인다. 실은 많은 전래동화, 세계명작동화의 "계모"가 본래 친엄마라고 하고, 실제로 아동학대 가해자도 계모보다 친엄마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계모'들은 손쉽게 배척할 수 있는 타자로서 악인으로 설정되었던 것 같다. 

버들도령이 연이에게 나물과 국, 고봉밥으로 이루어진 한상을 차려 대접하는 부분도 본래 민담 줄거리에는 나와 있지 않다. 여성의 일로 여겨지는 '손님에게 상 차려주기'를 남성인 도령이 하게 하여 성역할 전도를 꾀한 게 아닐까? 

동굴 방문 시 외는 주문도 다른다. 민담에는 '김해 김도령 남해 남도령'이라 나오지만 이 책에서는 '버들 도령 버들 도령, 연이 나 왔다'가 된다. 

또, 마지막에 둘이서 '혼인'한다는 내용도 없다. 함께 무지개를 타고 올라갈 뿐이다. 언제나 해피엔딩은 결혼으로 끝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인가? 나이든 여인에 대한 '징악'도 현실적이다. 


백희나 작가님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니 얼마나 신경써 책을 만드셨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중앙일보 인터뷰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40065

 흥미로운 건 도령의 얼굴이다. 가만 보면 연이와 똑 닮았다. 작가는 두 인형을 만들 때부터 얼굴을 같게 했다.  "그게 재미있을 거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연이 안의 남성성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자아일 수도 있는 거고." 설화의 뒷부분에서 죽은 도령을 연이가 살려내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흥미로운 설정이다. - 인터뷰 기사 중


나도 도령의 얼굴을 주목했는데, 책에서 "이쁜 도령"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반면 연이의 외모에 대한 서술은 없다. 

전래/명작동화에서 대체로 여성주인공은 외모가 아름다운 것으로 나온다. 반면 남성주인공의 경우 외모가 뛰어나다는 서술이 있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고, 그냥 착하거나 영리하거나 그렇다. 때문에 이 책에서 여성이 아니라 남성의 외모에 대한 평가적 서술을 넣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아이가 껍질(?)을 벗겨내어 껍질 속 책표지를 봤는데, 이것도 예쁘네!




백희나작가님의 닥종이 인형과 배경 그림의 조화, 너무나 아름답지 아니한가! 





요러코롬 아름다웠던 연이와 버들도령의 우정은 나이 든 여인에 의해 화르륵 불살라지는데.. 

모두 타 버린 마을에 남겨진 버들도령의 해골을 본 순간, 이걸 애들에게 보여줘?말아? 갈등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본 아이들은 크게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재미있어 하며 벌써 여러번 보았다. 

백희나작가님의 위 중앙일보 인터뷰를 보니 답이 나온다.


 "경계가 어디냐, 언제까지 환상의 세계, 아이들에게 완벽하고 안전한 세계를 보여주고 언제부터 이 혹독한 현실을 보여줄 거냐죠. 어차피 알려줘야 하고 알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려주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양육자가 읽어주는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보고,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토대로 해석할 거에요. "  - 위 중앙일보 인터뷰 중


 전래동화/명작동화가 권선징악을 강조하다보니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되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은데 아름다운 동화만 보여주려 애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소화해낸다고 하니, 일단 보여주되 비판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나는 여성혐오적인 그림책은 피하거나 읽을 때 주석을 붙인다. 


책 만들 때 참고하셨다는 책들의 목록



백희나 작가님이 지금까지 내신 책들- <삐약이 엄마>와 <꿈에서 맛본 똥파리> 빼고 다 가지고 있다.



명불허전. 많이들 사 보십시다 >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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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2-16 17: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역시 백희나쌤이네요!!!!우리가 이런 그림책 작가를 가지고 있다니 뿌듯합니다. 예전에 북스북스에 구름빵 나왔을 때 제 친구가 저에게 진짜 멋진 작가를 발견했어!! 하면서 북스북스의 구름빵 이야기를 꺼내 저도 북스북스를 구독하게 만들었는데…. 이렇게 대작가 되다니.. 역시 떡잎은 달랐어요!!!

독서괭 2022-02-16 17:31   좋아요 3 | URL
와 친구분 정말 일찍 알아보셨네요. 눈이 밝으십니다. 저는 누가 물려준 책으로 알게 됐는데 볼수록 참 좋은 그림책들이예요. 애들보다 이젠 제가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알사탕 뮤지컬도 넘 감동적이었어요 ㅜㅜ

햇살과함께 2022-02-16 17: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읽아웃 나오신 편 들었는데 눈 장면 세트가 아니라 눈오는 날 기다려 야외촬영 한 거라는 얘기듣고 와! 대단! 그림책 허투루 만들지 않겠다는 완벽주의자! 표지 자세히 보니 세트로는 나올 수 없는 느낌이네요! 저도 사봐야겠어요(그림책은 안밀린다는 장점!!)

독서괭 2022-02-16 17:33   좋아요 5 | URL
책읽아웃 아직 못 들었어요! 들어봐야겠습니다. 눈 장면 찍으려고 강원도 설산을 오르내리셨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대단해요! 그래서 그런가 한장한장 느낌이 달라요. 가격이 좀 있어도 소장가치 충분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2-16 19: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땡투 감사,감사요♡
땡투 적립금 모아서 그림책 또 사고 싶네요ㅋㅋ
근데 괭님 리뷰 보니 제가 땡투 하고 싶어요.
잘 쓰셔서요~^^
전 그림책 표지 얼굴의 아이가 실은 버들도령인줄 알고, 연이가 주인공인데 왜 겉표지를 벗겨 속표지에 연이가 있고, 왜 버들도령이 주인공으로 버젓이 나와 있지? 언뜻 보고 착각했었거든요. 연이와 버들도령 얼굴을 일부러 비슷하게 만드셨단 글에 완전 놀람!!!! 넘 똑같아 제가 바로 속아 넘어간??ㅋㅋㅋㅋ 그만큼 잘 만드셨단 얘긴거죠??ㅋㅋㅋㅋ 감탄했어요^^
그림책 한 장 한 장 보면 감탄밖에 안나오죠??
이 책은 어른들도 많이 소장해줬음 싶어요.
작가님 힘 나시게요^^
근데 참고 책 목록 중 울 친정 앞주소가 적혀 있어 제가 또 깜놀!!!ㅋㅋㅋㅋ
울동네가 예로부터 아동 학대가 그리 심했던 곳이었구나?? 잠깐 슬픔ㅋㅋ😭😭

scott 2022-02-16 22:32   좋아요 3 | URL
나무님이 차려 놓으신 버들 도령 밥상에 감동 받아 땡투 했는데

괭님 리뷰 읽으니 땡투 하고 싶은 욕망이 ㅎㅎㅎ

선물로 구입하는 거
괭님에게 땡투!^^

책읽는나무 2022-02-16 22:52   좋아요 3 | URL
땡투 감사드려요^^
선물 괭님에 대한 땡투도 제가 미리 감사인사 드릴게요ㅋㅋ
괭님 바쁘신 것 같으니까요ㅋㅋㅋ

독서괭 2022-02-16 23:09   좋아요 3 | URL
애들 재워놓고 운동하고 씻고 알라딘 디카페인 드립백 개봉해서 앉았습니다 ㅋㅋㅋ
나무님 표지 누군지 헷갈리신 게 작가님 의도한 바??^^ 저도 일부러 비슷하게 만들었단 생각은 전혀 못했다가 깜짝 놀랐어요. 그런 생각을 하셨을 줄이야.
한장한장 정말 감탄 나옵니다~ 전 제가 소장하고 싶어서 샀습니다 사실 ㅋㅋ
아 친정 앞주소…!! 구비문학이 많이 전승되어 내려온 곳인가봐요^^;;
스콧님 감사드리고 대신 인사해주신 나무님도 감사합니다 ㅎㅎㅎ

mini74 2022-02-16 21: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크니 안타까운점이 그림책을 사기가 애매해진다는 거 ㅠㅠ 독서괭님 리뷰 읽으니 이 책은 그냥 확 질러버리고 싶네요 ㅠ언젠가 만날 손주? 를 위해 ㅎㅎ

햇살과함께 2022-02-16 21:52   좋아요 6 | URL
ㅋㅋ 저는 나중에 제가 할머니가 되서 눈 침침해지면 읽으려고 사는 거예요^^

책읽는나무 2022-02-16 22:42   좋아요 6 | URL
이 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얼른 사서 읽으세요.미니님♡

독서괭 2022-02-16 23:10   좋아요 6 | URL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거라는 생각을 버리십셔 미니님!! 이건 정말 퀄리티가.. 솔직히 애들이 찢을까봐 걱정돼요.. 안 보여주고 싶기도…😓

책읽는나무 2022-02-16 23:12   좋아요 5 | URL
이 밤에 이렇게 뽐뿌질을??ㅋㅋㅋ

mini74 2022-02-16 23:19   좋아요 5 | URL
ㅎㅎㅎㅎ 넘 좋아요 *^^* 대동단결 !그렇죠. 제가 잠시 몹쓸 편견에 빠졌습니다 !!! 반성하며 ㅎㅎ 백희나 작가님 보시면 좋아요 도장 찍어주실 듯 합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여러분 ~~

2022-02-16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6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2-02-23 2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컷 사진만 봐도
백희나 작가님!!!!!! 어쩌나요!!! 고맙습니다!!! 가 절로 터져나옵니다. 아름답습니다.

독서괭 2022-02-24 05:48   좋아요 1 | URL
정말 정성들여 만드신 것 같아요.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라는 책을 보니 그림책 만드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인형까지 만드시니 노력이 훨씬 더 들어갈 듯요!

mini74 2022-03-08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 ! 우리 괭님 ㅎㅎ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 연이랑 버들도령도 만세 ! ㅎㅎ

책읽는나무 2022-03-08 19:16   좋아요 2 | URL
사셨죠? 미니님??ㅋㅋㅋ

독서괭 2022-03-09 00:13   좋아요 1 | URL
연이와 버들도령 만쉐~~ 미니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3-08 1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축하드려요~! 이번달은 3월인데다 당선도 되셨으니 책 구매는 세권까지 하시기로 ^^

독서괭 2022-03-09 00:14   좋아요 2 | URL
3월이니 세권?? ㅋㅋㅋㅋ 아 그래서 저 페이퍼 댓글에는 네권이라고 쓰신 거군요 아이참 ㅋㅋ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3-08 1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독서괭님

독서괭 2022-03-09 00:14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2-03-08 19: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2-03-09 00:14   좋아요 2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3-08 1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명불허전 울 독서괭님도 만만세!!^^
저 오늘 백희나 작가님 이 책 내시고 인터뷰하신 팟캐스트 들었는데 우와~~이런 우연이???^^
백희나 작가님 한 번씩 리뷰 살펴보신다던데... 어머~독서괭님 리뷰 당선작까지 되셔서...모두에게 좋은 일이네요^^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2-03-09 00:16   좋아요 3 | URL
오 백희나 작가님 인터뷰 팟캐 들으셨군요. 저도 책읽아웃에 나오셨다는 얘기 듣고 들어야지 했는데 아직 못 들었어요. 얼른 들어봐야겠어요. 작가님이 리뷰 보고 힘나시면 좋겠네요 ㅎㅎ
나무님 감사합니다^^

물감 2022-03-09 00: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도 당선 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ㅎㅎ
3월도 부지런히 달려보아요 ^^

독서괭 2022-03-09 22:24   좋아요 2 | URL
물감님 감사합니다~^^
3월 들어 달리지 못했는데 남은 기간에는 힘내 볼게요! ㅎㅎ

thkang1001 2022-03-09 13: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2-03-09 22:24   좋아요 2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03-10 1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희나 선생님께서도 독서괭님 서재에 들려주시면 넘 멋질 것 같아요 축하드립니다!!!

scott 2022-03-10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 이달의 ✌ 관왕 추카합니다!

장바구니 왕창 털귀 ^ㅅ^
 

참지 못하고 지른 2월의 두번째 책!! 2월 책구매는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와 이 세트로 마감이다. 책이 기대했던 것만큼 예쁘다! 스트레스 폭발하는 오늘, 이 새책을 매만지다 <올리브 키터리지> 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거 분위기. 문장 완전 내 취향이다. 엉엉 다락방님이 그렇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외치실 때 얼른 시작했어야 했다 ㅠㅠ 오 너무 좋다. 자야해서 슬프다.. 그래도 스트레스 많이 날아감.
몰랐는데, 이 세트를 사도 매거진 흄세를 100원에 살 수 있다! 여러모로 뿌듯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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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2-15 00: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ㅠㅠ 이미 구판으로 갖고 있는 이들은 웁니다

햇살과함께 2022-02-15 00:43   좋아요 3 | URL
오~ 알흠답네요~ 저도 찜^^ 합니다

수이 2022-02-15 00:45   좋아요 4 | URL
저는 찜만요 ㅋㅋㅋㅋ 갖고 싶은데 참고 다른 책으로 ^^;;

독서괭 2022-02-15 09:03   좋아요 3 | URL
느리게 따라가는 게 장점도 있네요^^;;

다락방 2022-02-15 05: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괭 님, <다시, 올리브> 는 심지어 <올리브 키터리지> 보다 더 좋습니다! 😉

독서괭 2022-02-15 09:04   좋아요 3 | URL
아니 기대감이 뿜뿜 차오릅니다😍

공쟝쟝 2022-02-15 09:46   좋아요 2 | URL
루시바턴도 좋아요!!! 히히

새파랑 2022-02-15 07: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트는 1권으로 취급하는건가요? ㅋ 담달에는 독서괭님께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세트를 추천합니다. 그래봤자 1권입니다~!!

독서괭 2022-02-15 09:04   좋아요 4 | URL
세트는 1권 취급입니다 ㅋㅋ 저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닙니다만 ㅋㅋ 참을 거예요!!

기억의집 2022-02-15 07: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표지… 지난 페이퍼에사고 싶다 하시더니…사셨네요. 갖고 싶게 유혹하는 책입니다~

독서괭 2022-02-15 09:05   좋아요 3 | URL
표지 예쁘죠🥰 쓰담쓰담 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ㅎ

책읽는나무 2022-02-15 08: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분하다,분해ㅋㅋㅋ
저 ‘다시, 올리브‘ 책 진도가 잘 안나가는 이유가 책 표지가 안이뻐서거든요ㅜㅜ
올리브 1 권은 내가 좋아하는 색감이라(전 올리브 그린색을 좋아해요^^) 정말 예뻐하며 읽었었는데...2 권이!!!! 내용은 참 좋은데^^
지금 단편 하나씩 애껴가며 읽고 있어요.
개정판은 특히나 2 권이 더 예쁘군요??
부럽습니다♡

독서괭 2022-02-15 09:06   좋아요 4 | URL
책 표지가 안 이쁘면 독서에도 지장이 있지요! 제가 이렇게 좋았던 것도 혹시 책표지가 이뻐서..?ㅋㅋ 1권 2권 다 예쁩니다. 늦게 사는 게 장점도 있네요^^; 나무님 2권 읽는 중이시군요. 저도 얼른 읽어보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2-15 12:03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컵도 샀어요????
컵 느무 이쁘네요??
저 컵 매니아거든요ㅜㅜ

독서괭 2022-02-15 12:14   좋아요 2 | URL
컵은 안 샀는데요..!!

단발머리 2022-02-15 08: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는 올리브 좋아하지만 매거진 흄세에 @@ 이렇게 되었다 말이지요. 저 얼른 결제하고 올게요^^

독서괭 2022-02-15 09:07   좋아요 4 | URL
ㅎㅎ 매거진 흄세 인기! 올리브 갖고 계시면 다른 책으로 구매하세용^^

책읽는나무 2022-02-15 09:39   좋아요 3 | URL
맞아요. 저도 다른 책 샀는데 흄세 선택권이 뜨길래 100 원 주고 결제했어요^^

단발머리 2022-02-15 11:36   좋아요 3 | URL
저 세계문학 시리즈 중에서 <사악한 목소리> 구매하고 100원에 매거진 흄세 구입했음요^^ 아….. 넘넘 뿌듯한 것입니다!!!!

다락방 2022-02-15 11:52   좋아요 4 | URL
저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두 권 주문하고 흄세 선택했어요.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러분이 저를 뽐뿌질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2-02-15 11:54   좋아요 3 | URL
저 아니에요 ㅋㅋㅋㅋㅋ 진짜요
잠자냥님이랑 독서괭님이랑 ㅋㅋㅋㅋㅋ열일 하십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15 11:54   좋아요 4 | URL
다 나빠 여러분은 빵꾸똥꾸야!! (울면서 뛰어나간다)

단발머리 2022-02-15 11:55   좋아요 2 | URL
🤣🤣🤣🤣🤣 어디 가요? 그쪽 아니에요 이쪽으로 뛰어요!!!!

책읽는나무 2022-02-15 11:57   좋아요 2 | URL
피라미드 젤 꼭대기엔 잠자냥님이신 듯??? 공쟝님이신가??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나네요??ㅋㅋㅋ

독서괭 2022-02-15 12:17   좋아요 2 | URL
전 잠자냥님이 처음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ㅎㅎ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다들 흄세에 혹해서 책사는 분위기?? ㅋㅋ

거리의화가 2022-02-15 08: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직 스트라우트 시작하기 전이라 이 책으로 시작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드네요^^;

그레이스 2022-02-15 09:01   좋아요 3 | URL
우와 좋겠당
저는 스트라우트 책 거의 다 사놓아서 안본걸로 할래요

독서괭 2022-02-15 09:07   좋아요 3 | URL
화가님도 아직 시작 전이시니 행운! 저처럼 예쁜 리커버로 시작하시는 겁니다 ^^

독서괭 2022-02-15 09:20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ㅠㅠ

blanca 2022-02-15 09: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느무 이쁘네요. 새로운 책으로 스트라우트를 시작하시다니 여러 모로 부럽습니다.

독서괭 2022-02-15 12:17   좋아요 1 | URL
블랑카님도 구판을 가지고 계시군요^^;;

공쟝쟝 2022-02-15 0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부럽네.... 같이 있는 컵 굿즈도 갖고 싶었는데.. 아 부럽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2-02-15 11:54   좋아요 4 | URL
저는 새로나온 표지 욕심 별로 안나고 밑줄그어진 내 책이 좋아~ 하고 있었는데 컵이라뇨... 저 보고 왔다가 지금 쓰러지겠네요. 컵 왜케 예쁜거죠? 하아-

책읽는나무 2022-02-15 11:58   좋아요 3 | URL
컵????? 보고 와야 겠군요??🏃‍♀️🏃‍♀️

책읽는나무 2022-02-15 12:02   좋아요 4 | URL
정말 분하다...분해!!!
컵도 저렇게도 이쁘다니????

독서괭 2022-02-15 12:18   좋아요 4 | URL
저 컵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필요없다고 넘어갔는데.. 지금 보니 엄청 예쁘긴 하네요? ㅜㅜ

stella.K 2022-02-15 16: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흄세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여 저도 조만간 큰맘 먹고 중고샵이 아닌
신간으로 책 한 권 사 볼까 생각중인데 말입죠.ㅋ

독서괭 2022-02-16 12:26   좋아요 1 | URL
흄세 아직 못 읽어봤는데 저자들이 빵빵하네요^^ 오랜만에 신간 구매 한번 가시죠~!
 

앗 이렇게 예쁜 세트로 나왔다!!
사고 싶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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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11 20: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월 두권 사신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선물은 예외이니 이번이 자신에게 선물할 기회입니다~!!

잠자냥 2022-02-12 08:3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날카로우시긴 ㅋㅋㅋㅋ

독서괭 2022-02-13 01:16   좋아요 2 | URL
ㅋㅋㅋ 네 이번달 한권만 사고 버티면서 나머지 한권 엄청나게 고뇌중인데요, 전집이나 세트는 1권으로 친다는 원칙을 세운다면 이거 살 수 있습니다..!

mini74 2022-02-11 20: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둘 다 있는데 ㅠㅠ 이렇게 예쁘게 다시 나오다니 분하다 !!! ㅎㅎ 저도 넘 사고싶네요. 뭔가 핑계가 없을까요 ㅋㅋㅋ

독서괭 2022-02-13 01:18   좋아요 2 | URL
오 둘다 가지고 계시군요. 전 아직 없어서..! 핑계라.. 미니님은 알라디너tv 유튜버이시니 언박싱을 위해?? 어떠셔요?

책읽는나무 2022-02-12 07: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ㅜㅜ
나 올리브 책 지지난 달과 2 권은 지난 달 구입해서 2 권은 아직 완독도 못했는데...1권은 책 이뻐서 리뷰 마저 쓸까, 말까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데 아...분하다!!!ㅜㅜ

독서괭 2022-02-13 01:18   좋아요 1 | URL
엑 지지난달과 지난달에 두권 다 사셨다고요?? 이런.. ㅠㅠㅠㅠ 분하시겠습니다 정말.

잠자냥 2022-02-12 08: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작 저렇게 만들지 그랬어요. 그죠잉

독서괭 2022-02-13 01:19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여요잉 박스도 넘 예쁘구요!
 
여성과 광기
필리스 체슬러 지음, 임옥희 옮김 / 위고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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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때, 나는 꽤 애교가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조금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애교는 부드럽게 상대를 파고드는 방법이고,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시키는 멋진 기술이라고 여겼다. 애교 있는 여자는 소개팅 자리에서 선호되고, 남자들에게 대체로 호감을 사기 쉬웠다. 애교가 없는 여자는, 미모가 뛰어나면 뛰어난 대로 평범하면 평범한 대로 박한 평가를 받았다(전자보다 후자가 더 심한 평가를 받은 건 물론이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마치 여남관계에서- 그것이 연애이든 결혼이든- 여성이 남성보다 (비록 배후 위치에 있는 그림자같은 것일지라도) 우위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부드럽고 완곡한 태도로 남자를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배하는 것- 예컨대 어떤 고치고 싶은 습관이 있을 때 직접 이를 지적하기보다는 폭풍칭찬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든 후 슬쩍 흘리듯 말하고, 좋은 행동이 나왔을 때 또 폭풍칭찬을 하는 식의 -이 현명한 태도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것이 세련된 굴종의 방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부드럽고 완곡한 설득 방식은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주는 기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대체로 여성 배우자에게만 그러한 태도가 요구되는 것은, 결정적으로 관계의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약자가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배후에서 은근하게 이루어지는 지배는, 전면에 나서면 그 힘을 잃고 결정적인 데서는 쓸모가 없다. 이런 방식은 그 지배를 허용하는 남성 배우자의 너그러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게다가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요구한다. 

필리스 체슬러가 말하는 '식민화'를 나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했다. 


수많은 여성- 교육을 받았건 안 받았건, 직업이 있건 없건간에 - 이 여전히 '식민화된' 것처럼 행동한다. 

(...) '식민화'는 피식민자들이 식민자들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만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원은 피식민자들을 풍요롭게 하는 데 사용되지 않는다. (...) 식민자들이 본질적으로 우월하고 피식민자들은 열등하며, 자신들이 식민자들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는다. 

 많은 여성들이 아직까지도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며 여성은 남성 없이는 무가치하다고 믿는다. 식민화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은 스스로에게 더욱 가혹하다. 여성들은 서로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도 그런 기대에 조금만 모자라거나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다른 여성들을 좀처럼 용서하는 법이 없다.  - 48, 49쪽 

애교 역시 마찬가지다. '식민화'의 증거로 우리나라에 특유하게 존재하는 '애교'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고유 표현은 또 있다. 바로 '애교'다. 외국인 친구에게 아무개의 매력은 애교라고 이야기를 했다. '애교'라는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그렇게 많은 설명이 필요하게 될지는 몰랐다. -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76/250쪽(전자책 기준)


애교는 여성의 고유적인 성격 특질이 아니다. 주변을 보면 첫째보다 둘째, 셋째가 애교가 많은 사례가 대다수인데, 성별과는 무관하다. 여성의 애교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여성적 특성'으로서 자라나며 억지로 장착되거나 격려되는 것이다. 여성연예인들에게 툭하면 벌어지는 "애교 보여달라"는 요구를 보라. 


필리스 체슬러는 <여성과 광기> 앞부분에서 정신병원에 갇혔던 뛰어난 네 여성- 엘리자베스 패커드, 엘렌 웨스트, 젤다 피츠제럴드, 실비아 플라스 휴스 -의 예를 들며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적 규범'에 맞지 않는 여성들이 주로 남성 정신과의사에 의해 '미쳤다'고 판정받아 정신병원행을 당해왔음을 밝힌다. 

엘리자베스 패커드의 정신과의사였던 "맥팔랜드 박사는 패커드가 '정신적으로 앓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녀에게 성적으로 접근했다가 거절당한 뒤 '후미진 병동'에 그녀를 방치했다. (...) 그녀에 대한 '치료법'은 감금과 다른 여성들을 위한 가사노동에 강제로 동원하는 것이었다." (118쪽)

"젤다 피츠제럴드의 정신과 담당의는 스콧의 아내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그녀를 재교육하려고 노력했다. 젤다가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자, 의사는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것이 스콧과 함께하는 삶보다 더 중요한지 물었다." (121쪽)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 여성 정신분열증 환자는 그들이 부모로부터 모든 집단 중에서 '가장 순응시키기 힘들다'고 인식되었다. 부모는 그들이 어린 시절 (여자애치고) 유별나게 '활동적'이었다고 기억했다. 여기서 '활동적'이라는 것은 단지 신체적 혹은 공격적 행동뿐만 아니라 인식적, 지적, 언어적 태도까지를 포함하는 것일 수 있다. 즉 정신분열증 여성들은 여성적 역하르이 한 측면을 구체적으로 거부함으로써 가족 내 갈등을 야기했고 결국 정신분열증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감금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 176쪽 

이로써 여성이 건강하려면 여성이라는 자기 성별에 합당한 행동 규범에 '적응하고' 그것을 (심지어 사회적으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유형일지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 우리 문화의 정신건강 윤리는 남성적이다. (...) 여자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불안한' 순종', '수줍음', '속좁음' 등은 결코 문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 특징은 오히려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에 비해 훨씬 빨리 '성장하는' 증거로 간주된다. 남자아이들의 '공격적인' 행동이 문제가 되는 유일한 이유는 가부장제가 그들이 좀 더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성성'을 실천하도록 원하기 때문이다.  - 198, 199쪽


 이 책이 출판 당시 얼마나 센세이셔널 했을지 짐작이 간다. 정신과의사와 심리치료사들이 단지 '여성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신병동에 감금되었다거나, 정신과의사와 심리치료사들이 그들의 여성환자를 상대로 파렴치하게 성관계를 맺었다는 증언, 그리고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성적 학대와 부적절한 수준의 전기충격요법 실시 등에 대한 고발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을 것이고, 이를 숨기고 싶은 자들은 강하게 반발했을 것이다. 

 

 이어서 필리스 체슬러는 본인이 행한 인터뷰들을, 인터뷰이의 특성에 따라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보여주는데, 카테고리별 특성도 있지만 여성이라는 단일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들이 더 눈에 띈다. 


심리치료 그리고 백인 또는 중산층의 결혼은 여성을 서로 격리시킨다. 이 둘 모두 여성의 불행에 관해 집단적인 해결보다는 개별적인 해결을 강조한다. 양쪽 모두 강한 남성 권위자에게 여성을 의존하게 만들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사실상 이러한 사례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어린 소녀가 아버지와 맺는 관계를 다시 재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와 동시에 여성들에게 거의 대안을 제공하지 않는(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거의 없는) 사회에서 중산층 여성들에게 가장 안전한(가장 인정받고 가장 친숙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253쪽

나는 언제부터인지도 알 수 없는 어린 시절부터 당연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미래를 꿈꿨다. 연애를 시작하면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이 연애를 하는 동안에는 '시장에 던져진'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불특정 다수의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주로 다른 남성과의 적대적이거나 불안한 상황에서 내 앞에 서줄 수 있는 방패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결혼으로 그 안정감은 확고해졌다. "안전한 안식처", 딱 그것이다. '사랑'이라는 반짝이 포장지를 벗겨내고 나면, "가장 인정받고 가장 친숙한" 도피처를 택했다는 게 드러난다. 그걸 얻기 위해 포기한 것들과 함께. 


페미니스트 집단을 포함해 여성은 개별 여성이건 아니면 집단 속의 여성이건 남녀 행동에 대한 유해한 이중기준을 버리기가 힘들다. 역설적으로 여성은 '성공'해서는 안 되지만 어떤 일에서든 성공한다면 그런 여성은 모든 면에서 성공하지 않는 한 여전히 실패한 것이 된다. 여성은 완벽한 존재(여신)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자(창녀)다('티끌 하나 없는 완전무결'이라는 폭력적인 조건화는 '불결'이라는 감각과 함께 묶여 사실상 어린 여자아이들에게까지도 깊숙이 새겨져 있다). 만약 여성이 중대한 과업을 성취한다 하더라도, 여성은 남성과 달리, 그런 성취를 이루기 위해 자녀를 돌보고 자기 외모를 가꾸는 것을 포기한다면 여전히 실패자에 속한다. 여성이 법적이고 지적인 투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다른 여성 혹은 다른 남성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그 여성은 실패자가 되고 만다.  - 500, 501쪽 

완벽한 성공이 아니면 실패자로 취급되는 여성으로서,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죄책감을 품에 안고 산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그것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고 있다면 또 그것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포기했다면 또 그것 때문에. 여신과 창녀 이분법에서 우리 여성들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우리 서로에게 더이상 가혹하지 말자. 이 책에 인용된 안셀마 델올리오의 말처럼, "우리 여성이 자기연민과 자기파괴와 우리가 기억하는 한 우리의 유산이었던 무기력으로부터 빠져나오려면, 서로의 실패와 약점을 이해하고 동정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성취와 성공과 능력을 지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할 것이다."(493쪽)


 필리스 체슬러의 마지막 말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친다. 


내가 성별 간 전쟁을 시사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전쟁을 치러왔다고, 그리고 그런 전쟁에서 여성은 언제나 패자였다고. 여성들이 이런 사실을 거의 눈치채지 못한 것은 남성이 '승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 반면 여성은 '패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여지껏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던 것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우리가 이미 치르고 있었던 성별 전쟁의 비전은 좀 더 확실해질 것이다. - 523쪽


나는 프로이트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많은 중요한 부분에서 그는 옳았다. 무의식적 동기는 존재하고, 증상과 꿈은 해석될 수 있으며 ‘대화 치료(talking cure)‘는 유효하다(...). 
 하지만 여성의 마조히즘과 남근선망에 대해서는 틀렸다. 또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잘못 이해했다. 유대계 그리스도교나 이슬람 문화에서 실제로나 심리적으로나 죽임을 당하는 쪽은 아들이지 아버지가 아니다. 프로이트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도 이해하지 못했다. 천재 프로이트도 자기 시대의 가부장제를 초월하지 못했던 것이다. 누군들 자기 시대를 초월할 수 있겠는가! - P46

페미니스트들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배웠다. 우리는 예외적인 발견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의 가장 중요한 작업은 대학원과 의과 대학 교과서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결코 번성한 적도 없이.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우리 시대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근친상간, 강간, 성적 학대, 아내 구타, 아동학대 등에 관해 대학원이나 의과 대학 교과서가 아니라 페미니스트 의식화 그룹과 연구조사 그리고 풀뿌리 운동으로부터 배운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다름 아닌 피해자들로부터 배웠다. 피해자들은 정신분석학이 아니라 페미니즘으로부터 발언할 힘을 얻게 되었다.  - P61

우리는 강간이 사랑이나 정욕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강제적인 혹은 위압적인 섹스와 성적 수치심을 통해 모멸감을 주는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 전쟁에서 적군의 포로로 잡힌 남성이 겪는 공포는 가정에서 폭력적인 ‘가정 내 감금‘ 상황에 놓인 여성이 겪는 고통의 정신적 외상과 유사하다.  - P64

자유와 정의는 정신건강에 기적을 행한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악명 높은 질문 ‘여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자 한다. 초심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특별한 순서 없이 언급해보겠다. 여성은 자유, 음식, 자연, 은신처, 여가시간,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정의, 음악, 시(詩), 탈가부장제적인 가족, 공동체, 만성적이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앓고 있을 때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함께하는 온정 어린 지원, 독립, 책, 육체적(성적)인 쾌락, 교육, 혼자일 수 있는 시간,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 사랑, 윤리적인 우정, 예술, 건강, 존엄한 고용, 정치적인 동지를 원한다. - P77

전문 패널로 참석한 일부 의사들은 페미니스트 참가자들에게 다소 신경질적이고도 야만적으로 고함을 치기도 했다. 그들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신경증적이고 범죄적이며 이기적이라는 둥 온갖 소리를 다 퍼부었다. 종종 그들은 페미니스트들이 성차별이 여성에게 주는 상처보다는 남성에게 주는 상처에 관해 발표하기를 원한다. 나는 언젠가 이런 회의 자리에서 어느 흑인 남성 심리학자에게 물은 적이 있다. 흑인의 권력과 평등과 자결권에 관한 회의에서, 인종차별이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를 이렇게나 크게 공감하면서 곱씹을 일인지 생각해봤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그는 웃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페미니즘에 가장 공감하는 남성 전문가들조차 가부장적인 남성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이다. - P457

표면상으로 ‘이타주의‘ 혹은 ‘동정심‘은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공간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 심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동정심을 베푸는 자‘로서의 여성이 받는 훈련은 효과적으로 그들을 집 안에 머물도록 만든다. 20세기의 상류층 아내들은 가난한 자들을 위한 자선사업을 했다. 중산층의 아내들은 평화나 생태계를 위한 시위를 조직하며 사회복지사, 간호사, 교사, 심리학자로 일했다. 서민층의 아내는 비서, 도우미, 창녀로서 자기 자녀와 남편과 자기 가족을 돌보고 남의 아이들과 남편을 보살폈다. 하지만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다. 전쟁도 환경오염도 인종차별도 사라지지 않는다. 임신, 출산과 양육이라는 보편적인 여성의 속박은 예나 다름없이 여전히 남아 있다. - P488

전통적으로 이상적인 여성은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을 피한다. 심지어 자기보호마저 행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자기보호는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들에게 금지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상적인 여성은 ‘패배하도록‘ 훈련받으며 이상적인 남성은 ‘승리하도록‘ 훈련받는다. 여성들은 기꺼이 제물로 희생되도록 훈련받는다. 예를 들어 대다수 어머니(여성)는 자신만의 고유하고 인간적인 자아를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포기하고 만다. - P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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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2-10 17: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혜교는 아는데 애교는 뭐죠? 아 그래서 제가 뛰어난 미모에도 그동안 박한 평가를…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해요. 이 멋진 글에 이런 망댓글을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2-10 17:28   좋아요 4 | URL
네 자냥님이 박한 평가를 받으셨다면 이유는 그것 뿐입니다. 틀림 없습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2-02-10 17:32   좋아요 3 | URL
다부장님의 오만 좀 따라해봤는데 거 참 어색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2-10 17:33   좋아요 3 | URL
네 뻔뻔함이 부족했어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2-02-10 18:19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 힘을 내세요! 할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고 지금 필요한 건 뻔뻔함이 아니라 확신 아닐까요? 다부장님 방에 좀 다녀 오시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2-10 18:32   좋아요 1 | URL
부장님 뻔뻔함 넘사벽 클라쓰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10 20:58   좋아요 3 | URL
에휴.. 자냥님 애교는 없고 오만에 대한 스킬은 너무 부족하네요..(절레절레)

거리의화가 2022-02-10 17: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괭님 리뷰 잘 읽었어요. 모든 여성들이 어느 정도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말이 공감하면서도 씁쓸합니다.
저는 정말 애교가 눈꼽만큼도 없는편인데 생각해보니 이 사람에겐 아양 or 애교를 부렸었더라구요~? 무의식 중에 그를 만족시키기 위한 태도나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여자연예인들에게 귀여움 or 섹시함을 강요하는 행위들이 이젠 참 지겹게 느껴져요-_-

독서괭 2022-02-10 22:55   좋아요 1 | URL
화가님 감사합니다. 20대 후반 이후로는 특히 거의 모든 여성들이 마음 한켠에 죄책감이나 실패자라는 느낌을 품고 살지 않을까 싶어요. 저처럼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것‘- 결혼하고, 애 둘 낳은^^;;- 을 수행한 사람도 여전히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애교라는 게, 아이들이 어른에게 예쁨 받기 위해 부리는 것이 본질이고, 그걸 여성에게 남성을 향해 하라고 종용되는 것은 여성을 ‘미성숙한 개체‘로 취급해온 것과 맞닿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여자연예인은 애교부려보라는 말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지요ㅠ

페넬로페 2022-02-10 18: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잠자냥님만큼 미모가 있지만 애교는 없는 사람이라 결혼의 조건이 저를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것은 좀 망했지만서도요~~ㅎㅎ
여우하고는 살아도 아무리 예뻐도 곰하고는 못산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독서괭님, 리뷰 잘 읽었어요^^

독서괭 2022-02-10 22:59   좋아요 2 | URL
다른 것은 좀 망했다니 로페님 ㅎㅎㅎㅎ
여우와 곰의 비유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네요. 타고난 성격이 애교스러우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 거지만, 타고나지 않았다면 애교 같은 거 애쓰지 않아도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는 게 현명한 것 같아요. 현명한 로페님!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2-02-10 18: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오늘 글 너무 좋아요.
‘애교‘가 여성에게 요구되는 여성다움 중의 하나로서 이 책과 이렇게 연결되니 설득력이 있네요. 고분고분하지 않고 불친절한 여성, 혹은 자기 주장이 강한 여성이 ‘미친 여성‘이 되는 과정이 참 슬프기도 하고요. 또 그런 통념이 얼마나 강고한가 생각하면 더 우울해집니다. 애교 많은 저로서는, 그것이 본래의 제 성격이라 생각하고 사는/살았던 저는 더욱 그러하고요.

독서괭 2022-02-10 23:03   좋아요 1 | URL
애교많은 단발머리님! 본래 성격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정말 안 타고난 분들은 아무리 애써도 안 되거니와 다른 사람의 애교도 오글거린다고 힘들어하시더라고요 ㅋㅋㅋ 저는 마음 먹으면 애교를 부릴 수 있으나.. 이제는 누가 그걸 받아줄지..ㅜㅜ;; 애써 부리는 애교가 아니라 타고난 귀엽고 사랑스러운 성격은 잘 간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공감에 감사드려요^^

mini74 2022-02-10 18: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심히 읽고 있어요. 신화로 시작해서 다양한 예시들 ~ 이 책 읽으면서 그레이스 소설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전 애교대신 폭력을 택한 ㅠㅠ 그래서 이번 생은 망한걸까요 ㅋㅋㅋ

독서괭 2022-02-10 23:05   좋아요 2 | URL
오 미니님도 읽고 계시군요! 이 책 인상적인 내용은 많았는데 뭐랄까 콕 집어 말하기 힘든 이유로 난삽한 느낌이.. 쭉쭉 읽히지가 않더라구요ㅜㅜ 오래 걸렸어요.
애교대신 폭력이라고요? 헉ㅋㅋㅋ 누가 애교 부리면 으악 하며 밀쳐버리는(오글거려서) 분이신가요?ㅎㅎ

2022-02-10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0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2-02-10 19:4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괭님~♡ 이 책 읽을 때의 다시 감동이 밀려옵니다. 친구에게 페미니즘 공부하라고 계속 꼬시는 중인데 그냥 이 페이퍼 하나면 될 것 같네요. 👍

독서괭 2022-02-10 23:09   좋아요 2 | URL
아니 미미님 이런 과찬을. 감사합니다. 그런데 미미님 페이퍼로 안 꼬셔지는 분이면 어렵겠는데요..! 우리 좀더 힘내 보아요!!^^

다락방 2022-02-10 21:0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괭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애교는 진짜 할 말 많은 부분이죠. 저도 애교 없기 일인자인데 저는 애교따위로 애정 얻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좋아한다는 건 애교로 되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저는 모두가 그걸 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여자들한테 유독 애교를 요구하는 건 ‘남자한테 잘 보여야 너가 살 수 있다’는 걸 주입하기 위한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술을 마셔서 제 페이퍼면 욕이 몇 개 들어갔을텐데 괭님 페이퍼라 정중하려 애씁니다.
읽고 써주어서 너무 좋아요 괭님. 정말로요. 계속하세요, 괭님. 읽고 쓰는 거 말이죠.
:)

독서괭 2022-02-10 23:12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애교 따위로 애정을 얻을 필요가 없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약자가 강자에게 부리는 ‘애교‘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주고받는 부드러운 말과 태도가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다락방님을 만나게 된다면 애교를 부리겠어요. 안 때리실 거죠..? 히히.
감사해요 다락방님. 그런데 욕 들어간 다락방님 페이퍼, 저만 보고 싶은 거 아니죠? ㅋㅋㅋ 아 궁금해라.

scott 2022-02-10 2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광고, 영화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주요 방송과 미디어에서 주로 사용되는 어휘와 표현이 중산층 언어에 맞춰 있는데 미국 백인 사회의 ‘표준화된 중산층 언어로 지배하고 영국은 계급간에 쓰는 언어가 달라서 사회 어디에서 말할때 계급 출신 등등으로 구별 짓습니다.

애교를 요구 하는 사회, 귀여움을 강요하는 사회, 여성의 무한한 희생과 복종을 강요 하는,,,,


독서괭 2022-02-13 00:36   좋아요 0 | URL
방송의 영향이 정말 큰 것 같습니다 ㅜㅜ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를 읽다보니 그게 더 눈에 들어오네요. 미국과 영국도 언어사용으로 계급 구분이 있군요!
애교를 여성의 미덕처럼 취급해서 더 권력구조를 강화하는 것 같아요. 스콧님 댓글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2-11 06: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교가 없는 편인지라...지금의 남편과 연애할 때 많이 싸웠!!!ㅋㅋㅋ
지금은 포기한 삶!!!
근데 주변 사람들은 남편과 통화하는 걸 보고
나보고 부부싸움 했느냐고? 왜 화가 나있느냐고????? 나는 지극히 평화롭고 애정이 넘치고 있는데 왜 그러지? 싶었는데 그게 내가 남편에게 애교 섞인 통화를 하지 않아 그런가 보더라구요???에혀~~
애교 부족한 사람들은 어딜 가나~오해 받기 십상입니다ㅋㅋㅋ

우쨌든 나는 못하지만 또 애교 부리는 사람은 좋아하는 습성도...스콧님 댓글 읽다 보니 어쩌면 애교를 요구하고, 강요하는 사회를 조장하는데 한몫 하고 있었겠군!! 생각하게 되네요. 애교는 여자만 부려야 하는 건가요? 남자도 애교를 부리게 만들어 버리면??ㅋㅋ
그들도 겪어 봐야 이런 행동이 얼마나 현타가 오는 건지? 느끼기 쉬울텐데 말입니다!!!
천성적으로 타고 난 사람들은 예외지만, 타고나지 않은 사람에겐 억지로 강요 받는 시스템은 정말 싫네요ㅜㅜ

독서괭 2022-02-13 00:40   좋아요 1 | URL
애교스러움이 없이 무뚝뚝하면 오해를 받는군요^^; 얼굴표정이나 태도도 미소띄고 부드럽게 하지 않으면 그런 오해를 받는 것 같아요. 왜 화가 나 있느냐고 하다니ㅋㅋㅋ;;;
애교스러운 사람, 뭔가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귀엽고 사랑스럽게 구는 사람은 저도 좋아합니다. 특히 아이들 애교는 살살 녹지요^^ 여성에게만 애교를 요구하는 건 여성을 아이 취급하는 일환인 것 같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그냥 장점 중 하나로 치부되면 좋겠어요.
나무님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2-02-11 1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교라시면 두드러기가 ㅎㅎ
전 못하는 게 애교에요. 애교 부리는 사람도 별로 ㅎㅎ 왜 애교를 부리고 저러지 뭐 이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는 이상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게 상대적인 면이 있어서 어떤 사람에겐 무방비로 애교가 살짝 나가는데 그러고 나면 나중에 좀 수치심이 들어요. 제가 뭔가 꼬였나 했는데 심리 기저에 여자는 애교스러워야 우월하다는 가부장제 남성적 시선이 무의식에서도 싫었던 거죠. 무뚝뚝하고 화 잘 내고 까칠한 게 성격적으로도 한몫하겠지만. ㅎㅎ 인간적으로 약점이 많은 사람이라 그것에 매몰되어 자기우울에 빠지곤 합니다만 인용문 493쪽 마지막 문장이 힘이 세네요.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

독서괭 2022-02-13 00:44   좋아요 2 | URL
북플에는 애교 없는 분들이 대세군요 ㅎㅎㅎ 애교 부리는 사람도 별로시군요^^
어떤 사람에게는 무방비로 애교가 나간다는 거 말씀하시니 공감이 갑니다. 애교도 사실 받아주는 사람 반응에 따라 자극되기도 하니.. 수치심이 드신다는 부분도 이해가 되네요. 저도 그런 부분을 의식하고 나니 결혼 초와 달리 지금은 애교가 거의 없어져.. 남편에게 좀 미안할 때도 있습니다^^;;
프레이야님 댓글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2-11 2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술한잔 걸치고 돌아오던 길고긴 지하철에서 이 페이퍼를 읽었어야했다.... 내 옆에서 눈꼴시어 죽여버리고 싶었던 그 혀가 없는 앵앵이 커플... 여자가 애교를 막 부리자 남자가 내가 이 맛에 산다고 했다.... 그 맛을 모르는 나는 사는 맛을 모르는가. ㅋㅋㅋㅋㅋ 나는 그들이 부러웠던가 ㅋㅋㅋㅋㅋㅋ 싫었나 부러웠나 싫었나... ㅋㅋㅋ

잠자냥 2022-02-12 08:2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아, 삻이 얼마나 허무하면 그 많은 인생의 맛을 모르고 그저 여친 애교 맛에 사는가… 그 젊은이 안타깝네 그려…하물며 서대 맛 과메기 맛도 그보단 나으리~~~

독서괭 2022-02-13 00:47   좋아요 2 | URL
으아 ㅋㅋㅋㅋㅋㅋ 쟝쟝님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이맛에 산다니 ㅋㅋㅋㅋㅋ 뭐 그럴 수도 있쥬. 누가 나에게 잘보이려고 그렇게 애를 쓰면 좋겠쥬.. 저도 페미니즘에 발들이기 전 별 고민없이 애교를 부리던 그때가 더 좋았다 싶을 때도 있긴 합니다..🙄

공쟝쟝 2022-02-13 12:53   좋아요 1 | URL
서대 맥여줄걸 그랬다 ㅋㅋㅋㅋ어이 청년, 자신이 노동한 돈으로 번 서대회에 소주를 마시는 그맛에 살아보라 ㅋㅋㅋㅋ

건수하 2022-02-28 0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애교 참 없는 성격인데
그래서 아버지한테 애교를 안 부린다고 집에서조차 박한 평가를 받았답니다...;;

독서괭님 페이퍼 좋았어요.
(댓글에도 애교가 없다..)

독서괭 2022-02-28 22:11   좋아요 0 | URL
수하님 오랜만이예요!!^^ 딸들한테는 애교를 기대하는 어른들이 많죠 ㅠㅠ 애교없는 댓글도 충분히 진심이 느껴집니다! 감사해요 ^^
 


마지막 장 퀴어 정동이론의 3.항에서는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을, 4.항에서는 사라 아메드의 이론을 설명한다. 이 정동이론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라 밑줄을 많이 그었다. 분석해서 재정리할 능력이 안 되어 밑줄긋기로 대신한다.. 


6장 퀴어 정동 이론


3. 애도의 정치윤리학 : 주디스 버틀러

 1) 슬픔의 정치화


 "타자의 고통에 대한 반응이 피상적 수준에서만 그치"(519쪽)는 경우에 생기는 문제들 


첫째, 저 타자들을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만든 구조를 은폐하고 개인의 불운이나 인성 문제로 축소시킨다.

둘째, 동정받을 대상과 동정하는 주체를 구분한다. (...)

셋째, 공감은 늘 선택적이고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변덕스러운 것이다. (...) 성폭력 피해자에 연대해야 하고 2차 가해는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성노동자가 겪은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는 '당해도 싸다'는 태도로 신상을 털고 2차 가해를 저지르는 이들이 많다. 이런 사태는 선택적 공감에 기댄 슬픔의 (탈)정치화가 윤리적 바탕으로 삼기에 적절치 않은 수준을 넘어 반-윤리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 520쪽


 2) 취약성의 두 차원을 함께 사유하기 

  (1) 취약성의 실존적 차원 : 나는 너와 나의 관계다 

    

   시혜적.선택적.한시적인 동정이나 공감은 '나'와 '타자'가 확실한 경계로 구분되고 '나'가 혼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살 수 있는 주체라고 가정한다. (...) 이와 달리 버틀러는 보다 근본적 차원에서 주체를 타자와의 관계 그 자체로 정의하며, 취약성을 이러한 주체의 실존적 조건으로 이론화 한다. - 521쪽


    당신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우리를 구성하는 이런 인연 중 몇몇 인연을 상실할 때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 어떤 층위에서 나는 '당신'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도 사라졌음을 알게 될 뿐이다. 또 다른 층위에서는 아마도 내가 당신 '안에서' 잃어버린 것, 그걸 설명할 어떤 어휘도 내가 미리 갖춰놓지 못했던 그것은, 오직 나만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신만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닌 관계성, 나와 당신이란 항을 구별 짓고 연결하는 유대[혹은 속박, the tie]라고 표현할 만한 관계성이다.  - 521쪽, 버틀러 재인용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말은 로맨스 장르에서나 나올 법한 낯간지러운 고백으로 들리지만 주체의 실존에 대한 진실이라 부를 만한 것을 담고 있다. (...) 이 "타자의 우선성"을, 라플랑슈는 타자로부터 유아에게 작용하여 '나'의 형성에 등록되고 나중에 나의 욕망으로 흡수되는 수수께끼 같은 신호들인 "원초적 충돌"로, 레비나스는 "전(前)존재론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박해persecution" 또는 "수동성 이전의 수동성"으로 이론화한다. (...) 이런 이론들은 가장 원초적 층위에서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어쩌면 평생 이해할 수도 소화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나보다 우선하는 타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형성되는 '나'의 불투명한 기원을 설명하려는 노력이다. '나'는 "처음부터 양도되어 있었음having been given over from the start"이라는 원초적인 경험으로부터 후속적으로 출현하는 것이고, 따라서 타자는 항상 '나만의 것'이라는 영역(소유 자산은 물론이고 내 자아, 정체성, 젠더, 섹슈얼리티 등등)보다 선행하여 그 영역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다. 이런 근본적 조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설명에서 불투명성으로 출현하면서 완벽하게 일관된 서사를 구성하려는 주체의 노력을 번번이 좌절시킨다. - 525, 526쪽 



  근대적 주체는 책임을 자율성-독립성-행위성-선택의 연쇄에 얽어놓는다. 그리고 이 연쇄는 '주체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자이다', '주체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선택했다', '자기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로 이어져 모든 맥락과 권력 위계들을 무시한 채 '남자랑 단둘이 술 마시고 모텔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만한 나이의 여자가 따라갔으니 성폭력 아니고 화간'이라는 식의 결론으로 빠지는 식으로, 바로 그 은폐된 권력 위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해왔다.  - 527쪽 


  버틀러는 지금까지 논했던 무지, 불투명성, 취약성과 같은 우리의 한계를 책임감과 윤리의 바탕으로 사유하자고 제안한다. (...) 또한 이 책임감은 우리의 무지, 불투명성, 취약성과 같은 한계들이 우리를 사회적 몸으로 만들고 연결시킨다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다. (...) 나아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지구 반대편 타자들의 삶에까지 내가 연루되어 있음을 자각함으로써 나는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 또한 이미 나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꺠달음을 통해 나의 상실과 당신의 상실, '우리'의 상실과 슬픔을 어떤 방향으로 정치화할 수 있을까?  - 528, 529쪽 



  (2) 취약성의 구조적 차원 : 탈인간화의 틀 


  버틀러는 전 세계적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불평등한 분배가 슬픔고 애도의 불평등한 분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누구의 죽음만이 애도되며 누구의 삶이 파괴될 때만 슬픔과 안타까움이 표현되는가? (...) 이런 질문들은 취약성이 불평등하게 분배된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그러한 불평등한 분배를 당연시하거나 인식조차 못 하도록 만드는 '틀'이 존재한다는 문제를 폭로한다.  - 530, 531쪽


  기득권을 쥔 규범적 주체들이 스스로를 인간의 기준으로 삼는 동시에 자신이 타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행하는 일이 '폭력'이 아니어야 하고 자신이 탄압하는 저들은 '인간'이 아니어야 한다. 이렇게 규범적 주체는 자신을 인간으로 구성하기 위한 외부로서 다른 이의 탈인간화를 필요로 한다. "탈인간화가 인간의 생산에 조건"이 되는 것이다.  - 535쪽 



 3) 재현의 실패를 드러내는 재현


  그 어떤 타자도 남김없이 다 재현할 수 있는 틀이 존재할 수 있나? (...)

  타인과 나의 고통을 같은 척도로 잴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가 타인을 완전히 대변하거나 재현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고 재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기준으로 하는 동일성의 논리에 타인을 끼워 맞추는 인식론적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내가 타인에 대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완전히 다 알지 못하며 이것은 노력해서 없앨 수 있는 무지가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재현의 실패를 재현에 담아냄으로써, 인간적인 것을 우리가 완전히 재현할 수 없음을 인정함으로써, 인식론적 겸손의 자세를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를 다시 사유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 539-541쪽



4. 감정의 문화 정치학 : 사라 아메드


 1) 고통의 정치학 : 너만 아프냐 내가 더 아프다 


  고통에 대한 아메드의 논의는 '고통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사적인 경험이다'라는 통념을 의문시하면서 시작한다.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의미에선, 이 말은 맞다. (...) 다만 아메드가 문제제기하는 건 좀 다른 측면이다. 고통을 '사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엔, 고통이 항상 이미 끊임없이 공적 담론에 소환되고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은 어떤 식으로 공적 담론에 소환.유통되고 있는가? (...) 고통은 불평등한 구조를 따라 불평등하게 생산되고 분배될 뿐만 아니라 불평등하게 재현된다. 그리고 그 불평등한 재현은 다시금 불평등의 재생산에 이바지한다. 아메드는 공적 담론에서 고통이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탐구함으로써 이 악순환의 구조를 파훼하고자 한다.  - 544, 545쪽


 첫째, 고통에 대한 공적 담론은 고통을 생산하는 구조를 은폐하거나 구조 혹은 공동체를 핑계로 가해자를 은폐하는 방식을 통해 가해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545쪽)

 둘째, 타자의 고통은 선량한 주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들러리로 쉽게 소비된다. (546쪽)

 셋째, 이 적선의 구도에서 타자의 고통이 소비될 때, 주체가 도와줄 마음이 들 만틈 괴롭고 불행해야 하므로 타자의 고통은 늘 과도하게 재현된다. (547쪽)


   (...) 어떤 고통과 괴로움이 더 많은 발언권을 얻는가의 문제, 즉 고통의 형식과 내용을 인정하느냐 여부를 둘러싼 차별은 "권력 분배의 핵심적 기제"다. "공적 자원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는 주체일수록 공적 영역 안에서 상처의 서사를 동원할 능력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타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기 위한 자격 조건을 두고 고군분투하는 동안 규범적 주체 위치를 점한 자들은 너무도 쉽게 고통의 진정성을 인정받는다.  - 550쪽 



 2) 증오의 정치학 : 남 탓의 정당화


   우리는 감정을 통해 "사회적 규범들에 투자"한다. (...) 감정은 국가나 종교 같은 커다란 구조에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아를 수립할 수 있는 각본을 제공한다. (...)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증오라는 감정의 작동에 '사랑'과 '피해자 의식'이 딸려온다는 점이다. 증오와 혐오를 쏟아내는 집단들은 자기네가 하는 것이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 이 자기애적 각본에서 규범적 주체들은 '나는 좋은 사람인데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내 안에 끓어오르는 이 증오 감정의 원인을 타자에게 귀속시킴으로써 스스로를 피해자화한다. 

 (...) 증오의 대상을 특정할 수 없어서 증오하지 못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증오의 대상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증오가 일상화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협에 대비해 모든 사회적 타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방어 태세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증오가 작동하는 방식인 것이다.  - 554~557쪽


 

 3) 행복과 불행의 정치학 

  (1)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복할 자유"

   

   (...) "불행할 자유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복할 자유를 포함할 것이다." 

   (...) 아메드는 행복을 우리가 반드시 쟁취해야 할 궁극의 목표로 여기지 말고 그저 우리가 삶에서 마주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로 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불행은 단순한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게 부과되고 강제되는 것들을 판단하여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정서적으로 피력하는 의사표시로 보자고 제안한다. "괴로워한다는 건, 좋다고 판단되어왔던 것들에 당신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고통은 "행동할 역량을 고양시킬 수 있는 감수성"이 될 수 있다.  - 562쪽 



 4) 슬픔의 정치학 : 타자의 고통을 가로채지 않는 애도의 윤리 


  타자의 슬픔과 고통을 내 것인 양 빼앗거나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불가능한 것을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적어도 최소한 지켜야 할 조건이 있다. "우리가 우리 것이라 주장할 수 없는 고통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하고, "타자들의 고통이 마치 우리의 감정에 관한 것인 양, 혹은 타자들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관한 것인 양 증언을 타자들로부터 떼어놓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 572쪽 



 각주144) (...) 아이러니한 것은 성폭력 범죄의 남성 가해자가 붙잡힐 때마다 등장하는 '모범적인 사람' 담론이다. 범죄자가 겉보기에 모범적인 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모범적으로 보이는 그 어떤 남자라도 사실은 성폭력.성착취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경각심을 갖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텐데 이 담론은 정반대로 가해자를 비호하는 데 사용된다. '그토록 모범적인 사람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면서 피해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식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그 짓만 빼면 훌륭하고 모범적인 사람'이란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하면서 여성 대상 범죄를 '실수'로 축소하고, 피해자들이 정당한 처벌과 피해보상을 생각할 수도 없게 가해자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하도록 여론을 몰아가는 역할을 한다. '정신질환자'와 '모범적 사람'이란 재현은 서로 모순되어 보여도, 남성 일반이 집단적으로 벌여온 여성 혐오(그리고 이와 긴밀한 연관이 있는 성소수자 혐오) 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은폐하는 공통된 효과를 낳는다.  - 606, 6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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