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에게는 고향이 따로 없다는 말이 있다. 어떤 시인이 호기를 부렸다. 산하 전체가, 온 세상이 그의 몫이라고. 프랑스의 시인 폴 엘뤼아르는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 평화로운 마을 게르니카가 프랑코를 지원하기 위한 독일군의 공습으로 파괴되자 격노한 지식인이다. 그는 게르니카의 승리」라는 제목의 시를 써서 인민전선 공화군을 지원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멕시코 등 여러 나라를 전전하면서 민중의 투쟁을 지원하며 자신에게는 고향도 고국도 없다고 공언했다. 민족보다 계급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음화로만 다가오는 그의 시구는 그가 자란 고향과 만난 사람들이 더해져야만 온전한 채색이 가능하다.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다.˝
『공산당 선언,의 한 구절이다. 그러나 국제공산주의도 결국에는 국가와 민족 단위로 분화되었다. 어느 누구에게나 고향과 조국은 정신적 삶의 버팀목이다.
고향이란 떠나서 그리워하고 이따금씩 되찾곤 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숫제 평생토록 가슴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다. 문득 돌아다보니 세계의 명작소설들은 모두 향토문학이었다. 어린 눈에 비친 고향의 산천과 풍물, 세속과 인간의 모습이 후일 문학작품으로 재현되어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여 가슴에 파고드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고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라야 성숙한 지성의 자격이 있다.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허약한 미숙아다. 모든 곳을 고향으로 느끼는 사람은 이미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12세기 유럽의 신비주의 철학자, 생빅토르의 위그(Hugo von Saine Viktor, 1097년경-1141)의 말이다.

대한민국 소설가 이병주의 고향은 경상남도 하동이다. 그를 작가로 키워낸 정서적 자양분은 모두 지리산과 섬진강, 남해바다 하동 포구가 배양한 것이다. 하동은 산과 강과 바다를 함께 어울러 안은 넉넉한 땅이다. 지리산은 명산 중의 명산이요, 섬진강은 대천의 반열에 세워도 무리가 없다. 한려수도를 안은 남해바다는 실로 아름다운 물이다.

- <이병주 평전> 첫 부분 45-46쪽


—————-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 나림 이병주(1921-1992)



저자 안경환은 조영래 평전도 썼던 분. 내가 갖고 있는 책은 < 법, 영화를 캐스팅하다>이다.

법학자 안경환 선생이 쓴 새로운 평전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이병주 작가 타계 30주년이 되는 올해, 지난 금요일 저녁 외출 준비를 하고 나섰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부상 후 처음으로 전철을 타봤다. 그런대로 괜찮았다. 많이 나아졌구나.
”나림 이병주 문학콘서트”에 동행한 글벗이 지하철역 안에서 커피처럼 따끈따끈 갓 나온 두번째 수필집을 내게 처음으로 내밀어주어서 더욱 기뻤다. 이 두꺼운 평전도 나중 행사 마지막에 같이 받게 되어 기뻤다. 이런 행운이!

김종회 문학평론가, 하태영 형법학자, 남송우 국문학과 교수의 핵심 있는 강렬한 강의에 이어 이병주 작가의 아드님 이권기 교수가 나왔다. 외모가 너무 닮아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절친한 분들 말로는 목소리까지 똑같다고 한다. 목소리 유전되는 것, 사실. 목소리가 지문이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누구였더라.

1965년 아버지가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발간할 당시 아홉살 아들은 이곳, 지리적으로 부산의 가운데 지점인 서면 이 동네에 복개천이 생기기 전에 살았다고 한다. 데뷔작이라고 하지만 국제신문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서도 오래 글을 써온 작가 스스로 소설을 작심하고 쓰겠다는 선언으로 본다. 이후 이병주 작가는 발자크를 롤모델로 괴력이라 할 만한 필력을 발휘해 소설, 에세이 막론하고 많은 작품을 써냈다.

인권언론인으로도 재조명이 필요한 이병주 작가의 유니크한 문체와 박학다식함을 재론할 필요 없이 그날 특별히 마음에 들어온 강의는 두 번째의 “20분”을 꽉 채운 하태영 형법학자의 강의였다. 현재 동아대 로스쿨 교수이면서 <밤이 깔렸다>로 올해 이병주문학연구상을 수상했다. 제목의 문장은 인간의 자유정신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 “소설 알렉산드리아”의 첫문장이다. 어둠, 혼돈, 자주 등장하는 이런 단어와 함께 ‘밤’이 깔린 세상을 영문도 모른 채 걸어가는 사람들을 빗댄다. 지금 우리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작가는 예언자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산문은 머리칼에 홈을 파듯 써야만 비로소 문장이 되는 것인데”라는 이병주 작가의 말로 시작해 “인간은 더러운 강물과도 같다. 이 더러움에 섞이지 않으려면 바다가 되어야 한다”라는 <쥘부채>의 마지막 문장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작품속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 왔고 소설로 행위형벌의 정당성과 한국 형법의 근대정신을 보여준 이병주 작가는 “역사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역사는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오래전 이병주 작가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며 던진 질문에 이병주 작가는 하태영 교수의 눈을 한참 동안 빤히 쳐다보더니 간단히 답했다고 한다. 이병주는 역사는 성긴 그물망에 걸리지 않고 빠져나가버린 인간의 삶을 쓰지 않기에 소설이 즉 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일을 해냈다.
“인간이 되는 것, 그것이 예술이다”라고 말한 작가에 대한 존경을 담아 가상대화로 짧고도 긴 강의를 마무리했다. 가상대화에서 이병주 작가는 분단소설이 아닌 통일소설, 노인여성의 사랑 즉 “돌아보지 마라”가 아닌 “돌아보라“ 이런 걸 쓰겠다고 말한다. 같이 머리를 팽팽 돌려야하는 재치있는 강의였다. ”뒤돌아봐!“ 라는 말에서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떠올랐다. ^^


첨부한 사진 중 두번째는 <이병주 평전>에 실린 작가와 젊은 아들이다. 황성옛터와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을 좋아했던 아버지가 이국에서 선물로 보낸 클래식 음반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청중으로서 뭉클했다. 남기고 가는 것과 남기고 가는 이, 남아서 오래 노래가 되고 언어가 되는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 숙연해졌다.


음악유목집단 젊은 연주자 무대, 반도네온과 바이얼린의 협연도 듣고 책선물도 받고 행사장을 나오며 하동 이병주문학관으로 가는 길의 북천역, 코스모스 하늘거리던 가을풍경을 떠올렸다. 글벗이 추천한대로 내년 가을즈음엔 부전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북천역에 내려 느린걸음으로 다시 가볼 수 있기를… 우리는 뜨끈한 국수를 먹고 돌아왔다. 작은 바람이 이루어진 것도 신기한데 그날밤 우리축구팀이 16강 진출의 기적을 이뤄내다니!

http://www.kookje.co.kr/mobile/view.asp?gbn=v&code=0500&key=20221205.2201700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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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2-05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병주의 평전이 나왔군요. 몰랐네요.
아직 이병주의 책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분 평전은 정말 나올만하죠.
기다리는 사람들 많았을 거라고 봅니다.
빨리 이분 책에 가 닿아야할텐데...ㅠ
콘서트도 다녀오시고 모처럼 좋은 시간이셨겠습니다.
서울은 이런 것도 안 해주고. 흥!

프레이야 2022-12-06 00:18   좋아요 0 | URL
이병주문학관이 주변 경치랑 건물이랑 참 좋아요. 언제 하동 섬진강 쪽 오실 때 들러보세요.ㅎㅎ 믿을 만한 안경환 저자가 쓴 평전은 올해 오월에 나왔더군요. 반도네온 소리 좋았어요 ^^

yamoo 2022-12-0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주가 아주 유명한가 봅니다. 이병주 이병주 해서 산문집 읽어보긴했는데, 그렇게 떠들석하게 좋은지 몰겠더군요.
이병주 문확관이면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는 의미인데...제가 잘 모르는건지...
평전이 나왔으니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페이퍼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2-12-08 17:22   좋아요 0 | URL
주목을 덜 받은 면이 있지만 팬층이 또 있더군요. 재조명 필요한 작가라는 말이 나오고요. 저는 오래전 하동의 문학관 가보고 반하여 알게 되었는데 따끈한 평전으로 그분의 삶과 작품을 새로 읽어볼 생각입니다. 내년이 되겠네요 ^^

그레이스 2022-12-20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이병주를 좋아해서^^ 저도 몇권 읽어봤어요
<행복어 사전> 등등, 당시 연재 소설로는 인기 있었을듯요
좋았어요

프레이야 2022-12-21 09:53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 안녕하세요^^
새해에도 한결같이 독서 열심히 하시고 건강하세요. 한 핵 동안 고마웠습니다. :)

나무처럼 2022-12-21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주 평전이 나온줄 몰랐는데 소식..감사합니다.
이병주는 그 역량에 비해 상당히 저 평가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전작품에 해당하는 작품을 따라 읽었었는데..이 부분이 아직도 의아해요. 앞으로 많은 연구와 그 가치에 대한 재발견이 있기를 바래봅니다

프레이야 2023-03-19 16:32   좋아요 0 | URL
나무처럼 님 반갑습니다:)
필화사건으로 수감된 적도 있고 하여 그렇지 않을까 제 생각입니다. 숨은 팬층이 많지요.
평전 저자 안경환의 글도 읽기에 좋습니다.
새해에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고충진 기타리스트를 오랜만에 보았다. 오프닝과 막간에 연주했다. 큰아이가 수능을 본 후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해 이 분 연습실로 데려갔던 게 어언! 세월이 흘렀구나 모두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임원진들 다들 훈훈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챙기고 진행도 매끄러웠다. 나는 다른 몇 분이랑 우수시민기자상을 받았다. 시니어, 반려동물, MZ세대, 외국인 부문으로 나누어 활동하는데 나는 반려동물 부문 단독 수상. 꼬마요정 님 다묘 반려인 취재에 흔쾌히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고전산책을 맡아 오래도록 쓰고 계신 서부국 님과 책칼럼니스트 박현주 님의 대담에서 몇 가지 팁.

1. 어렵지만 아니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보람 있는 고전읽기. 어렵지 않게 읽고 쓰려면 겉에서 안으로 들어가라. 본문부터 불쑥 읽지 말라는 말. 외부에서 내부로, 전체그림을 먼저 파악하고 중심으로 들어가라. 예를 들어 책날개, 해설 정보 등 본문 외적인 사항들을 먼저 읽고 본문을 읽으면 고전이 주는 통찰을 이해하기 수월하다.
2. 읽다가 올라오는 자신만의 생각을 놓치지 말고 잡아라. 그렇게 글덩어리 몇 개를 붙들어 적어두면 맥을 이어 쓸 수 있다. 읽으면서 쓰기 권함.
3. 고전 작가들의 공통점이라면 대작은 생의 힘든 시기에 태어난다는 사실. 건강을 잃었거나 시대적으로 힘들거나 개인적인 억압과 추락의 시기에 대작이 나오더라는 점. 아니더라도 후일 그 시절을 떠올리며 대작을 쓰게 된다.
4.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어린 시절의 중요함.
5. 고전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이라면 외국어를 더 많이 알면 좋았겠다는 것. 아니면 사전이라도 가까이 두라.
6. 이분도 잃시찾과 마르크스 자본론은 다 읽지 못한 책이라고.
고전 탐닉하시는 북플러 많지만 특히 잃시찾 완독하신 블랑카님과 곧 완독하실 페넬로페 님 생각이 났다. 내적 박수!!!
7. 서부국 님 최근 <고전식탁> 발간. 찜!
8. 박현주 북칼럼니스트가 만나본 작가들의 공통점은 다들 걷기를 무지하게 잘하고 사랑하더라고… 한창훈 작가 등. 그리고 자신의 책에 독자는 어떤 메모와 밑줄을 다는지 궁금해한다는 사실. 


두번째 대담은 시인이었던 음식/맛칼럼니스트 최원준 님과 문화라이프부 기자가 맡았다. 최원준 님은 오래도록 '음식문화잡학사전' 기고 중. 최근 <부산 탐식 프로젝트> (산지니) 재발간. 경품 당첨되어 선물로 받았다^^

부산의 음식은 근현대사 특성상 팔도 이주민들 각각의 개성이 살면서 또다른 음식으로 탄생되었다. 가마솥 부, 부산의 역사를 알기 위한 과정에서 만난 향토음식을 분류해 실었다. 음식 안의 역사. 음식이란 시대를 담는 그릇.
부산 향토음식 13가지는 모두 융합을 기초로 부산이라는 정체성이 합해진 것. 그중 돼지국밥과 밀면을 대표적으로 꼽아보면 부산의 돼지국밥은 개방성과 다양성을 공동체적으로 수용해 한 가지 스타일이 아니다. 정형화하지 않은 돼지국밥이지만 모두 부산 스타일 돼지국밥이다. 밀면은 냉면을 대체한 차선의 음식이자 B급, 서자인 셈이다. 하지만 비용을 조금 낮추어 여럿이 나눠 먹음으로써 배려가 담긴 음식이다. 흔히 가심비라고 하듯 진정한 가성비는 만족도에서 오는데, 마음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육하원칙에 충실하길 권한다.


독자제안카드를 익명으로 제출했고 간단한 답변을 들었다. 가장 많이 나온 주제가 환경, 젠더, 재테크, 반려동물, 육아, 청년/노인 일자리 등이다. 부산 영도는 65세 이상 인구가 30%를 차지해 노령인구가 전국2위 수준이다. 부산예술인들 활동에 관해서도 제안했는데 이걸 콕 찝어 주셨다. 사단법인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가 발족되어 숨은 이야기 발굴에 열심이라고. 스토리텔링은 다소 억지스러워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문이지만 ^^


입구에 새빨간 포인세티아, 연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지네. 따뜻한 12월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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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2-01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축하합니다.
반려동물 부문 단독 우수시민기자상!!!!^^
서부국님과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의 대담부문 꿀팁이네요?
그 중 잃시찾!!! 작가들도 읽다가 포기한다더니 정말인가 봅니다ㅋㅋㅋ

프레이야 2022-12-01 22:30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꿀팁이라 공유해요. 전에 어느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 토지 다 읽었냐고 게스트가 질문하니까 단호하게 아뇨 ㅎㅎ 어떻게 그걸 다 읽냐고. 하지만 닥쳐서 어디 필요하면 달려들어 읽는다고요^^

mini74 2022-12-01 2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상 받으신거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 전 잃시찾 하면 포기했다는 김연수 작가님도 떠올라요 ㅎㅎ

프레이야 2022-12-01 22:35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미니 님 ㅎㅎ
연수 작가도 그랬다구요. 위안이 됩니다 왠지 ㅋ

scott 2022-12-01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수상 추카합니다 요거 너튜브에 영상 올라왔겠죠 😍
요정님 냥이들 마미여서 생생한 경험과 정보를 주셨을것 같습니다 ^^

프레이야 2022-12-01 23:44   좋아요 1 | URL
패스ㅎㅎ 사랑스러운 육묘 마미 요정님 어찌나 올바르고 부지런한 반려인인지 감동, 놀랐어요. 저는 하나도 겨우랍니다. 한 해 보람으로 여기며 얼떨결에요. :) 고맙습니다 님.

햇살과함께 2022-12-01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축하드려요!
8번 걷기를 무지하게 잘하고 사랑하는 것만 해당사항 있네요^^

프레이야 2022-12-02 00:10   좋아요 2 | URL
후훗~ 저는 8번부터 잘하도록 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햇살님^^

건수하 2022-12-02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시민기자 활동도 하시는군요! 멋집니다. 상 받으신 것 축하드려요 ^^

프레이야 2022-12-02 09:4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수하님 ^^

다락방 2022-12-02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축하합니다! 프레이야님이야말로 인생을 점점 더 멋지게 살아가고 계신 것 같아요. 👍🏻👍🏻

프레이야 2022-12-02 09:50   좋아요 0 | URL
아웅 고맙습니다 다락방 님 :)

기억의집 2022-12-02 0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님 축하축하 드려요. 이런 이밴트가 많아지길~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꼬마요정남도 축하드립니다!! 저도 잃시찾은 젊은 사절 1권 읽고 2권은 포기했는데.. 저 때만해도 완간이 언 되었어요. 잃시찾 완독 대단한데.. 블랑카님이 완독 하셨군요!!

프레이야 2022-12-02 09:52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님^^ 잃시찾은 저 분도 지금 13권 완간된 걸 모르시고 10권까지 나온 걸로 안다고 하시더군요. 전 6권까지는 일단 장비 갖춰 두었어요. 내년에 시작해보려고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2-0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도 걷기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ㅎㅎㅎ 외국어를 알면 더 좋았겠다는 말은 공감합니다^^ 잃시찾 다 완독하신 분들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내년에 시작하려구요. 프레이야님도 12월 건강하게 행복하게 보내시길*^^*

프레이야 2022-12-02 09:55   좋아요 0 | URL
저도 내년에 시도하려고요. 뭐든 완독하신 분들 대단하신 거 같아요. 외국어 여러 개 하시는 분들 이곳에도 계시죠 대단^^
걷기부터 잘해서 체력 기르는 게 관건이네요
화가님은 이미 그게 되시니 흠흠 그렇게 깊이 파시는 독서도 가능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한 12월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2-12-0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래식 기타, 멋질 것 같습니다. 그런 장르가 있다니...

프레이야 2022-12-02 10:27   좋아요 0 | URL
네. 완전 멋진 장르죠.
클래식 기타 연주 참 좋아요. ^^

새파랑 2022-12-0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을 읽는 팁을 잘 참고해야겠습니다 ~! 그런데 해설을 먼저보면 약간 스포(?) 당하는 기분이어서 마지막에 주로 보는데 어려운 책을 읽기 전에는 해설을 먼저 봐야겠습니다~!!

프레이야 2022-12-02 16:19   좋아요 1 | URL
네. 새파랑 님 ㅎㅎ 저도 본문으로 직진하는 스타일인데 어려운 고전은 이런 방법을 참고해야겠어요. 이제 정말 고전 읽기 좋은 때가 아닌가 싶어서 새삼 다짐을 또 해보았답니다. 앗참 독서량 제일 많은 충이 사오십 대 여성이라고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독보적 새파랑 님입니다.

바람돌이 2022-12-02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프레이야님 축하드려요. 우수시민기자상이라니 이런거 받는 사람이 제가 아는 사람이라니 갑자기 막 뿌듯해집니다. ^^
독자와의 만남 행사 스케치도 신기해서 읽었네요. ^^

프레이야 2022-12-02 22:47   좋아요 0 | URL
스케치 사실적으로 했나요 ^^
클래식 기타 연주도 참 좋았는데 못 전해요.
고맙습니다 돌이님 ㅎㅎ

서니데이 2022-12-03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축하드립니다.
빨간 포인세티아 화분을 보니,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날씨가 많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12-03 20:2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님^^
포인세티아 예쁘죠. 추운데 도하 열기가 전해지는 느낌 ㅎㅎ

꼬마요정 2022-12-0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축하드려요^^ 좋은 기사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전 읽는 팁 너무 유용하네요. 여러 번 읽기 어려운데 오히려 밖에서 안으로!! 얻어가는 것이 그만큼 더 많을 듯 합니다. 부산탐식프로젝트도 신기하네요. 예술인 지원이나 행사도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22-12-07 23:58   좋아요 1 | URL
행복한 다묘반려인 꼬마요정님
넘 고맙습니다. ~^^ 저번에 책장 보고 놀랐는데요 이미 잘하고 계실듯해요 ^^
부산탐식프로젝트 괜찮네요. 자주 군침이 도는 부작용이 있지만요. 부산은 먹거리 자원도 풍부한 것 같아요. 12월도 사랑스런 냥이들이랑 따스하게 보내세욤.

유부만두 2022-12-1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축하합니다! 정말 멋지세요. ^^

프레이야 2022-12-11 23:32   좋아요 0 | URL
아효 별것도 아닌데요 ;)
고맙습니다. 유부만두님^^

희선 2022-12-13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상 받으신 거 축하합니다 저도 걷기 즐겁게 하고 싶네요 다른 건 거의 안 하고 걷기만 가끔 합니다 그것도 걸을 일이 있어야 하지만... 어디든 늘 걸어다녀서 차는 거의 안 타요 멀리 갈 일이 없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2-12-13 18:27   좋아요 0 | URL
걷기를 일상화하고 있는 희선 님
여러가지로 좋은 활동이 걷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겠어요. 어딜 가면 많이 움직이는 편인데 요샌 그러질 않네요. 고맙습니다^^
 

역사 안에서 진정한 자리가 주어지지 않은, 이름도 지어지지 않은 흉칙하나 힘센 생명체. 자신에게 저주의 생명을 준 존재, 죽어가는 창조주(아버지/아담/이브) 옆에서 눈물 흘리는 나약한 존재. 메리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흉하다는 표현을 쓴 건 세간의 평을 의식해 미리 장치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남성 작가들의 전유물이었던 문학 세계에서 글을 쓰고 발언하는 여성은 조롱의 대상이었던 시절 메리 셸리는 18세에 <프랑켄슈타인> 초판을 무명으로 낸다. 서문은 연인이자 훗날 남편이 되는 퍼시 셸리가 쓰도록 했다. 낭만주의적 상상력과 바이런적 악마성에 여성의 출산에 얽힌 상처와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메리의 독창성이 압도적으로 발휘된 이 작품을 1831년 다시 내면서 직접 서문을 쓰고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 어머니 사후 “어머니 천사”를 그리워하는 고아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신지식을 갈망하는 열정에 휩싸여 온갖 혐오스러운 것들을 “다락방”에 모아 스스로 창조주의 자리에 들어가나 자신의 창조물에 사랑을 주지 않았고 책임지지 않았으며 이름을 지어주지도 않았다. 스스로 명명할 수도 없는 괴물같은 자아의 상징이었다.

실제로도 어머니를 일찍 잃은데다 저항적이었던 어머니 이름을 그대로 받고 문학적 고아의 환경에서 기죽지 않은, 창작자로서 메리는 자신의 아바타 격으로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피조물에 이중의 여성성을 부여하고 괴물화한다. 언어를 배우고 우정을 알아갔으며 친구를 갖고자 했던 무해한 그 괴물은 기이한 외적 형상으로 인한 배척과 편견에 내몰려 복수심으로 무장한다. 얼음벽이라는 세상의 극한에서 그 불꽃을 태워 올리며 자신의 창조자이자 아담이자 이브와 함께 자멸한다.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과 밀턴의 이브는 지식의 열매가 있는 곳에 천착하여 끝내 열매를 맛보고 죄를 불러들였다. 이들은 진정 공포를 부르는 쌍둥이였을까. 그럴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고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면, 그들의 가능성을 억압한다면. 대서양 건너 뉴잉글랜드의 에밀리 디킨슨은 물론, 우리 시대에 이르러서는 모든 상대적 약자에게 해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말살하는 것이 여성성을 띤 모든 괴물의 마지막 복수인듯, 메리 셸리의 <최후의 인간> 문장이 이 장의 마지막에 인용된다.


저명한 망자들에게
바침
그림자들이여 깨어나 그대의 몰락을 읽어라!
최후의 인간의 역사를 보아라.

_ 다락방의 미친 여자 456쪽, <The Last Man> 339


캐네스 브래너의 <프랑켄슈타인> 1995년 영화 강추. 원작의 주요한 맥락과 이미지, 괴물의 서사까지 강렬하게 살려내었다.


- 7장 공포의 쌍둥이

실낙원을 흉내 낸 이 소설에서 빅토르와 괴물은 둘 다 다른 부차적인 인물들과 함께 모든 신성서적인 역할(이브의 역할을 제외한 모든 역할)을 반복한다. 그러나 밀턴에 관한 이 ‘여자의책‘에서 이브에 해당하는 인물이 제외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생략과 이 이야기가 암시하는 거의 노골적인 성적 요소들, 그리고 앞에서 우리가 논했던 밀턴의 악령에 대한 분석은 메리 셸리에게 이브의 역할이란 모든 역할이었음을 말해준다. - P429

우리는 자신의 미학적 활동에 불안을 느끼는 여성 예술가의 예로서 메리셸리를 손꼽을 수 있다. 메리 셸리는 자신의 ‘끔찍한 자손‘을 예의 바르게 소개하면서 자신이 불결한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고립된 다락방에서 문학적인 낙태나 유산에 견줄 수 있는 ‘기형적인‘ 책을 출산했다고 명백하게 말한다. ‘어린 소녀였던 내가 어떻게 그토록 무시무시한 생각에 이르렀으며, 그것을 확장시킬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셸리가 기록한 (솔직하진 않더라도)핵심적인 질문이다. 우리는 셸리가 확장이라는 단어를 유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P434

동시에 괴물의 서사는 ‘영혼‘이나 역사 없이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명상이며, ‘움직이고 말하는 추악한 덩어리‘, 물체, 타자, 제2의 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가에 대한 탐색이다. 프랑켄슈타인을 미친 과학자의 원형으로만 강조하는 비평가들과 영화 제작자들은 이 사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괴물의 쓰라린 자기 현시가 메리 셸리의 가장 인상적이고 독창적인 성취인 것처럼, 이름 없는 괴물의 독백이 드러내는 과감한 시점의 이동은 아마도 <프랑켄슈타인>의 가장 뛰어나고 기술적인 묘기일 것이다. - P437

여성의 나르시시즘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괴물성은 많은 여성이 자기 육체의 특징이라고 배워온 글자 그대로의 괴물성과 비교해보면 포착하기 힘든 ‘기형성‘이다. ‘괴물의 모습을 한 여자/여자의 모습을 한 괴물‘이라는 에이드리언 리치의 20세기식 묘사는 단지 여자들이 자신을 괴물로 정의하는 긴 역사의 도정 중 가장 최근에 속할 따름이다. - P445

메리 셸리가 괴물의 육체적 ‘기형‘으로 이브의 도덕적 ‘기형’을 상징하듯, 괴물의 육체적 추함은 사회적 위법성, 잡종성, 무명성을 나타낸다. 메리 셸리의 괴물은 셰익스피어의 에드먼드처럼 (그는 불결한 여성성과 관련이 있다. 이는 육체적/모성적 자연의 여신에 대한 그의 헌신과 더불어, 더러운 여자인 고너릴과 리건의 연애에서도 드러난다) 음란하고 비겁하게 ‘어둡고 사악한 곳’에 ‘갇혀’ 있다. 사실 괴물의 비열한 위법성 때문에 그는 ‘이름 붙이기 어려운’ 흉측한 장소를 육화하는 듯하다. 나아가 괴물이 가부장적 사회의 여자처럼 이름이 없다는 (결혼하지 않은 채 위법적인 임신을 했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고드윈도『프랑켄슈타인』을 썼던 시기에 자신에게 이름이 없다고 느꼈을것이다)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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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2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저보다 한발 앞서 계시네요. 7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려주신 감상평이 근사해 몇 번이고 읽었어요^^

프레이야 2022-11-29 17:54   좋아요 1 | URL
화가님 어휴 7장 이후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이래저래 뭘 못 읽고 있어요. ㅠ 너무 많은 생각이 오가는 장이었어요. ^^

scott 2022-11-29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메리 셸리 작품 낭독 리스트에 사알짝 ^^

프레이야 2022-11-29 22:26   좋아요 0 | URL
고전이라 녹음도서가 이미 나와 있을 확률이 높은데 한번 물어봐야겠어요 ^^

2022-12-15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나라에 간 고양이 - 화묘·몽당(畵猫·夢唐), 고양이를 그리고 당나라를 꿈꾸다 화묘 시리즈
과지라 지음, 조윤진 옮김 / 달과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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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고양이 표정과 자태를 담아 볼거리 풍성한 그림에 당나라 역사 야담 풍습 예술 절기 등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적절히 담아 소개한다. 각 장마다 네 페이지의 산문이 그림들을 이끌며 시의 정취에 빠졌던 당나라 사람들의 풍류와 풍격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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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11-28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귀엽고 보는 맛이 있어요ㅎㅎ 저도 소장중입니다 반갑네요!

프레이야 2022-11-30 09:19   좋아요 2 | URL
파이버님 반갑습니다. ^^
소중한 분의 선물로 소장해 아무곳에서나 펼쳐 봅니다. 사랑스런 고양이들 보며 미소가 머금어져요. 안녹산이 호사무를 그리 잘 추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볼거리 읽을거리 맛납니다. 진작 리뷰를 올리려했는데 이제야 백자평이라도 쓰며 고마움을 그분에게 전하고 싶어요.

그레이스 2022-11-28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 재미있네요
처음엔 달나로 읽었다는...!^^

프레이야 2022-11-30 09:20   좋아요 2 | URL
네 ㅎㅎ 그레이스님
고양이들이 송나라에도 갑니다. 과지라 일러스터가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상상력 충만하고 유머러스한 것 같습니다.

mini74 2022-11-29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에 안녹산이 있어서 ㅎㅎ 양귀비 고양이도 나오나요 프레이야님 ㅎㅎ 갖고싶습니다 고냥님들 ㅎㅎ

프레이야 2022-11-30 09:18   좋아요 1 | URL
네. 양귀비냥이는 오드 아이에 아이라인을 위로 살짝 올리고 요염하게 춤을 추며 등장해요 ^^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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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나는 노트북을 켜고 할아버지의 녹취 원고파일을 열었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왔다. 주석에는 할아버지가 번역한 프랑스 철학자 루이 라벨의 책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적혀 있었다.

육체는 우리 외에는 이 세상에 있는 다른 어떤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아주 협소한 영역 안에 우리를 가둬버린다. 그러나 영적 삶은 이와 반대로, 우리를 존재하는 것의 공통적인 첫 시원으로 이끌어간다. 또한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 P221

내가 출판사에 편집자로 취직했을 때, 할아버지는 무척 기뻐했다.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이 우주를 인식하기에는 육신의 삶이 너무나 짧기 때문에 인간은 말과 글을 통해 서로 협조함으로써 자신을 완성해나갈 시간을 단축해야만 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백 퍼센트 동의했다. 덕분에 책은 우리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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