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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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전에 한창 들뢰즈 원전 스터디를 할 때였다. 공부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있다는 흉흉한소문이 돌았다. 멤버 중 한 명이 갔다 왔다고 했다. ‘수유너머라고 했다. “수유리에 있는 거야? 저 잘났다는 사람들끼리 모여 오래 가겠나?”하며 피식 비웃는 척 했지만 속으론 몹시 부러웠고 오래 지속되길 바랐다. 이 책을 보고서야 수유너머가 해체됐다는 걸 알았다. 고병권의 말대로 수유의 해체를 부끄러워하기 보단 수유가 1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역량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으리라. 수유라는 이름은 없어졌지만 수유는 우리에게 꽤나 성실하고 유능한인문학자를 선물로 주었다. 고병권, 고미숙, 이진경, 등등.

 

어느 날 철학자 탈레스는 별을 보며 걷다가 우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을 본 하녀가 깔깔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탈레스는 하늘의 것을 보는 데는 열심이면서 발치 앞에 있는 것은 알지 못한다.”

 

고병권은 하녀를 가난한 사람의 기표로 차용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철학자와 가난한 사람의 변증법적 일깨움을 모색한다.

 

"철학은 인간 안에 자기 극복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모든 것을 잃었기에 오히려 인간이 가진 참된 것이 드러난다는 걸 철학은 말해준다. 깨달음은 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천국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극복의 가능성도 필요성도 존재하기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국에는 철학이 없고 신은 철학자가 아니다. 철학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의 것이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에서 정여울이 인용한 윗 문장 때문에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됐다. 가볍게 읽으려했으나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생각거리들을 던져주었다.

 

곁에 있어줌의 존재론

 

며칠 후 한 스님을 뵐 기회가 있어 꿈 이야기를 했다. “저는 관음보살이 부러워 죽겠는데 지장보살께 잡혀서 한 대 맞았습니다.” 그랬더니 스님이 빙긋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관음보살은 오늘날로 따지면 재벌 회장 같은 분입니다. 정말로 가진 게 많지요. 그것을 모두 나눠줍니다. 글 이름만 부르면 누구에게나 줍니다. 그런데 지장보살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줄 게 없지요. 그런데 지장보살은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곁에 있어 줍니다.”

 

힘든 사람 옆에서 위로한답시고 누가 봐도 현명한 소릴 하느니 차라리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게 더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독일어에서는 무엇이 있다는 말을 ‘Es gibt ~’라고 한다. 여기서 ‘gibt’라는 동사는 주다라는 뜻의 ‘geben’에서 온 말이다. 그러니 있음이 곧 이다. 존재가 선물이라는 말이다.

 

초조함은 죄다.

 

다른 모든 죄를 낳는 인간의 주된 죄 두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초조함과 무관심이다. 인간은 초조함 때문에 천국에서 쫓겨났고 무관심 때문에 거기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주된 죄가 단 한 가지라고 한다면 그것은 초조함일 것이다. 인간은 초조함 때문에 추방되었고 초조함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다.”

 

- 카프카, <, 고통, 희망 그리고 진실한 길에 관한 성찰>

 

고병권은 신화 속의 인물들의 예를 들어 그들의 비극이 초조함에서 연유되었다고 말한다. 아크리시오스 왕은 페르세우스의 원반에 맞아 죽고, 라이오스는 오이디푸스의 칼에 죽는다.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정권들의 초조함도 흔히 몰락을 자초한다. 부마사태가 가라앉지 않자 박정희는 초조했다. 부산, 마산 시민 백 만명 정도 죽이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던 차지철의 계획을 듣고서야 마음이 흡족했다. 오늘날 청와대, 집권 여당, 검찰, 경찰 역시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온갖 SNS, 카톡을 훔쳐보거나 언로에 재갈을 물리고, 경찰들은 부자감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꾸기 위해 지금 이순간도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병실에 누워 죽어가는 국민이 숨을 쉬건 말건 목젖을 찌를 만큼 우리들 입속에 음주 측정기를 쑤셔 박는다. 수치가 안 나온다고? 나올 때까지 불게 하면 된다. (죽으면 좆 되는데. 실적 쾅 인데, 하긴 호갱들이야 널렸으니)

 

"철학한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은 곧바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지름길을 믿지 않는 것이다. 철학은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삶의 정신적 위회이다. 삶을 다시 씹어보는 것, 말 그대로 반추하는 것이다. 지름길이 아니라 에움길로 걷는 것,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피는 것, 맹목이 아니라 통찰, 그것이 철학이다. 철학은 한마디로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스스로가 초조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달 카드 값은 막을 수 있을까, 월세는 낼 수 있을까매일 이런 일차원적인 고민만을 하고 있으니 초조하지 않을 리가 없다. 초조함을 지울 순 없겠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조금 덜 초조해하지 않을까

 

갈림길과 막다른 길

 

루쉰이 북경여자사범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제자 쉬광핑은 군벌과 결탈한 총장에 맞서 싸우는 학생들의 대표였다. 쉬광핑은 스승이자 후에 연인이 될 루쉰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지를 썼다. 루신은 자신 역시 쓰디쓴 현실을 위로해줄 설탕같은 것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므로 백지 답안지를 내는 수밖에 없겠다고 고백한 후 그럭저럭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철학을 참고하라고 말한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가 쉽게 부딪히는 난관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 하나는 갈림길, 즉 기로에 서는 겁니다. 갈림길 앞에서 묵적(묵자) 선생은 슬피 울며 돌아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라면 결코 울며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우선 갈림길 입구에 앉아 잠시 쉬거나 한잠 자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연후에 내가 갈 길을 정하여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길을 가는 도중 자비로운 이를 만나면 그의 음식으로 허기를 채울지언정 결코 그에게 길을 묻지는 않겠습니다. 그 역시 앞길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만약 호랑이를 만난다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호랑이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호랑이가 꼼짝 않고 서서 가지 않으면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을 겁니다. 나무에 허리띠로 몸을 묶어서 설령 그대로 죽는다 해도 호랑이가 내 몸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나무가 없다면? 그러면 별수 없지요. 호랑이에게 통째로 삼켜진다 한들 어쩌겠어요.

 

두 번째 난관은 막다른 길에 다다르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완적(위나라 시인)은 통곡을 하며 돌아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막다른 길 또한 갈림길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시밭길이라 할지라도 헤쳐 나가야지요. 온통 가시덤불로 뒤덮여 도저히 갈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길은 아직 본 적이 없으니까요. 나는 이 세상에 본디 막다른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게다가 운 좋게도 이제껏 그런 난관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던 것 같군요.”

 

- 루쉰, <루쉰의 편지>

 

고병권의 충고 : 그러니 당신이 길을 걷다가 난관에 봉착했다면 한숨 자는 것도 괜찮다. 애초에 먼 길을 갈 것이라고, 좀처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면 말이다.

 

수익모델로서의 인간 수용소

 

나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의 교도소가 민영화되었다는 걸 알았다. 1983년에서 세워진 미국 최대의 민영교도소가 된 미국교정기업CCA, Correctinons Corporation of America1990대 후반 뉴욕 증권시장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미국 5대 기업에 3년 연속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펜실베니아 주에선 두 명의 판사가 소년 교도소인 피에이 차일드 케어로부터 260만 달러의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발각되었다. 두 판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교장을 놀렸다는 이유로 소년을 1년 넘게 소년원에 수감시켰다. 빈 건물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혹은 월마트에서 시디 한 장 훔쳤다는 이유로 소년들은 장기 수감되었다.


신자유주의 정권은 법치를 강조한다. 한국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와 아무 관련성이 없다. 법치란 법이 소수의 자본가들에게 다스려짐을 뜻한다. ‘형제 복지원은 신자유주의라는 옷을 입고 이 땅에서 민영교도소로 부활하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보곤 치를 떨었다. 신자유주의가 진리라 주장하는 자본가와 집권여당, , 검사의 이익이 맞아떨어진다면 얼마든지 이 나라에선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닐까.

 

 

이외에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다가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나처럼 이 책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런지도.

 

 

광기의 반대말은 건강이 아니라 길들여진 두뇌다.” 

-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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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6-10-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의 것이다.”

→ 위 인용문이 고병권 씨의 것 맞는가요? 저한테는 무척이나 공허하게 들립니다. 우물 안에서 홀로 수도하는 유사 현자 혹은 진지병 환자의 소리처럼 들립니다. (고병권 씨가 실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전반적으로 한국 지식인들의 얘기는 모두 공허하고 영양가 없는 빈소리 혹은 빈말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지금 21세기 백주대낮인데요. 아직도 저런 공염불식 철학으로 대중들을 가르치려 드는 한국형 철학자들, 정말 한심스럽고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따지고 보면 공자왈 맹자왈 철학의 반복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이 시대에도 영원한 고전, 인간 사고의 원형, 기본 중의 기본인 공자왈 맹자왈에 끊임없이 회귀하고 자문해야 하겠지만, 그건 급격히 변화하는 현실 파악과 미래에 대한 투시/전망이 주가 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우물 안에서 아무리 통찰적이고 수준 높은 담론을 읊어봤자, 말짱 소용없다고 봅니다. 지금 21세기 인터넷 혁명 시대는 전지구적으로 모든 것이 공개/공유/토론과 논쟁의 장에 ‘부쳐지는’ 시대입니다. 우리 학자들의 저작들이 영어로 ‘쓰여지거나’ 번역되거나 출간되는 사례가 과연 있는가요? 그런 사례는 몇몇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완전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지식인들이 우물 속에 갇혀 혼자만의 담론을 읊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입니다. 철학 분야 세계 유수의 학술지들을 살펴보면 한국 학자들의 논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가뭄에 콩보다 찾기 어렵습니다. 철저하게 우물 속에서 나홀로 철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나마 나홀로 철학이라도 하면 다행일 것입니다. 한국 학자, 지식인,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음주가무나 주색잡기, 권력놀음이 대다수 한국인들한테는 적격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쪽 방면이 예술 분야하고는 그래도 또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해서 한국이 문학 쪽에선 (언젠가라도) 노벨상 하나쯤은 기대함 직하다고 봐요~

시이소오 2016-10-13 13:04   좋아요 0 | URL
퀼리아님, 비판에 동의합니다. 그래도 고병권씨는 현장을 바탕으로 철학하시는분인데 ^^

마립간 2016-10-1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의 비유 ; 그 뜻은 알겠는데, ... 마치 기독교의 믿음(로마서 3:28, 5:1 과 갈라디아서 3:24)과 행위(야고보서 2:24)를 떠올리게 합니다.

어버이날 부모님이 제일 싫어하는 선물이 ... ; `마음`만이라는 것이라 하더군요.

시이소오 2016-10-13 13:05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ㅋ
지장보살보다 좋은건 그저 지폐겠네요. 지폐보살 ㅎ 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봐야겠네요. 미국의 교도소 민영화이야기는 충격이네요...

시이소오님 항상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10-13 23:23   좋아요 1 | URL
한국도 이미 민영화 교도소가 있다네요. 이 책읽고 찾아보니. 헐

저도 고양이라디오님 리뷰에 항상 감사드려요^^

고양이라디오 2016-10-13 23:31   좋아요 0 | URL
신자유주의의 힘은 정말 무섭네요...
서글프네요ㅠ 무력감을 느낍니다.

시이소오 2016-10-13 23:37   좋아요 1 | URL
지금이라도 민영화 추진하는 정권은 퇴출시켜야 겠죠. 안그러면 오바마 이전 미국처럼 돈없는 환자들 병원앞에 버리는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질수도 있거든요. ㅠㅠ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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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에 든 편지는 언젠가 익명의 수신자에게 도래하기 마련이다. 에리히 프롬이 37년에 쓴 글이라는데, 이 글은 지금의 나를 위해 쓴 게 아닐까, 하는 미친 생각을 했다. 최근 들어 또 다시 무기력에 빠져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백수로 살아가다보면 기어코 다다르게 되는 종착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민주는 논외로 하고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가? 신자유주의 세계에서 돈을 안 벌 자유는 없다. 소비할 자유는 있겠지. 돈이라는 사슬에 묶여 사는 삶이 자유인가?

 

피곤한 사람, 절망에 빠진 사람, 염세주의자는 자유에 도달할 수 없다.....‘열정적인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퇴보에 빠지지 않고 전진하고 진보하려 노력하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독립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포함하는 진보를 추구하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P61)

 

무기력에 빠진 나에겐 자유가 없다. 자유롭기 위해선 열정을 되찾아야만 한다. 책에는 여러 신경증 환자들의 사례가 제시된다. 몰랐다. 프롬이 정신과 의사인줄은. 프롬이 신경증 환자를 분석하면서 열거한 무력감의 합리화위로의 합리화부분에서 마치 속마음을 들킨듯하여 깜짝 놀랐다.

 

이런 위로의 합리화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형태는 기적에 대한 믿음과 시간에 대한 믿음이다. 기적에 대한 믿음은 외부에서 온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자신의 무기력이 사라지고 성공, 능력, 권력, 행복에 대한 모든 소망을 이룰 것이라는 상상이다. ......위안을 주는 이 모든 상상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은 원하는 성공을 위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아무것도 할 수도 없고, 외부의 힘이나 상태가 갑자기 소망을 이루어준다는 것이다.

 

.... 시간에 대한 믿음에서는 갑작스러운 변화(변화의 돌연성)’라는 요소가 부재한다. 그 대신 시간이 가면서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고 느끼는 갈등에 대해서도 직접 결단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절로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 (P162)“

 

어떻게 이렇게 족집게처럼 내 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까? 그랬다.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흘러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기적을 바란 거지.

 

인간은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과 완전히 새로 태어나고 싶은 소망 사이를 항상 이리저리 오간다. 모든 탄생의 행위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놓아버릴 용기, 자궁을 포기하고 엄마의 가슴과 품을 떠나며 엄마의 손을 놓고 마침내 모든 안전을 버리고 단 하나, 즉 사물을 실제로 인식하고 그것에 응답하는 자신의 힘만을 믿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태어날 준비 모든 안전과 착각을 포기할 준비 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성경에 나온 아브라함의 이야기에서 말하는 용기, 즉 자신의 나라와 가족을 떠나 미지의 땅으로 갈 용기다.“ (P203)

 

무기력에 대한 처방으로 프롬은 용기를 말한다.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에 따르면 아들러 역시 용기를 강조했다. <미움받을 용기>를 읽을 땐 고개만 끄덕였을 뿐, 눈곱만큼의 용기도 생기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용기를 얻는다. (그러고보니 어제 친구 용기와 술을 마셨넹. )

 

두 번 다시 우연에 기대지 않겠다. 기적을 포기하겠다. 오로지 내 힘만으로 이 위기를 헤쳐나갈 것이다

열정적인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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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석 2016-10-12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구입했어요 기대가되네요ㅎㅎ리뷰 잘 보고갑니다^^

시이소오 2016-10-12 11:09   좋아요 0 | URL
민지석님도 저 처럼 용기를 얻으시길 ^^

samadhi(眞我) 2016-10-12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네요. ˝평생 놀면서 살고 싶어˝ 가 인생모토(?)인 제게 와닿는 글들입니다. 염세주의자에 극의존주의인 저는 스스로 자유롭다 착각하고 살았네요.

시이소오 2016-10-12 11:26   좋아요 1 | URL
저도 천생 한량으로 태어난지라 평생 놀면서 살고 싶은데,

자본주의 사회에선 불가능하다는....ㅋ

짧은 책인데 강력해요 ^^

stella.K 2016-10-12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정적인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정말 기억해야할 말이네요!^^

시이소오 2016-10-12 11:57   좋아요 0 | URL
정신이 번쩍드는 문장이었습니다. 밑줄 쫙~~이네요 ^^

yureka01 2016-10-1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전 사진찍으로 돌아다니면서 살고 싶어요..ㅠ.ㅠ 그러나 현실은 뭐..자본의 노예처럼 삽니다...ㄷㄷㄷ

시이소오 2016-10-12 12:58   좋아요 2 | URL
누구나 자본의 노예로 살 수밖에요. 유레카 님은 사진이 자유의 다른 이름이겠네요^^

마립간 2016-10-12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열정을 책에 쏟으려 합니다. 도서관을 이용하면 비교적 자본주의 크게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시이소오 2016-10-12 14:19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

AgalmA 2016-10-12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정이 없다면 여기서 이런 말씀하고 있지도 않았겠죠^^ 열정에 어떤 심지를 꽂고 불을 당길까 그게 문제라서....우리에겐 심지가 필요한 건지도. 그럴 땐 대개 깜깜하고 추운 밤이고 맘.

시이소오 2016-10-12 15:54   좋아요 3 | URL
아갈마님의 댓글을 읽다가 이 문장이 떠오르네요

˝우리 할머니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가지고 계셨어요.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갖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댕길 수 없다고 하셨죠.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죠.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촛불은 펑 하고 성냥불을 일으켜 줄 수 있는 음식이나 음악, 애무,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 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열정에 불을 지피기위해선 말씀대로 심지가 무엇인가가도 중요하겠네요. ^^


2016-10-13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10-13 15:04   좋아요 0 | URL
마구 써보자구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빨리 읽었어야 되는데ㅠㅋ 저도 무기력에 빠져있다가 어제서야 조금 회복했습니다. <나답게 살 용기>를 읽고 도움을 조금 받았습니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책입니다ㅎ

기적에 대한 믿음과 시간에 대한 믿음 찔리면서 공감가네요. 계기를 외부나 환경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열정적인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명심해야겠습니다ㅠ

시이소오 2016-10-18 15:4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읽고 여러 도움을 받았네요. ^^

suegraphic 2018-05-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처음이라

시이소오 2018-05-12 15:15   좋아요 0 | URL
제가 감사합니다. 북플 입성 환영합니다^^

우빠사마 2019-03-20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귀의 법귀의 혹은 자등명 법등명

우빠사마 2019-03-20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책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주석 : 여기서 책은 자신의 마음을 뜻한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권일영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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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일본에서 하루키의 <1Q84>보다 더 많이 팔린 책이라니. 단숨에 읽었다. 일본에서 250만부가 팔렸다는데 그 정도로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나로선 소설의 이야기보다는 경영학을 소설에 도입한 아이디어에 더 관심이 많았다.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감동 깊게 읽은 저자는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그 아이디어는 이 한 권의 소설로 결실을 맺었다.

 

소꼽친구인 유키의 부탁으로 호도고의 야구부 매니져가 된 미나미는 어느날 서점에서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구입해 읽는다. 책의 가르침을 야구부에 적용한 미나미는 오합지졸호도고 야구부를 도 대회 1위의 강팀으로 변모시킨다. 그야말로 소설같은 이야기다.

 

미나미는 우선 야구부가 무엇인지를 자문한다.

 

모든 조직에서 공통된 관점, 이해, 방향 설정, 노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사업은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하나?를 반드시 정의해야만 한다.

 

야구를 하는 것과 같은 빤한 대답이 답일 수는 없다. 미나미는 답을 찾기 위해 <매니지먼트>를 처음부터 다시 꼼꼼하게 읽다가 이런 부분을 발견한다.

 

기업의 목적과 사명을 정의할 때, 출발점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고객이다. 사업은 고객에 의해 정의된다. 사업은 회사명이나 정관, 설립 취지서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여 만족을 얻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에 의해 정의된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이야말로 기업의 사명이고 목적이다. 따라서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기업의 외부, 즉 고객과 시장의 관점에서 보아야 비로소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야구부의 고객은 누굴까? 미나미는 야구부원인 마사요시와의 대화를 통해 고교야구에 관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고객이며 심지어 야구부 부원들 역시도 고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야구부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위한 조직이라고 정의 내린다.

 

이런 식으로 미나미는 책에 씌여진 피터 드러커의 가르침에 따라 야구부의 목표를 정하고 이노베이션을 단행한다. 그 결과 고시엔 대회에 진출한 호도고 주장이 된 마사요시는 리포터로부터 고시엔 대회에서 어떤 야구를 하고 싶어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어떤 야구를 보고 싶으신데요?”

 

우리는 여러분이 어떤 야구를 보고 싶은 건지 알고 싶어요. 왜냐하면 여러분이 보고 싶어 하는 야구를 하고 싶기 때문이죠. 우리는 고객으로부터 출발하고 싶습니다.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며, 추구하는 것으로부터 야구를 시작하고 싶은 겁니다.”

 

바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순한 아이디어 아닌가. ‘매니지먼트와 야구매니저의 패치워크. 이 책을 읽으면서 로버트 피어시그의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떠올렸다. (어느 책이었더라. 어떤 역자는 <선과 자전거 관리술>로 번역했던데. 전혀 조사를 안 한 거지. 무식하면 성실하기라도 해야 할 텐데.)

 

그 책은 도덕경을 오토바이 관리술에 적용시킨다. 이 책의 한글 번역판의 이란 역어는 노자 도덕경의 를 뜻한다. ‘오토바이 수리를 통해 를 말하다니! ‘선과 야구’, ‘선과 축구’, ‘선과 골프’, ‘선과 이종격투기’, ‘선과 설거지등등의 시리즈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아이디어도 여러 변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피터 드러커를 읽은 한 매니저가 무명의 아이돌을 전 세계적인 인기 아이돌로 변모시킨다던지


라이트 노벨류의 소설이건만 한 방 제대로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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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0-11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디어는 참신해 보여요. 행정학 공부할 때 피터 드러커 경영이론 잠깐 스쳐지나간^^ 기억은 있지만.

시이소오 2016-10-11 12:07   좋아요 1 | URL
아이디어가 돋보이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긴한데 피터 드러커 로부터 많을걸 배워서, 미워하기 힘드네요.^^

만화애니비평 2016-10-11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니로 봐야합니다. 모에루!

시이소오 2016-10-11 14:21   좋아요 1 | URL
애니가 있는줄 몰랐네요. 어마어마한 히트작이군요

오거서 2016-10-11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구이야기라고 하니까… 시이소오 님의 선구안에 감탄합니다. ^^

시이소오 2016-10-11 21:09   좋아요 1 | URL
선구안이라기보단 무턱대고 방망이를 휘둘다보니 우연찮게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친 경우라고나 할까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이 서재에 들어오면 보고 싶은 책들이 많아서 좋습니다^^ 시이소오님이 워낙 방대하게 읽으셔서 제가 부분집합으로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ㅎㅎ

시이소오 2016-10-18 15:31   좋아요 0 | URL
고양이라디오님 만큼 방대하진 않아요 ^^
 

저술가 임승수 : 저술로 세상과 맞짱뜨는글치 공학도

 

임승수는 저술가로서 여러 방면에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학부에선 전기공학, 대학원에선 반도체소자를 전공하고, 벤처 회사를 5년 동안 다녔다. 회사에 다닐 때 양심적 직장인이 되겠다며 민주노동당에 입당했다. 2006년엔 진보 정치 활동에 전념하려고 회사를 관두고, 첫 책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를 냈다. 임승수는 이 책을 두고 출판사 편집자가 거의 모든 문장의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빨간펜으로 바로잡아 보내왔는데, 마치 북한의 혁명가극 <피바다> 같았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자본>좀 안다고 폼 잡으려고 낸 게 아닙니다. <자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목적 달성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문장이나 문체도 고민하지 않았죠. 제가 목적의식적으로 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내 글엔 욕심이 없어요. 문장력이 달리고 글이 후즐근해도 <자본>만 이해시키면 되지 않나요. 거침없이 두려움없이 막 써요. 문학적 가치 같은 데는 심혈을 하나도 안 기울입니다.”

 

글 쓰는 태도, 지식을 대하는 태도에도 거침이 없다. 임승수는 지식을 하나의 사치재로 생각하는 지식인들이 영 못마땅하다. 그는 이런 지식인들이 누구나 그것을 소유하지 못할 때 가치가 높아지는 사치재를 소유함으로써 스스로 이 올라간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학계에서는 대중서를 쓰는 것에 대해 전혀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죠. 지식을 배타적으로 소유해 기득권을 유지하던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식을 사치재로 여기고 그 사치재로 격이 높아진다고 믿는 건, 신과 배타적으로 접선할 수 있고 자신만이 전승지식을 가졌다고 자부한 샤먼의 현대 버전일 뿐입니다.”

 

그는 몇 가지 글쓰기 소신도 갖고 있다. 글은 무조건 이 보라고 쓰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이해하는 것을 그저 써 내려가기만 해서는 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소통이란 것이 그리 쉬웠다면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나의 문장을 쓰더라도 철저하게 독자 중심으로 써야 해요. 그리고 용감하게 써야 합니다.”


임승수는 문장론이나 글쓰기 방법론으로 글에 접근하지 않는다. 글은 도구일 뿐이다. 사고와 사상을 풀어내는 도구말이다. 세상을 진보시키고, 노동자와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글은 꼭 필요한 도구다. 하지만 도구의 사용법보다도 사고와 사상그 자체가 더욱더 중요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솔직담백함, 겸양의 유머, 삶의 충실함 그리고 사랑은 저자 임승수를 더 강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는 현재 자신의 삶을 최고품으로 여긴다.  그러면서 로또 1등에 당첨돼 주변 물건들은 죄다 최고급품으로 바꿔도 책 쓰고 강의하는 삶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 확언한다.  돈에 시간을 팔지 않으면서부터 행복해졌다는 임승수. 그에게 행복한 삶은 바로 책 쓰기.















 

과학철학자 장대익 : 두 가지 렌즈로 세상을 보는 통섭 1세대.


 

허걱, 그러고보니 최재천 책은 읽어보았지만 장대익 책은 읽어본 적이 없다. 이럴수가.

 

리처드 도킨스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대익이 한국 사회에서 하는 역할은 도킨스가 서구 사회에서 하는 역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는 종교와의 다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때 그는 포털 사이트에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교과서에서 진화론의 일부 내용을 삭제하려는 종교인들의 움직임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었다. 장대익은 창조과학의 억지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칼 포퍼, 토머스 쿤 등을 인용해 과학의 정의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과학자들은 대체로 종교를 건드리지 않는다. 건드려봐야 시끄럽고, 어떻게 해도 결판나지 않을 싸움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대익은 달랐다


피곤하죠. 하지만 저만이 할 수 있는 싸움이기도 합니다. 지식인으로 살아감녀서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까요.”

 

장대익이 종교의 역할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서 그는 도킨스와 다르다. “종교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부분 틀립니다. 하지만 사회의 공동체성이나 도덕성을 함양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도킨스는 종교를 박멸하자고 하지만, 장대익은 잘 길들이자고 주장한다. “종교가 그 자신의 증식을 위해 인간의 심신을 갈취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종교를 잘 순화시켜야 합니다.”

 

장대익은 지도교수였던 대니얼 데닛을 자신의 지적 우상으로 꼽는다. “데닛 교수는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최고의 인지철학자이며 용감한 지식인 운동가로, 과학과 철학, 문학, 예술 등 모든 지식을 동원해 화두를 풀고 소통하는 분입니다.”

 


























 

진화심리학자 전중한 : 드라마, 예능을 소재로 진화를 이야기하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글을 잘 쓰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전중환은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에드워드 윌슨 같은 대중적 글쓰기에 능숙한 과학자들의 책을 자주 읽으면서 이들의 글쓰기를 따라 해야겠다고 노력했단다. 그러면서 대학 지도교수인 데이비드 버스에게 들은 조언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바로 ‘Vigorous writing is concise’ (힘 있는 글쓰기는 간결하다.)라는 말이다.

 

한국 대중에게 진화심리학은 많이 생소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은 쉽게 말해 인간의 마음이 곧 진화의 산물이다. 인간의 마음은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고 불쾌를 피하게끔 진화한 것도, 헤겔이 말한 절대이성을 역사 속에서 실현하려고 디자인된 것도 아니다. 인간의 마음은 본디 수렵, 채집 환경에서 부패했거나 독이 있는 음식을 어떻게 피할 것인지, 잠자리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 같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게끔 만들어졌을 뿐이다.

 

복잡하고 정교한 마음이 어떠한 목적을 수행하게끔 자연선택이 다듬어졌는지를 이해하면 사회현상이나 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폭력적인데, 기존의 과학은 흔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어서 그렇다는, ‘어떻게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에 진화심리학은 왜 하필 남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이 분비되어 여성보다 더 폭력적인지, 왜 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이 분비되는 현실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는지 하면서 를 설명한다.

 

그는 현재 권력을 진화심리학 연구 대상에 올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예컨대 20135월 당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파문이 커졌을 때 이남기 홍보수석은 긴급 브리핑을 갖고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에 전중환은 <한겨레>칼럼에 이런 말을 했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먼저 배려하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원칙은, 남성과 여성의 마음은 다르다는 진화적 인식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왜 청와대 홍보수석이 피해자는 제쳐두고 대통령에게 먼저 사과했는지는 진화의 미스터리다.”














 

문학평론가 정여울 : 삶의 모든 문학적인 순간을 포착하라.

 

세월호 이후, <성난얼굴로 돌아보라>의 기라성 같은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나는 정여울의 글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그때부터 정여울 책은 눈에 띄는 대로 읽는다.

 

무엇보다 정여울은 글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데,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라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내용이 있는가라고 물어보는 것이 훨씬 중요해요.”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행위의 도구일 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지고지순한 목적은 아니다. ’글을 쓰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게을리하면, 그 순간 글쓰기는 그 자체로 맹목적인 행위가 되어버릴 위험이 크다. 글이 막히는 이유는 쓸 내용이 없는 상태에서 글을 쓰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글 쓰는 과정에서 막힐 때도 있다. 그럴 때 그녀는 글을 오래오래 포기하지 않고 쓰기 위해 스스로를 즐겁게 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이 글만 다 쓰면 영화 보러 가야지하는 식으로 글을 다 쓰고 나면 스스로에게 상을 줬는데, 지금은 포상 먼저 주고 글은 나중에 쓰는 무리수를 두고 있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막혔던 글쓰기가 풀여요.” 


이처럼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이 보이는 다른 일에 몰두하고 나면, 막혔던 생각의 물꼬가 터진단다. 마찬가지로 조금 거리가 있는 분야의 논문을 읽거나, 엉뚱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고. 








































 

여성학자, 평화학연구자 정희진 : 주류적 시각을 거부하는 소수자를 위한 글쓰기

 

정희진의 글쓰기는 주류적 시각으로부터의 탈피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테면 서울, 남성, 중산층, 비장애인, 이성애등의 정체성이 지배하는 한국 주류 사회의 관점을 끊임없이 상대화하는 글쓰기다. 그의 글이 한편으로 낯설면서도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희진은 빤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빤한 말을 하지 않기 위해 그는 소재가 떠오르면 첫 번째로 그 소재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들을 노트에 목록으로 만들어둔다. 예컨대 글의 소재가 복지라면 복지가 늘면 게을러진다’, ‘복지가 늘어나면 성장이 둔화된다같은 말들을 적어놓는다. 그런 다음 통념적인 생각들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세 번째로 자신이 몰랐던 것에 대해 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쓰는 글은 낭비라는 것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롭게 배우거나 내가 변화할 수 있어야 해요. 이미 아는 걸 쓰면 글이 진부해져요. 그래서 저도 한국 사회의 통념이나 기존의 논쟁 구도를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데 관심이 많아요.”

 

그는 몰상식한 보수를 혐오하는 꼭 그만큼, 관성적인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진보도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평화주의자가 징병제에 반대하면서 모병제를 대안으로 내세운다면, 정희진은 징병제에도 반대하지만 똑같이 모병제에도 반대한다. 실제로 그는 차라리 징병제가 낫다고 보는 쪽이다. 모병제를 시행할 경우 오히려 하위 계층 젊은이들을 군대에 격리시키는 제도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쓰면서 배워요. 쓰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죠. 애초의 생각이나 기존에 아는 것을 버리는 과정이 곧 글쓰기예요. 이때 중요한 건 나 자신에게 새롭고 생소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사실이에요. 아는 것을 쓰면 망해요.”

 

글이 막히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생각의 출발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때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글쓰기는 곧 생각이라는 것이 정희진의 지론이다.

 

정희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의미를 추구하며 대중에 영합하지 않는, 스스로 고통과 혼란 속에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어빈 얄롬, 앤드류 솔로몬, 올리버 색스, 후지타 쇼조, 도미야마 이치로, 이동진, 초기 조갑제, 장정일, 최승자, 노희경, 나혜석, 김혜리, 정성일, 허문영, 정한석, 프리모 레비, 카렌 암스트롱, 프로이트, 주디스 버틀러, 도나 해러웨이 등이 그가 좋아하는 저자 가운데 일부다.

 

일하지 않고 예술만 즐기고 싶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열 받지 않아도 되는영화와 소설을 읽으며 살고 싶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아름다움만 소비하고 싶다.”

 

 대개 독자는 저자 입장에서 읽기 마련이다. 정희진은 그런 독서를 배격한다. 그는 저자의 생각과 대결하기 위해 읽는다. 매순간 독자와 저자와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책을 읽느냐가 아니라 그가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을 했는가이다















 

철학자 진태원 : 오역 때문에 철학자를 탓하는 현실을 바로잡다.

 

진태원이 공격적 비평을 하는 이유도 제대로 된 번역 텍스트를 읽고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역이 많은 번역본을 읽으면 이게 무슨 철학자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같은 반응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가 가장 큰 문제라 여기는 부분이다. 철학자의 문제라기보다 오역 문제인데도 철학자를 탓하는 현실을 바로잡고 싶었다.

 

20년 중 7년 가까운 시간을 발리바르 번역에 매달린 것을 두고 인문학자 고병권도 매우 인상적으로 바라봤다. “한 사람을 번역하는 데 6~7년을 매달리는 진태원 선생의 공부를 보면서 천천히, 묵묵히 갈 길을 걸어가는 게 급진적 근본적으로 혁명을 이루는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혁명은 빠른 발걸음이 아니라 단호한 발걸음이죠.”

 

책을 쓸 때는 주제부터 분명히 정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그러한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야 할지 방법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이 일을 할 만한 능력이나 시간이 되는지도 따져봐야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업이 자신에게 가치 있고 보람되는 일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냥 돈이나 좀 벌어보자, 이름이나 내보자는 식으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교양 대중이나 다른 연구자들에게 동움이 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새롭게 구성한다는 목표, 또는 새로운 지적 탐구의 장을 열어본다는 태도를 가져야 좀 더 진지하게 전력을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데리다의 사회정치 철학도 그에게는 좋은 사유의 대상이다


데리다의 사회정치 철학은 혁명 이후’, ‘해방 이후를 지향합니다. 혁명이나 해방 같은 급진적 정치 운동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라, 혁명과 해방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데리다는 묻고 있죠. 혁명과 해방을 이루면 전복한 것들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들, 즉 혁명과 해방 이전 지배자들이 행했던 폭력과 똑같은 폭력을 가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요. 해방, 혁명이란 것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사회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혁명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새로운 지배자를 세우는 일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데리다 철학이 묻는 질문입니다. 저한테도 굉장히 중요한 화두지요.”

 

인도 출신의 탈식민주의 역사학자들 가운데 서발턴 역사학을 주도한 디페시 차크라바르티나 파르타 차테르지도 훌륭한 작가로 꼽는다.


 “이 사람들은 역사가임에도 철학이나 이론에 조예가 아주 깊죠. 이들은 서양 철학이나 현대 인문학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논의하면서도 늘 인도의 구체적 현실을 염두에 두고, 인도 역사에 관한 서사나 사회학적 분석, 또는 인도에 관한 문학작품을 원용하여, 인도 근현대사의 맥락에서 서양 철학이나 이론을 새롭게 평가하고 재구성합니다. 추상적인 이론이나 개념만을 논의하기 쉬운 저 같은 철학도에게는 귀감이 되는 글쓰기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요.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사는 게 가장 보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내 삶, 학문의 가장 큰 기준입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 정신분석에서 대중문화까지 아우르는 매체중독자

 

하지현이 가장 닮고 싶은 논픽션 작가는 김용석 영산대 교수다. 인문학적 성찰을 하되 대중문화와 우리 사회를 소재로 깊이와 넓이를 모두 아우르기 때문이다. 그는 김용석의 글에서 이종격투기적 글쓰기를 배웠다고 했다....복싱 선수라도 때론 발차기를 해야 하고, 레슬링 선수라도 펀치를 날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시점에 어떤 테크닉을 쓸지 정확하게 아는 일이다. 물론 선수마다 주종목은 있겠지만, 그것 외에 나머지 종목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쌓아야 한다. 하지현은 입식타격 하는 사람과 그라운드 기술을 쓰는 사람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책들이 재미있고 그런 책을 지향한다.

 

책을 구입하는 기준은 세 가지다. 일명 ‘333원칙으로 30퍼센트는 전공과 관련해 공부가 될 책, 30퍼센트는 책을 쓰는 데 도움이 될 책, 30퍼센트는 개인적 흥미와 즐거움을 위한 책이다. 책을 구매할 때 이 세 가지가 골고루 섞이도록 안배한다. 그래야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처음 쓰는 사람에게는 다음 세 가지를 조언한다. 먼저 15장 분량으로 서문을 써보는 것이다. 책을 왜 쓰려고 하는지 스스로 정리가 된다. 두 번째는 비슷한 책을 참고하면서 22~25개 정도의 세부 목차를 작성하는 것이다. 과연 자신이 한 권의 책을 쓸 만한 거리를 갖고 있는지 정확하게 감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재미있을 챕터를 실제로 써보는 것이다. 자신이 글발이 있는지 없는지, 공저가 필요한 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가능하면 제목까지 정해보는 것이 좋다. 제목 자체가 책의 콘셉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현은 일본의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가 자신의 책상 앞에 붙여둔 메모를 기억해냈다.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깊게, 깊은 것은 유쾌하게그가 추구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인간은 저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마련이에요. 미래에 대해 미리 10가지 이상을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최악이 아닌 것만 확인하면 돼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찾고 최악을 피하면 돼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가 가장 재미있는 거예요.”




























칼럼니스트 한윤형 : 청년 세대의 웃픈처지를 항변하다.

 

한윤형을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될 만한 일화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서울대와 <조선일보>가 주최한 논술경시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은 그는, 당시 안티조선 운동의 참여자임을 밝히며 <조선일보>의 인터뷰를 거절할 정도로 발칙했다. 2001년 서울대 철학과에 들어간 뒤 안티조선 운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했고 민주노동당원이 되어 참여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가 집필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책은 <안티조선운동사>. 팔릴 책도 아니면서 원고량이 2,200장에 육박했다. 원고지 600장을 썼는데도 진중권이 등장하지 않아 초반부터 지쳤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한다.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누군가 기록하지 않으면 사장될 수 있겠다는 다급한 마음과, 우리 사회의 굉장히 중요한 순간을 목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어우러졌다. 하지만 책을 내겠다는 출판사가 없어 ‘2008년 촛불이 지난 후 세상에 나왔다.

 

제 글이 정서적 글쓰기는 아니라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판단하는 편입니다. 어떤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기사든 칼럼이든 닥치는 대로 찾아봅니다. 그 가운데 나를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글이 있으면 똑같은 주제로 글을 쓰지 않아요. 내 마음에 드는 글이 없을 때 글을 씁니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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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6-10-10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처음엔 훑어보려 했었는데 끝까지 정독했네요. 익숙한 작가분도 있고 낯선 작가분(감사합니다.)도 계시고...그분들 글쓰기 철학을 재밌게 포스팅해 주셔서 공유하고 싶은 글이네요.

시이소오 2016-10-10 09:04   좋아요 1 | URL
이로서 `나는 작가가되기로 했다` 스물 네분 포스팅을 마칩니다 ^^

캐모마일 2016-10-1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번 정주행해야겠습니다. 다시금 좋은 포스팅 감사드립니다.^^

시이소오 2016-10-10 09:25   좋아요 0 | URL
캐모마일님 저도 감사드려요 ^^

오거서 2016-10-1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길어서 원망하면서(?) 그러나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

시이소오 2016-10-10 09:28   좋아요 0 | URL
오거서님, 죄송합니다 ㅋ
감사드리구요. 행운 가득한 하루 되시길 ^^

yureka01 2016-10-1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스킵해두겠습니다^^.아 책 소개가 많아서 천천히 봐야 할듯^^.

시이소오 2016-10-10 09:43   좋아요 1 | URL
넵, 천천히 ㅎ ㅎ

samadhi(眞我) 2016-10-1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느끼는 거지만 시이소님 요약힘은 대단해요. 혁명은 빠른 게 아니라 단호한 발걸음이라는 말 콕 박힙니다.
이노우에 히사시의 말에도 공감하구요.

시이소오 2016-10-10 10:48   좋아요 0 | URL
요약의 힘이군요. ㅋ 어려운것은 쉽게. 쉬운것은 깊게, 깊은것은 유쾌하게, 저도 본받고 싶네요 ^^

감은빛 2016-10-10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서 작가들을 소개한 요약 글 두 개는 찜만 해두고 나중에 읽어야지 했는데,
이번 글엔 제가 존경하는 정희진 선생이 있어서 읽었습니다.
어떻게 아는 것에 대해서는 다 버리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그렇게 쓰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글과는 확연히 다른 거겠죠?

연속으로 훌륭한 글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이소오 2016-10-10 15:14   좋아요 0 | URL
저야 정리만 한걸요. 정희진 쌤 좋죠 ㅎ `정희진처럼 읽기`는 정리한다는 게 거의 필사를 해버렸네요 ^^

cyrus 2016-10-1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와 대결하기 위한 독서. 이런 독서 정말 좋습니다. 독자가 져도 잃을 게 없는 재미있는 게임이죠. 그런데 이미지 손상을 두려워하는 작가들은 독자의 도전을 건방지게 보면서 경계합니다. 정당한 비판이 아닌 왜곡하고, 비난하는 독자들의 공격 때문에 작가들이 자연스럽게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작가들이 조금은 너그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

시이소오 2016-10-10 18:20   좋아요 0 | URL
작가라면 언제든 독자와의 대결에 열려 있어야 겠죠. ^^

푸른희망 2016-10-1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잘 요약하고 정리해주시면 이 책을 안읽고 읽은 줄 착각하잖아요~~
이 책대신 언급된 저자들의 책을 골라봐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10-10 18:21   좋아요 0 | URL
ㅋ 제 생각에도 굳이 책 안 읽고 정리한 것만 읽으셔도 ㅎㅎ
그러면 안 되겠죠? 푸른희망님,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10-18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컴퓨터로 긴 글을 읽는게 힘듭니다ㅠ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를 읽어봐야겠습니다ㅎ 책을 읽고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정리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10-18 15:44   좋아요 0 | URL
넵. 오늘 고양이라디오님 댓글 풍년이네요. 감사드려용 ^^
 


이 <허니 & 도라지 배>에 갇힌 벌을 보자니 비트겐슈타인이 떠오른다.  


비트켄슈타인은 <철학적 탐구>에서 언어를 오용하는 철학자들을 파리병에 빠진 파리에 비유했었다. 


어디 철학자 뿐이겠는가? 


달콤함을 찾아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다 음료수 병에 갇힌 벌을 보자니 


마치 내 모습을 본듯하여 섬찟하고 씁쓸하다. 



꿀벌들은 가뜩이나 멸종위기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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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0-09 1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꿀벌들을 만나면 반갑고 잘 해주고 싶고 기특하다 여깁니다. 독하게 생긴 말벌이 더 흔한 세상이 되었지만. 요즘엔 먹거리에 온통 허니가 붙네요. 점점 한국어를 미쿡말로 바꾸는 이상한 나라입니다. 참 이쁜 순우리말 그냥 꿀 그러면 되는데...
날마다 이런 말글의 오염때문에 씩씩거리고 삽니다.

시이소오 2016-10-09 15:58   좋아요 0 | URL
진아님, 오랜만이네요 ^^

그러게요. 허니보다 꿀이 더 달콤한데요 ^^

samadhi(眞我) 2016-10-09 16:00   좋아요 0 | URL
네 폐인생활에 푹 절어지냈어요. 시이소오님도 잘 지내셨지요?

시이소오 2016-10-09 16:02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계속 폐인 생활로 푹 절어 있었네요.

이제 아무 일이라도 해야 겠어요. ^^;;


samadhi(眞我) 2016-10-09 16:03   좋아요 0 | URL
저는 책 조차 읽지 않았는 걸요. 그래서 북플에 못 들어왔어요. 며칠에 걸쳐 몇 글자 읽다 말다가...

시이소오 2016-10-09 16:08   좋아요 0 | URL
진아님 페이퍼를 보니, 남편 분 간호 하시느라 책을 못 읽으신듯.

독서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하신 거네요. ^^




samadhi(眞我) 2016-10-09 16:13   좋아요 0 | URL
간호랄 것이 아닙니다. 밥 챙겨 먹이고 외출할 때 운전해서 같이 다니고(손을 놨다가 6년 만에 운전을 했더니 얼마나 떨리는지...) 그리곤 둘이 하루종일 집안을 굴러다녔어요. 그래서 둘 다 오동통해요 ㅋㅋㅋ

시이소오 2016-10-09 16:41   좋아요 0 | URL
사랑하시는 남편 분과 온전히 보낸 시간이네요.

책이 굳이 떠오르지 않았겠어요 ㅎㅎ

samadhi(眞我) 2016-10-09 16:50   좋아요 0 | URL
그냥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싶었어요. 괜한 핑계죠. 이렇게 책마저 읽지 않은 적은 처음인데요. 모든 것에서 달아나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시이소오 2016-10-09 16:53   좋아요 0 | URL
요즘 제 기분이 그러네요.

처자식만 없다면, 달아나고 싶어요. ㅋ

장 아메리가 말한 `자유 죽음` ㅎㅎ